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경제는 기업의 사업모델이 정보통신, 인터넷, 데이터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사업방식 일체를 가리킨다. 이 분야는 제조, 서비스, 운송, 광업, 통신 등 전통적인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 경제의 많은 부분에서 사실상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디지털 경제는 산업 분류가 보여주는 현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가장 먼저, 디지털 경제는 오늘날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으로 드러난다. 이른바 지속적 혁신이 일어나고 경제성장을 이끄는 분야로 여겨진다. 요컨대 디지털 경제는 그밖에 다소 정체된 경제 상황에 한 줄기 빛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디지털 경제는 금융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면에서 중요하다. 오늘날 디지털 경제는 경제의 하부구조에 점점 더 안착한다. 따라서 그것이 붕괴하며 경제적 재앙이 일어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특유의 역동성 때문에 디지털 경제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널리 정당화하는 이상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경제는 헤게모니 모델이 되고 있는데, 이를테면 도시는 스마트하게 바뀌고 기업은 혁신을 거듭해야 하며, 노동자는 유연하게 변하고 정부는 군살을 덜어내고 지능적으로 일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변화를 이용해야 살아남는다. 적어도 이런 담론이 들려온다. 이 책의 주장은 이윤 생산이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제조업이 부진에 빠지자, 자본주의가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활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데이터에 눈을 돌렸다는 데 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디지털 기술의 변화에 힘입어 데이터는 기업과 그들의 노동자, 소비자뿐 아니라 다른 자본과의 관계에서 가치를 더해갔다. 플랫폼은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추출하고 통제하게 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되었고, 이런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보듯이 거대한 독점 기업이 탄생했다. 오늘날 이런 기업은 선진국과 중진국 경제를 점점 더 지배하고 있다.
- 오늘날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듯이 전후 체제는 완전히 붕괴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과 애써 타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불평등 감소가 자본주의의 일반 법칙에서 하나의 예외였다고 주장한다. 로버트 고든은 20세기 중반의 높은 성장세가 역사적 규칙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좌파사상가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들에 따르면 전후 시기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일시적 현상이었다. 요컨 대 국제적 수준에서는 자유주의가 확장하고 국가적 수준 에서는 사민주의 타협이 이뤄졌으며 경제적 수준에서는 포드주의가 자리 잡았다. 이 모두가 예외주의라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1970년대 이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주로 비상업적 용도로 쓰였다. 그러다가 호황을 거치면서 대대적인 상업화가 이뤄졌다. 이런 흐름에는 금융투기가 크게 작용했다. 막대한 벤처자본이 흘러들어 투기를 자극했고 주식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플라자 합의가 실패로 끝난 이후 미국에서는 제조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 금융자본은 새로운 배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정보통신 산업이었다. 이윤의 명령은 새로 탄생한 거대한 분야에 주목했고 사람뿐 아니라 기업을 연결한다는 온라인의 잠재력에 도박을 걸었다. 정보통신 산업이 정점에 올랐을 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거의 1%가 기술회사에 투자한 벤처자본에서 나왔다. 벤처자본의 평균 규모는 1996년에서 2000년 사이에 네 배로 커졌다. 통틀어 5만개 이상의 기업이 인터넷의 상업화 과정에서 출현했고 2,56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다. 투자자는 미래의 이윤이라는 희망을 좇았고 기업은 이익보다 성장'이라는 모델을 채택했다. 이런 회사의 다수는 수익 원천이 미약하고 심지어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자기실현적 기대가 널리 퍼져 있었다. 재빠른 성장만이 시장을 장악하고 새로운 거 대 산업을 지배한다는 심리 말이다. 이로부터 지금까지 인터넷 기반 산업을 특징짓는 하나의 명령이 나타났다. 기업의 목표는 독점적 지배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초기 단계 지배가 중요했고 투자자는 최종 승자를 꿈꾸며 열광적으로 몰려들었다. 주식시장이 기술주에 정신을 빼앗기자, 많은 회사는 벤처자본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차입 비용이 줄어들고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그러자 주식시장이 더욱더 타올랐고 마침내 실물 경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기반 회사는 '신경제'의 전망을 약속 하고 주식시장은 그 약속에 도박을 걸었다. 1997년에서 2000년 사이에 주식시장은 정점에 올랐다. 