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저자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출판사
우듬지 | 2013-07-0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사람들이 열광하는 제품에 숨겨진 비결은 무엇일까? 관리자, 디자...
가격비교

- 비용과 가격은 대단히 복잡한 요소임. 고객이 가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아주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예를 들면 개인의 재력, 경쟁제품의 가격, 고객이 해당제품을 원하는 정도 등임. 생산자 쪽에서는 들어가는 시간, 재료비, 희망수익률은 물론이고 화폐가치의 변화, 다양한 자금원의 이용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함. 더군다나 요즘은 피해보상 피소가능성, 보험처리, 환율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함. 소비자쪽에서는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 임대할 것인지, 현금결제를 할 것인지, 신용카드 결제를 할 것인지, 돈을 더 내고 유지보수 계약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 직접 구매할 것인지 인터넷으로 구매할 것잉지를 고민해야 함. 물론 어떤 모델을 살지, 어떤 옵션을 선택할지, 할인 때까지 기다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임. 이와 관련해서 요즘 한창 논쟁이 뜨거운 진짜 비용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함. 전통적으로 제품의 가격에는 디자인, 재료, 생산비용과 함께 이윤과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영비용이 포함됐음. 진짜 비용에는 또한 환경오염, 생산 뒤처리, 희소자원 사용 등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까지 들어감. 예를 들어 자동차의 비용에 스모그 해결과 도로건설을 위한 비용이 포함되어야 하는가? 목재의 비용에 숲을 다시 가꾸기 위한 비용도 포함되어야 하는가? 정부가 산업계에 통신주파수를 무상으로 나눠주지 않고 판매해서 납세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가? 항공권 가격이 제대로 된 항공교통 통제센터와 공항을 제어하는 비용이 포함돼야 하는가? 현재 이를 비롯한 많은 질문들이 고민의 대상임. 비용과 가격도 성능처럼 제품의 수명이 다하도록(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따져봐야 할 요소임. 고객이 제품에 지불하는 진짜 비용에는 구매가격과 자금조달에 따른 수수료는 물론이고, 수리, 서비스, 작동비용과 보험료 등 제품을 보유하는 동안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제반비용도 포함된. 생산자는 이런 비용을 더 명확히 밝혀야 함. 이제 물건만 팔고 나 몰라라 하던 시절은 지나갔으며, 그런 비용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실제로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 고품질 제품의 경우, 소비자는 가격을 처음보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 질지도 모름. 하지만 실제로 소유, 작동, 수리,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면 한결 마음이 놓일 것임. 고품질 제품일수록 그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
- 제품의 가격대 성능비는 생산자와 사용자가 제품을 알아갈수록 증가. 인간, 재료, 프로세스는 절대 완벽하지 않음. 그래서 제품을 처음 출시할 때는 약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약점은 제품을 제조하고 사용한 후에야 분명하게 드러남. 생산자는 자신의 경험과 사용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후속모델에서 약점을 개선할 수 있음. 제품이 성공해 생산량이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됨. 초기의 제품은 개발비용, 관련 장기가동비용, 초기생산 비용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대단히 비쌈. 시간이 흐르면 디자인과 장비 관련 비용이 어느정도 회수되고 생산비용을 낮추는 새로운 기법이 등장. 최초의 시제품을 제작할 때는 50만 달러나 들었던 자동차가 3년이 지나면 그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리는 것도 그 때문.
-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물리적 적합성에 관해 훨씬 잘 알게 됬음. 1차대전때는 기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조작 또한 크게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음. 비행기는 불안정하고 조종이 쉽지 않았으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 특성을 금세 습득하고 다룰 수가 있었음. 탱크는 인간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진 않았으나 수효가 적고 속도도 느렸으며 단거리로만 움직였음. 하지만 2차대전은 딴판이었음. 속도가 훨씬 빨라져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는 인간이 장비를 똑바로 조종하도록 디자인할 수가 없었음. 그리고 잠수함, 폭격기, 장갑차 같은 기계의 작전거리도 길어졌음. 어디 그뿐인가, 기계의 수도 엄청나게 늘어나서 온갖 다양한 사람이 조종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했음. 다시 말해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임. 당시의 P51 전투기는 현재의 전투기에 비해 조종하는 데 물리적 힘이 더 많이 들었음. 그래도 1차대전에서 활약한 전투기와 비교하면 안정성, 신뢰성, 편의성이 훨씬 뛰어남. 2차대전이 끝날 무렵부터는 표준화, 논리적 조작방법, 표시화면 구성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음.
