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산하는 날

경제 2020. 3. 27. 07:29

- 서구의 실질적인 우위가 침식되고 해가 갈수록 그 침식의 속도가 빨라지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세 가지.
첫째, 서구(특히 미국)는 오늘날 경쟁상대로 떠오른 신흥국가들을 정치적·군사적 선택에서 배제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따돌려왔다. 이들 국가는 여전히 서구국가와 교역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선 이를 갈면서 불신감을 키워왔다. 그 결과는 자연히 든든한 동맹관계보다는 분열을 촉진했다. 이윤동기가 없다면 신흥국들이 서구와 교역할 필요가 없거나, 아예 교역하려 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둘째 이유는 토머스 프리드먼이 설명했듯이 세계가 평평해졌기 때문. 운송과 통신, 제조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술의 이전이 한층 쉬워졌 다. 바로 서구의 기술적 · 경제적 우위가 이를 가능케 했고, 그 결과 자 연스럽게 세계가 최선의 기술과 지배구조의 표준을 채택하게 됐다. 그 러나 과거 한때 서구가 독점적으로 가졌던 이러한 이점은 시간이 가면 서 전 세계로 흩어졌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셋째 원인이야말로 이 책 『미국이 파산하는 날』이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것. 과거 50년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됐고 가장 유리한 위 치에 있었던 나라들이 일련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경제정책을 통해 한때 그토록 견고했던 지위를 송두리째 잃게 되었다는 점이다.
- 비록 1930년대의 경제위기를 끝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은 미국 자본주의를 재건하고 정부의 '보이는 손 에 새롭고 역동적인 역할을 부여하려는 시도였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자유기업을 지지했지만 '뉴딜정책' 은 정부로 하여금 휘청대는 경제를 종합적으로 조율 · 감독 지도하게 했다. 민간기업을 추종하기보다는 이끌어나가며, 대규모 공공사업을 집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미국으로 하여금 서유럽을 붕괴시킨 전쟁에서 활 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실제로 가능하게 한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미국은 그때까지 남아 있던 여러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제2 차 세계대전을 통해 자신의 산업·군사 분야의 역량을 최상의 경제적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제2 차 세계대전은 미국에 단순히 정치 · 군사적으로 필요했다기보다는 만 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맞이한 경제적 기회였다. 예를 들어 1941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무기 대여법(Lend-Lease Act)에 서명했는데, 이 법은 미국의 동맹국에 필요한 모든 군사 장비를 판매 · 교환 · 대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50억 달러(2007년 가격으로 7,000억 달러에 해당)어치의 군수물자(전함, 기관총, 어뢰정, 잠수함부터 군화에 이르기까지)가 대서양을 건너 피폐한 유럽의 동맹국으로 수송됐다. 유럽은 무기대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막대한 부채상환부담을 지게 됐다. 영국은 50년이 지난 2006년 마지막 날 83억8,400만 달러의 무기대여 부채를 최종 상환했다. 미국은 그 결과 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에 경제적 정점에 오르게 된다. 무기대여 덕에(물 론 마셜플랜은 전혀 다른 구상이었다) 미국은 최고의 제조업 국가가 됐다. 당시 미국이 취한 행동은 정치적 필요성과 경제적 실용성이 결합된 것이었다. 해외로 선적될 재화의 제조는 단지 동맹국을 돕기 위한 정치 적 행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동시에 미국경제를 부양하는 데 큰힘이 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위대한 개입 의 결과는 거의 모든 수준에서 압 도적이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덕에 완만하게 성장하던 미국 경제는 세계의 제조업 공장으로 변모했다. 1944년 말 미국의 실업률은 민간 노동력의 단 12%로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사상 최저기록인 이 수치는 그 후에도 결코 깨진 적이 없 었다. 대공황이 최악에 이른 시점에는 당시 미국 노동력의 4분의 1에 해 당하는 1,500만 명이 실직 상태였다. 미국의 국민총생산(GNP)은 1939년 880억 달러에서 1944년 1,350억 달러로 5년 동안 연평균 8.8퍼센트씩 증가했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국가의 모든 자원이 제조업에 총 동원됐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됐다. 전쟁이 끝 IS 났을 때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는 파산상태였다. 일본은 모든 것이 자원전쟁 결핍돼 있었고 유럽은 재정적으로 파산했으며, 영국은 국고에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미국만이 의문의 여지없는 유일한 경제적 강자로 남았다.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유일하 게 잃은 것은 인명 손실뿐이었다.
- 매디슨의 통계는 신세계와 대비한 구세계 유럽으로부터 중국과 인도, 그리고 그 후 미국에 이르기까지 성장과 인구, 인프라스트럭처(사회기반 시설)의 규모에 대한 추정치를 담고 있다. 매디슨의 통계자료가 가지는 독특한 장점은 16세기 이후 세계의 각 경제권이 개별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각 경제권의 상호관계가 시간의 경과 에 따라 어떻게 확장되거나 축소됐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장 흥미로운 수치 가운데 하나는 1820년 세계 GDP에서 각 경제권 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그 당시 중국이 차지한 GDP 비중은 32.4퍼센트 로 그 어떤 지역보다도 컸음은 물론 유럽(26.6퍼센트)과 미국(1.8퍼센트), 일본 (3퍼센트)을 합친 것보다도 컸다. 이런 중국의 우위는 중국산 자기와 비단, 목면, 그리고 차에 대한 일견 탐욕스러워 보일 정도로 왕성한 서 구의 수요에 의해 유지되었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차 수입 규모는 1822 년 전체 수입액의 36퍼센트에서 1800년에는 전체 수입액의 무려 65퍼센트까지 늘어났다. 1800년대 초 인도경제 역시 놀라울 정도의 호조를 보였다. 인도경제가 세계 GDP에서 점한 비중은 비록 중국이나 유럽(약 23퍼센트)과 맞먹었던 1700년대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820년까지만 해도 16퍼센트로 여 전히 세계경제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인도경제의 호조는 차와 면화의 꾸준한 수출과 급속하게 확대되던 아편 무역에 힘 입은 바 크다. 그리고 인도에는 1870년부터 1913년 사이 약 5만km(3만 1,250마일)의 철도가 신설됐는데, 이 길이는 뉴욕에서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거리의 거의 10배에 이른다. 1820년부터 1890년까지 70년 동안 세계 GDP에서 점하는 중국의 비중은 거의 40퍼센트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은 13.8퍼센트로 거의 14배나 늘었다. 1890년 무렵에는 지난 100년간 이어진 서구 의 경제적 지배라는 구도가 확고하게 자리잡기 시작한다. 산업혁명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아 일어서기 시작한 유럽(주로 영국)은 세계 GDP 비 중이 40퍼센트에 이를 만큼 선도적 위치로 뛰어오른다. 이 시기에 중국 과 미국은 똑같이 세계 GDP의 13퍼센트씩을 차지했는데, 물론 둘 사이의 차이는 중국이 급속하게 쇠퇴하고 있었던 데 반해 미국은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는 점이다. 1950년이 되자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보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이른바 '전후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활황기에 접어들었고, 두 지역을 합친 GDP가 세계 GDP의 무 려 60퍼센트(미국의 몫이 30퍼센트에 근접)를 차지하면서 세계경제를 이끄 는 주도적 위치에 우뚝 섰다. 이 무렵 하락세를 막을 길이 없었던 중국 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퍼센트로 거의 바닥까지 추락했 고, 그 후 25년간 GDP 비중이 5퍼센트 언저리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 역시 GDP 비중이 3.8퍼센트로 보잘것없 는 수준에 머물렀다. 