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전쟁

경제 2017. 5. 9. 15:27

- 지구온도가 지속적인 변화사이클을 갖는다는 점은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역시 인정하는 바이다. 지구온난화는 장기적 관찰이 필요한 현상이며, 지구온도는 단기적으로 어느해에는 오를 수도 있고, 어느해에는 내려갈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온도상승은 사이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우 가파른 추세에 있다는 점이 문제. 지난 1세기 동안 0.6도의 온도상승을 경험했는데, 빙하기 이후 같은 폭의 온도만큼 오르는데 5000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온도상승세는 무서운 속도. 그런 점에서 어떤 이들은 IPCC보고서가 온난화의 영향을 오히려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 우선 기후변화는 그 위기를 강조할 수 있는 핵심적 논점이 부족. 당신이 소유한 차가 고장나면 당장 고쳐야 한다고 느낀다. 기후변화는 그렇지 않다. 둘째,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 필요한 비용을 부담스럽게 생각. 셋째, 기후변화의 진실을 둘러싼 공방으로 혼란스러움. 카너먼은 이런 이유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당분간 제속도를 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니얼 길버트 교수도 유사한 주장을 한다. 그는 다년간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해 연구하면서 TED강연이나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저술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널린 알려진 심리학자다. 그는 인지오차 때문에 인간은 미래를 적절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 또한 미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PAIN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PAIN은 personal, abrupt, immoral, now의 조건을 말한다. 미래의 사건이 개인적으로 다가와야 하며, 비약적 위기이며, 옳지 않은 일이며, 가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그러나 기후변화는 PAIN의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제대로 인식하는 데 번번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 우리는 기후라는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 그 결과는 심각할 것이며 피해의 일부는 아주 위험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후 카지노에 방금 입장했다. 아직은 돌아서서 빠져나갈 시간이 있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 영국 통계학자 데이비드 헨리는 최근 '희소원리'에서 왜 우리에게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실제 발생하고, 그것도 자주 발생하는지에 관해 의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모색한다. 로또에 한번 당첨되는 것도 어려운데 어떤 이들은 어떻게 여러번 당첨되는가? 번개에 맞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맞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또 이론적으로는 수천년에 한번 발생할까 말까 한 금융대폭락이 실제로는 몇십년 사이에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있을 법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확률 지렛대의 법칙을 중요한 원인으로 거론한다. 작은 변화도 어떤 상황에서는 확률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초기조건의 대격변이론과도 연관성을 가짐. 예를 들어 솥에 물을 데우는 경우 100도가 되기 전에는 상당히 차분하던 물이 100도를 지나자마자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끓는다. 100도를 기준으로 시스템의 안정성이 바뀐 것이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구온도가 급작스레 지구기후를 바꾸는 확률지렛대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 한계유정의 증가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기술진보로 인한 생산비용 하락, 이 두가지 상반된 효과가 작용하면서 국제유가는 절묘하게 시소를 타듯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채 역사적인 평균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친드라 효고, 생산비용의 상승효과를 2000년대 중반의 고유가를 견인한 주도적 영향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범은 바로 금리다. 저금리가 유가상승을 견인한다는 것은 이미 경제학계에서는 호텔링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음. 호텔링 규칙은 석유나 석탄 같은 고갈자원의 가격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됨. 이 규칙은 31년 스탠포드 경제학자 헤럴드 호텔링이 정치경제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처음 소개되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됨. 호텔링 규칙이 시사하는 바는 매운 단순하다. 즉 고갈자원의 가격증가율이 이자율과 같도록 고갈자원이 발굴되어야 합리적이라는 것. 예를 들어 연간 이자율이 5%라고 하자. 그리고 석유가격이 내년에는 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하자. 이 경우 석유생산자는 지금 굳이 석유를 생산해서 판매하기보다는 가격이 10% 오르는 내년에 생산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생산자가 올해 이처럼 석유공급을 줄이면 올해 석유가격이 미리 올라 내년의 석유가격 증가율은 애초에 기대했던 10%에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궁극적으로 석유가격증가율은 이자율과 같은 5% 수준에 도달. 