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활동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산업혁명 이전에는 경제적(또는 상업적) 교환의 대다수가 개인간 거래였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뒤얽힌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경제적 교환의 전제 요건이라 할 상호신뢰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경제적 교환의 전제요건이라 할 상호신뢰는 기본적으로 이종요소들을 아우르는 사회적 유대감에서 비롯됐다. 외지인을 맞아들여 함께 식사하기, 다른 사람을 차에 태워주기,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리기 등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행위가 아니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독립적 재화 및 용역 제공자로서 상거래 또는 수공예 작업을 한다든가 소규모 상업조직을 운영하는 일 또한 본질적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는 아마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실제로 20세기에 접어들 무렵 미국의 유급노동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자영업자였다. 60년이 되자 이 비율은 15% 미만으로 감소.
- 핵심은 산업화 시대를 기나긴 인류역사에서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 시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점. 그보다는 공유경제와 관련된 교환, 상거래, 고용 등의 형태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요컨대 산업화 시대의 교환이나 상거래, 고용의 형태가 공유경제상에서도 본질적 차이는 없다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함.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은 과겅 존재해던 지역 공동체 기반의 교환이나 공유행동, 자영업 등 우리에게 익숙했던 행동으로 회귀하게 해주는 것 같다. 여기서 이러한 경제활동의 성격과 노동의 형태 모두 전혀 새롭지 않다는 측면이 매우 중요함. 뭔가 익숙한 것의 개선된 형태라면 좀 더 빨리, 좀더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으며, 완전히 새로운 소비경험이나 고용 모형을 개발하는 것보다 경제적 파급력이 훨씬 더 클 수 있기 때문.
- 공유경제 또는 대중자본주의의 특성
(1) 시장기반성 : 공유경제는 제품의 교환 및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을 창조해 잠재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경제활동을 촉진
(2) 고효율적 자본이용 : 공유경제는 자산과 기술에서부터 시간과 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원이 가능한 낭비 없이 완벽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
(3) 중앙집중적 조직이나 위계조직이 아닌 대중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 총합적 차원의 기업이나 국가가 아니라 분권화된 개인집단이 자본과 노동력을 공급함. 중앙집권적 제3자가 아니라 분산된 개인집단 또는 대중장터가 교환활동을 매개함
(4) 사적인 일과 직업적 업무의 경계 모호화 : 인력 제공활동이 상업화하고 다른 사람을 차에 태워주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이전에는 그저 사적인 일로 치부되던 P2P활동이 증가
(5) 정규직과 임시직, 종속적 고용과 독립적 고용, 일과 여가활동 등등 간의 경계 모호 : 전일제 일자리 상당수가 계약직 일자리로 대체됨. 양자는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 업무의 세분화, 경제적 의존도, 창업기회 등의 정도로 규정됨
- 보츠먼과 로저스는 20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소비형태의 변화에 주목. 이들은 20세기는 과잉소비의 시대로, 그리고 21세기는 협력소비의 시대로 규정. 과잉소비에서 접근은 신뢰에 기반을 두고, 협력소비에서 접근은 평판에 기반을 둔다. 또 과잉소비에서는 광고가 선택의 기반이고 협력소비에서는 공동체가 선택의 기반이 된다. 과잉소비는 소유를 기반으로 하며 협력소비는 공유적 접근을 기반으로 함. "협력소비의 핵심은 당연히 협력이다. 이러한 협력은 지역적 차원에서 직접적 대면 활동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또는 인터넷을 이용해 집단을 형성하고 형성된 집단을 연결하거나 결합해 다자대 다자간의 P2P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무실, 이웃, 아파트단지, 학교, 페이스북 네트워크 등 그 유형을 불문하고 자신이 속한 다양한 공동체를 공유한다."
