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탄생

과학 2018. 3. 18. 17:48

- 신경계를 구성하는 단위인 신경세포는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신호를 이용해서 외부로 부터 받은 정보들을 종합해 그 결과를 다른 신경세포나 근육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적 신호는 세포막을 경계로 형성되어 있는 전위가 변화할 때 발생. 동식물을 망라하고 대부분의 세포들은 세포안팎으로 100밀리볼트 미만의 전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막전위라고 한다. 신경세포가 다른 세포와 다른 점은 외부에서 신경세포로 자극이 가해지면 막 전위에 일시적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신경세포의 다른 부분으로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우선 신경세포에서 나뭇가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곳을 수상돌기라 부르는데, 이곳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화학적 신호를 받아들이거나 외부환경으로부터 물리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곳. 수상돌기의 여러 부위에 도착한 신호들이 만들어낸 막 전위의 변화가 신경세포의 중심에 해당하는 세포체에서 합쳐졌을 때 어떤 한계점 또는 역치를 넘게 되면 세포막의 전압이 일시적으로 음전하에서 양전하로 변하는데, 이를 활동전압이라고 함. 일단 신경세포의 세포체 부근에서 활동전압이 생기면, 이는 축삭이라는 가느다란 신경섬유를 따라 전송되어 축삭종말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화학적 신호로 전환됨.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세포들 사이에 존재하는 시냅스라는 좁은 틈을 건너 다른 신경세포에 도착하고, 그때 신경전달물질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그 다음 신경세포의 막 전위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됨. 신경전달물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다음번 신경세포의 막 전위를 역치에 좀더 가까워지도록 변화시켜 활동전압이 일어날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흥분 신경전달물질과 그 반대의 작용을 하는 억제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 신경세포는 크게 세종류로 나뉨. 첫째, 감각신경세포는 빛이나 공기의 움직임과 같은 외부자극을 신경세포가 처리할 수 있는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킴. 감각신경세포의 대표적 예로 망막의 광수용 세포가 있다. 둘째, 운동신경세포는 축삭종말이 근육에 맞닿아 있어 근육의 수축 내지 이완을 위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 두가지 종류의 신경세포들만으로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세번째 종류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바로 감각신경세포와 운동신경세포를 연결해주는 중간신경세포다.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의사결정이란 이 세가지 종류의 신경세포를 조합함으로써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에 대해 적절한 형태의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 감각신경세포의 수와 종류가 늘어나면 동물은 더욱 다양한 종류의 자극에 반응할 것이다. 또한 운동신경세포와 그것이 제어할 수 있는 근육이 늘어나면 동물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종류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동물의 행동을 이해함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감각신경세포와 운동신경세포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동물의 신경계에 포함되어 있는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면, 신경세포들이 연결되어 있는 배선도 또는 회로도만 보고도 그 동물의 행동을 완전히 예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특정한 동물의 신경계 전체를 회로도로 그린 것을 커넥톰이라고 한다. 동물의 전체 신경계를 조사해 커넥톰을 완성하고 그로부터 동물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신경세포의 수가 300여개에 불과하고 시냅스는 5000여개 정도인 예쁜꼬마선충의 경우에도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아직은 불가능함
- 안구운동의 종류
(1) 전정안반사는 뇌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에서 받아들인 신호에 따라 안구근육을 제어함으로써 머리가 움직이는 반대방향으로 눈동자를 움직이는 역할을 함. 전정안반사는 안구운동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운동이며, 진화과정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을 것으로 추측됨. 신경회로도 매우 간단해서, 전정기관의 감각신경세포들과 안구근육을 수축시키는 안구운동신경들 사이에는 오로지 한층의 중간신경세포만이 존재. 실제 전정안반사가 시작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0분의 1초
(2) 시운동반사는 전정안반사처럼 망막에 영상을 고정시키는 안구운동으로, 시야전체가 특정방향으로 움직일 때 자동으로 그 움직임을 따라잡는 반사행동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화면 전체가 서서히 이동하게 되면, 눈동자를 움직여 이를 따라잡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시운동 반사임. 같은 운동반사라도 전정안반사는 전정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이용하는 반면, 시운동반사는 눈을 통해 들어노는 시각정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3) 도약안구운은 시야에 들어온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시선을 신속하게 이동하는 운동으로 사카드라고도 함. 도약안구운동은 평균적으로 초당 서너번 일어나며 수면중에도 계속됨. 이처럼 속도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도약안구운동은 반사에 의한 행동이 아님 즉 주위의 자극에 의해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물체를 선택해서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운동. 사람들은 1초에도 서너번씩 도약안구운동을 통해서 시선을 어디로 옮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도 가장 최근에 내린 의사결정 또한 아마도 지금 막 읽은 단어를 선택해서 도약안구운동을 시행한 결과. 영장류의 뇌에는 도약안구운동을 전담하는 특수한 회로들이 존재. 예를 들어, 인간의 뒤통수 아래에 위치한 소뇌의 안쪽에 상구라는 부위가 바로 도약안구운동에 관한 명령을 내리는 곳이다.
