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망상

경제 2023. 9. 7. 11:57

- 「요한계시록」의 난해함과 모호함은 이 세상이 언제 어떻게 끝나 는가에 대한 다양한 은유와 해석 방법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향력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종교 역사학자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종교인들이 내면에 정립하는 종교적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 양하다. 이를테면 텍스트의 모호성, 독자의 선택적 기억, 오해의 소지 로 인한 의역 등의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변주되기 때문이다. 하지 만 의미론적인 영향력이 제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시의적절하게 치되는 은유metaphor와 우화allegory의 힘을 따라올 수 없다. 이런 장치에 의해 하나의 문장이 순식간에 전혀 다른 의미로 전환될 수도 있다.
- 인간은 대체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종말론 서사는 그가 운데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축에 속하겠지만, 정확도를 따지자면 하늘의 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보다 못할 것이다. 예측에 관 한 학문적 연구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이 미래를 내다보는 일에 얼 마나 무능한지를 알게 된다. 또한 무엇인가를 예측하는 데 과거의 사례들에 대한 '평균치'를 추종하는 것만으로도 자의적 서사에 기반 한 추론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분명한 것은 종말 론에 대한 수많은 예측의 정확도가 현재까지 0%라는 사실이다.
종말론의 예측 정확도가 0이라는 사실 앞에서도 우리는 왜 잘 짜 인 서사에 그렇게 마음을 빼앗길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면, 서사에 기반한 추론은 왜 그렇게 오류가 많은 걸까? 심리학자들 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다. 그래서 엄격한 분석보다는 휴리스틱heuristics을 택하기 쉬운데, 설득 력 있는 서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휴리스틱이 된다.
- 또 다른 학자들에 따르면, 설득력 있는 허구적 서사는 분석 과정 자체를 무력화한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두 심리학자 멜라니 그 린Melanie Green과 티머시 브록Timothy Brock은 게릭의 논지를 더욱 확장했 다. 그들은 서사와 이야기가 세련된 논거들보다 훨씬 더 대중의 관 심을 받는 현상에 집중했다.
사람을 매혹하는 것은 광고나 설교, 논설, 게시판 공고문보다는 소설이 나 영화, 드라마, 노래 가사, 신문의 사연, 잡지 기사, TV와 라디오 같은 것들이다. 믿음을 뒤흔드는 서사의 힘은 언제나 옳았고 경외감을 불러 일으켰다.
- 한 신경외과 의사 벤 카슨Ben Carson은 백신의 안전성을 묻는 말에 백 신과 자폐증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을 명확한 수치를 통해 설명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자폐증이 전염병처럼 퍼져가고 있다"라며, 백신 접종 후 자폐증이 생긴 어느 노동자의 '그 예쁜 아이' 사례를 전했다. 대다수 시청자는 트럼프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 한 언론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 열하는 것보다 어린 소녀의 이야기로 호소하는 편이 월등히 효과적 이라는 점을 그는 알고 있었다. " 당신이 만일 누군가를 설득하고 자 한다면 사실과 수치가 필요한 시스템 2가 아닌, 서사로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 1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 음악은 서사장치보다 더욱 강렬하게 시스템 1을 자극한다. 청각 정보는 내이의 유모세포hair cells를 통해 청각 신경으로 전달된 다음, 중계장치 relays를 통해 하부 뇌간에서 상부 뇌간으로 전달된 후 시상 thalamus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청각 정보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배 분된다.
시상 한 쌍은 뇌간 상단에 놓여 있으면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뇌로 이송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시스템 1, 특히 측좌핵과 편도체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 쾌락과 혐오감을 자극한다.  시상은 또한 청각 정보를 시스템 2의 청각 담당 부위로 보내는데, 시스템 2는 헤슬 이랑Heschl's gyrus으로 알려진 측두엽 일부와 그 위의 연합피질 영역 cortical association areas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위 영역cortical들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소리를 해석하고 의식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스템 2가 시스템 1에 비해 간접적이고 느린 속 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시상이 시스템 1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공포스러운 음악 이 귓가에 들려올 때 그 소리가 우리의 의식에 도달하기 전에 측좌 핵이 먼저 활성화되어 척추에 오한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영화에서 악당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 들리기 마련인 어두운 분위기의 단조 음악에 우리의 편도체 는 거의 동시적으로 활성화된다.
따라서 진화론에 따르면 음악은 우리의 감정과 연결되는 고대 의 직통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시스템 2를 거치지 않는 효과 적인 방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그 유용성은 고대부터 알려져 있었 다. 이를테면 멜로디는 구문론적으로 인간의 복잡한 언어보다 훨씬 일찍부터 발달해왔다. 어머니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전 세계 대부분 종교와 애국 행사에는 음악이 동원된다.