오로지 핵폭탄을 맞은 일본만이 GDP 비중 3.4퍼 센트로 인도보다 뒤처졌을 뿐이다. 1949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군이 패퇴한 뒤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의회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했다. 그는 중국은 근대적인 중앙집권 국가가 아니며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은 이전의 정권들이 겪었던 것만큼이나 많은 통치의 어려움을 겪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세계관은 미국과 유럽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주도적 위치에 있었던 1978 년까지 확실한 것으로 보였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 역시 파국적인 경제 파탄을 겪은 끝에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저 수준 인 3.4퍼센트로 떨어졌다. 그러나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럽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하게 27.9퍼센트를 유지한 반면, 미국 의 비중은 기술혁신을 통해 제조업 호황을 이룬 일본의 재기에 밀려 7 퍼센트포인트나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시대가 막 시작됐고, 일 본의 기술혁신은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세계경제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서구의 시대였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여타 국가들은 아직 세계경제 무대에 등장하기에는 일렀다.
- 기업의 소유주(주식청구권자) 입장에선 위험을 더 많이 무릅쓸수록 잠 재적인 기대이익은 더 커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산가치의 변동성 이나 부채 수준으로 측정되는 위험과 기대수익 사이에는 직접적인 정 (正)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식청구권자는 더 많은 변동 성과 더 많은 부채 수준을 선호하기 마련이고, 결국 더 큰 위험을 무릅 쓰기 쉽다. 대개 기업세계에서는 주식청구권 소유자(주주)가 일상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기업의 장래에 대한 핵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표준 적인 관행이다. 물론 주식청구권자와 부채청구권자는 다 같이 기업가치 가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 부연하자면, 어떤 회사의 주어진 기대 기업가치에 대해 주식청구권자는 부채청구권자보다 기대 기업가치의 변동성 또는 변화폭이 커지기를 더 선호한다. 지금부터 이 점을 자세히 살펴본다.
- 주식보유자와 부채보유자는 다 같이 기업가치가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하고, 이 점에서는 상호 협력관계에 있다. 그러나 주식청구권자는 기업가치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더 모험적인 선택)을 받아들일 용의 가 훨씬 더 크다. 특정한 자산 가치에 대한 기대수익이 주어졌을 때 주식청구권자는 기업가치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 기댓값이 올라간다. 그 리고 앞서 보여준 것처럼 부채청구권자의 기댓값은 기대 기업가치에서 기대 주식청구권을 뺀 것이다. 물론 앞에서의 예와 같이 주식청구권자는 선택권(옵션)을 매입하는 입장(포지션)인 반면 부채청구권자는 옵션을 매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변동성에 대한 부채청구권자의 욕구는 주식청구권자와 정반대다.
- 변동성과 위험, 부채수준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두 청구권자(주식보유자와 부채보유자)는 입장이 확연히 다르며, 서로에 대해 경쟁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청구권자가 변동성을 환영하고 부채의 증가를 선호함으로써 스스로 위험 추구형 (Riskdoving)이 되는 반면, 상대방인 부채청구권자는 정반대의 입장이 된다. 즉 부채청구권자는 변동성을 극도로 싫어하고, 부채가 쌓이는 것을 꺼리는 위험 회 피형 (Risk-averse)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에서 부채청구권자가 주식청구권자의 무분별한 야심을 제어하는 브레이크나 자동 경고장치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부채청구권자가 그런 역할을 하는 동기는 주식청구권자의 과도한 욕심을 엄격하게 감시함으로써 자신의 돈을 되돌려 받 겠다는 것이다. 야구 용어를 빌리자면, 부채청구권자는 홈런보다는 단 타를 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셈이다. 따라서 바니 프랭크 같은 정부관리가 경영진은 주주에 대해 회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의를 다할 의무를 진다' 고 말하는 경우, 위험 추 구야말로 정확하게 주식보유자가 경영진에게 기대하는 일이라는 본질적인 요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위험 추구는 경영진이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이유이자,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경영진에게 성과급이 주어지는 이유다. 위험은 경영진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 1930년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내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하 주택소유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을 때, 미국 정부는 과연 무 엇을 위해 그런 정책을 폈는지 충분히 알지 못했다. 모든 사람에게 내 집을 마련해 주자는 그럴듯한 명분에 현혹된 정책입안자들은 뜻하지 않 게 지난 50년간 계속된 빚 권하는 문화' 를 시작했고, 경제적 몰락의 길로 확실하게 들어선 세대를 양산해냈다. 미국의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자가소유 비율은 1930년 47.8퍼센트에서 1960년 61.9퍼센트, 2000년에 66.2퍼센트로 높아져 왔다. 서구 각국의 정부는 우리 안에 있는 거주목적의 주택보유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대신, 투자목적의 주택소 유자만을 부추김으로써 모르는 사이 부채의존형 (레버리지) 문화가 만연하도록 조장해 왔다. 그로 인해 이제는 서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감당할 능력을 훨씬 넘어선 방만한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서구 국가의 정부와 가계는 모두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만큼 불어난 빚더미 에 파묻혔다. 유일한 탈출구는 인플레를 통해 부채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 서구 정부들은 보조금 지원을 통해 광범위하게 주택소유를 장려하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서구세계에 득 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끼쳤고, 사실상 서구경제 전체의 몰락에 기여한 꼴이 됐다. 이러한 전략은 다음 두 가지 형태로 주도면밀하게 실행됐다.
(1)담보 대출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담보대출 이자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개인들이 차입하도록 유인을 제공했다.
(2)담보대출 금융기관에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이들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을 취급할 동기를 부여했다. 두 번째의 경우, 여기서 문제는 미국의 담보대출 취급기관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이 묵시적으로 정부의 보증을 받는 한편 동시에 영리목적의 사기업이라는 점이다.
