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지니어는 바람이나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추를 쓴다. 바람과 지진은 수평방향으로 가해지는 무작위적 힘이다. 하지만 지진은 훨씬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예방책이 필요하다. 지진의 무시무시하고 파멸적인 힘 때문에 사람들은 그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왔다. 고대 인도 신화에서는 지구를 등에 지고 있는 네 마리의 코끼리가 등을 펴거나 움직이면 지구가 흔들려서 지진이 난다고 설명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로키(파괴의 신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동굴에 갇혔다)가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지구가 흔들리낟고 봤다. 일본 사람들은 땅속에 사는 거대한 메기인 나마주 때문에 지진이 난다고 생각했다. 신이 나마주를 커다란 돌로 내리누르다가 가끔 한눈을 팔면 나마주가 몸부림 친다. 오늘날에는 지구가 주기를 갖고 진동하는 현상에 대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 엔지니어는 기록에 남은 지진의 주파수(진동수)를 연구한다. 그리고 이를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자신이 건설할 건축물을 고유진동수와 비교한다. 바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진과 건축물의 진동수가 너무 비슷하면 안된다. 건물이 공진해 손상을 입거나 심지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 이럴 경우 무게를 더하거나, 건축물의 코어 또는 프레임을 보강해서 건물의 고유진동수를 바꾸어준다. 지진의 에너지 파동에 따른 영향을 완화시킬 또 다른 방법은 특수한 고무받침, 또는 베어링을 쓰는 것이다. 거실에 앉아 저음이 쾅쾅 울리는 출력 좋은 스피커를 틀었다고 해보자. 스피커로부터 전다로디는 진동이 느껴질 것이다. 진동은 바닥과 소파를 지나 마침내 내 몸에 이른다. 스피커 아랫부분에 고무를 놓아보자. 진동이 줄어들 것이다. 고무받침이 진동을 대부분 흡수하기 때문. 비슷하게 건물의 기둥 아랫부분에 커다란 고무 베어링을 설치하면 지진의 진동을 흡수시킬 수 있다.
-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는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상류층에서 출생. 그는 존경받는 장군이 되었다. 하지만 사업가로서는 악명이 높았음. 크라수스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로마 화재의 참상을 목격하고 세계 최초의 소방대를 창설. 소방대는 화재진업 훈련을 받은 500명 이상의 노예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라수스는 이 소방대로 개인사업을 했다. 불이 나면 그의 소방대가 출동해 다른 소방대를 쫓아내고는 크라수스가 비통해하는 건물주를 상대로 불을 끄는 비용을 협의할 때까지 기다렸다. 만약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소방대원은 건물이 모두 타버릴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면 크라수스는 건물주인에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땅을 사겠다며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곤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빠르게 로마의 상당부분을 사들였고, 마침내 부호가 되었다.
- 로마 대화재 이후 네로황제는 도시에 몇 가지 변화를 지시. 거리를 확장하고 건물은 6층 이하로 짓게 했다. 그리고 제빵사와 판금업자들의 점포는 빈 공간을 품은 이중벽으로 거주구역과 분리시킴. 그는 발코니를 방화공간으로 만들어 화재 시에 탈출을 쉽게 했다. 또한 화재 진압을 위해 수리 시설에 투자했다. 로마인들은 전통에서 배웠고, 우리 역시 그렇게 어렵게 얻은 지혜로부터 배워왔다. 수천 년 뒤, '방 집, 건물을 방화재와 공간 이격을 통해 분리한다.'는 단순한 원칙이 여전히 현대적 건축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 아치는 건축물의 중요 구성요소다. 아치는 휘어져 있다. 원이나 타원의 일부이거나 심지어 포물선의 일부다. 아치는 강한 형태다. 예를 들어 달걀을 생각해보자. 달걀을 한 손으로 아무리 움켜쥐어도 깨뜨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휘어진 껍데기는 압축력을 받으면, 손아귀가 가하는 일정한 힘을 통과시킨다. 이 껍데기를 깨려면, 보통은 칼날 등의 뽀족한 끝으로 귀퉁이를 쳐서 일정하지 않은 힘을 가해야 한다. 아치를 누르면, 힘은 휘어진 형태를 따라 흐르며 아치의 모든 부분이 압축력을 받는다. 고대에는 돌이나 벽돌이 건축재료로 널리 쓰였따. 이것들은 누르는 힘은 잘 견디지만 당기는 힘에는 취약함. 로마인들은 이런 재료들의 특성과 아치의 장점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두가지가 완벽하게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직선 형태의 보를 이용해 다리나 건물의 경간거리를 늘렸다. 하중이 걸리면 보는 위에서는 압축력을, 아래에서는 장력을 받는다. 돌이나 벽돌은 장력에 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고대인들이 사용하던 보는 크고 다루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보의 경간거리에는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압축력에 대한 아치의 강한 저항능력을 이용함으로써 로마인들은 더 강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아치는 수천년을 살아남았다. 고대 아라비아의 격언이 떠올랐다. "아치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 아치가 잠들지 않는 이유는 아치를 이루는 요소가 끊임없이 압축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치는 끝없는 인내심으로 무게를 견딘다. 베수비오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폼페이를 덮텨서 사람과 건물을 싹 쓸어갔을 때에도 아치는 도시를 바라보며 남아 있었다. 아치는 땅 밑에 묻혀도 원래 역할을 절대 멈추지 않는다.
