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람의 뇌는 어느 정도 불완전’ 하거나 '비정상'이다. 이런 비정상은 때로 감정에 관한 것일 수 있으며, 때로는 인지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점 없 는 완벽한 정상'이라는 말 자체가 거짓 명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대자연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적인 상태이며 완벽하지 않은 것이 바로 재능 그 자체다.
- 부유한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우울증의 발병률은 큰 차이가 없다. 이 말은 우울증이 가난이나 현대인의 생활패턴 때문에 걸리 는 질병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사회와 문화의 요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울증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바로 유전자다.
우울증에 처음으로 걸리는 시기는 보통 청소년기 중반부터 40여 세 사이다. 그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20세 이전에 첫 번째 우울증을 경험한다. 우울증은 성별에 따라 발병률이 다른 데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우울증은 여러 가지 증상이 겹쳐서 나타나는데 그중 우울증
만의 고유한 증상은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어떤 증상만으로 그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우울증의 여러 증상은 조현병schizophrenia(정신분열증), 양극성정동장애bipolar affective disorder(조울증),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같은 다른 정신질환에도 나타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련의 증상들로 이루 어져 있는데, 그래서 우울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증후군이라고 해야 옳다. 학술적으로 이를 '스펙트럼장애 spectrum disorder'라고 부른다.
- “자신의 상태를 말로 할 수 있다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남들은 모르는 고통을 떠안 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말하고 싶은 만큼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울증에 걸리면 행동도 달라지는데 한숨을 내뱉듯 숨을 쉰다거나 표정이 적어지고 어깨가 축 처지며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의 모습이 나타난다.
- 그렇다면 우울증과 관련 있는 뇌 신경망 이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울증 환자들은 뇌에서 감정조절과 반추사고, 흥분과 관련 된 보상회로, 자아의식과 관련된 뇌 신경망에 이상이 생긴다. 우울 증 환자들이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느낀다든지, 자신에 관해 나쁜 쪽으로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뇌 영 상 연구에 따르면 이는 많은 수의 우울증 환자가 겪는 평균적 특징일 뿐 환자 개개인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개인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개인의 뇌 상황은 평균 적인 특징과 관련이 없을 수 있다.
- 우울증 환자는 대뇌 기능도 일반인과 다르다. 중국 푸단대학교에서는 1천여 명을 대상으로 fMRI 검사를 실시해 우울증이 뇌앞부분의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발견했다. 그런데 안와전두피질은 보상의 손실을 인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안와전두피질의 활동에 문제가 생긴 우울증 환자는 자신들의 기대에 걸맞은 보상을 얻지 못했을 때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크게 실망한다. 안와전두피질은 뇌에서 기분을 담 당하는 영역과도 연결돼 있어 우울증 환자는 외부로부터 보상의 피드백을 얻지 못하면 스스로 가치가 없다는 기분을 강하게 느낀 다. 이를테면 자신을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거나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없거나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할 때 '이 세상에 살 가치가 없다'라거나 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 우울증 환자의 느린 반응 또한 뇌 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영국 에딘버러대학교에서 3천 명이 넘는 사람의 백질white matter 을 촬영한 결과 우울증 환자의 백질은 보통 사람보다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백질은 뇌의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신경섬유의 집합으로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고속도로'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의 백질은 연결성이 매우 떨어져 뇌의 다른 영역들 사이의 정보 전달 효율이 떨어지며, 그 때문 에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 우울한 뇌를 만드는 네 가지 원인
(1) 모노아민 가설
우울증의 원인과 관련된 가설 중에 모노아민monoamine 가설이 있다. 우리 뇌에 있는 여러 신경호르몬은 너무 적거나 너무 많아도 좋지 않으며 서로 균형을 이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 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항우울제가 뇌의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 을 강화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이 가설이 세워졌다. 모노아민에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 이 포함된다. 이 가설은 20세기 중반에 제기됐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만약 사람들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오랫동안 한다든지, 업무에 서 계속 인정받지 못한다든지, 학교에서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든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등의 만성적인 환 경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어떨까? 이런 스트레스는 뇌에서 트랜스글루타미나제2transglutaminase 2(만성 두드러기의 발병 과정 중 비만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 성분의 하나 - 옮긴이)를 더 많이 분비시켜 사람들의 감정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과다한 트랜스글루타미나 제2의 분비는 뇌 속 세로토닌의 농도를 낮춰 신경세포들 사이의 교류에 영향을 주며, 그로 인해 '정신력과 체력이 모두 떨어지는 우울증을 일으킨다. 미국 오거스타대학교의 치라유 판디아 Chirayu D. Pandya 연구팀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뇌 속 트 랜스글루타미나제2가 증가하면 신경세포가 위축돼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 기능이 손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경세포들의 원활 한 연결은 신경신호 전달의 유지와 정상적 인지, 정서활동의 생리적 기초가 된다.
(2) 염증가설
염증은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더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실제로 어릴 때 몸에 인터루킨interleukin (몸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해로운 물질에 면역계가 맞서 싸우도록 자극하는 단백질 - 옮긴이)의 수치가 높으면 성인이 된 다음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우울증 환자는 죽은 뒤에도 뇌 속 소신경교세포 microgia (뇌를 보호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해서 외부 침투균을 죽이는 일종의 면역기능 세포 - 옮긴이)가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신경염증을 동반한다는 게 염증 가설의 또 다른 중요한 증거다.
(3) HPA축 변화 가설
우울증 발병에 관한 가설 중에 HPA축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s, HPA axis(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변화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은 수십 년 동안 우울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우울증 환자의 혈장에는 스트레 스와 관련된 코르티솔cortisol(부신피질호르몬)의 함량이 매우 높 다. 이는 우울증 환자들이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분비할 뿐만 아니 라 코르티솔의 조절과 재생, 억제 기제인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HPA축의 변화는 인지능력의 손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또 한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HPA축의 불균형이 회복되지 않으면 치 료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치료됐다고 해도 우울증이 재발 하기 쉽다.
(4) 신경가소성 가설
우울증을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측면에서 설명할 수도 있 다. 21세기에 이뤄낸 가장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성인의 뇌에 서 전능성줄기세포 totipotent sterm cell 를 찾아낸 것이다. 이는 사람의 뇌가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을 신경재생이라고 하며, 이런 특징을 신경가 소성이라 부른다. 뇌의 신경가소성은 염증 반응과 HPA축 기능 불 균형의 영향으로 저하되는데, 이는 보통 지나친 환경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신경재생 과정에는 몇몇 조절단백질이 관여하는데 뇌유래신 경영양인자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도 그중 하나다. 우울 증 환자의 뇌에는 이런 단백질이 유독 적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 치료를 받으면 뇌 속 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동물 연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동물의 뇌 속 신경재생 을 제한했더니 동물에게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동물 은 스트레스가 큰 환경에서 쉽게 우울감을 느꼈다. 뇌과학자들은 신경가소성이 환경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줘 동물이 스트 레스를 받을 때도 더 나은 뇌의 회복력을 갖게 된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신경가소성이 있으면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서도 지속적으로 뇌 손상을 입지 않으며,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나면 뇌가 고무공처럼 회복되고 이후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능력이 강해지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의 시체 검안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우울증 환자가 건강한 사람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 비해 해마에서 치아이랑dentate gyrus(인지와 기억 능력을 책임지고 있으며, 성인이 된 뒤에도 신경세포 가운데 유일하게 계 속 증식되는 영역 - 옮긴이)을 구성하는 과립세포가 훨씬 많이 손상 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 우울증 환자의 뇌에는 분열 중인 신경 조세포synergid(배낭에서 난세포와 더불어 알 을 형성하는 세포 - 옮긴이)가 더 많이 존재한다. 이 연구 결과를 보 면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가 신경재생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줘 신경 가소성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가 우울증에 걸릴지 아닐지는 유전요인(유전이 우울증에 기여하는 정도)이 40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60퍼센트는 다양한 환경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초기 우울증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발병하기 전 1년 안에 삶에서 큰 스트레스 사건을 겪은 이들이 많다. 생명의 위협이나 만성질환, 경제적 어려움, 실업, 배우자와의 이별, 가족 가운데 누군가의 죽음, 폭력적인 학대 등 중대한 스트레스 사건은 성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률을 높인다.
