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대 AI여명기에는 데이터도 연산력도 크게 부족했음. 그 사이 수십 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변화.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의 처리능력은 나사가 69년 암스트롱을 달로 모재기 위해 사용한 최첨간 컴퓨터보다 수백만배는 뛰어남. 그리고 인터넷은 문자, 이미지, 동영상, 클릭수, 구매, 트윗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디지털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AI연구자 입장에서는 신경망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는 물론이고 고속 연산력을 낮은 비용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경망이 할 수 있는 ㅇ리은 여전히 크게 제한돼 있었다. 복잡한 문제에 대해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인공신경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AI연구의 개척자 제프리 힌턴이 새로 쌓아올린 인공신경망 층을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부순 딥러닝이라는 신기술이 등장. 새훈련법을 적용한 낡은 신경망은 스테로이드를 들이마시기라도 한 듯 음성인식과 사물인식 등의 과제해결능력이 몇 배나 올라갔다. 스테로이드를 들이마신 신경망은 (현재의 딥러닝 기법) 다양한 과제에서 기존 모델들의 성적을 월등히 앞질렀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신경망 방식을 뿌리 깊은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던 대다수 AI 연구자들은 탁월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이 변두리 집단을 여전히 무시했다. 전환점은 12년 힌턴의 연구팀인 슈퍼비전팀이 만든 신경망 프로그램이 세계 최대 이미지 인식 경영대회에서 경쟁 프로그램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우승을 하면서 찾아왔다. 오랫동안 AI의 변경에서 천대받던 신경망 연구는 딥러닝이라는 새 모양으로 단장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류로 올라섰다.
- 딥러닝의 알고리즘은 특정 도메인에서 가져온 대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원하는 결과에 최적화된 결정을 내림. 깊숙이 숨은 패턴과 상관관계를 인식하는 방법을 스스로 훈련해 데이터 포인트와 원하는 결과를 연관시킨다. 이때 원하는 결과에 맞게 데이터가 라벨링되어 있으면 패턴을 찾는 과정이 한결 수월해짐. 이를테면 고양이와 고양이 아님, 클릭했음과 클리하지 않았음, 게임승리와 패배라는 식으로 라벨링하는 것이다. 그러면 딥러닝은 이런 방대한 상관관계 정보를 활용해 (상관관계의 상당수는 인간관찰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무의미해 보인다) 인간보다 더 훌륭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처리하려면 방대한 양의 관련 데이터, 강력한 알고리즘, 국지적 도메인, 구체적 목표가 필요하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데이터가 너무 적으면 알고리즘은 충분한 예를 얻지 못한 탓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함. 목표가 광범위하면 알고리즘은 최적화 달성에 알맞는 뚜렷한 기준점을 마련하지 못한다. 딥러닝을 다른 말로 좁은 AI라고 하는데, 특정 도메인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응용해 구쳊거 결과에 맞게 최적화한다는 뜻이다. 훌륭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다목적 기술인 일반AI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 딥러닝을 가장 자연스럽게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보험과 대출심사다. 차입자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풍부하고(신용점수, 소득, 최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최적화해야 할 목표도 뚜렷함(연체 가능성 최소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자동차가 알아서 주변 상황을 보도록 만드는 자율주행차에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음. 카메라 픽셀에 잡힌 패턴을 인식하고(붉은색 표시판), 이것이 무엇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내고(정지 표시), 그 정보로 의사결정을 내려(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음) 원하는 결과에 맞는 최적의 행동을 만드는 것(나를 가장 빠른 시간에 집까지 안전히 데려다준다)
- 사람들이 딥러닝에 그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그 핵심능력을(패턴을 인식하고 특정 결과에 최적화된 결정을 내리는 능력) 일상의 다양한 문제에 두루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AI의 최신 성과에 대한 보도기사들을 매일같이 접하다 보면 평범한 관찰자는 물론이고 전문 분석가마저도 인공지능 연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지평이 마련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도 당연. 이런 착각이 우리를 오도함. 인공지능계가 새롭게 선보이는 중요한 성과는 지난 십 년의 기술 돌파구를(대부분은 딥러닝이지만 강화학습과 전이학습도 있다) 새로운 문제에 응용한 것에 불과. 정상급 연구자들의 작업에는 높은 기술과 깊은 지식이 필요함.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조정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신경망을 다양한 문제에 맞게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함. 대개는 박사급 수준의 전문지식이 있어야 함. 그러나 지금의 기술발전은 딥러닝의 획기적 도약을 발판으로 삼은 점증적 향상이자 최적화이다.
