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부는 어렵고 힘들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수학은 더욱 그렇다. 아마 중고등 학교에서 수학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학생은 1% 미만일 것이다. 수학을 잘 한다고 하는 학생들도 재미 있어서 수학공부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입시위주의 교육, 그 중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누가 빨리 정답을 맞추는지를 겨루는 형태의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수학의 원리와 수학적 사고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공식에 맞추어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 중심으로 공부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수학도 암기과목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베이징 항공우주대학교 컴퓨터학과 부교수이자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류쉐펑이 지은 책이다. 저자는 대학시절 수학공식을 풀어내고, 문제를 풀이하면서도 개념에 대해 정말로 이해를 하고 있는지 의심을 품었다. 대개 수학개념은 책에 담긴 공식일 뿐이니 수학자들에게나 중요하고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수학개념 속에는 반짝이는 지혜의 빛이 숨겨져 있고, 이런 지혜들은 우리가 복잡한 사회를 더욱 현명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우리가 살면서 더 좋은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수치해법'을 생각해보자. 수치해법은 미분법과 달리 모든 단계에서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빠르게 전체 과정을 끝낸 뒤 그 결과를 근거로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계속 완성도를 높이는 모델은 제품개발이나 프로젝트 관리에서 사용하는 애자일 모델과 매우 유사하다. 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짧은 주기로 빠르게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취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완성이 완벽보다 중요하다는 사고가 담겨져 있다.

이와 같이 수학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지혜는 우리가 세상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더욱 과학적인 시각을 제공해 더 나은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만일 이과전공의 독자라면 예전에 배웠거나 어디선가 접해보았던 수학공식들 속에 담긴 심오한 이치를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해당 공식을 더욱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공식을 접해보지 못한 문과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수학공식이 나왔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씌여진 책이다. 문과생이 이런 사고를 파악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의 창문을 활짝 여는 것과 같다. 고민스럽거나 당혹스러울 때 다른 시각에서 깨들음을 제공해주고 문제를 더욱 깊이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며 심지어 인생관과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도와줄 수 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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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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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