- 인간은 심리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패턴을 추구하는 영장류다. 이것은 새로 만들어진 개념이 전혀 아닌데, 1620년경 베이컨은 인 간이 "본래적으로 세상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더 많은 질서와 규칙 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있는 것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과학 작가인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가 여기에 '패턴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아킴의 설득력 있는 수비학 도식 역시 그 예로 볼 수 있다. 
- 진화론의 자연선택설 또한 어떤 현상에서 패턴을 찾아내려는 인 간의 준비된 답변일 수 있다. 먼 옛날 인간은 낯선 '쉿' 소리나 노랗 고 검은 줄무늬가 번쩍이는 등의 심각한 위협 요소들을 알아채지 못했을 때는 치명적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뱀의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호랑이의 접근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긴장해 야 하지만, 이런 수고는 뱀에게 물리거나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기회비용이다. 따라서 진화라는 것은 인간에게뿐 아니라 신경계가 기능하는 모든 유기체에게서 현상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쪽으로 발전돼왔다. 

- 16~17세기 무렵 북유럽인들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강렬한 종 말론 서사가 제공하는 환희의 세상으로 도피하여 위안받고자 했다. 슈바벤 농민전쟁의 경우, 토마스 뮌처의 묵시론 신학이 초기에는 세속적인 포퓰리즘 봉기에 불과했지만 결국 재앙으로 마감됐다. 이 에 반해 재세례파의 광기와 제5왕정파의 반란은 처음부터 최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종말론 신앙이 압도했다.
18세기가 시작되자 유럽의 나라들은 하느님이 아닌 재물의 신 맘몬에게서 구원을 찾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종교 문제와 이후의 경제 사건들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일들처럼 보 이지만, 사실상 동일한 사회·심리적 기제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기제를 추동하는 세 가지 공통적인 양상이 나타난다. 첫째는 누구 도 저항할 수 없는 서사장치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유추 하여 서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핵 심 인물을 추종하는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맹신이다. 마지막이자 무 엇보다 중요한 셋째 요인은 타인을 모방하려는 인간의 맹목적이고 도자기 파괴적인 성향이다.

- 경제사학자들은 그에게 다소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로의 시대 에는 금이나 은에 일대일로 연동되지 않는 화폐로 경제를 운영한다 는 생각이 너무나 혁명적이었고, 심지어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여겨 졌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토지나 사람들의 보석 함에서 나오는 귀금속의 양에 기초하여 통화 공급을 결정하는 것 이 훨씬 더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금본위제 연구 의 권위자인 경제사학자 배리 아이컨그린Barry Eichengreen은 여러 국가 가운데 금화나 은화 같은 금속 주화를 포기한 순서대로 대공황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38 본질적으로 우리는 팅커벨 Tinker Bell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사람들 모두가 종이 화폐에 대한 환상을 굳건 히 품고 있기 때문에 현실 경제가 원활히 작동한다. 마치 헤라클레 스의 기둥 너머 지중해에서 항해의 끝을 맞이한 고대 선원들처럼 로의 계획은 (대중의 미망이 합세하고) 경험의 부족이라는 약점을 드러내며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물론 이 항로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밝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그들은 지역의 기후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북극에서는 카약을 만들고 아마존에서는 입으로 불어 발사하는 바람을 만들면서). 그러려면 홍적세 Pleistocene 시기의 불규칙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뛰어난 적응 능력 이 필요했는데,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는 필연적으 로 하나의 조건이 요구된다. 빠른 사회적 학습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기만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그덕 에 인간은 저렴한 기회비용으로 카약이나 바람과 같은 놀라운 물건 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전통이 기득권적인 탐욕으로 바뀌면, 그 집단은 영속적인 부적응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 지난 5만 년 정도의 시간 동안 인류는 고향인 아프리카에서 말 그대로 지구 곳곳으로, 북극해안에서 광활한 태평양 중앙의 외딴 섬으로까지 번성해 나아갔다. 후기 홍적세를 살던 인간이 북극지방 에서 마젤란해협으로 이동하는 동안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모방할 줄 아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 도, 석기 시대를 지나면서 인류가 적응하여 취득한 많은 부분이 오늘날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인 지방과 설탕은 인체의 에너지가 되고 생명 유지에 필수 적인 성분일 뿐 아니라 구하기도 몹시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는 값싼 정크푸드의 주요 성분이며, 지나치게 섭취하면 건강을 잃 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모방을 최우선으로 하던 고대인의 성향 은 이제 과할 경우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취향일 수 있으며, 더 나 아가 맥케이의 유명한 말처럼 "대중의 거대한 환각이자 광기"를 불러일으기도 한다.