(4) 추적안구운동은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며 응시하는 자발적 안구운동. 추적안구운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망막에 맺힌 영상정보를 대뇌에서 분석하여 우리가 파악하려고 하는 물체가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한 후, 그 물체가 중심와에 계속 머물도록 안구근육을 수축 또는 이완해야 함. 추적안구운동 중 안구가 움직이는 방식과 안구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방식은 시운동반사가 일어날 때와 동일. 하지만 이 두가지 안구운동은 담당하는 뇌의 부위도 다를 뿐더러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추적안구운동은 도약안구운동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응시하고자 하는 물체를 선택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 즉, 추적안구운동은 시야의 대부분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응시하는 물체가 이동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시운동 반사는 시야 전체가 움직일 때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반사행동
- 인간의 행복감은 쉽게 적응 과정을 거치므로 아무리 좋은 일이 일어난다 해도 결국에는 설정점으로 회기하고 만다는 사실은, 결국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속적인 행복을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의미. 마치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아주 잠깐 동안만 바닥을 벗어날 수 있을 뿐이라 하여, 이 현상을 흔히 쾌락의 쳇바퀴라 부름.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은 동서양의 여러 사상가와 종교인들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금욕주의 사상을 택하기도 했다. 실제로 행복의 설정점이 존재한다면, 뜻밖에도 쾌락을 주는 대상을 가급적 피하는 금욕주의적 삶이 더욱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일수도 있따. 왜냐하면 금욕을 하는 동안 인간의 뇌는 행복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게 되므로, 그 결과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적지 않은 행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
- fMRI기법은 뇌활성을 측정하는 간접적 방법. 비록 신경세포들이 다양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활동전압의 빈도를 변화시키고 그러기 위해 더 많은 혈액의 공급을 요구하더라도, fMRI기법을 사용해서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님. 그 이유는 fMRI의 공간적 해상도와 시간적 해상도가 개개의 신경세포들과 활동전압을 관찰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세포의 크기는 대략 50분의 1밀리미터인데 반해, fMRI의 공간적 해상도는 1밀리미터 정도. 또한 활동전압은 대략 1000분의 1초 정도 지속되는데 반해 fMRI의 시간적 해상도는 1초가 넘음. 따라서 fMRI를 이용해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뇌의 특정한 장소에 서로 유사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들이 집중되어 있어야 함. 다행히도 뇌 안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아무렇게나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들끼리 한 장소에 밀집해 있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감각과 운동의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서 특히 두드러짐. 한편 시간적 해상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가 전달하는 정보의 내용이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지 않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함 하는데, 이 조건 또한 감각과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연구할 때는 상대적으로 쉽게 충족시킬 수 있음. 따라서 fMRI가 등장한 이후, 감각피질과 운동피질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가장 먼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 인간의 뇌에는 대략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각각의 신경세포에는 평균적으로 약 1000개의 시냅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의 뇌에는 대략 100조개의 시냅스가 있음을 알 수 잇음. 또한 시냅스와 신경세포는 논리적 연산을 구현하기 위해 유사한 역할을 하므로 시냅스 하나의 기능이 트랜지스터 하나의 그것과 동등하다고 가정하면, 인간의 뇌는 100조개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중앙처리장치와 유사한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폰7의 A10안에 33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다는 것은, 인간의 뇌는 아이폰 3만대와 맞먹는다는 것을 의미. 그리고 무어의 법칙이 계속 지켜진다면 앞으로 대략 30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일상적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이 인간의 뇌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결론
-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을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하는데,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저서에서 2045년 경이 되면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한다고 주장. 하지만 조만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에 지나지 않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인공지능의 문제풀이능력은 극히 제한적. 인공지능은 인간이 쉽게 풀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대신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체스나 바둑처럼 문제를 분명히 기술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답의 시비를 가릴 수 있어야 함. 또한 인공지능은 특정 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개발되었기에, 생존과 번식에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동물의 신경계처럼 다양한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