그 당시 기술 주는 300%가 올랐고 시장가치는 5조 달러에 이르렀다.15 새로운 산업은 광적인 흥분을 낳았고 인터넷이라는 고정자본에 거대한 투자를 불러왔다. 컴퓨터와 정보기술 산업에는 수십 년 동안 투자가 이뤄졌지만,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그 수준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컴퓨터 및 주변장치만 살펴보면 1980년대 기준으로 연간 501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그러나 1990년에 이르면 그 금액이 1,546억 달러로 증가하고 거품이 가장 많았던 2000년에 도달하면 4,218억 달러로 치솟았다. 이런 추세는 전 지구적 변화와 같이 일어났다. 저소득 국가에서 통신 산업은 해외직접투자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되었다. 1990년대 총투자 금액은 3,310억 달러에 이르렀다. 게다가 기업은 컴퓨터 장비의 현대화에 막대한 자금을 넣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도입한 다양한 규제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 투자는 21세기 초반 인터넷 주류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수백만 마일의 광섬유와 해저 케이블이 깔리고,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장비가 발전을 거듭했으며, 데이터베이스와 서버에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갔다. 게다가 이런 과정은 1970년대에 시작한 외주화 경향을 가속하기도 했다. 공급망과 통신망이 전 지구에 쉽게 설치되고 관리되자, 조정 비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업은 점점 더 많은 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나이키는 군살 없는 조직, 즉 린 기업lean firm의 상징이 되었다. 고소득 경제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관리하고, 저소득 경제는 열악한 작업장에서 제조와 조립을 맡았다. 이 모든 방식으로 1990년대 기술 호황은 거품을 낳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경제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 1998년 동아시아 위기가 급속도로 퍼지자, 미국의 호황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금리를 연달아 끌어내려 위기를 가라앉혔다. 이 같은 조치는 초 완화적 통화정책의 장기 지속을 알리는 시초가 되었다. 주식시장이 '비이성적 과열'에 빠져 있었지만, 그 목표는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암묵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었다. 다시 말해 기업과 가계의 명목 자산을 끌어올려, 이로부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데 있었다. 그 당시 미국 정부는 적자 감축에 발목이 잡혀서 재정 투자는 고려되지 않았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자산-가격 케인스주의'는 재정 투입과 제조업의 부흥 없이도 경제를 자극하는 대안적인 방식이 되었다. 이는 미 구 경제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를 의미했다. 이제는 제조업의 부활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수익이 생기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런 식의 정책이 한동안 효과를 보이자, 닷컴 투자는 더욱더 속도를 붙였고 나스닥의 가치가 정점에 올랐던 2000년까지는 자산 가격 거품이 꾸준히 부풀었다. 2001년 닷컴 경제가 붕괴하지만, 그 뒤에도 느슨한 통화정책이 사라지지 않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상태에서, 9/11 공격의 여파로 새로운 유동성이 주입 되었다. 중앙은행의 이런 개입으로 몇 가지 효과가 생겼지만, 무엇보다도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고 주택 부문의 거품이 늘어났다. 요컨대 저금리 기조가 금융 투자의 수 익률을 낮추었고, 이로 인해 투자자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 마침내 서버프라임 모기지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처로 떠올랐고, 이로부터 다음 위기로 나 아가는 무대가 마련되었다. 이처럼 느슨한 통화정책은 1990년대 닷컴] 붕괴의 가장 중요한 산물 가운데 하나 이며,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주요 조건이 되었다.
- 금융 위기의 여파로 역외 자산은 2008년부터 2014년 사이에 25%가 늘어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약 7조 6,000억 달러가 조세도피처에 쌓여 있다. 이 모두는 두가지 요점을 보여준다. 첫째, 탈세와 현금 축적으로 미국 기업, 특히 기술회사는 거대한 투자 여력을 갖게 되었다. 기업의 과잉 저축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느슨한 통화정책과 결합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더 위험한 투자를 촉진했다. 둘째, 탈세는 긴축을 더욱더 가속했다. 탈세는 문자 그대로 정부 세입의 유출을 뜻하고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간 막대한 세금은 다른 곳에서 메꿔야 했다. 그러므로 재정 투입에는 또 다시 제약이 가해졌 고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그만큼 요구가 늘어났다. 탈세, 긴축, 예외적인 통화정책, 이 모두는 서로를 점점 더 강화했다.
