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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사회 2014. 10. 6. 16:09

 


어제까지의 세계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05-09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전 세계 지성인들이 가장 기다려온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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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회의 인구가 1만명을 넘어서면, 모든 구성원이 한자리에 앉아 얼굴을 마주보며 흉금을 털어놓고 토론해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 인구가 많은 사회는 구성원 전체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와 그 결정을 집행하는 행정관 및 그 결정과 관련법을 관리하는 관료들이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음. 무정부주의자인 독자들, 즉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사는 꿈을 꾸는 독자들에게는 유감이겠지만, 그 꿈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음. 그 꿈대로 살고 싶다면, 당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누구도 이방인도 아니며, 왕도 지도자도 관료도 필요 없는 지극히 작은 부족이나 무리를 찾아야 할 것임
- 상호배타적인 영역을 고집하는 쪽에 가까운 전통사회의 사례를 수집한 결과, 다음과 같은 네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결합됨
(1) 배타적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인구밀도도 높아야 함. 그래야 구성원 모두가 경계선을 순찰하는 데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는 수고를 면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수렵채집을 하는 동안 불법침입자까지 감시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
(2) 배타적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적이고 예측가능한 안정된 환경이 필요. 따라서 해당 영역의 구성원들은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영역 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해서 영역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음
(3) 영역 내에는 생산적인 밭, 과일나무 숲, 혹은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어야 하는 강둑이나 관개수로처럼 목숨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귀중한 고정자원이 있어야 함
(4) 구성원들의 정체성이 굳건해야 함. 따라서 부족간의 이동이 거의 없어 타부족과 뚜렷이 구분되어야 함.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가 본래의 부족을 떠나 타부족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가 가장 눈에 띄는 예외적 현상임
- 전통적 보상 협상의 목적은 분쟁을 신속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양쪽의 감정까지 화해시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음. 단순하면서 자연스러운 방법이라 여겨지며, 우리 사법체제의 목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고 매력적으로도 여겨짐. 전통적인 뉴기니 사회에는 사법체제라는 공권력도 없었고 국가정부도 없었음. 중앙에 집중된 정치제도도 없었고, 의사결정력을 행사하고 무력 사용권의 독점을 요구하는 직업적 지도자와 관료 및 판사도 없었음. 국가는 국익이란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하며 시민들 간의 분쟁을 해결. 국익이 반드시 분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는 않음. 반면에 뉴기니의 전통적인 사법제도는 일종의 당사자 해결방법임. 따라서 분쟁 당사자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자체로 분쟁을 해결. 보상협상은 분쟁을 해결하는 두 방법 중 하나, 즉 평화적 방법임. 다른 방법은 폭력으로 개인적 보복을 모색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으로 치달아 결국에는 전쟁으로 발전하기도 함
- 분쟁해결에서 국가와 비국가 사회는 공통적으로 두가지 방법을 택함. 하나는 분쟁 당사자들이 상호합의에 도달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다툼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 비국가 사회에서는 상호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보상협상이 실패하면 폭력으로 치닫기 일쑤임. 비국가 사회에는 불만을 가진 당사자가 폭력적인 수단으로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를 억제할만한 중앙 국가기구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기 때문에 폭력이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상습적으로 비국가 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됨. 따라서 국가정부의 주된 관심사는 시민들이 서로 폭력을 행사하는 걸 차단함으로써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고 개선하는 것임. 내적인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의 중앙 정치권력이 보복을 행사할 권리를 거의 독점함. 따라서 국가와 경찰만이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시민에게 폭력적 보복조치를 행사할 수 있음. 하지만 국가는 시민에게 자위를 위한 폭력의 행사를 허용. 예컨대 먼저 공격을 당하거나 자신의 몸이나 재산이 중대한 위험에 급박하게 처했다고 합리적으로 믿을만한 근거가 있을 때 시민은 폭력을 사용할 수 있음.
