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초 인기를 끌었던 빅쇼트는 수학박사 출신이자 괴짜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이클 버리는 모기지 시장의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이를 보증하는 신용부도스왑 매도에 베팅해 엄청난 수익을 거둠. 그는 모기지 채권의 기초자산이 되는 주택담보대출의 부도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향후 금융위기가 올 것을 직감.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04년 4월부터 미국채 10년금리와 기준금리의 장간기 스프레드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06년에는 마침내 역전되면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는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가장 대표적 신호. 미래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단기채보다는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 특히 장단기 스프레드의 역전은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매우 강하게 시사함. 지금 당장은 경기가 좋더라도 향후 경기가 침체되면서 금리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장기금리를 단기금리보다도 낮게 형성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동행 혹은 후행변수로 인식되는 금리가 사실은 미래의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따. 2000년대 들어 최악으로 평가받는 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장단기 스프레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장을 보내고 있었던 셈
-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할 경우에는 현금흐름이 정해져 있는 채권이지만, 만기 이전에 중도에 사고팔 때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화해서 거래가격을 산정할 수 밖에 없다. 이때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할인율이 바로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자율이다. 이자율이 기존의 약정된 표면금리보다 높아지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시장 이자율이 표면금리보다 낮아지면 채권의 가격은 상승하게 됨. 다만 이는 채권의 표면금리가 고정된 채권에 해당됨. 변동금리부채권처럼 표면금리가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함께 조정되는 경우에는 채권의 가격도 원금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음. 왜냐하면 변동금리부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그때그때 시장의 새로워진 요구수익률을 반영해 결정하기 때문에 채권의 원금이 변화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채권가격과 역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모든 채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님
- 튤립 버블이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에 대한 투기적 사건으로,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로 알려져 있음. 튤립은 1630년대 수입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네덜란드는 작물산업의 호황과 동인도 회사의 수익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부에 대한 개인들의 과시욕이 높아졌고,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이 바로 터키에서 가져온 튤립이엇따. 당시 네덜란드의 상류층은 튤립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징표로 삼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귀족과 평민 사이에서도 모방소비가 일기 시작. 튤립은 단기간에 재배를 늘리기 쉬운 어려운 상품이었기에 결국은 품귀현상이 생겨 투기적 수요를 불러 일으킴. 튤립은 씨앗에서 육성하는 방법과 모근에서 복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씨앗에서 육성하는 경우 꽃을 피우기까지 3~7년이 소요되는 반면, 모근에서 생성한 구근은 그 해애 바로 꽃이 피기 때문에 구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 튤립의 인기는 튤립 구근의 사재기 현상으로 이어졌고, 꽃이 피지 않았는데도, 미래의 어느 시점을 정해 특정 가격에 매매한다는 계약을 사고파는 이른바 선물거래까지 등장. 튤립시장은 전문가와 생산자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당시 귀족과 신흥부자를 비롯해 일반인 사이에서도 튤립 투기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며 튤립가격이 1개월만에 50배나 상승. 17세기 당시 네덜란드 노동자 평균연봉은 200~400길더 수준이었는데, 1636년 당시 가장 비싼 Semper Augustus라는 제품은 구근 하나에 3천길더나 했고, 튤립의 인기가 정점에 달한 1637년 2월에는 뿌리 하나가 8만 7천유로(약 1.6억원)까지 치솟음. 튤립은 숙련된 장인이 버는 연간 소득의 10배보다 더 높은 값으로 팔려나갔느데, 튤립 하나면 왕이 부럽지 않다는 의미로 구근왕자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 튤립버블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튤립 뿌리 하나가 대저택의 가격과 맞먹기도 했다. 문제는 튤립파동으로 선물거래까지 등장했으나 정식 증권거래소가 아닌 주로 술집에서 거래되었다는 것. 튤립의 선물거래에서는 현금이나 현물인 튤립의 구근은 필요없이 가축이나 가구 등 환금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통용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튤립의 품종개량으로 인해 값이 싼 품종이 시장에 등장했지만, 농민들까지 튤립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값이 싼 품종도 가격이 급등. 그러나 시간이 흘러 튤립 가격 상승으로 본래의 구매자인 식물애호가들이 더이상 튤립을 구매하지 않게 되고, 특히 서민드링 거래하던 튤립 구근은 애호가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됨. 결국 실제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튤립 매매에 쓰인 어음은 부도가 나고 지불을 할 수 없는 채무자로 인해 네덜란드의 각 도시는 혼란에 빠졌다.