- 사업가이자 의회 의원이었던 제임스 모리슨 James Morrison도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은밀한 탐욕의 독이 사회의 모든 계층으로 번졌다. 고관대작의 화려한 집무실에 앉아 있는 남자부터 보잘것없는 오두막에서 칩거하는 빈민 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감염자였다. 공작부인은 증권 잉크로 손이 얼룩 졌고 늙은 하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주가를 확인했다. 결혼을 앞둔 젊은 숙녀들은 초청자 목록이나 함께 기뻐할 친족 목록을 나누기보다 황소 와 곰(주가의 등락을 뜻함옮긴이)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의상 전문가들 은 클럽에 모이기보다 주식 중개인들과 더 자주 어울렸다. 무역을 하던 사업가들은 주식에 전념하기 위해 사업을 멀리했으나, 결국은 사업과 주식 모두에서 멀어지게 됐다. 
- 철도회사들 가운데 셋 중 둘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고, 그럼에도 산업의 필수 기반시설을 담당했던 사업장들은 수익성과 관계없이 운영을 계속해야 했다. 1838년에서 1848년 사이에 선로 의 총길이는 10배나 증가했으며, 당시 부설한 영국의 철도들은 지 금 운행되는 노선의 대략적인 근간을 이뤘다. 그해의 선로 총길이 가 2배로 늘기까지는 100년이나 지나야 했다.
불운했던 철도회사 투자자들 덕에 영국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고 속 운송 시스템이라는 소중한 공공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19세기 초 이전에 영국의 1인당 GDP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영국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 선진국이 매년 약 2%씩 성장했다(한 세 대에 2배 정도). 이런 급성장의 동력은 당연히 증기로 구동되어 효율 이 극대화된 육상과 해상 운송 시스템이었다. 53 하지만 투자자들의 손실을 발판으로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 숫자 신비주의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패턴에 지나치게 의지 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본디 특성상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서사 장치를 삽입하고, 날짜를 예단하는 등의 행위가 쉽게 허용되기 때 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종말론주의자들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들어 종말의 시간을 예측하는 미망에 빠져들게 된다. 1843년을 종말론 이 실현되는 해로 규정하면서 성서의 숫자 신비주의를 활용한 사람 이 밀러가 처음은 아니었다. 1946년에 르로이 에드윈 프룸 Leroy Edwin Froom이라는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목사가 선조들의 예언적 신 앙The Prophetic Faith of our Fathers」이라는 네 권짜리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종말의 때를 계산한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그 가운데 열두 번째 사례로 1843년을 지목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윌리엄 밀러와 같이 극단적으로 숫자 신비주의를 맹신하지는 않았다. 
숫자 신비주의는 인간이 일단 하나의 가설이나 신념 체계에 집 중하면, 그 가설에 부합하는 데이터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부합하지 않는 데이터는 회피한다는 또 다른 유명한 심리학 현상인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의 오류에 빠져들게 한다.