(2) 인공지능의 문제풀이는 인공지능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 지능에서 중요한 것은 지능을 그것의 주체의 선호도와 분리해서 평가할 수 없다는 것. 이제까지 개발된 모든 인공지능은 인간의 복지, 그것도 대부분이 인공지능의 개발자의 복지를 염두에 둔 것임. 따라서 인공지능의 성과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개발한 인간의 지능의 표현이라고 보아야 함. 이것은 악기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경우, 그것을 악기가 아니라 악기를 만들고 연주한 사람의 예술성의 표현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 아직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시냅스의 구조는 단순한 스위치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복잡함. 시냅스에서는 두개의 신경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일이 일어남. 그런데 시냅스를 통해 하나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시냅스전 신경세포라 불리는 첫번째 신경세포의 축삭종말에 활동전압이 도착해야 함. 그러면 시냅스전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통해 칼슘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로 시냅스 소포들이 세포막과 결합하여 그 안에 있던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간극이라 불리는 20나노미터의 작은 틈으로 분비됨. 이렇게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극의 맞은편에 있는 시냅스후 신경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시냅스후 신경세포의 막 전극이 변화. 이처럼 시냅스를 통과해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은 트랜지스터의 작동원리에 비해 훨씬 복잡함. 그렇다면,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서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상황에 따라 전달되는 신호의 강약을 조절하기 위함. 예를 들어, 하나의 시냅스에는 수백개의 시냅스 소포와 수용체가 존재. 따라서 시냅스전 신경세포에 활동전압이 도착했을 때,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시냅스 소포의 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마찬가지로, 시냅스후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의 종류와 숫자도 그 이전까지의 신경세포의 활동양상에 따라 변화하게 됨.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될수록, 그리고 수용체가 많을수록 시냅스후 신경세포의 막 전위에 더 큰 변화가 발생. 따라서 시냅스 소포와 수용체의 수가 변하면 그에 따라 시냅스후 신경세포의 막 전위가 변하는 정도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시냅스는 왜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시냅스의 성능이 가변적이라는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신호에 불필요한 잡으을 더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만일 시냅스가 그런 것처럼, 과거에 자신이 처리했던 신호의 내용에 따라 다른 출력을 만들어내는 트랜지스터가 있다면 즉시 불량품으로 취급될 것이다. 하지만 시냅스의 가변성은 뇌가 학습을 통해 상황에 따른 적절한 반응법을 찾는데 반드시 필요. 시냅스는 단순히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트랜지스터와는 달리, 동물의 학습을 위해 더욱 복잡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물론 시냅스가 트랜지스터보다 복잡하다고 해서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결코 따라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언젠가는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결합된 집적회로로 시냅스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집적회로 대신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기능을 모방하는 소위 신경형 집적회로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 우리는 지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 이를 컴퓨터의 용어로 다시 바꿔 쓰면 '자신(하드웨어)이 처한 환경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능력'이라 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또한 프로그램이다. 즉, 컴퓨터가 지능을 가지려면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메타-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드웨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 문제를 풀기에 가장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시키는 소프트웨어다. 보통의 컴퓨터에서 이 일은 인간에 의해 실행됨. 우리는 하드웨어가 풀어야 할 문제를 직시하고 그 문제를 풀기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일도 한다. 만일 인간대신 이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참된 지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임
- 어떤 기생충들은 숙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번식을 위해 숙주의 뇌를 조종하기도 함. 귀뚜라미의 몸속에서 성장한 모양선충은 다시 물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뚜라미를 물에 빠져 죽게 하기도 함. 숙주의 뇌를 조작하는 기술이 더욱 교묘해지는 것은 바로 유성생식을 위해 숙주를 교체해야만 하는 장내기생충의 경우이다. 그와 같은 장내기생충들은 번식할 때가 되면 현재의 숙주가 새로운 숙주에게 반드시 잡아먹혀야만 한다. 예를 들어 류코클로리디움이라는 흡충은 달팽이를 숙주로 살아가다가, 때가 되면 새들이 찾기 쉬운 나무 꼭대기 쪽으로 달팽이가 이동해가도록 만든다. 달팽이의 머리에 새들의 눈에 잘 띄도록 숙주를 만들고 지나가는 새들에게 자신의 숙주를 잡아먹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기까지 함.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포유류에 기생하는 톡소포자층이라는 병균 또한 유성생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양잇과의 동물로 이동해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처음에 숙주로 삼았던 동물(보통 쥐)이 고양이의 냄새를 따라가도록 행동을 바꾸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쥐라면 당연히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피해야하는데도 말이다. 톡소포자충은 무성생식을 통해 쥐의 내장에서 그 수를 늘리고 나면, 혈관을 타고 쥐의 뇌 안으로 침투한 뒤, 그 안에서 낭포를 만듦으로써 쥐의 뇌를 조종하여 쥐들로 하여금 고양이에게 애착을 느끼도록 쥐의 본능을 바꿔놓게 됨.