- 우울증의 이기적 기원
과학계의 한 이론에 따르면 우울증 유전자가 전염병에 걸리지 않 도록 지켜준다고 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적은 바이러스와 세균이다. 그런데 우울증 유전자가 음식을 멀리하고 정신과 몸을 피 곤하게 만들어 인간관계를 맺지 않도록 해서 그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게 보호해 유전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정신질환 유전자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있는데, 이를 난초와 민들레orchid and Dandelion 이론'이라고 한다. 토머스 보이스Thosmas Boyce가 발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뇌를 스트레스 환경에 민감하 게 만드는 유전자는 순조로운 환경에서 뇌를 튼튼하게 해 보통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거나 깜짝 놀랄 만한 성취를 이루게 해준다. 환경과 유전자가 서로 영향을 끼쳐 같은 유전자임에도 나쁜 환경에 서는 정신질환에 걸리게 하고, 좋은 환경에서는 왕성한 생명력으로 환경에 강하게 적응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난초형 아이orchid child' 라고 한 다. 반면 환경이 달라져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민들레형 아이dandelion child'라고 부른다.
-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격렬한 운동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하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산과 GABA)- aminobutyne acid (감마 아미노부티르산)의 함량이 크게 늘어 난다. 글루타민산과 GABA는 뇌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전달 물질로 뇌 신경세포들 사이의 신호전달에 매우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해 뇌 신경세포들 사이의 신호전달을 촉진한다. 이것이 바로 우울증 치료에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 그중에서도 암벽등반은 우울증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8주 동안 매주 세 시간씩 암벽등반 치료에 참여시키자 증상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반추사고 개선에 매 우 효과적이었다. 반추사고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머릿속으 로 부정적인 생각을 거듭해 스스로 부정적인 기분에 깊이 빠져드는 걸 말한다. 암벽등반을 할 때는 암벽을 타는 순서와 행동에 집중하지 않으면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잡다한 생각을 할 틈이 없으며 자연히 반추사고도 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암벽등반은 자기효능감(성취감)을 향상시키며, 함께 암벽을 타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자기효능감과 인간관계를 맺는 일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특히 부족한 부분이다.
- 첨단기술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 일상생활의 몇몇 습관을 바꾸는 것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첨단과 학기술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뉴로피드백치료 neurofeedback therap)는 우울증 환자의 뇌파를 EEGelectroencephalogram(뇌파검사)로 찍어 실시간으로 자신의 뇌 활동 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이 치료법으로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뇌를 실시 간으로 보며 의식적으로 뇌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
미주신경yagus nerve을 자극하는 것도 난치성우울증 치료에 쓰이 는 방법이다. 혼합신경에 속하는 미주신경은 사람의 뇌신경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길고 폭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뇌에서 골수를 따라 식도 양쪽 아래로 이어져 경부部(목 부분 - 옮긴이)와 흉강(가슴 안 공간 - 옮긴이)을 지나 복부까지 퍼져 있다. 이런 특별한 분포 방식 덕분에 체외에서 미주신경을 자극해도 뇌 안쪽을 자극해 뇌의 기능을 나아지게 하는 할 수 있다.
- 스트레스 상태에서 뇌는 외부 신호를 다르게 해석한다. 불안의 생리기제는 위험을 될 수 있는 한 피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투쟁-도피' 사고 아래 부정적 정 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바로 이 기 제 때문에 오랫동안 불안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은 중립적인 신호 를 부정적인 신호로 보기 쉽다.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 뇌가 외부를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불안장애 환자는 종종 대인관계 정보를 근거 없이 적대적으로 해석한다. 남들은 별 뜻 없이 한 말인데 그 말을 도발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 만약 당신이 위궤양에 걸렸다면 의사는 보통 헬리코박터파일로리Helicobacter pytori균 감염이라 진단할 것이다. 하지만 컬럼비아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르네 굿인Renee D. Goodwin 교수에 따르면, 어 떤 사람은 위에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이 없어도 위궤양이 생긴 다. 바로 심리적인 불안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안과 위궤양은 어떻게 관련이 있는 걸까? 이는 장기적인 불안이 부신피질호르몬을 오랜 기간 과도하게 분비시켜 혈액을 근육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위점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점차 좁아져 영양이 제 때 공급되지 않아 위점막이 충분한 점액을 분비하지 못하므로 위액으로 인한 부식을 막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쉽게 위궤양에 걸리는 것이다.
불안 때문에 부신피질호르몬이 오랫동안 분비되면 단백질 분 해를 일으키는데, 이는 살이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불안장애 환자는 단백질로 구성된 큰 조직인 근육이 오랫동안 만성 손상을 입어 몸이 마르게 된다. 반대로 불안감이 별로 없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 쉽게 살이 찐다. 물론 이는 몸매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한 가지 요인일 뿐이다.
- 불안장애는 사람을 오랫동안 투쟁-도피 반응 상태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 마주하는 스트레스는 사실 싸우거나 도망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오늘부터 평소보다 운동량을 늘려 매주 3~10시간 정 도 유산소 운동을 해보라. 경보나 수영, 배드민턴 같은 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우리 몸에서 싸우거나 도망갈 때만큼의 근육 반응을 일으켜 온몸에 축적돼 있는 나쁜 에너지를 배출한다. 이렇게 하면 몸이 "이미 싸우거나 도망갔으니까 위협은 사라졌어”라고 말해 뇌가 이완될 수 있다.
- 호흡 훈련은 불안감을 낮출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며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장점이 많다. 2017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실험용 쥐의 뇌간 속 신경세포와 호흡명상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일상의 호흡은 한숨을 쉬거나 하품을 하거나 숨을 헐떡거리는 등 여러 종류의 리듬 이 있는데, 이 리듬과 사람들의 대인관계 및 감정의 신호가 관련이 있 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동물 뇌간의 '전뵈트징어복합체pre- Botzinger complex'는 신경세포 무리에서 나뉜 일부로 한숨과 관련이 있다. 이 영 역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실험용 쥐가 끊임없이 한숨을 쉰다. 반면 이 부분의 신경세포를 제거하면 쥐는 호흡은 계속하지만 한숨을 쉬지는 않는다. 이 호흡의 리듬을 통제하는 신경세포들은 뇌의 평온과 각 성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는 일에도 참여한다. 전뵈트징어복합체 신경세포의 유전자 조각 하나를 없애면 쥐의 호흡 리듬에는 영향을 주 지 않지만 평온한 행동이 늘어나며 각성 상태가 줄어든다. 청반.ocus coeruleus의 노르에피네프린 조절도 담당하는데 청반은 뇌에서 집중력 과 각성, 두려움을 담당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간의 호흡 과 감정, 집중력은 이 작은 전뵈트징어복합체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 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호흡의 빈도를 조절하면 불안한 감정과 집중 력 있는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도호대학교에서는 건강한 참가자들에게 복식호흡으로 1에서 4까지 세는 동안 공기를 복강으로 깊이 들이마신 뒤 다시 천천히 내뱉게 했다. 참가자들이 호흡에 집중하고 20분이 지나자 그들의 부 정적인 기분은 줄어들었고,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자신의 호흡에 주목하자. 만약 호흡의 상태가 얕고 빠르다면 복식호흡을 통해 불안한 기분도 금세 나아질 것이다.
- 양극성정동장애의 주요 증상은 엄청난 감정의 기복과 에너지 변화다. 양극성정동장애 환자는 감정이 극도로 흥분된 상태인 조 증기와 감정이 극도로 가라앉은 상태인 울증기가 며칠에서 몇 주 까지 이어지며, 감정 변화의 폭도 매우 크다.
조증 상태에서는 에너지가 넘쳐나 이런저런 활동에 계속 참 여하며, 잠을 자거나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지만 피로 감을 느끼지 않는다. 조증기에 있는 환자는 잠을 자는 건 시간 낭 비라고 생각한다. 또한 매우 흥분된 상태에 빠져 있으며, 자존감도 높고, 스스로 못하는 게 없다고 믿기도 한다. 그들은 말하는 속도 가 매우 빠르며, 한 가지 일에 관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런 극도의 흥분상태에서는 자제력과 판단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감정이 쉽게 격해진다. 차를 위험하게 몰거나 미친 듯이 쇼핑을 하기도 하며, 사소한 일에도 크게 화를 내거나 공격적 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들 중에는 시 쓰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간혹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조증기에 있는 환자의 전형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사고의 비약이기 때문이다. 조증 상태에서는 문학 적 아이디어가 샘솟고, 머릿속에 아무 상관없는 생각들이 짧은 시 간 안에 마구 떠오른다. 이런 생각들은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풍부한 창의력이 담겨 있어 시의 형식으로 표현하기 좋다.