반대로 연간 이자율은 5%인데 내년 석유가격은 3% 오를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하자. 그럼 석유 생산자는 굳이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석유를 생산해서 그 돈을 은행에 넣고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이 합리적. 석유를 지금 더 많이 공급하려고 하는 인센티브는 석유가격 증가율이 이자율과 같아지기 전까지는 계속 존재하므로 궁극적으로는 석유가격 증가율이 이자율과 같아지게 됨. 요약하면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석유생산을 증대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며, 이는 결국 석유가격 증가로 귀결된다는 것. 저금리 기간에는 생산량도 늘리지 않고 새로운 유정을 찾기 위한 탐사노력도 줄고, 석유 정제시설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게 됨. 실제로 미국에서는 70년대 중반이후 정제시설에 대한 신규투자가 상당히 위축되었으며, 대신 기존 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을 취했다. 90년대부터 이어온 전반적 저금리 기조는 에너지 관련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의욕을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생산시장의 잉여공급능력이 한계점에 봉착해 시장의 조그만 변동에도 취약하게 되었다. 브릭스나 친드라 효과에 의해 증가한 석유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 게다가 저금리 시기에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을 갖춘 상품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제유가의 폭발적 증가세가 이어졌던 것이다
- 유정에서 생산하는 석유를 금광에서 캐는 금에 비유한다면 오일샌드에서 석유를 뽑는 일은 사금을 채취하는 일과 유사. 현장에서 발굴하는 오일샌드의 역청 1배럴에는 대략 2톤의 모래가 섞여 있음. 따라서 역청형태의 오일샌드는 가열하거나 탄화수소로 희석시키지 않으면 흐르지 않을 정도로 점도가 높다. 추가공정이 필요한만큼 오일샌드의 생산비는 재래식 석유보다 높음. 원유성분의 함유율이 10% 이하인 오일샌드의 경우 생산비용은 배럴당 약 30불. 한편 셰일가스의 생산비용은 오일샌드의 약 2배에 달함. 하지만 배럴당 90~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에서는 충분히 채산성을 가짐. 셰일가스 개발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도 프랙킹(수압파쇄법)이라고 할 수 있음. 기존의 재래식 석유생산은 유정에 파이프를 수직으로 박아 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석유를 뽑아올리는 수직시추방식을 다름. 하지만 셰일가스의 경우 가스가 한군데에 몰려 있지 않고 셰일층에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수직시추방식을 사용할 수 없음. 대신 고압의 물을 발사해 균열시킨 셰일층에서 흘러나오는 가스를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파이프를 수킬로미터에 걸쳐 수평으로 설치해야 함.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프랙킹임.
- 미국과 중동간의 오일게임에서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당장 피해를 보는 쪽은 미국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셰일가스시장이다. 경제성을 위해서는 배럴당 70불 이상이 되어야 하는 셰일가스의 개발이 당장 위축될 수 있음. 에너지 회사도 연신 타격을 입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카타르에 짓기로 한 65억불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취소했고, BP는 북해의 생산시설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성장 측면에서 보면 낮은 유가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아드레날린 것은 면도 있다. 자동차 주유로 평균 3000불을 쓰는 미국시민은 유가하락으로 약 800불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2%의 임금인상과 맞먹는 규모. 저유가가 지속되면 미국보다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가 러시아임. 미국 정부로서는 러시아의 패권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오일게임을 당분간 관망할 가능성이 큼. 그에 비해 80년대와 90년대 초에 저유가로 불쾌한 경험을 한 바 있는 러시아는 이를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임
- 단기적으로 보면 OPEC은 한동안 지금의 저유가를 견딜 수 있음. 사우디의 석유생산비용은 낮게는 배럴당 2~3불이며, 높게 잡아도 10불 내외. 배럴당 40불과 70불이상이 되어야 생산할 수 잇는 오일샌드나 셰일가스와 비교하면 중동산 석유는 유가가 50불 미만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있음. 물론 장기적으로 오일머니 수입감소는 중동국가에 부정적이므로 저유가를 계속 버텨내기는 쉽지 않음. 사우디를 위시한 중동 산유국은 목표로 삼는 국가재정 규모가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재정이 오일머니로 이루어지는 만틈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음. 이를 경제학에서는 목표재정가설이라는 모델로 설명하는데, 중동의 석유생산 행위를 설명하는 데 나름 설득력을 가짐. 이 모델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중동의 석유공급은 자본주의 사회처럼 이윤극대화가 아닌 왕정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재정의 확충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 중동 산유국은 집권체제를 잘 유지하기 위한 수준의 국가재정을 확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목표재정가설에 의하면 중동 산유국은 필요 이상의 많은 재정수입을 원치 않음. 오일머니가 넘쳐나면 결국 시민들의 부가 증대되고, 증대된 부로 여가생활이 늘어나면 서구식 생활에 젖어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 반대로 오일머니 수입이 과하게 줄어드는 것도 원치 않음.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
