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방침이 정해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많은 일을 떠올리며 고민하던 회로는 거의 작동하지 않게 된다. 고민이 많은 상태는 젊음과 에너지 넘치는 존재의 상징일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나이 들면서 많은 경험이 뇌 속에 축적된다. 그 방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리면서 고민하지 않고매일 같은 과제를 착실하게 해내는 삶은 좋을 수 있다. 귀찮은 과거는 기억하지 않는 게 살기에 더 편하고 가능하면 고민 따 위는 안 하며 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젊음과 삶의 에너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생각해 내는 회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의식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귀찮다', '필요 없다'고 단정 짓고 하지 않는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생각해 내기는 매우 창조적인 일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했을 때 그것은 '정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여러 번 생각해 내고 실제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때 정보는 '지혜'로 바뀐다.
- 취미나 부업은 없어도 '본업은 있어야 한다며 '취미나 ‘부 업'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상황을 동일 선상 에 놓지 않고 본업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사실은 '본업’도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연히 정규직, 비정규직, 상근, 비상근 같은 구별도 불필요한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다섯 살 아이의 삶은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이 곧 젊음이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생에서 즐거운 시간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또 그 시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뇌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립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정을 받는 '성공'을 이루자는 관점이 아니라 '인생은 모두 가설'이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뇌에 부족한 영양소를 찾고 자신만의 '기쁨'을 발견해 창의적으로 100년을 살 수 있는 힌트를 구하자. 우선 '다움'의 가면을 벗고 다섯 살 시절을 떠올려보자.
- 어떤 기억을 되살렸을 때 그 기억은 현재의 상황과 사고, 감정을 함께 받아들이면서 다시 해마를 이용해 새롭게 정착된다. 다시 말해, 기억은 생각날 때마다 현재의 간섭을 받아 변경된다. 이것이 기억의 편집이다. 컴퓨터는 파일을 한 번 저장하면 계속 같은 위치에 있고, 여러 번 열어도 앞서 연 상태 그대로 꺼낼 수 있지만 인간의 기억은 꺼낼 때마다 장소도, 내용도 조 금씩 변한다. 생각이 날 때마다 수정에 수정이 더해져 '사실'에서는 멀어 지고 살아가는 데 정말로 필요한 기억으로 변해간다. 이따금 그 편집 과정에서 실제로는 없었던 디테일까지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해마라는 편집 구조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있지도 않았던 일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누구나 '가짜 기억'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무언가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휴식할 때 활발하게 작동하는 뇌 부위다(해마도 이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집중할 때 뇌가 활발히 작동하며 또 집중하기 때문에 뇌가 단련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만 일을 하는 뇌 부위가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이 회로를 잘 움직이게 하려면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 뇌는 쉬고 있을 때 마음껏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고 체험 과 체험을 연결해 기억을 정리한다. 우리는 낮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때는 정보가 들어오기만 해서 뇌가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는 비로소 기억을 정리 하기 시작한다. 생각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상황이 쓸데없는 시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기억을 정리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 좋았던 일만 계속 생각하고 안 좋은 일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안 좋은 일만 자꾸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서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을 발견하는 데 서툰 사람이 있다면 의식적으로 그런 일을 떠올리려고 노력해 보자. 인생이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일만 떠올리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면역 역할을 하거나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안 좋은 기억을 억제하는 유형, 기분 나쁜 일만 생각하는 유 형 가운데 어느 쪽이든 자신의 기억 습관을 고치기 위해 평소 기피하던 기억을 의식적으로 생각해 내야 한다. 의식한다는 건 전두엽으로 기억을 끌어낸다는 뜻이다. 뇌의 사령탑인 전두엽은 끌어낸 기억을 어떻게 할까? 전두엽은 그 기억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뇌의 다양한 영역에 질문을 던진다. 현실 세계와 대조하며 기억을 광범위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 기억을 생각해 내고 정리한다는 건 과거의 경험과 마주한다는 뜻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감정을 다시 쓰는 것이다. 일부러 나쁜 기억을 떠올리고 그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자. 전두엽으로 기억을 끌어내면 현재의 새로운 지식과 경험 에 비춰 논리적으로 그 경험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걸 볼 수 있다. 이때 좋은 면을 발견하면 그 기억은 더 이상 나쁜 기억이 아니게 된다. 중층적인 체험을 할수 있다.