과학 2022. 11. 19. 06:55

- 지구의 나이를 추산해보면 약 45억 살이다. 45억 살이라니! 헤아리기도 어렵다. 지구의 역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 체 기간을 1년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 인류는 12월 31일 늦은 밤, 해가 바뀌기 겨우 30분 전에야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등 장한지 25분 만에 지구 곳곳으로 퍼졌다. 마지막 60초 동안에 는 농경을 시작하고, 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국가를 형성하고, 끔 찍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르고, 자연계 대부분을 장악하고 또 파괴했다. 이 모든 인류 역사가 마지막 30분 안에 펼쳐졌다. 그런데 지구에 처음으로 생명체, 그러니까 세포 안에 유전자가 자리한 존재가 나타난 시기는 놀랍게도 3월 중순이다. 각자 복제를 거듭 하던 유전물질 가닥이 진정한 세포로 바뀐 이 과정은 지구 전체 역사에서 딱 한 번 일어났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의 세 포는 하나도 빠짐없이 이 원시 원핵세포의 후예다. 6월쯤에는 첫 진핵세포가 나타났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 다 더 정교한 세포로, 균류와 식물, 동물 같은 복잡한 생명 형태에서 모두 나타난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런 변이도 지구 역사 상 딱 한 번 일어났다. 11월 즈음에는 단독으로 움직이던 세포 가 다른 세포와 연합체를 형성하는 큰 변화를 일으켜 마침내 다 세포 생물이 태어났다. 이 변화는 진화 과정에서 이정표가 된 중요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유전물질 가닥이 갖가지 형태와 모양의 생명체로 변모한다.
진화가 일어난 주요 과도기마다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 있다. 이 시기마다 작은 생명 단위가 안전한 곳을 찾아 더 큰 생명 단위 속으로 들어갔다. 마트료시카에 빗대자면 가장 바깥쪽에 새로 생 겨난 껍질이 새로운 수준의 생물 유기체, 즉 새로운 '개체'individual 가 된다. 지구 생명체를 광범위하게 살펴보면 동업, 다시 말해 단 독 개체들이 하나로 뭉쳐 공동 목표를 이루고자 힘을 합친 역사가 종종 등장한다. 이렇듯 생명의 역사는 협력의 역사다.
- 다윈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살다가 죽어도 괜찮다. 하지만 죽기 전에 우리가 애초에 왜 존재했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다윈주의야말로 반드시 연구해야 할 주제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 사회성 동물의 형질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통틀어 설명하 는 이 틀을 '포괄 적합도 이론inclusive fitness theory'이라 부른다. 포괄 적합도의 논리를 적용하면 조력 행동helping behavior 이 어떤 조건에서 진화할지, 누구를 도울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일개미는 알을 낳지 못하니 개미굴 밖에서 입구를 메꾸 고 목숨을 희생한다고 해서 자신의 생식 기회를 잃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일개미의 조력 행동으로 많은 친척이 이익을 보니, 그런 극단적 희생을 선호할 만한 이유가 된다.
- 개체는 모든 부분이 공통 목표를 이루고자 힘을 합치는 통합사회다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
- 사회성 곤충의 군락은 대부분 여왕 한 마리가 이끈다. 여왕 은 군락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의미의 번식을 할 수 있으므로 다 세포 생물체로 치면 난자를 만드는 난소와 비슷하다. 반면 이 여 왕의 딸이자 평생 불임인 일개미들의 역할은 여왕이 알을 더 많 이 낳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개미는 우리 몸의 비생 식 세포인 체세포와 비슷하다. 체세포는 몸의 여러 부위를 생성 하고 몸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하고 회복하는 일을 담당한 다. 우리 몸의 비생식 세포와 곤충 사회의 불임 일꾼을 이해하려 면 더 높은 단위인 생물체나 군락 단위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 살펴야 한다. 군락을 이루지 않는 한 곤충이 불임이라면 진화가 저지른 실수겠지만, 군락에 속하는 곤충이 불임이라면 이야말로 진화가 이룬 기적이다.
- 개체와 한 몸으로 봐도 될 만한 세균이 하나 있다. 바 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다. 모든 다세포 생물과 협력하는 미 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만든다. 원 핵세포가 이 자그마한 에너지 발전소를 얻은 사건이 진핵세포가 만들어지는 혁신의 열쇠가 되었다. 지구 역사에서 단 한 번 일어 난 이 사건 덕분에 생물의 계통수에서 모든 동식물을 포함한 다 세포 생물의 가지가 뻗어나갔다.
틀림없이 세균으로 독립생활을 했을 미토콘드리아는 우연히 마주한 진화의 행운 덕분에 세포 속에 안착했다. 이 일이 정확히 어떻게 벌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설득력 있는 가설은 포식세포였던 숙주세포가 더 작은 미토콘드리아를 꿀꺽 삼켰다가 소 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이 소화 불량이 포식자와 피식자에게 모두 이로웠다. 숙주세포는 공짜로 에너지를 공급받 았고 숙주세포 속에 갇힌 미토콘드리아는 외부 세계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미토콘드리아가 공급하는 에너지 덕분에 진핵세포가 원핵세 포보다 평균 1만 5,000배나 커질 수 있었고 새로운 생태 지위를 이용해 작은 다른 세포를 쉽게 집어삼킬 수 있었다. 또 신진대사 가 활발해져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세포의 에너지는 대부 분 단백질 합성에 쓰인다. 진핵세포는 세포 속에 있는 에너지 발 전소에 힘입어 유전체 규모를 키우고 단백질을 빠르게 합성할 수 있었다. 단백질을 빠르게 대규모로 합성하고 여러 방식으로 결합하면 세포의 크기와 복잡성이 커져, 세포 속에 다양한 기관을 만들고 기관마다 다양한 기능을 맡길 수 있다.
세균에서 비롯했지만 미토콘드리아는 다른 미생물 군집과 달리 개체의 일부다. 공생하는 생명체와 평생 운명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번식할 유일한 길은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와 함께 이동하는 것뿐이다. 이는 왜 개체가 진화의 발명품 인지를 다시 한 번 뚜렷이 보여준다. 개체를 만들려면 개체를 구 성하는 단위 사이의 갈등을 거의 모두 억눌러야 한다. 여기서 가 장 중요한 단어는 '거의'다.
- 어머니 자연은 심술궂은 늙은 마녀다 (조지 C. 윌리엄스 George C. Williams)
- 미토콘드리아와 숙주세포의 갈등은 사소하다. 하지만 이 결합에 잡음이 전혀 없 다는 뜻은 아니다. 유전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유전자와 달리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있는 얼마 안 되는 유전자는 모계로만 유전 한다. 우리 몸속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어머니에게서, 할머니 에게서, 할머니의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따라서 수컷 몸속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진화에 아무 쓸모가 없으므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속 유전자는 수컷 후손보다 암컷 후손을 편애한다.
- 유전체에서 일어나는 이런 편애로 암컷 후손과 수컷 후손의 특성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어머니 의 저주 Mother's Curse'라고 부르는데, 어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암컷 후손에게 유리한 형질을 전달하면 그 유전자는 수컷 후손 에게 심각한 손상을 입히더라도 보존된다. 그 예로 주로 젊은 남성에게 나타나는 레버 유전 시신경병증이 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일어나는 이 질환이 발병하면 환자는 시력이 약해지다 결국 양쪽 시력을 모두 잃는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가운데 이 질환을 앓는 남성 환자들을 추적해보니 모두 1600년대 후반에 퀘벡으로 이주한 한 여성의 후손이었다. 당시 새로운 식민지 누벨프랑스에 여성이 너무 모자 라자 루이 14세가 성비를 바로잡아 남성들을 정착시키고자 여 성들을 보냈다. 그런데 1669년에 퀘벡에 도착한 이들 중 레버 유 전 시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보유한 여성이 있었다. 그 녀는 결혼해 딸 다섯을 낳았고 증손녀 스물한 명을 뒀다. 이들은 모두 같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보유했고 그 유전자가 오늘날 까지도 남성 후손들에게 전달된다.
- 우리가 특히 암을 걱정하는 까닭은 낌새도 없이 온몸에 퍼지 는 탓에 손쓸 길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암은 우리 몸 안에 도 사리고 있는 내부의 적이다. 몸속 세포에 변이가 일어나 생긴 암 세포는 세포가 제대로 성장하고 활동하도록 조절하는 점검과 통 제 기제를 빠져나간다. 종양이 암으로 바뀌려면 세포에 반드시 몇 가지 '특질'이 나타나야 한다.
첫째, 자체 성장 신호를 만들고 종양에 영양을 공급할 혈관 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원래는 정상 세포의 활동에 사용 되어야 할 자원을 암세포가 쏙 빼갈 수 있다. 둘째, 세포가 죽지 않아야 한다. 체세포 대다수에는 세포가 분열한 횟수를 기록하 는 '노화 시계'인 텔로미어 telomere가 들어있다. 정상 세포는 어떤 나이, 그러니까 미리 정해진 분열 횟수에 다다르면 분열을 멈춘 다. 이와 달리 암세포는 노화 시계를 꺼 나이를 먹지 않는다. 셋 째, 회피력도 어마어마하게 세야 한다. 암세포는 세포 밖에서 발 생해 세포의 성장을 제한하는 신호에 반응하지 않을뿐더러 자멸 지시를 모조리 무시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포 조직으로 퍼져나가 그곳에 새 종양이 자랄 병터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이 특징이 양성 종양과 전이 종양을 가른다.
처음에는 암을 클론(세포나 개체 하나가 무성 증식해 만들어지는, 유전자가 똑같은 세포군이나 개체군)성 질환으로 여겼다. 암은 위험한 변이를 일으킨 암세포 하나가 자신을 복제해 증식하여 생기는 질환이므로, 암세포는 모두 유전자가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견 해가 맞을 리 없다. 딱 한 번 변이가 일어난 세포 하나로는 이 모 든 능력이 생겨나기 어렵다. 그보다는 악성 종양이 실제로 갖가 지 세포로 구성되고 이 세포들이 하나로 뭉쳐 이런 특질을 획득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악성 종양을 잘 이해하려면 제 잇속만 챙기는 이기적 클론이 아니라 협력하는 군집으로 봐야 한다.
종양이 실제로는 여러 '하위 클론'으로 구성되었다는 주장은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불신에 부닥쳐 30 년 가까이 이 이론을 거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찌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는 실수다. 암 대다수가 예외를 찾아보기 어려 울 만큼 이질성을 보인다. 그러므로 암을 일으키는 종양은 여러 세포가 서로 도우며 번성하는 다양한 군집이다. 이를테면 A형 하위 클론의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성장 인자를 B형 하위 클론 의 세포가 분비하고, 그 대가로 A형 세포는 B형 세포가 성장 억 제 인자에 반응하지 않게 막아줄 분자를 만든다.
-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성장이 덜 된 아이를 출산하는 까닭이 태아가 성장할수록 두개골 크기 또한 커져 산도를 빠져나 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2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람의 임신 기간을 아홉 달 로 제한하는 원인은 몸의 구조가 아니라 에너지라는 것이다. 임 신 막바지에 이르면 임신부의 안정기 에너지 대사율이 임신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두 배나 높을 정도로 치솟는다' 최근 한 연구 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의 몸이 요구하는 대사 에너지가 무려 울 트라 마라톤을 뛰는 선수의 몸이 요구하는 대사 에너지에 맞먹었다. 그러니 출산은 태아의 머리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임신부의 대사 에너지 요구량이 한계에 이르러 촉발되는 것으로 보인다.
- 다른 종이 그렇듯 인간 수컷도 아이를 돌보려면 대부분 다른 짝짓기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수컷이 새끼를 돌본다는 것은 다 른 암컷을 만나 자식을 낳는 데 쓸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갓난아이를 애지중지하며 돌보는 남성은 자식에게 그 리 투자하지 않거나 갓난아이를 돌보지 않는 남성에 견줘 호르몬 특성이 독특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낼 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짝짓기와 관련해 흔히 떠올릴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물론 갓 아빠가 된 사람의 테스토스테론을 조작하 는 실험은 비윤리적이라 시도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종에서 이 런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모두는 아니어도 많은 경우 수컷 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했을 때 짝짓기에 더 관심을 보이고 새끼를 돌보는 데는 관심을 덜 보였다. 차선책으로 사람에게 진 행할 만한 실험으로는 종단 연구가 있다. 연구자들은 영향을 미칠 만한 호르몬의 농도를 여러 시기에 걸쳐 측정해 호르몬의 농 도 변화가 특정 행동이나 관심사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알아냈 다. 이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날 때 남성의 순환 테스토스테론 수 치가 줄었다. 또 기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은 갓난아 이를 돌보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쏟고 자식을 돌보는 욕구와 관련 한 뇌 영역의 활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이 자식을 돌 보는 풍습이 없는 다투가족 같은 사회에서는 남성들의 테스토스 테론 수치에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육아 태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라는 주장과 들어맞는다
- 암컷이 자식에 더 많이 투자하는 주요 원인은 아이가 틀림없 는 자기 자식이라고 확신하기가 수컷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수 컷이라는 존재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자신이 자식의 생부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친자식이 아닌 아이에게 투자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값비싼 실수다.
- 대체로 수컷은 경쟁자가 자기 짝과 교미하는 것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막으려 한다. 어떤 수컷은 질투에 눈이 멀어 목숨까지 내건다. 이 끔찍한 사례를 잘 보여주는 동물이 미국호랑거미 Argiope aurantia다. 미국호랑거미 암컷은 특이하게도 정자를 보관하 는 저장소가 두 곳 있고 수컷한테는 정자를 전달할 촉수가 두 개 있다. 암컷은 수컷에게 한 번에 한 촉수만 집어넣게 하는데 가 끔은 수컷이 어린 암컷을 붙잡고 억지로 암컷의 정자 저장소 양 쪽에 촉수 두 개를 모두 집어넣는다. 이때 교미에 성공하면 희한한 일이 일어난다. 수컷의 심장이 멈춰 그대로 죽는다. 궁극의 짝 지키기mate guarding 전략이 아마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수컷의 교미 기관이 부풀어 오른 채 죽으면 암컷이나 다른 수컷이 죽은 수컷을 제거하기 어렵다. 죽은 수컷은 아주 성능 좋은 교미 마 개 노릇을 하는 셈이다. 수컷이 그런 무리수를 써서라도 기필 코 아비가 될 각오가 되지 않은 종에서는 아이가 틀림없는 친자 식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현실이 아이를 보살피는 값비싼 희생을 주저하게 하는 강력한 진화적 동기로 작용한다.
- 수컷이 짝을 지키는 데 전념하면 진화 관점에서 여러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른 짝짓기 기회를 찾아 떠나기보다 짝이 된 암컷 옆에 머무는 수컷은 자식을 돌보는 데 에너지를 쏟아 이익 을 얻는다. 이로 보건대 수컷의 육아 참여가 진화한 까닭은 비용 이 많이 드는 새끼 키우기를 거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수컷 에게 짝을 뺏기지 않으려고 암컷 곁에 머물렀기 때문일 것이다. 광범위한 계통 발생 분석을 통해 포유류 2,500종의 짝짓기 방식과 수컷의 육아 참여가 진화하는 과정을 재구성한 결과, 전 반적인 사건의 발생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경쟁자에게 짝을 뺏 기지 않으려고 일부일처가 먼저 나타났고, 그다음에 아버지가 생겨났다."
- 실험에 따르면 금화조 암컷은 수컷이 믿 음직할수록 게으름을 피워 육아에서 힘든 일을 수컷에게 더 많 이 떠넘긴다. 암컷의 이런 전략이 위에서 말한 아주 얄궂은 결과 로 이어져 어미만 있는 새끼보다 어미와 아비가 모두 있는 새끼 가 더 부실하게 자라는 것이다! 이러니 투자 축소 경쟁이 끝까 지 치달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훤하다. 암수 모두 상대보 다 더 적게 육아에 참여하려 들면 가여운 새끼는 끝내 누구한테 서도 먹이를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을 피할 방법은 무엇일까? 말을 하지 못 하는 금화조 암컷과 수컷이 함께 육아 부담을 협의하고 협력해 새끼에게 먹이를 줄 방법이 있을까? 이론가들은 부모 한쪽이 육아에 조금 소홀하면 다른 한쪽이 상대보다 더 적게 투자하기보다 오히려 부담을 더 떠안아 모자란 부분을 메꿀 것이라고 예측 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설령 그렇더라도 빈틈을 완전히 메 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설명하기 쉽도록 '개미형 부모'와 '베 짱이형 부모'가 있다고 해보자(인간 사회에서는 두 유형을 '엄마'와 '아빠'라고 부른다). 베짱이형 부모가 쉴 때마다 개미형 부모가 빈 틈을 모두 메꾼다면 베짱이형 부모에게는 굳이 육아에 손을 보 탤 진화적 동기가 없다. 이때는 상대에게 새끼를 떠맡기고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짝짓기 기회를 찾는 쪽이 더 이익이다. 그런데 개미형 부모가 육아에 조금 더 애쓰되 빈틈을 완전히 메꾸지 않는다면 베짱이형 부모가 곤경에 빠질 새끼를 염려해 짝과 새끼 곁에 머물며 육아를 도울 동기가 더 생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새들의 육아 행태가 이런 진화 모형이 예측한 결과에 놀랍도록 일치한다. 부모 중 한쪽을 잠깐 잡아두거나 꽁지깃에 추를 달아 둥지에 먹이를 나르기 어렵게 했을 때, 다른 한쪽이 더 열심히 먹이를 나르기는 해도 빈틈을 완전히 메꾸지는 않았다. 이 문제 를 대화로 풀지 못해서인지 새는 양육 투자를 둘러싼 갈등을 타결하지 못한 것 같다.
- 암수가 지금의 새끼만 함께 키우는 상황에서는 누가 새끼에 투자하느냐는 갈등이 더 뚜렷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컷이 암컷과 이번에만 함께 번식할 계획이라면 암컷의 장래 생식 잠 재력이 떨어지든 말든 제 알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컷 은 암컷이 자신의 새끼를 기르는 이번 번식에 다음에 다른 수컷 과 번식할 때 쓸 생식 자원까지 모조리 쏟아붓기를 바란다. 반면 수컷과 암컷이 오랫동안 함께 살 때는 갈등이 누그러진다. 수컷 이 적합도 측면에서 암컷의 장래 생식 잠재력에 관심을 기울여 야 할 더 확고한 이해관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누가 육아를 더 많이 맡아야 하느냐를 둘러싼 이런 불화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수컷과 암컷이 상대를 교 묘히 속여 육아를 더 많이 떠맡기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 남성은 대체로 여성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세지만, 붉은사 슴처럼 사납게 짝짓기 싸움을 벌이지도 않고, 우두머리 고릴라처 럼 암컷보다 두 배나 큰 덩치를 갖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남성의 몸집과 힘에 어느 정도 자연선택이 적용했을지언정 고릴라처럼 여러 여성을 독차지한 채 다른 남성과 경쟁하지는 않았다. 정확 히 말하면 인간 남녀의 몸집 차이는 일부일처 종에 대체로 더 들 어맞는다. 그러나 현대 인류의 조상이 짝짓기 상대를 마구잡이로 바꾸지는 않았어도, 고환 크기를 보면 조상들의 짝짓기 시장은 평생 지속하는 일부일처제보다는 십중팔구 더 다채로웠다. 인간 남성의 고환은 고릴라보다 크고 침팬지보다 작다. 정확히는 침팬 지보다는 고릴라 쪽에 훨씬 더 가깝다. 이로 보건대 침팬지에 비해 조상들에게는 정자 경쟁이 덜 중요했지만 여성들은 평생 한 명 이상과 짝짓기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순차 일부 일처제였다고 결론짓는 것이 타당하다. 순차 일부일처제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적합도 이익이 평생토록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 니 당연하게도 양육 투자에서 어느 정도 불화가 예상된다.
- 포유류의 태반은 태반세포가 어미의 몸에 얼 마나 깊이 발을 들이느냐에 따라 형태가 무척 다양하다. 말 같은 종의 태반은 '상피 융모막epitheliochorial' 태반으로 태반 조직이 자 궁 상피 조직과 정확히 경계를 그으며 맞닿는다. 이와 달리 인간 을 포함한 영장류의 태반은 침투성 '혈모hemochorial' 태반이어 서 태반세포가 자궁벽을 지나 모체의 혈관까지 파고든다. 태반 세포는 엄마가 아니라 태아에서 나오므로, 엄마가 아닌 태아를 위해 일한다. 인간의 태반세포는 모체의 혈액에 직접 닿기 때문 에 임신부가 태아에게로 가는 영양분을 통제할 수 없다. 유인원 도 마찬가지다. 인간에서든 유인원에서든 모체에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을 가져올지를 결정하는 쪽은 엄마가 아니라 태반이다.
- 태아로 통제권이 넘어가면 태아에게 영양분을 더 많이 공급 하려는 부계 유전자의 작용에 휘둘리기 쉽다. 이런 부계 유전자는 대체로 호르몬을 만들 유전 정보를 전달해 작용하는데, 이로 인해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면 엄마의 혈관 속에 흐르는 호르몬 수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태반에서 만들어져 젖샘을 자극하 는 사람 태반성 락토겐 human placental lactogen: HPL은 인슐린의 작용 을 방해한다. 세포가 혈당을 흡수하게 돕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 용하지 못하면 임신부의 혈당 농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임신부가 혈당을 흡수해 에너지로 쓰는 능력이 줄어드는 반면, 태아는 엄마 혈액 속 당을 더 많이 빨아들일 수 있다. 이 외에 다른 호르 몬은 모체의 혈압을 높여 영양분이 풍부한 혈액을 태아에게 더 빠르게 전달한다. 이런 호르몬들이 마구 작용하면 임신부가 임 신 합병증을 앓거나 심한 경우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혈당 수치 가 높으면 임신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태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출산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결론은 인간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굶주린 태아에게 영양분을 최대한 공급하려면 침투성 태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체가 태반세포에 문을 열어주면 암세포를 포함한 모든 침습성 세포에 맞설 내부 방어막이 약해진다.
-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젖을 물리면 앞서 언급한 수유 무월경 이 일어나 산모가 잠깐 생식 능력을 잃기도 해서 꼬박꼬박 젖을 물리는 여성은 임신할 확률이 낮다. 덕분에 엄마의 자원을 상대 로 어린 형제자매와 경쟁할 일 없이 더 오래 젖을 먹을 수 있다.* 밤에 자주 깨는 아이는 대체로 동생 없이 엄마에게 더 오랫동안 꾸준히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니 갓난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과 경쟁하느라 툭하면 밤에 깨 젖을 빤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가설이 맞다면 엄마의 희생을 대가로 태아에게 자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밤에 아이를 자주 깨우는 유전자도 부계 유전자로 봐야 한다. 태아의 부계 유전자는 모계 유전자에 비해 앞으로 엄마가 낳을 아이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꽤 별난 가설이지만 이 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프 라더-윌리 증후군Prader-Willi syndrome과 안젤만 증후군 Angelman syndrome은 염색체 15번에 있어야 할 유전자 일부가 결실해 나타 나는 유전 질환이다. 프라더-윌리 증후군에서는 부계 유전자가 결실해, 해당 유전체에서 모계 유전자만 발현한다. 희한하게도 프라더-윌리 증후군을 앓는 갓난아이는 젖을 잘 빨지 않고 가냘 프게 울며 잠을 많이 잔다. 안젤만 증후군은 프라더-윌리 증후군 과 발현 양상이 정반대다. 모계 유전자가 결실해 부계 유전자만 발현하기 때문에 이 병을 앓는 아이는 잠을 설치고 밤에 자주 깨 젖을 빤다!" 
- 태아가 엄마의 투자 정도를 조종하는 더 기이한 방법이 있다. 자궁 속에서 엄마와 체액을 통해 세포를 교환하는 것이다. 우리 가운데 절반, 어쩌면 더 많은 사람이 몸 안에 다른 사람의 세포를 갖고 있다. 두 아들의 엄마인 내 몸 안에는 남성의 Y염색 체를 품은 세포, 아들들 몸속에 있는 세포와 정확히 똑같은 유전자가 각인된 세포가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두 아들의 몸속 어딘가에도 내 세포가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 몸에는 아이들의 세포뿐 아니라 엄마의 세포도 들어있다. 어쩌면 엄마의 엄마의 세포도 그렇다. 우리는 키메라다.
