- 저자들이 2020년대를 위험 구간으로 보는 논거는 미중 대결의 전개 과정과 작금의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 신선하고도 설득력 있 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동안 미중 관계를 다룬 저작들은 패권국인 미국에 떠오르는 신흥 강국인 중국이 도전하면서 대립이 격화되고 결국은 패권 이행이 이루어진다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의 개념을 주 로 차용했다. 시진핑 스스로도 이에 근거해서 중국의 패권 야욕을 드 러낸 바 있다. 이에 반해 저자들은 강대국 간의 무력 충돌은 도전하는 신흥 강국이 정점을 지나 쇠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제국주의적 팽창의 유혹을 느끼고 무모한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국력 상승에서 나온 자신감이 아니라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패권도 전국을 폭력적인 도발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1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독일제국이 그랬고, 진주만 폭격으로 태평양전쟁을 일 으킨 일본제국이 그랬다. 중국이 바로 이런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 저자들의 판단이다. 즉 중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미국을 추월해 세계 패권국으로 올라설 가망이 없다고 여길 때, 가용할 수 있는 수단 (군사력)을 총동원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저자들이 제시한 정점에 이른 강대국의 함정'(본문에서는 '레닌 함정'으로 표현했다)이라는 개념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의 상황에도 꼭 들어맞는다. 푸틴은 러시아의 국력이 상승해서가 아니 라 국내 경제의 부진과 독재 정치의 불안 등으로 궁지에 몰린 끝에 이 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이란 무모한 도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미국이 미중 경쟁의 위험 구간을 무사히 건너가기 위 해서는 긴급하고도 치밀한 대화중국 봉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 장한다. 그 전략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추진된다. 단기적으로 중국의 군사 도발을 예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배제하고 고립시키자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미소 간의 냉전기에 그랬던 것처럼 단기적인 무력 충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동시 에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력을 무력화할 봉쇄 수단을 다각적으로 강 구해 그들의 패권 야욕 자체를 무산시키자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전 략에서 저자들이 꼽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의 하나가 미국을 중심으로 우호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과 협력적인 동반 국가 들을 다층적이고 신축적인 다수의 연합체로 끌어들여 국제적인 반反 중국 연합전선을 펼치자는 것이다.

- 중국은 통치 체제를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경기 둔화를 10년 이상 숨기고 있었다.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진행되는 인구 재 앙은 몇 년 안에 혹독한 경제적, 정치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 의 공격적인 전랑戰狼, wolf warrior 외교와 히말라야에서부터 남중국해 에 이르는 분쟁 지역에서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중국은 스스로 에게 전략적 덫을 놓았다. 즉 유라시아 대륙 전역의 잠재적 경쟁국 들을 위협함으로써 이들이 단합하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중국공산 당은 지난 세기 동안 확립된 국제정치의 첫 번째 규범을 어겼다. 바 로 '미국을 적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영원히 상승하는 중국의 시대가 아니라 이미 정점에 도달한 중국'의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은 세계를 재편하고자 하는 현상 변경 강대국revisionist power 이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끝나기 시작했다.
- 역사적으로 볼 때 이처럼 기회와 불안감이 뒤섞이면 치명적인 혼합물을 만들어 낸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때 떠오르 던 신흥 강국들은 자신의 행운이 다하고 주변의 적들은 크게 늘어 나고 있으며, 지금 영광스러운 미래를 향해 손을 뻗지 않으면 영원 히 그런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점에 가장 공격적 으로 바뀌는 경우가 잦았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긴 경기 침체 에 빠지면 발작적인 팽창 정책으로 대응했다. 경쟁국들에게 포위될 것을 우려하는 나라는 절박하게 그 포위의 고리를 깨려고 시도한 다.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 가운데 몇몇은 자신감이 넘치는 상승기의 강대국이 아니라, 1914년의 독일과 1941년의 일본처럼 이 미 정점에 도달한 뒤 하락하기 시작한 나라에 의해 시작되었다. 블 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구소련 지역에서 벌이는 최근의 전쟁 은 이 분석틀에 딱 들어맞는다. 시진핑 정권은 국제 문제에서 우려 스럽지만 익숙한 궤적을 따르고 있다. 짜릿한 상승에 이어 급전직 하로 추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모양새다.
- 기존 학설에 따르면 체제를 뒤흔드는 대규모 전쟁은 상승하는 도전국이 기력이 다한 패권국을 추월하는 '패권 이행기'에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런 발상 의 기원은 투키디데스Thucydide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펠로폰 네소스전쟁이 일어난 원인이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아테네의 발흥 이라고 썼다. 이런 발상은 터보엔진을 장착한 중국이 4기통 엔진을 가진 미국을 압도함에 따라 갈등이 빚어질 확률이 크게 높아질 것 이라고 경고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작물에서 두드러지게 나 타나는 특징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의 많은 부분이 실상을 호도하거나 사실과 어긋난다.
- 국가는 상승하면서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 국가는 경제가 허덕이거나 넘어지더라도 영토를 빼앗거나 급속히 무력을 증강할 수 있다. 상승하는 국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아니라, 상대적인 하락 세로 인해 촉발된 불안감이 야심 찬 강대국을 탈선시키고 폭력적으 로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말론적 전쟁은 패권 이행이 없더라 도 일어날 수 있다. 한때 상승하던 도전국은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 히 따라잡지 못할 경쟁국에게 무리하게 도발했다고 깨달은 순간 싸 움에서 지고 패망했다. 과거 사례로부터 이러한 치명적인 패턴(이를 '정점에 이른 강대국의 함정'이라고 부르자)을 이해하는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펼쳐질 암울한 미래에 대비하는 데 결정적으 로 중요하다.
- 여기에 걸린 위험은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다.
더글러스 맥아더 Douglas MacArthur 장군은 1940년 "전쟁에서 패배한 역사는 거의 대부분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은 '너무 늦었 다 too late'는 말이다. 잠재적인 적의 치명적 의도를 이해하는 데 너무 늦었고,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너무 늦었으며, 저항을 위해 가능한 모든 세력을 규합하는 데 너무 늦었고, 우방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 는 데 너무 늦었다"라고 설명했다. 맥아더는 "만일 미국이 '결정적 으로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 실패한다면 역사상 가장 큰 전략 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아더의 말은 스스로에게 예언적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그의 필리핀 주둔 부대들과 태평양 전역의 미군은 일본과의 전쟁 첫 단계에서 참패했다. 따라서 2021년 미군 인도-태평양 지역 정보 총 책임자가 똑같은 말을 사용해서 중국으로부터의 새로운 전체주의 적 위협을 묘사한 것은 언급해 둘 만하다. 그는 “그들은 이미 진군 중이다. 전쟁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말로 시간이 문제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전쟁의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고, 지 금 하거나 혹은 하지 않은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제정치의 틀 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미국은 또다시 너무 늦기 전에 반드시 대비해야만 한다.
-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은 다른 나라를 무너뜨리겠다는 결의로 가득 찬 위험하고 적대적인 국가'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많 은 미국인이 놀랄지도 모른다. 2010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 리 클린턴 Hillary Clinton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골몰한다"라는 발상에 코웃음을 치며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안에서 경이적인 성장과 발전을 경험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이 아무리 팩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내에서 여러 해 동안 번영을 누려 왔다고 해도 중국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중국공산당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미국이 위협한다고 우려해 왔다.47
이와 관련해 역사는 한 가지 인상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 국이 많은 중소中小 경쟁국은 물론 당대의 가장 강력한 세계적 도전 자들(독일제국과 일본제국, 나치 독일, 소련 등)을 모두 무너뜨린 혁혁한 전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 에 없다. 한 중국 고위 관료는 2014년 "국제정치의 영안실에는 사 회주의 국가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모든 사안을 방해할 태세 를 갖추고 있다는 점 또한 잊지 않는다.