- 제3자를 통한 협상을 통해 분쟁 당사가 모드가 만족할만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때, 분쟁 당사자들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방법에 호소함. 비국가 사회에서는 폭력이나 전쟁이며, 국가사회에서는 재판과 판결임. 국가와 비국가 사회가 가해자에 의해 비롯된 내용을 다수의 납세자에게 분담시키는 것도 비슷함. 국가사회에서는 우리는 자동차 보험과 주택 소유자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우리가 다른 자동차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 혹은 우리가 집을 잘못 관리한 탓에 우리집 계단에서 누군가 미끄러져서 다치는 경우, 그에 따른 비용을 보험가입자들이 부담. 많은 보험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그 돈으로 비용을 처리하는 것임. 따라서 보험가입자들이 우리 책임을 분담하는 셈. 비국가 사회에서도 친척들과 씨족원들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빚을 분담하는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됨
- 국가 민사사법은 피해를 다루는 데 집중하며, 악감정의 해소와 화해는 부차적 문제 혹은 소송의 쟁점과 무관한 문제로 여긴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 결함임. 과거에도 관계가 없었고 앞으로도 서로 만나지 않을 두사람이 맞붙은 민사분쟁의 경우, 양측의 동의하에 각자 상대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상대의 진의와 고통을 인간적으로 인식할 기회를 분쟁 당사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불과하더라도 감정의 골을 해소하고 평생동안 남을 앙금을 씻어내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건들이 적지 않음. 친족을 살해한 경우처럼 극단적 상황에서도 이런 화해의 조치는 가능할 수 있음. 감정을 전혀 나누지 않는 것보다, 기드온과 빌리의 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혹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자신의 부주의로 사망한 메리 조 코페크니의 부모를 용기있게 찾아가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서로 감정을 토해내는 편이 훨씬 나음
-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중이 지도자와 관료들에게 지배받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합리적 결정의 결과로 정부가 탄생한다고 주장. 역사학자들에게 현재까지 알려진 국가형성의 모든 사례에서 그처럼 원대한 계산은 관찰된 적이 없었음. 오히려 국가는 경쟁과 정복과 외부의 압력을 이겨낸 군장사회들루보터 탄생함. 요컨대 가장 효율적 의사결정체제를 지닌 군장사회는 정복의 야욕에 더 잘 저항하고, 다른 군장사회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음. 예컨대 아프리카 동남부의 수십여곳에서 형성된 줄루족의 군장사회들은 전통적으로 서로 치열하게 싸웠지만 1807~1817년에 딩기스와요 라는 한 군장에 의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었음. 딩기스와요는 군인들은 징집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패배한 군장사회를 합병하고 영토를 관리하는 최적의 방법을 성공적으로 구상해냄으로써 모든 군장들을 정복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음.
- 어떤 사회는 본래부터, 즉 유전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반면 어떤 사회는 선천적으로 호전적이라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음. 어떤 사회나 전쟁을 도발해서 이익이냐 아니냐에 따라, 또 다른 쪽에서 도발한 전쟁에 맞서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쟁이란 수단을 동원하는 듯함. 대부분의 사회가 전쟁을 치렀지만 소수의 사회는 전쟁을 겪지 않은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음. 선천적으로 얌전하다고 알려진 종족들도 같은 무리내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살인을 저지름. 이른바 전쟁이라 정의 되는 다른 무리를 향한 폭력을 조직적으로 감행할 이유가 그들에게는 없을 뿐임. 대체로 얌전하다고 알려진 세망족이 50년대 영국군에 징집되어 말레이 반도에서 공산주의 반란자들을 색출해서 죽이는 임무를 맡자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죽였다고 함. 따라서 인간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냐 협조적이냐를 따지는 건 헛수고임. 어떤 인간사회에나 폭력과 협조는 동시에 존재하며, 환경에 따라 하나의 특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함
- 많은 사회가 결혼으로 인연을 맺은 종족과 전쟁하고, 전쟁하는 종족과 결혼함. 또 교역하는 종족을 기습공격하고 적들과도 교역함. 그 이유는 국가사회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음. 즉 거리의 근접성이 무역과 결혼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전쟁의 조건이기도 함. 무역과 결혼은 현대국가에도 그렇듯이 소규모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도 분쟁의 불씨가 됨. 이른바 무역관계에서, 이웃한 사회들은 실질적인 무역(동등한 힘을 지닌 당사자들 사이에서 공정한 가격으로 자발적인 교환)부터 강탈(강자가 약자에게 불평등한 교환을 강요하고, 약자는 평화를 돈으로 사기 위해 상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을 거쳐 침략(강자가 약자를 침략해서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상품을 얻음)까지 다양한 가격과 교환율로 상품을 교환함. 미국 남서부의 아파치족, 북아프리카 사막의 투아레그족 같은 침략자들은 상대의 방어능력에 따라서 공정한 거래와 강탈과 침략을 절묘하게 결합하는 능력을 과시
- 국가사회 시민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인정하기 힘든 굴레에 묶여 지냄. 징벌권의 국가독점은 우리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 그런 이점을 얻는 대신 우리는 개인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함. 뉴기니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사법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음. 국가사회와 종교와 도덕률은 우리에게 징벌권을 포기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복수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주입함. 그러나 복수심에 사로잡힌 행동은 억제하더라도 복수심이란 감정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허용되고 권장되어야 함.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죽임을 당하거나 부당한 학대를 받으면, 또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처절한 복수심을 느끼는 건 당연함. 많은 국가정부가 피해자의 관련자들에게 범죄자의 재판에 참석하는 걸 허락하고, 어떤 경우에는 판사와 배심원에게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거나, 회복적 사법제도를 통하여 범죄자와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도 부여하며,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처형을 지켜보는 것도 허락함으로써 개인적 불만을 해소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음
- 수유의 빈도는 포유동물 사이에서도 다름. 침팬지와 대부분의 영장류, 박쥐, 캥거루 등 일부 포유동물은 지속적으로 수유함. 반면에 토끼와 영양처럼 불연속적으로 수유하는 동물도 많음. 어미 토끼와 영양은 먹이를 구하려고 나갈 때 새끼를 풀이나 굴에 감춰두고 한참 후에 돌아와서 새끼에게 젖을 물림. 따라서 하루 평균 서너번에 불과함. 수렵채집인은 연속적으로 수유한다는 점에서 침팬지와 구세계 원숭이와 비슷함. 그러나 우리는 그 패턴을 영장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침팬지와 다른 가지로 분화하여 진화되는 과정에서 수백만년 동안 유지했지만, 농업이 등장한 이후로 수천년 만에 어머니와 아기를 떼어놓는 생활방식이 발달하면서 본래의 수유법까지 달라졌음. 요즘의 어머니들은 생리학적으로 여전히 침팬지와 구세계원숭이처럼 젖을 분비하는 몸을 지니고 있지만, 토끼처럼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습관에 길들여졌음.
