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람에게 배우다

IT 2019. 9. 15. 11:44

- 글로벌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방식은 여러 형태. 가장 보편적 방식은 현재 프로세스를 리뷰하고, AI로 자동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실제 작은 규모의 실험을 통해 증명한 후 목표에 도달하는 순서로 실행하는 것. 준비단계에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경영진과 각 조직의 부문장이 모임. 고객과 직접적 접점이 있는 사업부서나 인사부서 같은 관리부서 모두 해당함. 각 부문장은 부서 직원들로부터 핵심 업무와 관련 없는 행정적 업무, 반복적 업무, 불필요한 업무에 관한 불만사항을 수집함. 경영진은 부서단위로 AI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서를 결정함. 후보군을 추리면서 동시에 각 프로세스에 대한 본격적 리뷰를 시작.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각 부서 실무자들과 만나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시작함. 워크숍을 진행하고, 각 비즈니스별로 하루에서 이틀 동안 실제 업무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직접 관찰함. 현업부서는 부서장과 시니어 구성원 1-2명이 참여해 실제 일상업무를 시연함. 예컨대 업무를 무슨 목적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처리하는지, 유관부서와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지, 각 순서에 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등 질문이 오간다. 관련문서를 검토하고, 연속적으로 보이는 프로세스는 최대한 잘게 쪼개 전체 프로세스를 정리. 마지막으로 각각을 어떤 기술로 자동화할 것인지 개략적으로 청사진을 그리는 식이다.
- AI는 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는 멋진 기술이다.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이 그런 것처럼, AI 기술은 일자리, 교육 등 사회,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이룰 것임. AI기술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만들기 쉽다는 것. 대학에서 관련강좌 몇 개만 수강하면 누구나 작동가능한 AI를 구현 가능. 물론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저에 있는 수많은 이론과 배경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임 그러나 단지 AI를 활용하기 위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론적인 깊은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님. 우리가 컴퓨터로 업누를 처리하면서 컴퓨터 내부의 하드웨어가 어떻게 결합하고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핸들, 브레이크, 기어조작만 알면 가능하다
- 강력한 AI 기술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오해를 불러옴. AI 값이 싸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혹은 유관분야를 전공한 학생을 채용해 AI를 개발하면 마치 마법과도 같은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인지 기업은 너도나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채용하기 시작. 그리고 일정 시간후 AI로 실제 기업 프로세스를 대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드는 일임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유지, 보수 때문이다.
(1) 알고리즘 종속 :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끝없이 진화하므로 과거 데이터에 존재하는 신호의 강도와 종류도 끝없이 변화함. 문제는 AI 알고리즘에 필요한 하나의 인풋 신호 값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도 그것을 알고리즘에서 쉽게 뺄 수 없다. 이런 변화를 AI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런 신호가 반영된 새로운 데이터가 충분히 모여야 하며, 둘째, 전체 알고리즘을 새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함. 완전히 새로운 모형을 만드는 일인만큼 그에 대한 성능평가를 다시 해야 함
(2) 시스템 종속 : 대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들여다보면 마치 기계로 만든 사람 같다. 많은 부분이 기계화, 자동화 되었고, 복잡한 일들은 사람이 처리하고 있다. 사람은 이미 수많은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과 상호작용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AI는 기업 전체적으로 보면 한 부분을 자동화하는 일에 적용하므로 다른 부분과 연결됨. 다시 말해, AI의 인풋은 다른 시스템의 아웃풋이며, AI의 아웃풋은 또 다른 시스템의 인풋이다. 문제는 앞뒤 다른 시스템은 대부분 기업용 솔루션이고, 각자 나름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는 것. 기업 전체 프로세스에 많은 기업용 솔루션이 맞물려 있고, 저마다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솔루션에 종속된 이 문제가 AI 유지 보수에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알 수 있다.
(3)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님 : 실제 AI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오픈소스 툴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 오픈소스의 라이브러리를 한 줄이라도 사용하면 오픈 소스 정책에 따라 전체 솔루션의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AI를 공개한다는 것을 좋아할 기업이 있을까.