- 인간은 가장 행복할 때 가장 쉽게 속는다. 많은 돈을 벌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잘 벌고 있을 때, 누구나 돈을 잘 벌고 있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때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기를 치는 이들에게 행복한 기회가 찾아온다. 그때 사람들은 세상 모든 것을 믿고 싶어 한다. (월터 배젓)

- 하이먼 민스키 Hyman Minsky는 학자들이 금융 버블을 논할 때 가장 많 이 거론하는 미국 경제학자의 이름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로,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불안 정하다고 믿었던 장발의 우상파괴주의자였으며 경제학 연구자 카 를 마르크스보다 많이 연구됐다(현대적이고 대중적인 21세기의 카를 마르 크스로 불릴 만하다). 그는 20세기의 어떤 학자보다 깊이 경제의 버블 과 붕괴 이면에 있는 인간의 병리생리학pathophysiology을 연구하고 집 필 활동을 했는데, 버블의 붕괴에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주 장했다. 첫째는 금리 인하로 인한 신용의 확대(완화)이고, 둘째는 유 망한 신기술의 출현이다.
- 1929년까지 선진국들은 주기적인 금융 격변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 와 같이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현상을 질병의 발생과 치유 과 정에 대입하여 이해한다면, 역사가는 물론이고 일반인이 경제 현상 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의사들은 질병을 이해하기 위 해 대체로 세 가지 방식으로 관찰한다. 첫째는 질병 기저의 생화학 과 생리학을 들여다보는 병리생리학이다. 둘째는 증상을 보이는 신 체 부위에 대한 해부학이며, 셋째는 환자가 느끼고 의사가 옆에서 관찰하는 증상과 예후다.
-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이해할 수 있다. 예 를 들어 병리생리학은 변덕스러운 인간의 심리와 은행의 불안정한 신용 공급 시스템을 점검하는 일이고, 해부학은 4장에서 언급했듯 이 4P로 요약되는 사업가 Promoters. 대중Public.정치인 Politicians. 언론Press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증상과 예후는 적은 노력으 로 큰 부를 일구려는 욕망이 보편화되는 현상과 사업가의 오만함이 극심해지고 이들에 대한 대중의 추종이 심화되는 상황을 주시하는 일이다
- 민스키가 명시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버블이 형성되기 위 해서는 변위 요인과 신용 확대 외에도 두 가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 야 한다는 사실을 그의 독자들이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첫째 는 과거의 호황과 불황에 대한 기억의 상실이고, 둘째는 상식적이고도 신중한 투자가치 평가법의 외면이다.
기억상실증은 불안정성 가설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금융 위기 의 여파로 고통스러운 손실의 기억이 아직 생생할 때 은행과 투자 자들은 위험을 회피한다. 은행은 가장 안전한 대출만 실행할 것이 고, 투자자는 주식을 매수하기를 꺼릴 것이다. 시장이 서서히 회복 되고 불쾌한 기억이 점차 사라짐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안전자산 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긴다. 그리고 불안정성의 주기가 다시 시작된다. 그럴듯한 서사가 횡행하고 재정 건전성이 무시될 때도 금융 광기가 고개를 치켜드는 시기다. 배당은 고사하고 이익도 내 지 못하는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는 일처럼 난해하고 복잡한 작업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더 간단한 분석법을 택하여 우회하곤 한다. 
- 버블이 붕괴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이 가진 탄력성을 조금만 이해하면 된다. 지름이 약 3센티미터이고 길이가 수십 미터 인 고무줄을 상상해보자. 고무줄 주위에 수백 명이 둘러서 있지만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들 중 몇십 명이 달려들어 고무줄을 늘이 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가 나서서 고무줄을 함께 당기는 사람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일에 뛰어들 것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고무줄이 영원히 늘어나리라고 믿겠지만, 많은 이들은 머지않아 줄이 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후자 의 사람들은 고무줄의 상태가 위태로워 보이면 대열에서 이탈할 준 비가 되어 있고,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일부가 대열을 이탈하면 남아 있는 사 람들의 부담이 가중된다. 부담이 정점에 달하면 사람들은 서둘러 손을 털고 나간다. 고무줄은 원래의 길이로 수축할 뿐 아니라 접힌 용수철처럼 주름이 생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주름진 고무줄을 늘이는 일이 매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게임은 다시 시작 된다.