- 선물경제에 관한 최초의 논문은 24년 마르셀 모스가 발표한 증여론이다. 모스는 여기서 선물경제에는 주기, 받기, 되돌려주기 등 모두 세가지 의무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 선물경제론의 뿌리는 루이스 하이드가 83년 발표한 '선물'이다. 하이드의 책을 보면 내용이 일단 방대하고 복잡하게 서술돼 있어 선물경제가 과연 무엇인지 그 정의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하이드는 매우 흥미롭게도 시장경제와 대척점에서 선물경제를 기술하고 있다. "예술작업은 시장경제와 선물경제 등 두가지 유형의 경제양식 안에 동시에 존재함. 그러나 이 두가지 중 하나는 예술작업의 존재에 필수적이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요컨대 예술작업은 시장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따. 그러나 선물이 없으면 예술도 없다." 이 책은 초반부에 선물과 공동체 구축간의 첫번째 연결고리를 제시. "우선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게 선물을 주는 행위는 관련 당사자 간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한 집단 안에서 선물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이 반복되고 이를 통해 상호 연관성이 구축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종의 분권적 집단응집력이 형성된다. " 하이드는 이처럼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선물교환과 완전히 상업적인 교환 이 두가지를 서로 대척점에 놓고 본다.
- 선물교환은 당사자간에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반면, 상품판매는 당사자간에 이러한 연결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것이 선물교환과 상품교환의 근본적 차이다. 쇠톱날이 필요하면 철물점에 가서 돈을 내고 쇠톱날을 사서 가게를 나오면 된다. 그 후에 철물점 주인을 다시 만나지 못할수도 있다. 사실 상품 매매 당사자간의 이러한 비연결성 또는 관계의 단절성이야말로 상품경제 패러다임의 큰 장점이다. 실제로 사람들 간의 관계 맺기를 성가셔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철물점 점원이 내 가족에 관해 자꾸 캐묻는다면 귀찮아서 아마 다른 가게로 가버릴 것이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쇠톱날이지 이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다.
- 금세기는 부정적인 상호주의와 긍정적인 상호주의 간의 대립이 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개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논쟁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음. 그러나 '전체 대 부분', '일 대 다'의 대립구조에는 본질적으로 양극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립과 갈등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짐.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양자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고 그래서 한쪽의 균형추가 기울면 다른 쪽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함. 대중 속에서 일개 개인의 정체성을 주장할 방법이 없고 개인의 사적 이익을 취할 기회도 없다. 그러면 자유, 혁신, 개성과 물질의 다양성 등 시장경제의 미덕으로 추앙해 마지 않던 수많은 장점을 잃어버림.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시장만이 전체 경제를 지배하고 특히 선물자산에서 상품자산으로 전환된 것에서 시장경제의 미덕이 비롯된다면 선물교환의 장점은 사라지고 만다. 이 지점에서 상거래는 공동체의 파편화, 그리고 활력, 풍요로움, 생산력, 사회적 유대감 등의 억압과 정확히 연계됨
- 냅스터는 e동키와 힘께 1세대 P2P 플랫폼으로 볼 수 있음. 냅스터의 몰락은 음악 산업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문제의 핵심은 역시 기술적 부분에 있었다. 사용자간에 직접 파일을 전송할 수 있게 한 시스템도 그렇고 중앙집중식 색인파일도 문제였다. 중앙집중식 색인 시스템 자체가 가장 큰 취약점이자 맹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 색인 부분이 막히면 설사 단 두사람이 음악을 공유하려 해도 서로를 찾을 방법이 없다. 냅스터의 뒤를 이어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그누텔라는 중앙 서버를 사용하지 않고 네트워크상 모든 사용자가 색인 파일을 공유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 따라서 그누텔라에는 중앙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색인 파일은 분산된 형태로 존재. 다시 말해 네트워크상의 한 기기가 역시 네트워크상의 다른 기기에 이용가능한 음악에 대한 정보를 알려줌. 따라서 냅스터처럼 혹시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이 네트워크 자체를 폐쇄할 수 없는 구조. 문제의 근원지 또는 책임 소재지가 될 여지가 있는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중앙 서버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복제돼 분산된 색인을 기반으로 특정한 음악을 보유한 사람과 그 음악을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차원에서 볼 때 이 공간에서 진정한 의미의 개인간 서비스 교환이 이루어지는 셈. 이후에 등장해 성공을 거둔 P2P 파일 공유 네트워크는 전부 이같은 탈중앙적 색인 접근법을 사용함. 그리고 09년에는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등장. 블록체인처럼 익명성을 기반으로 금융거래 장부의 분산화까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등장은 탈중앙적 P2P기술 부문에서 또 한번의 중요한 진전이 있었음을 의미함. P2P파일 공유기술, 암호화 기술, 새로운 인센티브 시스템 등을 접목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토대로 분산된 검증 네트워크의 역할을 하는 대중을 활용해 제3자의 중개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P2P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인증 및 신원보증 서비스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이용했던 것. 