- 포유동물의 세계에서, 새끼가 어른과 접촉하며 보내는 식나의 차이는 수유 빈도의 차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 불연속적으로 수유하는 포유동물의 경우, 새끼는 젖을 빨고 보살핌을 받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어미와 접촉함. 반면에 연속적으로 수유하는 포유동물종의 경우 어미는 식량을 구하러 나갈때도 새끼를 데리고 다님. 어미 캥거루는 새끼를 항상 육아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어미 박쥐는 비행하는 동안에도 새끼를 배에 안고 다님. 어미 침팬지와 구세계 원숭이는 새끼를 항상 등에 업고 다님. 현대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토끼와 영양의 패턴을 따름. 요컨대 어머니나 다른 사람이 아기를 끌어나고 젖을 먹이거나 함께 놀아줄 뿐, 항상 함께 지내지는 않음. 아기는 낮시간의 대부분을 침대나 놀이 울타리에서 보내고, 밤에도 부모의 침실과 독립된 침실에서 혼자 잠을 잠.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영장류 원숭이의 패턴을 따랐지만 지난 수천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 현대 수렵채집인들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거의 하루종일 어머니나 다른 사람과 함께 지냄. 어머니가 외출할 때는 아기용 운반도구에 아기를 데리고 나감. 쿵족의 아기띠, 뉴기니의 망태기, 북반구 온대지역의 지게식 요람이 대표적 사례. 대부분의 수렵채집인, 특히 온화한 기후권에서 살아가는 수렵채집인은 아기와 끊임없이 스킨십을 함.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인간 수렵채집인 사회와 고등 영장류 사회의 어머니와 아기는 같은 침재나 같은 요에서 바싹 붙어서 잠을 잔다. 90곳의 전통사회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어머니와 아기가 각자 다른 방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서구 사회의 현재 관습은 밤잠을 자지 않는 아기 때문에 힘들어하던 부모들이 아기를 재우려는 노력끝에 고안해 낸 것. 요즘 미국의 소아과 의사들은 아기가 짓눌릴 수도 있고 부모의 체온에 지나치게 열을 받을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를 부모와 같은 침대에서 재우지 말라고 권고.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서 수천년 전까지만 해도 실질적으로 모든 아기가 어머니와 아버지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지만, 소아과 의사들이 겁내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는 보고는 거의 없음. 어쩌면 그런 위험을 예방하려고 수렵채집인들은 단단한 바닥이나 단단한 요에서 잠을 자는 것일지도 모름. 요즘의 폭신한 침대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뒤척이다가 아기를 짓누를 가능성이 더 큼
- 서구사회에서 아기를 데리고 다닐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도구는 유모차임. 유모차로는 아기와 돌봄이의 신체접촉을 기대할 수 없음. 대부분의 유모차에서 아기는 거의 누운 자세를 취하고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보는 구조를 지닌 유모차도 간혹 눈에 띔. 따라서 아기는 돌봄이가 세상을 보는 방향으로 세상을 보지 못함. 미국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아기용 포대기와 배낭형 아기띠와 가슴 주머니 등 아기를 똑바로 세워서 안거나 업고 다니는 도구들이 한층 흔해졌지만, 대다수의 도구가 아기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는 구조임. 그러나 전통사회에서는 아기를 어깨위에 얹거나 아기띠 같은 도구로 아기를 똑바로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게 하는 식으로 업기 때문에 아기가 돌봄이와 같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음. 돌봄이가 걸을 때도 신체접촉을 계속 하고 돌봄이와 같은 시야르르 공유하며, 똑바른 자세로 옮겨지기 때문에 쿵족 아이들은 신경운동계의 발달이 미국 아이들에 비해 빠름
- 소규모 사회에서는 자식에 대한 책임이 생물학적 부모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분산된다는 점이 소규모 사회와 대규모 사회의 주된 차이임. 대리부모는 추가로 식량과 보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물질적으로도 중요함. 실제로 세계 전역에서 행해진 연구들은 대리부모의 존재가 생존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한목소리로 인정함. 그러나 대리부모는 아이에게 추가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본보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도 중요. 소규모 사회를 직접 방문해서 연구한 인류학자들은 어린아이들의 조숙한 사교적 능력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많은 대리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함. 대리부모라는 존재는 산업사회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 미국의 사회복지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다세대로 이루어진 대가족에서 사는 아이들은 대리부모의 보살핌을 받음. 저소득 미혼모는 어머니로서 경험도 없고 태만한 편이지만, 할머니나 손위 형제자매가 옆에 있으면, 혹은 훈련받은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미혼모의 아이와 놀아주면, 그 아이도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갖출 수 있음. 이스라엘 키부츠와 훌륭한 탁아소의 많은 돌봄이도 똑같은 기능을 함. 나는 내 친구들에게, 완고한 부모 밑에서 컸지만 사회적으로나 인지적으로나 뛰어난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음. 그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부모보다 자신을 응원해준 어른과의 규칙적 접촉을 꼽았음. 그 어른이 피아노 레슨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만난 피아노 선생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음.
