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착취자들

사회 2014. 10. 29. 22:52

 


청춘 착취자들

저자
로스 펄린 지음
출판사
사월의책 | 2012-05-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이 시대의 청춘이 아픈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에게 희생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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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변화가 그렇듯 인턴십 포화 현상 역시 홀로 발생한 것이 아님. 입법 관계자들과 교육당국자들, 그리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변화가 혀냊의 인턴십 포화 현상을 야기함. 하지만 이 현상에 결정적 기여를 한 산업현장에서의 두가지 커다란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됨.
(1) 20세기말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인적관계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개념의 자본주의. 덕분에 70년대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가변적 노동력 수급체계 가운데 오로지 인턴십만이 살아남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음. 가변적 노동력은 대개 특정한 공간과 시기에 특별한 서비스, 제품, 혹은 기술에 대한 조직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필요하게 된 노동력을 얻기 위해 조건적,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고용관계를 의미.
(2) 인사관리 부서의 급부상. 원래 기업들이 인사부서를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노조와의 전쟁때문이었음. 노조의 위세를 꺾거나 아니면 그들과의 교섭을 유리하게 이글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했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사관리부는 원래 목적을 넘어서는 더 중요하고 다양한 기능을 담당. 비용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신입사원 통로를 개발하고 퇴사한 직원들의 공백을 생산적으로 메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업무가 노조를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됨.
- 수습제 프로그램들의 초임은 시간당 13달러에 육박하며 이후 기술숙련 정도에 따라 급속히 상승. 인턴십의 경우와 달리 노조에서는 수습제 프로그램에 상당히 호의적임. 열심히 투쟁한 결과를 얻어진 사원복지와 인간적 근로조건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선순환의 일종으로 간주하기 때문. 하지만 거기에는 또 한가지 현실적 이유가 있음. 수습제도를 통해 지역인력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노조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 판금이나 철공부문에서 무보수 인턴십 제도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음.
- 수습제도는 사회가 안정적인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함. 바꿔 말하자면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직종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환경에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함. 그러한 수습제도의 약점은 곧 인턴십의 강점임. 즉 인맥을 강조하는 네트워크와 다각적 생존능력에 기초를 두고 기술을 비롯한 모든 요소가 급속히 변화하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는 수습제도의 우직함보다 인턴십 특유의 유연성이 훨씬 유리. 반드시 현 단계를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턴십이라는 제도는 튼튼한 기초를 쌓으려는 노력 없이도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경향이 있음.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임. 인턴십은 그 환상을 부채질하고 있음. 하지만 안정적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바람직한 노동환경이 조성되며 모든 노동에 정당한 보수가 주어지게 되는 시점이 오면, 그 환상은 사라질 것이고 인턴십이 지닌 허황된 매력도 빛을 잃게 될 것임.
- 갈수록 많은 고용주가 신입사원을 뽑는 대신 인턴을 모집하고 있음. 경험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근로자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 실직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줄어들고 있음. 무보수 인턴들이 어느새 그 자리를 메우고 있기 때문. 이제 인턴십 포화현상은 노동시장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음.
- 자원봉사자들의 노동력 기부는 봉사의 소명에 대한 화답임. 금전적 계산을 떠나 그 자체로 숭고한 행위임. 하지만 문제는 그 숭고한 행위가 오용되어 결국 다른 사람들의 삶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데 있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급여와 근로조건을 위해 투쟁하는 정규직들의 입지를 위협하기 때문. 다시 말해 이상주의적 비전에 감응되어 무보수, 혹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도 마다않고 봉사의 소명에 화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동력을 담보로 조직들이 골치아프고 인건비도 많이 드는 정규직들을 미련없이 해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됨.
