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세계

사회 2023. 8. 8. 17:14

- 위기와 격변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겪은 후 미국에는 주주가치라 는 신흥 종교가 등장했다. 기업 운영은 주가라는 단일 지표로 측정되 었고, 나아가 전체 사회가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월스트리트는 교회가 되었고, 다우존스와 나스닥은 예배 의식이 되었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척도였다. CD가 LP를 대체한 것처 럼, 주주가치는 지역사회와 연방이라는 아날로그적 발상에서 비롯된 잡음을 주가 상승 또는 하락이라는 이분법으로 소거시켰다. 빨간색 또 는 파란색, 상승장 또는 하락장으로 말이다.
누구보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주장했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주가 상승이 아닌 다른 이유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은 주 주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것이며, "순수하고 완전한 사회주의를 퍼뜨리 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은 '유럽인'이라고 손가락 질받을 수도 있었다.
- 1966년 미국은 잠재 GDP의 2.5퍼센트를 도로, 교량, 학교, 정수시설, 하수도 등 사회 기반시설(인프라)에 투자했다. 이후 20년 동안, 그중에 서 주로 닉슨과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인프라 투자는 극적으로 감소했 다. 1983년에는 GDP의 1.3퍼센트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그 이 후로도 비교적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건설 자 재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비율은 실제 투자 비율보다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 도로 5개 중 하나 는 상태가 좋지 않다.' 미국인의 45퍼센트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 다. 2분마다 한 번꼴로 수도관이 파열된다. 핵심 인프라에 수많은 결 함이 생긴 나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위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시 간주 플린트에서는 1만 2,000명의 어린이가 납으로 오염된 물을 마셨 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와 지능지수에 영향을 미치고 알 츠하이머병과 레지오넬라증을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12층짜리 해변 콘도가 무너져 98명이 사망했다.
반면 중국의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용은 미국보다 10배 더 많 다.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1,200킬로미터) 기차로 4.5시간이면 가지만' 보스턴에서 워싱턴 D.C.까지 (705킬로미터)는 7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 지난 25년간 401K 퇴직연금', 뮤추얼펀드, 인터넷 덕분에 주식시장에 참여한 미국 가구는 전체 가구의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 이제 비즈니 스 뉴스와 투자 매체는 실물경제의 주요 상품이 되었고, 주식 시황은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로 인식된다. 1989년에는 직간접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가구가 미국 전체 가구의 3분의 1도 안 되었지만, 2019년에는 거의 절반 이상으로 증가했다.
주식을 보유한 가구는 증가했지만, 부의 불평등으로 폭주하는 열 차를 늦추는 데 효과는 거의 없었다. 여전히 미국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전혀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주식 소유자의 분포 또한 매우 불균등하다. 상위 1퍼센트의 미국인이 미국 가계 소유 주식의 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위 80퍼센트는 13퍼센트만 보유하고 있다.'
- 레이건 혁명'은 개인을 찬양했다. "평범한 사람 average Joe"은 효과적인 정치적 소품이었지만, 이 이야기에는 영웅적인 지도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경제 번영의 물결이 배를 거의 들어올릴 즈음, 사람들은 경제 성장의 공로를 노동자 대중이 아니라 그들을 지휘하는 뛰어나고 기회주의적이거나 그저 운이 따랐던 개인에게 돌렸다. 신앙인의 감소'와 초 자연적 존재에 대한 의존 탓에 생겨난 공허함을 현대 사회의 구세주인 혁신가가 채워주었다.
개인주의는 미국의 역사에 내재해 있다. 미국인은 서부를 길들인 카우보이를 기념하고, 미국의 상업적 힘을 구축한 것처럼 보이는 발명 가와 기업가를 존경한다. 혁신가에 대한 숭배는 기술 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기술에 대한 믿음에는 성공은 개인이 성취한 결과물 이자 근성과 천재성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은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굳혔을까?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돌아갈 기회를 줄이면서 이미 부유한 사람들 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정책 때문에 가능했다.