- 잠정적으로 일반화해보면, 개인으로서 어린아이의 자주성은 국가사회보다 수렵채집 무리 사회에서 더 소중한 가치로 여겨짐. 국가는 어린아이를 국가의 자산이라 생각하며, 어린아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서 다치는 것을 원치 않고, 부모들이 어린아이가 다치도록 방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
- 수렵채집 사회보다 목축사회와 농경사회에 처벌이 더 많은 이유를 설명하는 두가지 이유
(1) 수렵채집 사회는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반면에 대다수의 농경사회와 목축사회에서는 남녀의 권리가 다르고, 연소자와 연장자의 권리가 다르기 때문.
(2) 농경사회와 목축사회에 비해서 수렵채집 사회에는 어린아이가 피해를 입힐만한 소중한 재산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 이런 두가지 이유에서 수렵채집 사회의 어린아이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 같음
- 서구학자들은 소규모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정 안정감과 자신감, 호기심과 자주성에 충격을 받음. 어른만이 아니라 어린아이도 마찬가지. 소규모 사회를 연구한 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듯이,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서로 대화하는 데 할애하며, 외부인들이 제공한 수동적 오락거리, 예컨대 텔레비전과 비디오게임과 책에는 전혀 시간을 쓰지 않음. 또한 우리는 어린아이들의 조숙한 사교능력에도 놀람. 우리 대부분이 부러워하며 우리 아이들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능력이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며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끊임없이 지시함으로써 그런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주지 않음. 미국 십대들이 사춘기를 맞아 고뇌하는 정체성의 위기는 수렵채집 사회의 아이들에게는 문젯거리가 아님. 수렵채집 사회를 비롯해 소규모 전통사회에서 살았던 서구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에 따르면, 그곳의 아이들이 양육되는 방법 덕분에 그런 부러운 자질들이 발달하는 것임. 긴 슈유기간, 오랫동안 부모 옆에서 잠을 자는 풍습, 대리부모를 통해 아이에게 훨씬 많이 제공되는 사회적 본보기들, 돌봄이의 끊임없는 신체접촉을 통한 사회적 격려, 아이의 울음에 대한 돌봄이의 즉각적 반응, 체벌의 최소화 등의 결과로 그곳 아이들이 얻는 정서적 격려가 그런 자질들의 근원적인 힘이다.
-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대 미국사회에서 노인의 지위가 크게 떨어진데는 적어도 세가지 가치관이 원인으로 작용한 듯함
(1)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강조한 노동윤리. 베버는 장 칼뱅의 종교개혁과 관련지어 노동윤리를 강조. 물론 베버는 독일을 중심으로 말했지만, 넓게는 현대 서구사회에도 적용되는 노동윤리임. 베번의 복잡하고 많은 책가 논문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그는 노동을 삶의 중심이고,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안겨주는 원천이며, 인격형성에도 유익한 것이라 보았음. 따라서 은퇴해서 일하지 않는 노인은 사회적 지위까지 상실한다는 결론이 내려짐.
(2) 미국인의 가치관은 개인을 강조하는 사고방식과도 관계가 있음. 개인주의는 언급된 많은 사회가 강조하는 대가족과는 대척점에 있음. 미국의 자존심은 개인적 성취로 측정되지, 개인이 속한 대가족의 집단적 성취로 측정되지 않음. 우리는 자주적이고, 독립독행해야 한다고 배움. 독립심과 개인주의와 자아존중은 한결같이 미덕으로 추앙되지만, 자립하지 못하고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며 남에게 의존하는 정반대의 특성은 손가락질을 받음. 실제로 미국에서 의존적 성격장애는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가 흔히 사용하는 임상진단이며,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장애 301.6이라는 질병분류번호까지 붙여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함. 안타깝게도 의존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 독립독행이란 미국의 미덕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 또한 미국의 개인주의적 가치관은 사생활을 강조. 개인의 사생활은 세계 문화를 기준으로 할 때 무척 생소한 개념임. 대부분의 세게 문화가 사생활을 중시하지 않으며, 바람직한 이상으로도 생각하지 않음. 하지만 전통적 거주형태는 대가족을 이루어지며, 그 대가족이 하나의 집, 하나의 터에 모인 여러채의 주거지에서 살아감. 심지어 무리전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주거지에서 잠을 잔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생각할수도 없겠지만, 부부의 섹스마저 전통사회에서는 사생활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행해짐. 부부용 그물침대나 깔개가 다른 부부들에게 훤히 보이고, 어린 자식들이 같은 깔개에 누워 있으면 눈을 감고 있길 바랄뿐이다. 미국의 신거제 거주방식에 따르면, 결혼연령에 이른 자식은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자기만의 가정을 꾸림. 따라서 신거제 거주방식은 사생활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전통적 거주형태와 완전히 다름. 독립심과 개인주의, 독립독행과 사생활이란 가치관이 뒤얽힌 미국인의 생활방식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돌보기는 힘들다. 갓난아기는 어떤 면에서도 독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의 존성은 인정하지만, 수십년 동안 혼자 힘으로 살아온 노인의 의존성은 마뜩잖게 여김. 