- 내연기관, 비행기, 자동차, 라디오, 전력의 상용화 등 다섯 가지 변위 요인은 광란의 1920년대 Roaring Twenties(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유럽을 대신하여 전후 특수를 누리던 미국의 호황기를 말함옮긴이)를 촉진했 다. 여기에 헨리 포드Henry Ford의 대량생산 기술이 가세했고, 근로 현 장에 스톱워치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등 19세기 후반부 터 '효율성 운동'을 주도했던 기계 엔지니어 프레더릭 원즐로 테일 러 Frederick Winslow Taylor의 영향도 지대했다. 1922년에서 1927년 사이 에 미국 근로자의 생산량은 매년 3.5%씩 증가하여 회사 주주들에게 큰 수익을 선사했다. 물론 회사 직원들의 노동 만족도가 높을 수 는 없었다. 20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테일러주의 Taylorism라는 단어가 만들어져 영어사전에 수록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노동조합 운동 내에서 레닌과 스탈린을 추종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테일러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1920년대에는 민스키의 두 가지 버블 형성 요건 가운데 나머지 하 나인 신용 확대가 일어났다. 민스키는 변위 요인이 기술적인 방식 뿐 아니라 재정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1920년 대에는 레버리지 방식도 발전을 거듭했던 시기여서 자금을 융통하 는 데 중개인의 대출은 물론 투자신탁과 지주회사들의 자금 운용이 손쉬워졌다. 이 모든 것이 새롭고도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되어 주 식시장에 자금이 넘쳐흐르게 했으며,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마르 지 않는 부가 샘솟는 듯한 투자시장으로 모여들게 했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계는 늘 새로 발명된 바퀴에 환호를 보낸다. 그 바퀴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
- 라디오와 자동차, 비행기가 발전을 거듭하던 1920년대에 사람 들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더 이상 기존의 정적인 밸류에이션 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세기 의 위대한 투자자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은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는 영어에서 가장 비싼 문장이다"라고 했다. *
당시의 상황에 대해 벤저민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어떤 공공기업의 주식이 호황 이전 기준인 평균 수익의 10배가 아 니라 최대 평가 수익의 35배에 거래가 됐다면, 사람들은 주가가 높다고 생각하기보다 가치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 모든 상한선이 사라진 것인데, 그것은 주식을 팔 수 있는 가격의 상한 선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그 주식을 팔 필요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가치의 상한선이 사라진 것이다. . 이런 원칙에 사람들이 수긍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됐다. 
1929년에 이르기까지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휴리스틱들, 이를테 면 당대의 놀라운 신기술이라는 돌발성, 여러 해 동안 주가 상승이 지속돼왔다는 근시간성, 신용의 확장에서 비롯된 가용성 등이 주식 가격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이성적인 사고를 압도해버리고 말았다.
경제학자 맥스 윙클러Max Winkler는 이런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규 정했는데, 1929년 주식시장의 붕괴를 목격한 뒤 당시 횡행하던 배당할인 모델에 대해 미래가치를 할인했을 뿐 아니라 내세의 가치도 할인했다고 비꼬았다.
- 국가 지도자들은 경기 상승기에는 투기적 과잉에 대한 언급을 자 제하고, 경기가 하강할 때는 공포나 패닉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극 도로 꺼린다. 192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는 1928년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다음 과 같이 엄숙하게 이야기했다.
오늘날 우리는 미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빈곤에 대한 승리의 순간에 가까이 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난한 가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 경제가 추락하는 시점에도 후버와 재무부 장관 앤드루 멜런Andrew Mellon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전하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후버는 또한 경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오늘날 전 세계 지도자들이 참고할 표준 대응책을 보여줬다. 국가의 정치·금융·산업계 지도자 들이 백악관으로 소집되어 회의를 하기도 했는데, 존 케네스 갤브 레이스는 이를 '할일 없는 회의'라고 비판했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회의"였기 때문이다.