그렇다면 아이들한테 받은 세포는 내 몸속에서 무슨 일을 할 까? 미세 키메라 현상microchimerism은 아직 연구가 걸음마 단계라 많은 내용이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태어난 아 이의 세포가 자신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다음에 태어날 아이를 위한 투자를 줄여 동기간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나온 예비 조사 자료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주로 엄마의 유방 조직으로 이동하는 태아 세포는 그곳에서 갓난아이에게 먹일 젖을 많이 생성하도록 작용하는 듯하다. 설치류 연구 에서는 태아 세포가 어미의 뇌로도 이동해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라도록 자극했다. 이를 통해 어미가 행동하는 방식, 새끼와 소 통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아이 를 낳은 여성이 다음 아이를 임신하지 못하거나 태아를 잃는 습 관 유산은 임신중독증에서 그랬듯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가 엄마 의 몸속에 남긴 태아 세포와 관련이 있다. 짐작건대 태아 세포가 엄마에게서 더 많은 자원을 뽑아내고 동생과 경쟁할 일이 생기 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 땅에서 살거나 황량한 지역에 살아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더 많이 노 출되는 영장류일수록 무리를 크게 이루며 수컷의 수가 더 많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무리에 속하는 수컷이 포식자를 공격하 고 이기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침팬지가 포식자인 표범을 자주 공격하다 못해 구석으로 몰아 죽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우리 조상들도 십중팔구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인류가 진화하며 점차 나무에서 내려오자 포식자와 싸우기 가 더 수월해졌다. 두 발로 걸은 덕분에 두 손이 자유로워져 무 기 같은 물건을 잡을 수 있었다. 또 두 팔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이동하지 않자, 팔 근육이 돌덩이와 같은 무기를 멀리 던지는 데 맞춰 발달했다. 이런 적응에 힘입어 초기 인류는 포식자의 위협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포식 동물이 잡은 먹이를 빼앗아 먹는 솜씨 좋은 약탈자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을 손에 넣자 인간이 포식자로 발돋움하기가 훨 씬 수월해졌다. 이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가 대규모로 아프리카 를 벗어나 놀랍도록 빠르게(지구 역사가 1년일 때 약 11분 동안) 지 구 곳곳으로 이주한 시기에 맞춰 발달했다. 인간이 지나간 자리 에 남은 거대 동물의 멸종 흔적은 먹이 사슬의 밑바닥에 있던 인 간이 급격히 꼭대기로 올라섰다는 증거다'
빠르게 훑어본 초기 인류의 진화에서 끌어낸 간단한 결론은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협력해야 했다는 것이다. 동아프리카 열곡 대에서 인간과 더불어 다른 유인원이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거의 없는 까닭도 그래서다. 
- 교육은 특별한 형식의 조력 행동이다. 모든 도움이 그렇듯 가르침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진화는 투자 이익이 비용을 넘어설 때 교육의 손을 들어준다. 침 팬지에게서 확실한 교육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수지타 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새끼 침팬지는 사회학습에 뛰어나다.
누가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보고 따라 하면서 배운다. 흔히 침팬지의 교육 사례로 제시되는 기술, 이를테면 돌멩이로 견 과류를 깨는 기술과 막대기로 흰개미를 잡는 기술은 혼자서도 시행착오를 거쳐 익힐 수 있고, 어린 새끼가 그 과정에서 혹시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다칠 위험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이런 기술 을 가르친들 투자 이익이 생길지도 의문이다. 견과류와 흰개미 는 침팬지의 주식이 아니라 별미에 가깝다. 침팬지의 주식은 딱 히 노련한 기술이 필요 없는 과일과 나뭇잎이다. 그러니 어미가 새끼를 가르치느라 치르는 비용이 새끼의 생존이나 번식 성공도 가 늘어나는 확실한 이익으로 돌아올 것 같지 않다.
이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보면 왜 자연에서 가장 확실한 교육사례가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현생 사촌이 아니라 교육 비용 대비 이익이 높은 종에게서 나오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침팬지는 하루치 열량을 과일과 나뭇잎처럼 찾기 쉬운 먹이에서 대부분 얻는다. 하지만 더 복잡한 틈새인 수렵 채집 환경을 차지한 초기 인류는 땅에서 덩이줄기를 캐거나 껍데기에서 견과류를 끄집어 내거나 동물을 사냥해 먹고살아야 했다. 이렇게 복잡한 수렵 . 채 집 기술은 배우는 데는 시간과 재능이 필요하고 혼자 지켜보기 만 해서는 익히기 어렵다. 다른 대형 유인원 사촌들과 달리 우리 가 가르치는 데 열성인 까닭은 수렵 채집 기술이 배우기 어렵고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육과 관련해 처음으로 우리 인간의 자부심을 무너뜨린 종은 영장류도, 포유류, 조류도 아닌 개미다. 2006년 나이절 프랭크스 Nigel Franks 교수와 공동 연구자들이 호리가슴개미 Temnothorax albipennis가 먹이나 새로운 둥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서로에게 가르친다는 사실을 밝혀내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개미는 다른 개미를 물어 나를 줄 아니, 길을 아는 개미가 아무것도 모 르는 개미를 목적지까지 물어 나르는 쪽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 다. 하지만 이 경우 뒤쪽을 바라보며 실려가는 개미는 길을 익히 지 못한다. 개미가 길을 기억하려면 원을 그리며 자기 발로 이동 해 경로에 있는 다양한 주요 지형지물을 익혀야 한다. 앞장선 개 미는 교사 역할을 해, 학생 개미가 곳곳을 둘러볼 때까지 기다리 며 목적지까지 천천히 움직인다. 길을 다 익힌 학생 개미는 이제 교사 노릇을 할 수 있다.
- 폐경과 관련한 신체 변화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경은 일반적인 노화 과정에 속하지 않는다. 여성이 처음에 갖고 태어나 는 난포는 약 200만개이며 난포 하나하나가 난자를 만들 수 있 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난포가 줄어들어 20세 무렵에는 평균 10만개, 35세에는 5만 개가 남는다. 그래도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여성은 보통 60세가 지난 지 한참일 때까지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38세 무렵이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 다. 이때부터 난포 수가 뚝 떨어져 훨씬 가파르게 줄어든다. 그 결과 50세 무렵에는 난포 수치가 월경에 필요한 최소한도 밑으 로 떨어진다."
난포가 줄어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폐경의 작동 방식이 더 확 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 왜 여성의 생식 능력이 30대 후반에 이토록 급격히 줄어들까? 생식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한데도 왜 불임 상태로 끈질기 게 삶을 이어갈까?
- 진화가 우리 수명을 늘리는 하나의 방법은 웬만해서는 죽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죽지 않았으면 더 오래 살았을 텐데' 같은 하나 마나 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생각 해볼 만한 점이 있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병으로 죽는 외 인성 사망 위험은 수명의 진화에 영향을 미쳐 신체의 노화 과정 을 좌우한다. 초파리를 떠올려보라. 초파리는 다른 생물에 잡아 먹히거나 때려 잡혀서 죽을 위험이 무척 크기에 수명이 짧다. 따라서 초파리는 나중에 악영향을 미칠지라도 초기에 생식 활동에 자원을 쏟아붓도록 적응했다. 안전한 실험실 환경에서 살 때마저 초파리의 수명은 몇 주를 넘기지 못한다. 반대로 기대 수명이 긴 종에서는 자연선택이 노화 과정을 늦추는 쪽으로 더 강력하 게 작용해 잠재 수명을 더 늘린다.
몇몇 종이 선택한 수명을 늘리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포 식자를 능숙하게 피하는 것이다. 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쥐는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보다 약 3.5배 더 오래 산다. 사람 손가락 보다 짧은 브란트박쥐 Myotis brandtii는 무려 40년 넘게 산다. 새도 몸집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 수명이 길다. 게다가 몸집이 비슷할 경우 비행할 줄 아는 새가 비행하지 못하는 새보다 대체로 더 오래 산다. 날 줄 알면 탈출 수단이 하나 더 생겨 잡아먹힐 위험이 줄어드니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나무에 사는 종도 땅 위에 사는 종보다 수명이 더 길다!"
- 형제와 있으면 우리끼리 싸운다. 사촌이 나타나면 형제와 손잡고 싸운다. 낯선 이가 나타나면 형제, 사촌과 손잡고 싸운다. (아랍 속담)
- 서열이 낮은 미어캣 암컷은 우두머리 수컷이 아버지이기 때문에 무리 안에서 교미할 수 없더라도 구애자가 될 만한 수컷을 만날 다른 길이 있다. 마찬가지로 서열이 낮은 수컷도 태어난 무 리 안에서는 번식을 할 수 없지만 이웃한 무리에 몰래 들어가 친 척이 아닌 암컷과 교미를 시도한다. 서열이 낮은 개체는 설사 무 리 안에 친척이 아닌 교미 상대가 없더라도 이런 금지된 만남으 로 새끼를 낳아 자신의 직접 적합도 이익을 높일 기회를 얻는다. 우두머리 암컷이 열위 개체인 자매나 딸의 임신을 막기는 어 렵다. 하지만 열위 서열 암컷들의 번식 시도가 자신이 새끼를 키 우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막을 숨겨둔 계책이 있다. 우두머 리 암컷은 임신한 암컷이 생기면 거칠게 몰아붙여 무리에서 내 쫓는다. 혼자 살아야 하는 암컷은 굶주림에 급속히 살이 빠지 고 대개는 배 속의 새끼를 모두 잃는다' 열위 서열 암컷이 용케도 무리에 남아 새끼를 낳으면 우두머리 암컷이 아무렇지 않게 새끼를 잡아먹는다. '세계 최악의 할머니' 상이 있다면 미어캣이 강력한 우승 후보일 것이다. 우두머리 암컷이 이런 영아 살해 전략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시기는 자기 새끼가 태어나기 전까지 다. 우두머리 암컷의 새끼가 태어나면 비록 경쟁에서 불이익은 겪을지언정 열위 서열 암컷의 새끼들도 대체로 안전하다. 자기 새끼와 남의 새끼를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우두머리 암컷이 까 딱하다 자기 새끼를 잡아먹을 위험을 감당하려 하지 않아서다.
- 과거에는 자연계의 많은 협력 사례를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라는 맥락 안에서 일어나는 호혜적 상호작용으로 해석했다. 하 지만 관점을 바꿔 상호의존 사례로 해석하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앞에서 다뤘듯이 흡혈박쥐는 운 없는 동료가 배를 채우도 록 피를 게워낸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냉정한 논리에 따라서 가 아니라 자신이 끝끝내 먹이를 구하지 못한 어느 밤에는 반드 시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도 필요에 기반한 도움과 교환 체계 는 특이한 일이 아닌 일상이었다. 지금도 많은 수렵 채집 사회와 여러 비산업 사회에서 이러한 체계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체계는 호혜적 공유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한다. 케냐의 목축 부족인 마사이족Maasai은 호의를 교환할 때 호혜주 의와 상호의존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한다." 에실레esile (빛) 체계 는 호혜주의에 기반해 협력을 설명할 때 예상하는 전략과 비슷 하다. 개인끼리 서로 돕지만 이런 도움은 나중에 갚아야 할 공식 채무다. 이와 달리 전체 부족민 가운데 훨씬 작은 부분 집단으로 형성되는 오소투아osorua (탯줄) 관계에서는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보답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자원을 나눠준다. 
- 우리 인간이 협력의 범위를 넓힐 줄 아는 까닭은 다른 데 있 다. 우리는 자연이 던진 게임에 새로운 규칙을, 새로운 제도를 고안할 줄 안다. 제도는 화룡점정과 같다. 사회적 딜레마에 제도 를 얹으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모습과 본질이 바뀐다. 제도는 규칙을 바꾸므로, 배신이 가장 이로운 상황을 개인이 협력해야 성공하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다.
사회적 딜레마에서 행위의 동기를 바꾸는 아주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가 처벌이다. 사회적 딜레마에 처벌 위협을 더하면 협력하거나 배신할 동기를 바꿀 수 있다. 큰 집단에서는 처벌이 호혜주의보다 성과가 더 좋다. 처벌 대상을 특정할 수 있어 협력 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무임승차자를 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처벌에 나서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하나 제시하자면, 우리가 명백히 처벌을 즐기 기 때문이다. 친사회적 선행이나 다른 보람찬 활동을 할 때 뇌에 서 활성화하는 보상 영역은 남을 벌할 기회를 잡을 때에도 밝게 빛난다 아이들조차 못된 친구가 마땅한 벌을 받는 모습을 지켜 볼 때 짜릿함을 느낀다. 꼭두각시 인형극을 이용한 연구에서 아 이들은 못된 인형이 다른 인형한테 맞는 모습을 계속 보려고 진 짜 돈을 지불했다. 실제로 우리 인간은 사회적 사기꾼을 벌하고 자 하는 성향이 무척 강하다. 오죽하면 자신이 직접 연관되지 않 은 상황에서조차 피해자를 대신해 사기꾼을 벌줘야겠다는 의욕을 느끼는 '제3자 처벌third-party punishment' 현상을 보인다.
사회적 사기꾼을 혼내주면 기분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우 리 뇌가 비용이 들고 위험할 수도 있는 이러한 행위를 즐기도 록 설계된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로 진화는 위험하거나 비용이 큰 행동을 달갑지 않게 인식해 피하도록 우리 심리를 설계했다. 고통은 뇌가 우리에게 몸 어딘가에 부상을 입었으니 더는 다치 지 않게 조심하고 이미 일어난 피해를 복구하라고 알리는 신호 다. 배고픔 역시 밥 먹을 시간을 알리는 신호다. 반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이익을 불러오는 행동은 대체로 즐겁거나 재미있다. 이런 느낌은 당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나중에는 이익이 되는 행동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섹스가 대표적인 예다. 인간은 다른 종에 견줘 섹스를 많이 한다. 섹스를 즐겁게 느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는 비용이 꽤 많이 드는 행동이다. 먼저 시간을 소비한다. 섹스를 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높인다. 게다가 많은 동 물이 교미할 때 포식자에게 특히 취약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단 기 비용이 들더라도 짝짓기는 직접 번식으로 이어질 확률을 꽤 높인다. 결국 우리 뇌가 분명한 이익이 쌓이는 행동을 즐겁게 느 끼도록 설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아무리 봐도 우리는 유전적으로 제 잇속만 차리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도록 진화했다. (리처드 D. 알렉산더Richard D. Alexander)
- 2014년에 옥스퍼드 온라인 사전에 'humblebrag'라는 단어가 등재되었다. 이 단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겉으로는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지만 실제로는 자랑스러워하는 무엇이 주목받는 것 이 목적인 발언' 현실에서 이런 은근한 잘난 척은 불만을 가장 하거나("아휴, 살이 너무 빠져서 입을 옷이 없어!", "정말 걱정이야. 여 섯 군데 지원했는데 다 붙어버렸어!") 겸손 속에 자랑을 감출 때가 많다("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믿기지 않아!"). 또 다른 은근한 잘난 척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빙빙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이 트윗을 보라.
방금 어떤 사람을 도와주었다. 진심으로 한 행동이었고, 내가 한 일은 그 사람에게 장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아주 가치있는일
이 말에 헛웃음이 나오는가?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낮 두 꺼운 자기 과시는 대개 찬사보다 불신을 받는다. 여덟 살밖에 안 되는 아이조차 그런 이기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선행을 대놓고 떠벌리는 사람보다 몰래 실천하는 사람에 게 더 높은 도덕 점수를 매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도 자신의 선행을 페이스북 같은 웹사이트에 널리 알리는 사람 은 그리 너그러운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말 그대로다.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은 익명으로 선행을 하고 누군가가 그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 핵가족을 강조하는 서구식 인간 사회는 여러 문화뿐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의 광범위한 진화 역사에 비춰봐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예외다. 인류 역사 대부분 동안 사람은 여 러 가족이 함께 큰 집단을 이뤄 살았다. 침팬지도 우리와 마찬가 지로 여러 수컷과 여러 암컷이 집단을 이루지만 사람과 달리 그 안에서 가족이 보금자리를 꾸리지는 않는다. 기존에는 "우리 수렵 채집인 조상들은 사실상 죽을 때까지 평생 돌아다니는 야영 생활을 했다."라고 생각할 만큼 선조들이 단출하게 몇십 명으로 구성된, 경계가 뚜렷한 소규모 공동체 속 에서 살았다고 보는 견해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 처진 견해라는 것이 밝혀졌다. 조상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많 은 가족 구성원과 허물없는 친구들 다수가 멀리 떨어져 사는 광 범위한 사회관계망 속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침팬지 수컷 이 평생 교류하는 수컷은 평균 스무 마리에 지나지 않지만 최근 추산에 따르면 수렵 채집인은 약 1,000명에 이르는 사회적 우주 속에 산다." 그러므로 초기 인류 사회는 협력해 새끼를 키우는 다른 종에서 본 혈연 중심의 대가족, 그리고 침팬지처럼 대부분 친척이 아닌 개체들이 섞여 사는 더 유연한 사회가 독특하게 뒤 섞여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침팬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속 집단을 넘어서까지 연고지를 넓혔다. 우리는 한 지역에 사는 개 인이 다른 곳에 사는 친구나 친척과 인연을 이어갔다.
- 사람은 대형 유인원이다. 달리 말해 폭정과 서열에 기반해 사회 질서를 유지한 역사가 긴 종의 후예다. 우리는 연합하는 본성에 힘입어 몹시 보기 드문 일을 해냈고 서로 힘을 합쳐 판세를 뒤집었다. 소수의 손에서 권력을 빼앗아 대중에게 나눠줬다.
인류학자 크리스토퍼 보엠 Christopher Boehm은 이렇게 전복된 사 회 질서를 '역전된 지배 위계reverse dominance hierarchy'라고 말했다. 장담하건대, 지배 위계 전복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우리만의 독특한 길로 들어서게 이바지한 가장 큰 요인이다. 우리는 '거대연합', 그러니까 집합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집단 차원의 동맹을 형성할 줄 아는 능력을 기반으로 사회의 지배 위계를 뒤집었다. 그런 거대 연합이 손발을 맞춰 압제자와 무뢰배의 야욕을 무너 뜨린 덕분에 경쟁의 장이 공평해졌고 내부의 힘센 무리가 우격 다짐으로 최상층에 올라서지 못하게 막았다.
- 인간 사회는 여러 중요한 면에서 다른 유인원 사회 와 달랐다. 앞서 다뤘듯이 협력에 더 뛰어났고, 집단의 경계가 더 유연했고, 가족을 이뤘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초기 인간 사회는 또 다른 중요한 면에서도 침팬지나 고릴라, 개코원숭이 사회와 달랐다. 인간사회는 평등주의 사회였다.
인간 사회를 평등주의 사회로 분류한 것에 조금 놀랄지도 모 르겠다. 순전히 돈과 재산의 관점에서 평등을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돈도, 돈이 만들어내는 재산도 모두 비교적 최근에 나타 난 발명품이다. 초기 인류는 자기 것이라 부를 집도 없고 재산도 그다지 많이 모으지 못했다. 진화 관점에서 사회 평등을 측정할 더 중요한 잣대는 번식 성공도다. 이 잣대로 보면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 사회가 꽤 공정하게 작동한 덕분에 대다수가 비슷한 수의 자식을 낳은 듯하다. 이 차이는 대형 유인원의 계급 사회와 대조해보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대형 유인원 사회에서는 우두머리 수컷이 서열이 낮은 개체 를 배제한 채 암컷을 독차지하고 자원을 장악한다. 고릴라 같은 종에서는 번식이 승자독식이므로 무리에서 태어나는 새끼는 거 의 모두 우두머리 수컷의 자식이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서열이 낮은 수컷도 새끼를 낳지만 그 수가 우두머리 수컷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무리에서 태어나는 새끼 3분의 1이 우두머리의 자식이 다. 자리를 위협하는 2인자가 낳은 새끼는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 초기 정주 사회가 왜 불평등을 어느 정도 용인했는지는 이 해할 수 있을지라도, 왜 수많은 하층민이 인류 역사에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극심한 폭정을 참고 견디는지는 가늠하기 어 렵다. 그런 극심한 불평등이 미친 영향은 먼 옛날 수렵 채집 사 회의 남성 번식 성공도와 첫 문명사회의 남성 번식 성공도가 얼 마나 크게 차이 나는지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류가 약 10만 ~2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주하기 전 시기에 근거한 추 산치에 따르면 생식 활동을 하는 남성 3분의 1이 생식 활동을 하 는 여성을 모두 차지했다. 달리 말해 남성 셋 가운데 둘은 자식 을 보지 못했다. 홀로세 중반 무렵 농업 혁명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이 비율이 1대16까지 늘어 아이 없는 남성의 수가 급격히 치솟았다. 번식 성공도가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원인이 위계 질서 때문만은 아니었지만(남성의 경우 전쟁 때문에 여성보다 사망 확률이 더 높았다) 누가 아이를 낳을지를 가르는 데 지위도 중요 한 역할을 했다. 이런 초기 문명사회에서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몇몇 황제와 왕이 자식을 수백 명이나 낳는 동안, 어떤 남성들은 자식을 한 명도 얻지 못했다. 많은 남성이 어릴 때 거세되어 권 력자의 궁에서 내시로 일해야 했다. 권력자의 막강한 힘을 증명 하거나 신에게 제물을 바칠 목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의식도 흔 해졌다. 위계가 생겨나자 가장 억압적인 종속 체계인 노예 제도 도 생겨났다.
도대체 어떻게 극악한 폭정 속에 사는 삶을 수렵 채집 사회 에서 사는 삶보다 더 좋아할 수 있었을까? 답은 '그렇지 않았다' 이다. 조상들은 이런 생활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 삶에 꼼짝없이 갇혔을 뿐이다. 다시 디지털 배양접시로 돌아가 사회 진화의 다음 과정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살펴보자.
모형 속 초기 농경 집단은 이웃인 수렵 채집 집단보다 생산 성이 더 높았으니 사람들은 늘어난 번식 성공도를 대가로 불평 등을 조금 용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큰 변 화가 생겼다. 농경 집단의 번식 성공도가 커지자 인구가 바로 불 어났다. 이들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남은 공간을 야금야금 잠식해 수렵 채집 집단을 점점 가장자리로 밀어냈고 끝내는 수렵채집 집단이 모집단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중요한 시점부터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이제는 농경 사회에 사는 하층민이 되돌 아갈 다른 생활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농경 생활에 발목 잡힌 하층민이 합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전에는 덩어리에서 조금 큰 조각을 챙겼던 지도자들이 더 큰 뭉텅이를 챙길 수 있었다.
추상적이지만 이 모형에서 우리는 불평등이 오랜 시간에 걸 쳐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역사 기록도 하 층민이 떠날 길이 없을 때 위계가 가장 극심하다는 예측을 뒷받 침한다. 농부와 노예의 주인이었던 신과 같은 존재인 파라오가 존재한 고대 이집트 왕국이 생겨난 데는 이 왕국이 나일강 강둑을 따라 자리 잡은 것이 큰 몫을 했다. 이곳은 사방이 혹독한 사막으로 둘러싸인 탓에 불만에 찬 하층민이 자리를 박차고 떠날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페루에서도 농사를 지은 비옥하고 좁은 계곡에서 초기 국가가 나타난 탓에 시민들 이 이곳을 떠나기 어려웠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원주민 키 우틀족Kwakiutl과 치누크족Chinook처럼 농사를 짓지 않는 정주 부 족에서도 노예 제도가 흔했으니, 예속민이 쉽게 집단을 떠나 다 른 집단에 합류하기 어려울 때는 폭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 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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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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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에너지 전쟁