세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회사의 주식을 팔아서 얻은 소득에는 그 사업체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이 얻은 소득보다 낮은 세금이 부과된다. 가난한 사람에게서 부자에게 부가 이전되는 두 번째 방식은 다음과 같다. 주택 소유자는 두 채까지 집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이자 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은 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임대료를 낸다. 우리는 돈이, 그리고 그 돈이 벌어들이는 돈이 땀보다 더 고귀하다고 기능적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부의 이전은 미국 대중들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 제시 되지만, 실제로는 부를 유지하는 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 메시지는 미국 주식의 89퍼센트를 소유한 10퍼센트 사람들이 당신에게 전하는 주장이다.
- 미국의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또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사이가 이렇게까지 단절된 적은 없었다. 1980년 이전까지 미국의 총금융자산 은 국가 GDP의 2배를 초과한 적이 없었다. 이 비율은 그 후로 계속 상 승해 팬데믹이 시작될 때 5.9:1까지 올라가 최고점을 찍었다' 전례 없 이 돈을 찍어내고, 모기지 담보증권과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월스트리트의 능력과 대량 금융 살상 무기 같은 다양한 요 인으로 금융화가 확대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GDP 가 가장 높은 10개 나라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는 2000년 290조 달러에서 2020년 1,020조 달러로 급증했다. 1,000조 달러가 넘는다니, 5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숫자다. 같은 기간 동안 실물 자산의 가치는 160조 달러에서 520조 달러로 증가했다.
금융화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주로 자산가와 금융 업계 종사자가 혜택을 받는다. 더 중요한 점은 금융화가 현실 세계를 희생시키는 가운데 시장의 중요성을 계속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을 구제하는 것이었는지를 설명해준다.
-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는 맥월드 엑스포 행사 기조연설에서 애 플이 휴대전화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잡스는 이 휴대전화를 "모든 것 을 바꿀 혁명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옳았고, 아이폰은 모든 것을 바꿨다. 우리는 단지 어떻게 바뀔지 몰랐을 뿐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3년밖에 안 된 페이스북이라는 신생 기업이 야 후가 제안한 9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결정을 의아해하고 있었다. 오데오odeo라는 팟캐스트 회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South by Southwest 축제에서 자사 신제품인 트위터를 마케팅하고 있었다."
인터넷 붐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지만, 진정한 패러다임 전 환이 도래하기까지는 10년이 더 걸렸다.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힘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우리는 수익이 아닌 사용자를 기 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수와 국가의 인 구 중 어느 쪽이 더 급속히 성장하는지 비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실 제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무료로 사용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인터넷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품이 된 것이다.
- 2010년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3퍼센트를 휴대전화에 사용했다. 2021년 휴대전화 사용시간은 33퍼센트로 증가했으며 '그 절반 이 상은 소셜 미디어를 한다. 우리의 관심에서 창출된 수익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다수의 기업이 거의 챙겨간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광 고수익이 전체 수익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메타의 경우 거의 98퍼센트다. 이 두 회사가 미국 전체 광고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벌 어들인다. 이 모든 것이 불과 10년 안에 일어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알고리즘 때문에 가능했다. 알고리즘 분석 결과 우 리를 화나게 만드는 콘텐츠가 가장 관심을 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용자가 거북하다고 판단한 유튜브 동영상이 일반 동영상보다 70퍼 센트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트위터에서 거짓은 진실보다 6배 빠른 속도로 퍼진다." 페이스북은 전체의 15퍼센트가 넘는 시간 동안 이용자에게 신뢰할 수 없는 뉴스를 내보낸다." 인터넷은 더 연결된 세 상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효과를 가 져왔다. 우리는 각자의 에코 체임버 echo chamber"에 갇혀 더 이상 화합하 지 않는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성공한 민주주의는 일 반적으로 강력한 제도, 공유하는 역사,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오지만, 소셜 미디어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악화 시킨다고 말한다." 멍하게 글을 게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리트윗하 는 가운데 우리는 길을 잃었다.