-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자원봉사적 열정은 그 속성상 오래갈 수 없다고 함.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베푸는 행위를 평가절하하게 되기 때문. 무보수 인턴십의 경우 손쉬운 구직, 실무경험과 인맥구축, 인건비 절감을 통한 업체의 경쟁력 향상 등 특기할만한 장점이 많은 반면 인턴 당사자들의 심리적 변화와 그에 따른 갈등이 그 장점을 상당부분 상쇄하게 됨. 결국 노동과 금전적 보상이 긴밀한 관계로 엮여 있는 전통적 자본주의 경제구조 속에서는 공짜란 경제적 행위가 될 수 없음.
-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나면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람. 하지만 그 이야기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선택받은 극소수에 불과. 모든 사람은 때가되면 직업에 관해 현실적 눈을 뜨게 됨. 이 세상에는 특권계층에게만 허용되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 사람들은 어느시점에선가는 자신들의 꿈을 현실에 맞추게 되어 있음.
- 교육자나 예술가, 혹은 공공부문 중간관리자 등을 비롯해 즐기면서 일하는 중산계층의 모든 직종들이 갈수록 생계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음. 당사자에게 즐거움이나 충일감을 안겨주는 일은 보수가 적거나 아예 없는 관행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 즉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는 관념이 사회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음. 이제 그런 직종들은 피상적 가치관은 원대하고 현실적 시야는 편협하며 경제적으로는 무능력한 변종인류, 즉 부모를 잘만난 덕에 교양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특권층 자제들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음.
- 연예나 언론, 정치분야의 인턴십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된다면 세상이 뒤바뀜. 영화감독이나 텔레비전 PD는 대중들의 희망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역사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침. 정보를 선점하는 언론인들은 일반인의 눈을 가렸다 뗐다 할수 있음. 정치인들의 결정에 의해 국민들은 살 수도 죽을수도 있음. 영화제작자나 칼럼니스트, 혹은 시의회 의장 등 각자가 우리 일상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수롭지 않을수도 있지만 그 셋이 어우러지면 우리의 삶은 극과 극을 오갈 수 있음. 일반인들의 삶에 그처럼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분야를 특정 계층이 독점한다면, 그것도 인턴십이라는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대대로 세습한다면 이 세상은 특권층 자제들만이 누리는 폴로경기장이 될 것임.
- 70년대 마틴 스콜세지와 우디 앨런 같은 빈민층 출신의 감독들이 자신들의 출신배경을 소재로 삼은 사실적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할리우드 시대가 열림. 이후 연예 오락계는 개인적 경험과 뿌리에 입각한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 즉 계층간의 위화감이 조성될 여건이 충분히 마련됨. 따라서 부유층 출신 인턴들이 메가폰을 잡게 될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호사스럽고 탐미적인 작품들이 스크린을 메우게 될 것임. 이미 그런 현상은 시작되고 있음.
- 인턴계층은 갈수록 양극화되어가고 있음. 부모덕에 편안히 인턴생활을 하는 소수집단과 생계를 직접 책임져야 하는 다수집단으로 나뉘고 있음. 후자의 경우 짐처럼 남의 소파를 빌려 잠자리를 해결해가며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빚을 얻어 생계를 꾸려나가는 인턴들이 대부분. 심지어 푸드스탬프(정부 무상지원 식권)에 의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음. 하지만 그런 악착같은 노력과 희생이 대부분 결실을 맺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분하기까지 함. 후자 집단이 전자집단에 비해 인턴생활을 버티는 기간도 짧고 취업경쟁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
- 미국 의료계의 전유물이었던 인턴십 제도는 20세기 중반, 포드주의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었음. 숙련된 인력의 대량공급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려는 산업계의 필요에 적절히 부합하는 제도였기 때문. 이후 인턴십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오늘날 화이트 칼라 세계로 통하는 관문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음. 하지만 그 눈부신 성장은 단지 양적인 팽창이었을 뿐 질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해왔다고 볼 수 있음. 인턴십을 통하지 않고는 바람직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그릇된 믿음 때분에 인턴 시장에 공급포화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임. 결국 인턴은 어느때, 어느조건으로든 활용할 수 있는 값싼 인력이라는 편견이 고용주들 사이에서 확산됨. 고용주들에게 인턴십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남는 장사임. 숙련된 인력을 무보수 혹은 헐값에 조달할 수 있고 신규채용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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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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