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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심리 2014. 11. 11. 21:59

 


오래된 연장통

저자
전중환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14-05-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진화, 현대 사회와 인간을 해부하다! 요리, 유머, 쇼핑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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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마음은 인류의 진화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여러 현실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수많은 심리기제들의 집합임. 마음이 설계된 목적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이론틀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미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한 예측들을 풍부히 생산하여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냄. 심리학 뿐만 아니라 철학, 예술, 종교, 미학, 경영, 법학, 의학 등등 인간의 지식 체계들이 인간 본성에 대한 저마다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마음에 대한 진화적 탐구는 인간이 이룩한 학문 전체를 통합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임.

- 문화는 생물학적 진화와 대척점에 있지 않음. 집단 내의 동일성과 집단간의 차이를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문화는 궁극적으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음. 다윈 혁명이 도래한 오늘날, 진화의 관점을 통하지 않고서는 문화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음.

- 어떤 지역의 토착 병원균을 잘 다스리는 면역능력을 비슷하게 지닌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게됨. 다른 지역에 살면서 그곳의 토착 병원균에 나름대로 적응한 외부인과 함부로 접촉하면, 전혀 새로운 병원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으니 피하는 게 상책임. 요컨대, 병원균에 대한 심리적 방어가 외인 혐오증과 자민족 중심주의를 낳았음.

- 집단주의를 개인주의와 구별짓는 두가지 특징은 첫째, 내집단과 외집단의 엄격한 차별과, 둘째, 권위와 전통에 대한 순응임. 전통을 따르길 강조하면서 일탈을 용납못하는 태도는 그 지역의 고유한 병원체들에 대한 방어로서 형성된 문화적 관습을 계속 유지하게끔 해줌. 예컨대 우리는 음식에 고추, 파, 마늘처럼 맵고 자극적인 향료를 첨가하여 병원균의 활동을 억제하게끔 진화하였음. 집단주의가 개인주의보다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면, 역사적으로 병원균이 더 많았던 지역에서 집단주의적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것임. 진화생물학자 코리 핀처 등은 말라리아, 주혈흡충병, 사상충병, 뎅구, 나병, 발진티푸스, 결핵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대표적 병원균 9종이 전세계 93개국에서 얼마나 분포하는지 조사. 예측대로, 과거에 병원균이 득세했던 수준은 각국의 집단주의 지수와 정비례했고, 개인주의 지수와 반비례. 덥고 습해서 병원균이 더 많았던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나라들이 춥고 건조한 북유럽이나 극지방의 나라들과 비교해서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음.

- 제프리 밀러는 유머와 웃음이 성선택에 의해 진화했다고 주장. 창의적이고 머리회전이 뛰어난 남성만이 알짜배기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우수한 유전적 특질을 은연중 광고함. 여성은 웃기는 남성을 택함으로써 자식들에게 좋은 유전적 이득을 물려줌. 여성들 앞에서 남성이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구사하는 유머는 수공작이 암컷 앞에서 펼치는 화려한 꼬리임.

-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등 기본적 맛을 느끼는 미각체계임. 단맛은 우리를 매혹해 탄수화물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원을 많이 먹게 함. 신맛도 당분이 함께 들어있는 과일로 우리를 이끔. 짠맛은 갑작스러운 탈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자 짭짤한 음식에 끌리게 함. 쓴맛은 식물들이 만드는 방어용 독소를 처음부터 피하게 해줌

- 향신료가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는 까닭은 식물종마다 조금씩 다른 2차대사 산물인 피토케미컬을 지니기 때문. 피토케미컬은 식물이 초식동물이나 초식곤충, 곰팡이, 병원균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화학무기로 수십가지의 피토케미컬을 어떻게 잘 배합하느냐에 따라 각 향신료 고유의 매운 맛이 만들어짐.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 대표적임. 피토케미컬이 만드는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니라 통증임.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뇌에서 자연 진통제인 베타-엔돌핀이 분비되므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짐.

- 향신료가 인간에서 항상 이로운 것은 아님. 향신료 안에 든 피토케미컬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암이나 돌연변이, 혹은 태아의 기형을 초래할 수 있음. 그러니 어린아이들이 매운 김치를 못 먹는 것도 당연하며 그럴 만한 진화적 이유가 있음.