- 경제가 취약한 상태에 있을 때 부채를 늘리는 것이 단기적으로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정책은 위기 이후 이행기에 쓰이는 전통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부채의존도가 작은 사회가 바람직스럽 기는 하지만, 정부 개입이 없는 위기상황에서처럼 부채 상환(디레버리 징)이 너무 빠르게 일어날 경우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 때 문에 각국 정부는 이행과정이 점진적이고 질서 있게 이루어지도록 부채 를 통한 자금조달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번 위기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은 민간 차입이 공공 차입으로 대체된 것뿐이다. 이로 인해 공적자금 지원을 통한 부채 축소 과정이 결국은 채권보유자와 주식보유자들의 배만 채워주는 불행한 결과를 빚고 말았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다른 선진국에서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정책대응은 이자율을 낮추거나(개인들이 더 많은 빚을 통해 파산을 모면할 수 있도록 은행이 개인에 대한 대출 수준을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정부 스스로가 더 많은 부채를 떠안는 것 등 두 가지 정책의 조합으로 거의 일관해 왔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대폭 줄이며, 자신의 재력 범위 내에서 생활할 것을 장려하는 등 근본적이고, 보다 지속가능하며, 경제체질을 강 화시키는 다른 정책의 선택은 정치적으로 입에 맞지 않았고, 그 후에도 내내 그랬다. 2009년 6월 몇몇 영국 은행이 대담하게도 담보비율이 무 려 125퍼센트에 이르는 대출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위기에서 얼마나 배운 게 없었으며, 서구 사회가 빚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 얼마나 홀려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상기시켜줬다. 마찬가지로 놀라운 일은 영국의 은행들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에게 생활비는 신용카드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권했다는 것이다.
- 은행의 소유구조는 부채에 대한 지급의무를 소유자가 지는 동업형태의 구조에서,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부채와 예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주식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상업은행으로 바뀌어왔다. 이에 따라 은행 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구조가 매우 복잡한 금융수단을 통해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꾸준히 높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초 파생상품 계약의 잔액은 직전 10년간보다 5배나 불어난 약 100조 달러에 달했다. 무엇보다 잘 운영되는 동업회사라면 자신의 자금을 태생적으로 위험 성이 높고 구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CDO나 MBO, ABS 등 알파벳 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파생상품에 남김없이 투자하는 위험을 무릅썼겠는가.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손실을 부채에 대한 보증으로 보전받는 은행이라면 위험 추구의 향연에 빠지기 십상이었을 것이고 실 제로 그랬다. 은행의 경영진은 부채에 대해 정부의 보증을 받음으로써 자신들의 위험을 회피한 가운데 주주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매진할 수 있었다. 은행의 이런 행태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된 원인이다.
- 주택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촉진하는 정부 보증제도 하에서, 유일한 승자는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수준을 낮추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더 작은(싼) 집을 살 수 있 는 사람들뿐이다.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이제 대학 기숙 사를 떠나 부동산 사다리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생애 최초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하고, 나중에 아내와 자녀들이 살 수 있을 만큼 더 크고 더 비싼 집으로 옮기려는 한 젊은이를 생각해 보자. 그는 각 단계마다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물론 처음 구입한 작은 아파트 값 이 구입 당시(T1이라고 하자) 보다 큰 집을 장만하기 위해 파는 시점(T2라고 하자)에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T2에는 침실 네 개짜리 아파트 값 역시 올랐을 터이므로 그는 작은 아파트 매각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 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이러한 에스컬레이터 효과(주택구입비용 상승 효과)는 자녀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 격이 더 오르게 되면 젊은 세대로부터 나이 든 세대로 부가 이전되는 효 과를 낳는다. 주택소유자는 은퇴 시점에 이르러 큰 집을 처분하고 작고 싼 집으로 옮기면서 현금차액을 챙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주택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주택시장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흡사 은퇴하거나 죽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주택시장 붕괴와 금융위기를 예고 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가 주택에서 얻는 실질수익은 장기적으로 제로(0)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주택가격이 본질 적으로 인구통계학적 분포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 서구 세계 전역의 연령대별 인구분포는 젊은 사람보다 노년층의 인구가 많아지는 쪽으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이 은퇴 시점에 도달하는 가운데 갈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적어지는 시기가 조만간 닥칠 수 있다. 팔려고 내놓은 집은 더욱 많아지고 살 사람은 더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폭락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 "여러분은 여러분이 있고 싶은 곳이 아니라 여러분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 부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사이 부채의 공급 또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크게 늘었다. 첫째는 누군가가 주로 중국이 게걸스러운 부채 수요에 대해 기꺼이 자금을 대주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전략은 처음부터 서구와의 관계에서 중상주의적 접근을 채택하는 것이었다. 즉 이윤과 가격 책정을 신성시하는 이윤 최대화보다는 가격에 별로 상관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이 파는 외형 극대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미국의 무기대여 프로그램이 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 시장에 돈을 빌려줌으로써 미국인들이 그 돈으로 중국 상품을 사도록 할 수 있다면, 기 꺼이 손해를 볼 용의가 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다만 이번에는 출연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미국은 유럽에 총과 탄약을 팔고, 유럽이 필요로 한 생 필품을 제공했다. 중국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세계가 원하는 모든 것 을 전 세계에 내다 판다. 2차 대전 이후의 미국과 오늘날의 중국의 유사 성은 단지 두 나라가 모두 세계 최대의 상품 생산 및 판매국이 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부를 이루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의 유사성은 그보다는 훨씬 깊이 들어간다. 오늘날의 중국과 당시의 미국은 모두 자신들의 생산물을 사주는 나라를 채무국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아주 능란하게 전 세계에 역설적이지만 특히 미국에 소비재를 공급하는 한편 돈을 적극적으로 빌려주고 그런 의존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다.
