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세계 경제를 보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같이 촘촘하게 엮여져 있어서 어느쪽이라도 삐걱하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다행스런 것은 세계 경제의 갖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하는 이른바 퍼펙트스톰으로 치닫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지난 12년부터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마지노선인 바오빠(8% 성장 지키기)가 무너지면서, 15년에는 급기야 6%대로 성장률이 하락. 현재는 바오류도 버거운 상황. 이는 중국경제가 중속 성장의 시대로 진입하였음을 의미. 동시에 중국의 부채증가. 위안화의 평가절하와 이로 인한 일시적 외화자금 유출 확대로 중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복병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최근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버블붕괴 위험, 산업전반에 걸친 공급과잉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중국경제의 위기는 여전히 숨은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후퇴와 위기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경제의 동반침체를 불러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 미국은 굳이 4차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있지 않지만 1등 제조국으로의 귀한을 위해 첨단제조파트너십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안정적 제조업 경쟁력 강화 여건이 충족되고 있으며, 차제에 중국 혹은 동남아 등에 나가 있는 미국기업들을 자국으로 유턴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일본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모조즈쿠리에서 디지털 모노즈쿠리로의 변신을 시도하면서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일신시키고자 한다. 중국은 후발 신흥국이지만 제조업 2025라는 플랜을 통해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확실하게 선두가 없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단순에 1등이 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도 이에 뒤질세라 제조업 3.0 프로그램을 부랴부랴 가동시키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히려 민간에서는 나름대로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정부의 대응능력측면에서는 경쟁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
- 양대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G2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이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훨씬 더 많이 미치고 있다는 것이 다방면에 걸쳐 확인되고 있음. 미국의 금리 인상이후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평가절하, 신흥국에 나가 있던 자금들이 일시적이지만 미국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에도 미국경제의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면서 이런 현상이 다시 재발되고 있음. 특이한 것은 중국과 신흥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이 하나의 패키지로 움직인다는 사실.
- 신흥국 경제는 우선 산유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16년 말 산유국들의 원유감산 합의에 따라 배럴당 50불을 넘어서면서 한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유수급 상황을 보아 배럴당 60불을 넘기는 어려울듯. 원유생산 코스트는 사우디나 쿠웨이트의 배럴당 10불과 8.5불에서 나이지리아의 31불, 미국 셰일오일의 23~58불까지 다양. 손익분기점의 경우 사회적 비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므로 국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여하튼 유가가 배럴당 55불이 되면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어 그 수치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
- 중국과 교역의 화두가 되는 용어 두가지는 홍색 공급망과 뉴 차이나. 홍색공급망을 다른 형태로 표현하면 차이나 인사이드. 이는 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 부품, 장비 등 중간재 부문에서 중각산 제품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일컬음. 이로 인해 한국산, 일본산, 대만산 중간재가 중국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합해야 하는 상황이 더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권에서 빠른 추격자로 우리가 일본을 극복했다면 중국은 우리를 극복하고 있는 셈. 뉴 차이나는 올드 차이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후자가 세계의 공장을 의미했다면, 전자는 세계의 시장을 의미. 최근 중국의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환경규제 강화 등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함.
- 뉴 차이나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중국시장의 변화는 수입상품의 수요가 중간재보다 오히려 소비재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이다. 중간재의 경우 중국 국내의 수준이 급속도로 올라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재의 질은 여전히 낮음. 소득확대, 인터넷의 발달, 고속철 개통확대,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소비자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메이드인차이나 소비재 제품이 이들의 욕구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중간재보다 소비재 수입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뉴차이나의 모습이다.