- 미국이 의도적으로 독재자들을 약화시킬 생각이 없을 때조차 미국은 독재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존재 자체가 반체제 인사들에게 희망의 등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원들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식 권위주의 통치 방식을 적 용하는 데 저항하는 홍콩의 시위자들이 미국 국기를 내걸었다는 사 실에 주목했다. 이는 30년 전 천안문광장 시위대가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을 세운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의 언론 매체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관료들의 범죄와 부패를 다룬 상세 한폭로기사를 보도하면 분노에 치를 떤다. 예컨대 인권이나 정부 책임에 초점을 맞춘 비정부기구의 활동처럼 미국인들이 아무렇지 도 않게 생각하는 일이 자신들의 권력은 무제한이라고 여기는 중국 공산당에게는 체제를 전복하려고 노리는 위협으로 비치는 것이다.
- 중국은 왜 미국과의 위험한 경쟁을 불사하는가
그 답은 지정학, 역사, 이념에 있다. 어떤 면에서 중국의 패권 도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의 새로운 장이다. 새로 발흥하는 국가는 전형적으로 영향력, 존중, 세력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어떤 나라가 일단 강해지기 시작하면 그 나라가 약했을 때는 감내할 수 있었던 굴욕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된다. 또 이전의 영향권을 넘어선 곳에서 사활적인 국가 이익을 찾는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새롭게 부상한 독일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남북전쟁 이 후 경제적으로 상승세를 탄 미국은 서반구에서 경쟁국들을 밀어냈 고 자신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위대한 현실 주의 학자인 니컬러스 스파이크먼Nicholas Spykman은 “역동적으로 성 장하는 국가가 확장을 멈추거나 ... 겸허하게 자신이 목표로 삼는 영향력에 한계를 둔 사례는 사실 매우 드물다"라고 썼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단 한 가지 중국에 특이한 점은 놀라운 역동성이다. 현대 시대에 중국만큼 그토록 오랫동안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었다. 현대 시대에 중국만큼 세계를 바꿀 만한 역량이 극 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여 준 나라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이 미국 주도의 세계에 순순히 안주할 리가 없다. 중국이 미국 주 도의 세계 질서에 안주하려 했다면, 미국이 대만을 보호하는 상황 과 미국의 군사 동맹국들이 중국 영해 주변을 따라 배치된 것과 같 은 현재의 구조를 수용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구조는 어떤 강대국 도 영구히 감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부 상할 때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주변 지역을 제압하려 하는 것은 불 가피하다. 중국은 주변 지역을 넘어 더 먼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산 하려 들 것이고, 세계가 중국의 열망에 순응하도록 만들 것이다. 위 대한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는 "급상승하는 중국은 당연히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며, "중국이 아시아에서 일등 국가가 되고 결국은 세계 최강국이 되려고 열망하지 않을 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이 냉철한 지정학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역사적 운명으로서 국가의 영광을 이루려고 노력한 다. 중국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기록된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을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전통적인 중국 국가chinese state의 계승자라 고 여긴다. 일련의 중국 제국들은 천하天下, All under Heaven가 자신들 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국의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들에 게 복종을 요구했다. 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슈먼Michael Schuman은 “이 러한 역사는 중국인과 중국 국가가 현재는 물론이고 먼 미래까지 영원히 세계에서 수행할 역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중국인들 속에 심었다"라고 썼다.
- 중국 지도자들은 국제 규범과 국제기구를 반자유주의적 통치 방 식에 좀 더 친화적으로 바꾸려는 충동을 느낀다. 그들은 위험한 자 유주의의 영향을 중국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한다. 권위주의를 파 멸로 이끈 오랜 역사를 가진 민주적 초강대국에게서 국제적 권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강성해짐에 따라 중국의 영향력과 중국식 통치 방식을 확대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해 외에서 반자유주의 세력의 강화를 고려하게 된다.
중국의 이러한 행태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세계적 강국이 되었을 때 미국도 민주적 가치에 우호적인 세계 질서를 세웠다. 소련이 동유럽을 지배했을 때 소련 역시 공산주의 정권을 받아 들이도록 만들었다. 고대로부터 강대국 간의 경쟁에서 이념적 균열 은 지정학적 분열을 격화시켰다. 정부가 자국 국민을 바라보는 관 점의 차이는 세계를 보는 시각에도 근본적 차이를 낳는다.
중국은 현상 변경 국가revisionist state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염원해 온 국제적 지위를 되찾으려는 제국이 자, 다른 한편으로는 끝없는 불안에서 자기주장을 찾는 전제 국가 인 것이다. 그것은 강력하면서도 불안한 조합이다.
- 일찍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자신 들의 중국 부흥 계획이 결국은 미국의 우월한 국제적 지위와 충돌 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중국이 평온한 국 제 환경과 글로벌 경제에 접근하는 길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상황 에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소원해지는 것이 자멸까지는 아 니더라도 어리석은 일임을 알아차렸다. 덩샤오핑은 "우리는 어떠한 문호도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 가 장 큰 교훈은 스스로를 세계로부터 고립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 이라고 언급했다." 이 말이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등소평 지침의 기원이다. 풀이하자면 중국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이 드러내 놓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 만 큼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는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교묘하게 미국의 힘을 약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중국이 일단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 중국의 힘과 국제무대에서의 역할은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1990년대에 중국은 결코 팽창이나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미국을 안심시키는 정책을 폈다. 중국은 자국의 발전을 촉진하고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힘들게 만드는 방편으 로 미국과 무역 및 금융 면에서 깊은 유대 관계를 쌓아 나갔다. 또 한 미국이 다시 결속시키려 시도할지 모르는 어떤 식의 연합체로부 터 아시아 주변 국가를 떼어 놓기 위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외 교적 공세를 추구했다." 동시에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국의 첨단 군 사력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만일의 분쟁에 대비하 기 시작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같은 지역 국 제기구와의 유대도 강화했다. 이들 국제기구가 내부로부터 공동화 하고 이들이 반중 목표로 돌아설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학자 옌쉐은 "이런 활동의 포괄적인 목표는 중국이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는 데 미국이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처럼 중국은 눈에 띄지 않게 은밀히 부상하려 했다.