- 재생에너지의 모본으로 불리는 유럽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분명 온실가스 배출감소 면에서 우월한 에너지이며 발전단가도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 미래에 사용이 더욱 확대될 것임. 하지만 적어도 경제성을 갖춘 대용량 축전지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전력생산이 안정적이지 않은 한계 때문에 백업시스템을 필요로 함. 날씨가 항상 맑고 바람이 잘 부는 것은 아니기 때문. 전력공급이 간헐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전력 수요피크와 피크가 아닌 시간대를 골라 공급량을 제대로 조절하는 것을 어렵게 함. 세계 에너지 총회에 참석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필립 거버트는 신새쟁에너지의 간헐적 전력공급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용량에 상응하는 수준의 화력발전 백업 시스템이 상비되어야 한다고 충고.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측면에서 분명 큰 장점이 있음. 하지만 아직 화석연료와의 동거관계를 피할수는 없다. 불편하더라도 참아야 하는 동거관계. 풍력발전의 비중을 확대하는 덴마크와 독일의 경우 산재생 에너지 공급을 성공적으로 늘렸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음. 하지만 그 속사정은 다르다. 풍력발전으로 전력공급이 증가하면서 전기요금이 하락했고, 이는 이윤을 냈던 화력발전의 수익을 악화시킴. 수익성이 나빠진 발전소는 문을 닫아야겠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풍력발전의 간헐적 전력공급 특성상 예비시스템으로 계속해서 화력발전을 필요로 하므로 수익률이 낮아졌는데도 화력발전소는 유지되어야 함.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 보조금이 계속 투입되어야 함. EU의 에너지와 환경정책에 정통한 박희천 교수는 독일이 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증산하면서 주변국가의 전력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점 또한 문제라고 지적. 날씨에 민감한 재생전력의 공급변동성이 인근국가인 폴란드, 네덜란드 등의 전력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그는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이 전력수요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므로 수요부족으로 풍력발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경우 판매수입 감소분의 95%를 보상하거나 해외로 싸게 수출해야"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박사는 흥미로운 비교를 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기로는 프랑스와 유사하지만 반원전에 대한 정서는 독일에 가깝다." 원자력을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겟다는 독일은 석탄이라는 부존자원을 갖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첫걸음부터 방향이 달랐음. 프랑스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전을 확대했고, 독일은 핵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신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풍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 독일의 사례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와 독일의 부존자원 환경이 많이 다르다. 독일은 50년대부터 장기간 석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석탄사용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유사시 에너지 수급문제가 발생하면 석탄자원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음.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이 석유공급로를 봉쇄하자 석탄액화기술을 개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반면 우리나의 석탄은 무연탄으로 열량이 낮아 연탄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으며 유연탄은 전량 수입. 게다가 독일은 전력공급이 부족하면 원자력이 풍부한 프랑스나 수력이 풍부한 노르웨이에서 전기를 사오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사올 방도도 없다. 며칠동안 하늘이 흐리고 바람도 약하게 불면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또한 발전기는 오늘 안쓰고 있다가 내일 날씨가 좋지 않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님. 정비를 위해 멈춰 있던 문제 없는 발전기도 재가동하려면 석탄이나 석유는 3,4일, 원자력도 일주일 내외가 걸림
- 에너지를 바라보는 선형적 방식은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복탄력성을 갖춘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키워드는 다양성에 있기 때문. 몸에 좋다고 매일 유기농만 먹을수는 없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든다. 또 그 반대의 식단만 먹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잠재력에 맞게 신재생과 화석에너지의 다양성을 갖추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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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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