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양과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식물은 중국에서만 400종이 넘는다. 이 과정에는 아무 외부 투입물이 필요없다. 습지의 식물복원 시스템이 한번 자리잡고 나면 식물광합성은 알아서 작동. 중국 남서부 쿤밍에서 이런 작업에 즐겨 사용하는 식물은 부레옥잠이다. 부레옥잠은 영양소를 게걸스레 탐색하면서 가정용 하수에서 나타나는 많은 양의 질소와 인을 흡수. 이 폐기물은 부레옥잠의 뿌리에 축적되었다가 소중한 퇴비 혹은 유기비료가 된다. 부레옥잠은 하수에서 잘 자라므로 일반적 하수처리시설비용의 일부로 가동할 수 있는 천연정수 시스템으로 상당한 잠재력이 있음. 우즈베키스탄에서 물을 처리하는 데 즐겨 사용하는 식물은 감초.
- 농민들이 이제는 배수로에서 가까운 염도높은 토양에서 야생감초를 재배하기 시작. 뿌리나 종자를 가지고 키워낸 이 관목의 맨 윗부분은 잘라서 가축사료로 쓴다. 3년차에 접어들면서 몇몇 농민들은 일본, 한국, 우크라이나로 수출하여 이윤을 남기기 위해 뿌리를 파내기도 했다. 감초뿌리 추출물은 의약품, 사탕, 식품, 알콜 심지어 화장품에도 사용됨. 토양과학자 앤드류 노블의 설명처럼 핵심은 감초의 뿌리깊은 본성이다. 감초는 지하수면을 낮추는 능력이 있어서 소금이 토양표면으로 올라가지 않게 막아준다. 토양이 머금고 있던 소금은 사실상 조금씩 씻겨나가서 다시 관개를 하면 새로운 작물을 재배할 수 있음.
- 발리에서는 너무 엄격한 과학적 접근법이 1000년 동안 작동된 시스템을 거의 궤멸시킬 뻔 했지만 다행히도 적기에 수세대 동안 누적된 지혜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 이 지혜는 우리에게 자연은 기계가 아니라고 가르침. 자연은 서로 다른 다양한 맥락에서 결정되는 다양한 속도로 그 사이클이 작동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포함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의 복잡계. 자연계의 시간은 직선을 따라 나아가지 않고, 서로 다른 장소의 독특한 특성으로 결정되는 고리모양으로 움직임. 발리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민들처럼 수세기 동안 한곳에 살았떤 사람들은 냉철한 세계화의 논리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를 이해함. 식물, 동물, 생태계의 복잡한 시간성에 걸맞게 성장을 미리 짜기란 불가능. 랜싱의 설명에 따르면 발리 사람들은 시간을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동시발생적이며 서로 맞물린 관점에서 생각. 이들이 주로 쓰는 달력에는 벼의 순환이 표기되어 있음. 즉 이 달력에는 발리에서 재배하는 쌀의 성장주기에 따라 210일이 담겨 있다. 사흘에 걸친 시장 주간은 1000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 발리 이야기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은 토착지식이 과학지식보다 나은 대안이라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 동등하게 필요하다는 점. 만일 우리가 자연에 맞서지 않고 협력하고자 한다면 우리 역시 기계의 시간을 유기적이고 생태적이며 심지어는 지질학적인 속도에 맞추어야 함. 우리를 부양하는 자연의 시스템은 오늘날의 경제보다 더 느린 리듬으로 움직임
- 다른 생명형태들은 인간의 개입이 없이도 능숙하고 물을 이동시키고, 태양에너지를 포집하고, 쉼터를 제공하고, 음식을 저장하고, 영양소를 재순환시키고, 자원을 나누고, 공동체를 만들고, 군집을 통제하고, 생태계를 관리할 수 있다. 인간은 화석연료의 힘을 이용해서 환경을 통제라려고 하다가 탈진해버리고, 생태계는 혼자서도 이를 힘들이지 않고 해낼수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연결된다. 포장도로 사이의 틈새에서 자란 잡초를 뽑아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자라게 두어야 할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잡초들의 귀환을 환영하면서 자연이 제 길을 가게 놔두려고 한다. 생물다양성을 재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도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요로운 곳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도시 바깥보다 안에 생물다양성이 더 풍부한 도시들이 많다. 농촌에서는 산업적 농업방식 때문에 단일 작물들이 넓은 지역을 뒤덮고 있다. 지구상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2만종에 이르지만, 지금먹는 식품의 90%는 20종 미만이다.