- 중국의 국정 운영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이전의 세심한 접근방식에서 벗어났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중동에서 벌인 일련의 전쟁은 미국이 태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분쟁에 휘말리게 됨으로써 중국 지도자들이 이른바 "전략적 기회의 시기"라고 부르는 상황을 조성했다.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의 글로벌 금융 위기는 (한 미국 관리가 언급했듯이) 많은 중국 분석가로 하여금 “미국이 쇠락의 길로 들어섰거나 주의가 산만해졌거나 혹은 그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상태"라고 여기게 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권 요구와 아시아에서 중국의 우위를 인정하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강대국 관계 모델" 을 미국이 수용하라고 요청한 일 등이 모두 이 기간에 일어났다. 여 기에 더해 중국은 시진핑의 시책인 '적극적으로 성취한다'는 '유소 작위를 내세우려고 기존의 '도광양회' 전략을 폐기했다. 옌 쉐퉁은 "과거에는 다른 나라가 강한 반면에 우리는 약했기 때문에 저자세를 유지해야 했지만, 이제는 ... 인접 국가에게 우리는 강하 고 당신들은 약하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변화는 2016년 이후 다시 빨라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대통령 당선과 2016년 영국의 탈퇴 결정 이후의 유럽연합 위기, 그 밖의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기존 국제 질서는 대혼돈 의 상태에 빠졌다. 중국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에서 벗어나는 역사적 전환의 가능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국제기 구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일대일로 구상 및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을 진척시켰다. 또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고 중국의 심 기를 건드리는 국가를 응징하는 등의 공세를 취했다. 중국은 점차 미국을 제치고 나아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발표를 내놓기 시작했다. 2019년 시진핑은 "어떤 강대국도 우리의 위대한 모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으며, 어떤 세력도 중국 인민과 중국 국가 의 전진을 멈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COVID-19) 사태의 전주곡이었다. 초기에 이 글로벌 팬데믹 위기로 미국이 큰 타격을 받은 반면에 중국은 상 대적으로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중국은 이를 기회 삼아 여러 방면에서 공세를 취했다. 대만에 군사적 압력을 증가시켰고, 마지막 남은 홍콩의 정치적 자치권마저 박탈했으며, 접경 국가들과의 분 쟁을 동시에 (때로는 폭력적으로) 확대했다. 또 중국의 행동에 문제 를 제기하는 국가에게는 초강경 외교 공세인 이른바 '전랑戰狼, Wolf warrior 외교'를 펼쳤다." 그리고 2020년 말과 2021년 초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폭도들의 의회 의사당 공격 등 으로 무질서한 상황이 심화하자 눈에 거슬리는 중국의 도발적인 정 책이 거의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021년 3월 미국과 중국의 관리 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양제츠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자의 입장 position of strength'에서 발언한다는 발상을 대놓고 조롱했다.” 미국의 정보 당국자는 중국 지도자들이 '획기적인 지정학적 전환'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최고위층은 확실히 이러한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시 진핑은 2021년 1월 “동양은 떠오르고 있고 서양은 쇠락하고 있다" 라고 선언했다. 미국 패권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고 중국 주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 중국은 몇 년 동안 급격한 경제 둔화를 겪고 있으나 이를 숨겨왔다. 또 정치적으로 점증하는 병리 현상과 악화되는 자원 부족 사 태, 엄청난 인구 재앙에 맞닥뜨리고 있다. 특히 중국공산당은 중국 의 상승을 도왔던 개방적이고 호의적인 세계를 활용할 기회를 잃고 있다. 중국은 1970년대 이래 중국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는 축복을 누렸기 때문에 줄곧 매우 빠르고 높은 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축복이 사라지고 있으며, 중국은 침체와 경기 후퇴라 는 힘겨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의 절정기가 지나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상을 타파하려는 신흥 강국의 유형 중 에서 가장 위협적인 형태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그것은 기회 의 창이 열리기 시작했지만 열린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유형 이다.
- 중국의 부상은 너무나 경이적이고 오래 지속되어서 관찰자들 중 많 은 수가 중국의 상승세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세계 인구 의 절반 이상은 1980년 이후에 태어났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에 관해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이 나라가 줄기차게 성장하고 있 었다는 것뿐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중국공산당 간부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중국은 1970년대 초부터 뜻하지 않게 얻은 다섯 가지 요소가 결합하면서 큰 혜택을 누렸다. 그것은 전에 없이 호의적인 지정학적 환경과 경제 개혁에 열성적인 지도부, 1인 통치를 희석시키고 전문 관료의 권한을 강화 한 제도 변화, 사상 최대의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 풍부한 천연자원 등이다. 중국의 부상을 가능하게 한 요인을 이해하면 중 국의 미래가 왜 험난해질 것인지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 수렁에 빠진 중국 경제
중국의 놀라운 경제적 성과는 결코 영원히 계속되지 못할 것 이다. 어떤 나라든 일단 경제 발전의 손쉬운 과실을 다 얻은 후에는 성장이 둔화되기 마련이다. 어떤 나라가 저임금과 거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슈퍼스타가 되는 과정에 적용되는 경제 원리가 성숙한 정보화 시대의 경제로 이행할 때 적용되는 경제 원리와 똑같지 않다. 그러나 성숙 단계에 들어선 경제에서는 항상 역풍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막상 그 역풍이 얼마나 격렬한지 알게 되면 놀 랄지도 모르겠다. 중국은 그동안 누적된 여러 문제 때문에 마오쩌 둥 사후에 가장 지속적인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 그 끝이 어딘 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잘 보여 주는 통계가 있다. 중국의 공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7년 15퍼센트에서 2019년 6퍼센트로 떨어졌다. 이는 30년 안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이어서 코로나 팬데믹이 중국 경제를 적자 상태에 빠뜨렸다.
- 6퍼센트의 성장률이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여전히 놀라운 성과다. 전력 사용량과 건축 건수, 조세 수입, 철도화물 수송량 등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에 근거한 엄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대략 공식 발표 수치의 절반 정도이 고, 중국의 경제 규모는 보도된 것보다 20퍼센트 작은 것으로 나타 났다." 전직 중국 국가통계국장과 현 중국 총리를 포함한 고위 관 리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 통계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이래 중국의 사실상 모든 GDP 성장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자본 투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경제학자 는 정부의 경기부양 지출을 제외하면 중국 경제는 전혀 성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부의 창출에 필수 요소인 총요소생 산성 total factor productivity은 2008년부터 2019년 사이 연평균 1.3퍼센트씩 하락했다. 이 수치는 중국이 해마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도 더 적게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장기간 비생산적인 성장을 한다는 징후는 쉽게 포착 할 수 있다. 중국은 텅 빈 사무실과 아파트, 쇼핑몰, 공항 등으로 이 루어진 유령 거대도시를 50개 이상 건설했다. 전국적으로 주택의 20퍼센트 이상이 비어 있고, 이러한 공실 부동산의 규모는 독일 전 체 인구보다 많은 약 9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물량이 다." 유휴 공장과 창고에서 썩어 가는 상품 등 주요 산업의 과잉 생산 능력은 30퍼센트에 달한다.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의 3분의 2는 예상되는 경제적 수익보다 건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 모든 낭비로 인한 총 손실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 국 정부는 '비효율적 투자'로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만 적어도 6조 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한다.
-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다. 과잉 투자에 따른 거품이 꺼지면 결국 장기간의 경제 침체로 이어지기 마 련이다. 중국과 유사하게 생산성을 초과한 성장 모델을 추구했던 많은 나라의 경우에서 드러났듯이,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수록 수익은 줄어든다. 일본에서는 거의 제로성장에 가까운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했다. 미국에서는 과잉 대출이 '대공 황Great Recession'을 불러왔다. 과중한 부채에 짓눌렸던 인도네시아 경 제는 1997~1998년간의 아시아 금융 위기 와중에 무너지고 말았 다. 중국의 거품 붕괴는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중 국의 부채는 규모 면에서 인도네시아를 훨씬 능가하는 데다, 소련 이후 어떤 나라보다도 오랫동안 무조건적 개발 확대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2021년 말 중국의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EV- ergrande을 강타한 일련의 금융 위기는 앞으로 다가올 사태의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처럼 점증하는 경제적 폭풍의 조짐은 중국공산당에게 실존 적인 위협을 가한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부채 중독을 떨쳐 버리기 어려워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 다. 1970년대 이래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을 유지해 온 주된 요인은 임금 인상과 생활수준 향상을 가져다준 것이다. 눈부신 경제적 성 과를 바탕으로 중국공산당은 국민과 단순하면서도 엄격한 사회적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바로 '당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인민은 더 많은 부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걸로 족했다. 선거도 없고, 독립 적인 언론 매체도 없으며, 허가 받지 않은 항의 시위도 없고, 조직된 정치적 반대 세력은 전혀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기본적인 합의는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강력하지만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 러한 정치 체제는 경제의 엔진이 계속 잘 돌아가야만 작동하기 때 문이다.