- 데이터란 정확히 무엇인가? 가장 먼저, 우리 데이터(어떤 것이 일어났다는 정보)와 지식(어떤 것이왜 일어났는지에 관한 정보)을 구별해야 한다. 데이터는 지식을 수반할 수 있지만, 이는 필수적 조건이 아니다. 또한 데이터는 기록을 동반하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 태건 물리적 매체가 필요하다. 기록의 단위로서 모든 자 료datum는 데이터를 포착하는 센서를 요구하고, 자료의 유지에는 대규모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데이터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데이터 센터의 소비 전력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인터넷 전체는 전세계 전력 가운데 약 9.2%를 소비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마찰 없는 과정, 즉 자동화 과정이라는 대중적 통념과 거리를 둬야 한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사용하기 전에 표준화된 형태로 정리되고 조직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학습 자료가 수동으로 입력되지 않으면, 시스템에서는 적절한 알고리즘이 생산되지 않는다. 요컨대 오늘날 데이터 수집은 감지하고 기록하며 분석하는 거대한 인프라구조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록되는가? (이용자의 활동이 기록된다. 데이터는 추출해야 하는 원료이며, 이용자의 활동은 그 활동의 천연자원으로 여겨져야 한다. 원유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추출 정제 사용되는 재료인 것이다. 아울러 데이터는 더 많이 모일수록, 더 많은 쓸모가 생겨난다. 데이터는 과거에도 이용 가능한 자원이었고 오래된사업모델에서도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특히 린 생산에서는 전 지구적 물류 조정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순수한 활동을 데이터로 바꾸는 비용이 점점 더 내려갔다. 디지털 기반 통신이 정착하면서 기록 작업도 매우 간편하게 바뀌었다. 잠재적 데이터의 대규모 팽창이 일어나고, 이와 관련해 새로운 기업이 출현하기 시 작했다. 그들은 데이터를 추출해 생산과정의 최적화에 적용하고 소비자 선호를 파악하며 노동자를 통제하는 데 사용했다. 또한 그들은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예를 들어 구글맵, 자율주행 자동차, 시리) 를 개발하고, 광고 시장에 상품으로 판매했다. 이 모두는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 역사적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양상이 달라졌다. 기술 변화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요컨대 데이터는 사업 활동의 주변에 있다가 점차 핵심 자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1세기 초만 하더라도 데이터가 자본주의 혁신의 원료가 될지 아닐지는 거의 확실하지 않았다. 구글의 초기 노력은 신문과 방송 등 전 통 매체에서 광고 수익을 빼앗는 선에서 데이터를 사용 했다. 구글은 인터넷 발달에 중요한 구실을 했지만, 그것은 경제적 수준에서 혁명적 변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팽창하고 기업들이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통신에 기대면서, 데이터는 점점 더 가치가 높아졌다. 데이터는 자본주의의 주요 기능 가운데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경쟁 우위를 가져온다. 데이터는 노동자를 통제하고 외주화를 촉진하며, 생산과정의 최적화와 유연화를 가속한다. 데이터는 저수익 상품을 고수익 서비스로 전환하고, 데이터 분석은 그 자 체로 데이터 생산을 촉진하며 서로는 서로를 더욱 강화한다. 데이터 기록과 활용에는 이처럼 엄청난 매력이 있으며, 자본주의의 경쟁 압력을 고려한다면 가치 추출 의 새로운 자원으로 이런 원료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물리적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자본가 계급이 플랫폼을 소유한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첫 번째 유형은 광고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이는 이용자의 정보를 추출 해 분석 작업을 거친 다음, 그 과정의 산물을 사용해 온라 인 광고에 판매한다. 두 번째 유형은 클라우드 플랫폼이 다(예를 들어 아마존웹서비스, 세일포스), 이는 디지털 사업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고객 회 사에 필요에 따라 빌려주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유형은 산 업 플랫폼이다(예를 들어 GE, 지멘스), 이는 전통적 제조업이 인터넷 연결 조직으로 변신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상품을 서비스로 바꾸는 형태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축하는 방식이다. 네 번째 유형은 제품 플랫폼이다(예를 들어 롤스로이스, 스 포티파이). 이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 전통적 상품을 서 비스로 전환하며, 임대 수익이나 구독형 서비스로 수익 을 올리는 방식이다. 다섯 번째 유형은 린 플랫폼이다(예를 들어 우버, 에어비앤비). 이는 자산 소유를 최대한 줄 이고 비용도 가능하면 줄여서 수익을 내려는 시도이다. 이상의 분석 범주는 하나의 기업 안에 공존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경우 그렇게 운영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회사로 시작하지만 물류 분야로 재빨리 진출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태스크래빗과 협력해 주문형 가 사서비스에 손을 대고, 악명 높은 메커니컬터크는 여러가지 면에서 직경제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아마존웹서비스를 개발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말하자면 아마존은 앞에서 말한 모든 범주에 걸쳐 있다.