- 세대주의 종말론이 도덕률처럼 확산된 사회는 그에 상응하는 사 회적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 Richard Hofstadter가 『미국 정치의 편집증적 양상The Paranoid Style in American Politics』을 펴낸 이후로 음모론에 취약한 미국의 경향성이 잘 설명되고 있다. 정치과학을 연구하는 J. 에릭 올리버J. Eric Oliver와 토머스 우드 Wood는 최근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음모론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 가지 기본적인 믿음을 제시했다. 첫째 는 세상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믿음이고, 둘째는 인간을 선 과악 사이에서 투쟁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마니교적 복음주의 또는 세대주의적 믿음이다. 우리와 같은 편에 선 사람들은 선과 빛의 존재이며,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이들은 악마와 동맹을 맺은 것이라 는 믿음이 그것이다. 올리버와 우드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주 로 사탄과 하느님에 대한 세대주의적 이야기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 는 반면,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9·11 음모 이론처럼 보이지 않는 세 속 권력에 대한 이야기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사실과 수치보다 서사에 무의식적으로 빠져들 뿐 아니라,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타인을 도덕적으로 정죄하는 유일한 유 인원이다. 그래서 자신을 정당화하고 타인을 악마화하기 위해 우스 꽝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신학을 만들어 마니교의 야수로 군림하기도 한다. 
- 진화심리학자들은 마니교적 사고방식은 고대의 초기 수렵채집 사 회에서 부족의 결속을 위해 발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했다. 원시 부족은 같은 부족의 구성원끼리 이타적으로 행동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부족을 무자비하게 배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이분법을 '집단 성groupishness'이라고 불렀는데, 내집단은 신의 은총하에 다양한 미덕 을 구현하는 데 비해 외집단은 악의 세력(일신교에서의 악마)과 동맹 을 맺고 악을 유포하고 있다는 세계관이다.

- 1980년대 종말론 신앙을 가졌던 어느 미국 대통령은 그 신념을 버렸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휘하 부대의 지휘 체계에 뿌려져 조직 의 상단으로까지 줄기를 내뻗고 있다. 데니스 마이클 로한이 정신 병을 감추고 있다가 템플마운트에 등유 한 병을 뿌려 방화를 시도 한 것처럼, 예를 들어 미국이나 러시아, 이스라엘 또는 파키스탄의 고위 장교가 불현듯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른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

- 1929~1932년의 약세장은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부를 지나치리만큼 가혹하게 갉아먹었고 국가의 정체성마저 뒤흔들었다. 그래서 이후 수십 년 동안 주식은 신중한 사람들이라면 피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간주됐다. 예를 들 면 1945년 말에 신뢰할 만한 통계가 시작된 첫 사례로, 자산 대부분 을 저축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의 평균 주식 투자 금액은 30센 트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매우 드문 사례인 대형 운용사의 기업연 금펀드였다.
미국인의 약 10%만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1929~1932년의 약세장에 손실을 봤고 뒤를 이은 대공황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피 해를 봤다. 일정 연령의 대부분 미국인은 가족 전체가 우울증을 앓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이 사례 제공자의 어머니는 식당에서 먹다 남은 음식이 생기면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라도 싸서 가져오는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잔혹했던 1929~1932년의 생생한 기억은 한 세대가 넘도록 주식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도 주식 버블이 발생했는데, 이때의 버블은 수십 년 전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 William Shockley가 이 끄는 벨연구소Bell Labs 연구팀이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발명하면서 시 작됐다. 장치들이 더욱 소형화되고 성능도 개선되면서 투자의 열풍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세대 후에 '닷컴dot-com'을 붙이는 경우에 그랬듯이, 1959년 당시 에는 회사 이름에 '트로닉스tronics'만 붙이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주 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축음기와 LP를 제작하는 아메리칸 뮤지 컬 길드 American Musical Guild라는 회사는 상장하면서 사명을 스페이스톤 Space-Tone으로 바꿨는데, 주가가 7배로 급등했다. 이 시대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회사 이름들을 살펴보면 '소닉스sonics'로 끝나는 여러 회 사를 비롯해 아스트론Astron, 벌카트론vulcatron 등이 있으며, 가장 인상 적인 이름으로는 파워트론 울트라소닉스Powertron Ultrasonics가 있다.

- 투자은행들은 지분을 다량으로 보유한 내부자들을 선호했기에 더 많은 대중이 구매할 수 없도록 금액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중의 광적인 지지가 한풀 꺾였고, 1962년에 이르 자 지지자들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이전의 모든 버블 형성기 때 그 랬던 것처럼 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트로닉스 열풍은 주식시장의 작은 부분에 불과했으며, 당시 주식 을 보유한 미국인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에 강 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10 1990년대에 평균적인 미국 시민은 사회 전반에 거대한 충격을 줬던 마지막 주식 버블이 발발하고 2세 대가 지난 후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또 다른 버블이 도래 했을 때 이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이 힘없는 세 그룹 뿐이었다. 첫째는 과거의 버블을 직접 경험한 90세 이상의 투자자 들, 둘째는 경제사학자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찰스 맥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 앞부분 세 장을 읽고 그 교훈을 마음속에 간직한 사람들이다.