경제적 성과가 없다면 중국공산당은 1970년 이전과 같은 정 통성 부재의 상태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바로 공격적인 국수주의 와 저항 세력에 맞서 강경한 탄압 및 투옥과 처형 등이 빈번하게 일 어나는 상태 말이다. 그러한 체제는 과거 중국을 만성적인 빈곤과 갈등, 분란에 빠뜨렸다. 따라서 중국 지도자들이 급속한 성장의 불 씨를 다시 살리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조지 오웰 식의 전체주의적 경찰국가 체제를 건설하는 것은 활력 있는 경제 초강대국임을 보증하는 증명서가 전혀 아니다. 정 치적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투옥하거나 처형 하거나 혹은 실종시키는 것이 시진핑 집권 이후 최우선 과제였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말 이래 중국 공안당국은 거의 300 만 명에 이르는 관리들을 조사해, 이 가운데 10여 명의 정치국원급 고위 지도자와 20여 명의 군장성을 포함해 150만 명 이상을 처벌했다. 이는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한 세대를 완전히 숙청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달리 말하면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깨닫 게 된 정권의 편집증적 행태라고 할 수 있다.
- 오해하지는 말기 바란다. 우리는 중국 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이라나 자금이 부족하다거나, 혹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할 역량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중국의 상승세를 두고 그간 의 일반적인 통념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른 이 들이 급속한 중국의 성장을 보는 곳에서, 우리는 막대한 부채와 소 련 수준의 비효율성을 본다. 다른 사람들이 중국의 엄청난 수출 물 량을 보는 곳에서, 우리는 취약한 공급망과 국내의 소비 부족 현상 을 본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경제적 우위를 이루려고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이를 자신 있게 추진하는 계몽적인 중국 지도부를 보는 곳에서, 우리는 오늘날 중국의 실상을 우리와 거의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부패한 엘리트층을 본다. 그들이 국내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도 현재의 중국 상황을 우리와 유사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장에서 강조한 중국의 여러 가지 문제 (급증하는 부 채, 떨어지는 생산성, 외국의 보호무역주의, 환경 악화 등) 가운데 어느 하 나만으로도 중국 경제는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 면 중국이 지속적으로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겪으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경제 부진은 중국의 국가 체제를 내부로부터 속 속들이 뒤흔들 것이다. 여기에 때맞춰 '전략적 포위strategic encircle- ment'라는 또 다른 위협이 시작되고 있다.
-  미국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던 시기에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당시의 중국은 여 전히 상대적으로 빈곤했고 기술적으로 낙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 면 중국의 성장을 굳이 억누를 필요도 없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 계 경제가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당연히 미국 주도의 체제를 지지할 가치가 있다고 보게 될 것이었다. 또 많은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 면서 무너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중국도 결국에는 마찬가지 경로를 밟게 될 것으로 여겼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 흔들 기회를 잡기 훨씬 전에, 미국이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 당사 자' 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변모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 9.11 테러 공격은 10년간 미국의 관심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의 지지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아시아로의 선회' 정책의 기반을 재구축하 려 했으나, 중동에서 수년간 계속된 전쟁과 이슬람국가(ISIS)의 확산 에 대응하느라 이중고를 겪었을 뿐이었다. 중국 문제는 미래의 과 제, 어쩌면 한 세대 후의 문제로 밀려났다. 당장 눈앞의 문제에 대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정보 담당 관리는 이 런 상황을 일컬어 "중국은 언젠가는 읽겠다고 늘 생각하는 두꺼운 책과 같았다"면서 "그러나 언제나 다음 여름을 기약하면서 읽지 못 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 나라 사이에서도 믿을 만한 나라를 신뢰해야 하는 법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정책 전환을 미루고 꾸물거리도록 분위기를 만 들어 왔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정책은 중국이 얼마나 위협적인 상대인지 우려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또 중화인민공 화국은 민주주의 국가를 교묘하게 이간질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너무 강하게 나오면 미국의 보잉사 대신에 유럽의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를 구매하겠다고 위협하는 식이다. 중국이 점차 공세적으 로 바뀌면서 중국공산당은 심지어 미국의 경쟁 지향적 조치가 핵 확산이나 기후 변화 문제에서 양국 간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 고하기까지 했다. 시진핑 정부의 외교관들은 이를 조롱하듯이 "냉 전식 사고는 상생 win-win 협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잘 먹혔고 중국공산당은 20년의 유예기간을 철저히 이용했다. 중국은 서방의 기술과 자본을 빨아 들였고, 자국 시장은 서방에 비해 폐쇄적으로 유지하면서 해외 시 장에 자국 물품을 마구 쏟아 냈다. 또 중국 관리를 각종 국제기구의 요직에 앉히는가 하면, 한편으론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다른 한편으 로는 평화적 의도를 내세웠다. 중국은 국제정치에 죽기 살기win-lose 식으로 접근하는 자신들의 무자비한 외교 방식을 감추기 위해 '상 생 외교'라는 환상을 이용하는 데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그러 나 그런 수법이 영원히 통할 수는 없다.
- 잠재적인 경쟁자를 고립시키는 대신 통합시키는 쪽을 택한 미국의 정책은 중국의 성공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러한 정책은 냉전 이후 미국이 확실한 우위에 서 있다는 자신이 있 고, 포용 정책이 중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란 확신을 가졌 을 때만 지속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더욱 커진 중 국의 영향력은 포용 정책을 지탱해 온 첫 번째 기둥을 흔들고 있으 며, 중국의 강압적이고 전제적인 통치 행태는 두 번째 기둥마저 내부에서 허물어 뜨리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잠복되어 있던 온갖 지정학적 불안 요소를 일제히 표면에 드러내기 시작하자,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의 추는 이제 반대쪽으로 움직여 갈 태세를 갖췄다.
- 2015년 중국 문제 전문가이자 때때로 정부의 자문역을 맡아 온 마이클 필스베리Michael Pillsbury는 새로운 기류를 감지했다. 그의 베스트셀러 저서인 《백년의 마라톤The Hundred Year Marathon》에서 필스 베리는 미국이 세계 지배를 추구하고 나선 중국공산당 강경파에게 속아 왔다고 주장했다.28 머지않아 미국은 '누가 중국을 놓쳤는지' 를 두고 본격적인 논쟁에 들어갈 것이고, 비평가들은 포용 정책을 역사적 패착이라고 조롱하게 될 것이다.
포용정책이 중국공산당을 순화시키거나 변화시키는 데 실패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 역시 '파멸적인 성공'을 기록함으로써 실 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성공했지만 그 성공이 결국 애초에 중국이 상승할 수 있도록 해 주었던 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무너뜨 리고 말았다. 세계 각국은 중국의 오랜 호시절에 종지부를 찍기 시 작했다. 그 길에 앞장선 나라가 바로 한때의 협력자였던 미국이다.