-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실제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효과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 사실상 통화전쟁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통한 자국의 통화가치 절하시도는 시장금리 하락을 통해 외부자금의 유입을 막고 로컬자금의 유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유로화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통화약세를 보였으며, 스웨덴과 덴마크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안정적 환율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 일본은 16년 1월말 BOJ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한 이후 예상과 돨리 오히려 엔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외부효과가 그 이상으로 나타났기 때문. 당시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되고 유럽 도이치뱅크으 코코본드 이자 미지급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달러화와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 엔화가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임. 결국 BOJ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기 보다는 그 이상의 통화가치 절상 압력이 외부에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
-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둘러싸고 제2의 튤립 버블에 빗댈 정도로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세계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형태로,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환율전쟁의 형태로 자국 이기주의적 성향이 짙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 이로 인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쟁적 통화완화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마이너스 금리채권 역시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 과거 튤립 버블이 일시에 붕괴된 이유는 튤립이 투기적인 수요말고는 거래유인이 없었고, 투기적 수요가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기 때문. 하지만 국채의 경우에는 비록 마이너스 금리라고 할지라도 풍부한 유동성과 제도적 요인으로 인해 여전히 채권을 보유할 동기가 충분하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압력과 맞서기 위해 통화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낮은 마이너스 금리에도 채권을 사려고 할 것이다. 결국 어떻게 보면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깔아놓은 합법적 투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버블이 붕괴되는 날이 오겠지만 그 어느 중앙은행도 먼저 판을깨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글로벌 저성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그 어느곳보다도 뜨거운 이 시장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참가비를 지불하고서라도 몰려들 것이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봐주는 한 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 금융위기 이후 그토록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었으나, 실제로는 그 돈이 다시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바로 시중은행에 초과로 맡기는 지급준비금에 벌칙성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매겨서 실물경제에 좀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라는 압박인 것
- 영원히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인가? 시중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쌓아놓은 예치금을 다시 시중에 공급하게 된다면, 그동안 풀린 엄청난 유동성은 폭발적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거이다. 결국 키는 공급과잉의 해소와 새로운 수요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공급과잉과 총수요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음. 현재의 공급과잉이 조정되거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야 마침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임. 문제는 공급과잉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글로벌 총수요 역시 중국경제의 구조변화에 기인한 구조적 수요둔화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 따라서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나 전쟁처럼 신규수요를 발생시키는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플레이션은 상당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주요국의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짐
- 한국경제는 90년대 7~8%의 고성장을 보였지만, 2000년대는 4~5%로 둔화되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10년대 이후에는 성장률이 3% 내외로 다시 하락. 더욱이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5년간 2014년을 제외하고는 2%대 성장률을 기록함으로써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장기채 금리와 장단기 스프레드의 움직임은 1%대 성장률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함. 국내 최장기 국고채인 30년 국채금리는 2016년 2월초를 기점으로 2%를 하향돌파 하더니, 7월에는 1.5%대까지 하락. 금리는 이른바 자본의 한계생산성이라 할 수 있다. 30년 국채금리가 1.5%대에서 거래된다는 말은 무슨의미인가? 향후 30년 동안 한 단위의 자본을 투입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평균적으로 1.5%에 불과하다는 의미. 향후 장기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시기가 오겠지만, 1%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임. 실질경제성장률 개념으로 보면 미래는 더욱 암울하게 느껴진다. 피셔 방정식에 따라 향후 물가상승률을 1.0%로만 가정하더라도 명목 국고채 30년 금리가 1.5%라면 향후 30년간 실질성장률은 0.5%에 불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피셔방정식에 등장하는 명목금리가 정확하게 어떤 금리여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중요한 점은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은 미래의 성장률이 계속 낮아진다는 것을 시사함
- 저물가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 현상이며, 한국경제 역시 여기서 동떨어질 수는 없다. 한국은 공유경제나 인공지능, 그리고 인터넷 등 정보기술이 세계 어느 곳보다도 발달해 있다. 그 결과 온라인 쇼핑이나 TV홈쇼핑 등 무점포 쇼핑몰이 일반화됨에 따라 생산에서 판매까지 유통체계가 간소화된 것이 이전보다 제품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저물가 기조가 상당기간 고착화된다면 재화와 서비스의 경쟁력은 싸게, 더싸게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보여준 소비패턴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100엔숍, 유니클로 등으로 대표되는 저가제품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저가제품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물가가 높다고 체감하는 이유는 어쩌면 물가상승률이나 임금이 오르지 않아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일지도 모른다
- 현재 세계경제가 겪고 있는 저성장은 각국의 성장 모멘텀이 한계상태에 이르고,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으로 여겨짐. 따라서 이전과 같은 고성장을 보이기는 어렵고, 금리 역시 크게 상승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 세계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기조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전망에서는 장기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보다는 오히려 변동금리가 유리. 더욱이 일반적을 대출시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더 높게 책정되어 있다. 설령 금리가 다소 오른다 해도 고정금리 이상으로 변동금리가 올라가려면 금리상승 폭은 꽤 가팔라야 한다는 것. 하지만 향후 금리상승세가 가파를 경우에는 역설적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빠지고, 한국경제는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내 금리는 더 크게 하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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