그러나 현실은 잔혹해서 노인도 결국에는 혼자 힘으로 살 수 없고, 독립독행할 수 없어 타인에게 의지하며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사생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름. 의존은 당사자인 노인에게도 고통스럽지만, 과거에 꿋꿋하던 부모가 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처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중년의 자식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자존심 때문에 혼자 힘으로 살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만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거나 침대에서 혼자 일어날 수 없는 사고로 더이상 독립독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노인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하지만 미국의 이상은 미국노인들에게 자존심을 상실하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젊은 돌봄이에게는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잃게 만듬
(3) 유난히 젊음을 강조하고 예찬하는 미국의 가치관이 노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듯함. 물론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젊음의 예찬을 문화적으로 선호한 것은 아님. 달리 말하면, 젊음의 예찬은 철저하게 자의적으로 결정된 가치관이 아님. 기술이 급속히 변하는 세계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 첨단지식으로 무장함으로써 일자리와 일상의 문제 등 중요한 일에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임
- 볼리비아 시리오노족에게 최대 관심사는 식량임. 그 때문인지 시리오노족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 '내 배가 텅 비었다'와 '먹을 것좀 주시오'임. 섹스와 식량의 위치가 시리오노족과 서구인에게는 정반대임. 시리오노족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는 식량이지만, 원하면 실질적으로 언제라도 섹스를 할 수 있어 섹스로 식량부족을 보충함. 그러나 서구인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는 섹스이지만, 원하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어 먹는 것으로 성적 욕구불만을 보충함
- 소규모 사회들은 이처럼 느닷없이 닥치며 식량을 파괴하는 자연현상을 이겨내기 위해서, 거주지를 옮기거나 체내에 식량을 저장하고, 다른 지역의 부족들과 협정을 맺거나 식량 생산지를 곳곳에 분산하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 먼저 유목하는 수렵채집인은 특정한 밭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식량난이 닥치면 그 순간에 식량을 확보하기가 조금이라도 쉬운 곳을 거주지를 옮김. 또 식량이 썩거나 적의 습격대가 저장한 식량을 훔쳐가는 걸 방지해야 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음식을 섭취해서 체내의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다면, 그 지방은 썩지도 도적질을 당하지도 않을 것임. 이처럼 식량이 풍부할 때, 서구사회에서 핫도그 많이 먹기대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먹는 소규모 사회의 구성원들은 비대하게 살이 쪄서 식량기근의 시대에 그런대로 버틸 수 있음. 살을 찌워놓으면 식량이 부족한 수주 동안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1년간의 기아를 이겨낼 수는 없음. 따라서 장기적 해결책의 하나는, 한쪽 지역은 식량이 충분하지만 다른쪽은 식량부족에 시달릴 때 식량을 공유하기로 이웃한 사회끼리 협정을 맺는 것임.
- 통계학이나 수학적 분석을 사용하지 않고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안데스의 농부들은 수확량이 지역별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들쑥날쑥한 까닭에 기아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 밭을 분산하는 게 최선이란 걸 알아냈음. 농부들의 전략은 계란을 한바구니에 모두 담지말라는 격언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짐. 중세 영국 농부들이 밭을 분산한 이유도 비슷하게 설명될 수 있을 것임. 또한 농업개발 전문가들이 지독히 비효율적이라고 분개하면서까지 비난했던 티티카카 호수의 농부들이 실제로는 똑똑했고, 농지교환을 제안했던 전문가들의 판단이 실제로는 잘못된 것이었다는 이유도 이 격언으로 설명됨. 뉴기니 사람들이 밭을 분산하는 이유로 다섯가지를 언금. 폭풍우, 병충해, 돼지, 쥐에 의해서 모든 밭이 한꺼번에 황폐화되는 위험을 줄이고, 기후권이 다른 세곳의 고지를 경작해서 다양한 작물을 얻기 위함
- 종교가 탄생하면서 인간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준 것일까? 기능적 접근법을 간략이 요약하면, "종교는 어떤 기능을 행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컨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순종을 가르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일 수 있음. 다른 접근법, 즉 비교적 최근에 진화심리학에서 시작된 접근법은 이런 주장에 반대함 이 접근법에 따르면, 종교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또 어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화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님. 