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인더게임

인문 2019. 12. 20. 17:40

-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파테마타 마테마타'라는 말을 즐겨 했다. 이 말은 '아픔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로, 이는 유기체들이 진정한 의미의 학습을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세상사라는 것이 그렇다. 세상일에 관여할 때 당연히 그에 수반된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 따라서 자신이 관여한 일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수용할줄 알아야 함. 사람은 위험에 노출되어 살갗이 까지는 경험을 하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 대학에서 탄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식은 대부분 과거에 수많은 사람이 경험적으로 발견한 것이며, 대학에서 이뤄진 일은 그 발견을 형식화하고 정맇나 것에 불과함. 여기서 과거의 사람들이 경험저긍로 발견했다는 말은 실제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즉 몸으로 직접 부딪쳐서 배웠다는 것을 의미. 이런 식의 배움은 논리나 고찰을 통한 배움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 대학교나 연구소들은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지금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정책결정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이 세계를 파멸시킬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 책임지는 행동이 신뢰를 만든다. 사회 지도층에서 전사들이 빠지는 것이 문명화고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음 글을 보라. 지도층이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때 관료주의가 생겨난다. 한편 지금처럼 중앙화된 정치체제에서는 일선 현장에 직접 나서는 일이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분권화 혹은 지방화가 반드시 필요. 이는 책임이 면제된 의사 분권화의 필요성은 국가적 규모의 선동이 소규모 선동보다 더 쉽다는 단순한 관념에 기초를 둔다. 분권화는 대규모의 구조적 불균형을 준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분권화를 추진하고 책임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그 사회는 결국 쪼개지고 만다. 행동과 책임이 따로 가는 메커니즘을 가진 사회는 구조적으로 유발되는 불균형으로 큰 파열음을 일으키며 아주 힘든 방식으로 분권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임. 다행히 붕괴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 간섭주의자들은 자기의 실수 혹은 타인의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우지 못함.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시스템 학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 학습이란 중대한 실수를 범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의 본질적 특성에 따라 소멸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 남게 되는 방식을 말함.
시스템 학습은 비아 네가티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부적합한 부분을 소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 부적합한 항공기 조종사 중 상당수는 이미 대서양 바닥에 잠들어 있다. 위험을 초래하는 부적합한 운전자 중 상당수는 이미 지역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다. 운송 시스템은 사람들의 학습능력 때문에 점점 더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 학습 덕분에 안전해짐. 시스템 학습은 인간의 학습과는 다르다. 시스템 학습은 부접합한 부분을 소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논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큰 판돈을 걸고 게임에 임하면 절대로 자만심을 가질 수 없다.
-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제 삶에서 최종적인 승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행동을 통해서만이 정확히 알 수 있다
- 과학주의는 간단히 말해 의심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과학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의 목적으로 인식하는 관념. 굳이 수학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학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과학적 사고가 아니라 과학주의다.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멀쩡한 두 손이 있는데도 굳이 인공지능이 적용된 기계손을 활용하려는 것 역시 과학적 사고가 아니라 과학주의다. 수천만년에 걸쳐 온갖 위협요소들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천연식품들을 뒤로 밀어내고, 위험성이 경고된 유전자 조작식품을 자꾸 생산해내는 것은 결코 좋은 행태가 아니다. 오늘날 과학계는 마가린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에 장악된 상태임. 이 기업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의심스러운 과학단체들의 자료를 인용하기 일쑤다.
- 말을 하는 사람은 행동을 해야 한다. 오직 행동하는 사람만이 말을 해야 한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
- 강단을 향하는 조명은 강연자의 눈을 자극하면서 집중력을 흐트러뜨림. 흔히 경찰들이 용의자를 취조할 때 용의자의 얼굴 쪽으로 강한 조명을 비추는 것 역시 용의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심리상태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함. 사람들은 조명 때문에 강연할 때 불안감이 드는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그저 강단에 올라 많은 사람 앞에 섰기 때문에 불안해 지는 것임. 왜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강연을 하는 사람들은 조명작업을 하지 않고, 조명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하지 않기 때문
-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해법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제가 붕괴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 이스라엘 출신 사업가 요시 바르디가 조언해 준 말이 있다. 내 일을 대신해 줄 보조인력을 두지 말라는 것. 그는 보조인력을 두면 본능적으로 여유시간에 흥밋거리를 찾게 되고, 그러면 인생 전체가 흥미위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 여기서 말하는 보조인력은 내가 해야 하는 본질적 업무를 대신 해 주는 사람을 의미. 내 수업의 시험채점을 도와주는 대학원생, 회계사, 정원사, 그 외에 내 삶의 여러 측면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그가 말한 보조인력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더 많은 업무시간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시간이다. 더 많은 자유시간은 한 사람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하지만 보조인력을 잘못 다루면 보조인력을 보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됨. 보조인력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느라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기 때문. 내 경우, 불필요한 회의나 연락을 최대한 배제하면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고 일 처리에 대한 기준이 높은 데다 이미 상당한 자유시간을 누리고 있으므로 보조인력을 두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닌 것이 분명함.
