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학자들

경제 2015. 4. 24. 15:31

 


한국의 경제학자들

저자
이정환 지음
출판사
생각정원 | 2014-10-0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재벌과의 빅딜? 국가의 개입은 어디까지… 짝퉁 경제 민주화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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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1조 4600억인데,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으로 빠져나간 돈은 무려 13조 6000억. 미국도 증시조달 자금은 2520억불이었는데, 주주환원 금액은 6650억불이나 됐음.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에 따르면 "상장유지 비용이 큰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증시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절대규모가 크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 과거에 주가가 높을 때 증자를 하면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음. 주가가 뛸 때마다 증자규모가 늘어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유상증자는 어려운 기업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됨.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수가 늘어나므로 기존 주주입장에서는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주가가 떨어지게 됨. 장기적으로 그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 주가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김 연구원은 "높은 주가에도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하지 않는 건 딱히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면서 "결국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만한 마땅한 동력이 없다는 고민이 투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 설명함
- 스웨덴의 복지국가 시스템은 물론 높은 소득세율 때문이지만 강한 노동운동과 사회적 연대, 그리고 국가 주도의 성장정책이 근본 동력. 노동자 대표들이 기업 대표들과 협상을 해서 파업을 접고 산별노조로 전환하기로 했고 국가가 완전 고용을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부실한 기업들이 문을 닫게 만들려면 해고된 노동자들을 정부가 책임져야 함. 단순히 실업급여를 주는 걸 넘어 산업고도화와 노동자 재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전반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함. 핵심은 임금을 깎아서 생존하기 보다는 임금을 올릴 수 없는 기업들을 도태시키는 것. 국민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만들려면 그만큼 더 벌게 해줘야 선순환이 시작됨. 주목할 대목은 스웨덴도 복지국가 시스템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 사민당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했음. 노사 대타협도 어느날 갑자기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라 양쪽이 서로 위협을 느낄 정도로 대등한 권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음.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 노동운동 진영이 자본을 압박해 대등한 타협을 끌어냈다는 사실도 중요한 교훈. 한국은 노조 조직률은 10%를 밑돌고 산별 노조는 정치적 존재감이 크지 않음. 질 좋은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노동자 계급은 분열돼 있고 진보정당은 궤멸되다시피 한 상황.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정말 요원해 보임. 그런데 무엇으로 자본가 계급을 압박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대타협을 하려면 협상의 상대방이 있어야 할텐데 이건희 회장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협상테이블에 나오겠는가
- 순환출자가 문제가 많다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데 신장섭 교수의 생각은 다름.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에서 "순환출자는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시켜서 나타난 현상인데 재벌들이 멋대로 순환출자를 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뒤늦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 "순환출자의 원죄는 정부에 있다"는 주장.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일본 상법을 그대로 베껴오면서 지주회사 금지조항도 들어왔음. 2차대전 직후 전범기업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를 금지시킨 건데 그게 아무 맥락없이 들어온 것. 일본 기업들은 지주회사 설립이 금지되자 상호출자 형태로 자금을 조달. 애초에 지주회사가 가능했다면 한국재벌도 순환출자를 할 필요가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 정승일 대표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우 현대 모비스가 현대자동차에 출자하고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에 출자하고 기아자동차가 다시 현대모비스에 출자하는 구조인데 순환출자를 당장 금지시키면 기아자동차 같은 우량회사가 대우자동차나 쌍용자동차 같은 골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주장. 극단적 비유인데다 비약이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지만 순환출자 금지가 곧 재벌해체가 된다는 현실적 지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음.