어떤 군장이 종교적 이유를 들먹이며 신하들에게 피라미드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득하면 신하들을 더 쉽게 지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발한 생각을 어느날 갑자기 떠올려 무에서 종교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음. 동료의 심리를 능숙하게 읽어내는 어떤 수렵채집인이 최근에 있었던 동료의 죽음과 낙담해서 사냥조차 나가지 않는 부족민들을 염려해서 그들에게 위안과 새로운 희망을 주려고 사후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꾸며냈을 가능성도 거의 없음. 종교는 우리 조상이었고, 그 위로 동물조상이었던 생명체들이 지녔던 어떤 능력들의 부산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큼. 그 능력들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영향을 미치며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획득했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에서 파생된 접근법의 결론임. 진화생물학자의 판단에, 종교의 기원에 대한 두 접근법은 서로 모순되지 않음.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두단계임. 생물학적 진화도 비슷하게 두단계로 진행됨. 첫째, 개체간의 차이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재조합으로 발생. 둘째, 자연선택과 자웅선택 때문에 개체들마다 생존하고 번식하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방법이 다름. 다시 말하면, 어떤 기능을 행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개체들보다 뛰어난 개체들이 있음. 기능적 문제는 어떤 동물이 털을 갖도록 돌연변이를 자극하기 때문에 해결되는 것이 아님. 오히려 무엇(생물학적 진화의 경우에는 분자유전학의 메커니즘)이 다른 무엇(이 경우에는 더 두꺼운 털이나 더 가는 털을 지닌 동물)을 만들어내고, 어떤 생활환경이나 환경적 문제(이 경우에는 추운 날시)가 일부 동물에게만 유용한 기능을 부여함. 따라서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재조합은 생물학적 다양성의 기원이며, 그 결과로 탄생한 개체들을 자연선택과 자웅선택의 기능을 기준으로 걸러냄. 진화심리자들도 이와 유사하게 생각하며, 종교를 인간의 두뇌가 지닌 어떤 특성의 부산물이지, 피라미드를 쌓거나 사별한 친척들을 위로하려는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라 주장함. 진화생물학자의 생각에, 종교의 탄생은 당연한 것이고, 조금도 놀라운 것이 아님. 진화의 역사는 처음에는 어떤 기능을 위해서 선택되지만 점차 발전해서 결국에는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선택되는 돌연변이와 부산물의 연속임. 예컨대 창조론자들은 600볼트의 전압으로 상대를 죽이는 전기뱀장어를 들먹이며 진화를 의심하고, 필연적으로 거쳤을 중간단계의 저전압 뱀장어는 상대를 전기충격으로 죽일 수 없어 아무짝에도 소용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600볼트 전기뱀장어가 자연선택으로는 전기가 없는 정상 뱀장어로부터 결코 생겨날 수 없다고 주장. 하지만 600볼트의 전기뱀장어는 정상적인 물고기가 전기장을 탐색하고 전기를 발생하는 능력의 부산물로, 즉 기능의 변화를 통해 진화된 것이란 사실이 밝혀짐.
- 요컨대 우리가 지금 종교라 칭하는 것은 인간이 뇌를 이용해서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예측해 보려는 집요한 노력의 부산물로 탄생한 것일 수 있음. 따라서 오랫동안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이 구분되지 않았을 것이고, 종교와 삶도 구분되지 않았을 것임. 종교가 인간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났다면, 우리 뇌가 점진적으로 복잡하게 발달했듯이 종교도 점진적으로 생겨났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음. 15000년 전 크로마뇽인은 바느질해서 몸에 맞는 옷을 입엇고 새로운 도구를 고안해냈으며, 라스코와 알타미라 및 쇼베 동굴의 벽에 다채로운 염료로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남겼음. 그 벽화들은 동굴 깊은 곳에 그려져서 촛불을 켜야만 보이고, 그곳을 방문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종교적 경외감을 안겨줌. 선사시대 화가들이 실제로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의도로 그렸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종교라 할 만한 믿음을 견지하기에 충분히 발달된 두뇌가 그들에게 있었던 것은 확실함. 네안데르탈인 친척의 경우에도 황토를 이용한 염료로 시신을 꾸미고 매장했다는 증거로 미루어보아 종교라 할만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 거의 확실함.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행동적으로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6만년 역사, 어쩌면 훨씬 이전부터 종교적 믿음을 지녔을 것이라 가정해도 무난할 듯함
- 종교의 기능은 설명이었음. 과학이 도입되지 않은 전통 사회들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이 현실적이고 과학적이라 평가하는 설명과 초자연적이고 종교적이라 평가하는 설명을 구분하는 능력은 없음. 전통사회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설명이나 초자연적인 설명이나 모두 설명이며, 이후에 종교적이라 평가된 설명도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님. 예컨대 뉴기니 사회들이 새들의 행태에 관해 내게 전해주었던 많은 설명들은 현대 조류학자들의 판단에도 통찰력있고 정확한 것으로 여겨짐. 부족사회의 기원신화와 성경의 창세기처럼, 기원신화들은 우주와 인간의 존재 및 언어의 다양성을 설명해줌. 고대 그리스인들은 많은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했지만, 신들을 초자연적 존재들로 들먹이며 일출과 일몰, 조류와 바람과 비 등을 엉뚱하게 설명했음.