- 최근에는 구글 역시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의 정교한 분석도구는 아마존웹서비스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패턴 인식 알고리즘이나 음성녹취 수단도 빌려준다. 예컨대 구글은 머신러닝 프 로세서를 판매한다(이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구 글이 다른 경쟁자보다 앞선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마이 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플랫폼(요즘 말로는 서비스로 서의 지능'42)을 개발해, 다른 회사가 자신만의 봇을 개발 하도록 소프트웨어 도구를 제공한다. IBM 역시 양자 클 라우드 컴퓨팅의 구현 쪽으로 노력한다. 클라우드 플랫 폼은 궁극적으로 정보기술 부서를 거의 외주로 돌릴 것 이다. 이런 과정은 지식 노동자를 조직에서 쫓아내고 그 들의 업무를 대거 자동화에 맡긴다. 데이터 분석, 고객정보의 저장, 기업 서버의 유지, 이 모두는 클라우드 서 비스로 바뀔 수 있으며, 경제성이라는 자본주의 논리는 이런 플랫폼의 사용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이런 플랫폼의 논리는 전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유 사하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이런 논리와 전기 공급을 비교한다. 초기의 공장은 발전기를 별 도로 갖춰야 했지만, 전력 생산이 집중화되면서 전기는 '필요에 따라 임차되었다. 오늘날 디지털 기초layer는 경 제의 모든 영역과 점점 더 결합해, 모든 산업에 필수적 인 인프라구조가 되었다. 따라서 디지털 기초를 지배하 면 막대한 이윤과 권력이 생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클 라우드 플랫폼은 매우 유리하다. 게다가 데이터 추출에 서도 클라우드 플랫폼은 확실히 유리하다.
- 산업인터넷은 대량 맞춤화 mass customisation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학회사인 바스프는 테스트 공장에서 모든 상품을 개별 단위로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각의 비누 병에 각기 다른 향이나 색, 비누를 집어넣고 각각의 라벨을 불일 수 있으며, 고객이 주문하자마자 이 모두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 결과 제품의 수명 주기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 공장이 산업인터넷의 요소를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나타났다. 그것은 통신의 공통 표 준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특히 오래된 기계의 경우에, 부품과 부품 사이에 연동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했다. 바로 여기서 산업 플랫폼이 등장한다. 이는 센서와 작동장치, 공장과 공급업자, 생산자와 소비자, 소프트웨어와 하드 웨어 사이에 연결을 확보하는 기초 뼈대로 기능한다. 산 업 플랫폼은 제조업의 발전소로 자리하며, 산업인터넷을 움직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터빈, 유전, 엔진, 작업 현장, 운송 트럭, 각종 애플리케이션 사이에 매개로 작용한다. 어떤 보고서가 전망하듯이 산업인터넷과 더불어 '최대 승자는 플랫폼 소유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전통적인 기술계의 강자뿐 아니라, GE와 지멘스처럼 전통적인 제조업의 거인까지 산업인터넷의 플랫폼 개발에뛰어들고 있다. 지멘스는 40억 유로를 투자해 마인드스페어라는 산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마트 제조역량을 확보한다. 마찬가지로 GE는 프레딕스라는 플랫폼 개발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분야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진출하기보다는 기존의 이런 회사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 덕분에 새로운 유형의 주문형 플랫폼이 가능하게 되었다. 제품 플랫폼과 린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들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분명히 구별되 는 사업모델이다. 우버와 집카를 예로 들어보자. 양쪽 모두 고객이 원할 때 자산을 빌려주는 플랫폼이다. 이런 점에서 따지면 비슷해 보여도 사업모델에서는 완전히 달라진다. 집카는 자산, 즉 자동차를 소유한 다음에 빌려준다. 반면에 우버는 자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전자는 제품 플랫폼이고 후자는 거의 모든 비용을 외주로 돌리는 린 플랫폼이다.
