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리

1978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173편 비행기가 낸 추락 사고는 두고두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이 착륙장치 이상에만 매달리다가 연료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장에게 보고하지 못했고, 결국 연료부족으로 포틀랜드국제공항을 10㎞쯤 앞둔 곳에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다들 착륙장치에만 매달려 있었을 때 누구 한사람이라도 “다른 곳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 3월13일자 A26면 ＜최고의 해결책은 합의 아닌 ‘NO’에서 나온다＞ 기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다수의 함정’에 빠져드는지를 일깨워줍니다. 미국 TV에서 방영된 ‘몰래카메라’ 실험 결과가 단적인 예입니다. “실험도우미 세 명과 이들의 정체를 모르는 일반인 한 명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히자 도우미 세 명이 일제히 엘리베이터 뒤쪽 벽을 향해 돌아섰다. 일반인도 따라서 돌아섰다. 도우미들은 얼마 뒤 옆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잠시 멈칫하는 듯 하던 일반인도 방향을 틀었다.”

심리학자인 샬런 네메스 UC버클리 교수는 실험결과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자신은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인지한 뒤에도 다수의 행동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70%가 회사 내에서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도 지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적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포기와 더불어 ‘아무 말 하지 않는 다수’의 시선이 두려워서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수 의견이나 행동을 쫓는 것은 사회나 조직에 큰 비용을 치르게 합니다. “사람들의 사고 방향을 교묘하게 틀어놓는다. 다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다수의 입장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사고한다.” ‘합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다수의 의견이 창의적인 사고를 막게 되는 것입니다. 다수 의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반대 의견은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방향을 바꿔준다. 무엇보다도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준다.”

네메스 교수는 “올바른 의사결정 과정이 올바른 선택을 이끌며, 좋은 의사결정은 확산적 사고를 내포한다”고 강조합니다. ‘확산적 사고’란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정황의 모든 측면을 살펴 사실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쁜 의사결정은 그 반대입니다. “수렴적인 사고로, 한쪽으로만 치우친다. 기존 입장을 지지해줄 정보만 찾고 다른 가능성의 여지는 무시한다.”

이렇게 중요한 ‘반대 의견’을 사회나 조직 내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들의 용기에 앞서 리더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조직을 잘 운영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반대 의견을 그저 ‘용인’하는 게 아니라 ‘환영’할 줄 알아야 한다. 반대 의견이 틀렸을 경우라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