-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조인력에게 대신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는 자신의 일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없다.
- 암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이나 의사를 평가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은 암환자 5년 생존율이다. 이 기준에 따라 좋게 평가받기 위해 의사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암 치료를 위한 절제술과 방사선치료를 떠올려 보라. 통계적으로 절제술을 받은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보다 낮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수반. 실제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년 넘도록 생존하는 확률은 상당히 낮음. 암 치료에 대한 평가가 20년 생존율이 아닌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우선적으로 제안할 수 밖에 없음. 즉 의료규정 때문에 의사들은 차선의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자신의 불확실성을 환자들에게 전가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 국가의 평가 시스템 때문에 의사들은 자신의 리스크를 환자들에게 전가하고, 현재의 리스크를 미래로 전가하고, 가까운 미래의 리스크를 더 먼 미래로 전가한다
- 이슬람 종교법에 따르면 비이슬람교도 남자가 이슬람교도 여자와 결혼하려면 이슬람교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여야 함. 그리고 태어난 아이의 부모 가운데 한 명이라도 이슬람교도라면 그 아이 역시 이슬람교도가 된다. 일단 이슬람 교도가 되면 다른 종교로 개종할 수 없다. 배교는 이슬람 종교법에서 가장 큰 범죄로, 배교자는 죽음으로 죗값을 치러야 함. 오마 샤리프는 레바논 출신으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이집트 국적을 갖고 있었는데, 이슬람 교도인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이슬람교로 개종. 그는 나중에 이혼했지만, 자기 조상들의 종교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집트에는 원래 기독교도의 수가 훨씬 더 많았으나 이 같은 불균형의 법칙이 몇 세기에 걸쳐 적용된 결과, 이집트 기독교 종파 중 가장 큰 종파인 콥트교는 소수파가 됐고 이슬람교가 다수파가 됐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에서든 이슬람교도가 다른 동교의 신자들과 결혼하면서 이슬람교도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 반면 유대교에서는 태어난 아이가 유대교도가 되려면 그 어머니가 유대교도여야 했다. 이처럼 확장성이 떨어지는 종교법 때문에 유대교도는 여전히 소수파에 불과. 확장성이 극히 떨어지는 종교법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종교가 근동 지역의 그노시스파 종교다. 드루즈의 야지디, 만다야 이 세 종교가 이에 속함. 일단 그노시스파 종교들은 부족의 소수 원로들 외에는 그 누구도 자기 종교의 지식이나 신비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 이슬람교는 부모 가운데 아무나 한 명이라도 이슬람교도이면 태어나는 자녀가 이슬람교도가 되고, 유대교는 어머니가 유대교도라면 자녀가 유대교도가 되지만, 드루즈, 야지니, 만다야는 부모 모두 신자가 아니면 자녀 역시 신자가 되지 못하고 부족에서 배척당함
- 레바논, 갈릴리, 시리아 북부 등 높은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순니파가 아닌 이슬람 교파와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의 접촉 없이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돼 았다. 하지만 평지가 대부분인 이집트에서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결혼이 비교적 빈번하게 이뤄졌고, 이렇게 몇 세기가 지나면서 종교의 재규격화가 일어남. 쉽게 말해 결혼을 통해 점점 더 많은 기독교도가 이슬람교로 개종 일단 이슬람교로 개종한 콥트교도는 예전 종교로 돌아갈 수 없다. 게다가 이집트 통치세력이 이슬함화됐을 때 많은 콥트교도가 이슬람교로 개종. 그 편이 직업을 구하거나 행정판결을 받을 때 유리했기 때문. 이슬람교와 정통 기독교의 율법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종교를 바꾼다 해도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집트의 수많은 기독교도와 유대교도가 살면서 이슬람교로 개종. 이렇게 몇 세대가 흐르는 동안, 그들의 후손은 조상이 어떤 이유에서 개종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이슬람교도였다고 생각하며 살게 됨. 이런 불균형으로 근동지역의 종교경쟁에서 이슬람교가 승리한 것임. 이슬람교가 발생하기 이전에 근동지역의 종교경쟁에서 기독교가 승리한 것도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개종정책을 펼쳤기 때문. 기독교가 발생한 초기에 지중해 지역과 근동지역을 지배하던 로마제국은 제국령 내 여러 종교들에 포용적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기독교도들은 로마의 다른 신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로마로서는 그런 기독교도를 좋게 바라볼 수 없었다. 로마제국의 기독교도 박해는 그 원인이 상당부분 기독교의 배타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로마제국의 기독교도 박해 역사는 대부분 기독교도의 입장에서 기술된 것이다.