- 과거에는 물리적 상품의 비중이 큰 것과 지리적 제한이라는 요소가 소비자 독점을 어느정도 막아주었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제지효과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 파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고, 자율주행트럭과 드론은 물리적 상품의 운송비용을 극적으로 낮출 것이다. 결국 여러 회사와 여러 지역에 업종의 이익을 골고루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 기업에 천문학적 이익이 집중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는 실직자의 줄은 더 길어질 것임.
- 수천 년 동안 중국 교육의 핵심은 주입식 암기였다. 조정의 관리가 되려면 고서를 달달 외워야 했고, 엄격한 문장과 운율에 따라 완벽한 팔고문(명, 청 시대 과거시험에 요구되는 문체)을 지을 줄 알아야 했음.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 진실을 탐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면, 고대 중국의 학자들은 옛 성현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 진정으로 지혜를 터득하는 바른 길이었다.
- 이베이는 언론보도를 통해 마윈에게 "공짜는 사업모델이 아니다"라며 훈계를 했음. 나스닥 상장회사로서 이베이는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야 하는 압박감이 상당했음. 미국 상장회사들에게 있어 해외시장은 가외 수익의 원천이 되어줄 캐시카우일 뿐이었고, 그 가외 수익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은 미국 국내시장에서의 승리였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돈이 많은 전자상거래 회사는 성가시게 구는 중국 짝퉁회사의 거침없는 선전포고에 맞서 글로벌 모델에 예외를 적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근시안적 옹고집이 중국시장에서 이베이의 앞길을 가로막음. 타오바오는 미국 거인이 보유한 이용자와 판매자를 무서운 속도로 잠식. 이베이의 시장점유율이 수직낙하하자 CEO인 메그 휘트먼은 신속하게 중국으로 날아가 실적상승을 꾀함. 아무 소용이 없자 그녀는 최종 담판을 짓기 위해 마윈을 실리콘 밸리로 초대. 그러나 마윈은 물속에 떠도는 피 냄새를 맡았고, 그는 완전한 승리를 원했따.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베이는 중국에서 철수
- 시선추적 지도는 두 이용자 집단의 검색방식에 대해 더 깊은 진실을 드러냄. 미국인들에게 검색엔진은 특정 정보를 찾는 데에만 이용하고 끝인 전화번호부 같은 도구였다. 중국인 이용자들에게 검색엔진은 쇼핑몰이었다. 다양한 제품을 알아보고, 하나하나 시험해보고, 마지막에 가서 최종구매 결정을 내리는 시장이나 다름없다.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수천만의 중국인 이용자들에게 검색엔진은 당야한 정보를 처음으로 접하게 해주는 장소였고, 그들은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시험해보고 싶어했다. 이 놀랍도록 근본적인 이용자 태도의 차이를 고려하면 중국 이용자에 맞게 다양한 제품수정이 이뤄져야 마땅했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 플랫폼에 들어간 이용자는 검색결과에 뜬 링크를 클릭하면 앞서의 검색결과 페이지를 자연스레 빠져나오게 된다. 다시 말해 중국 쇼퍼에게 구매할 상품을 하나만 고르게 하고 그런 다음 쇼핑몰을 나가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음. 이와 반대로 바이두는 이용자가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브라우저 창을 새로 열었다.