- 식량불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생산부족이 아니라 금융이다. 서양의 한 식품점에서 내가 10불을 계산할 때, 농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60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4불은 관련산업의 이윤과 거래액으로 들어간다
- 내가 입는 면티셔츠 하나를 만드는데 깨끗한 물 2700리터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 물은 결국 농약범벅이 된다. 전 세계 살충제의 4분의 1이 면 작물에 사용되기 때문. 사막에서 면을 재배하기 위해 물을 끌어 쓰느라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아랄해의 85%가 사라져버린데는 내 책임도 있는 것. 수송비용 역시 문제다. 평균적 티셔츠는 생산기간 동안 지구 한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 그러니까 이제는 푸드마일 뿐 아니라 패브릭 마일도 신경써야 한다. 청바지에 달린 금속단추를 위해 코팅처리를 하는 과정에서는 위해 슬러지가 몇 양동이씩 만들어짐. 흰 섬유는 표백을 하므로 에너지 집약적이다. 흰셔츠를 좋아한다면 그것을 만드는데 들어간 에너지보다 여섯배 많은 에너지를 세탁에 쓰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함. 의류, 가정용 직물, 카펫 등 생활에서 쓰는 거의 모든 섬유는 결국 매립지로 간다. 청결함에 집착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흰옷을 입다가 면역시스템이 약해진다.
- 놀라운 사실은 천연섬유가 합성섬유보다 해로울 수 있다는 것. 일례로 폴리에스테르 섬유는 재생불가능한 석유로 만들고 생산에 많은 에너지 투입물이 들어가지만, 원재로 입수에서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체 생애주기를 계산하면 환경적으로 아주 많은 해를 일으키지는 않음. 폴리에스테르의 경우는 세탁과 세척 단계에서 면보다 에너지 영향이 더 낮음. 또한 한 생애가 끝났을 때 완벽하게 재활용할 수도 있다.
-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물부족이 심한 나라에 속하는데, 물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무두작업이 늘어나면서 물부족이 악화되고 있음. 가죽 1킬로를 생산하는 데는 1만 6600리터의 물이 들어감. 무두질은 산업과정을 통틀어 산출물 단위당 발생하는 유독성의 강도가 가장 높음. 가죽준비, 무두질 마감에 사용되는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가죽 1톤당 최소 300킬로의 화학물질이 추가됨. 무두질 때문에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기체, 액체, 고체폐기물 오염물질에는 크롬, 구리, 카드뮴 등의 유독한 부산물들이 들어 있다. 토양에 유출되거나 표층수에 뿌려지는 폐수들은 노동자와 무두질 공장 인근에 살고 있는 그 가족들에게 피부 수포, 설사, 위장염, 요로감염증, 간질환 등을 유발
- 가죽제작이 항상 유독한 행위였던 것은 아니다. 산업시대 이전에는 사람들이 천연재료를 이용한 과정을 거쳐 셰미 가죽과 조금 비슷한 부드럽고 내구성 좋은 가죽을 만들었다. 수세기 동안 농업이 발전하면서 껍질 무두질을 사용하여 마구, 밑창이 두꺼운 신발, 벨트, 무기에 사용되는 더 견고하고 밀도높은 가죽을 생산. 18, 19세기에 이르자 사실상 모든 미국의 마을에 지역주민들의 신발, 마구, 장갑 등을 만들어 공급하는 무두질 공장이 들어섬. 가죽제품은 지역에서 손쉽게 관리하고 수선할 수 있었다. 오늘날 가죽을 생태적 균형에 맞추어 제작하려 할 때는 탄닌, 명반, 흙에서 얻은 광물질, 생선기룸, 나무훈연 같은 천연 무두질제가 현대적 제작환경에서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화학적 무두작업에서 사용하는 동일한 기계류를 그대로 이용가능. 파이버쉐드 제품들의 경우처럼 가격은 다소 높다. 산업적 무두작업에서 사용하는 강한 화학물질들을 때로 수작업으로 대체하는 것도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중 하나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요소도 무시 못함. 