과학 2022. 11. 8. 19:23

- 재생에너지 산업과 공급 체인이 빠르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절반을 재생에너지가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해 20% 이상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이 지속적으로 추가돼야 한다. 2035년까지 약 8,000TWh를 각각 태양광과 풍력이 에너지 생산을 맡아야 하는데 2022년 기준으로 두 에너지원 모두 각각 약 1,000TWh에 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남은 기 간에 8배 정도의 성장이 필요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 계획에 따 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공급에 병목현상이 생길 수 있는 가 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과연 재생에너지로 우리가 당장 필요한 에너지를 전부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주어진 것이다. 에너지는 너무 나 현실적인 문제이다. 각국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필요한 에너 지를 제때 공급해야 하는 중대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전량이 부족해 대규모 블랙아웃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국가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가지는 불확실성은 언제든 에너지 수급의 정책적 전략과 결정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문제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줄고 전반적인 에너지 시장의 트렌드가 넷제로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강력한 투자로 귀결되면서 석유, 가스에 대한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더라도 내일 당장 공급을 확대할 수는 없다. 천연가스의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2021년 천연가스 생산량은 오히려 2019년보다도 줄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석유 생산이 줄면서 함께 생산되는 가스량도 줄어든 것이다. ESG(환경·사회·지 배구조) 등의 이슈로 천연가스 투자도 크게 감소했다. 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인 셰일가스 생산정에 추가적인 투자가 없다는 것은 큰 폭의 생산량 감소가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도표의 미국 에너지 정보관리청(EIA)의 주당 유정 개수(Rig count)를 보면 이러한 위기가 이미 현실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천정부지로 오르는 석유·가스 가격을 잡기 위해 석유 회사들에게 증산을 요구했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된 미래 없이 유정을 늘리고 증산을 계획하는 것은 에너지 업계로서도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일괄적인 투자 중단은 에너지 전환 과도기에 발 생할 수 있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 수요 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공급해줄 화석연료 기반의 재래에 너지원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가 수요의 증가분과 기존 에너지원의 공급 감소분을 모두 부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 없이 기존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우리에게 편리하고 값싼 에너지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앞서 살펴본 넷제로의 모든 시나리오들은 2050년에 인류의 에너지 소비가 2019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것이라 가정하고 있다. 2019년 606 엑사줄(EJ)이던 인류의 에너지 소비가 과연 30년 뒤에 3분의 2 수준인 400엑사줄 수준으로 충족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 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그마저도 2050년에 생산되는 에너지 대 부분이 청정한 전기에너지 형태로 공급될 것이라 전망했다. 전기에 너지가 어떻게 풍력과 태양광을 통해 인류에게 필요한 규모의 에너 지를 생산해나갈 것인지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태양광에너지 생산 확대 :
2020년 글로벌 태양광에너지는 전년과 비교해 156TWh가 증가한 S21TWh의 전기에너지 생산을 기록했다. 태양광 생산이 가파르게 증가해 에너지 전환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하리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2030년에 넷제로를 위해 2020년의 태양광발전 용량에 비해 10배 가까운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 호가 붙는다. 산술적으로는 매년 25%씩 꾸준히 성장하면 10년 후 지금과 비교해 9.3배까지 생산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생산 초기엔 매해 일정 비율의 생산량 증가가 가능하지만 일정 규모에 이르게 되면 생산 증가 폭이 적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각각 2016년 34.5GWh(기가와트시), 2017년 53GWh, 2018년 45GWh, 2019년 30GWh, 2020년 49GWh의 태양광발전 용량을 추가했다. 증가 폭도 일정하지 않고 전체 누적 생산량의 증가에 비해 추가되는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못해 누적 증가 폭은 감소했다. 매해 전년과 비교해 25%의 에너지가 추가로 생산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목표이다. 태양광 전력 생산에 필수적인 패널이 만들 어지려면 공급망의 다양한 원재료들이 단계적으로 가공돼야 하는 데, 이 모든 과정이 기존 대비 매년 25%씩 설비 증가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늘어야 하는 태양광발전 용량인 7,000TWh는 약 25엑사줄로 환산이 가능한데(1EJ=277,778GWh) 이는 2019년 전체 에너지 소비량 606엑사줄의 약 4.16%이다. 에너지 대 전환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최대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태양광 홀 로 책임질 수 있는 에너지 생산의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태양광 전력 생산 장비 제조에 있어 지역적 불균형이 존재하는 점은 생산 시설 확대에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2021년 11월 11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무역 제재는 직·간접적으로 태양광발전에 필수이며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웨이퍼와 폴리실리콘, 잉곳과 같 은 자원들을 겨냥했다. 이로 인한 무역 마찰은 전체 글로벌 태양광 장비 제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폴리실리콘만 하더라도 중국 본 토의 생산량이 173GW(기가와트)인 데 반해 나머지 국가에서 생산되는 양은 56GW에 불과해 지역적 편재성이 지니는 공급망 불안 요소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 “모르는 천사보다 아는 악마가 낫다(Known devil is better than unknown angel)”란 말은 에너지 업계에서 오래 이어져 내려온 격언이다. 생산과 공급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청정에너지보다 환경적으로 깨끗하지는 않지만 컨트롤이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에너지가 안정적인 계획과 관리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국가와 사회 에 가장 기초가 되는 인프라이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급 안정성이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공급 불안이 가져오는 에너지 혼돈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2020년 유럽 전체의 에너지 생산의 13%를 담당하던 풍력이 2021년 그 비율이 5%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유럽 전체에 에너지 대 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 정부의 2020년과 2021년의 각 분기별 공식 통계에 따르면 발전 용량이 증가했음에도 해상 풍력발전과 육상 풍력발전에서 급격한 생산량 감소가 일어났다. 인간의 힘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바람이 멈추자 유럽 전체의 전기료는 걷잡을 수 없 이 폭등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넷제로가 화두가 되는 지금, 역설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족한 전력량을 가능한 메우기 위해 각국 정부는 앞다투어 가스 수급에 뛰어들었고 이에 천연가스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재래에너 지원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석유와 가스 공급량도 단시간 내에 늘어나기 어렵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었으니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치솟는 전기·가스·에너지 가격은 우리가 구상하는 재생에 너지로의 대전환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2050년에 기존의 에너 지원 없이 완벽한 재생에너지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그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수요를 채울 수 있을지 말이다.