- 이병천 교수는 "한국 신자유주의는 개발독재의 유산위에 올라탔다"면서 "재벌과 금융자본이 타협하면서 공존공생하는 잡종 신자유주의로 진화했다"고 분석. 장하준 교수가 재벌을 신자유주의의 희생양으로 규정하고 재벌개혁이 곧 신자유주의 확대라고 비약하는 것과 달리 이병천 교수는 애초에 재벌이 신자유주의의 주도세력이라고 규정. 그는 재벌이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 장하준 교수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음. "재벌들이 바보같은 짓을 한 거에요. 시장주의(자유주의)를 들여오면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90년대 중반 자유기업원 등을 만들어 미국 공화당 극우파들의 극단적 개인주의나 수입하고 주주자본주의 이론을 들여오고 그랬거든요.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은 거죠. 재벌가문이야말로 대다수 주주들의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거든요."
- 유철규 교수는 "역사적 맥락에서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민주화로 말미암아 노동계급에 대한 정치적 대응능력이 약화된 국가의 후퇴를 국가 지원으로 말미암아 모호해진 사적 소유권을 확립해 노동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고 암묵적으로 재벌에 부여되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와 유철규 교수의 문제의식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음. 유교수는 재벌이 이미 국민경제에서 이탈해 신자유주의와 결탁하고 있다고 보는데 장교수는 재벌이 신자유주의와 동거를 시작했지만 더 늦기 전에 신자유주의의 마수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입장
- '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의 신화'라는 책을 보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스웨덴 모델을 편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가능. 발렌베리그룹은 사실 그룹이 아님. 발렌베리 가문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 막연한 연대의식만 있을 뿐 같은 이름을 쓰지도 않고 당연히 동일한 기업로고 같은 것도 없음. 개별 기업의 독립경영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삼성같은 계열사 부당지원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음. 차등의결권 역시 오해가 많다. 이건희 일가가 순환출자 구조 덕분에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처럼 발렌베리가문이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마치 우선주와 보통주의 개념처럼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도 상장돼서 일반 주식 투자자들도 누구나 거래가능. 유통물량이 적긴 하지만 주가의 차이도 크지 않음. 신정완 교수에 따르면 찰츠요바덴 협약은 철저하게 좁은 의미에서 노사관계와 관련된 의제들, 그것도 주로 분쟁해결 방식에 국한돼 있음. 발렌베리 가문은 찰츠요바덴 협약뿐만 아니라 어떤 노사협약에도 참여한 바가 없음. 고용자 연합회가 있는데 발렌베리 가문이 나설 이유도 없고 애초에 다른 기업들을 대표할 자격도 없음. 한국에는 이찬근 교수 등의 언론 인터뷰가 와전되면서 잘못 알려진 것으로 보임.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발렌베리 가문의 소유, 지배권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논의조차 되지 않음. 오히려 발렌베리 그룹의 상호출자와 차등의결권 등 소유와 지배가 괴리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큰 문제의식 없이 용인했고 경제력 집중 역시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임. 한국과 달리 재벌 총수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지탄을 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함. 신정완 교수는 "이찬근 교수 등이 강조하는 거대기업과 노동조합, 정부의 조합주의적 계급 타협의 틀은 스웨덴에서도 80녀내 이후 근본적으로 해체돼왔다."고 지적. "재벌 총수의 기득권 보호를 핵심 고리로 삼아 계급타협을 이룬다면 발전국가주의만 전면화되고 사회민주주의는 부차화돼 자칫 국민적 합의라는 정치적 위광까지 부여받은 재벌의 이해관계에 노동운동이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핵심을 찌름
- 과거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구조본이 실체가 있는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기능이 더욱 강화된 것은 분명. 송원근 교수는 지주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회사들과 부당 내부거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에 확산되는 걸 막기도 어려움. 소유의 집중과 함께 투명성이 높아졌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과연 지배구조의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 실제로 03년 신용카드 대란이 터졌을 때 그룹차원에서 LG카드에 자금지원을 했음. (주)LG의 대주주와 계열사들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이었지만 (주)LG의 출자자금은 (주)LG가 한국전기초자 등의 보유지분을 계열사들에게 넘겨서 마련. 송원근 교수는 부실 계열사 지원에 자회사를 동원했고 자회사의 이익을 탈취했다고 분석.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금융계열사의 부실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이야기. 문제는 비슷한 현상이 LG뿐 아니라 이미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한 SK그룹과 금호아시아나 그룹 등에서도 발견되고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한화그룹이나 롯데그룹, 코오롱 그룹, 동양그룹 등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큼. 실제로 SK(주)가 SK에너지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자사주를 발행하면서 최태원 전 회장의 지분비율을 크게 늘려주기도 했음. 공개매수라고는 하지만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은 것.
