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 항공의 미래는 전기에 있다. 하지만 이는 터보팬 엔진이 태우는 등유의 에너지 밀도와 전기항공기에 언젠가 장착되리라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엄청난 차이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터보엔진이 태우는 에너지 밀도는 12,000와트시인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300와트시 수준이다. 전동기는 가스터빈 엔진보다 2배정도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기임을 고려해도 실질적 에너지밀도 차이는 20배다.
- 물질적 풍요, 기술역량, 높은 수준의 일인당 소비와 그에 수반되는 만큼의 폐기물 등으로 고려할 때 부유한 세계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인상적인 탈탄소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50억명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점점 늘어나는 인구에게 먹일 곡물의 수확량을 늘리기위해 더 많은 암모니아가 필요한 세계에서, 그리고 기본적 기반시설을 짓기 위해 더 많은 강철과 시멘트와 플라스틱이 필요한 세상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화석연료를 느닷없이 포기하지 않을테고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화석연료는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다.
- 모든 살아 있는 세포에는 질소가 존재. 질소는 대기중 80%를 차지한다. 모든 유기체가 질소에 잠긴채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질소는매우 풍부하면서 작물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장에도 관여하는 중대한 제한인자다. 이런 현상은 생물권에서 상당히 모순되는 현실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 가능. 질소는 대기에서 비반응성 분자로 존재하고, 소수의 자연과정을 통해서만 두 질소 원자간의 결합이 쪼개지는데, 이때에야 반응성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곡, 닭, 채소, 해산물 등 우리의 주된 식량 공급원이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앟는 사람들, 또 탈탄소화 가능성을 장담하는 사람들은 이런 근본적인 현실을 무시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고, 그 규모도 모른체하고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 미국은 현대기술이 널리 보금되어 있고 규모의 경제를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까닭에, 식량 생산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는 국내 총공급의 1% 남짓이다. 그러나 식량 가공과 판매, 포장, 운송, 도소매 서비스, 가정에서의 식품저장과 조리준비,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간편하게 제공하는 음식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모두 더하면, 미국에서 식품과 관련해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은 07년 국내 에너지 총공급의 16%에 이르렀고, 지금은 20%에 가깝다. 이처럼 에너지 수요를 인상시킨 요인으로는 생산이 통합됨에 따라 운송수요가 증가하고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현상부터 잦은 외식, 심지어 집에서도 간편식과 즉석식품을 더 자주 찾는 경향까지 다양하다.
- 세계전역의 반응성 질소 공급현황을 보면 여섯가지 주요 통로를 통해 농경지에 전해진다. 대기침적, 관개용수, 밀짚 갈아엎기, 가축분뇨 살포, 공콰 식물이 토양에 남긴 질소, 합성비료살포. 연간 210-220메가톤의 질소 중 합성비료가 약 110메가톤을 담당. 결국 합성 질소화합물이 없으면 세계인구의 절반이 먹을 식량을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 복잡한 시스템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네트워크의 모든 부분에 간접적으로 되돌아간다. 현대 사회는 여기에 관련된 에너지론과 다양한 수단을 파악하지 못했다. ... 산업화한 사회에서 우리가 먹는 감자는 더 이상 태양에너지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제 우리는 약간은 섬유로 만들어진 감자를 먹는다. (하워드 토마스 오덤)
- 지금 우리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 식량체계를 바꾸려 노력하더라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빵덩어리로든 물고기로든 변형된 화석연료를 먹어야 할 것이다.
- 2019년 세계는 약 45억톤의 시멘트, 18억톤의 강철, 3.7억톤의 플라스틱, 1.5억톤의 암모니아를 소비했다. 게다가 이것들은 다른 물질로 쉽게 대체하지도 못한다. 가까운 미래는 물론이고, 세계적 규모로 대체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 우리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미래를 고려할 때, 네 물질의 또 다른 결정적 공통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네 물질 모두의 대량생산은 화석연료의 연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몇몇 화석연료는 암모니아합성과 플라스틱 생산에 직접적 원료가 된다. 또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제련하려면, 석탄이나 천연가스로 만든 코크스가 필요하고, 중유에서 얻는다. 긴 연쇄나 가지로 결합되어 플라스틱을 만드는 대다수의 모노머는 원유와 천연가스에서 추출된다. 암모니아 합성에서, 천연가스는 수소의 원료인 동시에 합성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 그 결과 필수적인 네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세계 전역에 공급되는 일차에너지의 17%가 쓰이고, 이것이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총배출의 25%를차지하지만, 이런 기존 과정을 대신할 만한, 그것도 상업적으로 적용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 실험적 기술과 제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한 가격으로 매년 수억톤에서 수십억톤을 생산하는 기존역량을 대신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 현대경제는 앞으로도 위 네가지 물질의 공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임. 구준히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먹이려면 암모니아에 기반한 비료를 공급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기구와 기계를 만들고, 구조물과 기반시설을 세우려면 플라스틱과 강철과 시멘트가 필요하다. 게다가 태양전지와 풍력터빈, 전기차와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질도 투입해야 한다. 이 물질들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데 스이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얻을때까지, 현대문명은 이 필수적인 물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화석연료에 기본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애플리케이션, 전자문서로는 이런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 독일이 풍력과 태양광을 중시으로 대대적인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을 40%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음에도, 일차에너지 사용에서 화석연료의 몫은 84%에서 78%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 순진하게도 전자장치, 특히 휴대폰이 최근에 이루어낸 급격한 발전이모든 기술분야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기술군중과 학자들이 있다.
전기의 발전과 변압, 송전을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복잡하고 신뢰할 만한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믿음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의 변화(유선전화에서 휴대폰)가 근원적인 시스템 전체의 변화와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겠는가?
- 정보와 접속이 빨라지고, 새로운 개인장치의 채택도 더 빨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휴대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충분한 물 공급을 확보하고, 작물을 충분히 재배 및 가공하고, 가축을 먹이고 도살하며, 엄청난 양의 일차에너지를 생산해 전환하고, 원자재를 채굴해 적당한 용도로 변형해야 한다. 그 규모는 수십억명에 달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출 수 있어야 하고, 기반시설은 대체 불가능한 것들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을 재작성하고, 더 값비산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행위와는 확연히 다른 범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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