- 미국 스타트업들은 자기들이 아는 것만 열심히 하려는 성향이 강함. 다시 말해 깔끔한 작업인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정보교환을 돕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함.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소상공인들이 쓰라고 만든 플랫폼이기는 하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손에 따를 묻히는 일에 대해서는 오만한 자세로 거리를 유지했다. 그들은 최소인원만 갖춘 해커집단이 샌프란시스코의 다락방에 죽치고 앉아 10억짜리 사업을 세우는 과정을 풍자한 HBO시트콤 실리콘밸리에 나오는 방법론을 교본으로 삼고 싶어한다. 중국 테크기업들은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 괜찮은 디지털 제품이 나오면 언제라도 뜯어볼 준비가 된 경쟁자들이 사방이 진을 치고 있기에 그들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작업에서도 규모와 비용효율성을 차별화요소로 사용해야 함. 그들은 사업모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미친 듯이 현금을 써대고 저임금 배달인력에 의존. 바로 이것이 실리콘밸리 정통론에 사로잡힌 미국 분석가들이 머리를 쥐어짜도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 대체 인터넷 우주의 결정적 특성임
- 중국문화는 전통적으로 부모와 상사, 스승, 정부공무원 등 자기보다 권위가 높은 사람에게 순응하고 존중을 표하는 성향이 짙음. 신산업이나 활동은 정부요직의 인물이 확실히 인정하는 말을 하기전까지는 무조건 위험한 일이고 행동이라 여겨짐. 그러나 중국 정부 지도자가 그 산업이나 행동을 국민에게 권장하면 상황이 달라짐. 사람들이 너도 마도 그 산업이나 행동에 뛰어든다. 이런 상명하달식 체계는 방임형이나 솔선형 혁신을 금지하지만, 요직인사가 보장을 하고 방향성이 정해지고 나면 사회의 모든 계층과 분야가 한꺼번에 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신산업에 도전할 때 보통은 가벼운 접근법을 택함. 그들은 인터넷의 근본적 힘은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의 차이를 메우고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있다고 믿음. 인터넷 기업으로서 그들은 이런 핵심강점에 주력함.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지만 실물차원의 유통은 소상공인에게 일임함. 그들이 원하는 승리방법은 참신하고 우아한 코딩으로 정보문제를 해결하고 머리싸움에서 경쟁사를 이기는 것임.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무거운 접근법을 택함. 그들이 원하는 것은 플랫폼 구축만이 아니다. 그들은 판매자 채용과 상품 취급과 배달팀 운용과 스쿠터 공급과 스쿠터 수리와 결제관리도 다 하기를 원함. 그리고 필요하다면 채택속도를 높이고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도 지원함. 중국 스타트업들에게는 일상의 작지만 기본적인(그리고 비용이 드는) 활동으로 깊이 파고들수록 카피캣 경쟁사들이 사업모델을 흉내내거나 무모한 가격 인하를 하기가 힘들다. 무거운 접근법은 튼튼한 담장을 사방에 세우고 검투사 전쟁에서 쏟아지는 경제적 출혈사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 이 회사들이 싸움에서 이긴다면 경쟁사를 머리싸움에서 앞질러서이기도 하지만 거리로 나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바쁘게 움직이고 더 많이 돈을 썼기 때문.
- 모바일 결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차이가 이렇게 커진 데는 기존방식의 입지가 튼튼한 것도 한 손 거든다. 미국은 60년대의 첨단 금융기술인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의 편리함을 잔뜩 누리고 있다. 그리고 대가도 치르고 있다. 신용카드에서 한 단계 더 개선된 것이 모바일 결제지만,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건터뛰었을 때만큼 비약적 개선은 아니다. 중국이 기존기술에서 (데스크톱 컴퓨터, 유선전화, 신용카드) 가지고 있던 약점은 이 나라가 모바일로 급속하게 갈아타면서 오히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약진하도록 도와주는 강점이 됨. 그러나 모바일로 결제로 약진하게 된 것은 약한 기존기술과 독립적 소비자 선택이 합쳐졌기 때문만은 아님.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미국 테크 기업들이 질색하는 무거운 개입의 일종인 보조금을 막대하게 풀었고, 이것은 이용자 채택을 늘림으로써 모바일 결제로 갈아타는 속도를 더 빨라지게 했다. 