-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고 완전한 자유방임을 요구하는 게 아님. 오히려 경쟁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게 신자유주의임.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은 스스로 경쟁조건을 파괴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독점과 계급대립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게 핵심. 특히 반독점가 사회보장 정책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구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구분하게 됨. 김성구 교수는 여기에서 다시 독일권 신자유주의와 영미권 신자유주의를 구분하고 그 이론적 차이를 주목하라고 강조.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써야 비판과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 독일권 신자유주의는 30년대 고전적 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른 발터 오이켄의 독일권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시장질서 유지에 한정했음. 70년대 케인즈주의의 실패이후 주목을 받게 된 영미권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는 좀더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말함. 국가의 개입범위에 따라 3가지 방향으로 나뉘는 것임. 김성구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 신자유주의라고 소개된 영미권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철저하게 부정하기 때문에 신자유즈의라기보다는 구자유주의의 복원 또는 부활이었다고 보는 게 맞음. 영미권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쟁으로 질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반면 독일권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경쟁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차이가 있지만 둘다 국가의 개입을 부정하면서도 국가의 개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봉착해 있음
- "주주는 경영자가 아니며 경영자는 주주가 아니라는 구별, 그리고 이 구별에서 비롯되는 둘 사이의 모순적 대립은 사람들이 순진하게 논리적인 동일성, 현실적인 일관성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뿐입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보통 주식회사에서 한 사람이 헨리포드처럼 독재자가 되는 동시에 엔론의 케네스 레이처럼 비자금과 분식회계의 달인이 되는 경우입니다." 김상봉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보통은 포드는 레이가 될 필요가 없고 레이는 포드가 될 수 없음. 주인은 자기재산을 훔칠 필요가 없고 하인은 그가 하인으로 있는 한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함. 헨리 포드 같은 절대 주인도 아니고 케네스 레이같은 전문경영인도 아니면서 포드같은 전제군주인 동시에 레이 같은 사기꾼처럼 행동하는 자들을 한국에서는 재벌총수라고 부름
- 가장 극단적인 투기자본은 브릿지 증권 사례. 브릿지인베스터먼트라부안홀디스라는 사모펀드가 외환위기 직후 대유증권과 일은증권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인 뒤 두 회사를 합병해서 리젠트 증권으로 이름을 바꿈. 그리고 대규모 배당으로 남아 있는 현금을 빼먹기 시작.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해서 최대주주 지분비중을 계속 늘림. BIH는 투기자본의 교과서라 불릴 만한 다양한 먹튀수법을 선보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덕분에 02년 49.7%였던 BIH의 지분이 04년에는 70.9%까지 늘어나고 자사주를 더하면 90%가 넘게 됨. 회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장악하고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대규모 무상증자와 유상감자를 실시. 회사의 자산을 자본금으로 편입시킨 뒤 그걸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 브릿지 증권은 심지어 회사 본사 건물을 팔아 현금으로 만들고 유상감자를 실시하여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함. 정상적 회사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회사는 최대주주가 돈 챙겨서 빠져나가는 게 최대목표였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가능했음. BIH는 이 회사 지분 2200억을 사들인 뒤 배당으로 204억원, 유상감자로 2155억원을 빼내감. 한국 주식시장 사상 최대규모의 유상감자였음. 최종 매각까지 BIH가 벌어들인 돈은 3609억에 이름. BIH는 말레이시아 조세회피지역 라부안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였음. 애초에 경영보다는 투자개념으로 접근했던 것. 고객들 돈을 받아 한국의 증권사 지분에 투자했으니 최대한 빨리 이익을 남기고 투자원금과 수익을 회수해서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게 목표. 심지어 막판에는 회사를 청산하려고까지 했음. 노조가 나서서 경영권을 넘겨받아 종업원 지주회사로 전환했으나 그때는 이미 껍데기만 남은 뒤였음.