- 최근 들어 '장뇌축Gut-Brain-Axi 이 뇌에 끼치는 영향이 뜨거운 화제다. '제2의 뇌'로 불리는 장은 온몸에 있는 세포 수의 10배가 넘는 미생물을 가지고 있다. 장뇌축 이론에 따르면 이런 미생물의 활동이 대뇌의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장 미생물의 대사물질이 면 역 및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런 반응들이 장뇌축을 통과해, 다시 말해 순환계와 미주신경을 거쳐 뇌로 올라가 영향을 끼친다. 이런 뇌의 변화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세포막 투과성과 산소분압이 신 경세포의 항상성homeostasis (생명체가 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능동적으로 유지하는 과정 - 옮긴이)에 영향을 끼쳐 뇌의 정상적 기 능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양극성정동장애 환자의 감정 폭이 유난히 큰 것은 아마도 뇌의 특정한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Fred Gage 교수 연 구팀은 2015년 다능성줄기세포 plutipotent stem cell 기술로 양극성정 동장애 환자의 피부세포를 해마에 있는 치아이랑 부위의 신경세포와 비슷한 세포로 전환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런 신경세포 들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진핵세포 속에 들어 있는 소시지 모양 의 알갱이로 세포의 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작은 기관 - 옮긴이) 대사에 이상이 생겼으며 외부의 자극에 더 민감해졌다.
- 텍사스대학교 휴스턴 보건과학센터의 가브리엘 프라이스 Gabriel R. Fries 연구팀은 양극성정동장애 환자와 그 형제자매 그리 고 건강한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비교해 각 사람의 세포 DNA에서 생물학적 나이와 관련된 텔로미어 telomere(유전자 끝에 붙어 세포를 보호하는 말단 영역 - 옮긴이)의 길이, 세포 속 DNA의 메틸화 정 도와 미토콘드리아 DNA의 복제수copy number(DNA 가닥에 실제 존 재하는 특정 부분의 유전자 또는 염색체가 복제된 숫자 - 옮긴이)를 포함한 생체표지자 biomarker(질병이나 노화 따위가 진행되는 과정마다 특 징적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지표가 되는 변화 - 옮긴이)를 분석했다. 
이 세 가지 생체표지자는 각각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DNA 말단의 텔로미어 길이는 사람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짧아진다. 그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는 흔히 세포의 노화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지나치게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어 몸이 조직을 보충하거나 대체하기 어려워지며, 만성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중년에 텔로미어가 짧 아지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암은 물론이고 다른 노화와 관 련된 질병에 더 빨리 걸릴 수 있다. 
세포 속 DNA의 메틸화 정도도 생물학적 노화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표지로, 후성유전학 생체시계 epigenetics circadian pacemaker 라고도 부른다. 물론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는 똑같은 유전물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관의 세포는 표현형식과 기능이 분화되어 있다. 이를테면 심장세포와 피부세포는 똑같은 유전물질을 갖고 있지만 각각의 외형과 기능이 확연히 다르다. 똑같은 유전물질이라도 유전자의 메틸화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포 속 DNA의 메틸화 정도 가 생물학적 나이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및 사망률과도 뚜렷한 상 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미토콘드리아 DNA의 복제수도 생물학적 나이 와 관련이 있는 생체표지자다. 미토콘드리아는 주로 진핵세포Arrariotic cell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갖는 세포로 소포체, 골지체,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등과 같은 다양한 세포내 소기관이 있다 - 옮긴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공급을, 진핵세포는 숙주가 돼 미토콘드리아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에게 문제가 생기면 세포가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해 심하면 진핵세포가 사멸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미토콘 드리아의 DNA 복제수는 세포의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체세포의 미토콘드리아 DNA 복제수도 많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실로 추측하건대 미토콘드리아 DNA의 복제수 또한 생물학적인 노화 정도의 표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 전기경련요법은 심각한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난치성우울증이나 양극성정동장 애, 조현병, 강박장애 등을 치료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선 호하는 치료수단이다.
20세기 초반 전기경련요법이 공포의 치료수단으로 묘사된 이유는 당시에는 전기충격의 강도가 커서 환자가 강한 통증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자의 통증을 완화해줄 수단이 부족해 인도적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자극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는 환자를 마취한 상태에서 전기충격을 주기 때문에 환자가 통증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정신이 돌아오면 오히려 기분이 평화롭고 머리가 맑아진 느낌을 받는다.
전기경련요법이 치료에 효과적인 이유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뇌가 갑작스러운 전류의 작용으로 빠르게 조정에 들어가 내부의 생물학적 균형 상태를 회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뇌에 들어오는 전기자극을 통해 신경활동과 분비의 균형이 새롭게 이뤄지는 것이다.
- 신경펩타이드Y neuropeptide 는 뇌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하는 호르몬 가운데 하나로, 제어 시스템과 같은 작용을 한다. 스트레스 를 받을 때 뇌의 편도체와 전전두엽, 해마, 뇌간이 강한 반응을 보 이는데 이때 신경펩타이드Y가 마치 스위치를 내리는 것처럼 뇌에 서 '끊임없이 울리는 경보음을 끊어버린다. 이 제어 시스템의 기 능이 회복탄력성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신경펩타이드Y에 관한 연구는 2000년에 비로소 처음 시작됐 다. 당시 미국 특수부대 병사들은 감옥에 갇히고, 식량을 빼앗기 고, 잠을 못 자고, 격리된 채 강도 높은 심문을 받는 등 실제 전쟁과 유사한 실전 훈련에 참여했다. 훈련이 끝나고 몇 시간 뒤에 과학자 들이 병사들의 혈액 샘플을 검사한 결과, 신경펩타이드Y의 수치가 심문 과정에서 빠르게 올라갔음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점은 특수부대 병사들의 신경펩타이드Y 수치가 일반 병사들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강한 제어 시스템이 뇌의 응급경보를 꺼 감정 반응을 낮춤으로써 고강도 시험을 받을 때 물러서지 않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껏 도파민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 호르몬 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몇몇 글에서는 도파민을 삶을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으며 어떤 사람은 운동, 음 식, 성, 명예를 통해 얻어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처럼 말하기도 했 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 럼 그렇게 대단한 행복 호르몬이 아니다.
도파민의 효과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회로에 작용해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뇌가 보상을 예상하 고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도파민의 효과 는 '당신이 뭔가를 원하게 하는 것'이며, 당신이 나서서 더 많은 보 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도파민은 사실 행복과 큰 관련이 없다. 중국의 영화감독 가오샤오쑹高松은 “많은 사람이 이상과 욕망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상은 떠올리 면 행복한 것이며, 욕망은 떠올릴 때 고통스러운 것이다”라고 말 했다. 이 욕망이 바로 도파민의 분비로 생긴다.
1978년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NIDA의 로이 와이즈Roy Wise 박사는 항정신성약물로 실험용 쥐의 뇌에 있던 도파민을 제거했다. 그러자 이 실험용 쥐는 맛있는 음식 과 중독을 일으키는 약물에 욕심을 내지 않았으며, 보상을 얻기 위 해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다. 이후 이어진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 서 과학자들은 이와 비슷한 현상을 종종 관찰했다. 그 때문에 사 람들은 줄곧 도파민이 기쁨과 행복 같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믿었다.