중국에서 차량호출앱이 처음 등장했을 대 승객들은 예약은 앱으로, 계산은 현금으로 했음. 앱에 등록된 차량은 상당수가 나이 지긋한 운전사들이 모는 전통적 택시였고, 그들은 익숙한 연금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텐센트는 위챗 지갑결제 방식을 채택하는 승객과 운전사 양쪽에게 보조금을 지급. 승객은 요금을 덜 내서 좋았고 운전사는 요금을 더 받아서 좋았다. 차액은 텐센트가 보전해줌. 프로모션에 큰 비용이 들었지만 (진짜 승차와 보조금을 노린 가자 승차 모두로 인해 비용이 증가) 텐센트는 포기하지 않음. 그 결정이 옳았다. 프로모션은 이용자 습관을 구축했고 도시 소비자 경제의 중요마디를 담당하는 택시기사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효과도 발휘.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페이와 구글월렛은 모바일 결제시장에 가볍게만 개입. 애플페이도 구글월렛도 이론적으로는 이용자 편의를 크게 늘리지만, 이용자에게 뇌물을 줘가면서까지 그 방시을 홍보할 생각까지는 없었음. 미국 테크거인들이 보조금 정책을 꺼리는 이유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보조금은 분기이익을 잠식하는 데다, 이용자를 매수하는 행위는 실리콘밸리 혁신 순수주의자들의 빈정을 살 것이기 때문. 그러나 무거운 개입을 지양하는 미국 기업들의 태도에 모바일 결제 채택속도는 굼떴고 앞으로 올 데이터 중심 AI세상에서 훨씬 큰 걸림돌이 될 것임. 모바일 결제에서 얻는 데이터는 지금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풍부한 소비자 행동지도를 만들고 있음. 이 데이터양은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회사나 옐프와 구글같은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신용카드 구매나 온라인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 양을 훨씬 초과함. 모바일 결제 데이터는 소매와 부동산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AI중심 기업을 구축할 때 대단히 귀중한 가치를 발휘할 것임.
- 모든 기술혁명이 똑같은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님. 지축을 뒤흔드는 혁명이 이뤄지고 다면 무게중심은 소수의 엘리트 과학자에서 다수의 수리공 군단으로 금세 넘어감. 여기서 수리공 군단이란 과학기술을 현실의 여러 문제에 응용할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있는 엔지니어 집단을 의미. 특히 과학적 돌파구가 주는 보상이 극소수의 연구실이나 무기체계로 집중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고루 분산될 경우에는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짐. 전력의 대중화는 그 과정을 잘 보여줌. 에디슨이 전력 상용화를 가능하게 한 이후 이 분야의 무게중심은 발명에서 실행으로 옮겨감. 수천명의 엔지니어들이 전기를 개선해 새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산업과정이 재편성되기 시작. 이 엔지니어들은 에디슨처럼 새 지평을 열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바꿔서 쓸모 있고 채산성 있는 기계를 돌릴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충분했다
- 오늘날 AI실행의 시대는 후자에 해당. 최근에 AI가 해결한 문제들이 연일 기사로 보도되다 보니 우리는 아직 발견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다시 말해 페르미 같은 천재가 여전히 힘의 균형을 결정하는 시대에 산다고 착각. 사실상 우리 눈앞에 펼져지는 것은 딥러닝이라는 단 하나의 근본적 돌파구가 여러 다양한 문제에 응용되고 있는 세상이다. 그 과정에 필요한 사람들은 훈련된 AI과학자들이다. 그들이 이 시대의 수리공들이다. 이 수리공들은 패턴인식이라는 AI의 초인적 힘을 응용해 대출을 심사하고 차량을 운전하고 문서를 번역하고 바둑을 두고 아마존 인공지능 알레사를 실행시킴. AI시대의 페르미라 할 수 있는 제프리 힌턴, 얀 르쿤, 요수아 벤지오 같은 딥러닝 개척자들은 인공지능의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음. 어쩌면 그들은 게임의 판도를 바구고 글로벌 기술질서를 뒤흔들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낼 지도 모름. 하지만 그전까지 진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수리공들이다.