- 60년에 폴 맥클린이라는 심리학자는 뇌의 삼층구조설을 주장해 하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 이 모델은 두뇌를 R구역(파충류), 변연계, 신피질로 나누는데, 이들은 각각 반응, 느낌, 사고를 담당. 일반적으로 동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행동에 의례와 체계가 있음. 일례로 파충류는 인간이 고향을 방문하듯이 제 고향에 가서 알을 낳는데, 사실 논리적으로 보자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일임. 이런 행동은 후뇌의 작용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후뇌는 인간과 파충류가 모두 갖고 있으며 논리가 아니라 유전적 각인에 따라 작동. 한편 동물의 원시적인 중뇌는 감각과 동기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하고 전환함. 우리의 중뇌도 마찬가지여서 그 속에 있는 시상은 감각정보의 중계국 역할을 하고 시상하부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충동과 관련된 행동에 관여. 우리의 기본적 감정도 중뇌에서 많이 나오는데, 중뇌가 항상 논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님. 우리는 엉뚱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가하면 특정 민족이나 동성애자에게 편견을 품기도 함. 그리고 친해지고 나면 좋아할거면서도 낯선 사람은 일단 경계하고 봄. 논리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임.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논리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곳은 전뇌라는 고도로 발달한 피질임. 그러나 우리에게는 전뇌만이 아니라 중뇌와 후뇌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됨
- 안전한 제품을 디자인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 사람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기 몸에 해를 입히기 때문. 알루미늄 부품을 생산하는 기계의 안전장치 고안할 때, 그 기계는 절단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음. 공장의 소음이 심한데다 작업이 기계적이고 빠른 속도로 반복된다는 점도 작업자들이 부주의해지는 원인이었음. 기계는 작업자가 부품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부품이 절단기를 지나가는 방식으로 작동했음. 처음 해결책은 절단기 주변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었음. 그러나 작업자들은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안전장치를 없애버림. 다음으로는 기계를 다시 디자인해 절단기가 기계에 깊숙이 들어가도록 함. 그런데 작업자 한 사람이 나무 부스러기를 빼내려다가 실수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 세번째 방법은 버튼을 두개로 나누어 동시에 눌러야만 기계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었음. 그러면 작업자가 양손을 써야 하니까 손이 절단기 근처로 갈 리 없었음. 하지만 작업자들은 도시락 같은 것을 한쪽 버튼위에 올려 놓는 식으로 해결책을 무력화. 그런 일을 방지하려고 버튼을 다른데 달아봤지만 이번에는 무릎으로 누르는 식이었음. 그러다 마침내 절단기에 구멍을 뚫어 소음을 키우는 해결책을 마련. 그것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소음 규정이 제정되기 전에 말이다.
- 산업 프로세스의 균일성과 통제성, 그리고 표준화와 규모의 경제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엄청나게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근간이 되며 동시에 사람들에게 큰 만족감을 줌. 파이가 지적했다시피 우리 선조에게 자연은 감탄의 대상이 아니었음. 견디기 어려운 추위와 더위, 턱없이 부족한 식량과 식수, 온갖 호전적 생물이 자연의 속성이었음. 초기에 통제는 자연이라는 적을 물리치는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임. 비슷한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하는 이들도 있음. 그중 한사람이 기술의 미학적 측면을 폭넓게 탐구한 데이브트 빌링턴 프린스턴대 교수임. 그는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네덜란드가 고도의 통제성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호전적 자연환경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힘. 북해에서 폭풍우가 몰아칠 때 네덜란드인들은 제방 뒤에서 몬드리안 같은 예술가,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배치된 발전소, 입이 떡 벌어질만큼 깨끗한 집, 딱 떨어지게 균형잡힌 모양의 논밭을 탄생시킴. 이제 바이러스와 동료 인간정도가 경계 대상일뿐 호전적 생물은 사라지고 없으며 모두가 저지대에 사는 것도 아니기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네덜란드와 같은 예측성과 질서가 필요함. 그리고 현대 산업의 제품둘은 이런 필요를 충족시켜줌.