- 조경 연구자 조이 애플턴의 조망과 피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끔 진화. 장애물에 가리지 않는 열린 시야는 물이나 음식물 같은 자원을 찾거나 포식자나 악당이 다가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리는 데 유리. 눈이 달려 있지 않은 머리위나 등뒤를 가려주는 피난처는 나를 포식자나 악당으로부터 보호해줌. 산등성이에 난 동굴, 저 푸른 초원위의 그림 같은 집, 동화속 공주가 사는 성채,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된 2층 카페 등은 모두 조망과 피신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음. 풍수지리설에서 배산임수, 즉 뒤로 산이나 언덕을 등지고 앞에 강이나 개울을 바라보는 집을 높게 쳐 주는 것에도 심오한 진화적 근거가 깔려 있음.

- 왜 우리 조상들은 진화적으로 쓸모 없어 보이는 꽃에 매혹되는 심리를 진화시켰을까? 고든 오리언스는 꽆이 향후 몇달 동안 이곳에서 유용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라고 제안. 꽃은 오래지 않아 이 자리에서 과일이나 견과, 덩이 줄기 같은 음식물이 나오게 되리라고 알려줌. 뿐만 아니라 꽃이 있는 곳에는 인간의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들도 찾아옴.

- 이야기에 대한 별스러운 애착은 인간이 다른 진화적 적응들을 갖추다 보니 부수적으로 발현하게 된 부산물일 수 있음. 예컨대 우리의 마음이 진화한 소규모 집단에서는 누군가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아내는 것이 번식이 도움이 되었음. 하지만 대중매체와 과학기술이 득세하는 현대환경에서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현실 또는 상상속의 인물들의 사생활을 엿보면서 즐거움 그 자체만을 탐닉하는 현상이 뒷소문을 추구하는 적응의 부산물로 생겨나게 되었음. 아니면 이야기를 즐기는 성향 자체가 어떤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된 진화적 적응일 수 있음. 이야기는 극중 인물이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생생하게 재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주게끔 설계된 적응임. 즉 이야기는 삶의 모형임. 생존과 번식이 결판나는 치열한 전장으로 투입되기 전에 이러한 모의실험이 굳이 필요한 까닭은 우리의 인생항로가 그만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

- 해밀턴은 타는 듯한 가을빛이 나무가 해충에게 보내는 경계 신호라고 보았음. 진딧물처럼 가을에 적당한 나무를 골라 앓을 낳아 겨울을 날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곤퉁들을 향해, 나무가 자신의 경계 태세가 얼마나 철저한지 알려주는 신호가 바로 가을 단풍이라는 것. 진딧물은 나무들이 각기 다르게 내는 신호들에 반응해서 가장 형편없이 단풍 든 나무에 내려앉음. (건강한 나무에서는 다음해 봄에 쓰디쓴 대사산물을 만들어내 먹지 못함) 결국 휘황찬란한 가을빛은 나무와 곤충의 공진화가 만들어낸 적응임.

- 종교가 행위자 탐지, 민감심리, 동맹 심리 등의 여러 진화적 적응들에 딸린 부산물이라고 보는 관점은, 마찬가지로, 인간이 종교에 쉽게 빠져들기 쉬운 동물임을 암시. 무신론을 지키기는 어렵고, 종교에 귀의하기는 쉬움. 종교가 번성하게 된 까닭은 초자연적인 신이나 사건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일어났기 때문이 아님. 종교는 자연선택이 인간의 마음을 세속적 생존과 번식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설계하다보니 어쩔수 없이 떠안아야 했던 부대비용이었음.

(1) 행위자 탐지 적응 : 애매모호한 상황에 부딪혔던 우리 조상은 포식자나 맞수가 자신에게 끼칠지도 모르는 위험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행위자가 있다고 우선 믿어버리는 성향을 진화시켰음. 이러한 행위자 탐지 적응 때문에 우리는 구름속에서 얼굴을 보고, 바람소리에서 목소리를 듣고, 잉크 얼룩에서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발견함.

(2) 민간심리 : 타인의 행동으로부터 우리가 직접 만지거나 볼 수 없는 타인의 마음을 유추. 눈에 보이는 몸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는 능력을 일단 얻게 되었다면 굳이 몸에 얽매이지 않고 홀로 존재하는 마음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음

(3) 동맹심리 : 우리와 너희를 엄격히 구별하여 내 집단을 챙기고 다른 집단을 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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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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