- 시간이 가면서 미국의 가계와 기업, 개인들의 재무구조(특히 재무제표상의 자산 구성)는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자산이 많은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에서 네거티브 캐리 (Negative Carry)로 바뀌었다. 여기서 네거티브 캐리는 서비스나 주택처럼 현금흐름을 산출하지 않거나 무 형의 편의성만을 낳는 자산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사회 전반에서 대차대조표상의 자산구성이 포지티브 캐리에서 네거티브 캐리로 조직적으로 변경되었다. 포지 티브 캐리인 대차대조표에서는 자산에 의해 창출된 현금흐름이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에 필요한 금액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고, 누적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시간이 가면서 지속적으로 대차대조표상의 자기자본 으로 축적된다. 반면에 네거티브 캐리의 대차대조표에서는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을 위해 필요한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매각해서 생 긴 (최초 취득가격보다 매각가격이 높을 경우에 한해) 자본이득이 있어야 하고, 이 수익이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 쓰인다. 물론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의 가격이 떨어져서 최초의 취득가격보다 낮아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불가피하게 버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발생한 생산적인 버블이 그나마 최선이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계 속된 IT 호황이 좋은 예다. 버블이 터진 후에 주식가치는 증발해 버렸지만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신용 수축을 부르는 악성 디레버리징(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감축)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실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더욱이 사태가 진정됐을 때에는 생산적인 자산이 마침내 적정한 제 가 치를 회복했고, 다시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생산적인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 최악의 버블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발생하는 자산 버블이다. 1986년부터 90년까지 일어난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바로 그러한 예다. 닛케이 225지수(일본의 주가지수)는 1989년 12월 38,915로 정점에 도달했 다. 버블이 꺼지자 금융시스템은 작동을 멈췄고, 그 여파로 아무런 잘못 이 없는 우량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무너졌다. 토지가격과 주가 는 대혼란 속에 가치의 60퍼센트가 날아갔고,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일본 GDP의 6.5퍼센트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 이상이 들었다.
- 서구에서 자본이 잘못 배분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노동 역시 배분이 왜곡돼 왔고, 그것이 서구에 해를 끼치는 원인이 됐다. 서구 선진국 전반에 걸쳐 성장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노동은 적어도 세 가지 방식으로 잘못 배분되고 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금 계획이 급속히 도입됨에 따라 뜻하지 않게 노동계약의 가격이 광범위하게 왜곡됐고, 그로 인해 노동비용이 실제보다 싼 것처럼 보이게 됐다. 숨겨진 연금비용을 미래로 이연시킨 것(본질적으로는 임금 지급을 미룬 것)이 오늘날 서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둘째, 생산적인 산업보다 서비스 부문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적 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운동선수나 CEO, 헤지펀드 매니저 등 사회적 편익이 비교적 협소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연봉과 보상이 돌아간 반면, 의사나 간호사, 교사와 같이 사회적 이득이 넓게 퍼지는 부문에는 덜 돌아갔다. 이처럼 노동 가격의 신호가 왜곡되면서 인력의 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셋째, 노동의 국제적인 이동을 규제하는 법령이 갈수록 더 엄격해지 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취업 전망이 밝아 인재이동의 최고 목적지로 알려졌지만, 오늘날 미국의 정책은 미국이 글로벌 인재집단을 자기 나라로 끌어들이기가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럴수록 미국에 손해가 되는데도 말이다.
- 서구에서 공학은 이제 구식이 돼 버렸다. 1950년 대와 196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촉망받는 인재들은 대 부분 물건을 만들어내는 거칠고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발명하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상위 10퍼센트의 인재들이 모두 서비스 산업, 특히 선망되는 금융업과 컨설팅업에 몰려들었다. 과거에 대학 졸업자들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석유회사의 엔지니어나 국무부의 외교관처럼 무언가 실질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었다. 그러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석유회사나 IBM 같은 기술기 업에서 관리자가 되었다. 대졸자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투자은행가나 경영 컨설턴트처럼 떠드는 사람'이 되더니, 급기야 헤지펀드나 사모투자펀드의 펀드 매니저 같은 투기꾼이 됐다.
-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2005년에 발간한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에서 시카고 남부지역 마약 판매상들의 수입 구조를 분석했다. 이곳에서는 마약조직의 최상위 계급이 수백만 달러를 버는 반면, 말단 조직원들은 주당 몇 백 달러밖에 챙기지 못한다. 말단 조직원들은 언젠 가 운이 좋으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믿음 속에 적은 돈을 받고도 기꺼이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무지개의 끝에 걸린 잠재적 거금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에게 그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처럼 환상에 불과하다. 수백 명의 말단 조직원들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수입 구조는 다음 과 같다. 큰돈을 벌 수 있을 작은 확률에 잠재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을 곱한 것이 큰돈을 벌지 못할 큰 가능성에 실패 즉, 체포되거나 부상당하거나, 죽는 경우의 비용을 곱한 것보다 크다는 계산이다. 그러 나 이것은 헛된 꿈이 불러온 로또 효과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것이 마약세계의 보수체계가 작동하는 원리라는 것을 이해하는 듯이 보이지만, 이런 원리가 합법적인 영역에도 똑같이 적용되 고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마약세계의 말단 조직원들처럼 서구의 수많 은 청소년들이, 때로는 부모들의 진지한 격려까지 받아가며 최고의 농 구선수나 축구선수, 또는 테니스선수가 되기를 열망한다. 재능이 있건 없건 관계없이 말이다. 결국 극소수만이 빅 리그까지 갈 수 있을 뿐인데도 그들이 한사코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들 중 대부분이 결코 거 기까지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데이비드 베컴이나 마이클 조던 같은 슈 퍼스타들의 이면에는 슈퍼스타가 되기를 열망했으나 좌절한 수많은 지 망생들이 가려져 있다. 슈퍼스타가 되려는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는 바 람에 유용한 다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사회에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채택할 만한 좋은 정책이 있을 법 하다. 스포츠 스타 등 고소득자에게 '특별' 세금을 물리고, 여기서 거둬 들인 돈을 빅리그까지 가지 못한 수많은 탈락자들을 지원하는 보조금 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개념적으로 이 '고소득자 특별세' 는 기업에 부과되는 환경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금의 상당 부분이 최상위 스 포츠 스타의 연봉으로부터 공동체 기금으로 이전됨에 따라, 스포츠 스 타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이런 분야에 몰리는 사람들의 수도 줄 어들게 될 것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로널드 H. 코즈의 정리를 적용한다. 면, 사회적 외부효과의 비용을 행위자에게 부담시키고, 외부효과의 비용이 거래되도록 허용해야 마땅하다. 다른 대안으론 이러한 고소득자를 만들어 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미 대학체육협회(NCAA) 같은 기구에 특별세를 물리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경제활동은 단순히 잘 산다는 것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경제력은 아마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일 것이다. 