- 일단 어떤 도덕률이 형성되면,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산되어 있으면서 절대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존재만으로 그 도덕률을 사회 전체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음.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인류가 더 도덕적이고, 더 선하고, 더 예의바르고, 더 상냥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선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한 사회의 도덕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런 믿음이 실현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알렉산더 대왕은 양이 이끄는 사자군단보다는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양 군단을 갖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힘을 잘 이해했던 셈.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용병위주로 구성된 소수의 군대만으로 십수년 동안 로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는 로마를 상대로 스물두번 전투에 나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단 한번도 한니발의 군대가 전력상 우위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 한니발 역시 물러서지 않는 소수의 힘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인물. 일례로 칸나 전투에서 한니발 휘하의 지휘관 기스코가 로마군의 군세가 너무 큰 것에 우려를 표하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야. 저렇게 숫자만 많으면 뭐하나. 기스코라는 한 사람의 지휘관이 있는데."
-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힘은 전쟁터에서만 의미있는 것이 아님. 마거릿 미드는 이런 글을 썼다. "생각하는 시민들의 작은 모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세상을 바꿔 온 것은 전부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혁명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한 사회의 경제적, 도덕적 성장 역시 그런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됨
- 고대 아시리아의 아히카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중 개와 늑대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이솝과 프랑스 작가 라 퐁텐에게 차용되기도함. 이야기속 에 개가 굶주린 늑대에게 자신이 누리는 안락함과 풍요를 자랑하는 대목이 나온다. 늑대는 처음엔 부러워하지만, 개의 목에 걸려 있는 개 목걸이를 보고는 이렇게 말하며 도망간다. "개 목걸이에 묶여서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느니, 아무것도 먹지 않겠어"
- 과감하게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는 유형의 사람에게 고분고분한 사회적 태도까지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역사를 돌아보라. 인류역사를 돌아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늑대 같은 사람들이 더 큰 성취를 이뤄냈다. 의지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라.
- 누군가로부터 평가받아야 하는 사람들과 실패에 대한 손실을 온전하게 떠안아야 할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판단내리는지를 기회가 된다면 서로 비교해 보라. 여러분은 이들이 서로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흉터는 진짜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사람들은 뒤에서 분석만 하는 사람과 앞에서 진짜로 일하는 사람을 구분해 낼 줄 안다.
- 대통령 후보시절 트럼프를 비방하던 사람들은 그의 결점을 결격사유로 보고, 그가 파산에 이르렀던 일과 10억불에 이르는 개인자산을 잃었던 일 등을 널리 퍼뜨리려고 했지만, 정작 그 일을 알게 된 유권자들은 트럼프에게 화를 내는 일을 멈췄다. 트럼프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책임을 지고 재산을 잃기도 하는 사람으로 비쳐지면서 그에게 느끼던 용인하기 어려운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사라진 것이다. 높은 자리에 앉아 높은 소득을 취하면서도 책임지는 일에서 면제된 사람들은 자신이 이끄는 기업의 경영성과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음. 월급쟁이 경영자들이 그 대표적 사례. 이들은 리스크를 뒤로 미루고, 영업성과를 조작하고, 연봉과 보너스를 챙기고, 은퇴하거나 이직한 후에 뒤로 미룬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영업성과가 나빠지면 자신의 후임자들을 비난한다.