- 그렇다면 왜 '린' 플랫폼이라고 불리는가? 자주 인용되는 답변을 빌려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 인 우버는 자동차를 갖지 않는다 ...... 가장 큰 숙박업체 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갖지 않는다. 이런 회사는 마치 자산이 없는 회사처럼 여겨지며, 그래서 가상 플랫 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회사는 결정적으 로 가장 중요한 자산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플랫폼이 그것이다. 린 플랫폼은 초-외주 화 모델이 없다면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외주로 돌 려지고 고정자본도 외주에 의존한다. 유지비용도 외주 에 떠넘기고 훈련도 외부에 맡겨진다. 대신에 가장 중요 한 추출 장치만 내부에 남겨둔다. 그것만 있어도 플랫폼 을 통제하고 독점 지대를 얻는 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의 가장 악명 높은 부분은 외주에 의존하는 노동자 고용이다. 미국에서 이런 플랫폼은 노동자를 종업원'보다는 '독립계약자'로 취급한다. 이로 인해 급여, 시간 외 수당, 병가 수당, 기타 비용이 줄어들어 전체 노무비가 30% 가까이 감소한다. 게다가 종업원 신분이 되어야 훈련을 받기에 교육비용까지 외주로 맡겨진다. 이런 과정은 조직 내부의 승진이나 평가가 아니라 평판 체계로 노동자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평판 체계는 그 자체로 젠더화되고 인종차별적이며 사회적 편견에 취약하다. 게다가 도급계약자는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우버는 모든 운행마다, 에어비앤비는 모든 임대마다. 메커니컬터크는 모든 건수마다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런 접근에서 노무비가 절감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성과급은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임금 형태’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이, 노동의 외주화는 1970년대에 출발한 더 넓고 오래된 경향의 일부이다. 상품 판매와 관련한 일자리가 가장 먼저 외주로 돌려지고, 비대면 서비스가 그다음 차례로 이어졌다. 1990년대 나이키는 대부분의 노동자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하도급 형태의 이상적 기업이 되었다. 수직적 통합 대신에 나이키는 소수의 디자인 브랜드 인력만 남기고, 비핵심 부문인 상품의 제조는 다른 회사에 넘겨 버렸다. 그리하여 1999년쯤에는 “일회용” 노동자의 “적시공급” 시대가 온다는 불안에 찬 소리가 이미 울려 퍼졌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린 플랫폼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예를 들어 애플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 가운데 10% 정도만 직접 고용한다. 마찬가지로 미 노동성의 자료만 살펴봐도, 우버뿐 아니 라 많은 회사가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잘못 표기한다.
- 에어비앤비, 슬랙, 우버뿐 아니라 다른 많은 벤처 회사가 아마존웹서비스를 이용한다. 게다가 우버는 구글의 지 도, 트윌리오의 메시지, 샌드그리드의 이메일, 브레인트 리의 결제서비스를 사용한다. 요컨대 우버는 다른 플랫 폼에 기초한 린 플랫폼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회사는 재 무제표에서 비용을 떼내어,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 예 를 들어 투자비(에어비앤비의 숙박시설, 우버와 리프트 의 자동차), 유지보수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등이 그렇다. 인스타카트(장보기 서비스) 같은 회사는 광고를 대가로 식품 공급자(예컨대 펩시), 소매점 (예컨대 홀푸드)등으로 비용을 떠넘긴다. 그러나 이런 수단에도 인트타 카트는 60%의 사업에서 여전히 손해를 보고 있다. 사무실 공간의 비교적 높은 비용이나 핵심 인력의 연봉을 고려하면, 이런 수치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 수익성이 낮다는 사실은 앞으로 임금이 깎인다는 선행지표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린 플랫폼에서 너무나 흔한 일이다.
- 린 플랫폼은 몇 가지 경향과 계기의 산물로 보인다. 한편에는 외주화, 잉여인구, 삶의 디지털화라는 (장기) 경향이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2008년 이후에는 실업이 급격히 늘어나고 완화된 통화정책이 강해졌으며, 잉여자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클라우드 플랫폼이 급속히 성장했다. 린 모델은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우버의 사례처럼 거대한 벤처자본을 끌 어왔지만, 이로 인해 선진 자본주의 경제가 크게 변했다. 는 증거는 거의 없다. 외주화라는 관점에서 린 모델은 장기 경향의 사소한 행위자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린 플랫폼 회사는 이윤 창출 능력이 거의 없으며, 소수의 전문화된 모델만 겨우 수익을 내고 있다. 심지어 그마저도 벤처자본의 후견에 기대고 있다. 린 모델은 경제의 미래, 노동의 미래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몇 년 안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한편에는 이렇게 착취하기 쉬운 노동자 집단이 늘었다면, 다른 한편에는 저금리 상황이 유발한 거대한 잉여자본이 쌓여 갔다. 탈세, 막대한 기업 저축, 완화된 통화정책이 결합해 천문학적 금액이 탄생했다. 게다가 이런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더 높은 수익을 찾기 시작했다. 신생 기술회사는 훌륭한 투자처로 떠올랐고 2010년 이후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였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린 플랫폼 경제는 자본주의를 재건하 는 선구자가 아니라, 초저금리와 극단적 유동성이 촉발 한 잉여자본의 배출구로 간주되어야 한다.