- 정치학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상식에 따르면, 강대국들은 상승하거나 아니면 쇠락하는 상태에 있다. 즉 새롭게 떠오르는 강 대국은 앞으로 전진하고 쇠락하는 강대국은 뒤로 후퇴하는 것이 다. 그리고 가장 큰 긴장과 가장 참혹한 전쟁은 떠오르는 도전자가 기존의 초강대국을 추월할 때, 다시 말해 정치학자들이 '권력 이행 power transition'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발생한다. 현실은 더 복잡하다. 어떤 나라는 상승과 하락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 우리가 과거 에 신흥 강대국으로 보았던 국가들은 흔히 경제 침체와 적대적인 주변국들에 둘러싸인 전략적 포위를 함께 겪었다. 위험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계속된 상승세로 생겨난 낙관주의가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다. 성장이 둔화하 면 대개 불안감에서 비롯된 팽창 정책이 뒤따른다. 어떤 나라가 적 국으로 둘러싸이면 닫히는 고리를 깨기 위해 무리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패권 이행 hegemonic transition'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한때는 떠 오르는 도전자였던 나라가 적대국을 추월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 닫게 되면 진짜 덫에 빠질지 모른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신흥 강대국에게 기회의 창이 닫히기 시작하고, 그 지도자들이 이전에 약속한 영광스러운 미래를 이룰 수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면, 아 무리 승리할 가망이 없는 무모한 돌격일지라도 치욕적인 추락보다 는 나은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그동안 중국이 걸어온 행적이 우려스러운 이유 는 그들이 거침없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쟁은 자신의 미래가 더는 밝아 보이지 않 는 도전적인 신흥 강대국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 상대적인 부와 국력이 신장하고 국제 적으로 지위가 상승하는 국가는 당연히 지정학의 지평을 넓히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섣불리 기존 패권국의 분노를 사지 않도록 결정 적인 대결은 늦추고 싶을 것이다. 그런 나라는 아마도 중국이 냉전 이후 20년간 그랬듯이 자신의 역량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식으 로 처신할 것이다.
이제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시나리오를 상정해 보자.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어떤 나라가 힘을 축적하면서 자신의 야망을 차근 차근 키워 왔다.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극단적인 국수주의를 부추 겨 왔다. 그들은 국민에게 과거의 굴욕을 되갚아 줄 것이며, 국민의 위대한 희생은 보상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둔화되었기 때문에 혹은 이 나라의 상승을 방해하기로 작정한 경쟁 국들의 연합체와 충돌하는 바람에, 이 나라는 이윽고 절정기를 지나 게 된다. 기회의 창은 닫히기 시작하고 취약성의 창이 열릴 조짐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현상을 타파하려는 강대국은 더 공격적이고 심지어 예측 불가하게 행동할지 모른다. 너무 늦기 전에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에 대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골치 아픈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과거에 여러 번 일어났다.
- 제정 러시아를 생각해 보자. 이 나라는 1880년 말부터 세기 말 에 이르기까지 경제 호황을 누렸다. 산업 산출은 두 배로 늘었고 철 강, 원유, 석탄 생산량은 세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1900년에는 이 미 깊은 불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농노는 지주의 장원을 약탈했고 노동자는 철도와 공장을 파괴했으며 수십 명의 관리가 암살당했다. 러시아의 통치자는 기술적 후진성으로 인해 러시아가 선진국들에 게 예속된 '산업의 포로'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겁에 질린 전제주의 정부는 가혹한 탄압에 나섰다. 1905년까 지 제국의 70퍼센트가 계엄령 하에 들어갔고 1만 명 이상이 처형되 었다. 러시아의 군사력은 성장했다. 1901년부터 1905년 사이 러시 아의 해군 예산과 함대 규모는 거의 40퍼센트 가까이 늘어났다.
- 정부가 통제하는 은행과 산업체는 경제적 팽창의 도구가 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정 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조선에서는 식민주의적 이권을 추구했고 만주에는 17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역 효과를 냈다. 일본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20세기 최초 의 강대국 사이의 전쟁인 러일전쟁을 유발했고, 러시아는 이 전쟁 에서 패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블라디미르 푸틴이 통치하는 러시아는 유사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석유 가격 폭락으로 인해 탄화수소 연료로 추진되는 성장 방식이 종말을 고한 이후, 푸틴은 러시아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고,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를 지탱하며, 자신의 통치에 도전하는 세력을 막기 위 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는 반체제 인사를 범죄자로 규정했 고 정적을 살해했으며 러시아를 더 깊은 권위주의 체제로 끌어들였 다. 푸틴은 국수주의와 해외의 적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증을 소환 했다. 24 또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경제 블록의 창설을 추 진했다. (그의 지지자는 이를 '새로운 제국주의적 공동체'라고 일컬었다.) 그는 거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와 같은 국영기업과 정부가 지원하는 용병을 국가적인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해외 지역에 파 견했다. 특히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던 인접한 두 나라(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일부 강점하는 한편, 시리아 내 전에 개입하고 있다. 1904년 러시아의 한 장관은 (어리석게도) "우리는 승리를 거두는 작은 전쟁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21세기 차르는 이런 전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1차 세계대전에는 다른 모든 전쟁과 마찬가지로 많은 원인이 있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독일제국 정부가 스스로 쳐놓은 함정에 서 탈출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된 독일의 예방적 전쟁이었다. 독일은 스스로 만든 후폭풍으로 인해 성장에 해를 입 은 현상 변경을 노리는 강대국이었다. 따라서 독일은 몰트케가 제 대로 예측했듯이, “거의 전 유럽의 문명을 수십 년 동안 말살하게 될 최후의 결전"에 모든 것을 걸고 싸워서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 이러한 올인 전략을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든 이유는 1940년 말부터 1941년까지 일본이 가졌던 군사적 기회의 창이 좁았기 때문이다. 서유럽에서 독일의 전격적인 기습공격은 프랑스를 무너 뜨리고, 영국을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 면서, 동남아시아에 '한 세기 만의 기회가 생겼다. 루스벨트는 대 서양의 지배권을 두고 히틀러 Adolf Hitler와 벌이고 있던 선전포고도 없는 전투로 인해 주의가 분산되었다. 1941년 4월 일본이 소련과 맺은 불가침조약이 그해 6월 독일의 러시아 침공으로 이어지면서, 일시적으로 북쪽으로부터의 위협이 상쇄되었다. 특히 일본은 이른 재무장 덕분에 여전히 군사적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은 10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한 반면에 태평양 전역에서 영국과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은 3척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기회의 창을 얼마 나 오래 열어 둘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해답은 1941년 하반기에 나왔다. 일본군이 인도차이나 남부로 진격해 들어가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면적인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함선과 항공기는 연료가 거의 바 닥날 위기에 처했다. 일본 지도자들은 "일본은 물이 점점 고갈되어 가는 연못 속 물고기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라고 믿었다." 미국은 필리핀에서 B17 폭격기와 P40 전투기 등으로 방어력을 키우고 있 었다. 영국 및 네덜란드와의 군사 참모회의와 공동 경제 제재 조치 로 인해 일본인은 자신들을 향한 포위망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우려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미국의 재무장이 가속화됨에 따라 미 해 군은 1942년부터 1943년까지 각각 일본의 네 배 규모에 이르는 함 선과 해상 공군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점이 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가질 희망이 사라질 판이었다. 그러 면 일본 지도자들은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되고, 일본이 그동안 흘린 모든 피와 힘겹게 견뎌 왔던 모든 고난은 부질없는 일이 될 터였다.
일본 지도자들은 "미국이 더욱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제국은 미국의 발 아래 엎드리게 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1941년 가을 일본 정부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와 필리핀,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중앙태평양에 이르는 다른 식민지를 장악하 기로 결정했다. 설사 이것이 영국 및 미국과의 전쟁을 의미하더라 도 말이다. 일본이 총력전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일본 관 리는 거의 없었다. 야마모토는 "우리는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광란 의 쇼를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2년, 3년을 끌게 되면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경우 일본이 적들 앞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는 급격한 몰락 외에는 다 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련 의 전격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미국의 사기를 꺾어 미국이 전쟁을 계속하기보다는 평화를 요청하도록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전쟁은 잘해야 끔찍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국가의 파멸 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일본을 전쟁으로 이끌었던 내 각총리대신 도조 히데키는 "어떤 경우엔 눈을 감고 뛰어내릴 정도 로 용기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진주만 기습 공격의 발단이었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미국의 태평양함대를 초토화시킴으로써 일시적으로 더 많은 군사 적 이득을 (그리고 새로운 점령지를 일본이 소화하는 데 필요한 더 많은 시 간을) 왜 얻지 않겠는가? 아이러니한 것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미국인 눈에는 너무나 위험하게 보인 나머지, 어 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일본을 파멸시키도록 미국을 일깨운 것이었다. 한 하원의원은 "일본인은 완전히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 었다"면서 "그들은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군사적, 국가적으로 자살했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은 일본에게는 거의 자살행위였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원인은 일본이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현상을 타파하려 는 꿈이 산산이 부서질 지경에 이른 나라의 절박함 때문이었다. 일 본은 10년 동안 계속 활력이 넘쳤다. 그런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가장 위험해진 것이다.