- 테슬라의 비즈니스 중에 눈여겨봐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가상발전소(VPP·소규모 에너지를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다. 잉여 전기를 송전망에 되파는 자사 플랫폼 오토비더를 기반으로 하며 운영은 아웃소싱을 한다. VPP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분 산된 전력 소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필요한 전력만 생산하는 맞춤형 발전사업이며, 오토비더는 테슬라 VPP 사업의 핵심이다. ESS 부터 전기차 배터리 등 흩어져 있는 전력을 네트워크로 통합한 뒤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 은 계절이나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정교한 수급 예측 및 수익화가 가능하다. 테슬라는 호주, 미국, 독일 등에서 VPP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미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에서 2018년부터 8억 달러를 투입해 VPP 구축을 진행해왔다. 테슬라는 이곳에서 5만여 개 주택에 각각 5kW(킬로와트)급 태양광발전소와 파워월 스마트미터 시스템을 설치하고 이를 소프 트웨어로 통합해 체계적으로 제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VPP를 운 영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VPP가 가동되는 2022년부터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평균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0.4달러(2018년 4월기준)에서 0.27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가 꿈꾸는 종합 에너지 회사로의 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 다. 전기차부터 에너지 저장장치 · 태양광, 그리고 에너지 관련 시스템까지,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테슬라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파워월플러스 출시에 앞서 2021년 3월 테슬라는 밀려드는 파워월 주문을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과 묶어서 판매하는 '끼워팔기' 전략을 내놨다. 테슬라는 2016년 솔라시티를 인수해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파워월과는 다르게 판매가 지지부진해왔다. 이에 따라 두 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패키지를 내놓은 뒤 파워월플러스를 출시한 것이다. 테슬라 파워월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실제로 테슬라의 파워월의 판매량은 본업인 전기차 판매 못지 않다. 2020년 5월 테슬라는 약 4년이 걸쳐 파워월 10만 개를 설치했다고 발표했으며,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 5월 파워월 누적 판매가 20만 대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2021년 11월 기준 테슬라는 25만대의 파워월 구축을 완료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 자 배송 지연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간 이어지는 일은 부지기수 였다. 2021년 7월 일론 머스크가 밝힌 파워월의 밀린 주문량은 8만개였다.
- 테슬라의 파워월은 가정에서 쓰이고 파워팩이 기업이나 건물 및 공공시설에서 소규모 전력망이 필요할 때 설치되는 용도라면, 메가 팩은 그보다 훨씬 단위가 큰 지역에 설치되는 대용량 ESS로 주나 국 가 단위로 설치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테슬라에 따르면 메가팩이 파워팩보다 에너지 밀도가 60% 더 높다고 한다. 주로 태양광 패널 이나 풍력 터빈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이며 각국 에서 재생에너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가팩의 판매 또한 증가하 고 있다. 2018년 상반기부터 기획해 2019년 7월 공식적으로 발표된 메가 팩은 전력 기준으로 하나의 용량이 최대 3MWh로 파워팩(232kWh 기준)의 13배, 파워월(13.5kWh)의 222배에 달한다. 메가팩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건테이너 형태의 모듈인 인클로저에 탑재한 것으로 단 일 장치가 모듈과 인버터, 열 시스템이 통합돼 있다. 메가팩의 무게 는 약 5만 1,000파운드(2만 3,000kg)이며, 메가팩의 인클로저는 운송 하기 수월하도록 컨테이너와 동일한 크기로 제작됐다. 테슬라에서 보증하는 메가팩의 결함에 대한 수명은 15년이며, 10년 또는 20년간 성능에 대한 워런티를 제공받고 싶으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메가팩의 가격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에 따르면 출시 당시 메가팩 하나에 153만 7,910달러, 10개에 프로모션 가격이 적용돼 999만 9,290달러(1개당 99만 9,929달러)였다. 그러다 2022년 3월 기준으로 10개의 메가팩은 1,604만 8,230달러(1개당 160만 4,823달러)로 급등했다. 출시했을 때와 비교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로 가격 인상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메가팩은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약 1년 이상의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수요가 충분한 상태다. 메가팩은 출시된 지 비록 수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통적인 에너지 저장 형태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의 빅토리아 에너지정책센터(Victoria Energy Policy Centre)는 2021년 11월 테즈메이니 아주에서 추진 중인 에너지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발 표하며, 양수식 수력발전소보다 테슬라의 메가팩을 구축하는 것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더 효과적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 센터는 배터리가 효율성과 응답성 모두 우수한 것을 감안해 테즈메이니아에서 양수식 수력발전이 개발된다면 유휴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무엇보다 솔라시티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바로 고객이 대금을 미리 내지 않아도 되는 금융 시스템인 솔라리스(Solar Lease) 상품을 만든 것이다. 소비자는 월 정액 요금을 지불하고 몇 해 동안 태양 전지판을 대여했다. 전기나 가스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보다 소비자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인상돼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덕분에 설립한 지 6년 후 솔라시티는 미국 최대 태양 전지판 설치 업 체로 떠올랐고, 2012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솔라시티의 재무 사정은 악화됐고 2016년 기준으로 30억 달러가 넘는 회사 부채 중 솔라리스 관련된 부채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악영향을 미쳤다. 솔라리스는 독이 든 성배였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6년 6월 테슬라는 솔라시티를 기업가치 2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솔라시티 주주들은 한 주당 테슬라 주식 0.110주로 교환했다. 테슬라는 솔라시티를 인수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직적으로 통합된 지속가능한 에너지 회사란 타이틀을 내세웠고, 1억 5,0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일론 머스크는 솔라시티 인수로 테슬라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주식 교환으로 테슬라 주식 240만 주를 획득한 것에 대해 부당이득을 반환하란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해당 소송은 2022년 4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의해 무혐의로 종결됐다.
솔라시티는 테슬라의 인수 전후로 인력 감축을 하며 빠르게 몸집 을 줄여갔다. 2015년 말 솔라시티의 직원 수는 1만 5,273명에 달했 으나, 2016년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전체 인력 의 20%를 감축했다. 2017년 6월 솔라시티의 설립자인 린든 리브와 피터 리브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테슬라는 솔라시티 인수가 결정된 뒤 곧바로 2016년 10월 배터리 파트너인 일본 파나소닉과 파트너십을 맺고 솔라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쓸 태양전지와 모듈 등 부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뉴욕주 버팔로 소재 솔라시티 공장(기가팩토리2, 기가 뉴욕) 에 2억 5,6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테슬라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듈 을 구매하기로 양사가 계약했다. 또한 뉴욕주는 앤드류 쿠오모 뉴 욕 주지사가 주도하는 '버팔로 빌리언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의 일환 으로 기가팩토리2에 7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모델S부터 모델까지 출시하는 차량마다 성공을 거두고, 파워월과 파워팩·메가팩 등 ESS 업계도 평정한 테슬라였지만, 태양광 비 즈니스는 다른 문제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업계가 치열하고 제품 판매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테슬라는 솔라시티를 포함한 테슬라 전체 인력의 9%를 감축하고 솔라시티가 미국 내 9개 주에 있는 태양광 설비 제조시설 10여 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게다. 가 일본 파나소닉마저 2020년 2월 기가팩토리2에서 운영 중인 태양 광 패널에 들어가는 태양전지 생산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발표하며 2020년 9월 테슬라와의 태양광 합작사업을 정리했다. 파나소닉은 태양광 패널 판매가 지지부진해 솔라루프에 들어가는 셀을 테슬라 에 판매하는 대신 해외시장에 판매해왔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공장을 폐쇄키로 한 것이다. 파나소닉의 태양광 사업 종료 후 인 2021년 기준으로 테슬라는 한화큐셀이 구축한 패널을 사용한다.
- 2020년 초부터는 솔라루프 설치 비용도 계약과는 다르게 큰 폭 으로 인상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 고객은 당초 7만 5,000달러의 견적서를 받았으나 이후 11만 2,000달러로 30~40% 높은 수정된 견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인기가 높은 테슬라의 파워 월에 솔라시티의 태양광 패널과 묶어서 끼워팔기'를 시작한 것도 비 슷한 시기다. 2021년 1분기 테슬라의 실적 발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는 솔라루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커다란 오판을 해 예상보다 비 용이 초과되고 개발이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며 “특히 지붕을 태 양광 타일로 교체 시공하는 경우 기존 지붕 밑 구조가 워낙 천차만 별이고 복잡한 경우가 많아 솔라루프를 안정적으로 설치하기 어려운 문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어 당초 예상보다 2~3배 정도 많은 시공비가 드는 실정”이라며 솔라 패널로 수익 을 내기가 만만찮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는 이에 대해 “테슬라가 태양광 타일 가격을 최근 인상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머스크 CEO가 가격 인상 조치의 불가피성을 알리기 위해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론했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설치 실적은 2021년까지 매 분기 약 90MW 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기존 태양광 패널과 지붕타일 방식의 패널의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 망 악화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2에서는 매주 약 1,000개의 솔라루프를 생산할 수 있지만 배터리 생산이 지연돼 판매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 일부 솔라루프 고객의 경우 주문한 제품이 도착하지 못해 집에 임시방편으로 합판과 방수층으로만 덮인 지붕을 덮고 있기도 했다.
- 최근 CATL이나 BYD와 같은 중국 업체들은 LFP(리튬인 산철 배터리를 ESS에 사용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LFP 배 터리는 니켈·코발트 등 고가의 희소금속을 포함하지 않아 NCM 보다 가격이 약 20~30% 저렴하며 폭발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LFP의 에너지 밀도가 kg당 180~220Wh로, 삼원계 (240~300Wh/kg) 대비 낮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ESS의 경우 전기차에 비해 공간과 무게에 대한 제약이 적기 때 문에 테슬라를 포함해 점차 더 많은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사용하 고 있다. 특히 CATL과 BYD는 모듈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배터리 셀 을 바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통해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개선시키며 LFP 배터리 시장을 주도 중이다. 향후 ESS 시장에서 이 두 업체의 존재감은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삼원계가 최대 90%까지 충전되는 것에 비해 LFP는 100%까지 충전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LFP를 더 선호한다”며 LFP 배터리 사용을 늘리 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SS에서 LFP의 사용 비중은 앞으로도 압 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ESS 배터리 업체별로는 글로벌 2위 배터리 업체인 LGES가 단연 눈에 띈다. LGES은 삼원계 배터리만으로 ESS를 공급하는 계획을 선회해 2023년 10월부터 표준 크기의 LFP 배터리 셀을, 2024년 상 반기부터 대형 LFP 배터리 셀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LGES는 ESS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2022년 2월 ESS 시스템통합(SI, System Integration) 전문 기업인 미국 NEC에너지솔루션(NEC Energy Solutions)의 지분 100%를 이 기업의 모회사인 일본 NEC코퍼레이 션(NEC Corporation)으로부터 인수했다. 최근 글로벌 ESS 시장 성장 에 따라 다수의 고객사들이 계약 및 책임·보증 일원화의 편리성, 품 질 신뢰성 등을 이유로 배터리 업체에 SI 역할까지 포함한 솔루션을 요구하는 추세를 발맞춰 가기 위해서다. NEC에너지솔루션은 일본 NEC사가 2014년 미국 A123 시스템사의 ESS SI 사업을 인수해 설립 했다.
- 태양광 혹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전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 데, 이 에너지를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생성하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하며 수소 생성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넷제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수소이기도 하다.
사실 이 세 가지 색 이외에 더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는 수소들이 있다. 이 수소들은 어떻게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별칭을 가지게 된 것일까? 수소 자체는 무색이다. 따라서 수소를 지칭하는 색은 수소의 물리적인 색이 아닌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청정도에 따른 것이다. 수소색 스펙트럼에서 한 극단을 차지하고 있 는 블랙, 그레이, 브라운수소는 수소 중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비율이 높으며 그린, 그리고 화이트로 갈수록 청정한 방법으로 제조된다.
블랙과 브라운수소는 석탄으로부터 생산된다. 블랙과 브라운은 각각 다른 석탄을 나타나는데 석탄의 가스화 과정에서 수소를 생산 한다.  
옐로우수소는 전력망에서 전력을 개질해 생산되는 수소를 의미 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발전된 전기부터 재생 발전원을 이용해 사 용된 전기까지 수소 개질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지의 발전원에 따라 청정도가 다르다.
레드수소는 원자력발전 과정 중에 생성된 수소를 말한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기를 사용하거나 혹은 원자력발전 중 고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해 생산된다.
화이트수소는 산업 공정 중에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말한다. 석유화학 공정 중 수소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생산된 수소가 화이트수소의 한 예이다.
- 최근 재생에너지와 넷제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생에너지가 언제쯤이 면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것인가란 궁금증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럴 일은 있을 수 없다. 넷제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체 발전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원을 줄이고 친환경 발전원을 이용 한 재생 발전을 늘리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넷제로를 달성했다는 구글은 회사 운영에 사용하는 전기만큼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발전하거나 사들여서 넷(Net)으로 제로 (0)를 달성한 것이지 재생에너지로만 회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는 것이 아니다. 각 회사는 여느 전기 회사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요 포트폴리오가 있는데 이 포트폴리오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ESG와 같은 사회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화석연료 ·수력·태양광·풍력 등 다양한 발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 발전만큼이나 안정적으로 장시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전력발전원이 발명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주요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는 지속적으로 일정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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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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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작은 점을 다시 들여다보십시오. 저 점이 이곳, 우리 지구 입니다. 저 작은 점이 우리입니다. 저 점 속에, 당신이 사랑하고, 아끼고,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살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특성과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은 이 점에서 그들의 일생을 꾸려 나갔습니다. - 칼 세이건(Carl Sagan),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1994년)에서
- 남세균의 등장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산소 대폭발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 변화는 미생물이 배출하는 산소가 결국 대기의 농도를 변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산소 농도는 거침없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대기권의 가장 끝자락에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이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유해한 전자파(자외선)를 차단해 생태계의 보호막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제 지구 생태계는 안전한 환경에서 번창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제야 20억년 전에 도착한 것이기는 하다.
- 오래된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이 남았다. 지구 2.0 시대의 생물들은 바다 깊이 혹은 산소가 없는 바위틈으로 숨었고, 산소 호성(好性)이 높은 생물들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남세균은 자신들의 영향력에 의해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킨 역사상 두 생물 종 중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다른 한 종은 거의 25억 년 후에 나타난 우리, 호모 사피엔스이다.
남세균의 번창과 더불어 지구는 거대한 기후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 두 현상은 사실 서로 인과 관계가 거의 없는데, 시기적으로는 딱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지구의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는데, 지구 전체가 점점 커다란 눈덩이처럼 변했다. 여기서 잠깐, 온도에 따른 지구의 상태를 3가지 형태로 분류해 살펴보자.
* 열실(hothouse) 지구 지구 평균 기온이 매우 높은 상태로, 북극과 남극에 빙하가 모두 녹고, 다른 곳에서도 거의 얼음이 없어진다. 
* 빙실(icehouse) 지구 과거 수백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지구의 기온 상태. 남극과 북극에 빙하가 자리 잡고 있으며, 긴 빙하기와 짧은 온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중간에 간빙기가 있다.
* 눈덩이(snowball) 지구 온도가 급강하해 적도 지역을 포함한 거의 모든 지역이 1킬로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인다. 생명체들은 바다 밑에서 뿜어 나오는 소수의 뜨거운 물기둥 근처에서만 생존 가능할 것이다.
-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실제로 태양의 밝기는 약 25퍼센트 증가했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 가 주입되면 생명 자원의 흐름에 영향을 끼쳐 무시무시한 파괴를 초 래할 것 같은데, 지구의 자정 작용은 주요 자원들(탄소, 질소, 물, 인 그 리고 산소 등)의 순환을 통해 평균 기온을 균형 있게 조절하고 생태계 를 안정시켰다. 결과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일인데, 어떤 메커니즘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생태계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점은 사실 매우 놀 라운 일이다. 이것은 지구의 지질학적, 화학적, 물리학적, 생물학적 시 스템이 지구의 온도가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 너무 차갑거나 뜨 겁지 않은 적절한 환경)을 벗어나지 않게 조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 우 정교한 시스템이 기후 환경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인데, 수백만 년 동안 화산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지구는 금성처럼 뜨거운 상태가 되어야 하지만, 다행히 다른 방향으로 조절하는 요소가 이런 상 황을 방지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끝도 없이 증가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암석이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이런 상 황은 물의 순환, 즉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 는 순환을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소량의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땅으로 흡수되는데, 규산염 암석은 이런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탄산염 암석으로 변해 간다. 이 암석들은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채로 바다로 흘러가고, 바다의 플랑크톤은 이 암석을 활용해 그들의 껍질을 만든다. 플랑크톤이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이후 수백만 년 동안 바다 밑바닥에서 침잠해 있게 된다. 이 메커니즘이 대기 중의 이 산화탄소를 바다 밑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결과적으로 기후 상승을 방지하게 된 것이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 이 반응이 빨라져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지구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한다. 지구 온도가 내려가면 이 반응이 느 려진다. 산악 지역일수록 눈과 비가 자주 내리면서 이 과정이 다른 곳에 비해 더 빨라지므로 산악 지형이 많을수록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바다로 이동한다. 인도 대륙의 충돌로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맥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어 빙실 상태로 움직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 었다.
식물과 미생물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땅속을 산성 으로 변하게 해 앞의 메커니즘을 촉진하기도 하고, 식물의 경우 뿌리와 줄기, 잎 속에 탄소를 저장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4억 7000만 년 전부터 번창하기 시작한 식물은 지구 4.0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지구의 기후 조절 방식을 보면, 핵심은 이산화탄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태계 내의 생명체들은 각각 이런 조절 작용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지구는 때때로 급 격한 변화를 맞게 되는데, 일례로 7만 5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 산의 분화로 지구 온도는 급격하게 내려갔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 시 원상 복구되었다. 그러나 눈덩어리 상태의 지구가 보여 주는 것 처럼 이 조절 장치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구 생태계의 안정성은 생물 다양성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와 모의 실험 결과가 보여 주듯 시간에 지나면서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므로 현재의 생태계는 이전 어느 시점과 비교해도 훨씬 더 풍부해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렇게 축복받은 상황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인류가 정신없이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과학적 발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세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이후에는 사실의 중요성을 애써 축소하고, 마지막에는 엉뚱한 사람들의 말을 믿는다. - 알렉산더 폰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 독일의 지리학자, 박물학자,탐험가)