- 중국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제조업 비중은 낮추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중간재 부문 중국 수입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소비재 부문으로 가면 일본, 미국, 독일 등에도 밀릴 정도. 이는 한국산 소비재가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
- 포스트 차이나로 당장 주목해야 할 지역은 인구 6억의 거대시장, 제2의 EU로 변모하고 있는 아세안경제공동체다. 지난 15년부터 상품, 서비스, 자본,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역내 시장의 분업화 촉진과 더불어 소비시장도 점진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마오딤.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 3개국이 경쟁적으로 ASEAN시장경영에 나서고 있음. 한편으로 아세안 국가들은 이들 3국의 진출욕구와 수요를 적절히 저울질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 이 지역 진출의 선발주자인 일본은 태국을 중심으로 아세안역내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는 전선을 만들고 있으며, 한국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미얀마 등을 배후 거점화하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전개. 후발주자인 중국이 일대일로를 간판으로 내세움과 동시에 차이나머니를 미끼로 각국의 인프라 시장을 쓸어담는 Pivot to Chian전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 신흥국의 노동력은 선진국 노동시장에서 인구절벽을 메워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 일개국가의 노동시장에서 자국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로봇 혹은 스마트기계 등 3종의 노동공급원을 두고 어떤 포트폴리오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대중적 의사결정을 만들어가야 함.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3개 노동주체들이 어떻게 갈등없이 화합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함.
- 70년대까지 스웨덴 해안도시 말뫼는 당시 세계 최강 조선업체인 코쿰스를 보유한,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풍요로운 도시였다. 하지만 1980년대에 한국이 신흥조선강국으로 한국이 부상하면서 이 도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 마침내 2003년 말뫼조선소의 상징무인 코쿰스 크레인이 대한민국 울산으로 옮겨질 때 스웨덴 국영방송은 말뫼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며 장송곡을 흘려보냈다. 한국에서는 골리앗 크레인이 울산이라는 도시의 상징물이 되면서 울산을 가장 풍족하고 윤택한 도시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16년 울산이 스웨덴의 말뫼와 같은 처지로 전락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이는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 세계 인수합병 시장에 큰 손으로 등장한 중국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됨. 중국 자본의 무차별적 공세로 귀빈으로 모셔지던 차이나머니가 졸지에 불청객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두가지 이유로 요약되는데 중국의 과다한 선진기술 인수욕심과 상대국의 에너지, 전력 등 안보 인프라와 같이 민감한 분야에까지 중국자금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에 대한 선진국의 불편한 심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 미국, 독일 등에서 구체적으로 중국기업을 기피하거나 경계하는 현상이 표면화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20년 역사를 가진 쿠카가 중국 메이디 그룹에 인수당한 것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 미국과 달리 독일은 민간기업의 영역에 대해 정부가 법적으로 차이나머니를 차단할 방법이 없으므로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반면 미국에 자회사를 둔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을 중국자금이 인수하려고 하자 오바마 정부가 개입하여 이를 무산시킴.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독일은 EU차원에서 차이나머니의 공급에 대한 규제장벽을 만들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EU등과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에 나섰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철강과 같이 또 하나의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필요하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지원을 WTO에 제소하거나 슈퍼 301조라는 통상보복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협박. 반도체와 같은 전략산업을 두고서라도 G2간의 전쟁거리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있다. 어느 외국과도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고 있으며, 외국 군사기지 또한 없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 누적규모를 보면 한국이 5453건/488억 1000만불로 일본의 3154건/402억 4000만불, 싱가폴의 1664건/381억 6000만불보다 우위. 16년에도 베트남에 대한 전체 외국인투자의 32.5%를 차지해 독보적 1위를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2위와 3위인 일본과 싱가폴은 10.8%, 10.6%를 차지. 베트남 산업지도를 한국기업이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인건비의 50% 수준, 손재주와 근면성, 10% 이하의 문맹률 등이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 글로벌 분업체계의 재편은 우리 산업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제조업 강국이라는 우리의 정책적 목표를 수정해서는 안됨. 그리고 국내산업과 블로벌 분업형태로 나가 있는 해외 생산기지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는 지략이 요구됨. 국내에서는 연구개발, 부품, 소재 등 중간재 공급기지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해외거점은 현지시장에서 완제품의 완성도와 시장장악력을 높여야 함. 시장 다변화와 거점시장 확보, 제조업 저변확충, 해외시장과 내수시장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 다시 말해 우리 산업의 글로벌 분업체계 지도를 다시 짜자는 이야기다. 그 틀내에서 중간재, 상품, 자본,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움직이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해외각국과 체결하고 있는 FTA, 외국인 투자유치 등도 단순히 경계영토를 넓힌다는 개념보다 한국경제 혹은 산업의 글로벌 지형과 적재적소의 인재배치를 다시 그린다는 목적이 되어야 함. 해외를 포함하는 산업정책이 되어야함 실효성이 배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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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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