- 하지만 미시간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켄트 베리지kent C. Berridge 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결과를 발견했다. 베리지는 동물이 즐거움을 느낄 때 혀로 입술을 핥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행동은 실험용 쥐뿐만 아니라 원숭이나 사람의 아기에게서도 관찰되는, 배가 고파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목이 말라 물을 마실 때 하는 행동과 비슷했다. 이어서 켄트 베리지는 신경독소를 이용 해 도파민이 분비되는 쥐의 중추를 손상시켰다. 이렇게 해도 쥐들 이 맛있는 음식을 보면 혀로 입술을 핥는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싶 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쥐들은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자 더 이상 먼저 나서서 음식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여전히 혀로 입술을 핥았다. 반대로 전기자극으로 쥐의 도파민 분비를 늘리니 쥐는 필사적으로 먹을 것을 찾았으며 평소보다 더 많이 먹 었다. 다만 혀로 입술을 핥는 행동은 더 늘지 않았다. 이 결과가 뜻하는 바는 도파민이 동물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욕망을 만들 어내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도파민의 분비는 사람들이 뭔가 하려는 동기를 강화해준다. 실제로 도파민의 분비량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기 직전에 가장 많이 늘어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실험용 쥐의 복측선조체에 도파민을 직접 주사하자 쥐는 어떤 일을 하려고 평소 보다 두세 배 더 열심히 노력했다. 이렇게 동기를 조절하는 도파민 의 작용은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이를테면 먹을 것을 찾거나 배우자를 찾거나 새로운 기능을 배우는 것 등이 그런 일이다. 그런데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도 뇌 속 보상회로는 활 성화되어 원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어떤 일에 성공했을 때 뇌의 신경회로 는 도파민을 빠르게 분비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그 덕에 사람들은 다음번에도 그 일을 할 동력을 얻는다. 성공에 가까운 실패의 상황에서도 도파민은 많이 분비된다. 진화적 관점에 따르면 성공할 가능성이 보일 때 더 노력해 성공을 거머쥘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박의 성패는 때마다 다르며, 더 노력한다고 해 서 항상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놓치 면 도파민이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도박을 더 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승리에 가까운(사실은 패배지만) 상황이 이렇게 반복적으로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하면 도박중독에 이르며, 결국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입고야 만다. 쉽게 도박중독에 걸리 는 사람은 뇌의 보상회로가 보상에 유난히 더 민감한 반면 손실에 는 매우 무딘 편이다. 그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즐기며 경제적인 손실이 커져도 손을 떼지 못한 채 판을 더 키운다.
- 중독의 규칙을 정확히만 사용하면 유익한 지식을 배우고 적응 기능을 익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은 공부할 때 도파민의 분비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을 배우는 것은 밥을 먹거나 섹스를 하고, 무언가를 수집하는 등의 원시적인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는 생존 행동들과 달리 일단 만족된다고 바로 보상회로 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게임과 달리 조금만 노력해도 성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그에 걸맞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공부의 결과에 비현실적인 기대 (지식을 배우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높은 성적을 받겠다는 식 의)를 품고 있다면 공부가 당신에게 가져다줄 보상은 당신의 예측보다 낮을 수 있으며, 도파민 분비량도 많지 않아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힘을 얻지 못하기 쉽다. 하지만 당신이 배움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것 자체를 보상으로 여긴다면 좀 더 쉽게 공부에 '중독'될 수 있다. 새로운 지식과 기능을 배우는 것은 생존 진화에서 개체에 유익하며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지식과 기능을 배우는 것에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고통스럽다면 이는 당신이 시도한 배움의 난이도가 당신의 실제 능력 또는 지식에 대한 당신의 기대와 너무 거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영어를 처음 배 운다면 모든 단어와 문법 하나하나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 정이기 때문에 뇌에서는 이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로를 구축해 야 하므로 도파민 분비량이 적다. 하지만 당신의 뇌가 비교적 탄탄 한 학습회로를 구축했다면 이후에 거기에 뭔가를 쌓아올리는 것 은 상대적으로 간단해진다. 이럴 때 당신의 학습 속도가 기대한 바 에 부합하면서 보상의 예측 오류가 줄어들고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럼 당신은 더 힘을 내서 공부하게 되고, 공부를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중독에 걸릴 수 있다.
- 원하는 무언가를 얻는 것이 언제나 당신에게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원하는 것과 만족하는 것은 사실 서로 다른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도파민은 사람에게 '원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끊임없이 바라게 한다. 그에 비해 행복은 만족하는 것으로 도파민과는 큰 관계가 없다.
- 정리하자면 전전두엽과 복측선조체, 뇌섬엽, 전측대상회anterior cingulate 등으로 이뤄진 도파민 보상회로는 강박장애와 매우 큰 관련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충동적이고 잘못된 행동의 감시 를 담당하는 전방대상피질이 있는 전측대상회가 강박행동과 관련이 크다. 이 영역이 활성화돼야 일이 잘못되면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박장애 환자는 이 신호를 받고도 스스로 '완벽' 하다고 느낄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 그들은 전측대상회의 기능 이상으로 자신의 행동과 실제 피드백 사이의 오차를 지나치게 어림짐작해 하나의 일을 이미 여러 번 정확히 반복했음에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든지 '오류가 있다고 느 껴 얼른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은 강박장애 환자 를 불안하게 만들며, 이런 감정상태가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감을 담당하는 편도체도 뇌 회로의 압박에 동참한다. 결국 강 박장애 환자는 오랫동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 정신질환의 증상은 주로 감정과 인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 다.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나 불 안장애, 강박장애, 양극성정동장애 등에 걸린다. 또한 인지를 담당 하는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두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인지능력 이 떨어지거나 정상적인 인지 방식에 왜곡이 생겨 나타나는 환각 과 망상이 바로 그것이다. 환각이란 존재하지 않는 걸 보거나 실재 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걸 말하며, 망상이란 머릿속에 현실과 맞지 않는 왜곡된 생각이 나타나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는 종종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 봤다'거나 누군가 자신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걸 들었다'고 한다. 때로는 자기 머릿 속의 소리가 “넌 정말 쓸모없어”라고 말하는 걸 듣거나 자신이 하 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한다고 한다. 이럴 때 조현병 환자는 그 상 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 만약 당신이 환각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라. 몸 뒤쪽에 촛불을 희미하게 켜놓고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조명을 끈다. 이 상태로 1분 정도 거울 속 자신을 계속 바라보면 희 한하게도 자기 얼굴이 비뚤어져 보이거나 아예 다른 얼굴로 바뀌 어 보일 수도 있다. 빛이 부족하면 뇌가 온전한 얼굴의 특징을 인 식하지 못해 착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각적 착각이 벌어질 수 있는 확률은 70퍼센트에 이른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쉽 게 환각을 겪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충분한 객관적 단서가 없이 무언가를 볼 때 뇌는 내부의 단서만 이용하여 주관적으로 예 측하기 쉽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섭게 생각할수록 무서운 걸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 사람 몸에 있는 DNA 중 8퍼센트는 바이러스로부터 왔으며, 그중에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라는 것이 있다. 모든 생물은 DNA에서 RNA를 만들고 RNA에서 단백질을 생성한다. 그러나 RNA에서 DNA를 생성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레트로바이 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역사가 매우 오래돼 수백만 년 전부터 우리조상들의 DNA에 녹아들어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면서 살아남은 DNA 속 레 트로바이러스 대부분의 후대는 이미 변이로 인해 더 이상 발현되 지 않고 침묵에 빠졌다. 다만 이런 레트로바이러스의 남은 성분을 "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endogenous retrovirus'라고 부르는데 이 중에 아주 작은 일부가 인간 면역계의 일부로 진화했으며, 외부 바이러 스의 침입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침묵하는 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는 휴화산과 같아서 특정한 환경요인에 따라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이들을 활성화하는 요인으로는 변이와 약물, 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으며, 실제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뇌에 정신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체외에서 조현병 환자의 세포를 배양한 결과 세포 속 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의 발현 정도가 일반인보다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연구와 같은 결과가 나온 다른 연구가 없 어 아직 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가 조현병 발병의 원인이라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 의사의 의술이 뛰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조현 병과 양극성정동장애에 관한 현재의 진단 기준 때문인데, 이 두 질 환은 너무 많은 공존질환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조현병과 양극성정동장애는 모두 공통적인 여러 증상으로 이뤄진 증후군'이다. 조현병은 사실 환각과 망상, 기분장애, 사고장애 등의 증상이 함께 뒤섞여 있는 질환으로 치료가 힘든 각종 증상의 집합'이라 불러 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된 원인은 아마도 뇌의 여러 발달 단계 에서 유전자의 발현과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함께 만들어낸 영향때문일 것이다.