- 이승협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개인적 결단에 기초한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삼성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를 외환위기와 IMF에 의한 통제라는 사회적 파국으로 치닫게 한 요인이었다"고 지적. 개인의 권위나 카리스마에 의존한 조직운영은 자본주의 초기 또는 소규모 기업의 경영방식이고 장기적 안정성을 갖기 어려움. 실제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에서는 잘된 건 모두 회장님 능력 덕분이고 잘못된 건 임원들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음. 이승협 교수는 "삼성의 성공신화는 모두 이건희 회장에게 귀속되며 실패사례는 조직의 실패로 귀결된다"면서 "이런 신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조직원은 철저하게 배제된다"고 분석. 이런 분위기다 보니 실제로 삼성자동차 경영실패는 전문경영인들 탓이고 반도체 사업은 이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공공연히 흘러나옴. 이회장이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던 게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삼성그룹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건 74년 이병철 회장 시절이었고 오히려 자동차 사업진출은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였다는 게 숨길 수 없는 사실. 물론 이병철 회장 시절 시작한 반도체 사업이 이건희 회장 시절 부쩍 성장한 것도 부정할 수 없음. 임원들이 반대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개인 돈으로라도 인수하겠다며 의욕을 부렸다는 게 삼성의 공식기록에 남아 있음.
- 일찌감치 순환출자를 정리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0.04%, 회장일가 지분을 모두 더해조 0.06%밖에 안됨. 그런데 계열사를 통한 내부지분율은 48.8%나 됨.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의 지분이 1.26%, 회장일가 지분은 3.91%밖에 안되지만 내부지분율이 33.25%나 됨.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은 오히려 지주회사에서 더 심각. 흔히 재벌체제를 이야기할 때 오너일가가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가로챈다고 비판하지만 지주회사로 바뀌면 오너일가와 소수주주들의 이해가 일치하게 됨. 계열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하청업체와 비정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고질적인 관행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음. 오히려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 지주회사를 주주 자본주의의 가장 진화된 형태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임
- 훗날 역사에서 삼성 특검은 자본권력이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례로 기록될지 모름. 전성인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이나 우회지배 무제 등은 이미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법원이 이미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이제 어떻게 상속세를 최소화하면서 아들, 딸드에게 지배권을 넘겨주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다"고 설명
-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던 에스원 주식을 19000원에 사서 30만원에 팔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5000~5500원에 사서 59000원에 팔았다. 에버랜드가 헐값에 주식을 넘긴 것도 문제지만 상장 직후 삼성생명이 집중적으로 에스원 주식을 사들인 것도 의심스러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사들인 시점도 이 부회장이 지분을 내다판 시점과 일치. 물론 공개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파는 걸 막을 방법은 없음. 그러나 수백억 원어치 주식을 갑자기 내다 팔면 주가각 확 떨어지기 마련. 삼성생명 등이 이 부회장이 쏟아내는 매물을 받아줬다는 의혹이 나옴. 살 필요가 없는 주식을 샀거나 필요 이상으로 비싸게 삿다면 역시 삼성생명 주주들에게는 배임이 됨. 이 부회장의 시세차익을 올려주려고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됬지만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리. 제일기획도 비슷한 수법으로 종잣돈 마련에 동원됌. 이 부회장은 96년 3월 제일기획 전환사태를 사들이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20.75%의 지분을 확보한 뒤 98년 11월 전략을 내다 팔아 140억원의 차익을 남김.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1만원, 유상증자 가격은 5000원이었는데 평균 매도단가는 48802원이었음. 이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의 지분 처분시번에 삼성화재가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를 떠받쳤다는 의혹이 제기됨. 이 부회장의 종잣돈은 3년만에 33억 2000만원에서 700억 이상으로 불어남. 이 과정에서 96년 1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에 48억 3000만원을 투자하고 31.9%의 지분을 확보해 단순에 최대주주가 됨. 직책은 부장이었고 심지어 이때는 일본 와세다대에서 유학중이었음