-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최초의 물질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내는 일이야말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푸는 첫 열쇠. 그런 물질이라면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을 거라고 추측된다. 첫째는 복제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부품의 숫자가 많지 않고 그 조립방법이 비교적 간단해야 함. 따라서 여러 부품들간의 크기나 물리적 속성은 유사할 가능성이 많다. 둘째, 여러 부품을 모아서 조립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요구되는 특정한 모양을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 셋재, 너무 쉽게 파괴되어서도 안됨. 여러번 복제를 반복하는 동안 부서지지 않고 버텨주어야 하기 때문.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RNA가 바로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함.
- 생명진화의 중요한 전환기에서 분업과 위임의 역할
(1) RNA세계에서 DNA의 세계로
- 최초의 생명체는 DNA나 단백질이 아니라 RNA로 이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그와 같은 RNA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들의 역사에서 최초로 일어난 유의미한 분업과 위임은 RNA가 자신의 기능을 DNA와 단백질에게 넘겨주었을 때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RNA가 전담하던 자기복제 기능 중에서 유전정보를 보존하는 역할은 DNA에게로, 그리고 복제를 위한 촉매작용은 단백질에게로 위임된다. 그 결과로 RNA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유전정보를 보존하거나 자기복제에 필요한 모든 촉매작용을 책임질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RNA가 더 이상 쓸모 없어져서 생명체에서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RNA는 아직도 DNA에 저장되어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RNA는 DNA에 저장되어 있는 유전정보를 전사해서 단백질이 합성되는 세포핵의 밖으로 전달하고 mRNA에 적혀 있는 지령에 따라 아미노산을 운반해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단세포생명체에서 다세포생명체로
- 다세포생명체의 등장은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대표적 분업과 위임의 사례. 단세포 생명체는 자신의 복제에 필요한 수많은 기능을 하나의 세포내에서 모두 수행해야 함. 반면 다세포생명체는 세포분화의 과정을 거쳐 운동, 순환, 소화 그리고 생식같은 기능들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세포들을 만들어냄. 다세포생명체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일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아마도 생식세포와 체세포 사이에서 일어난 분업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번식기능을 생식세포가 전적으로 떠맡게 되면서, 체세포는 개체의 죽음과 함께 자기복제라는 생명의 가장 근본적 기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되었기 때문. 체세포의 입장에서는 자기복제의 기능을 생식세포에 위임한 셈이고 생식세포의 입장에서는 번식 이외의 기능을 체세포에게 위임한 셈
(3) 뇌의 등장
- 다세포 생명체에서는 체세포들이 서로 다른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그에 따라 각자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게 됨.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계와 뇌라고 할 수 있다. 근육은 다른 어느세포나 조직보다도 빠른 속도로 물리적 힘을 발생시키므로, 신체의 특정 부위 또는 개체 전체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생식세포를 포함애서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의 운명은 신경계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불행하게도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뇌가 자살을 결심하면, 나머지 신체는 그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뇌에게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한 이유는 그렇지 않고는 뇌가 지도자로서의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 그 결과로 동물들은 빛과 소리를 통해서 전달되는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들을 신속히 분석하여 자신의 생존과 번식, 다시 말해 유전자의 복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음. 신경세포와 같이 통신에 특화된 세포들이 없었다면 음악을 연주하거나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인간의 능력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 하지만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도 결국 체세포이므로 인간의 뇌에 저장되어 있는 고유한 기억과 지식 또한 그 개체의 죽음과 함게 영원히 소멸된다
- 후회처럼 이상한 감정도 없다. 아무리 후회를 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쉽게 잊지 못하고 오랫동안 이를 되새기면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후회를 하는 이유는 유식한 강화학습을 적용하면 좀더 이해하기 쉬움. 우리가 특정행동을 선택하고 난 후, 뒤늦게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 바로 이럴 때 후회나 안도가 뒤따른다. 후회와 안도는 심적 시뮬레이션의 결과이기 때문에 후회나 안도를 하게 된다는 것은 특정한 행동을 실행에 옮기고 난 후에 뒤늦게 알게 된 사실들에 따라 유식한 강화학습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 결국 인간이 끊임없이 후회와 안도를 되출이하는 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어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유식한 강화학습을 잠시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그결과 필연적으로 후회와 안도의 감정도 뒤따르게 되는 것
