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투자

경제 2019. 4. 20. 08:06

- 만일 어느 기업이 좋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미 주가에도 반영되었을 공산이 크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나쁜 기업에서 좋은 주식이 나오는 게 현실. 그런데 투자자들은 대개 나쁜 기업에 투자하기를 두려워함. 그 기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어도 사실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임. 그들은 흔히 나쁜 기업이 좋은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월스트리트의 컨센서스가 나온 뒤에야 그 기업에 관심을 보인다
- 닷컴 버블로 대변되는 90년대 후반의 강세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자기가 월스트리트보다 투자를 훨씬 잘한다고 착각. 당시 여러 투자포럼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청중이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을 향해,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지금의 시장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지금은 기술주에 투자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허다했음. 언론사, 투자 웹사이트 등은 그런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에 재빨리 편승해 그 흐름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훗날 개인 투자자들은 한 업종에 과도하게 투자했던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99년 한 해 동안의 엄청난 수익률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 처참히 무너짐. 반면 심한 조롱과 모욕을 당했떤 펀드매니저들은 손실을 거의 입지 않음.
- 인터넷이 포문을 연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것이 꼭 투자에 유리한 것은 아님. 단순히 정보를 많이 얻는 것보다 투자성과를 극대화할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이상적임. 그러나 애석하게도 신경제로 불리는 이 시대는 정보의 양만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때문에 어설픈 투자정보와 조언 등 소음이 늘어났을 뿐, 정보의 질은 낮아졌다고 비판한다. 질은 개선되지 않은 채 양만 늘어난 정보에 탐닉하는 행위는 시간낭비일 뿐 아니라 어리석은 투자로 이어짐. 게다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걸러내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깔끔하게 정리된 보고서 하나만 읽고 투자해 큰 수익을 내고 싶지, 이리 저리 소음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정보화 시대인 지금, 개인 투자자들의 환경은 더욱 악화됐을 공산이 크다
- 내가 일간지를 구독하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다. 먼저, 일간지가 통찰을 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 당신이 만일 여러 일간지와 투자레터를 구독하는 가운데 거기서 제공하는 정보가 가치 있다고 믿는다면, 경험과 식견이 뛰어난 조언자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직접 투자를 중단하라. 당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정보 판독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주식시장에서 호구가 되기 쉽기 때문. 다른 이유는 나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사건을 따라다니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 시장의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일수록 투자할 때 소음에 더 민감해짐. 나는 시장의 중요한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상적 사건들을 따라다닐 생각이 없다. 세부사항에 집착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는 편이 투자에는 더 유리함
- 소음을 걸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자기가 잘 이해하는 투자원칙을 따르는 것. 원칙없이 월스트리트의 소음을 좇는 행위는 앞에서 언급한 랜덤 모델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 그런 전략으로도 단기간은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런 성과는 단지 운에 불과. 운은 라스베이거스에서나 기대하고, 투자할 때는 치밀한 투자원칙을 따르기 바란다.
- 뛰어난 투자자는 소음이 없을 때 매수하고, 소음이 넘쳐날 때 매도한다
- 흔히 광고에서는 기존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자산을 추가해 분산투자하라고 권유. 예컨대, 대형주 포트폴리오에는 소형주를 추가하고, 100%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는 채권과 현금성 자산을 추가함, 자국 주식 포트폴리오에는 해외주식을 추가하라는 식이다. 대개 이런 광고는 자산을 추가하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도 높아진다고 주장. 그러나 이런 주장이 나오는 시점에 주목해야 함. 이런 주장은 흔히 특정 자산이 매우 높은 실적을 달성한 다음에 나온다. 일반적으로 분산투자를 하면 위험이 감소하지만 수익률도 감소한다
- 일부 투자자는 집이나 직장 근처에 있는 기업의 주식을 즐겨 매수. 내가 사는 지역신문에는 지역기업들의 주가목록이 매일 게재된다. 그러나 집 근처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음. 특정 지역에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이 집중되었다고 가정하자. 그 지역 경기가 침체해 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사면 십중팔구 직원을 해고할 것임. 그러면 지역 부동산 가격도 하락함
- 우리사주제도나 퇴직연금을 이용해 단기투자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수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분산투자에 역행하므로 현명하지 못함. 이미 자신의 인적자본이 묶여 있는 회사에 주식까지 투자하면 달걀을 모두 한바구니에 담는 셈. 회사가 역경에 처하면 당신은 해고당할 것이고, 당신이 가진 회사 주식의 가격도 하락할 것임
