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경제 2014. 11. 29. 19:50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
장하준 지음
출판사
부키 | 2007-10-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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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 자유로운 무역을 촉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 그러나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에 묶여 있던 나라들이 올린 경제성과는 형편없었음. 1870년에서 1913년 사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0.4%증가한 반면, 아프리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0.6% 증가. 같은 기간 서부유럽의 1인당 국민소득은 1.3%,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 증가했음. 대단히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 관세자율권을 되찾은 이래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높은 관세를 자랑하던 남미 국가들은 미국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다는 사실.
- 45년 이후의 세계화에 대한 진실은 정사와는 완전히 상반됨. 50~70년대는 국가주의적 정책에 의해 뒷받침되는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였음. 반면 지난 25년간은 급격하고 통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시기였음.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의 세계경제는 최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훨씬 안정적이었으며, 소득분배도 훨씬 균등했음. 이런 현상은 개도국에서 두드러졌음. 그러나 정사는 이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를 개도국들의 국가주의적 경제정책이 끔찍한 재앙을 불러온 시기로 그리고 있는데, 이렇게 왜곡된 역사적 기록을 퍼뜨리는 의도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를 감추고자 하는데 있음.
- 2차대전 이후 미국은 무역을 자유화하고 자유무역의 대의를 대내적으로 옹호하기 시작. 그러나 미국은 단한차례도 (1860~1932년사이) 자유무역주의 시기의 영국만큼 강력하게 자유무역을 실시한적이 없음. 미국은 영국처럼 무관세 정책을 펼쳤던 적이 없음. 게다기 미국은 필요하면 언제든 관세 외의 다른 보호주의 정책을 서슴없이 사용하였음. 그뿐인가 자유무역주의를 강화한 후에도 미국정부는 연구개발지원과 같은 여타의 수단으로 핵심산업을 장려했음. 5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은 전체 연구개발비용의 50~70%를 차지했는데, 이는 일본과 한국 등 정부주도형 국가에서 볼 수 있는 20% 남짓 되는 수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음. 이 같은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없었더라면 미국은 컴퓨터, 반도체, 생명과학, 인터넷, 항공우주과학 등 핵심산업 분야에서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대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임.
- 부자나라들은 개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권장하면서, 자신들이 모두 완전한 자유무역은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무역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 그러나 이것은 마치 여섯살 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보고, 성공한 어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살 먹은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는 충고와 같음.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했기 때문에 자립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님.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어린시절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아온 사람들임. 부자나라들은 자국의 생산자들이 준비를 갖추었을 때에만, 그것도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했음. 요컨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무역자유화는 경제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발전의 결과임. 무역자유화는 결코 경제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님. 자유무역은 단적으로 말해 개도국들이 생산성 증대효과가 낮고, 따라서 생활수준 향상효과도 낮은 부문들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쉬운 정책임. 그렇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통해서 성공을 거둔 나라들은 거의 드물고, 성공한 나라들이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결같이 유치산업 보호 정책을 사용해온 나라들임. 가난한 나라들은 경제발전의 취약에서 비롯된 낮은 소득 때문에 자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구사할 수 있는 자유를 크게 제약받음. 따라서 자유무역 정책은 역설적으로 그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개도국들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것임.
- 특정 개도국의 경제전망이 밝으면 지나치게 많은 외국금융자본이 몰려와 자산가격은 일시적으로 실질가격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자산버블을 형성. 반면 상황이 악화되면 자산버블이 터지고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철수하게 되면서 경기침체가 악화됨.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음. 장기적 경제전망이 밝았던 나라들에서마저도 외국 자본이 대규모로 이탈함.
- 우량한 미국 유가증권을 외국인이 한장도 소유하지 않고, 미국이 유럽의 은행가들과 대부업자들에게 착취당하는 신세에서 벗어나는 날이 온다면, 그날이 바로 우리에게는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1884, 뱅커스 매거진)
- 초국적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특정국가의 기업에 지나지 않음. 따라서 자회사들이 수준높은 사업부문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음. 또한 초국적 기업 자회사들의 존재는 장기적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 국내기업의 출현을 방해할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은 투자유치국의 장기적 발전 잠재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음. 또 외국인 직접투자의 장기적 혜택을 좌우하는 요인중 하나는 초국적 기업들이 창출하는 파급효과의 규모와 질인데, 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개입이 필수적임.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내 부품 조달요건 따위의 이런 개입에 필요한 주요 도구들이 이미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의해 금지된 상태임. 따라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악마와의 거래일 수 있음. 외국인 직접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 이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핀란드의 성공이 놀라울 것이 없음. 핀란드는 외국인 투자가 지나치게 일찍 자유화되면 자국 기업이 독립적으로 기술적, 경영적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하여 외국인 투자전략을 구사했음. 노티아는 전자산업 관련 자회사에서 이윤을 얻기 까지 17년의 세월을 들여야 했지만, 지금은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회사로 손꼽히고 있음. 만일 핀란드가 일찌감치 외국인 투자를 개방했다면 노키아는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임. 아마도 외국 금융투자자들이 노키아를 사들였다가 아무런 희망도 없는 전자 산업 자회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을 본사에 요구하여 그 회사를 말려 죽였을 것.
- 낮은 물가상승율은 노동자들이 이미 벌어 놓은 것을 더 잘 지켜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데 필요한 정책은 노동자들이 미래에 벌 수 있는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음. 왜 그럴까? 물가상승율을 낮은 수준, 그것도 대단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엄격한 금융, 재정 정책은 경제활동의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노동수요의 감축, 실업증대, 그리고 임금감소의 결과를 낳을 것임. 따라서 엄격한 물가 통제는 노동자에게는 양날의 칼임. 낮은 물가상승율은 노동자들이 이미 벌어놓은 수입은 더 잘 보호하지만, 반대로 노동자들의 미래 수입을 감소시킴. 물가상승율의 하락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연금 수급자와 고정된 이율로 금융 자산에서 수입을 얻는 경제주체들에 한정됨. 이들은 노동시장의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율을 낮추는 엄격한 거시경제 정책이 미래의 고용기회나 임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소득은 오히려 더 잘 보호됨.
- 지나치게 엄격한 통화정책은 투자를 줄임. 그리고 낮은 투자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감소시킴. 부자나라들은 높은 생활수준, 관대한 복지정책, 낮은 빈곤율을 달성한 상태이므로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음. 하지만 절박할 정도로 더 높은 소득과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고, 심각한 소득 불평등 문제를 대규모의 재분배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는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엄격한 통화정책은 재앙에 가까운 일임. 통화정책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중앙은행에 물가상승율 통제라는 유일한 목적으로 부과하고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은 개도국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개도국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통화주의자들의 거시경제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이기 때문. 더군다나 개도국의 경우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가 고성장과 저실업 같은 다른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물가상승율도 낮추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함.
- 문화에 근거하여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견해는 60년대까지 널리 퍼져나갔음. 그러나 시민권 운동과 탈식민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이런 설명에는 문화지상주의적 기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 이에 따라 이런 설명들은 비판을 받음. 그러나 지난 몇십년 사이에 우위를 차지하는 문화들이 다른 문화들에게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이런 설명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음. 이런 설명은 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구실이 되기도 함. 즉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정책 자체에 본질적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책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정책의 효과를 갉아먹는 좋지 않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함.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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