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던

경제 2020. 12. 16. 12:05

- 당시 한국이 해외 투자의 주체로 부상할 만큼 내적 자본이 축 적되지 못했고, 자본의 한계효율이 높았음에도 해외 투자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차입을 통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러한 구조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피해 자가 되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기존의 소수 금융기관들의 영역이었던 해외 유가증권 투자시장에 종금사들이 진출했고 종금사들은 홍콩에 법인을 개설하면서 해외 유가증권 투자규모를 급속히 확대시켰다. 90년대 중반부터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전까지 종금사들은 홍콩에 잇달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일부 종금사에서 해외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기사가 나면 다른 종금사 CEO는 회의 시간에 직원들을 질타하며 조속히 홍콩 법인을 설립하여 해외 투자에 나서라고 지시하는 풍경이 발생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홍콩에서 법인을 개설하는 금융기관들이 줄을 이었고 오죽했으면 당시 홍콩 주재 총영사, 재경관은 하루걸러 개점 테이프커팅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으로 한국 금융기관들의 해외 투자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실화되면서 세계화를 배경으로 일어났던 해외 투자붐은 불행하게 막을 내린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대한민국은 꾸준히 축적된 경상수지 흑자와 국내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다시 한 번 해외 투자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기관이든 개인이든 해외 시장이 필수적인 포트폴리오가되면서 요즘은 웬만한 개인 투자자도 해외 주식이나 채권자산을 직간 접적으로 보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 투자자의 해외 유가증권 투자규모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금융기관들(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은 한국을 주요 고객으로 대접해 주는 시대가 되었다.
-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시점은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1997년 11월이다. 환율 상승과 외환보유액 고갈에 따른 경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1997년 11월 21일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여러 가지 전조 증상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한국의 외환위기의 시초는 1997년 1월 한보철강의 부도라고 본다. 이것은 당시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그대로 보여 준 사건이다. 물론 한보철강이 부도나기 전까지 절대로 부도로 가지 않고 정부의 지원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따라서 당시 상황이 한국의 IMF 구제금융신청이라는 비극의 예고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한보철강이 부도나기 직전까지도 한보철강 부도설의 진원지를 조사하는 등 위기를 부정하는 자기확신만이 판을 치고 있었다. 비록이 확신도 불과 며칠을 못 버티고 말았다(한보철강은 1997년 1월 23일에 최종 부도처리되었다
- 왜 AML이 강화될수록 미국의 지배력이 높아질까? 그것은 달러중심의 국제결제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설립 이후 달러는 국제적인 결제 통화로서의 지위를 강화시켜 왔다. 그리고 이것을 실무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달러결제시스템이다. 즉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국가 간 거래에서 달러를 선호 하다 보니 그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달러결제시스템 을 구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달러결제는 궁극적으로 미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미국에 소재한 지점을 보유하거나, 미국 유수의 은행에 계좌를 보유하여 달러결제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금융당국은 전 세계의 자금흐름을 손금 보듯 훤하게 꿰뚫 어 볼 수 있다. 홍콩의 금융당국이 자신의 감독 관할하에 있는 외국 금융기관들에 게 미국 정부의 지시 사항을 직접 듣도록 한 것도 이러한 미국 중심의 질서를 현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을 주요 산업으로 영위하고있는 홍콩 입장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미국과 긴밀히 움직이는 것이라는 실용적 인식이 앞섰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막강한 지배력을 부러워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인구를 바탕으로 국력을 키워 소위 G2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중국 스스로 군사 외교적으로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금융질서는 넘기 어려운 철벽이다. 중국도 이러한 현실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타개하고자 중국이 추진하는 것이 위안화의 국제화이다. 즉 막대한 중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안화가 중심이 되는 국제금융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제금융질서의 배후에는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 숨어 있는 것이다.