그러나 이러한 신원 인증절차를 디지털화해 이를 온라인 프로필에 반영시키는 기술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일례로 모바일 결제사이트 주미오를 통해 신원을 확인가능. 운전면허증을 꺼내 웹캠으로 찍어 올리면 수분내에 신원 확인 가능. 또 주미오를 통해 신용카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확인 가능함. 에어비앤비는 자사 인증 프로그램 일부로 이 서비스를 활용함. 이 같은 외부인증의 디지털화는, 전에는 현실 세계에서만 가능했던 신뢰구축 단서를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놓음으로써 디지털 신뢰기반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단서로 작용
- 디지털 기술이 기업내부에서 범주화된 경제활동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잠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생산성 향상은 직무재설계, 성과급제도 확대, 근로자에 대한 권한부여 증대, 위계구조의 축소 등과 같은 보완적 조직변화에 투자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기업에서나 가능하며, 이런 기업은 조사대상기업의 20% 수준에 불과
- 오픈바자 플랫폼의 첫단계는 분산 P2P 장터를 만드는 것. 판매할 품목이 있다면 오픈바자 클라이언트(자신의 장치로 다운로드할 프로그램 또는 앱)에 제품 설명, 가격(비트코인 기준)과 함께 판매제품의 목록을 올린다. 클라이언트에 올린 제품 목록을 확인하고 나면 오픈바자의 모든 클라이언트에게 이 내용이 공표됨. 그런데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분산시장의 인프라 요소로 공유장부도 중요하나 분산 해시표도 빼놓을 수 없다. 냅스터와 그누텔라의 차이점은 냅스터는 중앙 서버에 음악색인이 저장돼 있는 중앙집중식 서비스 시스템. 이와 대조적으로 그누텔라는 그 색인이 네트워크상의 모든 사용자에 분산돼 있다. 그누텔라는 분산 색인 시스템의 선구자격이기는 하나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 문제. 그리고 누군가 이러한 탐색활동을 할 때마다 그러한 활동 내용이 네트워크에 범람하게 된다. 그리고 네트워크의 모든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이용가능한 음악을 실제로 찾을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분산해시표는 그누텔라 접근법이 지닌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결과물. 이 분산해시표는 분산 네트워크 상에서 이용가능한 또는 구매가능한 품목을 색인하는 좀더 정교한 방법임. 색인을 복제해 모든 사용자가 이를 분산 보유하게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좀더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게 함. 오늘늘 가장 인기있는 P2P 파일 공유기술인 비트토렌트가 바로 이런 접근법을 사용함. 페이스북의 경우도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 서버에서 자신의 친구사진을 찾을 대 이 접근법을 사용.
- 온라인에서 사용할 디지털 화폐를 새로운 유형의 자금결제 기제로 활용하는 기술이야말로 암호화폐 분양에서 이루어질 가장 흥미로운 혁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성공의 결정적 요소는 가치의 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또 플랫폼이 성숙기에 도달해도 코인의 가치가 계속 유지되는 것도 중요. 코인을 하나의 화폐로서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주식처럼 가치가 저장된 일종의 증서로 이해하는 점 또한 중요. 인적자원, 위험도가 높은 초기참여, 시장을 널리 알려 성장의 임계점에 이르게 하려는 노력 등의 다양한 가치자원을 초기에 투입해준 목적지향적인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들에게 이 코인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 (비탈릭 부테린)
- 제공대상물이 정보든 상업적 기회든 제공물이 많아질수록 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짐.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서 그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더 빨리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야말로 미래의 주요 가치창출원이 될 것임. 물론 아마존이나 에어비앤비에서부터 기타 전문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매장이나 P2P 플랫폼 모두가 자체 검색기능을 보유하고 있음. 오픈바자의 제공 품먹을 색인하는 분산 해시표는 P2P 분산시장에서의 검색을 용이하게 해줌. 그러나 전 세계 소비자 상거래 장척, 예를 들어 타오바오의 분산시장 버전처름 그와 같은 소수 장터로 통합되지 않는 한 구글과 페이스북에 맞먹는 새로운 유형의 등가물이 출현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 정체된 사회는 기존의 제도 및 신념체계로는 사회적 복잡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도 그러한 제도와 체계를 계속 끌어안고 있다. (더글러스 노스)