- 인간의 생존욕구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했음. 진화로 감각기관과 정보처리 시스템이 변하긴 했지만 우리 조상들에게 도움이 됐던 감각기제는 여전히 남아서 우리에게도 똑같은 도움을 줌. 우리의 미각은 소금기를 감지할 수 있음. 예전에 바다를 터전으로 삼았던 조상들은 염도가 적당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 독소는 보통 쓴맛이 나며 반대로 영양가가 높은 음식은 대개 단맛과 신맛이 남. 악취가 나는 것(배설물, 썩은 생선, 상한음식)은 먹으면 탈이나고, 좋은 냄새가 나는 것(파인애플, 거위구이)은 먹어도 좋음. 제품이 성공을 거두려면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 우리는 정신과 기억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 관해서도 걱정을 하는데, 그 결과 매슬로가 말한 안전욕구가 일어남. 그래서 안전을 선전하는 제품들이 큰 성공을 거두곤 함. 가정용 경보 시스템과 보안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고, 미국의 가정 중 절반정도가 총기를 보유하고 있음.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통계적으로 볼 때 일반시민이 위험한 침입자에게 총기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그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자동차 보험, 화재보험, 생명보험을 들기도 함. 그러나 안전욕구는 단기적 육체적 욕구보다 다스리기가 훨씬 어려움. 우리의 감각은 배고픔을 알려줄 때는 믿을만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안전한지를 알려줄 때는 그만큼 믿음직하지 않기 때문. 그래서 집에 불이나면 신속히 알 수 있지만, 뇌졸중을 일으키거나 강도를 당할 위험, 후손들이 자라서 황폐해진 환경에서 살게 될 위험은 제대로 알기가 어려움. 이 과정에 개입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미래를 예측하는 실력은 썩 좋지 않은 듯 함.
- 기업의 제품 디자이너들은 일을 할 때 마케팅, 종사하는 제품분야, 조직의 전통은 물론이고 회장부터 생산라인 노동자들까지 모든 사람의 의견에 제약을 받음. 제품 디자이너들은 작업의 완성품이 아니라 초기 구상을 파는 입장인데, 초기구상에는 심미적 요소를 집어넣기 어려움. 심미적 부분을 배제할 때 초기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는지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쉽게 답이 나오지만, 제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을 때 발생할 장기적 수익은 그렇게 계산이 쉽지 않기 때문. 그래서 기업은 제품의 잠재수익이 문제가 되면 대개 단기비용부터 깎으려고 듬. 현재 제품의 개선활동에 차질이 생기거나 차세대 제품의 품질이 저하된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하는 것임. 기업의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고용되는 컨설팅 디자이너들도 고용주에게 제약을 받기는 마찬가지. 예술가들은 대부분 혼자 일하고 주로 본인의 소질과 후원금을 조달하는 능력 때문에 제약을 받지만, 제품 디자이너들은 조직과 그 조직의 문화 및 업계의 사회적 제약에 영향을 받는 게 일반적임.
-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현실도 제품 디자이너를 제약하는 원인.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제품들이 개별적으로 만들어져 지금보다 제작자의 개성이 훨씬 많이 드러났고, 구매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반영된 제품을 고를 수 있었음. 현대에 와서도 거친 기량이나 자유로운 기량으로 탄생한 제품에는 이런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었음. 예를들어 사탕단풍 농장에 나무 울타리를 치려고 제작자를 물색하는 경우, 과거에 만든 울타리를 보고 사람을 선택하면 새 울타리도 실망스럽지는 않을 것임. 수제가구의 경우도 마찬가지. 똑같이 생긴 가구는 절대 없으니 어떤 집에 놓인 가구를 보면 제작자와 구매자의 취향이 모두 드러남. 제품이 개별적으로 만들어질 때는 제작자의 수만큼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일정한 제품을 대량생산하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업체의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남. 신기술이 등장하면 그것을 제품에 적용하는 소규모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번창하고 나머지는 사라짐. 그러다 결국에는 소수만 살아남음. 1908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는 235개였음. 1929년에는 44개였고, 지금은 3대기업과 몇몇 중소기업만이 남아 있음. 황동자동차 전시회장에 가보면 심미적 관점에서 굉장한 다양성을 볼 수 있음. 그 이유는 당시 자동차 회사들이 많았기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부품이 지금처럼 매끈한 차체속에 숨겨진 게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함.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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