(4) 재교육 : 기술적 내용은 아니지만 AI로 업무 자동화를 이룬 후 기업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임. 기업 내에는 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부서가 있다. 그 부서는 결국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AI를 도입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수행해야 한다. 이전에는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업무통제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기계가 중심에 선 것임. 문제는 부서 책임자가 AI를 개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사람은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AI라는 새로운 기술과 책임자가 소통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따라서 그 부서 직원들은 반드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제 돈이 오가는 프로세스라면 작은 실수가 큰 비용손실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AI를 제대로 다루고, 문제가 생겼으르 때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 자연어 처리기술은 과거 데이터를 쪼개고, 분석하며 특정 패턴을 포착함으로써 가능함.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키워드 조합이 어떤 형태로 사용되었는지, 모호성이 있다면 어떤 가정을 설정하고, 어떻게 해석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자연어 처리기술은 사람의 영역이던 모호함을 해결할 열쇠를 제공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음. 사람의 언어는 진화하기 때문. 사람의 언어가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것처럼 기업의 비즈니스도 변화함. 한 기업의 비즈니스에 따라 흐르는 언어가 변화하는 것임. 작게는 특정 부서에서 사용하는 업무용어들이 생겼다 사라짐. 또는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비즈니스에 추가되거나 탈락함으로써 그를 둘러싼 비즈니스 용어가 바뀌기도 함. 그리고 그 변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AI 정확성에 영향을 줌. 즉 AI도 과거 데이터를 반영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변화가 발생했다면 그 변화를 AI 알고리즘에 반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 이를 반영하기 위한 유지보수는 보통 분기에 한번, 반기에 한번, 혹은 1년에 한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순한 접근은 완벽할 수 없음. 비즈니스마다 그 변화의 속도나 폭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 어떤 프로세스는 변화의 폭이 무척 심해 한 달에 한 번 알고리즘을 조정해야 함. 또 어떤 솔루션은 그 변화가 느리거나 혹은 제한적이어서 2년에 한번으로도 충분. 중요한 것은 변화에 따라 적시에 AI 성능변화를 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일반 대중과 동일하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서비스 등을 통해 AI 개념을 처음 접함. 그리도 이들은 분명 즉시 작동한다. 유튜브에서 개나 고양이가 나오는 동영상을 구별하는 것이나, 기업 인사부서에서 이메일의 중요도를 판별하는 것은 사실 기술적 관점으로 볼 때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음. 차이점은 쉽게 일반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 AI가 찾고자 하는 고양이 특징은 누가 촬용했건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동영상에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도 꽤 정확하게 예측 가능. 고양이를 찾는 문제는 일반화가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 반면 한 기업의 프로세스에서 동작해야 한느 AI는 반드시 새로운 학습이 필요함. 특정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돌아가는 용어와 규칙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부서 이름과 역할은 모든 회사가 다르다. 인사부서에서 이메일을 읽는 AI가 다른 회사에 가면 따로 학습해야 한다
-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이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분명함.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이들 서비스는 AI를 만들기 위한 인프라에 가깝지, 실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님. 즉 이 AI를 기업용 솔루션으로 가져다 쓰는 것은 불가능함. 가장 근본적 이유는 한 번도 그 기업의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킨 적이 없기 때문. 결국 기업 AI를 위한 플러그앤플레이 솔루션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비즈니스팀과 소통하며 AI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시키고, 그를 프로세스 전후의 레거시 시스템과 통합할 수 있는 통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적 기업 AI는 하나의 솔루션이 아니라, 이런저런 도구를 빠르게 맞추어보고 결합할 수 있는 작업대 위에서 이루어진다.
- 훌륭한 성능의 AI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 그러나 정확도가 89%인지, 91%인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음. 오히려 그 나머지 9%, 11%의 에러들을 잘 처리함으로써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 AI가 작동하는 곳이 고객센터라면 AI의 에러는 제대로된 응대를 받지 못한 고객이 될 것이고, 고객불만족이 확대재생산되며 그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음. 만약 AI가 작동하는 곳이 금융에 관련한 곳이라면 에러는 금전적 손실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함. 그 답의 대부분은 AI 성능과는 전혀 상관없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과 노력을 퍼부어 1-2% 더 정확한 AI 기술을 만드는 것은 답이 아님. 결국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의 AI는 에러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했을 행동을 하지 못함. 사람이라면 숙련된 경험자에게 물어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새 가이드라인을 만들수도 있다. 그러나 AI는 사람처럼 창조적 접근을 하지 못함. 따라서 기업 AI 솔루션 프로세스 곁에 AI를 모니터링하고 백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 그 사람을 Human in the loop라 부름. 모호성을 다룰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AI는 커다란 생산성 혁신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 AI 개발을 위해서는 뒤죽박죽 뒤섞인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AI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기 때문. 대부분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시간보다 학습할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림.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그러나 이를 통해 기업은 AI 외 이득을 얻음. 데이터를 여러 차원(지역, 부서, 직급, 성별, 시간, 기간)으로 취합하고, 그 경향을 살펴봄으로써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범위에서 흐르는 데이터 속 패턴을 살펴보면서 수년간 매일 처리한 업무를 다른 각도로 살펴보고, 업무의 본질을 이해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 맥락을 이해하고 모호성을 다루는 것은 이제 사람을 전유물이 아님. 사람, 즉 지식 숙련 근로자들이 담당하던 비즈니스 프로세스 결과물들은 지난 수십년간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왔다. 그것을 바탕으로 기계가 모호성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었다. 이 기술들은 사람만이 가능했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다.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담당했던 일의 영역이 대량생산의 영역으로 흡수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들로 갖추어진 것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중요치 않음. 뚜렷한 목적을 위해 디자인된 일련의 행위를 정확하고 빠르게, 그리고 더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가 여부가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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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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