- 역사가들은 흔히 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과 2차 세계대전 이전 의 일본을 신흥강국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1868년 이후 수십 년 에 걸쳐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제국은 특히 1930 년대에 급속히 성장했다. 1914년에 독일은 187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였다. 두 나라는 이미 기존의 세계 질서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 절정의 순간에 독일제국과 일본제국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침체나 포 위, 혹은 이 두 가지의 어떤 조합에 의해 그 절정의 순간이 지나가 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미래를 불안해하기 시작한 현상 변경의 신 흥 강국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여기는 나라보다 더 충동적으로 행동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함정이다. 야심 찬 초강대국이 절정기에 도달한 다음 하락의 고 통스러운 결과를 참지 못하고 거부하는 함정 말이다.
오늘날 중국의 지도자들이 중국공산당을 일본제국은 물론이 고 독일제국과 비교하는 것을 들으면 격노할 것이다. 공정하게 말 하자면 중국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앞서 10년 동안 감행했던 군 사적 공격과 유사한 그 어떤 행동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독일제국은 1871년 이후 40년 동안 단 한 번도 대규모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1914 년에 세계를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재앙으로 밀어 넣은 전쟁을 일으켰다. 영국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David Lloyd George는 "1차 세계대전은 노아의 대홍수 같은 ... 자연의 대격변 혹은 유럽의 생활기반 자체를 뒤흔든 대지진이었다고 말했다. 현상을 타파하려는 신흥 강국들이 임박한 재앙의 조짐을 보게 되면 사태는 급속히 악 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여기에 우려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 국도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중국은 탈출하기가 극히 어려운 장기간의 경기 둔화에 대처하고 있으며, 비록 점진적이지만 중국의 진출을 방해하려는 일단의 경쟁자들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중상주의적 팽창 정책을 더욱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권위 주의 체제와 경제 모델을 갖고 있다. 중국의 무역 전망은 극히 부정 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이미 군사력 증강과 영향권 확대, 중 요 기술과 자원을 통제하려는 노력 등) 중국과 같은 처지에 놓인 나라에 서 예상되는 행동을 실행하고 있다. 그동안 놀랍게 성장했으나 이 제는 침체와 포위에 대처하느라 악전고투하는 어떤 나라를 공세에 나서도록 만드는 비법이 있다면, 중국은 그 비법에 포함되는 모든 핵심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 '공산주의' 중국이 빠진 레닌 함정
중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주된 도전은 투키디데스 함정이 아니다. 바로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이 '제국주의imperialism'라고 불렀던 것으로, 제국주의는 그가 경제 파탄과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던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국 경제가 과잉 생산 설비로 포화 상태가 된 자본주의 국가가 해외에서 새로 운 시장과 자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레닌의 이론에 따르면 그 나라가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면 경제 침체를 겪게 된 다. 성장이 멈추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국내 불안이 고조되는 것이 다. 이런 운명을 피하려면 해외에서 배타적인 경제 구역(일명 제국) 을 개척해야 한다. 기업은 그곳에서 소비자와 값싼 원자재에 손쉽 게 접근하게 된다. 19세기 말 유럽 열강이 불과 30년 만에 아프리 카 대륙의 90퍼센트를 식민지화했던 이른바 '아프리카 분할scramble for Africa'이 레닌의 이론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증거였다.
운명의 장난인지 '공산주의' 중국은 이제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 중국 경제는 수십 년 동안의 부실 대출로 만들어 낸 과잉 설비가 남아돌아 가고 있다. 북미, 유 럽, 일본 등 그동안 중국이 생산품을 떠넘겼던 주요 시장은 홍수처 럼 끝없이 밀려드는 중국산 제품을 점점 떠안지 않으려 한다. 2008 년 이래 중국은 이러한 추세에 2단계 계획으로 대처해 왔다. 첫째 는 수조 달러 이상을 외국인에게 빌려줘서 중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만들어 중국 경제를 계속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13 둘째 는 그동안의 수익을 활용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외 국의 기술을 사거나 훔치며, 보조금과 무역 장벽을 이용해 중국 기 업을 해외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으로 중국 스스로 기술 강국 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그 결과로 일어난 대대적인 혁신이 중국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중국의 국력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레닌이 예견했듯이 국내에서는 보호무역주의를 실행 하면서 해외에서는 팽창 정책을 추구하면 외국의 반발을 부르기 십 상이다. 어떤 강대국이라도 자국의 생산품을 해외에 떠넘기고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폐쇄한 채 운영하면 교역 상대국의 반감을 사게 마련이다. 그 결과 시장과 자원, 국제적 지위를 두고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고 때로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군다나 한 제 국주의적 강대국이 개발도상국에게 빚을 지게 해서 자국 상품을 구 매하도록 강요하면, 여기에 저항하는 국민적 반대운동이 일어난다.
- 오늘날 중국은 이러한 역학이 작동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경제 부국들이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재고하는 가운데, 빈국들은 일 대일로 구상의 계약조건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거나 아예 계약을 완 전히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함정에 빠졌다. 자신들의 정치 체제를 지탱하는 정실 자본주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고서는, 결코 경제 제국주의를 폐기하거나 진정으로 경제를 개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만일 영향권 확대 전략을 포기한다면 경쟁국들 앞에 전략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제국을 건설하려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 중국공산당이 국내외에서 위협이 증가한다고 느끼게 되면 중국은 디지털 권위주의를 더 멀리, 더 널리 수출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많은 나라가 이미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를 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원치 않는 나라들에게 강요할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그러면 화웨이가 당신 나라 5G 통신망의 핵심 부품을 설치하도록 해라.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싶다고? 그러면 중국의 감시 기술을 당신 나라 수도에 받아들여라.
더 많은 나라가 중국과 협력 관계를 맺게 되면 중국의 전 세계 에 걸친 감시 국가 범위는 더 커질 것이다." 현존하는 독재 국가 는 더욱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게 될 것이고, 몇몇 민주 국가는 권 위주의 진영으로 이동할 것이다. 결국은 민주주의가 전 세계에 확 산될 것이라는 (1990년대에 널리 퍼졌던) 자유주의적 믿음은 뒤집힐 것이다.
인류가 대규모 잔학 행위를 하던 시대를 넘어 진화하리라는 안일한 신화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 권위주의는 강제 수용소와 집단 학살의 대체물이 아니다. 얼핏 보면 도와주는 것 같지만 실제 로는 일을 망치는 조력자다. 정치학자들은 독재 국가가 디지털 탄압을 강화할 때 고문과 살인을 더 많이 자행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계가 일상의 기록과 감시 업무를 모두 처리하게 되면, 그런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은 자유롭게 인종 청 소와 반체제 인사를 대상으로 고문과 같은 권위주의 통치의 물리적 측면에 집중하게 된다.