-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 분의 인간은 정신적으로 게으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심 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구두쇠' 본능에 따라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설명한 휴리스틱과 같은 분석적 지름길을 직관적으로 찾아내려 한 다. 엄격한 합리성이 요구되는 고된 인지적 추론은 전혀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을 회피한다. 한 학자의 말에 따 르면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이 실패한 경우에 비로소 두뇌를 사용한 다. 물론 그런 경우에조차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

- 닷컴 시대는 금융 버블의 모든 고전적인 징후와 증상들을 보여줬 다. 첫째, 일상적인 대화에 주식 이야기만 등장한다. 둘째, 안정적 인 직업을 버리고 전업 투자자로 나서는 사람이 많아진다. 셋째, 상 승론자들이 하락론자들을 비난하고 조롱한다. 넷째, 극단적인 예측이 난무한다.
시장의 강세와 약세가 지금처럼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실시간 생중계되며 관찰되고 분석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런 투자 열기가 실리콘 밸리는 물론 월스트리트, 포트리의 CNBC 스튜디오 등 테크 산업의 신경 집합소를 강타하긴 했지만, 일상의 대화마저 집 어삼킨 일반 대중의 투자 열기는 시장과 사교 모임과 투자 모임 등 지에서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에 있는 노동자들의 집합소인 어느 이 발소에서도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여지없이 벌어졌다. 평상시 이런 장소에서는 주로 스포츠와 정치 관련 논박이 벌어지며, 그곳 에 텔레비전이라도 있으면 야구나 축구, 농구 경기의 응원전이 벌 어지곤 한다. 하지만 세기가 바뀌던 20여 년 전은 평범한 시기가 아 니었고, 빌 플린Bill Flynn이 소유하고 운영하던 매사추세츠주 데니스 시빌의 이발소Bill's Barber Shop는 평범한 이발소가 아니게 됐다.
- 철도 버블부터 1920년대 대공황을 거쳐 인터넷 버블에 이르기까 지는 일정한 논리의 흐름이 있었다. 투자 열풍을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한 것이 당대 최고의 신기술이었다는 점이다. 허드슨은 철도를 이용해 사무실과 건설 현장, 주주회의, 의회 등을 빠르게 오갈 수 있 었다. 1920년대 버블 형성기의 투자자들은 원거리 운항선에서조차 무선 선상 거래 신호로 발행되는 티커테이프ticker tape (실시간 거래가를 알려주던 종이 테이프-옮긴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했다. 그리고 1990년대 인터넷 대화방과 온라인 거래는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에 더욱 열광하게 했다.

- 우리는 석기 시대가 끝난 후 약 300세대밖에 거치지 않았으며 여 전히 고대의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 300세대는 분석적 인지 능력을 더 발전시킬 만큼 충분히 길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사 개선된 인지 능력을 갖춘다고 해도 앞으로 도래할 더욱 인간적인 후기 산업사회에서 그것이 현실 생활에 도움이 될지 심히 의심스럽 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석기 시대의 정신을 장착한 채 우주 항공시 대를 살아가는, 시대의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행동 대부분은 매우 오래된 뿌리에서 비롯되 는데, 식욕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같이 본능을 관장하는 수억 년 된 유전자들은 상당수가 지렁이류와 공유된다. 진화적 필요에 따라 선호됐던 에너지 가득한 설탕과 지방은 모든 척추동물에게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값싼 설탕과 지방질이 넘쳐나는 현대 세계에서는 전 적으로 부적응을 대표하는 요소가 됐다.
「대중의 미망과 광기의 관점에서 모방은 아마도 인간의 고착된 진화적 특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인간은 섬세한 인 지 능력과 언어 능력 외에도 북극에서 카약을 만들고, 대평원에서 들소를 사냥하고, 아마존 분지에서 바람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타인의 기술을 빠르게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 고 이런 능력 덕분에 행성 대부분의 지역에서 큰 무리 없이 번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방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부적응 행위나 종종 혐오스러운 행동에 대해서도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불행한 경향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실험은 아마도 스탠리 밀그램 Stanley Milgram의 '복종 실험'과 필립 짐바르도 Philip Zimbardo의 '스탠 퍼드 감옥 실험'일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피험자(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오답을 말할 경우 실험자들의 권위에 설득되어 종종 치명 적 충격이 될 수 있는 전기충격을 가했다. 이와 비슷하게 스탠퍼드 감옥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죄수와 간수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 러자 불과 며칠 만에 두 집단은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모방하고 내면화했다.