- 복잡한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 필요한 정보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영장류의 뇌의 크기가 증가했다는 주장을 사회적 지능가설 또는 마키아벨리적 지능가설이라고 함. 예를 들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동안에는 상대의 얼굴표정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봐야 하니 시각피질은 당연히 풀가동해야할 것이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놓치지 않고 이해하며 적절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청각피질과 언어중추 역시 풀가동되어야 함. 그뿐 아니라 마음이론을 계속 적용해가면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재귀적 추론을 가능케 하는 작업기억과 같은 관련된 기능을 유지해야 함. 한마디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쉴 수 있는 뇌의 부위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인간이 진화해온 과정에서 사회적 생활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인간의 뇌 안에 있는 여러부위들은 더 많은 신경세포와 더 밀도높은 연결을 요구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 메타인지에 속하는 여러 능력 중 한가지는 '안다는 느낌'이다. 안다는 느낌은 어떤 정보를 인출하기 전에 그 정보가 자신의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를 가리킴. 안다는 느낌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의 기억속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끄집어내는 방법에 회상과 재인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주로 이용. 회상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도움이 되는 단서 없이 기억에서 인출하는 과정. 즉, 회상은 주관식 문제를 푸는 능력이다. 재인이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주어졌을 때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 즉, 재인은 객관식 문제를 푸는데 사용되는 능력. 안다는 느낌은 주관식 문제를 풀지 못한 경우에 동일한 문제가 객관식으로 다시 주어졌을 때 자신이 정답을 맞출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을 말함. 실제로 정상인의 경우 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경우 자신이 풀지 못한 주관식 문제가 객관식으로 다시 제시되었을 때 정답을 맞출 확률이 높아짐. 메타인지가 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인지 중에서도 특히 안다는 느낌은 내측 전전두피질의 기능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 지능지수가 보편화된 것은 20세기 산업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활동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는 21세기에는 지능지수와 같이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표준화된 지능보다는 지능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개인의 독특한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 왜냐하면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의 종류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기 때문. 과거에 우리는 많은 양의 지식을 저장하고 그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기억해내어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특히 의학이나 법처럼 특수한 분야에서 그와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로 적지 않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수많은 지능검사와 시험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전문적 지식을 현실적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보편화될 것이고, 따라서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떤 지능검사와 능력검증 시험 또한 점차 그 중요성을 잃어갈 것이다.
- 인간의 지능은 다른 동물의 지능, 특히 다른 영장류의 지능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지만, 두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임. 하나는 인간의 사회적 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메타인지 능력. 조건화와 같은 단순한 종류의 지능에 비해 이 두가지 지능에 대한 이해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는 것도 어찌보면 놀랍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보편화됨에 따라 나타나게 될 사회적 구조의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사회적 지능과 메타인지 능력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가 필수적임. 사실 우리가 즐기는 많은 종류의 활동은 사회적 지능 및 메타인지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예술, 학문과 관련된 모든 활동은 인간의 사회적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려는 욕망은 메타인지가 없이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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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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