- ADHD의 특징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쉽게 충동적인 행동을 하거나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능력과 시간 관리 능력이 부족한 것 은 공부와 일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보인 다. 하지만 이런 심리와 행동의 특징에도 좋은 점이 있다. 예를 들 어 모험을 좋아하는 특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일에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게 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 성공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공상을 좋아하는 특징은 더 풍부한 창의력을 안겨줘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 는 것 역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가족과 친구들이 이해해줘야 할 문제지, 꼭 바꿔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원흉일까, 영웅일까?
오늘날까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 관한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 은 다음과 같다. 뇌 신경세포에는 본래 정상적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있는데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이 단백질에 잘못 된 접힘 현상이 나타나면 뇌 신경세포 바깥에 단백질 구조물인 아밀로이드반이 쌓인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에 있는 단 복길들이 서로 뒤엉키게 되고, 연이어 면역 및 염증 반응이 일어나 로서 결국 신경섬유가 손상되고 신경세포가 사멸한다. 이렇게 신경세포의 감소와 신경망의 위축으로 사람의 인지능력이 크게 쇠퇴하는 것이다. 이 가설 때문에 오랫동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지난 수 십 년 동안 제약회사들이 베타아밀로이드를 겨냥해 많은 약을 개 발했지만 임상실험에서는 어느 것도 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알츠하이 머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숨은 영웅이라는 반전의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뇌 신경세포의 베타아밀로이드 단 백질과 선천성 면역계의 핵심인 항감염성 단백질, 항균펩타이드 antimicrobial peptide LL-37이 구조와 기능 면에서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신기한 점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항균 효 과가 때로는 항생제의 일종인 페니실린보다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후에 이뤄진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베타아밀로이드 단 백질이 일종의 항균펩타이드이며, 진균과 세균이 신경세포 조직 을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한다고 확신했다. 실험용 쥐의 뇌에 살모 넬라균을 감염시켰더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세균 바깥으로 층층이 쌓여 병원체의 침입을 막고 뚜렷한 아밀로이드반을 형성 했기 때문이다. 마치 아주 작은 물방울이 먼지 입자에 달라붙어 빗 방울을 만들거나 민물조개의 탄산칼슘이 모래알에 붙어 진주를 만드는 것처럼.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미생물 감염과 유전적 감수성(일종의 유전력 - 옮긴이)이 함께 빚어낸 결과라고 예측했다. 뇌가 알 수 없는 미생물에 감염됐을 때 베타아밀 로이드 단백질이 미생물 주위에 모여들어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 다(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 속에 침입한 미생물이 반드시 있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병균이나 세균, 진균에 대항하거나 유전자 변이로 쌓이는 과정에서 아밀로이드반을 형성해 연쇄적으로 뇌의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사실 질병에 저항하는 과 정에서 생기는 부산품일 뿐이며, 그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이 아닐 수 있다.
- 그렇다면 절식이 어떻게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걸까? 몇몇 실 험에 따르면 동물은 70퍼센트 정도 배가 부를 때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단백질)이 억제되면서 체 내세포의 자기포식autophagy 이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오래되고 망가진 세포의 부속품을 청소하고 몸 안의 활성산소를 줄여 DNA와 다른 기관들이 활성산소의 공격을 받아 손상될 가능성을 낮춘다. 이를 통해 기관과 유기체는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2년 넘게 음식의 열량을 평소의 15퍼센트를 줄이니 노화와 관련된 생체표 지자 수치가 뚜렷하게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실험 참가자들의 정신상태와 생활의 질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하지만 수명을 연장하고 뇌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먹는 음식의 열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식단의 구성도 조절해야 한다. 
- 우리의 뇌는 노화에 한 가지 보상을 주는데, 노인들은 선택적 으로 나쁜 기억을 잃어도 보통 더 행복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캠퍼스 연구진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기억 가운데 긍정적 정보의 양이 중성적 정보의 양보다 훨씬 많다는 걸 발견했다. 그에 비해 기억력이 좋은 노인은 중성적 정보를 훨씬 잘 기억했다. 이런 긍정적 경향'은 노년의 기억이 쇠퇴하는 것에 대 한 일종의 보상일 것이다. 연구진은 나이가 먹을수록 보상과 관련 된 신경망의 변화로 뇌가 긍정적 정보를 선택하고, 긍정적 사물과 행복한 감정에 집중하게 한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fMRI 촬영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은 즐거운 체험 에 집중할 때 뇌에서 감정을 책임지는 편도체와 의사결정을 담당 하는 전두피질을 연결하는 회로의 활동이 젊은 사람보다 더 강해진다. 노인이 즐거운 체험에 더 집중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노인은 긍정적인 사진에 더 쉽게 집중했으며, 부정적인 사진에는 시선을 잘 두지 않았다. 10년 전 일을 떠올릴 때도 노인들은 그 시절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을 바로 '노년의 긍정효과'라고 한다. 이런 효과는 노인뿐 아니라 불 치병에 걸린 젊은 환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생명이 연약해질 때 삶의 긍정적인 일과 추억에 집중하며, 부정적 인 정보를 선택적으로 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보통은 물리적 나이를 기준으로 일이나 가정, 은퇴 과정을 계획한다고 했을 때 자신의 예상과 다른 노화 속도는 슬픈 일인 게 분명하다. 건강한 생활방식을 선택해 뇌가 노화에 맞서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알츠하이머병의 침입을 잘 막아낼 수 있으며, 아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죽음 뒤로 미뤄 본인의 인생을 계획대로 살 수 있다.
- 자신의 마음속 사회적 위치를 새롭게 정하는 것도 항노화에 효 과가 있다. 벌들은 젊을 때 유충을 돌보는 일을 하다 어느 정도 나이 가 들면 밖으로 나가 꿀을 따는 일을 하는데, 더 나이가 들어 꿀을 딸 수 없게 되면 금세 늙어버린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나이 많은 벌 들에게 유충들을 돌보는 일을 다시 하게 했다. 그러자 그들의 뇌에 항노화 단백질이 많이 분비되기 시작했으며, 학습능력도 크게 향상되고 뇌 자체가 많이 젊어졌다. 이런 벌들의 사례를 본받아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나 자신이 젊을 때 하던 일을 다시 해보라고 추천 하고 싶다. 일부러라도 자신의 역할을 새로이 바꾸면 노인의 뇌와 몸 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을 많이 다니거나 아 이를 돌보는 일을 하면 노인의 뇌 기능이 긍정적으로 조절돼 훨씬 젊어진다.
- 그들의 뇌가 충동적인 이유 
과학자들이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의 뇌를 fMRI로 촬영한 결과,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가 있는 측두엽의 앞쪽 등의 뇌 영역이 보통 사람과 비교해 뚜렷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안와전두피질은 도덕 적 가치 판단과 충동 억제, 복잡한 의사결정, 위험에 따른 영향, 보 상과 처벌에 대한 민감성 등을 맡고 있다. 또한 측두엽의 앞쪽은 기억의 선택을 맡고 있다. | 이 두 영역의 보편적인 기능이 손상되면 이 영역들과 연결된 뇌 신경망들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 신경망들은 감정의 인지, 의사 결정, 인간관계 등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사회적 기능과 관련돼 있다. 이런 신경망이 손상된 사이코패스는 보통 사람보다 충동적이 며 도덕적인 판단력도 부족하다. 그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쉽게 과격한 반응을 보이며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행동에 불합리한 점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충동이나 남에게 입힌 상처에 대해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 전사유전자란 모노아민산화효소A monoamine oxidase A, MAO-A생산에 관여하는 MAOA 유전자의 한 형태로, 이 MAO-A효소를 덜 생산되게 한다.  전사유전자는 X 염색체에 위치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에 영향을 주는 효소의 부호화에 영 향을 끼치는데, 이 효소는 태아의 대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그 런데 전사유전자는 거의 남성에게만 영향을 끼친다. 전사유전자 를 가진 남성은 일반인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며, 쉽게 화를 내고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또한 전사유전자는 뇌 속 MAO-A 효소를 줄여 세로토닌과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태아의 뇌에 지나치게 많이 쌓이게 한다. 대뇌를 평온하게 만드는 세로토닌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면 언뜻 좋을 것 같지만, 과도한 분비는 발달 과정에서 뇌가 세로토닌 등에 점점 둔감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분노의 스위치를 꺼야 하는 적정한 때에 반응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 사이코패스와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의 공통점은 사회의 관습과 규칙에 속박당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 을 억제하지 못하는 성향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데 이 시스템은 새로운 사물을 찾고 보상을 바라는 경향과도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사이코패스와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은 도파 민 분비량이 많아 보통 사람보다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고 신기한 것과 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보통 사람과 달리 모험이나 처벌을 그다지 꺼리지 않는다.