- 전력망 방식은 AI 상품화를 추진. 전력망 방식의 목표는 머신러닝이라는 전기를 하계나 개인은 무료로, 기업은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으로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표준화된 서비스로 바꾸는 것. 이 방식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플랫폼이 전력망이 되어 모든 데이터 문제에 대해 복잡한 머신러닝 최적화를 수행함.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글, 알리바바, 아마존 등 거인들은 전력망을 관리하고 수수료를 징수하는 전력회사라 보면 된다. 전력망에 가입하면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가진 전통적 회사들은 사업을 재구성하지 않아도 AI최적화라는 전력을 쉽게 이용가능. 구글이 딥러닝을 위해 만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텐서플로는 어느 정도 AI전문지식이 필요는 하짐나 이러한 전력망의 초기버전에 해당. 전력망 방식의 목표는 필요한 전문지식의 문턱을 낮추고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의 기능성은 높이는 것. 머신러닝을 이용하는 것은 가전제품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고 절대 그렇게 될 일도 없지만, AI 거인들은 머신러닝 이용이 가능한 한 단순해져서 전력발전과 전력망 운영에서 수확을 거두게 되기를 희망한다.
- AI 스타트업들은 정반대의 방식을 따름. 그들은 전력망이 완전히 깔리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사용 용도별로 특정된 배터리식 AI 제품을 만듬. 이 스타트업들이 의지하는 것은 폭이 아니라 깊이다. 그들은 범용 머신러닝 능력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진단, 담보제공, 자율비행 드론 운용처럼 특정 과제를 세우고 거기에 맞게 제품을 만들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킴. AI 스타트업들은 전통적 기업의 핵심적인 세부일과까지 AI 전력망에 연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 믿음. 그들은 대기업들이 AI에 접속하도로 돕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이 대기업들을 파괴하기를 원함. 그들의 목표는 철저히 AI 우선인 기업을 세우고 AI시대를 위한 새로운 산업 챔피언 대열을 만드는 것이다. 전력망과 배터리 방식 중 누가 승자일지 점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구글을 비롯한 일곱 거인들이 외부로 촉수를 서서히 뻗어나가고 있다면, 미국과 중국의 스타트업들은 미개척지를 재빨리 선점하고 일곱 거인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요새를 쌓아 올리고 있다
- 1차 AI 물결은 인터넷 이용자가 데이터를 브라우징하면서 자동적으로 라벨링을 한다는 점을 이용. 기업 AI는 전통적 기업들 역시 수십 년 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라벨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용함. 예를 들어 보험사들은 사고보상을 처리하고 사기를 가려내며, 은행들은 채무를 발행하고 상환율을 문서화하고, 병원은 생존률 기록을 보관한다. 이 모든 행동이 라벨링된 데이터를 (일련의 특징과 유이미한 결과의 연결) 만들지만, 최근까지 대다수 전통 기업들은 데이터를 가지고 더 좋은 결과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기업 AI는 육안과 인간 뇌로는 간파하지 못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숨은 상관관계를 캐낸다. 기업 AI는 조직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적 결정과 결과를 다 활용해서 데이터에 라벨링을 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킨다. 이렇게 훈련된 알고리즘은 가장 숙련된 인간 실무자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은 강한 특징에 기반해 예측을 하기 때문. 다시 말해 특정 결과와 상관관계가 높고 대부분 인과관계도 뚜렷한 데이터 포인트 몇 가지를 추렴해서 예측을 하기 때문. 예를 들어, 누군가의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때는 몸무게와 체질량 지수가 강한 특징이 됨. AI 알고리즘도 이런 강한 특징을 고려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수천가지 약한 특징도 감안한다. 약한 특징이란 결과와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수만가지가 합쳐지면 예측에 중요한 변수가 될 만한 변두리의 데이터 포인트를 의미함. 인간으로선 이 미묘한 상관관계를 인관관계로서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함. 이를테면 수요일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상환률이 더 빠른 이유는 무엇인가? 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이런 약한 특징들 수천가지와 강한 특징들을 합치고, 여기에 인간의 뇌로는 이해가 안되는 복잡한 수학관계식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분석작업이 필요한 비즈니스 과제에서 최고 실력을 뽐내는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음. 이런 최적화 작업은 유의미한 사업결과에 대한 대량의 정형 데이터가 있는 산업에서 진가를 발휘. 여기서 정형 데이터라는 것은 범주로 나눠지고 라벨링이 돼 있어도 검색도 가능한 데이터를 말함. 비즈니스 부문의 정형 데이터의 가장 좋은 예로는 역사적 주가 데이터, 신용카드 데이터, 담보대출 부도율 데이터 등이 있음.