- 대개 어떤 종류의 암석이든 가루로 만들어 물과 섞으면 별로 흥미롭지 못한 질척거리는 물질이 된다. 두 개로 쪼개진 물체를 이어붙여봤자 결합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특정한 암서을 아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석회석과 점토의 혼합물을 노에 넣고 섭씨 1450도로 가열하면, 석회석과 점토가 녹지 않고 작은 덩어리로 융합된다. 이 덩어리들을 아주 곱게 갈면 이 뛰어난 재료의 첫 번째 성분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시멘트다. 진회색의 시멘트는 겉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아주 높은 온도로 가열했기 때문에 원재료들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만약 이 가루에 물을 붓는다면 질척거리는 물질이 되는 대신 수화 반응이 시작됨. 물이 석회석과 점토 속의 칼슘과 규산분자와 반응해 결정을 닮은 막대나 섬유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런 섬유 덕에 젤리 같은 격자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부드럽지만 안정적이다. 반응이 계속됨에 따라 섬유가 자라 서로 연결된다. 격자구조는 점점 두꺼워지다가 마침내 굳는다. 그러니까 '물+시멘트+가루=시멘트반죽'이다. 시멘트 반죽은 돌처럼 단단하게 굳지만 단점도 있다. 우선 생산비가 많이 든다. 제조과정에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화과정에서 열이 많이 방출된다는 사실이다. 화학반응이 끝나고 나면, 시멘트가 식으면서 수축한다. 그리고 금이 간다.
- 다행히 과학자들은 시멘트 반죽이 다른 암석에 단단하게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혼합재(크기가 제각각인 작고 불규칙적인 돌과 모래)에 혼합물을 섞기 시작했다. 혼합재는 필요한 시멘트 가루의 양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방출되는 열의 양도 줄어든다) 에너지 소모량과 비용도 줄어든다. 시멘트 반죽은 동일한 화학반응을 통해 이번에는 다른 섬유 및 혼합재와 결합하는 섬유를 형성한다. 전체가 굳으면 우리에게 친숙한 콘크리트가 된다. 그러니까 '물+시멘트가루+혼합재=콘크리트'다.
-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끊임없이 혁신의 노력을 거듭해 콘크리트가 지금보다 더 강하고 오래가는 재료가 되도록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 치유하는' 콘크리트가 발명되었다. 젖산칼슘이 담긴 미세한 캡슐을 포함한 콘크리트다. 액체상태의 콘크리트에 섞여 있는 이 캡슐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캡슐안에 산소가 먹이 없이 50년 동안 생존가능한 박테리아가 담겨 있다 콘크리트가 굳은 뒤에 균열이 발생하고 물이 스며들어 캡슐이 활성화되면 박테리아가 방출됨. 이 박테리아들은 염기성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매우 강한 염기성을 띠는 콘크리트 안에서도 생존한다. 그러고는 칼슘을 산소 및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석회암의 성분인 방해석을 형성함. 그러면 방해석이 콘크리트의 균열을 메워서 건축물은 스스로 치유될 수 있다.