황화나트륨 같은 산업적인 무두질의 화학물질들은 가죽을 적셔서 털을 제거하는 데 드는 시간을 한 주에서 불과 몇 시간으로 줄여줌. 하지만 여기에는 무시무시한 힘이 동원됨. 전체 제모과정이 인간의 개입 없이 회전하는 거대한 통 안에서 일어나는 동안 털은 곤죽상태가 됨. 무두질 과정 중에서 젖은 단계 내내 가죽은 통 안에 들어가 있고 필요에 따라 여러 화학물질을 넣었다가 빼내므로 더 많은 시간이 절약됨. 하지만 단점은 화학물질이 범벅이 된 유해한 곤죽들이 흘러나와 결국 하수 시스템으로 들어가고, 여기서 산소와 결합하여 수중생물에게 좋은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됨
- 현대세계에서 거리의 정복에는 무거운 대가가 따랐다. 가령 토지는 유한한 자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히 이동을 위해서는 마치 그것이 무한한 것인양 소비함. 교통생태학자 존 화이트레그는 스위스의 경우 도로수송을 위한 토지가 1인당 113평방미터씩 할당된 반면, 주택, 정원, 마당같은 다른 생활상의 용도로는 1인당 20~25평방미터씩 할당되어 있다고 계산했다. 지식경제는 토지에 대한 우리의 탐욕스런 소비를 줄여주기는 커녕 오히려 가속화함. 대학, 병원, 공항인근 주차공간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출퇴근 비중이 더 증가하고, 더 많은 도로공간을 요구하게 되며, 그 결과 더 많은 땅을 집어삼키는 끊임없는 악순환이 이어짐
- 최대의 분산은 자연의 자연스런 정주패턴이다. 석기시대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마셜 살린스의 지적처럼 분산은 자원, 상품, 여성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사람과 소유물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
- 이동 당사자가 소모하는 칼로리의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 이동수단은 일반 자전거임. 자전거로 1킬로를 이동하려면 약 5~15와트시가 필요. 같은 거리를 걸어서 가면 15~20와트시, 기차로 가면 30~40와트시, 혼자 자동차를 타고가면 400와트시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감. 몇년에 걸처 엑스트라에너지(에너지절약에 주력하는 에너지 공급업체)가 테스트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인 전기자전거는 100킬로미터당 평균 1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이용. 내연기관이 장착된 자동차는 그보다 50배 많은 50킬로와트시 이상을 사용함
- 이동은 엄청나게 큰 전 지구적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큰 대가를 치름. 그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공간, 물질, 에너지, 그리고 땅을 너무 탐욕적으로 사용했기 때문. 석유기반 경제가 그끝을 향해 치달으면서, 이와같은 규모의 자원 집약적 이동은 더이상 살아남지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런 식의 낭비적인 이동은 보편적 필요가 아니다. 산업화 이전의 역사에서 우리의 자연스런 성향은 꼭 필요할 정도만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모든 문화권을 통틀어 우리가 이동에 사용하는 시간의 40%가 걷거나 기다리는데 소모됨. 그리고 좀더 긴 일상적 거리는 전기의 지원을 부분적으로 받아 해결할 수 있는, 자전거를 토대로 정교한 생태계를 구축하면 자동차와 기차를 토대로 한 시스템이 쓰는 에너지의 5%만 갖고도 서로 관계를 맺고 교류해야 하는 우리의 필요 대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이것으로 감당할 수 없는 더 먼 여행에는 그냥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좀 더 천천히 움직이면 된다. 이동은 어떤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장소와 비슷할 것이고, 따라서 이를 강화할 방법은 많을 것이다.