- 3차AI 물결은 말하자면 널리 보급된 센서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AI의 이런 지각 능력이 우리가 사는 환경 구석구석으로 연장되고 확장되면서 주위 세상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 스마트 기기들이 우리의 물리적 세상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면 딥러닝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함. 아마존 에코는 집안의 오디오 환경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시티 브레인은 카메라와 사물인식 AI로 도심 교통흐름을 디지털화함. 애플의 아이폰 X와 광스커지의 카메라는 우리의 얼굴을 디지털화한 지각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지갑의 보안장치로 사용한다.
- 중국의 테슬라 방식. 인구 13.9억이고 하루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6만명인 나라를 다스리는 중국 정부의 심리에는 완벽한 것이 좋은 것의 적이 되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깔림. 다시 말해, 중국 지도자들은 완벽한 자율주행차량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통제된 환경에서 제한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들을 더 많이 배치하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이런 전개에서는 누적되는 데이터가 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여기에 힘입어 AI의 힘도 같이 발전한다는 부수효과도 따름. 이런 점증적 전개의 목표는 자율주행차량 수용이 가능한 새로운 인프라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도로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므로 기존 도로에 맞는 자율주행차량을 만들려 함. 중국에는 바꾸지 못할 것은 없다는 정서가 있고, 물론 기존도로도 포함됨. 실제로도 지방관료들은 기존 고속도로를 변경하고 화물운송패턴을 재편성하고 무인차량에 특화된 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음
- 실리콘 밸리 거인들인 구글과 페이스북, 우버는 자사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함. 그들은 하나의 글로벌 제품을 개발해 그것을 전 세계 수십억 이용자들에게 밀어붙임. 이 모아니면 도식의 시장정책은 정복이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반대로 빈털터리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아주 높다. 중국 기업들은 직접적 맞대결은 피하고 대신에 실리콘 밸리가 내리누르려 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함. 예를 들어,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공룡기업인 아마존에 대항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인도와 동남아 토종 스타트업에 돈과 자원을 투자. 이런 전략을 취하게 된 것은 중국 국내 시장에서 단련된 경험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오합지졸 반란군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 외국계 거대기업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안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은 현지 토종 스타트업의 싹을 짓밟으면서 실리콘 밸리와도 경쟁하는 대신에, 이 스타트업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 증기기관과 전력실용화는 1차 산업혁명(1750-1830)과 2차산업혁명(1870-1914)의 가장 핵심적 기반이었음. 두 범용기술이 있었기에 전통적 생산방식을 없애고 방대한 동력과 환한 조명을 제공하는 근대적 건물을 갖춘 공장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었음. 더 넓게 말하면 범용기술을 통한 전근대적 생산방식의 변화는 일종의 탈숙련화였다. 근대적 공장들은 고숙련 노동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작업(수공예 직조 등)을 넘겨받아 그 작업을 저숙련 노동자들도 할 수 있는 훨씬 단순한 작업(증기동력 직조기 작동)들로 쪼갰다. 두 기술로 말미암아 제품생산량은 크게 늘었고 가격은 현저히 낮아졌다. 고용측면에서 보면 초기의 범용기술로 조립라인 등의 프로세스 혁신이 가능해지면서 수천명의 그리고 결국에는 수억명의 농부들은 새로운 산업경제에서 생산적 역할을 맡게 되었음. 그렇다. 범용기술은 비교적 소수였던 장인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러다이트가 된다) 대신에 훨씬 많은 수의 저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생산성을 늘려주는 기계의 힘을 빌려 반복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경제파이도 전반적 생활수준도 올라갔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범용기술인 정보통신기술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정보통신기술이 노동시장과 부의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아직은 정의하기가 굉장히 모호함.