- 종교의 두번째 기능은 초기사회에서 가장 뚜렷한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 추정되는 기능. 요컨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과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하는 종교의 역할임. 사람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해냈을 때가 기도와 의식에 의지하며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신탁과 샤먼에게 조언을 구하며, 징조를 읽고 금기를 준수하며 주술을 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이기도 함. 이런 행위들은 과학적으로 아무런 효과도 없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듬. 하지만 거짓이라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우리가 아직 무력한 존재가 아니어서 포기하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고 확신함으로써,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떨쳐내고 뭔가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음
- 이번에는 1만년전부터 확대된 것으로 여겨지는 종교의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삶이 힘겨울 때 위안과 희망 및 의미를 부여하는 종교의 기능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자신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앞두었을 때 종교는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음. 일부 포유류 동물들 특히 코끼리는 가까운 동반자의 죽음을 의식하고 슬퍼함. 그러나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이 언젠가는 자신도 죽는다는 걸 알고 있을거라 확인할 방법은 없음. 인간은 자의식과 한층 발달된 추론력을 갖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죽는 걸 관찰한 결과에서 일반화함으로써 죽음이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관찰되고, 고고학적으로 입증된 거의 모든 인간집단은 시신을 버리기도 했지만 매장하거나 화장함으로써, 혹은 수의를 입히거나 미라로 만듦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보여줌
- 위안이라는 종교의 기능은 인류의 진화사에서 초기에 등장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깨닫고,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에 의문을 품을 정도로 똑똑해졌을 때였을 것이다. 수렵채집인들은 사후에 혼령으로 생존한다고 믿음. 그러나 위안의 기능은 이른바 세상을 거부하는 종교들, 즉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땅에서 살아가는 진정한 목적은 구원을 받아 사후세계를 준비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종교들이 등장한 이후 크게 확대됨
- 사회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고약한 환경때문에 우리가 위안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불행이 겹칠수록 사람들이 더욱 종교적으로 변해가고, 가난한 사회계층과 지역, 그리고 국가가 부유한 계층과 국가보다 종교적인 이유가 이런 위안기능으로 설명되는 듯함. 오늘날 종교가 일상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민의 비율이 일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달러 이하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80~99퍼센트에 이르고, 일인당 국내총새산이 3만달러 이상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17~43퍼센트에 불과함
- 종교의 남은 네가지 특징-규격화된 조직, 정치적 순종의 설교, 도덕률을 통한 이방인을 대하는 행동의 규제, 전쟁의 정당화-은 소규모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군장사회와 국가가 등장한 후로 나타났지만, 현대 세속국가에서는 쇠퇴했음.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종교의 특징은 규격화된 조직임. 대부분의 현대종교에는 랍비, 목사, 이맘 등이라 불리는 상근 성직자가 있고, 그들은 급료나 삶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받음. 또 대부분의 현대 종교에는 절, 회당, 모스크, 교회라 불리는 성전이 있음. 어떤 종파에서 그 종파에 속한 성전들은 규격화된 경전(성경, 토라, 코란 등), 의식순서, 미술과 음악, 건축, 의상을 사용함
- 서구의 종교사에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의문 중 하나, 즉 무수히 많은 유대교의 작은 종파들이 기원후 1세기에 로마제국에서 서로 경쟁했을 뿐 아니라 다른 종교들과도 경쟁했을 텐데, 300년 후에 한 종파가 그리스도교가 되어 지배적인 종교로 부상한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 대답하기 다소 까다로운 이유가 윌슨의 기본틀에서 밝혀진다. 로마제국 말기에, 그리스도교가 주된 종교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는 적극적인 포교(주류이던 유대교와 달리), 아기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고 대부분의 아기를 성인까지 생존시킬 수 있었던 관습(당시 유대교와 로마의 이교도 신앙, 또 현재의 그리스도교와 달리), 충실한 사회적 시설로 로마인보다 낮았던 전염병 사망률, 용서라는 교리를 꼽을 수 있음. 특히 용서는 다른 뺨을 내밀라는 단순화된 개념으로 흔히 잘못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용서부터 보복까지 상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무척 복잡한 대응시스템의 일부임. 모의 게임 형식을 빌려 행한 실험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는 당신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을 용서할 때 미래에 당신이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음
- 규칙을 바꾸거나 혼란스러운 정보를 제공하는 시험에서 이중언어 사용자의 우위는 언어와 관련된 과제에서만 나타날 거라는 예상이 처음에는 지배적이었음. 하지만 이중언어 사용의 이점은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공간과 색과 양에 관련된 비언어적 과제에서도 나타남. 그렇다고 이중언어 사용자가 모든 면에서 단일언어 사용자보다 뛰어나다는 뜻은 아님. 규칙이 바뀌지 않은 과제, 무시해야 할 현혹시키는 암시가 없는 과제의 수행능력에서는 두 집단의 차이가 없음. 하지만 우리 삶은 현혹시키는 정보와 변화무쌍한 규칙으로 가득함. 위의 사소한 시험에서 나타난 이중언어 사용자의 이점이 혼란스럽고 변덕스러운 실생활에도 적용된다면, 이중언어 사용자가 단일언어 사용자보다 유리하다는 뜻이 됨