- 연구자들이 캐나다 국민들의 건강에 가장 큰 차이를 빚어내는 조건들을 열거해보니 의학적 치료나 약물, 혹은 생활양식 같은 것은 상위 14위 안에 하나도 들지 못했다. 수십년에 걸쳐 연구하고 수백 가지 결과들을 종합해본 결과 캐나다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주요 원인은 어린시절, 교육, 현 직장, 소득, 주택, 지역사회의 결합력 같은 사람이 평생 살면서 겪는 생활조건인 것으로 나타남
- 2030년이 되면 유럽에서는 75세 이상 인구가 두배로 불어남. 이런 노년층의 절반 이상이 혼자 살 것이고, 점점 더 많은 비중이 꾸준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적 질환 한가지 이상에 시달리게 될 것임. 동시에 많은 국가에서 공공 서비스에 대한 국가지출은 향후 몇 년간 20~40%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전통적 보건서비스와 노인 돌봄 패턴은 이런미래 상황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우리 정부는 노인들을 돌보게 될까? 정직하게 답한다면 정부는 노인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최소한 돌본다는 표현이 지금처럼 자원이 다수를 집어삼키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에너지 집약적이고 제도에 의존하는 그런 종류의 의료 서비스를 의미한다면 정부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우리는 돌본다는 말의 프레임을 새로 설정하여, 치매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제3자 판매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람들간의 신뢰, 오랜 시간에 걸친 공존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형성하는 최고의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협력을 통한 돌봄 생태계는 맨땅에서 헤딩하듯 발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다양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 가령 퀘벡에서는 노인돌봄 서비스의 50%가 협력을 통함. 그리고 존 세르타키스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사회복지 사업 중에서 지자체와 사회적 협동조합 사이의 서비스 계약을 통해 실시되는 것이 87%가 넘는다는 사실을 밝힘
- 전 세계 농가의 80%인 4억 4500만의 농가가 2만제곱미터 이하의 토지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이 소규모 농업은 생산 위주의 농업이 지향해야 할 생태농업의 살아있는 예다. 많은농부들이 실제적인 생계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이 위협은 점점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식품생산의 40%가 아직도 소위 다기능적 경관안에서 다양한 소규모 농업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고, 약 16억명이 여전히 삼림을 생계와 소득의 원천으로 이용. 심지어 생산형 농업의 불도저가 바로 옆에서 으르렁대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건축자재와 과일, 견과, 버섯, 꿀, 약용식물을 삼림에서 얻고 있따. 도시농업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런던과 뉴욕의 건물 옥상에서 농사를 지으면 뉴스거리가 되지만, 남반구에서는 수십년간 8억명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음식을 재배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도시에서는 역시 가구의 40%가 도시농부들이다. 도시 안이든 밖이든 이런 피라미드의 최하층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은 북반구의 농업소다 더 지속가능하다
- 소기업과 비공식 노동자들에게 최대의 도전과제는 살아남기 위해 성장해야 하는 전 지구적인 화폐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대부분의 프리랜서, 행상, 소기업들이 중요하게 여기지만 일반적으로 갖추지 못한 것은 계절이나 돈을 늦게 지불하는 고객에게 매일 휘둘리기 보다는 앞서 계획하는 능력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대부분의 경우 유동성, 즉 돈이 없다. 또한 좌절과 불행에 대비할 보험도 없다. 일부 공동체들은 신탁을 통해 맺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위험을 상수화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소수다. 따라서 대부분의 작은 사례들은 곤경에 처해있따. 민간은행의 대출이나 투자에 의존하는 한 우리는 절대 번영을 구가하지 못한다. 이런 종류의 돈이 투입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이자와 함께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잉여, 즉 이윤을 달성해야 하는 필요에서 헤어나지 못함. 부채의 논리는 무자비하다. 