주요 국가 사이에서 군 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 경제력은 국가 간의 우위를 결정하는 데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 인들은 현재의 도전에 대해 우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새뮤얼 헌팅턴이 왜 국제적 패권이 문제가 되는가』라는 책에서 일본의 도전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1989년 일본 기업이 뉴욕 록펠러그룹 빌 딩을 8억 4,600만 달러에 매입한 사건은 당시 일본의 상승세를 상징했다. 헌팅턴이 10년만 늦게 통찰력을 발휘해 책을 썼다면 미국이 아마 아주 다른 경쟁자와 맞서고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 중국은 부채에 대한 서구의 끝없는 탐식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자신이 생산한 제품을 살 돈을 대출의 형태로 서구에 대주었다. 중국은 서구를 부채의 성채에 가두고, 도저히 빠져나오기 어려운 의존성을 고착시켰다. 미국은 중국제품에 대해 대출이라는 형태의 입장료를 매기는 것을 두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생각 임이 드러났다. 결국 흥청망청 소비에 사로잡혀 빚더미 속에 허우적거 리는 것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내에서 돈을 빌리고, 그 돈을 중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의 생산에 사용했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중국이 문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마치 낙타를 천막 안에 들여놓고 자신은 쫓겨났다는 아랍 상인에 관한 오래된 우화처럼, 미국은 어느덧 문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그 사이에도 중국인들은 계속 밀려들어오고 있다.
- 미국 정부가 인프라스트럭처를 깔아줌으로써 기업가 정신과 경제성장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 것은 멀리 카우보이 시절까지 거슬러 올 라간다. 펠릭스 로하틴은 『대담한 노력 정부는 어떻게 미국을 건설했으며, 왜 지금 다시 재건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선명하고 설득력 있게 피력한다. 그는 당시에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장차 미국의 운명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공공사업의 길을 열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가 언급한 주요 공공사업은 대륙횡단철도 건설과 이리 운 하의 건설, 재건금융법 제정, 테네시 계곡 개발청 설립, 그리고 미국 현 대화의 초석을 놓은 주간 고속도로 건설 등이 포함된다. 또 19세기에 인 프라스트럭처를 까는 인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 육군이 배치됐다는 사례도 소개한다. 로하틴이 지적한 대로 미국의 도로와 교량, 학교와 병원, 공항과 철 도, 항구와 댐, 송수관과 항공관제 시스템 등 전체 인프라스트럭처가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점점 많은 사람이 받아들 이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제기되어야 할 질문은 이런 상황을 이른 시일 내에 바로잡기 위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쓰이는 자금, 특히 민간 자금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사 업에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뉴요커들에게 맨해튼이나 뉴욕시의 다른 5개 구가 마지막으로 새로운 다리나 운하를 건설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반면에 뉴욕 메츠와 뉴욕 자이언츠, 뉴욕 양키스 등 프로 운동경기 구단들은 모두 최근에 전용 스타디움을 지었다. 노후화되고 약화되는 인프라스트럭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미국만은 아니다. 『블레어 이후의 영국-자유당의 과제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은 영국의 운송 인프라스트럭처의 상태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 는 주요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를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산업협회(CBI)를 위한 조사에서 응답한 기업의 51퍼 센트는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영국의 명성이 수송 문제 때문에 심각 하게 손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서구는 정치적 자유, 특히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말로 표현된 정치모델과 합리적이고 완전하며 비교적 확실한 세계에 기초한 경제 체제를 신봉하고 또 그에 의존해 왔다. 이 세계에서는 개인적 자유 가 사람들을 이기적 동기에 따라 행동하게 하고, 이러한 이기적 행동이 거꾸로 자율적 규제를 낳아 시장을 견제한다. 2008년까지 이러한 체제 가 최선인 것처럼 보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92년에 출간한 논쟁적인 책 『역사의 종언은 이러한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즉 서구의 모델은 충분히 검증되었으며 더 나은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 이외의 여타 국가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약 간 냉소적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견해를 취했다. 그들의 정치 · 경제 체제는 국가에 대한 완강한 믿음과 개인의 행동과 동기에 대한 의심스러 운 우려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그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방치된 개인들의 인간적인 탐욕은 항상 다수 또는 사회 전체의 희생을 대가로 소수만 혜택을 보는 균형에 이르게 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서구의 소득 불균형 과 함께 자신들 내부의 정실인사와 기득권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자신 들의 태도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이 세계의 불합리성 과 불완전성, 불확실성을 목격한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서 경제를 파 탄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오직 정부뿐이며, 그것도 오직 강한 정부만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혔다. 2008년 위기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국유화와 정부개입 강화, 엄격한 규제의 요청이 이들의 견해를 더욱 강화시켰을지 모른다. 개인주의에 그토록 집착해 온 서구가 인간 본성의 위험성과 변덕스러 움을 무시한 반면, 거대한 단일사회로만 알아온 중국이 오히려 그러한 불안 요소들을 감지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물론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우리는 중국이 서구 의 생활수준을 성취했을 때 어떻게 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신흥국에는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벌어지면 충격이 매우 큰 위험, 즉 팻 테일(Fat Tail)의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있다. 그들의 정치제도는 매 우 불안정하고, 통치 방식은 아직 충분히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되지 않 았기 때문이다. 서구식 제도와 경제체제, 정치 기구와 보상체계에는 분 명히 내재적인 문제가 많다. 그 문제의 대부분은 대리인 위험과 불충분한 정보에 의존한 의사결정이라는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나 신흥국에서는 이런 것들이 반드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 미국의 민간투자는 민간소비와 마찬가지로 1997년부터 2008년 사이 1조3,890억 달러에서 2조1,36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난 이러한 수치들은 실상을 가리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실은 투자의 상당 부분이 주택건설 부문에 몰림으로써 주택시장 버블에 기여했다. 사실 소비가 민간투자를 희생해서 일어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투자의 질이 나빴다는 것이다. 투자의 너무 많은 부분이 비생산적인 부문을 대상으로 삼았다.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사업에 투자가 집중된 것은 미국의 추락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도로나 철도, 공장, 기계처럼 현금을 창출하는 자산에 대한 투자는 경제 전체에 부가가치를 더한다. 반면에 그림이나 휴가, 주택 같은 편의성 자산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모든 것이다. 