- 97년 3월 삼성전자가 인텔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전환사채 90만주를 사들였는데, 전환가격이 4만 9931원이었는데, 그해 3월 24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5만 6700원이었음. 시가와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역시 특혜 논란이 있었음. 이 전환사채는 7년 뒤인 04년 8월 주식으로 전환됐는데, 8월 20일 기준으로 43만 4000원, 449억원에 사들인 전환사채가 3906억원어치 주식으로 불어남. 종잣돈이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에 묶이자 이재용 부회장은 같은 수법으로 비상장 기업 삼성SDS에 손을 댐. 99년 2월 삼성SDS가 230억 규모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하고 이걸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사들임. 주식전환가격은 7150원, 그 무렵 장외시장에서 5만 4750원~5만 7000원 정도에 거래되던 주식을 거의 8분의 1가격으로 사들인 셈. 이 부회장은 이듬해 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8.81%를 확보. 삼성SNS의 전신인 서울통신전기도 같은 수법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손에 넘어감. 96년 11월 전환가격 5000원에 20억원어치를 사들여 주식전환 이후 50.25의 지분을 확보. 그해 말 기준으로 주당 순자산가치가 1만 2000원이었고 삼성전자가 주당 1만 9000원에 지분을 인수한 적도 있음. 이 부회장이 주당 5000원에 샀다면 거의 4분의 1가격에 산 셈
-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 8.81%를 확보하는 데 들인 돈은 주당 7150원, 단돈 47억이었음. 여기에 삼성 SNS지분을 매입하는 데 든 돈 15얼 2000만원을 더하면 62억 2000만원. 그런데 합병 이후 장외시장에서 삼성SDS 주가는 30만원을 웃돌기도 했음. 이부회장의 지분 11.25%의 가치는 얼추 계산해도 3조원이 넘음. 내부거래가 늘어나고 삼성SDS의 이익이 늘어나면 이부회장의 자산가치도 치솟을 것.
- 2000년 이전 이부회장의 후계작업이 종잣돈과 핵심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면 2000년 이후에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순환출자를 강화하는 과정. 이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이서현 남매가 46.46%를 보유한 에버랜드를 실질적 지주회사로 키워 3남매의 지분가치를 늘리는 전략. 20년 전부터 착실하게 설계된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임. 에버랜드가 일찌감치 98년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인 것도 이런 장기적 포석에서였을 가능성이 큼.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된 직후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9000원에 309억원치 사들여 20.7%의 지분을 확보. 비상장 기업이었던 삼성생명 주식은 싸게 살 수 있으면서도 보험가입자들의 위탁자산으로 다른 계열사들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기 때문. 삼성생명만 잡고 있으면 우회지배가 가능. 삼성생명은 야금야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7.6%의 지분을 확보. 취득원가가 5690억원이었는데, 주가가 130만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가치가 13조 8096억원에 이름. 흥미로운 건 이게 다 삼성생명 고객들 보험료를 받아 운용하는 자산이라는 것. 삼성생명 고객들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그 삼성생명을 제일모직이 지배하는 구조.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지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카드/삼성SDI-->제일모직의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제일모직을 지배하면 그룹전체를 지배가능. 결국 이재용 왕국의 아킬레스 건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임.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선거공약으로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겠다고 했고 금융산업 분리가 쟁점인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치권도 비교적 이재용 후계구도에 우호적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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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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