-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빅데이터 관련 합병이 2배로 올라갔다. 이런 흐름에는 플랫폼 회사의 거대한 현금 과잉과 조세도피의 잦은 활용이 도움을 주었다. 막 대한 잉여자금이 잠들어 있었고 그 덕분에 데이터 추출의 인프라구조가 구축되고 확장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소비자 사물인터넷IoT 에 이뤄진 대규모 투자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정과 소비재에 왜 센서가 달리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구글은 가정용 난방시스템 회사인 네스트에 투자했다. 이는 데이터 확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접근이다. 아마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새로운 장치 에코를 도입했다. 에코는 가정에 설치된 스피커로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된다. 에코는 음성도 인식하지만 주변의 각종 활동도 동시에 기록한다. 소비자 선호를 파 악하려는 기업에는 이런 장치가 얼마나 유용한지 어렵 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TV의 등장은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폰 안에도 비슷한 장치가 이미 들어 있다.애플에는 시리가 있으며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나우가 있다. 웨어러블 기술은 소비자 IoT의 또 다른 주요 요소 이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웨어러블 기술과 피트니스 기술을 결합해 이용자를 플랫폼에 끌어들이고 그 데이터 를 추출한다. 이 모든 장치가 약간의 소비자 효용을 주기도 하지만, 소비자는 아무리 요구해도 그 장을 주도하지 못한다. 대신에 소비자 IoT는 데이터 기록을 일상으로 확장하려는 플랫폼 주도의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구글의 초기성공은 주로 내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혁신적인 하드웨어 구조를 설계하는 선구적 작업에서 나왔다. 특이하게도 구글은 외부 시장에서 표준화된 서버를 구매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설계하는데, 이 역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구글은 대체로 운영 정보를 공개하지만(그러면 수많은 회사가 따라 한다), 확고한 우위를 얻은 다음에만 그렇게 한다. 분석 방법의 가치는 왜 구글이 인공지능 연구에 많은 자금을 넣고 있는지 이해하게 해준다. 인공지능은 다른 플랫폼을 물리치고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데 핵심 분야로 여겨진다. 구글은 이 분야에서 가장 큰 투자자로 꼽히지만, 그 밖에 다 아마존, 세일포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인공 지능 개발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회 사는 데이터 층위stack 가운데 일부(예를 들어 데이터 관 리, 분석도구)가 아니라 전부를 개발해야 한다. 센서에 서 상품까지 데이터 흐름에 병목이 생기면, 더 많은 가치 생산에 장애가 일어난다. 따라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 어까지, 데이터 층위의 모든 요소를 확보하려는 확고한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두 번째 경향과 이어진다. 플랫폼은 핵심사업 주변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그 내부에 핵심 지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이런 전략은 전통적 방식의 합병이 아니다. 즉 수평적 통합(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다른 회사를 합병하는 것)도 아니고 수직적 통합(단일한 가치사슬 내 부로 회사를 합병하는 것)도 아니며, 다각적 통합(유사품이나 보완재의 공급자를 합병하는 것)도 아니다. 생태계 전략은 전형적인 포드주의 기업의 수직적 통합도 아니고 포스트포드주의 시대의 린 사업방식도 아니다. 오히려 리좀적 연결과 비슷한 형태로, 그 이면에는 핵심 플랫폼 지위를 유지하려는 지속적 노력이 존재한다. 첫번째 사례를 들어보자. 인터넷 접속이 데스크톱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자 운영체제는 통제의 중심적 요소가 되었다. 이에 발맞춰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 서둘러 진출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뒤를 이어 구글이 들어왔고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그 뒤를 따랐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선점하는 과정에서 교차보조라는 전형적 플랫폼 전술을 구사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풀어 하드웨어 업체를 끌어들였다. 이런 조치는 애플의 폐쇄 체계를 깨는 데 효과를 보였다. 오늘날 안드로이드는 80%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모든 장치의 운영체제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인다. 또 다른 사례로 인터페이스 수준에 서도 비슷한 경합 - 사업 영역의 잇따른 확장 - 이 일어 난다. 인터페이스는 이용자가 플랫폼과 교류하는 일차 적 수단이며, 더 넓은 생태계를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관 문이다. 지난 십년 동안, 구글의 검색엔진은 다른 경쟁자 를 물리치고 인터넷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인터 페이스가 되었다. 경쟁 플랫폼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사업을 확장해, 구글의 검색엔진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이런 회사는 (공개된 웹이 아니라) 앱내부에 검색엔진을 심었고, 이런 방식은 점점 더 널리 확산되었다. 구글의 사이트 대신에 이용자는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안에서 곧바로 검색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있 을 깔고 아마존에서 검색을 시작하면, 구글의 사업모델 은 그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다.