- 분산투자가 아무리 중요해도, 단지 상관관계가 낮다는 이유로 장기간 계속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에 투자해서는 안된다. 금은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거의 최저수준인 자산이다. 이른바 금 애호가들은 지금도 금을 이용해 주식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려 함. 그러나 이런 헤지전략은 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 거의 효과가 없었다.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분산투자 효과가 높아지긴 해도, 금이 초과실적을 나타낸 것은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기간뿐이었음. 그러나 위의 20년간 대부분, 미국은 디스인플레이션을 경험. 상관관계가 낮더라도 금을 분산투자 수단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 만일 마차용 채찍 제조사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이 회사 주식과 시장지수의 상관관계도 매우 낮을 것임. 그러나 이런 주식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움. 분산투자의 실적이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만을 분산투자 수단으로 사용해야 함. 미국경제가 장기 인플레이션에 진입한다고 생각한다면 금 역시 적절한 분산투자 수단이 될 수 있음. 지금까지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기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기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속에서 주기적으로 단기간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임. 이런 추세가 바뀐다면 금도 타당한 분산투자 수단이 됨. 최근 중앙은행들의 금 매각을 그 반대 신호로 해석하는 금 애호가도 있음. 중앙은행들의 금 매각 가격이 80년대는 온스당 800불이었지만, 2000년에는 이보다 훨씬 낮아졌다. 그래서 일부 금 애호가는 금 가격이 곧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예컨대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심각한 인플레 위협이 닥치지 않는다면 금 시장 강세는 장기간 이어지기 어려울 것
- 국제 분산투자를 논할 때, 대중매체는 오로지 거대 다국적 기업에게만 초점을 맞춤. 일부 분석가는 세계 다국적기업 지수까지 계산한다. 이 또한 소음이다. 정말로 국제 분산투자를 원한다면 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 투자자는 소니나 토요타에 투자할 때보다 일본 소기업에 투자할 때 분산투자 효과가 더 높아진다
- 일상적으로 금융시장에 돌아다니는 소음이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는 것. 자칭 장기투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놀라운 결론일 수 있겠다. 날마다 경제신문을 읽고 경제텔레비전을 보며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면, 처음에 장기 투자를 계획했더라도 결국 장기투자를 포기하게 되기가 쉽다. 투자기간이 아주 길다면, 날마나 경제신문과 경제TV를 보고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필요가 없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등 온갖 분석은 5-10년 뒤 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장기투자자는 시장을 매일 접할 필요가 없다.
- 일부 학자들은 투자자들이 나쁜 기업을 회피하는 다른 이유를 제시. 학자들의 가설에 의하면, 포트폴리오 매니저, 주식중개인, 재무상담사 등은 위험보다 후회를 더 회피함. 고객에게 사과하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함. 좋은 기업의 주식을 추천했는데 실적이 부진하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음. 원래 유명하고 좋은 기업이지만 외부 영향 탓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잘못했다거나, 시장에서 다른 업종이 인기를 끌었다고 해명함. 반면, 나쁜 기업의 주식을 추천했는데 실적이 부진하면 해고당하기 쉬움. 그 회사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데 그들만 몰랐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래서 후회를 회피하고 좋은 기업의 주식을 추천하느 경향이 있다
- 흔히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는 좋은 기업이므로 저라면 지금 사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들어야 할 말은 "이 주식은 좋은 주식이 될 것이므로 저라면 지금 사겠습니다."라는 말이다.
- 듀레이션은 금리에 대한 채권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이자규모와 이자수령 시점에 따라 결정됨. 30년만기 할인채는 원리금을 모두 30년 후에 받게 되므로 듀레이션이 30년이다. 30년만기 이표채는 만기까지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받으므로 듀레이션이 30년보다 짧다. 다른 요소도 채권의 듀레이션에 영향을 미침. 표면금리가 높은 이표채는 표면금리가 낮은 이표채보다 듀레이션이 짧다. 중간에 지급받는 이자가 더 많기에 그렇다. 장기금리가 상승할 때는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이 듀레이션이 긴 채권보다 유리. 그러나 금리가 하락할 때는 듀레이션이 긴 채권이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보다 유리. 인플레이션에 의해 금리가 상승할 때는 원리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해 더 높은 금리로 재투자하는 편이 유리함. 금리가 상승하면 미래에 받는 돈의 현재가치가 감소한다. 1년만기 채권은 금리가 1% 상승하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다. 남은 만기에 대해서만 1% 손실이 발생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30년 만기 채권이라며 금리가 1% 상승할 때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남은 ㅁ나기 30년에 대해 1%의 복리로 손실이 발생하기에 그렇다. 따라서 듀레이션이 길수록 채권의 가격은 금리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채권 듀레이션 개념을 적용해보면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금리변화에 민감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성장주는 배당수익률이 낮은 고PER주와 비슷. 성장주는 대개 배당이 적고 먼 미래에 기대되는 이익까지 주가에 반영하는 탓에 PER가 높아서 그렇다. 가치주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저PER주와 비슷 대개 배당지급액이 많고, 가까운 미래에 기대되는 이익만 주가에 반영하는 탓에 PER가 낮아서 그렇다. 결국, 성장주는 듀레이션이 긴 채권과 비슷하고, 가치주는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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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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