-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인간 유전자의 대부분이 신장의 나트륨 처리에 관계하는 단백질 유전암호를 지정한다는 사실도 고혈압인 사람이 신장이 고혈압의 근원이란 걸 가리키는 증거임. 우리 신장은 두단계로 나트륨을 배출. 첫 단계에서는 신장관의 입구에 있는 사구체라는 여과장치가 염분을 함유한 혈장을 걸러낸 후에 신장관에 보냄. 다음 단계에서는 이렇게 여과된 나트륨의 대부분이 신장관을 지나는 동안 혈액에 다시 흡수되고, 다시 흡수되지 않은 나트륨이 소변으로 배출됨. 두 단계 중 어느단계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고혈압으로 이어짐. 나이가 들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향을 띠는 이유는 사구체의 여과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고혈압인 사람의 혈압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신장관이 나트륨을 더 많이 재흡수하기 때문. 어떤 경우이든, 즉 나트륨을 걸러내는 여과기능이 떨어지든 재흡수되는 나트륨이 많아지든 나트륨과 수분이 많아지고, 혈압이 상승함
- 인류의 역사에서 소금통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간이 소금을 얻기 힘든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신장에 염분을 효과적으로 보유하는 사람이 땀의 발산이나 설사로 염분을 잃는 경우를 이겨낼 수 있음. 그러나 소금을 언제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런 기능을 지닌 신장은 유해물이 되고 말았고,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과도한 염분축적과 고혈압으로 이어졌음. 이런 이유에서, 또 많은 사람이 소금을 구하기 힘들던 전통적 생활방식을 버리고 슈퍼마켓의 소중한 고객이 되는 삶을 선택한 때문에 고혈압이 세계전역에서 유행하게 되었음. 수만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염분 결핍의 문제를 너끈하게 견뎌낸 조상들의 후손인 우리가 이제는 로스엔젤레스의 길거리에서 소금과다의 문제로 죽어가는 사람이 됐다는 것은 진화의 아이러니임
- 왜 가공식품 제조업자들은 그렇게 많은 염분을 가미하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값싼 맛없는 식품을 먹음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또 다른 이유는 육고기에 염분 함유량을 높이면 육고기 자체에 함유된 수분, 즉 결합수의 무게가 올라가서 결합수만으로 최종 상품의 무게가 20% 정도 증가하기 때문. 이런 식으로 제조업자들은 육고기 자체의 양을 슬쩍 줄이고는 똑같은 값을 받지만, 슈퍼에서 판매되는 가공육은 83%만이 원래의 육고기이고, 17%의 결합수가 더해진 것임. 하지만 염분이 갈증을 유발하는 결정요인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임. 염분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액체를 마실 수 밖에 없음. 그런데 미국인과 유럽인이 마시는 액체의 상당량이 청량음료이거나 생수임. 이런 음료들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바로 우리에게 갈증을 유발하는 짭잘한 스낵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회사임. 마지막으로 하나의 이유만 더 덧붙이며, 대중이 이미 염분에 중독되어 소금기 없는 식품보다 소금맛을 더한 식품을 더 좋아하기 때문.
- 인슐린의 순효과 덕분에 우리가 끼니마다 먹는 음식을 지방으로 저장해서 이미 저장된 지방을 분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함. 30년전, 이런 사실에 영감을 받은 유전학자 제임스 닐은 당뇨병의 원인이 절약 유전자형일 거라고 추측. 다시 말하면, 그 유전자형을 보유한 사람은 음식물로 섭취한 포도당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효율성이 뛰어날 거라는 추측. 예컨대 혈액에서 포도당 농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인슐린을 신속하게 분비하는 사람들이 있음. 이처럼 인슐린을 신속하게 분비하도록 명령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은 음식물로 섭취한 포도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혈액의 농도를 높일 틈도 없이 포도당을 지방으로 격리할 수 있음. 때때로 식량이 풍부할 때 이런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은 음식을 한층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지방을 저장하고 신속하게 살을 찌움. 따라서 그후에 닥치는 기아의 시기를 한층 여유롭게 이겨낼 수 있음. 이런 유전자는 풍요와 기아가 예측할 수 없이 반복되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서는 유익했겠지만, 현대에서는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됨. 우리가 운동을 등한시하고 슈퍼에서 먹을 것을 구입하며, 날마다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 결국 많은 사람이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당분이 많은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지금, 절약 유전자형이 재앙의 청사진으로 돌변함 셈. 따라서 우리는 뚱뚱해짐. 굶주림에 시달리며 지방을 소비할 틈이 없기 때문. 그래도 우리 췌장은 끊임없이 인슐린을 분비하다가 결국 그 능력을 상실해버리거나, 근육세포나 지방세포가 인슐린에 저항성을 띠게 됨. 그렇게 되면 우리는 결국 당뇨병 환자가 됨
- 당뇨병과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를 지닌 실험실 쥐가 정상적 쥐보다 굶주림을 잘 견딤. 따라서 때때로 닥치는 기근의 시기에는 그런 유전자가 유리함. 이스라엘 사막쥐는 식량부족이 번질나게 닥치는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돼 있기 때문에, 서구화된 식량이 넉넉하게 제공되는 실험실에 갇혀 지내면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며, 뚱뚱해지고 당뇨병에 걸림. 그러나 이 사막쥐에게 먹이를 제한하면 이런 증상들이 사라짐. 따라서 당뇨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지닌 실험실 쥐와 이스라엘 사막쥐는 풍요와 기아가 반복되는 전통적 조건에서는 신속하게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명령하는 절약 유전자의 이점과 슈퍼마켓 조건에서는 그런 절약 유전자의 단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동물 모델로 여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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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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