- 모든 주요 플랫폼 회사는 자연언어 인터페이스 시장에서도 점점 더 지위를 굳히고 있다. 2016년 페이스북은 '챗봇'의 야심 찬 도입에 착수했다. 챗봇은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낮은 단계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은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및 자연어 처리에 막대한 자금을 넣고 있다) 어떤 전망에 따르면 이런 챗봇이 이용자가 인터넷과 교류하는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런 공개된 플랫폼 위에서, 다른 회사는 자신만의 봇을 개발할 수단을 얻는다. 예를 들어 그들은 음식을 주문하고 열차표를 구매하며 식사를 예약하는 직관적인 수단을 창출한다. 그 결과 이용자는 더 이상 각각의 사이트나 앱을 이용하지 않는다. 단지 페이스북 플랫폼에 접속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이렇게 된다면 페이스북의 챗봇 프로그램은 온라인 상거래의 인터페이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구글의 검색엔진이나 아마존의 물류망과 경쟁하는 대신, 페이스북은 인터페이스를 통 제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른바 핵심 위치를 차지하려고 이런 회사가 기 민하게 팽창한다는 점에서 그 원칙은 분명하다. 애플, 구 글, 페이스북은 지불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데, 여기서도 동일한 원칙이 발견된다. 이들은 경제 거래의 기초를 구 축해, 데이터를 수집할 뿐 아니라 모든 거래마다 약각의 요금을 받으려고 한다.
- 결국에 과잉설비와 과잉생산 문제는 피할 수 없으며, 이미 전 세계 시장에 중국산 철강이 덤핑으로 팔려나간다. 그 여파로 다른 나라에서도 철강 가격이 폭락하고, 영국의 타타스틸 같은 회사는 거의 파산 지경에 들어갔다. 중국에서는 다른 분야도 사정이 좋지 않다. 석탄은 조만간 33억 톤의 과잉설비를갖출 것으로 여겨진다. 전 지구적 공급 과잉에도 알루미 늄 산업은 팽창을 멈추지 않는다. 정유 산업에서는 2억톤의 과잉설비가 예상되고, 대부분의 화학 회사는 이미 재고가 남아돌지만 설비를 계속해서 늘린다. 이런 맥락에서 제조업체는 산업인터넷의 구축으로 반전을 꾀하려고 한다. 특히 미국과 독일에서는 산업인터넷이 결정적 기회로 여겨진다. 독일에서는 산업인터넷이 고부가 제조업의 지배를 유지하는 수단이며, 미국에서는 전후의 지배적 위치를 회복하는 수단이다. 의심할 바 없이 일부 회사는 산업인터넷의 도입으로 성공을 거두고, 한동안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더 많은 잉여 이익을 가져갈 것이 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산업인터넷이 전 지구적 제조업의 이윤 하락이나 과잉설비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불행히도 이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 이유는 산업인터넷이 제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신에,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낭비시간 단축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이나 새로운 시장의 개척보다는 산업인터넷의 도입으로 가격이 더 낮아지고 점유률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전 지구적 성장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플랫폼 소유자는 창출된 이익 가운데 대다수를 흡수하고 직접적 제조사는 약간의 수익만 가져갈 것이다. 더군다나 긴축정책이 유행하면서, 전 지구에 걸쳐 총수요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내려가는 꾸준한 경향이 나타난다. 1999년에서 2006년 사이에 노동생산성은 연간 2.6%가량 성장했 지만, 위기 뒤에는 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총요 소생산성도 낮아져, 지난 몇 년간 거의 답보 상태에 머물 렀다. 이런 추세는 거의 모든 주요국 경제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 장단기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 잉여자본은 조금만 수익이 생겨도 그곳이 어떤 곳이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앞에서 봤듯이 이런 현상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90년대 호황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스타트업 호황은 이런 힘들다. 이런 직업에는 훈련(따라서 고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숙련 노동자는 (플랫폼의 착취관계에 머물기보다는) 자신만의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가사 도우미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대가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린다. 이는 홈조이가 무너진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게다가 아마추어 개인을 사용하는 외주화는 대규모 전문 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율성도 누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우버는 택시를 대량으로 사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는 대신에 개인 운전자가 차량을 갖추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한 명의 청소부를 고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전체 일감을 쪼개 같 은 부분만 처리하는 여러 명의 인력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전체 비용이 올라가고, 결국에 온라인 서비스는 전통적인 경쟁자보다 가격도 비싸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위험에 처한다.