논평가들과 정책당국자들은 GDP의 일부로서의 소비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래서는 사태의 본질을 볼 수 없다. 단지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너무 많이 산다는 사실에만 주목해서는 진정한 문제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GDP의 일부로서 소비의 증가는 그 자체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소비와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는 것이다. 한 사람의 소비는 다른 사람의 소득이기 때문이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미국 정부가 의료보장 시스템을 만드는 순간을 상상해 보자. 그러면 현재의 의료비 지출은 소비의 일부를 구성 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이를 대신 지출한다면 개인의 소비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GDP에서 차지하는 정부의 몫 즉, 정부 지출은 달 라진다. 의료보장 비용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많으면 정부지출 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재정적자도 늘어난다. 거꾸로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공공의료 서비스가 의료보장 명목으로 물리는 세금보다 싸다면 정부 지출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정부가 민간부문과 같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회계적 관점에서 차이는 없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 정부가 국방 업무를 모두 중단하고, 미국의 육해 공군 병력이 즉각 민간보안회사에 고용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상 상해 보자. 정부의 급여 지급이 급작스럽게 중단되면 정부지출이 크게 줄어들고 민간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어느 경우나 GDP의 일부로 서 소비가 갖는 의미는 거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GDP 구성 요 소 간의 상대적 비중의 변화일 뿐이다. 사실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줄어든다면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 이다. 2000년대 영국 경제가 바로 그와 같은 사례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는 소비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늘어난 반면, 투자는 대체로 정체되거나 때때로 늘어나기도 했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GDP의 일부로서 소비의 증가가 투자나 정부 지출의 비중 변화로 상쇄되지 않고 무역수지 적자의 증가로 상쇄됐다는 점이다. 소비증가에 따른 소득 증가의 대부분이 해외로 새나가 버린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미국의 소비문제 그 자체만을 해결하는 것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고, 정작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더 큰 과제는 무역문제의 해결이라는 것이다.
- 최근 몇 년간 미국인들은 매년 자신들이 번 것보다 8,000억 달러를 더 썼다. 가계부채는 1974년 6,80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14조 달러(미국 경제 전체의 규모와 같다)로 늘었다. 미국의 가계부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에 130퍼센트로 그 이전 10년간의 100퍼센트에 비해 대 폭 증가했고, 1952년의 36퍼센트에 비해서는 거의 네 배로 늘었다. 평 균적인 미국 가계는 13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퍼센 트는 빚을 지고 있다. 1970년 6퍼센트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오명은 오래전에 없어졌 다. 사람들은 19세기 중반 영국인들이 그 정도 빚을 지고 있으면 감옥에 갇히고, 빚을 다 갚기 전에는 풀려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 중국이 미국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판매업자가 구매자에게 물 건을 살 돈을 대주는 것과 같은 일종의 판매자 금융이나 마찬가지다. 중 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에 보조금 성격의 대출을 기꺼이 제공했다. 이 대출은 미국인들이 신용카드 빚과 소비자 대출,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등 온갖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리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이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 지만, 중국 입장에선 적어도 단기적으로 얻을 게 훨씬 많았다. 중국이 미국의 흥청망청한 소비자금을 대주는 대가로, 미국의 소비자들은 중국 에 있는 공장의 생산라인이 계속 돌아가게 하고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 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것은 수백만 명의 국민에게 계속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할 중국 정부에게는 커다란 정치적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외 형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택했다. 더 많은 상품을 해외로 내다 팔수 록 중국 전체로는 이득이기 때문이다. 상품이 시장가격 아래로 팔리거 나 수출에서 이윤이 남지 않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런 방식은 중국에는 맞지만,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서구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과 대출에서 매우 가치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에 미국을 비난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역사상 가장 크고 비생산적인 버블이 된 것(주택) 을 사기 위해 돈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돈을 빌려준 중국 과 그 밖의 나라들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확 실한 보증을 해줬다.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거의 파산 지경에 몰린 것처럼 정말 예상치 못한 '무슨 일 이 벌어졌을 때조차 중국인들은 이 들 기관더러 위험을 줄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미국 정부 를 불러 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지를 상기시킨 후 중국의 대출에 대해 보증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에 더 많은 빚을 지게 됐 다. 그러나 보증을 요구한 중국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대부 분의 미국인들 역시 개인 차원에서 중국과 유사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2005년이나 2006년에 이미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발견하고 주택부동산투자신탁과 주택건설업 주식을 내다판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 어떻게 했는가? 이들은 현금화한 돈을 은행에 맡겼으나 은행이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선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이들의 예금은 정부의 보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중에 드러난 것은 사실상 모든 은행이 예금자들이 빠져나오려고 애쓴 바로 그 시장(주택시장)에 끌려들어갔다는 사실이다.