빚이 있는 기업은 자본주의 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파산한다. 이런 위험은 그저 가설이 아님. 몬드라곤 공동체가 바로 이 과정때문에 파산했다. 오픈머니매니페스토는 이런 도전을 잘 설명하고 있다. "돈의 문제는 전적으로 기존의 돈이 일반적으로 발생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기존의 돈은 한정된 수량으로 중앙은행이 만들어낸다. 그것은 희소하고, 얻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닌 그들로부터 온다" 화폐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수천년 전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가 전만 해도 화폐는 그저 하나의 도구였다. 경제는 가정의 생계수단과 필수품 장만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사용했던 지역화폐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했던 것은 우리가 특정 장소의 공동체 일원으로서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 그런데 자본주의가 탄생하면서 경제의 그런 의미와 목적이 유실됨. 그리고 화폐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됨. 돈을 위한 토기가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한 필수품 마련을 밀어내버렸다. 혹은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표현처럼 "신은 죽은 게 아니라 화폐로 변신했다"
- 비트코인 학자들은 마침내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화폐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었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비트코인 같은 소위 암호화된 화폐의 기술적 접근법에는 자체적 결함이 있다. 비트코인을 규정하는 기술적 특성은 사용자들이 서로 신뢰해야 할 필요를 없애버린다. 건강한 화폐 시스템에는 튼튼한 사회적 유대가 필수적이지만, 익명의 암호는 사회적 유대의 마지막 유산까지 들어내 화폐를 궁극적 분열의 대리물로 탈바꿈시킴. 소프트웨어가 신뢰를 대체할 때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인간성이 이 등식에서 사라지게 된다. 암호화되었든 그렇지 않든 화폐는 불가피할까? 5000년의 진화를 거쳐 꾸준히 스스로를 재발명하고 있는 화폐와 부채시스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화폐경제는 값싼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같은 형태로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실제로 그렇듯, 사용할 수 있는 값싼 에너지가 줄어들고 실제 경제의 성장 역시 감소할 것이다. 그럴 경우, 생존을 위해 확장해야만 하는 화폐경제는 더는 확장할 수 없게 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 전통문화에서는 현대사회에 비해 추상적 이론이나 개념이 더 적지만,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아 있는 세상을 경험함. 가령 숲속에서 살아가는 꿀 채집자는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벌 소리를 포착하려면 대단히 조용하고 조심성 있어야 함. 아이디어와 마감에 쫓겨 책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가라면 이런 신호를 놓치고 말 것이다. 그리고 토착문화에는 우리처럼 학교가 없지만 이성을 초월한 지각을 발달시킨다. 전통 문화권의 90%에서 변형된 의식상태(명상, 가수 상태, 꿈, 상상)가 발견되었다. 이 주제에 깊이 몸을 담근 인류학자 타라 워터스 럼프킨은 인지적으로 다양한 문화가 과학적 방식으로만 훈련된 사람들에 비해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잘 갖추게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문화권의 사람들은 더 풍부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생물 다양성을 경험하므로 환경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과학적 접근법은 일차원적 의식을 통해 구현되므로 더 풍부한 이해의 양식들로 이어지기 어려운 반면 인지적 다양성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적응력과 진화능력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럼프킨의 결론이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터 이코노미 (0) | 2018.03.24 |
---|---|
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 (0) | 2018.02.28 |
풀프루프_안전시스템은 어떻게 똑똑한 바보를 만들었는가 (0) | 2018.02.20 |
스프링클러 이코노미 (0) | 2018.02.08 |
2019 부의 대절벽 (0) | 201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