- 은하계의 서쪽 나선의 끝,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곳에 작고 노란 태양이 있다. 이 태양을 중심으로 약 1억 5000만 킬 로미터 거리에서 귀여운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 이 청록의 영롱한 곳에서 유인원의 후손으로 보이는 생명체들이 놀랍도록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문명이 어찌나 유치한지, 이 들은 디지털 시계 따위를 최첨단 기기라고 떠받들고 있다.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1979년)에서

- 두 말할 필요 없이 나는 다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1만 2000년 전부터 인류에게 농사짓기 적당하고 살기 좋은 날씨 를 줘서 결과적으로 문명을 꽃피우게 했던 홀로세에 태어났 지만, 이제 다른 지질학적 시대로 가고 있다. 불과 한 시대에, 그것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런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홀 로세는 끝났고, 에덴 동산은 이제 사라졌다. 우리는 삶의 터 전인 지구를 정신없이 바꿔놨으며, 그 결과 과학자들은 새로 운 지질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시기는 '인류세, 즉 '인간의 시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 데이비드 애튼버러 (David Attenborough), 2019년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
- 홀로세에 성장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뇌이다. 실제로 홀로세의 시작부터 농업 혁명을 거치면서 우리의 뇌 용량은 10~17퍼센트 축소되었다. 아마도 영양 상태가 부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뇌의 용량이 다시 회복되는 것은 홀로세를 지나 인류세에 와서야 가능했다. 위생이 개선되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향상된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홀로세는 농업 혁명과 함께 시작했고, 과학 및 산업 혁명과 함께 끝을 맺었다. 지질학의 기준에서 보면,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에 하나의 종이 지구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했고, 생태계의 작동 방식을 조절하는 위치에 오른 셈이다. 인류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 었다. 이제 우리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 티핑 포인트는 무시무시한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가 이 지점을 넘어서면, 기후 환경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아서 바닷물과 합쳐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 제임스 한센(James Hansen, 전 | NASA 연구원), 2009년

- 이제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그리고 지구가 우리의 성장을 감내할 마지막 한계를 두렵게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지구의 환경에 얼마나 의존적인지 깨닫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 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이 작은 행성이 버거워하는 큰 문명을 건설했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나비의 날갯짓은 다른 곳에서 태풍이 되거나 변화의 원인이 된다. - 앨리너 시그프 리드(Alina Siegfried, 작가), 2018년
- 당연히 우리는 바다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 하기를 바란다. 바다는 지구 온난화의 한계선을 통제하는 중요한 조정자인 동시에 산성화에 대한 한계선도 가진 시스템이다. 바다를 산성화하는 것도 이산화탄소이다. 계산을 해 보면, 산업 혁명 이후 폭 발적으로 증가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바다의 산성도는 약 26퍼센트 증가했다. 이 수치가 언뜻 실감이 나지 않을 텐데, 이 정도 산성화는 지난 5500만 년 동안 최고의 수치이다.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면, 앞 에서 설명한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인데, 지금보다 훨씬 느린 속도 로 산성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생태계의 대량 멸종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가파르게 진행되는 해양 산성화가 얼마나 재앙적인 사건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굴 양식장의 일꾼들은 벌써 체감하고 있는데,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지면, 갑각류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 게 되고, 바다 먹이 사슬의 중요한 고리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존에 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다시 한번 뜨거운 해류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거대한 산호초 지대를 휩쓸고 지나간 후, 대보초의 산호는 하 얗게 탈색되면서 대부분 죽어 나갔다. 이 현상은 과학자들에게 큰 충 격을 주었는데, 과학자들은 이때를 지구 환경이 해양 산성화의 한계선에 도달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바다의 기능에 대한 한계선에 우리는 이미 도달했거나 매우 가깝게 근접했고, 방지할 대책은 역시 화석 연료 중심의 산업 구조를 신속하게 개편하는 것이다.

- 2도와 4도 세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문명의 유무일 것이다. - 한스 요아킴 셸누버(Hans Joachim Schellnhuber,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 수석 연구원)
- 먼저 살펴볼 곳은 북극권(Arctic Circle)이다. 매년 여름 북극의 얼음이 점점 축소되고 얇아지면 어떻게 될까? 빛을 반사하던 얼음이 있던 자리에 검푸른 바다가 노출될 것이고, 이 바다는 빛을 반사하는 것 이 아니라 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바다에 흡수된 태양광은 더 많은 얼음을 녹일 것이고, 얼음이 녹으면서 더 많은 열이 흡수될 것 이다. 북극 지방이 따뜻해지면 인접 지역인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동 토층이 녹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는 이 동토층에 얼어 있던 온실 기 체들인데,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 기체가 배 출될 것이다. 동시에 온도가 올라가면서 러시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와 그린란드 지역이 건조해지면 산불 위험이 증가한다. 관심 있는 독 자라면 해마다 보는 뉴스의 일부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그린란드는 산불만 문제가 아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흘러가는 엄청난 양의 민물은 해류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앞장에서 본 것처럼 바다는 불균형한 열의 흐름을 해류를 통해 분산시키는데, 해류의 방향이 어긋나면 북극과 남극 지방에 더 많은 열이 흘러가 더 많은 얼음의 소멸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다 어떤 지점을 넘어서면 해류의 방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태로 바뀐다. 티핑 포인트를 지난다는 의미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이런 변화가 지구 온난화 1~3도의 범위 에서 일어날 것으로 본다.  다시 강조하면, 이미 1.1도를 넘어섰다.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나도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 북극과 해류의 변화는 저 멀리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열대 우림에도 영향을 미쳐 이 지역을 건조하게 만든다. 대서양 해류는 아마존 지역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즉 사헬(Sahel) 지역의 강수량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우림 지대가 건조해져서 점차 초원 지 대로 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흡수하던 지역이 탄소를 배출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지역 5분의 1이 탄소 흡수량보다 배출량이 더 많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숲을 파괴하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 때문에 우림은 탄소를 흡수하는 능 력이 점점 감소되고 있고, 나무들은 다 크기도 전에 죽는다. 사람들 이 파괴하는 숲과 함께 본다면, 티핑 포인트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이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한 토머스 러브 조이(Thomas Lovejoy)와 카를로스 노브레(Carlos Nobre) 박사의 견해 에 따르면, 아마존의 20~25퍼센트가 소멸하는 지점이 숲에 의한 탄 소 순환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일 것이다.
아마존 열대 우림의 역할은 기후 변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2019년 이 지역에 4만 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을 때, 프랑스 대통령이 값을 매길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파한 것도 아마존의 순기능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1970년 이후 약 17퍼센트의 숲이 소실되었다는 것이다. 거대한 지뢰밭에 앉아 있 으면서 지뢰를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망치로 땅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 자연은 사회의 한 부분이 아니라 생존의 필요 조건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조정자가 아닌 한 부분일 뿐이다. 인류는 생태계에 의존해 살지만, 동시에 인류의 활동은 자연의 순리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지구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재정립해야 만 한다. ᅳ 카를 폴케(Carl Folke),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

- 모든 사람이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위협이 뭐냐고 묻는다. 내 생각에는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큰 위협 인 것 같다. -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 전 집행 위원장이자 글 로벌 낙관주의의 공동 위원장)

- 세상은 조용히 넘어지고 있다. 인류가 건설한 문명은 4억 년 동안 지구를 지켜 온 나무를 밀어내고, 식량과 의약품, 건설 자재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문명이 발전하고 나무의 쓰임 새가 많아지면서, 숲은 자연 재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 호프 자런(Hope Jahren), 『랩(Lab Girl)』, 2016년

- 공유된 자산이 없다면, 과학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Jeseph Stiglitz,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다시 돌아보자. 우리는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터로 본 우 리 세계(Our World in Data)'의 창립자인 맥스 로저(Max Roser)의 표현 대로, “환경 오염의 90퍼센트는 극심한 빈곤으로부터 발생했다. 불 평등은 빈곤 근절보다 더 심각하다. 사회의 지향점은 부의 공평한 분 배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 이고, 과시적인 소비가 줄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정책 결정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세금으로 부를 재분배하거나, 오염원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 등이다. 모두 정책으로 실현되어야 하는데, 유권자들이 힘을 모은다면 예상보다 빨리 이런 정책들이 도입되어 지구 환경의 경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정책으로 그린 딜도 이미 제안되었다. 여기에 포함된 여러 정책들을 장려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그린 딜이 확산되면 좀 더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사회의 다른 불평등, 즉 인 종이나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이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의 과제이다.

-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의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원유 자원의 최고점인 '피크 오일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이들 수의 최고점인 '피크 차일드여야 한다. ᅳ 한스 로슬링, TED 연설, 2012년
- 공중 보건과 인구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영속성에 핵심 요인이다. 정리하면, 질병의 확산을 감시하고 백신 생 산을 신속하게 확대하는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 오염과 비만, 항생제 등의 문제도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
- 공중 보건에 대한 신속한 투자와 개선이 필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인류의 미래에 이익이 될 것이다. 비만과 다이어트가 개선되는 것만 으로도 온실 기체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가족 계획을 장 려하고 여자 아이들에게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850억 톤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인구와 관련된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 문제는 아프 리카 지역의 인구 성장이 아니라, 저개발국들에서 늘어나는 중산층 들이 취하게 될 생활 방식에 있다. 이들의 늘어난 소득을 갈취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그들의 광고는 비 싼 차를 타고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이 세련된 생활 방식인 것처럼 묘사할 텐데, 이들이 이런 생활 방식을 선택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 이다. 반면에 부유한 국가들이 탄소 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생활 방식 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지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우리는 불을 발견했다. 그러나 화재 사고가 빈번해지자 소화 기를 발명했다. 여기에 더해 비상 대피로와 화재 경보기 등 이 개발되었고, 화재를 전담하는 소방서가 설치되었다. 자동 차도 그렇다.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안전 벨트와 에어백 등이 개발되었고, 자율 주행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만 보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통제 불가능한 사고 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생 명 3.0: 인공 지능 시대의 사람 (2017년)에서

- 현재 우리는 우리의 번영과는 별 관계 없이 성장해야만 한다는 경제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해 주는 것이다. 성장은 그다음 일이다. - 케 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 도넛 경제학: 21세기 경제학자처럼 사고하는 7가지 방법(Doughnut Economics: Seven Ways to Think like a 21st-Century Economist)』(2017년)에서

- 시장의 기능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원하는 성장과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새로운 시장을 건설해야 한다. - 마리아나 마추카토 (Mariana Mazzucato), 경제학자, 2016년
- 2018년 이탈리아계 미국 경제학자 마추카토는 지구 회복을 위해 필요한 혁신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달 착륙 계획처럼 이 프로젝트는 대담하고 시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설정되어야 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 다. 그리고 다양한 경력의 연구자들을 초빙해 연구의 확장성을 꾀해 야 한다. 마추카토의 제안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현재 그린 딜 정책이 이런 내용을 담고 힘차게 추진되고 있다.
지구 회복 계획도 간단하면서도 매력적이어야 훨씬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 매력은 상당 부분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지구 회복 계획은 에너지와 탄소 배출량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산림을 복구하고 남아 있는 자원을 보호해 농업 혁신을 유도하는 등의 일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이런 일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작동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실행되어야 할 프로젝트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온실 기체 배출을 반으로 줄이고, 멸종되는 생명체를 보호하고,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더는 지구 환경의 경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들이 이런 목표이다. 사회 체제를 전환하면서 부의 재분배를 실행하는 것도 목표에 포함될 것이다. EU,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영국 등의 정부는 이 목표를 천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 중이다. 프로젝트를 실행하려면 구체적인 의지와 함께 돈도 필요하다. 금융 산업을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미래를 건설해야 하는 과제도 포함되어야 한다. 시장에 돈이 마르는 일은 없다. 단지 투자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을 뿐이다.

