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의 증감 추세가 들려주는 번영과 평화의 이야기도 있다. 동아시 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결과, 정부와 각 가정은 줄어든 부양가족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청년 노동자층의 증가와 소득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동아시아를 세계의 유력 지역으로 급상승하게 만든 경제 기적의 33~44퍼센트가 이러한 인구 변화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또한 사회의 민주적 변화를 이끌었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 인구의 연령 구조는 1990년대 중반 한국과 대 만의 연령 구조와 비슷했다. 2010년 튀니지에서 성인 대비 청소년 인구 비율은 1993년 한국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각각의 시기 두 국가의 중위 연령 또한 거의 같았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과 민주화의 열망은 튀 니지와 연령 구조가 유사한 주변 국가들의 정치 지형에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와 번영의 상징이다. 아주 간신히 유지되고 있 지만 튀니지도 지금은 자유 사회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인구통계학자들 은 튀니지가 계속되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더 완성된 인구 연령 구조로 바뀐다면, 갓 출발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혼돈 상황을 지 나 아직까지 변변하게 내세울 만한 민주국가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평 화롭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거라고 기대한다.
- 미국인 작가 마크 쿨란스키가 설명하는 것처럼, "1968년과 관 련해서 독특한 것은 서로 전혀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저항하고 있는 사 람들 사이에 저항하고자 하는 욕망, 저항 방식에 대한 생각, 기존 질서 로부터의 소외감, 모든 형태의 권위주의에 대한 깊은 혐오를 공통적으 로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62 그는 더 나아가 1968년의 전 세계적으 로 극단적 상황을 조성하며 글로벌 불안을 초래하는데 기여한 요소를 네 가지로 분석했다. 민권 운동의 확산, 범세계적 경멸의 대상이었던 베 트남전쟁, 텔레비전의 출현. 그리고 마지막 요소로 "모든 형태의 권위를 거부하는, 이전 세대와 너무나 다르고 생경한 느낌김의 세대"가 그것이었다.
- 항의 및 시위와 정치적 관여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해도, 다 른 연령 집단에 비해 높은 비율의 청년 집단이 있는 나라들은 민주적으 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노아 브릭커와 마크 폴리 는 전체 노동력 가운데 17세에서 26세까지의 비율로 청년위기지수 YRF 를 산정했다. 아랍의 봄 시기에는 시리아와 이집트, 튀니지의 YRF가모 두 높았고, 그중에서 시리아가 가장 높았다.여 현재 튀니지의 충돌 위기 는 감소하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노동 연령에 진입하는 집단의 크기가 이전 세대에 비해 더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리아의 충돌 위 기는 높아지고 있다. 노동 연령에 진입하는 집단의 크기가 이전 세대보다 계속해서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국가가 젊은 연령 구조에서 벗어나 고령화하면, 민주 국가로 바필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리처드 친코타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연령구 조를 가진 나라는 성년 초반의 인구 비율이 약 0.40(중위연령이 29.5세 정 도인 상황)까지 하락한 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50퍼센트 정 도 된다.65 중위연령이 25세 이하인 국가 중에 프리덤하우스가 자유국가 로 분류하는 기준을 10년 이상 유지한 나라는 거의 없다.6 또한 중위연 령이 15세인 나라가 자유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은 약 8퍼센트에 불과하 다. 반면 중위연령이 25세 이상인 나라 중에 자유국가가 될 확률은 30퍼센트가 넘고, 중위연령이 35세인 나라는 75퍼센트로 그 가능성이 급등한다. 중위연령이 45세에 이르면, 자유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90퍼센 트에 달한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중위연령이 높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민주주 의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이기는 하지만 10년이 휠씬 넘게 자유 국가 등급을 유지한 매우 젊은 연령대의 국가들이 있다. 말리(12년), 베 냉(27년),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자유국가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가나가 그런 나라들이다. 인구 구성이 고령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재 국가의 요소를 그 대로 가지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친코타와 동료 학자 존 도시스는 "청 년층이 불거져 나온 인구 구조의 소멸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경우는 오로지 임시 군사 정권이나 세력이 약한 1인 독재 정부, 또는 부분적인 민주 정부가 다스리는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경쟁 세력이 없는 대부분의 독재 정권, 예컨대 일당 독재 정부(중국과 북한)와 강력한 1인 전제 정치(러시아, 싱가포르, 쿠바)는 현재까지 그러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여성들이 직장에 나가는 것을 단념하게 되면, 주부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은 더 명확해지고, 출산율은 어느 정도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출산 율에 영향을 끼치는 불안정 요소들은 여전히 남는다. 남성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출산율이 낮아진 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이탈리아, 폴란드, 슬로바 키아에서 목격했다.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젠더 규범과 노동시 장 조건 사이의 상호작용이지, 그 둘 중 어느 하나가 아니다.17 출산율은 직장 내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나눠져 있는 나라들에서도 일반적으 로 낮았다. 남녀의 역할을 구별하는 규범들이 여성들에게 직장일과 가 정을 조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일련의 선 택들을 제공하기보다는 특정한 라이프 스타일에 여성들을 가두기 때문이다. 반면 핀란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미국처럼 직장 내에서 남 녀 간의 역할을 엄격히 나누기 보다는 유연한 환경을 갖춘 나라들의 출산율이 더 높았다.
