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를 배출해야만 돌아가는 시스템 내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에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처음부터 주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관한 주류 담론에서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처방을 따르기만 하면 기후를 안정화할 수 있다고 강조. 이와 같은 담론은 문제해결과 경영관리적 시각이 두드러져 보이는 단선적 접근이며, 일종의 탈정치적인 기술관료적 해법이다
개인이 저탄소 생활양식을 실천할 수 있으려면 현재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전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 기후문제의 본질이 온실가스의 농도라기보다, 자연환경을 불평등하게 이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인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사회구조는 인간의 선택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구조는 인간의 선택의 개연성을 결정합니다. 한때 사회구조는 연대, 상호적 돌봄, 상호부조를 촉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구조는 상호의심, 질투, 경쟁을 조장합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결론적으로 기후위기를 인간사회의 눈으로 이해하고 유의미한 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밀스가 말한대로, "개인과 사회, 개인의 이력과 역사, 자아와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포착할 수 있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울 필요가 절실하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역사와, 상업주의에 사오잡힌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 그리고 사회에 배태되어 있는 불평등한 구조를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에서 모두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기후변화에 근본적 차원에서 적응하려는 정책(사회 전체의 변화)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이행하기가 어렵고, 현 사회의 틀 내에서 이행할 수 있는 정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처방이 될 수 없다. (적응정책의 역설)
- 기후변화로 모든 변화를 설명하려는 결정론에 빠져서는 안된다. 기후변화는 그것보다 더 미묘하고 다양한 해석이 열려있는 방식으로, 그러나 여러 면에서 리스크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상의 맥락을 바꾸고 있다. 세상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어제의 익숙한 세상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맥락의 변화이고, 기후위기는 맥락의 위기이며, 맥락의 위기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전제를 뒤집어 놓을, 아주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을 창조한다.
- 군대와 기후변화
미국의 군과 안보 엘리트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오랫동안 인식해 왔음. 기후위기로 세계 도처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미군의 개입이 요구될 것이고, 미국이 전 세계에서 관리하는 수많은 기지와 해안 근처의 군사시설이 직접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군-기후-방산복합체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확장될 것임을 의미.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작은 위험과 큰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거대한 카지노와 가탇.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이 기후위기 시대에 발생하는 전 지구적 갈등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크리스천 퍼렌티는 '무장 구명보트의 정치'라고 설명한다. 자신들은 안전한 무장 구명보트에 타고 있으면서 전세계의 갈등과 분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더 심한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정치를 말한다.
- 기업들의 반기후 로비는 기후변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기보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회의론적 입장을 취하면서 그런 입장을 사심없이 과학적사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과학 전문가들이 가짜 과학과 싸우는 것이라고 내세움. 72-05년 사이 영어권에서 발간된 기후변화 회의론 관련도서 142권을 전수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그중 92퍼센트 이상이 보수 싱크탱크들과 직접적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환경 저술가 엘렉스 스테펜은 에너지 기업들의 이런 전략을 약탈적 지연이라 부른다.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불공정한 시스템으로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꼭 필요한 변화를 가로막거나 늦추는 행위를 뜻한다.
- '당신의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붇기보다 '당신은 애초 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가?'라고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팩트와는 별개로 자기 마음속 깊이 자리하는 어떤 태도의 뿌리로부터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내편이면 팩트, 쟤편이면 가짜, 유리하면 진실, 불리하면 허구'
- 허무주의로 가는 부인의 5단계
(1) 기후변화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2) 기후변화가 있다 해도 인간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3) 기후변화가 있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덮는다
(4) 기후변화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우긴다
(5) 이미 늦었다고 한다
- 어떤 특정한 정치, 경제적 맥락에서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걱정스러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두려움과 죄책감과 무기력함에 직면하고 싶지 않고, 기존의 문화적 규범을 그대로 따르고 싶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나라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카리 마리 노르가르드)
- 기후변화 레짐이란 기후문제를 다루는 국제관계 영역에서 행위자들의 기대가 모여서 만들어진 원칙, 규범, 규칙,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합친 국제체제를 뜻하며 국제 기후변화 체제라고도 한다. 더 넓게 해석하면 레짐에 참여하는 행위자들도 포함됨. 요컨대 기후레짐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요하다고 합의한 넒은 의미의 실천체계라 할 수 있다.
- 기후위기 초기에는 인권운동이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침해에 국가의 책임을 물어 피해를 회복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한 인권침해의 뿌리를 추적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경제, 정치, 사회적 근본조건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즉 기후대응을 둘러싼 논의가 '자연과학/기술관료 담론'에서 출발하여, 전통적 인권을 다루는 사회정의 담론으로 발전했다가, 최근에는 구조적 근본원인을 따지는 사회과학 담론으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전통적 인권담론에 비인간 인격체의 법적 권리가 어떤 형태로든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위기는 인권이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 1980년대 이후.... 미국은 미래지향성을 상실해 시간 지평이 짧아지고, 이에 따라 사회적 할인율 또한 높아졌다. ... 이는 사회의 응집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경제가 정치, 철학, 사회문화를 지배하게 되었다. 경제중심 사회에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노동, 가족간의 유대, 전통적 의무, 교회, 지역공간에 대한 헌신 등도 붕괴되어 갔다. ... 이런 맥락에서 미래에 대한 의식도 설명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의식이 약화되면서 자기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타자와 미래의 복지를 희생시키려는 경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명식)
- 아무리 바람직한 행동이라도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맥락이 바뀌지 않는 한 달성되기 어려움. 기후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과학적 사실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즉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을 사로잡는 데 있다.
-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은 근본적으로 지속불가능한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깊은 무력감 속에 빠져 있다.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알지만, 이미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체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거의 모든 지적, 정신적, 문화적 영위 속에 내포된 근원적 니힐리즘의 주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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