- 유로달러는 결과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국제금융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돈의 흐름이 국가라는 울타리를 넘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발전 하기 때문이다. 특히 80년대 미국의 골칫거리였던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 무역수지 적자)가 유로달러의 유동성을 증대시켜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시켰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이끌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미국 경제의 구조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성장할수록 고용 효과 및 그에 따른 소득의 파급 효과는 축소된다. 즉 경제가 성장을 해도 고용증가 효과는 예전만 못하고 고용이 증가된다고 해도 그것이 경기와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채권 펀드매니저들의 운용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즉 전통적으로 미국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경제지표 는 비농업 취업자수nonfarm payroll에 나타나는 고용증가 등 단순한 양적 고용지표였는데, 2018년을 전후하여 분배의 개념을 담은 시간당 임 금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종전의 사고방식으로 경기상 황을 판단하여 금리상승을 예상하고 채권 운용전략을 수립한 펀드매 니저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 결국 한국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글로벌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었고, 그럴 만한 능력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첫째 이유인 먹고살 만한 시장 환경은 과연 지속될 것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거의 모든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투자의 수요는 성장하지 않거나 위축되고 있고, 그나마 성장을 이끌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대체하면서 기존 금융기관의 파이를 속속들이 잠식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함께 저성장,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금융기관이 누릴 수 있는 마진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더 이상 국내 비즈니스만으로는 금융기관이 먹고살 수가 없는 환 경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의 금융기관도 생존을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두 번째,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요건을 갖추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 갖추기 힘 든 요건들이 많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되기는 불가능 한 일이고,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영어 소통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질 수도 없는 일이다. 국제적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조직 마인드 역시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요건이다.결론적으로 한국의 금융기관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따라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해야 한다. 이 점이 모든 금융기관 수장으로 하여금 글로벌을 외치게 만든 것이다.
- 가상화폐가 가져올 금융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 리브라 프로젝트이다. 리브라의 세상은 국가 간 거래에서 통화의 교환이 불필요한 세상이다. 즉 현존하는 외환시장은 존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그런 일은 상당기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미국이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해 거의 모든 미국의 위정자들이 맹비난을 퍼붓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물론 표면적으로는 금융질서의 혼란을 이유로 내세운다). 모든 시장은 효율성을 추구하며 움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힘의 논리가 작동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기축통화국의 힘, 국가 금융시스템에서의 각국 금융당국의 힘은 가상화폐의 효율성을 압도할 것이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 상황은 상당기간 일어나지 않고, 결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적 수단으로 쓰이는 데 그칠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의 외환딜러들은 가상화폐로 인해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 의 자녀를 외환딜러로 키우고 싶은 생각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이 디지털화폐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가상화폐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중국이 왜 디지털화폐 개발에는 적극적일까? 일단 중국이 생각하는 디지털화폐는 위안화라는 법정통화가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일반적 가상화폐와 다르다. 즉 중국은 위안화를 기반으로 한 결제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을 디지털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의 배후에는 달러가 장악하고 있는 국제결제시스템을 디지털이라는 무기로 잠식하여 그 주도권 을 빼앗고자 하는 중국의 전략이 도사리고 있다.
- 중국의 경우처럼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법정통화를 기반으로 하여 만든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라고 지칭한다. 비트코인이나 리브라처럼 민간이 개발한 디지털화폐 와 대비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이외에도 상당수 주요 국 중앙은행은 CBDC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한은은 “지난 달 CBDC 연구추진 계획 중 1단계 목표인 CBDC 기반업무를 완료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2단계 목표인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출처: 조선비즈 2020.8.30). 사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나본 금융당국자들은 디지털화폐에 대해 고민만 깊은 상황이었다. 보수적인 금융당국자들 입장에서 디지털 세상을 국가의 금융 시스템에 수 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하고 있 다. 중앙은행들이 왜 이렇게 CBDC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우선 전 세계가 처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소위 언택트 거래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디지털화폐의 검토는 불가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트코인, 리브라 등 사적 디지털 화폐의 부상浮上으로 이러한 것들이 극단적으로 성장하여 사회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국가의 통화정책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중앙은행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각국의 중앙은행은 무조건 서둘러 CBDC를 도입해야 하 는가? 디지털화폐를 공적 시스템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는 중대한 이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문제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기록을 갖게 되면 국가는 개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중국이 디지털화폐에 선도적으로 공을 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구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가별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원활치 않다면 CBDC의 도입은 상당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둘째, 기존의 사적 결제시스템과의 관계 설정 문제이다. 사실 사적 결제시스템(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구글페이 등)의 수익성 원천은 Scalability(규모의 강점)에서 나오는 독점적 지위이다. 편의성을 기반 으로 사용자를 다수 확보한 후 사용자들이 이탈하기 힘든 상황이 되 면 독점적 지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사적 결제시스템이 가는 길이다. 그런데 가장 독점적인 공적 시스템이 등장하여 공적 서비스를 제 공할 경우, 기존 사업자의 존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적, 사적 시스템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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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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