- 구두장이는 구두장이를 질투하고, 목수는 목수를 질투한다. (아리스토텔레스)
- 질투는 같은 직업 사이에서, 같은 능력 사이에서, 같은 처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장 드 라 브뤼에르, 프랑스 철학자)
- 미셰 라몬트는 논문을 쓰기 위해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지만, 피케티는 프랑스의 블루컬러 노동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한 적이 없다. 아마도 직접 물어봤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맛있는 맥주, 새로운 식기세척기, 더 빠른 통근열차라고 대답했을 것임. 생전 마주칠 일 없는 부자들을 그들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을 원한다고 답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지식인들이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약탈이라는 프레임을 씌울수도 있으며, 노동자들이 이에 호응해 부자들을 죽이자고 나설수도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고위 공직자들은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을 만드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함. 그래서 JP모건 같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기존 연봉의 몇 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위 공직자들은 산업계에 적용되는 규정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려는 경향을 보임. 그래야 규정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액 연봉을 받으며 민간부문으로 이직할 수 있기 때문. 공직에 있을 때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을 만들고, 나중에 민간 부문 대기업으로 이직해 고액연봉을 받는 것이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방식으로 민간부문의 상납고리가 형성돼 있다. 일단 상납 고리에 들어간 공직자는 공직자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이 고리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하게 마련이며, 후임자들이 이 고리를 부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온 신경을 쓰게 된다. 바보 지식인이자 인맥을 중시하는 관료로 대표할 수 있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는 재직 당시 금융업계에 퍼 준 막대한 구제금융의 대가로 현재 금융업계에서 큰 보상을 받고 있다.
-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의 사상가인 코린트의 페리안드로스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도 더 전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음식은 신선한 것을 먹고, 법은 오래된 것을 활용하라." 그런가하면 현자라 불린 스페인의 알폰소 10세는 다음과 같은 신조를 갖고 있었다. "장작은 오래된 것을 때라. 와인은 오래된 것을 마셔라. 책은 오래된 것을 읽어라. 친구는 오래된 친구와 어울려라"
- 넓은 시야와 통찰력을 가진 영국 역사가 톰 홀랜드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로마인들에게 관해 가장 감탄하는 것은 최신의 것을 숭배하는 경향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또한 이런 글을 썼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선택할 때 명분보다 실효성을 기준으로 했다."
- 확신에 모든 것을 잃었고, 경계심에 모든 것을 지켜냈다. (테오그니스, 고대 그리스 시인)
- 예쁜 사과가 맛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라틴어 속담)
- 독일의 저명한 인지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와 영국 인지과학자 헨리 브라이튼은 인간의 이지적 능력에 관해 리처드 도킨스와 다른 견해를 밝힘. 이들은 야구선수가 공을 어떻게 잡는지에 관한 리처드 도킨스의 해석을 다음과 같이 반박.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야구선수는 공의 궤적을 토대로 낙하지점을 계산해 내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인다. 잠재의식 속에서 일종의 수학적 계산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실험결과에 따르면 야구선수는 훈련을 토대로 공을 잡는 능력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시각훈련이 필요하다. 시각훈련은 가장 쉬운 단계로, 공이 가장 높은 점을 찍고 내려오는 순간이 언제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다음에는 공에 시선을 고정하고 공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공을 바라보는 각도가 계속 상수를 유지하도록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도킨스의 주장대로라면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처음부터 계산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야 함.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음.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각각의 목적에 적합한 방식의 훈련을 통해 만들어짐. 야구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떻게 해야 공을 잡을 수 있는가는 캐치볼을 해 보기도 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님. 직접 훈련이나 체험을 함으로써 알게 됨. 직접적 훈련이 아니라 상상을 하거나 계산만 하는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게 됨
-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복잡한 해법을 제안하도록 훈련받았고, 또 복잡한 해법을 제안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 그런데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대부분 이들이 제안하는 복잡한 해법 때문에 생겨났음. 지식인들은 결과를 기반으로 보상받는 게 아니라 대중의 인식을 기반으로 보상받으므로 쉽고 단순한 해법을 제안하는 일이 이들에게 유리할 리 없다. 게다가 복잡한 해법을 제안하더라도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책임질 필요가 없음. 기술분야를 보더라도 고객에게 복잡한 해법을 제안하는 것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더 유리함.
- 어떤 미신이 그 믿음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거나 도움이 된다면,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면, 미신을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함. 인간의 과학은 신앙이나 미신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어떤 믿음에 대해 "비합리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지금의 과학은 행동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도다. 우리가 신앙이나 믿음이라고 부르는 관념은 마음이라는 방에 놓여 있는 가구 정도로 생각하면 적절할 것임. 말하자면 목적에 따라 어떤 용도로 쓰이거나 치료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행해지는 모든 행동이 합리적 근거가 있어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모든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어서 살아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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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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