- 주위를 한 번 둘러보십시오. 움직이지 않고 무표정한 것들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적당한 방향으로 살 짝만 건드려도 와르르 쏟아질지 모릅니다. -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 『티핑 포인트: 작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빅트렌드가 되는가(2000년)에서

- 인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근사한 일이다. 또 생태계의 일부가 항상 깨어 있어 주변의 일들에 대해 관 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도 경이로운 점이다. 아마도 도랑에 빠져 허우적댈 때에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호기심이 우 리 마음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비드 그린스펀(David Grinspoon), 『손 위의 지구(Earth in Human Hands),(2016년)에
- 이제 여정을 정리할 시간이다. 우리의 연구는 앞으로 30년 이내 에 지구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희망 사항이 아니다. 지구 생태계는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더 활기차고 역동적인, 그래서 내부 혹은 외부에서 어떤 충격이 있더라도 충분히 극복하고 새롭게 전진 하는 경제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지구를 회복시켜야 한다. 지구 위험 한계선 내에서 새로 운 문명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지구 회복 운동의 사명이다. 앞으로 10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고, 이것은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 외계인을 놀래킬 만한 파괴의 흔적을 우리 아이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다음 세대는 온실 기체 배출과 생명체의 멸종, 빈곤으로 고 통받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환경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지구를 살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살리자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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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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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과학 2022. 10. 20. 20:30