- 생각하려는 습관은 생각하는 데 이용되는 회로 를 단련한다. 따라서 건망증을 방지하고 말 그대로 안티에이징 anti-aging으로 이어진다. 생각해 내려는 시도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아서 짜증이 나 생각해 내기 자체를 그만두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건망증은 기회라 할 수 있 다. 건망증은 어떤 상태일까? 뇌의 전두엽이 '나는 이걸 기억 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측두연합영역이 그에 대해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상태다. 전두엽은 '이것은 경험이 있어서 잘 알고 있어'라며 '이것을 기억해 내!'라고 측두연합영역에 전달하지만 측두연합영역이 대답하지 못해서 조바심을 낸다. 여기서 기분 나빠하지 않고 대답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이 나면 이거야! 드디어 생각해 냈어! 기쁘다!'라며 보상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 한다. 뇌는 한 번 도파민을 분비하면 그때 했던 일을 다시 하고 싶어하는 성질이 있다. 그리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힘들게 생각 해 내면 처음에 느낀 불쾌감을 훨씬 뛰어넘는 큰 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각해 내기는 즐거운 일이다, 생각해 내기 를 좀 더 하고 싶다' 하고 생각해 내기와 관련된 회로가 강화된 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비로소 생각해 내는 회로를 강화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 현대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멋있다는 가치관이 우세해 무의식에 대한 통제를 당연하게 여긴다. 무의식은 거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는 무의식이 신호를 보내온다고 해도 바로 알아채는 데 능숙하지 않다. 따라서 미리 사전에 그 신호를 잘 들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창조 활동은 생각해 내기와 비슷한 면이 매우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두엽이 측두연합영역에 '이런 느낌이 전에도 있었지?', '저건 뭐야?' 하고 물으면 기억이 전두엽으로 불려 나오는 과정이 생각해 내기(떠올리기)'다. 그에 비해 '창조'란 전두엽이 측두연합영역에 '이런 느낌의 것이 있으면 편리할 것 같은데 뭔가 없을까?' 하고 물으면 측두연합영역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들이 새롭게 조합되어 전두 엽으로 나오는 것이다.
- 감정의 미묘한 색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애매한 것도 아니어서 이전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 지난번의 그 감정과 유사하다!'라며 확실히 감지할 수 있다. 뇌는 미묘한 감정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그것을 단서로 기억을 보존한다. 따라서 항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질감에 주의하 자. 이런 훈련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질감을 꼬리표로 삼아 지 금까지 한 번도 떠올려본 적 없는, 뇌 속에 묻혀 있던 기억도 끌어낼 수 있다. 일상에서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의식하면 단순히 희로애락만 생각해 왔던 사람은 가장 먼저 자신이 이렇 게 많은 종류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렇게 자기감정이라는 팔레트 속의 물감을 늘려나가면 감정 을 계기로 소환되는 기억도 다양해진다.
- 못다 한 일들을 생각해 내 이따금 떠올리면 장차 기회가 왔 을 때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수첩 같은 외부 대상에 목록을 적 어놓으면 안심하게 되어 필요한 순간에 생각해 내기가 어렵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증기기관차 같은 기계를 때때로 작동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보존하는 것을 동태 보존'이라고 한다. 기억도 전두엽으로 가끔 꺼내서 동태 보존을 해두면 예컨대, 서점을 지나가다가 '아, 《파리대왕》 읽고 싶었는데' 라며 그 순간에 적합한 생각이 떠올라 책을 구입해 읽을 수 있다. 뇌 속에 목록을 넣은 다음 가끔씩 상기하면 그 기억은 언제 까지나 약해지지 않아서 필요할 때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다. 이 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평소에 하지 못 한 일들에 대해 희망 사항을 동태 보존하고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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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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