- 2009년 8월 중국 하이난성 칭하이현의 인구 1만 명인 소도시 지카텐에서 매우 치명적이고도 희귀한 형태의 흑사병인 폐렴흑사병이 발생했다. 중국당국은 즉각 도시를 봉쇄하고 주민들에게 방역조치를 취 했다. 중국이 나라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항상 취해 온 방식 그대로 일사분란하고 단호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회의 더 큰 이익이 개인적 욕구에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한편 같은 달 영국 당국은 신종플루의 발병에 대처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의료전문가들은 신종플루 치료제를 너무 함부로 나눠주지 말라고 정부에 경고했으나 유권자들의 반발을 두려워한 영국 정부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치료제를 나눠주는 편을 선택했다. 이 치료제 는 불필요한 경우에 잘못 사용하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촉진시켜 더 욱 치명적인 형태로 되돌아올 위험성을 갖고 있었다. 유행성 인플루엔자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는 한 위원회의 위원인 로버트 딩월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영국 국민들에게 우리가 충분한 치료제를 갖고 있지만 아무나 손쉽게 갖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봐야 받아들여질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흥국들의 사고방식과 서구의 사고방식 간에 핵심적인 차이 가 있다. 중국과 같은 곳에서는 국가가 가장 중요하고 정부는 필요하다면 개인을 희생해서라도 중국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서구 정부 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인의 권리가 모든 것을 능가한다는 사고방식이 처음부터 각인되어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정치적 하부조직과 전술을 통해 서구 정부들보다 짧 은 시간 내에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어떤 법안이 빛을 보기 위해서 는 반드시 하원과 상원, 백악관을 거치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밟아 야 한다.
- 미국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해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을 버릴 경우 예를들면,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그에 따라 주택금융과 회사채시장의 비용이 급증함으로써 미국경제 스스로도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의 채무불이행은 경제를 일시적으로 재조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미국이 유일한 패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신이 보유한 미 국 채권의 가치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단 박에 중국 스스로의 발전전략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중국의 발전전략은 미국(정부와 가계)이 중국의 돈을 빌려 중국제품을 사줌으로써 중국의 고 용을 유지하는 구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은 이런 상 황을 예상하고 국내 수요의 증대를 장려함(중국의 국내 수요 증가율은 15퍼센 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과 동시에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수출 을 밀어붙여 왔다. 물론 미국의 평판은 타격을 받겠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과거 러시아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금융시장은 6개월 이내에 미국에 다 시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설 공산이 크다. 어쨌든 1998년 러시아가 국내 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한 후 불과 3년 만에 국제금융시장은 러시아의 채권 발행을 환영했다. 모스크바시는 2001년 11월 4억 유로(약 6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채무불이행 전략이 없다면 많은 사람이 미국이 부채의 덫에 걸려 빠 져나오지 못할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확실히 미국도 다른 많은 나라가 해 왔던 대로 인플레를 통해 부채를 희석시킬 수 있다. 많은 나라가 인 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의 가치를 잠식함으로써 은밀하게 채무불이행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온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하면 궁극적으로 그 결과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 경제적 벼랑 끝 전술을 채택하는 것이 미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전면전이 발발하는 경우를 제외한 최악의 시나, 리오는 가장 공격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 선진 세계의 주요 국가들 이 각자의 진영으로 후퇴하는 경우다. 이 경우 대략 세 개의 강력한 경제 블록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미국 경제권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캐나다가 합류할 가능성 이 크다. 이 블록은 일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최상의 구매력을 갖춘 현재 의 인구통계 기준에서 5억 명의 인구를 가지게 돼 강력한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은 손쉽게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이다. 교역과 이민에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더라도 북미 블록은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다. 북미지역은 셰일 가스의 개발과 생산을 주도해 왔고, 미국에서 셰일 가스는 갈수록 중요한 천연가스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한 북미지역은 지리적으로 볼 때 어느 경우에도 침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다음엔 유럽이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냉정하고 엄격하게 보자면, 유럽의 장래는 특별히 장밋빛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구조적인 쇠퇴에 직면하고 있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PIGS 국 가에 대한 심각한 재정적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사회적 화합을 목적으로 한 정책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보유자본 이 부족하고 노동의 활력과 기술 혁신이 미흡한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 다. 이 때문에 유럽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낮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있다. 중국은 막대한 인구를 가지고 2017년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나라다. 그러나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평균적인 중국인이 미국 소비자와 대등한 수준에 오르기 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여기다 중국은 13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세계 경작지의 7퍼센트를 가지고 먹고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연결 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자원부국들이 중국의 숨통을 약간 틔워 줄 수 있겠지만, 중국 아프리카와 중국 라틴아메리카 관계는 항상 불확 실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 경제블록은 이런 불확실성을 갖 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유리하고, 누가 가장 취약한가? 보호주의적 벼랑 끝 전술이 누구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치겠는가? 확실히 미국은 아니다. 이 포커게임에서 미국은 아직 패를 쥐고 있고, 그것도 아주 유리한 패를 들고 있다.
- 중국은 그럴 수 없다. 중국 지도부가 더 잘살고 싶다는 수억 명의 중국인들에게 경제적 성공의 기대를 상당히 낮춰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중국에서는 13억 명 가운데 3억 명 정도만 서구의 평균적인 경제수준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 중국을 성장궤도에서 탈선시키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까? 어쨌든 미국의 전면적인 채무불이행은 중국의 성장궤도 이탈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채무불이행 직후에는 그렇다. 국제경쟁력이 없는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전면적이고 급격한 생활수준의 하락 앞에서 중국 정부의 성장계획이 차질을 빚고 결국 좌초하는 것은 부차적인 관심사에 불과할 것이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공화국  (0) 2020.03.29
매크로 스윙 트레이딩  (0) 2020.03.29
월스트리트의 반격  (0) 2020.03.18
하버드 부자수업  (0) 2020.03.18
2030 대담한 도전  (0) 2020.03.13
Posted by dalai
,