스마트시티가 집단 수용소 옆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신장 자치구를 한번 보라. 중국의 공안 관리들은 집단 수용소를 운영하며 '재교육'과 강제 불임시술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반면에 카메라와 생체 인식기, 의무적으로 설치된 휴대전화 앱이 컴퓨터에 데이터를 전송해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시하도록 한다. 그러면 알고리즘이 카메라가 전송한 화상 정보를 사진과 혈액 표본, 경찰이 '건강검진'에서 채취한 유전자(DNA) 검체 등과 대조한다. 위구르 인이 거주 지역의 경계에 다다르면 휴대전화가 자동적으로 당국에 경보를 울린다. 위구르인이 주유를 하면 감시 시스템이 실제 자동 차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이들이 소재지에서 도주하려고 시 도하면 경찰이 가족과 친구들 집으로 급파된다. 만일 이들이 어떻 게든 외국으로 나간다 해도 확실한 탈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권위주의 동맹국들은 이집트처럼 무슬림이 대다수인 국가 들조차 중국의 감시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인을 색출한 다음 중국의 손아귀로 송환하기 시작했다.
- 미국과 다른 선진 민주 국가가 이러한 이념 공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해도, 더 권위주의적으로 바뀐 세상에서 이들 의 영향력과 안보는 위축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에워싸려고 애 쓰는 전략적 사슬에서 가장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모두 민주 국가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이 가장 친밀한 우 방국 중에서도 러시아와 이란과 같은 독재 국가를 중시하는 것 역 시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세계의 민주 국가를 분열시키고 끌어내 리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노력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모 든 민주주의 국가는 자신들의 자유주의 제도를 보전하기에 좋은 국 제 환경을 필요로 한다. 모든 권위주의 국가는 체제를 전복하려는 자유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세계를 필요로 한다.
- 서로 다른 형태의 국내 질서는 국제 질서에서도 서로 다른 기대를 낳는다. 만일 중국이 더 많은 나라를 권위주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전략적 균형점이 이동할 것이고 중국에 대항하 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연합 세력은 약화될 것이다.
독재 국가는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악마로 묘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독재자들은 국민이 민주적 제도를 동경하거나 자 유를 요구하기를 원치 않는다. 전제 정권을 중심으로 국민을 결집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를 향한 증오심을 불 어넣는 것이다. 그러자면 꾸준히 계속해서 이념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시진핑, 푸틴, 하메네이Khamenei, 김정은, 아사드Assad, 에 르도간Erdogan, 오르반orbán, 루카셴코Lukashenko 등 세계에서 가장 악 명 높은 독재자들이 자신들을 타락한 서구 민주국가에 맞서 전통 과 위계, 질서를 지키는 수호자로 묘사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의 범위를 확대할수록 미국과 그 동맹국이 설 자리는 더욱 초라해질 것이다." 국제적 분쟁은 단 지 이념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군사 영역에서도 확산될 것이다. '인종과 영토blood-and-soil'에 근거한 국수주의가 폭력적인 보복과 함 께 분출할 것이다. 걱정스럽게도 그런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 중국도 그들이 걸어간 발자국을 뒤따를 것임을 시사한다. 중화인민 공화국이 언제 그리고 왜 무력을 사용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수많 은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들이 도달한 한결같은 결론은 이 렇다. 중국은 상승할 때가 아니라 안보 상황이 악화되고 협상력이 떨어질 때 싸움에 나선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중국공산당은 일 반적으로 기회의 창이 닫히는 시기를 최대한 이용하거나, 취약성 의 창이 열리는 것을 회피하려고 무력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중국 은 경쟁자들에 의해 궁지에 몰리면 공격받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다. 대신 전략적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전술적 이점을 살리려고 선제공격을 감행한다. 사실 중국은 대규모 전면전에서 이길 가망 이 거의 없는데도 더 우월한 적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곤 한다. 선 제공격의 목표는 초반에 치열하게 싸워 막대한 사상자를 낼 용의가 있음을 보여 주어서 적이 물러서도록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메시지는 대개 중국과 링 위에서 맞붙고 있는 적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다른 적을 향해 보내는 것이다.
-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1914년의 독일이나 1941년의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유리하지만 매우 협소한 군사적 기회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정부 스스로가 평가했듯이 중국은 대만의 방 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우리가 3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것처럼 대 만과 미국은 그러한 위협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해결해야 하는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식별했으며, 이제 그에 따라 양국 군대를 재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부터 미국과 대만의 국방 개혁이 실 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2030년대 초까지는 중국에게 기회가 있다. 실제로 대만해협 양안의 군사 균형은 2020년대 중반에 일시적으로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더 이동할 것이다. 이 무렵 미국의 순 양함, 유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장거리 폭격기의 많은 수가 퇴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미군은 여전히 로널드 레이건 행 정부 시절에 구축한 전력에 머물러 있고, 특히 미국의 해군 및 공 군 현대화 계획은 수십 년간 연기되어 왔다. 지금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미 국방부의 주력 함정과 전투 항공기 가운데 많은 수 가 문자 그대로 부서져 나가거나 폭발해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노 후한 함선의 선체와 항공기 동체는 중국의 새로운 전력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현대적 엔진, 감시 장치, 군수 장비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능 개선 작업 자체를 감당할 수 없다. 이러한 미군 의 전력은 퇴역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군은 동아시아에서 현대 해군 화력의 필수 요소인 수직 미사일 발사관을 중국보다 수백 개 적게 보유하는 셈이다. 한편, 중국은 수백 기의 대함미사일과 지상 공격미사일, 수십 대의 장거리 폭격기와 수십 척의 수륙양용 함정, 중국 본토에서 대만 전역 또는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로켓발사 시스템 등을 가동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정학적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2020년대 중반에 중국은 적을 물리치고 자신의 현상 변경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갖게 될 터이다. 전직 미 국방부 관리가 말 했듯이, "미국이 대만 전쟁에서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킬 위험을 감 수하는 것도 바로 이 시기다."
- 과감성은 정신이상 상태가 아니다. 중국의 국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중국이 온 사방으로 미친 듯이 폭력적인 행동에 나 설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특히 지금 위험을 감수하는 것 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서, 중국이 보다 강압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뀔 것이란 의미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제1열도선이 무너지고 중국의 전략적 위치는 크 게 개선된다. 중국이 첨단기술 제국을 건설하면 경제 침체와 외세 의 포위를 모면할 수도 있다. 중국공산당이 민주주의를 패퇴시킨다 면 중국 정권을 굳건히 지키면서 국제적 고립에서도 어느 정도 벗 어날 수 있다. 어쩌면 중국 지도자들은 약간의 대담한 시도가 자신 들을 암울한 운명으로부터 구해 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지 모른다.
- 트루먼 독트린은 그리스 와 터키를 지원하고, 미국이 위험에 처한 세계를 지탱하겠다고 약 속하는 결정을 담고 있었다. 여기서 더 주목할 만한 대목은 트루먼 의 참모들이 불과 며칠 만에 계획의 초기 윤곽을 그렸고, 그다음 3 주에 걸쳐 분주하게 세부 계획을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영국 관리 들이 금요일 오후에 파산 상태의 영국 정부가 그리스와 터키를 각 자의 운명에 맡기겠다는 폭탄선언을 미 국무부에 던진 이후에 일어 난 일이었다. 한 영국 외교관이 썼듯이 미국은 "영국의 얼어붙은 손 에서 세계 주도권의 횃불을 넘겨받느라 허비할 시간이 없다"라는 사실을 즉시 이해했다.