- 경제 위기, 애드블록, 규제가 얼마간 결합해 광고가 줄어들면, 이런 플랫폼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편으로는 폐쇄 경향이 더욱 강해질 공산이 있다. 애드블록은 공개 된 웹에서 작동하지만 앱에서는 플랫폼이 모두를 통제 한다. 그러나 공개된 웹이라는 인터페이스의 한계로 구 글은 폐쇄 전략을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선택지 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바리안이 지적하듯이 직접 과금 형태로 변해갈 것이다(임대 및 구독 서비스, 수수료, 소 액결제 등). 다른 영역에 필수 플랫폼을 제공하고 구글은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모든 금융 거래마다 약간씩 돈을 받거나,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빌려주고 자동차 회사에 특허료를 물리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차 회사에 요금을 받는 식이다. 다 른 한편으로, 사물인터넷이 보급되면 소액결제의 대규모 팽창도 가능할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어떤 상품이건, 예컨대 자동차, 컴퓨터, 집, 냉장고, 화장실 따위를 서비스로 바꾸며 사용에 따라 요금을 매기게 한다. 이미 많 은 회사가 이런 선택지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런 맥락 에서 롤스로이스, 우버, GE 같은 회사는 광고 이후의 환 경에서 플랫폼의 미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책에서 묘사한 것 향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하나의 특정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플랫폼은 경제 전체로 계속 확산되고 경쟁은 플 랫폼 폐쇄를 더욱더 강화할 것이다. 광고 수익에 기대는 플랫폼은 직접 요금 사업으로 점점 더 변해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외주화와 벤처자본에 기대는 린 플랫폼 회사 는 파산에 처하거나 제품 플랫폼으로 바뀔 것이다(예를 들어 우버는 무인자동차를 시험하고 있다). 결국에 플랫폼 자본주의는 내재적 경향에 따라 (클라우드 플랫폼, 인프라구조 플랫폼, 제품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신 임대 수익을 추출하는 쪽으로 변화한다. 따 라서 수익성 면에서 아마존은 구글, 페이스북, 우버보다. 미래에 더욱 가깝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교차보조 전략 은 종말을 고하며, 이에 기반한 공적 공간이라는 인터넷 의 외양도 대부분 자취를 감출 것이다. 대신에 현존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접속의 불평등 형태로 반복될 것 이다. 게다가 이런 플랫폼이 생산과정을 좌우하게 되면 서, 다른 회사의 자본 가운데 거대한 부분을 흡수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은 자본주의를 갱신할 새로우 사업모델인가? 서르닉에 따르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 도 하다. 우선 자본주의가 갱신된다면, 그 근거는 플랫 폼 기업이건 아니건 간에 플랫폼 형태로 사업방식이 바 뀐다는 데 있다. 분명 플랫폼 모델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주고 디지털 경제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새로운 활 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 증거를 살펴보면, 플랫 폼 회사는 자본주의를 되살릴 새로운 빛이 아니다. 플랫 폼 사업이나 디지털 경제가 발전한 지난 십여 년 이래로 전 지구적 경제가 살아났다는 근거는 미미하다. 선진국과 중진국 경제는 성장률이 돌아오지 않았고, 저개발 국가에서는 플랫폼 회사뿐 아니라 자본의 전 지구적인 재배치로 성장률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플랫폼 회사는 대량실업, 생산과 노동의 외주화, 전 지구적 착취라는 기존 경향에 기대어 성장했을 뿐이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특별한 잉여를 안 겨주고 독점 회사로 성장하게 했지만, 총자본의 이윤 면에서나 총고용의 증가 면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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