필리핀 리샬대학교의 애드리안 갈랑 Adrianne Galang 박사 연구 팀은 두 가지 연구를 통해 사이코패스와 창의력 사이의 관계를 분 석했다. 갈랑 박사는 먼저 온라인에서 500명의 필리핀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들의 창의력과 사이코패스 정도를 살펴봤다. 다크 트라이어드 테스트Dark Triad Test를 실시했는데, 이 테스트로 마키아벨리즘 Machiavellism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좋아하 는 권력주의의 경향),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 결과 나르시시즘과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창의력과 확 실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애드리안 갈랑 연구팀은 또한 심리적 특징과 생리적 기초를 연계해 생물학적 측면에서 창의력과 사이코패스의 관계를 해석 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우선 93명의 대학생에게 창의력을 테스트 한 다음 인터넷 도박을 이용해 그들의 모험 성향을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두 가지 카드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 베팅해야 했다. 한 게임은 이기면 많은 돈을 따지만 지면 큰 손해를 봤다. 또 다른 게 임은 이겨서 벌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지만 져도 손해가 적었다. 실 험 참가자들 중 모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첫 번째 카드게임에 베팅 하기를 선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전기피부반응'을 기록하 며 그들이 승리를 앞두고 있을 때 뇌의 각성 정도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사람들은 게임에서 돈을 딸 수 있게 됐을 때 뇌의 각성 정도가 낮 았다. 다시 말해 창의력이 높은 사람은 단순히 돈을 딴다고 흥분하 지 않는다. 승률과 상관없이 모험심을 자극하는 일이어야 흥분한 다. 이런 특징은 창의력이 높은 사람과 사이코패스의 공통점이다.
- 두렵게만 보이는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은 길고 긴 진화의 역사에 서 어떻게 특정한 비율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다른 정신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어 떤 심리적 특징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으며, 모두 뇌 에 정상과 질환 사이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우리 뇌에서 나타 나는 수십 수백 가지 특징은 다양한 방향과 정도로 함께 결합돼 있 으며, 이런 결합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의 서로 다른 심리적 특징 또한 인류의 정신적 다양성과 종의 생태적 다양성을 위해 나 름의 힘을 보탰으며, 다양한 생존환경에서 서로 다른 적응력을 발 휘한다.
사이코패스적인 특징도 이런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어떤 심리적 특징도 환경을 벗어나 혼자 존재하는 법이 없다. 같은 심리적 특징이라 해도 환경에 따라 완전히 상반되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 다. 이를테면 극단적인 사이코패스는 주변의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지만, 전쟁터에서는 충돌과 위협에 두려움 없이 맞서는 용감 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은 권력과 자원을 더 손쉽게 얻는다. 인류 역사에서 종종 벌어지는 전쟁이라는 특수 한 시기 덕분에 진화 과정에서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이 살아남았 을 뿐만 아니라 더욱 기세를 떨칠 수 있었던 이유다.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중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평화로운 시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마가 될 수 있지만 전쟁 시기에 살았다면 영웅이 됐을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는 다른 정신질환들과 달리 극단적인 편이어도 사 회 적응성을 가질 수 있다. 극단의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을 가진 사 람이라 해도 인지능력이 좋고 어려서부터 안정적이고 따뜻한 환 경에서 자랐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될 수 있으며, 그의 사이코패스적인 특징도 그가 사회에 녹아드는 데 아무 영향을 주 지 않는다. 그에 비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강박장애 같은 정신질 환은 환자의 사회 적응 능력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며, 이런 환자 주변의 사람들까지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 동물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동물이 잠을 자는 건 아니다. 오직 신경계가 복잡한 동물만이 잠을 자는 행위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단세포동물(짚신벌레 등)이나 신경세포가 없는 동물 (해면 등), 중추신경계가 없는 동물(해파리 등)이 수면 행위를 하 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잠의 가장 원시적인 기능은 발육을 촉진하는 것이다. 예를 들 어 하등동물인 선충은 탈피를 하기 전에 잠을 자는데, 만약 어린 초파리에게 잠을 못 자게 하면 장기적으로 인지와 행동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의 경우 자궁 속 태아의 수면은 뇌 발육의 중요한 단 계이며 아기의 수면의 질이 성인보다 훨씬 좋다. 사람들이 잠을 잘 자는 걸 보고 '아기처럼 잔다'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동물의 진화 초기에 잠은 외부환경의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몸 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선충은 잠을 자고 난 뒤 열이나 냉기, 삼투압 등 환경 스트레스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으며, 조직 손상의 회복도 촉진할 수 있다. 파리도 잠을 많이 자야 세균 감염에서 회복될 수 있다. 또한 사람도 병원체에 감염됐거나 면역계에 응급 반응이 있을 때 잠을 자는 게 좋다. 실제로 감기에 걸리면 유난히 더 자고 싶은데 이때 2~3일 잘 자고 나면 몸 상태가 한결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동물들은 뇌가 복잡해지고 진화하면서 학습과 기억, 선택적 주의 등 고급 인지능력을 갖추게 됐다. 새로운 수면의 기능도 내놓 았는데 바로 잠을 잘 때 뇌의 신경가소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잠을 자면 뇌가 회로를 수정하는 능력을 강화해 정보를 빠르게 배우고 조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 20세기부터 의학계는 줄곧 혈액뇌장벽 때문에 뇌와 몸은 상대적으로 독립된 두 개의 기관으로 존재하며, 뇌에는 림프계가 없다고 믿었다. 이런 관점은 의학 교과서에 100년이 넘게 등장했다. 만약 당신이 2015년 이전에 출판된 의학서를 살펴본다면 뇌에는 림프계가 없다'라는 서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5년 미 국 버지니아대학교의 조너선 키프니스Jonathan Kipnis 연구팀이 이 문장을 완벽히 새롭게 써냈다. 키프니스와 그의 동료들은 실험용 쥐 뇌막에 대한 신경 영상 연구를 통해 뇌와 척수의 뇌막에 림프관 망이 폭넓게 분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림프관망은 뇌척수 액과 림프세포를 목 부위의 림프절까지 수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 었다. 뇌에도 림프계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로체스터대학교 의료센터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자는 동안 뇌세포 사이의 공간이 60퍼센트 정도 늘어나며, 뇌의 림프계 가 활동을 시작해 쌓여 있던 독소를 뇌척수액을 통해 빠르게 배출 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의 이 독소 배출 기제는 알츠하이머 병의 예방과도 관련이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신경세포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는 것은 신경세포의 자연사와 관 련이 있는데, 잠을 잘 자는 쥐의 뇌는 이런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병적 단백질을 훨씬 빨리 배출한다. 반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병 적 단백질이 뇌에 정체되고 쌓여 신경세포의 기능과 건강에 영향 을 준다. 밤에 잠을 잘 자면 상쾌한 아침을 맞는 이유다.
- 자는 동안 일어나는 기억의 공고화는 단순히 하루 종일 겪은 일의 모든 구체적인 사항을 기억하는 게 아니다. 기억의 많은 구체적인 사항을 전체적인 개념으로 정리하 고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다음, 이미 있는 신경 기억망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 창의적 재구성 과정에서 무의식중에 규칙을 찾아 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잠은 그날 겪은 새로운 경험과 뇌에 이미 저장돼 있던 경험이 고도로 요약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조합돼 우리의 인지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잠은 전날 뇌에 저장된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없애는 데도 도 움이 된다. 뇌의 신경세포 표면에는 나뭇가지의 가닥처럼 생긴 가늘고 작은 수상돌기들이 자라 있다. 사람이 많이 배울수록 이 수상돌기가 무성하게 자라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된다. 그런데 우리 가 잠을 자는 과정이 이런 '나뭇가지들을 자르는 데 도움이 돼 중 요하지 않은 사소한 기억들을 없앨 수 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과학자들은 잠을 잔 쥐의 뇌 속 수상돌기 숫자가 잠을 자지 않은 쥐들에 비해 18퍼센트나 줄어 있는 걸 발견했다. 다시 말해 잠을 자는 과정이 뇌 속 신경세포의 연결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상돌기 자르기는 무 작위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작은 수상돌기를 잘 라내고 눈에 띄게 길게 자란 수상돌기는 남겨둬 뇌 자원과 에너지 가 집중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잠을 잘 때는 감정 회복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 이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꾸는 시간은 20퍼센트에 이른다. 꿈을 꿀 때 불안과 관련된 노르에피네프린과 부정적 감정을 맡고 있는 편 도체의 활동이 억제되고 감정적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전두 엽이 기억을 조합하면서 기억 속 감정의 강도를 낮춘다. 덕분에 우 리는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전날 강렬했던 감정이 하룻밤 사이에 뇌 에서 처리되면서 평온한 기분을 되찾는 것이다.