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제2의 기계시대'에서 지난 30년간 미국은 근로자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중위소득과 고용의 증가는 정체상태였다고 지적. 그들은 이 둘이 따로노는 것을 거대한 탈동조화라 부름. 생산성과 임금, 일자리가 거의 같은 보폭으로 증가했던 수십 년이 끝나고, 단단히 잘 짜여 있던 천의 올이 풀리기 시작했음. 생산성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지만, 임금과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이거나 떨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의 경제 계층화를 이끌었고 인터넷 통신기술의 경제적 이득은 상위 1%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
- 인터넷 통신기술이 증기기관이나 전력사용과 다른 이유는 이 기술이 가진 숙련편향(skill bias) 속성에 있음. 앞의 두 범용기술이 상품생산을 탈숙련화해 생산성을 증대했다면, 인터넷 통신기술은 항상은 아니지만 고숙련자에게 숙련기술이 편향되는 성격이 강함. 디지털 통신장비를 이용하면 최고 실력자는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정보전파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무너뜨린 인터넷 통신기술은 정상급 지식근로자에게는 힘을 키워주고 대다수를 이루는 중간 실력 근로자에게는 경제적 역할을 빼앗음. 인터넷 통신기술이 미국의 임금과 일자리를 정체시키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함. 세계화, 노조의 쇠퇴, 그리고 아웃소싱도 경제학자들로서는 원인이라고 저마다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해지고 있다. 범용기술이 증대한다고 해서 일자리 증가나 임금상승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기술낙관론자들은 이런 우려도 러다이트 오류와 똑같은 것이라 무시할지 모르지만, 세계 최고 경제학자들은 그 반대로 주장함. 대표적 인물이 로렌스 서머스임.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기술변화와 고용에 대한 묻지마식 낙관론을 조심해해야 하나고 경고. 서머스는 14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변화를 멈추려는 시도는 절대 답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것이라거나 시장의 마법이 보증해줄 것이라는 생각에도 마찬가지로 답이 되지 못한다." 에릭 욜프슨도 "부의 창조와 일자리 창출이 점점 단절되는 추이는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가 처할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라면 비슷한 경고를 했다
- 중국의 노동시장은 자동화로 인해 고통스런 변화를 맞이하겠지만, 그런 변하는 대부분 미국 경제를 괴롭힐 대규모 실직 행렬보다 늦게 오거나 느리게 진행될 수 있음. 가장 단순하고 반복적 생산직 직업은 (품질검사와 조립라인 작업) 몇 년이면 자동화가 완료되겠지만, 나머지 육체노동 작업들은 로봇이 넘겨 받기에는 무리가 있음. 그 이유는 21세기 지능형 자동화와 20세기의 물리적 자동화가 운영방식에서부터 다르다는 데 있음. 한마디로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는 것보다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쉽다. 이 주장의 핵심 논리가 되는 것은 인공지능의 정설로 자리잡은 모라벡 역설이다. 모라벡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을 연구하면서 일반적 믿음을 뒤집는 근본적 진실을 발견했따. 성인의 높은 지능과 연산력을 흉내내는 AI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유아 수준의 지각능력과감각운동능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능력에서 인간과 비교도 안되는 실력을 가졌지만, 호텔 메이드가 하는 청소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는 로봇은 없다. AI는 뛰어난 사고능력을 가졌지만 로봇은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함. 모라벡 역설은 80년대에 알려졌고 그 후로 상화잉 조금 달라졌다. 딥러닝을 장착한 기계는 음석와 시각 인식에서 초인적 지각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밖에도 머신러닝에서 일어난 몇 가지 획기적 발전으로 기계들은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거나 결정을 내리는 등의 지능형 작업에서 성능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로봇의 소근육 운동기능은 여전히 인간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함. AI는 바둑 세계 챔피언을 이길 수 있고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지만 농담을 알아듣지는 못한다.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사람에게 배우다 (0) | 2019.09.15 |
---|---|
디지털 미니멀리즘 (0) | 2019.08.05 |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0) | 2019.06.28 |
데이터 인문학 (0) | 2019.04.07 |
빅데이터는 거품이다 (0) | 2018.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