- 성공무역이 기반이 된 신뢰관계는 정부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인공동체 조직을 통해 자연스레 구축된 것. 디지털 기제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오늘날과 비교하는 아주 까마득하게 오랜 과거임에도 중세 상인들은 정부의 개입이나 법체계의 도움 없이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를 공동체 문화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 그리프가 설명했듯이 당시의 무역기록을 보면 중개상의 부정행위와 과련한 사건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러한 기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러 면에서 볼 때 21세기 공유경제 패러다임과 관련해 이러한 중세상인 공동체에서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중세 상인 공동체나 지금의 공유경제 플랫폼이나 다 마찬가지로 지리적 및 문화적 경계를 넘어 상호 신뢰관계 구축에 필요한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중세 상인들은 두가지 요소를 활용해 신뢰를 구축. 첫째, 평판을 중요시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신뢰구축의 기본토대로 삼음. 현지 중개상인들은 부정행위가 장기적으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됐다. 둘째,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체 내에서의 평판과 사익이 직결되는 구조를 통해 신뢰구축의 토대로 삼음. 상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중개상 고용에 관한 공동규정을 채택해 부정한 중개상이 업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 요즘 주문형 장터에서 인기 있는 직종 대다수는 수요부문의 탄력성이 다소 강한 편. 믿을 만한 청소부나 실력있는 사진가를 더 간편하게 찾아낼 수 있게 되면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실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짐. 서비스 제공자 풀이 넓어지면 고객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서비스 또는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맞춤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 그러므로 한 지역에 전자 상거래 장터가 새로 등장한다고 임금수준이  당연히 낮아지는 것은 아님. 새로운 장터가 생겼다고 서비스 제공자의 수 또는 공급량이 갑자기 증가하지 않기 때문. 그렇다면 우려와 달리 임금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시장의 등장이 완전경쟁 상태를 유발해 가격(임금)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40년 동안 주목받았던 경제이론의 중요한 측면, 즉 정보 비대칭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종전의 이론모형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수많은 유형의 정보 비대칭을 줄일 수 있다. 경제 이론상으로는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면 임금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증가할 것이다.
- 공유경제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제너럴리스트의 부활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남. 사적인 일과 직업적인 일, 그리고 정규직과 임시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비전문가에게 여러 방면에서 기회가 많이 생김.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기사가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신의 남는 방을 빌려줄 수 있음. 배우 지망생도 공연 사이사이 일거리가 없을 때 부업으로 생활비를 좀 보태고 싶으면 이런 인력 플랫폼을 통해 막힌 배수구를 뚫거나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신구를 만드는 일에 취미가 있는 회계사는 엣시에 개설한 매장을 통해 장신구를 만들어 팔아 부수입을 올릴 수 있음. 요컨대 공유경제 플랫폼은 수많은 비전문가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전문가의 시대를 지나 신 제너럴리스트 시대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 업무가 소단위 과업으로 분할돼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각자의 여유시간이 주문형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통해 세분화된 과업을 나눠 수행하고, 다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래 다른 분야에서는 전문가일수도 있는 사람이 제너럴리스트로서 과업을 수행하는 방식의 경제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음. 따라서 근로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짐. 20세기 후반만 해도 미국인 대다수가 상근직 근로자로서 한번에 한가지 직업을 가졌음. 그래서 이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면 다른 상근직 직장을 구할 때까지는 실업자 상태로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초소규모 사업, 복수의 임시직, 자유계약직, 자영업 등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적 직업개념이나 측정기준이 애매해짐에 따라 고용상태인지 실업상태인지 가늠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
- 물적 자본이든 금융자본이든 인적자본이든 간에 완전히 활용되지 않은 채 남아도는 이른바 유휴자원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100%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추세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그 추세에 더 속도가 붙을 것임. 이러한 추세는 장기적으로 효율성 및 생산성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요하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큰 이점이 있다. 자동화의 위세에 눌려 일자리 파괴 또는 일자리 상실이 심히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공유경제로 눈을 돌려보라. 조금이나마 안도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마이클 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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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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