- 한때는 실행이 불가능해 보였고 크게 오해받기도 했던 비즈니스 모델 이 기기 사용 시간의 폭발적 증가를 촉진했다. 바로 광고다. 37조 기가 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해 0.2초 안에 개인 맞춤형 결과를 작은 가상 광고판에 순위별로 제공하는 알고리즘 검색 엔진, 여기에 비용을 지급 한다는 생각은 구글이 처음 이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성공 여부가 의 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 것은 규모의 힘이었다.
더 많은 시간을 기기에 소비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디지털광 고 시장은 현금을 긁어모으는 거대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1년에는 디지털 광고가 미국 전체 광고 수입에서 20퍼센트를 차지했다. 그 이 후비 디지털 광고 시장은 위축됐지만, 디지털 광고는 폭발적으로 늘어 났다. 디지털 광고는 이제 미국 전체 광고 수입의 6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 산업을 약 2,500억 달러 규모로 변모시켰다.
- 소셜 미디어 게시물은 알고리즘에 따라 순위를 매겨서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즉 사용자의 참여를 최적화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실제로 검열하는 유일한 콘텐츠는 우리를 지루 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내용이 덜 온건하고 극단적일수록 콘텐츠를 널 리 퍼뜨리는 데 유리하다. 페이스북에서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한 사람 들의 64퍼센트는 알고리즘이 그들을 그곳으로 유도한 덕분이었다. 미국의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 이 온라인에 등장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이미 미국인의 절반은 그들의 음모론을 접해보았 다. 사실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분열시키기 좋아한다.
- 14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흑사병은 4년 만에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2,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이 흑사병조차도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인구 감소가 1인당 소득 증가와 도시 생활로의 전환으로 이어지면서 도시 생활에 필요한 비 필수품의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도시 규모가 커졌고, 오랜 기간 성장하지 못했던 유럽 경제의 엔진을 정비함으로써, 다음 세기에 활기를 가져왔다. 이 현상에 대해 연구자 들은 전염병, 전쟁, 도시화를 '부를 이끄는 세 기수 the three horseman of riches 라고 불렀다. 이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도시 성장과 경제 활동을 촉진 했기 때문이다.
- 2021년에 540만 건의 신규 사업 신청이 있었다. 이는 2020년 440만 건보다 23퍼센트, 2019년 전체보다 35퍼센트 높은 수치다. 팬데믹 경 제는 짧은 지속 기간이나 K자형 회복세를 보이는 등 일반적인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았으며, 몇 가지 요인으로 이 기간을 10년 만에 가 장 창업하기 좋은 시기로 만들었다.
엄청난 저축과 정부의 부양책, 기록적인 자산 가치 상승의 조합은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자 중심주의를 미덕으로 삼은 이래 우리가 그동 안 보아온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소비자 지출의 물결을 형성했다. 소비 자와 기업 사이에서 현재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 스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상이 증가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 인에게 바이러스 면역이 생긴 것처럼 혁신적인 분야의 등장은 전통 산 업을 혼란에 빠뜨렸다.
- 미국은 많은 부분에서 세계를 이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교도소 문 제는 별개다. 2021년 현재, 미국인 10만 명 가운데 639명이 감옥에 갇 혀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수감률이 높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 았어도 사회적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을 투옥하는 권위주의 정권 쿠 바조차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미국보다 낮다. 미국의 수감률 이 일본보다 17배 높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으며 러시아보다도 2배 나 높다. 미국 교도소 수감자의 수를 도시에 비교해보면, 미국에서 다 섯 번째로 큰 도시가 된다. 애틀랜타, 마이애미, 신시내티, 멤피스 인구 를 다 합친 것보다 인구가 많을 것이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1 정도이지만, 교도소 인구의 거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 모든 교도소를 유지하는 데 연간 8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우리는 이 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비폭력 범죄에 대한 선고를 재평가해야 하며, 폭력 전과가 없는 수감자는 석방을 고려해야 한다. 마약 법정, 전환 프로그램과 교도소에 대한 다른 대안들이 확대되어야 한다. 석방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 적응 프로그램과 교육도 시행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한 청년을 가둬두었다가 몇 년 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청년을 길거 리에 내버리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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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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