- 수천년동안,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146미터)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1311년에는 영국 잉글랜드에 있는 링컨 대성당(160미터)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고 이 기록은 1549년 폭풍우로 첨탑이 망가질 때까지 유지되었다. 이후 독일 슈트랄준트에 있는 성마리엔 교회(151미터)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등극. 성마리엔 교회도 1647년 번개에 첨탑이 파손되면서 스트라스부르성당(142미터였지만, 이때는 대피라미드도 침식되어 높이가 140미터도 되지 않음)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됐다. 높이 경쟁은 19세기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됨. 1884년 미국 시카고에 첫번째 고층건물이 세워짐. 높이가 42미터에 불과한 10층짜리 건물로, 오늘날에는 누구도 고층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금속 프레임을 이용한 최초의 건축건물이었다. 1889년에는 프랑스 에펠탑(300미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됐다. 그때 이후 우리의 야망도 커지고 건물의 높이도 치솟았다. 피라미드의 높이를 능가하는 데는 거의 4000년이 걸렸지만 지난 150년간 건물은 150미터에서 1000미터 이상으로 높아졌다.
- 도쿠가와 막부 초기에 사람들은 당시 매우 큰 도시였던 오사카에 비료를 의존하기 시작했다. 배에 채소와 과일을 싣고 오사카로 가서 시민들의 분뇨와 교환했다. 하지만 분뇨의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채소로는 이 가치있는 상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18세기 초반까지 사람들은 은을 주고 분뇨를 샀다. 세입자가 배설한 대변에 대한 권리를 집주인에게 귀속시키는 법이 제정되었는데, 관대하게도 소변에 대한 권리는 세입자에게 남겨줬다. 20새 가정에서 1년간 나오는 대변의 값어치는 한 사람이 1년간 먹는 곡물 가격에 달했다. 분뇨는 이제 주택시장의 필수 구성요소였다. 집주인이 더 많은 세입자를 들일수록 배설물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었고 집세는 더 싸졌다. 결국 분뇨 구매권을 둘러싸고 농민, 마을주민, 도시조합원 모두가 다퉜다. 18세기 중반 오사카의 입법자들은 공정한 가격을 정할 공식적은 조합과 협회에 소유권과 독점권이 부여했다. 그럼에도 비싼 가격 때문에 가난한 농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사람들은 차가운 감옥에 들어갈 위험을 무릅쓰고 도둑질을 해야 했다. 분뇨수집은 갈등을 일으켰지만, 뜻밖의 이점도 있었다. 배설물을 너무나 집요하고 조심스레 모았기 때문에 식수원이 오염될 가능성이 적었던 것이다. 다른 문화적 관행도 보탬이 됐다. 일본인들은 물을 대부분 차로 마셨는데, 물을 끓이면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미생물이 제거된다. 그리고 신토의식을 따르는 사람들은 불결함의 근원(피, 죽음, 병)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고, 더러운 것과 접촉하면 스스로를 정화했다. 이 모든 것은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일본이 서구의 다른 나라보다 살균이 더 잘되고 위생적이었음을 보여줌. 결과적으로 일본인들은 사망률이 낮았다. 하지만 20세기에 상황은 달라졌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2차대전으로 나라가 초토화되면서(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이전까지 누려운 삶의 질을 더는 유지할 수 없었다. 85년에는 전체 영토의 3분의 1에만 하수시절이 갖춰져 있었다. 이는 폐기물을 처리한느 전근대적 방법이 여전히 효과적이었던 것이 주요원인이었다. 80년대 일본의 하수시설이 현대화됨. 이제 일본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에 번영했던 분뇨 교역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고급화장실로 유명하다. 현대든 과거든 오수처리 방식은 도시가 얼마나 성공적이고 진취적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대표적 인더스 문명권(기원전 2600년)인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의 거의 모든 집에는 상수도가 연결돼 있었고 수세식 화장실도 갖추어져 있었다. 산업호 이후 빽빽하게 밀도가 높아진 도시들에서는 항상 효율적인 오수처리가 몹시 중요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1870년 인도의 위생시설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도시 위생을 진보시키는 진짜 비결은 상수도와 하수도다' 훌륭한 위생시스템을 누릴만큼 운이 좋은 사람들은 변기에서 흘러 내려간 대변이 어디로 가는지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더러운 오수로 인한 질병과 죽음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주제일지 모르지만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위생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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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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