- 국가 내의 다양한 집단들이 자연적 인구 증가나 이민을 통해 서로 다른 증가율을 보일 때, 경제 자원이나 정치권력, 또는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접근 권한을 둘러싼 분쟁들이 종종 일어난다. 민족, 인종, 그리고 종교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표식으로 사용되는데, 그것은 공동체 의식 을 낳는다. 이러한 범주들 사이의 경계는 우리가 르완다에서 본 것처럼 끊임없이 바뀌지만,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 진다. 이러한 경계들은 분명히 어느 정도 실재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민 족공동체를 임의로 만들어진 상상의 공동체로 규정한다. 민족공동체는 머릿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상상의 산물이지만, "대개 포괄적인 사 회 제도들이 들어서는 토대"이자 급진적 정치 변화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 지금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인구 관련 정보 를 더 많이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독재자가 언제라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 위해 그 정보를 악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산다. 한 국가의 인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아는 것 은 언제나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적으로 출생 과 사망에 대한 기록을 열심히 잘 유지해 온 이유다. 어떤 인구통계 정보를 수집하고 무엇을 빈칸으로 남길 것인지를 결 정하는 것은 가장 높은 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예컨대, 2020년 미국 인구조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표면적으로는 미국 내 불법이민자 의 수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조사 양식에 시민권 관련 질의 항목을 추 가하는 조치를 추진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여 이 항목은 결국 2018년 3월에 추가되었는데, 이 항목의 응답은 정부가 불법으로 체류하 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해서 강제 추방하는데 쓰일 수 있어서, 응답자들이 그런 질문에 정직하게 답변할 동기가 거의 없거나 단체로 답변을 거 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사의 신뢰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그 결과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는 복잡한 문제다
- 인구통계학적 변화 속도가 가속화할 때(특히, 민족, 인종, 종교적 인구 구성의 변화) 정체성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그것이 폭력으로 분출할지, 아니면 투표 결과로 나타날지는 현행 제도의 위력과 기능에 달려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는 여기서도 서로 차이가 난다. 남반구 국가들은 북반 구 국가들보다 취약한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에, 인구 압력을 받으면 사 회가 더 쉽게 균열된다. 반면에, 북반구는 인구 압력을 받으면 정당 간 권력 이동으로 나타나고, 지역사회에 한정해 긴장이 조성되고, 고립된 폭력으로 확 타오르다가도 금방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둘 다 인구는 중요한 문제다.
- 일반적으로, 인구통계학적으로 절호의 기회라 함은 출산율 하락 이 후 15세 미만 어린이들이 전체 인구의 30퍼센트 미만이고,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15퍼센트 미만일 때 시작된다. 이 시기에 중위연령은 약 26~40세다. '절호의 기회'가 열리면, 각 나라는 보건, 교육, 경제성장, 그 리고 정치적 안정에서 배당효과를 본다. 대개 학자들은 이러한 연령 구 조의 변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인구배당효과 demogmphic dividand라 고 부르는데, 생산 인구가 전체 인구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1인당 소 득증가율이 상승할 때, 이런 효과가 발생한다. 경제적으로 생산력이 있 고, 세금을 내고, 정치에 참여하고, 군대에 가는 인구가 노동력이 없는 연령 인구(노인이거나 미성년)보다 증가하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은행에 예금계좌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계좌에 돈을 넣 어야 배당금이 붙는다. 인구배당효과도 그와 다르지 않다. 아일랜드는 자국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올바른 정책 들을 마련했다. 1950년대에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장려하고 수출 을 촉진하는 등 경제 개방을 확대했고, 1960년대 중반에는 무상 중등교육 정책을 실시했다. 아일랜드 호랑이(흔히 켈트족 효랑이라고 부르는데 아 시아의 호랑이'에 빗대어 정제 부흥을 이룬 아일랜드를 지칭한다 옮긴이)는 자 국의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mus(인구배당효과의 다른 말-옮긴이) 기간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의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1인당 경제성장률 (1960년부터 1990년까지 연간 3.5퍼센트, 1990년대에는 5.8퍼센트 성장)을 보였 다. 어린이(5세 미만) 사망률은 1950년에 1,000명당 49명에서 20세기 말 에는 7명으로 낮아졌다. 이른바 아시아의 호랑이들(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또한 자신들에 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잘 이용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 국 가들은 가족계획 시책을 펼쳐 출산율을 낮추면서 어린이 교육에 투자 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 대만,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정부들은 인구 증 가가 감소하기 전부터 읽기 쓰기 교육과 국민 보건에 힘을 기울인 덕분 에 찾아온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구 변천을 적절하게 잘 활용한 것이 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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