- 최근 멜라토닌이 수면보조제로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실 제로 많은 불면증 환자가 멜라토닌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보통 시차가 나는 곳으로 여행을 가면 뇌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생 체시계가 혼란을 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 새 시간대에 잠들기 전 에 멜라토닌을 먹으면 뇌의 수면리듬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멜라토닌은 3교대로 일하는 사람들의 수면리듬 조절에도 도움을 줘 낮에도 쉽게 잠들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멜라토닌의 효과 역시 한계가 있다. 멜라토닌의 주요 효과는 수면의 리듬을 조절하는 것으로,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수면에 영향을 주는 신체적 질병이 있거나 장년의 불면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게다가 멜라토닌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어지러움증과 두통, 구역질, 감정 변화, 대낮의 기면증 narcolepsy 등 여 러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불면증에 걸렸는데 멜라 토닌을 몇 주 동안 먹어도 효과가 없다면 주치의와 상의하기를 당 부한다.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멜라토닌 외에 최근에는 지속 형 멜라토닌도 출시되고 있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서라면 수면 문제를 분명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 사람의 뇌간에는 청반이라는 작은 세포 무리가 있다. 이 작은 영역은 우리가 잠을 잘 때 근육운동의 억제를 맡고 있다. 이 영역 의 세포들이 손상을 입으면 운동 억제 효과가 사라져 꿈속에서 하 는 동작이 실제로 몸에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꿈에서 달리기를 하면 잠자리에 누워 발을 뻗을 수도 있으며, 꿈에서 싸움을 하면 팔을 휘두를 수도 있다. 뇌의 몇몇 퇴행성 질환 초기 증상도 이와 같다. 이를테면 파킨스병 환자는 운동장애와 관련된 주요 증상을 나타내기 몇 년 전부터 이미 뇌의 청반이 손상을 입은 상태라 꿈을 꾸며 손발을 휘두르기도 한다.
- 2014년 《셀cel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해마의 신경세포 수와 재생능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심각한 우울 증 환자는 해마의 신경세포 중 무려 20퍼센트가 죽음에 이르러 자 연스레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여기서 인지능력이란 기억력과 집 중력, 판단력 등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많은 우울증 환자는 증상 이 나아진 뒤에도 인지능력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편안한 상태에서 공부를 할 때 사람들은 주로 해마를 사용해 정보 를 처리한다. 이런 기억방식은 간단하면서도 기억이 오래간다. 하 지만 불안한 상태에서 공부할 때는 선조체를 활용하는데, 잠재의식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직감적으로 지식을 모아 분석하므로 기억이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 모든 기억이 꼭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한 번만 겪어도 평생의 기억으 로 남는다. 그렇다면 강렬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왜 쉽게 기억되는 걸까? 이는 그 기억이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오래된 변연피 질(예를 들어 두려움의 감정을 활성화하는 편도체)을 활성화시키 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도체는 해마 근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해마 와 매우 가깝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중대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쉽게 부호화돼 뇌의 기억 중심으로 들어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 외부정보가 뇌에 들어가 기억으로 바뀌는 과정도 매우 흥미롭다. 뇌에서 기억의 부호는 뇌파의 형식으로 구현된다.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양한 주파수와 진폭, 위상位相으로 부호화한 다음 각각 다른 신경세포에 저장돼 서로 복잡한 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기억 뇌파의 개별적 저장은 특정한 단백질의 다양한 3차원 접힘 구조로 이뤄지는데, 고기의 질을 좋게 하는 마블링처럼 많이 접힐수록 기억의 강도도 커진다. | 과학자들은 초파리의 뇌를 연구하던 중에 Orb2 단백질이 기 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단백질은 프라이 온 단백질과 비슷해 상황에 따라 형태를 바꿔 함께 모인다. Orb2 단백질을 억제하면 초파리는 잠시 '기억을 잃는다. 또한 Orb2 단 백질이 더 빨리 모일수록 기억이 만들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 단백질이 모여 장기기억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람의 뇌에도 비슷한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CPEBcytoplasmic polyadenylation element binding단백질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CPEB 단백질과 Orb2 단백질의 작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CPEB 단백질도 기억과 관련이 있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 뇌에 저장한 기억을 다시 찾아야 할 때마다 뇌는 어떻게 일할까?
뇌과학자들은 해마 속 중요한 신경세포들이 검색 키워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마의 검색 키워드가 활성화돼 대 뇌피질에 저장된 장기기억을 샅샅이 뒤져 필요한 기억을 찾아내 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일이 일어난 시간의 간격이 적으면(6시간 정도) 기억은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군 하나에 겹쳐져 있다. 반면 두 가지 일이 24시간 이상의 시간 차를 두고 일어났다. 면 이 일들은 완전히 다른 두 신경세포군에 저장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떠올릴 때 기억은 새로 수정되기 일 쑤다. 그래서 사람이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은 컴퓨터에 저장돼 있 던 정보를 찾는 것과 다르다. 당신이 어떤 일을 떠올릴 때 뇌 신경 세포에서 기억의 저장을 담당하는 단백질은 다시 분해하고 재합 성된다. 다시 말해 기억 단백질이 다시 안정적 구조를 회복했을 때 원래의 기억은 이미 새로 고쳐진 다음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떠 올리는 횟수가 많을수록 뇌에서 이 일의 모양은 처음의 상태외는 거리가 멀어진다. 형사사건에서 증인이 하는 증언이 바로 그런 예다. 경찰이 증인에게 현장에 있던 사람이나 일을 떠올려보라며 여러 차례 묻다 보면 어떤 암시로 증인의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렇게 반복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최초의 기억이 왜곡돼 증언이 실제 상황과 차이가 생긴다.
- 경두개전기자극이 뇌의 신경가소성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학습능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2016년 에 발표된 이탈리아 사쿠로쿠오레가톨릭대학교 마리아 비토리아 포다 Maria Vitoria Podda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두개전기자극으로 실험용 쥐의 뇌를 20분 동안 자극하자 쥐 해마의 신경세포 가소성과 기억력이 뚜렷이 향상됐으며, 그 효과가 일주일이나 유지됐다. 전기자극이 뇌세포를 활성화시키자 뇌유래신경영양인자도 분비되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몸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발견했다. 뇌의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자신만의 안정된 리듬에 따 라 다른 주파수에 진동한다. 그런데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한 연구팀은 경두개전기자극을 통해 뇌의 여러 영역에 동시에 전 기자극을 줌으로써 작업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 다. 이 실험에서 세타파가 나오는 주파수 구간의 전류를 서로 다른 뇌 영역 두 곳으로 동시에 흘려보내자 실험 참가자들의 기억력 테 스트에 대한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는 그들의 단기기 억 능력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이 방법을 현실에서 응용하면 모임 에서 새로운 사람의 이름을 외우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 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뇌가 주변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편애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진화 과정에서는 늘상 해왔던 익숙한 일보다 돌발적 인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중요했다. 주변 환경에서 어 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재빨리 알아차려야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 문이다. 선조들이 들판에서 사슴을 사냥할 때 느닷없이 으르렁거 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즉각적으로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났는지 주위를 살피는 건 아주 당연한 반응이다. 만약 멀리에 있는 사자를 발견했다면 계속 사슴을 사냥할 게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 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 변화에 재빨리 반응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뇌의 기제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맹수의 공격을 받지 않는 현대인들은 원시적인 본능을 사용할 필요가 없 어졌다. 그리고 원시시대의 외부 자극은 공부와 일을 방해하는 스 마트폰 진동과 동료의 접근으로 대체되었다.