- 두 실험은 모두 극심한 비판을 받아야 했지만, 도덕적 양심과 판 단력이 권위에 의해 무력화되는 현상은 이론적이고 실험적인 범주 내에서만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는 일정한 통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던 이들의 일탈 행동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의 엔론 스캔들은 비합리성과 도덕적 부패 가 얼마나 강력하게 전염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케네스 레이, 제 프리 스킬링, 앤드루 패스토 중에서 누구도 자신을 비윤리적이거 나 부도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들이 미국 경제에 혁명을 일으키는 훌륭하고 지적인 선각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의 실험에서 고의로 선 길이를 잘못 측정하는 이들 사이에 배치된 피험자처럼, 엔론 직원들도 거의 한목소리로 잘못된 주장을 하는 동료와 언론인들 사이에서 바른 판 단을 하지 못했다

- 수학적으로 생각해볼 때 인간이 정말로 합리적이라면 '베이지안 추론 Bayesian Inference'에 따라 현상에 대한 의견을 정립할 것이다. 이 추 론법은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가 만든 분석 법으로, 주어진 사실들을 대입하여 예측을 정교히 하고자 마련됐다.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50%라고 가 정할 때, 베이지안 추론에 따르면 새롭고 강력한 무죄의 증거가 나 타나는 경우 유죄의 확률은 50%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 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하면 서 그와 반대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더는 자신의 오류 를 부인할 수 없는 때가 되어도, 도로시 마틴의 UFO 망상처럼, 오히 려 믿음의 강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악수를 두곤 한다. 인간은 합 리적인 베이지안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오히려 어리석은 신념 을 서로에게 유포하는 '반-베이지안'이 되기도 한다.

- 맥케이는 또한 의심하기 힘들 정도의 정교한 서사는 마치 기하급 수적으로 확산되어 접촉자를 무차별적으로 감염시키는 전염성 병 원체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자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사 실도 이해했을 것이다. 특히 선 길이를 구분하는 애시의 실험이 보 여주듯 잘못된 믿음이 주위에 충만하면 임계 질량을 얻게 된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같은 신념을 가졌을 때 그것을 공유할 가 능성이 크며, 또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유포하곤 한다. 이 로 인해 분석적 비상 제동장치가 없는 악순환의 질주가 시작된다.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망상의 전염이 계속되는 상황 에서 폭주하는 광신도들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전까지 추진 력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맥케이는 인간의 삶이 마니교적으로 선과 악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흑백 투쟁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다윈의 『종의기원이 한 세대 일찍 출간됐다면 그도 종의 투쟁을 석기 시대부터 이어져 온 진화론 꾸러미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믿 음 역시 대상을 재빨리 모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투쟁하는 가운 데서도 생존의 가능성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살아남은 이들은 스 스로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맥케이의 책은 물론 이 책에서도 자신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은 지옥행을 예약한 것이며 심지어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 고 믿는 이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 IS는 이 마니교적 망상의 퍼레이드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했을 뿐 이다. 한동안 이슬람주의 단체들은 빈곤과 전쟁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설파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정의의 편이 되어 흑백 투쟁에 참여해왔으며, 알라께서는 곧 악의 본질을 구현하는 폭압자들에 대한 최종적이고 영원한 승리를 그들에게 가져다주신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21세기 이슬람 종말론은 16세기 존 보켈슨과 20 세기할 린지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린지의 후기 공산주의 대적 자들, 예컨대 사회주의자, 사탄주의자, 점성가들은 합스부르크제국이나 이스라 엘과 서방 군대의 힘에 비하면 정말로 약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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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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