- 미국 관리들이 일의 진행 순서에 따라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토와 같은 중요한 구상은 대부분 눈앞 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즉흥적 해법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 국은 불안정한 상황이 완전히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수단을 모두 활용했다. 또 비상한 상황에 동원된 다양한 인력 에 의존했다. 미국은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긴박하면서도 신축적 으로 움직였다. 만일 트루먼의 재임 기간이 오늘날 정책 혁신의 황 금시대로 기억된다면, 당시 미국이 생각은 신중하게 하면서 행동은 신속하게 했기 때문이다.
- 미국은 당분간 중국을 공정하고 개방적인 경제 질서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겠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관세로 위협하 든 아니면 새로운 무역 협정으로 유도하든 어차피 중국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미국의 정책적 공세는 중국의 상대적 인 기술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도록 더 예리해야 하고 대상 범위가 좁아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에 권위주의적 제국을 저지하는 길이 다. 20세기에 미국이 한 무리의 전제적 제국을 저지했듯이 말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을 배제시켜 경쟁에서 밀 려나게 하는 비공식 경제 동맹을 맺는 것이다. 그런 협력의 황금률 이 냉전 시기에 나타났다. 미국이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 한 나라를 모아 사교클럽 형식의 배타적인 무역 및 투자 네트워크 를 구축한 것이다. 회원국은 기술을 공유하고 연구개발 기금을 조 성하며 공급망을 통합해서 각 회원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특 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소련이 전략 물품과 첨단기술 제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려고 수출 통제 조치를 조율했다. 이러한
- 협력적 노력의 총합은 미국이 단독으로 이룰 수 있었던 것을 훨씬 능가했으며, 서구 연합은 소련을 압도했다. 정치학자 스티븐 브룩 스Stephen Brooks와 윌리엄 울포스William Wohlforth는 "냉전 시기에 세계 화는 세계적이지 않았고 편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오늘날 미국은 자유세계 연합을 다시 설립할 필요가 있다. 다 만 이번에는 중국을 겨냥한 연합이다. 이는 전면적인 '탈세계화 de-globalization'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세계 연합의 회원국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여전히 중국과 교역을 계속하고, 중국산 재화에 관세를 낮춰 줄 수 있다. 이 연합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종종 시행 했던 일종의 경제적 일방주의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미국 과 동맹국의 통합을 심화하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통해 중국 의 경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면서 중요한 기술과 자원에 전략적인 다자간 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 가장 대담한 대책을 쓴다면 중국처럼 언론 자유와 개인의 권 리를 존중하지 않는 나라들을 배제한 가운데, 미국과 동맹국이 데 이터와 상품이 자유로이 유통되는 디지털 연합을 창설함으로써 인 터넷을 선제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현재 두 세계의 이점을 다 누리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이 외국의 웹사이트에 접속 하지 못하게 막고, 외국 기업은 중국의 디지털 시장에 진입하지 못 하게 제한하는 폐쇄적인 국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 서 글로벌 인터넷망에는 선별적으로 접근해서 지적 재산을 탈취하 고, 민주적 선거를 방해하며, 자국의 선전물을 퍼뜨리고, 핵심 인프 라를 해킹한다. 이런 방식은 소련의 악명 높은 브레즈네프 독트린 Brezhnev Doctrine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변형한 것이다. 바로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은 잡는 자가 임자'라는 심보다.
- 이러한 약탈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리처드 클라크Richard Clarke와 롭 네이크Rob Knake는 '인터넷 자유 리그Internet Freedom League'의 창 설을 제안했다. 33 이 시스템 하에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의 비전을 믿고 따르는 나라들은 상호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에 이런 비전에 반대하는 나라들은 접속이 제한되거나 쫓겨날 것이다. 이 리그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세계의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 이 될 것이다. 솅겐조약은 유럽연합 내에서 사람, 재화, 서비스의 자유 로운 이동을 보장한다. 이 리그는 모든 비회원국의 인터넷 통신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권위주의와 사이버 범죄를 방조하는 기업과 단체만을 차단한다. 물론 중국공산당도 그런 악역의 하나 이므로 차단될 것이다. 딘 애치슨은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그 동맹 국은 '절반의 세계, 자유로운 반쪽 세계'를 만드는 것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고 택할 수 있는 대안은 권위주의의 위협이 온 세 계를 휩쓰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34 미국은 현재 진 행되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의 디지털 투쟁에서도 이와 유사한 접근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 산업혁명과 대규모 군대가 출현한 이래 강대국 간의 전쟁은 짧게 끝나기보다는 길어진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나폴레옹전쟁과 미국의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등이 모두 단기간에 한쪽이 전멸하기보다는 끈질긴 소모전을 하고 나서야 승패가 났다. 중국 은 대만 침공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전쟁을 계속해야 할 강력 한 이유가 여럿 있다. 시진핑이 대만의 반란 세력과 미 제국주의자 들에게 당한 패배를 인정하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곤경에 빠지고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이 위험에 처해 결국은 자신의 권력이 전복될 것임을 우려할 게 확실하다. 시진핑은 패배하기 일보 직전에서 승 리를 낚아채거나, 아니면 그저 체면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전 쟁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 핵무기로 무장한 적과 의 전쟁이 미국의 완전한 승리나 중국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날 가 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더 잘 싸울수록 겁에 질린 중국공산당은 더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전쟁을 멈추도록 만들려면 상당한 규모의 지속적인 압박과 파괴가 필요할 것이다. 체면을 세워 주려는 외교적 노력 또한 필요하다. 예컨대 대 만이 정치적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미국 역시 대만의 독립을 지지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조건으로 중국이 공격을 중단할 용의가 있 다고 할 경우, 미국은 현명하게 그런 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의 이면에는 교전이 길게 계속될수록 미국의 전쟁 목적이 확 대되어 어쩌면 대만의 공식적인 독립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라는 조용한 경고 가 담겨 있다.)
그러면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팽창을 막는 장벽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 주게 될 것이다. 시진핑 역시 대만에 교훈을 가르쳐 줬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어렵 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빠져나갈 길은 남겨두되 중국이 계속 공 격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중국의 역사는 원활한 권력 이양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거의 아무런 위안을 주지 못한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완전히 공식적이고 질서 있게 지도자 승계가 이루어진 경우는 역사상 단 한 번 있었 다. 바로 2012년 시진핑이 집권했을 때였다. 중화인민공화국 이 전의 시기도 별로 위안거리가 못 된다. 49개 왕조에서 즉위한 282 명의 중국 황제 가운데 절반이 살해되거나 황제 자리를 빼앗기거 나 강제로 퇴위하거나 강요에 따라 자살했다. 이들 가운데 후계자 를 선택한 황제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그 대부분은 재위 마지막 해에 승계가 이루어졌으며, 그들의 후계자도 대개 정치적 경쟁자 의 손에 살해되었다. 요약하면 중국에서 권력의 승계 과정은 폭력 적이며 혼란스러운 것이 일반적이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 장기전의 여정이 참으로 길어질 수 있다. 케넌은 1940년대 말에 냉전이 10년에서 15년까지 지속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내할 것을 설파했다. 냉전이 실제로 종식되기까지는 40년이 넘 게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위험 수준은 점차 완화되었지만 불편한 짐 을 지고 전쟁과 평화 사이의 어두운 곳을 헤쳐 나가야 할 필요는 늘 있었다. 봉쇄 정책은 놀라운 성공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러한 승리를 거두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이번 10년간 미국의 과제는 정점에 도달한 중국이 자신의 의 지를 전 세계에 관철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긴급성에는 반드시 전략적 인내가 뒤따라야 한다. 위험 구간 통과 에 대해 미국이 받는 보상은 한 세대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미국의 우위를 결정적으로 입증하는 기나긴 싸움에 들어서는 입장 권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빠르고 결정적인 해법을 좋아하는 나라 에게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보상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날 미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받 을 만한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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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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