- 미국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머리 좋아지는 약'이 유 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리탈린) 가 가장 인기가 좋다. ADHD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이 약은 전두 피질의 활성화를 강화해 집중력을 높인다. 그런데 이런 중추신경 흥분제를 오래 복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청소 년기는 뇌의 신경망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이자 뇌의 신경가소 성과 학습능력이 가장 강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추신경흥 분제를 오래 먹을 경우 뇌의 신경가소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이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모다피닐modafinil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약으로 임상에서는 흔히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수면장애 치료용으로 쓴다. 모다피닐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높임으로써 신경 연결을 빠르게 해 기억력과 다른 인지능력을 강 화시킨다. 하지만 모다피닐 역시 오랫동안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 길 수 있다. 임상 참여자 가운데 3분의 1이 두통 증상을 보였으며, 10분의 1은 메스꺼움 증상을 느꼈다. 이외에도 신경질, 설사, 불면, 불안, 어지러움, 위장 문제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 그렇다면 왜 심리적 바운더리가 멀수록 창의력이 커지는 걸까? 사람들은 심리적 바운더리가 가까운 일일수록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어떤 일이 나와 어느 정도 심리적 바운더리가 있으면 전체적인 측면에서 그 일을 추상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추상적인 사고는 더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보게 하며,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연결해 상상력이 넘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 당사자보다 제삼자가 더 잘 안다는 말이 바로 이런 뜻이다. 보통 당신이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보다 남이 당신의 문제를 더 잘 아는 것도 제삼자가 더 먼 심리적 바운더리를 두고 문제를 생각 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 로 어려운 문제에 손을 댈 때는 그 일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바라 봐야 창의적인 해결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적이 있다. 
- 창의력에 불을 지피려면 뇌에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소재가 충분히 있어야 하며, 또한 이 소재들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 야 한다. 창의력이란 이미 갖고 있는 정보를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평소 예술 과 종교, 철학을 매우 좋아했는데 애플의 스마트폰 디자인에도 이런 그의 미니멀리즘 예술과 철학 이념이 녹아 있다. 그러므로 당신의 전 문 영역과 전혀 상관이 없는 지식이라 해도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하도 록 노력해야 한다.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려도 자신의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 소화불량과 과민대장증후군은 대부분 뇌의 심리적 증상과 소화기관의 생리적 증상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심각한 불안과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은 1년 안에 과민대장증후군이나 소화불량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반대로 불안과 우울 증상이 없지 만 과민대장증후군을 앓는 환자는 1년 뒤에 심각한 불안과 우울 증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몸의 소화기관 질 환과 정신질환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 중 3분의 1은 심리 문제가 소화기관 문제보다 먼저 나타나며, 3분의 2는 소화기관 문제가 심리 문제보다 먼저 나타난다.
- 미국의 신경학자 조너선 키프니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다세포의 전쟁터에는 오직 두 가지 매우 오래된 힘만 존재하는데, 그 것은 바로 병원체와 면역계다. 우리 성격의 일부도 확실히 면역계 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많은 연구를 통해 정신 질환과 신경질환 모두 적든 많든 면역계 활동과 관련이 있음이 밝 혀지고 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강박장애, 자폐장애 같은 정신질 환은 물론이고,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흔 히 루게릭병이라고도 함 - 옮긴이) 같은 신경질환까지도 말이다. 그 렇다면 면역반응이 어떻게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을까? 2018년 키 프니스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이 림프계를 통해 뇌에 작용하며, 그 렇게 생겨난 염증성 면역세포들이 뇌의 기능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인식을 뒤엎을 놀라운 발견이었다.
- 2003년 독일 괴테대학교 해부학자인 하이코 브락 Heiko Braak 은 파킨슨병에 걸리는 원인에 관한 논문을 《노화 신경생물학 Neurobiology of Aging》에 발표했다. 그는 그 논문에서 아주 대담한 가 설 하나를 제시했다. 바로 파킨슨병의 시작이 뇌가 아닌 소화기관 이라는 가설이었다. 이 허무맹랑해 보이는 가설은 최근 들어 증거 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의사들은 임상에서 파킨슨병이 발병하기 10~20년 전부터 소화기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는 변비에 시달린다. 파킨슨병과 소화 기관의 관계를 밝히려고 과학자들이 파킨슨병 환자의 위장을 연 결하는 신경을 관찰한 결과, 대뇌에서 보이던 알파시누클레인이 파킨슨병 말기에는 위장을 연결하는 신경에도 축적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파킨슨병 모델 실험에 서 동물의 위 속 알파시누클레인이 미주신경을 타고 올라가 대뇌 로 퍼져나갔다. 이것들 모두 파킨슨병과 소화기관의 관계에 관한 간접적인 추측일 뿐이지 않느냐고 한다면 2019년 과학잡지 《뉴런 Neuron》에 발표된 한 연구가 확실한 증거가 돼줄 것이다. 이 연구에서 존스홉킨스대학교의 테드 도슨Ted M. Dawson 교 수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는 접힘 현상이 나타난 병적 단 백질이 미주신경을 따라 위로 올라간 뒤 뇌로 들어가 흑질 신경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파킨슨병이 위장 에서 시작되는 온전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앞서 하이코 브락 교 수가 세웠던 가설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 거의 완벽하게 증명 했다. 이 연구에서 도슨 교수 연구팀은 병적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 인을 실험용 쥐의 십이지장과 위의 근육층에 주사했다. 그런 다음 유해한 알파시누클레인이 미주신경을 따라 쥐의 대뇌로 퍼지고, 그로 인해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대량으로 사멸하는 과정 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도슨 교수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결국 인지와 운동 장애 등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걸 확인했 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미주신경을 잘라내면 유해한 알파시누 클레인이 대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으 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파킨슨병이 소화기관에서 시작된다는 가설은 '뇌와 몸이 하 나로 연결돼 있다'는 주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뇌질환이 단순히 뇌에 병이 난 것이 아니라 몸과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됐다.
- 쥐는 보통 자연의 포식자인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이 런 쥐도 딱 한 가지 상황에서만큼은 고양이의 냄새를 사랑하는데 바로 쥐의 뇌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됐을 때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 이란 5마이크로미터 남짓한 기생 충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경험 이 있다. 프랑스와 브라질에서는 무려 80퍼센트의 사람들이 톡소 포자충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생고기 또는 잘 씻지 않은 채소를 먹거나 고양이의 분변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톡 소포자충에 감염된다.
쥐의 뇌에 톡소포자충이 있을 때 쥐들은 후각이 달라진다. 그 때문에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며, 오히려 고양이의 소 변 냄새에 이끌려 먼저 고양이에게 다가가 더 쉽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톡소포자충은 어떻게 쥐를 조종할 수 있는 걸까??
많은 기생충은 유충에서 성충이 될 때까지와 다시 숙주의 체 내에 들어가 번식을 할 때까지 전체적으로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린 다. 또한 그사이에 몇 개의 중간숙주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런 기 생충은 최종 숙주의 체내에서 번식을 해야만 생명의 순환을 끝마 치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숙주 체내에서 다음 숙주 체내로 성공적 으로 옮겨가기 위해 몇몇 기생충은 숙주의 행동을 바꿈으로써 자 신의 목적을 이뤄낸다. 다시 말해 이런 기생충들은 수단 방법을 가 리지 않고 숙주를 조종하며, 하등한 숙주를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 한다.
대부분의 기생충 숙주는 하등동물인데 톡소포자충은 특이하게도 고등 포유동물의 체내에 기생한다. 특히 톡소포자충은 고양잇과 동물의 체내에서만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생충의 최종적 인 목표는 현재의 숙주를 고양잇과 동물에게 잡아먹히게 만들어 서라도 성공적으로 그 고양잇과 동물의 체내에 들어가는 것이다.
톡소포자충은 쥐의 체내에서 기생할 때 어떤 수를 써서라도 기어코 쥐의 뇌로 들어가 그들의 후각과 행동을 바꿔놓는다. 쥐들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도록 말이다. 이런 쥐 를 잡아먹은 고양이는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수밖에 없으며, 톡소 포자충은 덕분에 고양이의 소화기관에서 번식할 수 있다. 이렇게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고양이는 또다시 음식물을 감염시키고, 다른 쥐들이 이 음식물을 먹으면 그들 또한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는 연쇄적인 상황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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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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