재무설계의 새 지평

etc 2020. 3. 27. 07:28

- 인간이 추구하는 목표들은 대단히 다양하고 많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행복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소크라테스)
- 바보의 황금법칙, 즉 남들이 자기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남을 대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 추측은 위험하다. 우리와 고객간의 연결을 막아버린다. 추측은 좋은 상담사들이 나쁜 충고를 하게 하는 결과를 자주 초래한다. 추측은 고객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우리가 질문을 하는 것을 방해한다
- 고객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상담사의 추측이 아니라 고객의 희망이 반영되어야 한다
- 지혜는 자기가 더 이야기하고 싶을때에도 평생 남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대한 보상이다. (D.J.카우프만)
- 길을 건너기 전에 , 내 손을 잡으세요. 인생이란 당신이 다른 계획을 하느라 바쁜 순간에 갑자기 엄습해 오는 사건이랍니다. (존 레논)
- 만약에 우리의 직업이 고객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재무설계를 제대로 잘만 하면 꼭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언제쯤 은퇴할 계획입니까?" 같은 성급하고 속단적인 질문부터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고객님이 60대, 70대, 80대가 되었을 때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기식 바랍니다. 라고 말하라. 그 질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 그만둘지 날짜를 예단하기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활동에 더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꿈에는 도전이 뒤따라야 한다. 계단을 쳐다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반스 하브너)
- 우리는 얻는 것으로 먹고 살고, 주는 것으로 인생을 만든다. (처칠)
- 행복은 정신적 부로부터 오는 것이지 물질적 부로부터 오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주는 것으로부터 오지, 받는 것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애쓴다면, 행복이 우리에게 오는 것도 막아서는 안된다.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기쁨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기쁨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널리 뿌려야 한다. (존 템플톤)
- 팀워크는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능력이다. 개별적으로 이룬 것들이 조직의 목표를 지향하도록 이끄는 능력이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주입하는 연료다. (앤드류 카네기)

 

 

Posted by dalai
,

수차례의 사업 실패 경험으로 말한다.
내가 당신보다 더 많이 실패하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
지는 사람들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크게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서지 않는 사람들이다.
- 세스 고딘

 

“백만장자 10명중 8명이
‘실패는 부자가 되는데 중요한 요소다’라는데 동의했다.
중산층 응답자 10명중 실패의 중요성에 동의한 사람은 두 명도 되지 않았다.
백만장자 10명중 8명 이상이 심각한 좌절이나 실패를 겪어도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시도한다고 답했다.
중산층 10명 중에선 단 1명만이 그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

Posted by dalai
,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첫 번째 부류는 매와 같은 천재다.
두 번째 부류는 달팽이와 같은 둔재다.
달팽이가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려면 4-5년, 심지어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지평선은 매가 보는 것과 같다.
나더러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매가 아니라 달팽이가 되겠다.
수월하게 완성한 일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기 때문이다.
- 위민홍, ‘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에서

 

천재가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을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 나이에 성공하는 것, 쉽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축복이 아닌 재앙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쉬운 성공은 자만을 불러오는 반면, 어렵게 이룬 성취는 겸손을 불러옵니다.

Posted by dalai
,

동료간의 유대가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회사에 대한 충성은 사라질지 몰라도 동료간의 유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인물간의 감정적 유대를 발전시킨다면
우수 인재의 이직율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 워튼 경영대학원 피터 캐펠리 (Peter Cappelli)

 

핵심인재의 확보, 유지, 활용이야말로
조직 성공의 최우선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인재로 평가되는 인력의 25%는
늘 이직의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Hewitt Associates 조사 결과)
핵심인재들은 또 다른 우수한 핵심인재와
같이 생활하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상호간의 감정적 유대와 자부심을
중요한 가치의 하나로 여긴다는 점을 깊이 새겨 보아야 합니다.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