-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몸에는 코발트(Co) 원자보다 수소 (H) 원자의 수가 3억7,500만 배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과 학자들은 이처럼 인간은 물론이고 다른 포유류들의 신체 구성 원소 목록을 매우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다. 그런데 야생동물은 자연에서 이 모든 원소를 찾아내는 법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대체 어떻게 자기 몸에 필요한 것을 얻고 자신의 생화학 양론 방정식, 즉 섭취하는 성분과 필 요로 하는 성분이 일치하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것일까? 모든 동물들이 어떻게 아는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아는 것일까?
피식자의 근육, 내장, 뼈를 먹는 육식동물은 이 등식을 허기(그리고 허 기가 채워지면서 촉발되는 쾌락)만으로도 충분히 성립시킬 수 있다. 돌고 래의 경우, 허기에 더해서 먹이가 아닌 것을 가려내도록 머릿속에 먹이 의 생김새에 대한 모종의 이미지만 있으면 된다(이런 이미지는 돌고래에게 돌덩이를 먹지 말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면 등식은 거의 성립한다. 반면, 더 많은 먹이들을 선택할 수 있는 동물들은 상황이 이보다 녹록 하지 않다. 식물을 먹는 동물(초식동물)이나 동물과 식물을 먹는 동물(잡식동물)에게는 삶이 곧 도전이다. 그림 1.1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원소들이 식물보다는 동물에 훨씬 더 고농도로 존재한다. 그래서 만약 잡식 동물이 식물과 동물을 무작위로 섭취하면 소듐(Na, 나트륨)과 인(P), 질 소(N), 칼슘(Ca)이 결핍된 식사를 하기 십상이다. 상황이 까다롭기는 초 식동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초식동물과 잡식동물은 어떻게 그들 만의 생화학 양론 방정식을 성립시키는 법을 아는 것일까? 더 큰 틀에 서 보면, 이들은 향미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향미란 동물의 입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각적인 경험의 총체이다. 여기에는 향, 식감 그리고 미각도 포함된다. 동물이 욕구를 따르도록 인도하는 데에는 향미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맛은 특별한 역할을 한다.
- 이런 미각 시스템이 작동하는 이유는 특정한 동물에게 필요한 원소들이 비교적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런 원소들은 과거를 토대로 예측될 수 있다. 한 동물의 선조가 과거에 필요했던 것은 현재 그 동물에게도 필요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맛 선호도는 뇌에 새겨져서 타고난다 고 볼 수 있다. 소듐을 예로 들어보자. 포유류를 포함한 육지 척추동물 은 육상 생태계의 제1차 생산자인 식물보다 체내 소듐 농도가 거의 50 배 높다(그림 1.1), 척추동물이 바다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척추동물의 세포는 소듐을 포함하여 바다에서 흔한 성분들에 의존해 진화했다. 필 요한 소듐의 양과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양이 이렇게 차이가 날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필요한 양보다 식물을 50배 더 많이 먹거나(초과량은 배설한다) 다른 소듐 공급원을 찾으면 된다. 짠맛 수용체는 보상을 통해서 동물이 후자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즉, 막대한 소듐 필요량을 충족시켜 생화학 양론 방정식을 성립시키기 위해서 소금 을 찾아나서게 한다.
포유류는 대부분 소금(NaCl)에 있는 소듐(Na)에 반응하는 두 가지의 미각 수용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는 일정 농도 이상의 소듐 에 반응한다. 소듐이 이 최소 농도 이상으로 존재하면 미각 수용체가 뇌 로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소금이다”라는 의식적인 인식과 함께 쾌감이 뒤따른다. 
-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의 하나로, 음식 내 질소 함유 여부를 알려주는 신뢰할 만한 지표이다. 감칠맛은 질소를 발견한 우리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맛이다. 글루탐산으로 촉발된 감 칠맛은 우리에게 필요한 여러 아미노산들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감칠맛은 글루탐산 단독으로만 촉발되지는 않는다.
이케다의 뒤를 이어 여러 일본 연구자들이 연구를 이어간 결과, 글루 탐산에 더해 이노신산과 구아닐산이라는 두 가지 리보뉴클레오타이드 역시 감칠맛을 촉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두 가지 리보뉴클레 오타이드는 다시마가 아니라 가다랑어포에 들어 있다. 이노신산이나 구 아닐산을 글루탐산과 함께 경험하면 최상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 국물에는 최상의 감칠맛, 즉 질소가 함유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주 면서 깊은 즐거움을 주는 맛이 풍부하다.
- 우리가 식사로 섭취해야 하는 원소와 화합물 대부분은 새로운 세포 와 기타 체성분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그래서 이런 성분들이 우리 체내 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희소하거나 풍부한지에 따라 필요한 양이 결정된 다(이번에도 앞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등식의 원리이다). 그런데 이외에도 우리 몸에는 일상 활동에 소모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건물을 지은 후에 도 조명을 켜두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활동적인 동물일수록 이런 에 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 포유류만큼 곤충도 그렇다. 가장 활동적이고 공격적인 곤충, 가령 개미에게는 최고의 고칼로리 식단이 필요하다. 개미든 코끼리든 간에 이런 열량은 대부분 탄소 화합물을 분해함으로써 얻어진다.
- 단당류는 모두 작은 탄소 화합물이어서 동물이 에너지로 전환하기 쉽 다. 포도당, 과당, 그리고 이들이 생화학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인 자당이 단당류에 해당한다. 단맛 미각 수용체는 동물이 이들 당류를 발견하면 보상을 준다. 망고나 꿀, 무화과, 과일의 즙을 먹으면 달콤함으로 보 상한다. 많은 포유류들은 녹말과 같은 다당류 역시 달게 느낀다. 특이 하게도 구대륙원숭이, 유인원, 인간은 단맛 수용체가 녹말에 반응하지 않는데, 그 대신 입에서 아밀라아제(amylase)라는 효소를 생성한다. 이 아밀라아제는 녹말의 소화를 돕는 효소가 아니다(녹말의 소화는 나중에 일어난다). 그보다는 입안에서 녹말 일부를 잘게 쪼개어 단맛 수용체가 이를 감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 고릴라나 침팬지처럼 고인류는 입안에서 아밀라아제를 생성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식단에 녹말 성분이 점차 더 많이 함유되면서 일부 인 류 집단은 입에서 더 많은 아밀라아제를 생성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아마 더 빠르게 녹말이 달다고 지각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렇듯 진화는 단지 음식을 지각하는 방식을 바꾸어서 담백한 음식을 달게 만들 수도 있고, 그 반대로도 만들 수 있다.
- 영장류학자 리처드 랭엄은 요리 본능(Catching Fire)』에서 최초의 고인류의 진화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특징이 바로 불과 요리라고 주장한다. 랭엄의 가설에 따르면, 요리된 음식은 더욱 큰 두뇌를 진화시킬 수 있 는 충분한 에너지를 인류 조상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요리가 고인류 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이 되려면 적어도 약 190만 년 전에 등 장했어야 한다. 그러나 불을 제어해서 요리에 이용했다는, 어느 정도 신 빙성 있는 증거들 중에 가장 오래된 증거도 그보다 훨씬 이후의 것이다. 그러나 공정하게 따지자면 발효와 꿀 채집이 190만 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증거도 없다. 그리고 고기와 뿌리를 자르거나 빻았다는 것도, 어패류를 먹었다는 것도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증거가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불에 대한 거대하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랭엄의 이 발상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여기에는 우리 두 사람이 보기에 논란의 여지가 훨씬 적은 가설이 숨어 있다. 이 가설은 불이 인류 조상의 진화를 이끌었는지, 그러했다면 언제였는지와는 관련이 없다. 그 대신, 애당초 인류 조상이 새로운 음식 처리 방법을 혁신한 이유를 따져본다. 따라서 불뿐 만이 아니라 자르기, 빻기, 발효시키기에도 적용되는 가설이다. 랭엄은 저서 곳곳에서 인류 조상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주된 이유가 요리한 음식이 맛있었기 때문이거나 적어도 날 음식보다는 맛이 좋았기 때문이 라고 주장한다. 물론, 불은 음식 속의 열량을 더욱더 흡수하기 쉽게 만 들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것, 가령 언어나 석기를 발명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더 마련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예 상해서 불을 사용하게 된 것은 아니다. 현생 인류를 포함해서 동물이 장 기적인 이익을 토대로 선택을 단행하는 일은 드물다. 그 대신, 랭엄의 주 장에 따르면 인류 조상이 요리할 때마다 불을 사용한 이유는 익히지 않은 날 음식보다 더 맛있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잠시 랭엄의 발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고 앞길을 밝혀주는 불, 부엌의 오븐 속에서 음식을 데워주는 불, 연소 기관, 현대 도시, 현대 전쟁, 인터넷 그리고 이외의 많은 것들이 탄생하는 길을 열어 준 불, 이런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불이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 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랭엄의 가설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명칭을 붙여보면 어떨 까? 이름하여 향미 사냥꾼 가설이라고 말이다. 향미 사냥꾼 가설은 불을 처음으로 제어하기 시작한 시점과는 상관없이 불의 역할에 적용되는 가 설이다. 호미닌의 진화에 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랭엄의 주장이 꼭 옳지 않더라도 향미 사냥꾼 가설은 타당하다. 이 가설은 그저 언제가 되 었든지 불이 사용된 이유는 요리한 음식이 그 대안, 즉 요리하지 않은 음식보다 먹을 때 더 즐겁고 향미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 가설을 오직 불에만 적용할 필요도 없다. 향미 사냥꾼 가설은 침팬지의
요리 전통과 요리법들 역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침팬지 는 향미를 찾아낼 도구를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이런 도구의 특성은 환 경과 이들의 전통에 각각 어느 정도 관련된다. 향미 사냥꾼 가설은 인류 의 조상이 음식을 가공하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을 때마다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향미 사냥꾼 가설에는 커다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인류 조상이 새로운 도구와 기술을 사용해서 얻은 음식이 다른 방법으로 얻은 음식보다 실제로 더 풍미 있 고 맛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증거가 이것이 사실이었음을 시사한다.
- 이 같은 여러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보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 들이 숲에서 태어나 살면서 달고 향긋하고 새콤달콤한 과일들을 찾아 다녔다고 상상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렇다고 늘 이런 과일들을 찾 을 수는 없었겠지만 찾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돌아 오기 위해서 그 과일을 발견한 시기와 장소를 모두 기억해두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먹거리는 궁극적으로는 열량을 공급했지만, 즉각적으로 제공한 보상 은 향미였다. 1차적 보상이 욕구가 아니라 향미였음을 보여주는 한 가 지 증거가 있다. 침팬지가 도구나 기발한 발명품을 동원해서 수중에 넣 는 먹거리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영양 측면에서는 그만한 노력을 들 일 가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먹거리는 맛이 좋다. 미식가로 살려면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브리야 사바랭은 “어쩌면 미식가란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신이 나는 바보”라고 했다. 이 말을 살짝 바꾸어보면, 미식가는 생존 측면에서는 바보라고 할 수 있다. 영장류의 단 맛, 짠맛, 감칠맛 수용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 수용체가 평균적으로 영장류가 욕구를 좇을 수 있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도구를 사용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맛과 향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침팬지는 미식가이다. 다시 말해, 침팬지는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인간이 침팬지와 공유하는 공통 조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식가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향미가 풍부하면서도 필요한 열량이나 영양분까지 공급하는 음식을 발견 하는 경우, 미식은 대성공이다. 이런 유형의 도구 사용법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될 가능성이 특히 높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런 도구를 사용하는 개체의 생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 송로버섯을 만드는 균류는 다양하다. 이들 종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적인 향과 독특한 향, 좋은 맛을 혼합해낸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종마다 서로 다른 동물에게 구애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송로버섯은 돼지에게 구애하도 록 진화했는데, 이런 작전은 잘 먹혔다. 송로버섯 향에 대한 돼지의 반응은 유전적으로 부호화된 듯하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그런 것 같다. 아직 세상 냄새를 잘 모르는 아주 어린 새끼 돼지도 송로버섯 향에 끌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돼지가 코로 빨아들인 송로버섯 향은 일단 코 에 도달하면 콧속에 있는 수용체와 접촉한다. 후각 수용체는 말미잘처 럼 흔들흔들한다. 말미잘이 바다에서 영양분을 걸러내듯이 이 수용체도 코로 들어오는 공기에서 부유 화학물질을 걸러낸다. 각각의 수용체는 한 가지 이상의 특정 부유 화합물을 잡아내도록 맞춰져 있다. 이 화합물 은 콧속 수용체라는 자물쇠의 열쇠와 같다. 열쇠가 자물쇠에 “맞으면” 후각 수용체는 후각 신경구 안에 있는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뇌로 메시 지를 전달한다.
- 불쾌감이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내장된 향은 대체로 위험과 관 련이 있다. 반면, 쾌감을 주도록 타고난 향은 흔히 성(性)과 연관되어 있 다. 동물이 생래적으로 같은 종의 성 페로몬에 쾌감을 느끼면 유리한 이 유는 명백하다. 가령 암컷 아시아 코끼리는 (Z)-7-도데세닐 아세테이트 라는 화합물을 소변과 함께 배출해서 수컷에게 자신이 교미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수컷은 이 섹시한 소변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암컷 염소는 수컷 염소의 향을 맡으면 그 즉시 배란을 시작 하는데, 이 향은 수컷의 머리털을 통해서 퍼져나간다(결국 이 냄새는 주 로 염소 고기에 배게 된다). 마찬가지로 수컷 멧돼지는 고환에서 안드 로스테놀과 안드로스테논을 생성한다. 안드로스테놀은 (적어도 인간 입 장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난다. 안드로스테논은 “소변 냄새를 풍긴다.
이들 화합물은 멧돼지의 고환에서 시작해서 온몸을 거쳐 입안의 특수한 침샘까지 이동한다. 수컷 멧돼지가 마음이 동하면 이 침샘의 내용물이 입으로 새어나온다. 그러면 수컷은 입을 쩝쩝거리고 머리를 흔들고 콧 김을 내뿜는 행동을 공격적으로 벌인다. 일이 술술 풀리면 이 냄새가 암컷이 있는 방향으로 잘 전달된다. 암컷은 수컷이 거품을 내며 내뿜는 이 선정적인 침 냄새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여 짝짓기 자세를 취한다.[54] 그 러나 본능적으로 쾌감을 주는 향이 성하고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이름에 걸맞게 사체에서 나는 향인 카다베린(시체, 송장을 뜻하는 카데버[cadaver]에서 따온 명칭이다/옮긴이)은 독수리나 송장벌레, 사체 를 좋아하는 모든 파리류를 유인하고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렇듯 한 종에게는 혐오감을 주는 것이 다른 종에게는 유혹적일 수 있다.
- 송로버섯은 자신에게 필요한 포유류를 유인하기 위해서 화학적인 향을 생성한다. 송로버섯 향에는 안드로스테놀이 포함되어 있다. 이 물질 은 암퇘지가 짝짓기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두 가지 스테로이드성 화합 물 중의 하나이다. 이외에 송로버섯 향에는 살짝 썩은 양배추 냄새가 나 는 다이메틸 설파이드도 들어 있다.4 돼지는 다이메틸 설파이드 때문에 송로버섯에 끌리는데, 극히 낮은 농도의 다이메틸 설파이드도 감지할 수 있다.[55] 그렇다면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장면을 그려보자. 돼지 한 마리가 고약한 썩은 양배추 향(다이메틸 설파이드)이 나는 곳을 향해 걸 어간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섹시한 돼지가 근처에 있다는 단서(안드로스 테놀)를 더 많이 포착하게 된다. 그러다가 송로버섯이 있는 곳 바로 위 에 도착해서는 땅을 파기 시작한다. 송로버섯을 발견하는 순간에 돼지 가 짝짓기를 생각하는지, 먹이를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 둘 사이에서 어 떤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돼지가 쾌락을 느낀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 개가 킁킁거리는 것은 보통 호흡 할 때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는 다르다. 호흡보다 더 깊이 그리고 더 의 도적으로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고든 셰퍼드가 그의 아름다운 저서 『신 경미식학에서 서술했듯이,[60] 개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행위는 숨 을 내쉬는 것으로 시작한다. 숨을 내쉴 때 개는 콧구멍 가장자리에 있는 찢어진 틈처럼 생긴 곳을 통해서 콧속의 공기를 밖으로 불어낸다. 그러 면 공기가 높은 압력과 함께 코 양옆으로 훅 빠져나가는데 그러면서 흙 과 먼지를 날리고 가라앉아 있던 향을 공중에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다음, 개는 재빨리 숨을 들이쉬면서 새롭게 떠다니는 화합물들, 즉 주로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공기 중에 떠다니는 화합물들 을 킁킁거리며 맡는다. 개는 이런 식으로 킁킁거린다. 그러다가 정말로 냄새를 훅 맡고 싶어지면 개의 호흡 속도가 초당 8배 더 빨라진다. 킁킁 거리면서 들이마시는 공기는 공기가 나오는 곳과 같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콧구멍의 중앙을 통해서 콧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밖으로 내보내는 향과 들어오는 향이 서로 섞이지 않는다. 개는 각 콧구멍 주변의 약 10센티미터 범위에 있는 공기를 끌어당긴다. 이 범위 를 코의 영향권”이라고 한다. 이 영향권 안에서 채집되어 흡입된 발향 성 화학물질은 코를 타고 올라가서 후각 수용체가 있는 코의 긴 부분에 도달한다. 개 코에는 거의 1만 종류의 개별 후각 수용체가 수백만 개 분포되어 있다. 개 코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먼지로 세상을 파악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한 부패와 달콤함이 있는 세상, 사향과 항문낭 의 세계가 있는 곳을 향하면서 그 냄새를 들이마신다. 개 코는 전비강을 통해서 냄새를 맡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후비향을 맡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후비향은 주로 숨을 내쉬는 동 안 일어나는데, 폐에서 부풀어오른 숨이 다물고 있는 입안에 있는 무엇 인가를 거쳐서 코를 통해서 나갈 때 생긴다. 개가 세상을 경험하는 데에 는 후비향이 역할을 거의 하지 않는 듯하다. 개가 씹는 먹이 속의 휘발 성 화학물질 가운데에는 입을 거쳐 코로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 다. 그 결과, 개가 경험하는 향미는 맛과 향이 미묘하게 혼합된 것이 아 니라 맛이 지배한다. 개의 섬세한 후각은 오직 외부 세계의 길과 향을 찾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이 때문에 개는 송로버섯 찾기에 더없이 적합 한 동물이다. 송로버섯을 찾아도 결코 그 향미를 즐기는 성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 숲속에서든 식탁 앞에서는 개나 돼지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있더라 도, 인간이 지각하는 세상과 개나 돼지가 지각하는 세상은 다르다. 개와 돼지가 지각하는 것들 중에는 인간이 놓치는 부분도 있고, 반대로 우리 가 지각하는 것들 중에 개와 돼지가 놓치는 부분도 있다. 우리는 송로버 섯을 찾으려고 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지만, 송로버섯의 향미를 음미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개는 송로버섯을 잘 찾지만, 그 향미를 즐길 줄은 모른다. 반면에 돼지는 선천적으로 송로버섯을 향해서 힘차게 돌 진하지만,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정말로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송로버섯은 인간의 후각이 유일무이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종 마다 경험하는 향미의 세계가 각자 얼마나 독특한지를 보여주는 적절한 상징물이다. 그렇다면 고인류가 요리 전통과 요리법 측면에서만 유일무이했던 것이 아니라, 후비향을 비롯한 음식의 향미를 음미하는 능력도 독특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도 모든 클로비스 고고 유적지에서는 거의 세계 어느 곳에 있는 고고 유적지보다 더 많은 거대 동물들 뼈가 발견되었다. 흔히 네안데르탈 인을 가리켜 완성형 육식주의자라고 표현한다. 유럽에 있는 몇몇 유적 지에서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보면,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곳에 살던 하이에나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에는 클로비스인보다 더 많은 식물성 재료가 포함되었던 것 으로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이 클로비스인보다 수만 년 더 전에 살아 서, 식물성 유적이 분해되어 사라졌을 가능성이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 고 말이다. 그만큼 클로비스인이 엄청난 양의 고기를 먹었다는 뜻이다.  클로비스인이 먹은 고기들 대부분이 요리된 것이었다. 그들이 뛰어난 요리 기술을 발휘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산페드로 강 근처 유적지에 정착하기 전까지 인류는 적어도 10만 년간, 그리고 잠재적으로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꾸준히 요리를 해왔다. 이 정도 기간이면 먹고 요리하 는 연습을 하기에 충분히 오랜 시간이다. 그 결과, 많은 시도와 실수를 거쳐서 완벽한 세기의 불, 고기를 걸어둘 완벽한 막대기, 고기를 익히는 데에 필요한 완벽한 요리 시간을 터득했다.  클로비스인이나 그들의 조상, 아니면 그들과 동시대인들이 했던 요리에는 그것이 어떤 형태의 요리였든 간에 모두 전문지식과 기술이 수반되었다. 이들은 여러 단계들을 거쳐야 하는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들은 집을 짓고 가죽을 가공했다. 창촉에 손잡이를 달아 창을 만들었 고 창을 날리는 투창기를 만드는 법도 알았다.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 면서 서로에게서 배웠다. 도구를 만들 때처럼 요리를 할 때에도 정성스럽게 했을 것이 틀림없다. 좋아하는 향미가 있어서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 향미를 만들고 그렇게 얻은 요리법을 대대로 대물림했을 것이다. 아 마도 짐 해리슨의 추모 만찬상에 올랐던 원조 프랑스식 카술레(콩으로 만드는 프랑스 남부의 전통 스튜 요리/옮긴이)처럼 8일 동안이나 준비해 야 하는 복잡한 요리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뼈와 석기만 보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대체로 복잡한 요리법이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 동물이 음식을 섭취하면, 음식 속에 있는 화학적 화합물의 일부가 혈류로 들어간다. 단백질, 지방, 당분뿐만 아니라 음식에 들어 있는 무수히 많은 다른 화합물들도 들어간다. 이들 화합물 일부는 그 동물의 살 에 있는 세포 안에 지방과 함께 쌓인다. 일단 그곳에 쌓이면, 음식에서 나온 이 화합물 분자들은 지방을 감싼다. 이는 냉장고 안에서 블루 치즈나 양파 반쪽에서 나는 냄새가, 포장되지 않아서 그대로 노출된 버터에 들러붙는 방식과 흡사하다. 익히지 않은 날고기에 들어 있는 이들 분자 의 향은 우리 입안의 후비강을 통해서 지각된다. 그런데 고기를 익히면 이 분자들이 복잡하게 섞여서 추가적으로 여러 화합물들을 형성한다. 이렇게 생긴 화합물들은 관련 연구가 부진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화합물에서 나는 향은 인간뿐만 아니라 개를 포함해 고기를 먹는 다른 종들에게도 중요하다.
최소한 인간의 지각력의 관점에서 보면, 지방 속에 갇힌 향에서 나는 향미는 예상대로 동물의 생활방식에 따라 다양해지는 듯하다. 육식동 물들은 대체로 그들이 먹는 동물을 통해서 독특한 화합물을 접하는 경우가 비교적 적다. 또한 육식동물들은 비교적 날씬해서 이런 화합물들 을 가둘 수 있는 지방도 거의 없다. 따라서 육식동물들은 대개 저지방 소고기의 홍두깨살 구이(흔히 쫄깃하다)나 이와 맞먹는 맛이 난다. 다만 육식동물들이 특별히 강한 향미가 나는 것(가령, 개미)을 먹어서 이 육식 동물의 고기에서도 그 향미가 나기도 한다.
- 클로비스인은 그들의 먹거리에서 향미를 포착하고 이들 향미에 주목하면서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향미가 생겼을 것이다. 이 가설은 명백해 보이지만, 거의 언급되지 않은 채 사라져버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가설도 세울 수 있다.
즐거움을 주지만 흔히 향미는 단조로운 거대 들소와 같은 반추동물 고기를 클로비스인이 만족스럽게 먹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비(非)반 추동물의 고기를 더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반추동물이 과일과 뿌 리도 먹으면서 너무 나뭇잎에만 의존하지 않는 식성이었다면 더더욱 그 럴 가능성이 높다. 클로비스 시대에 애리조나 지역에서 서식했던 종들 중에서 각자 그 정도는 다르지만 매머드, 마스토돈, 곰포테어가 여기에 해당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과일과 풀이 포함된 식단(매머드)과 여기 에 더해 한랭 기후에서 자라는 나무의 잎이 포함된 식단(마스토돈)을 먹 었던 비반추동물이다. 포유류학자 조애나 램버트가 지적했듯이, 마스 토돈의 식단에 포함된 나뭇잎 종들은 독소보다는 타닌(tannin)의 방어 작용으로 스스로를 보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타닌은 일종의 다목적 식물 방어 기제로, 포도 껍질, 떡갈나무 잎 등 다양한 식물들에서 발견된다. 타닌은 침을 미끄럽게 하는 단백질을 포함해서 동물의 입안 단백질과 결합하여 “상큼하면서 톡 쏘는 듯한 감각을 촉발한다. 그래서 타닌 을 먹으면 눈살을 찌푸리거나 살짝 움찔하게 된다. 그러나 더욱 강력한 다른 식물 방어 기제와는 달리, 대체로 그 식물을 먹은 고기에는 남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클로비스인이 잡아먹었던 것으로 밝혀진 거대 한 동물들은 아마도 모두 끝내주게 맛있었을 것이다(이와 반대로, 덩치 가 가장 큰 육식동물과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들은 아마도 맛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매머드 발의 향미를 알고 있었다. 결국, 향미와 거대 동물군 문제의 핵심은 초기 아메리카인들이 어떤 종을 먹었는지 또는 언제 그 리고 왜 그 종들이 멸종했는지 그 전모를 향미가 밝혀준다는 데에 있지 않다. 문화적 금기도 중요했고, 문화적 선호도 중요했으며, 다른 종보다 상대적으로 사냥하기 쉽다는 점도 중요했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요점은 하나이다. 넓게 말하면 사냥꾼, 좁게 말하 면 수렵채집인이 과거에 했던 선택과 지금 현재 하는 선택에 대해서 논 할 때, 지금껏 향미는 거의 언제나 간과되어왔다. 니카라과에 사는 미스 키토 부족민이든 태고에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클로비스 수렵인이든 네 안데르탈인이든 간에 말이다. 향미를 고려의 대상으로 삼으면 사람들이 했던 과거의 선택과 현재의 선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진다. 매머드에 대해서 생각할 때, 태고의 수렵채집인들이 선호했던 것을 중요시하게 된다. 또한 열매를 생각할 때, 매머드가 선호했던 것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 과실수가 동물의 장에 자신의 운명을 건다는 점이 얼핏 어리석어 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동물이 이렇게 씨앗을 옮기면 씨앗은 새로운 지역,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어미그루 밑에 떨어진 씨앗은 그늘진 곳에서 자라게 된다. 그 씨앗의 뿌리는 커다란 어미그루의 뿌리가 미치지 못한 곳에 남아 있는 영양분이라면 뭐든지 흡수하기 위해서 분투해야 한다. 게다가 어미그루 밑에서 자라면 어 미의 병원체와 해충에 고통받을 가능성도 더 높다. 그래서 어미그루는 자기 때문에 자식이 죽는 일을 막으려고 씨앗에 열매를 장착시킨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이 운송수단으로 동물을 모아들이려면 어떤 요령이 필요할까? 첫째, 멀리에서부터 특정 동물들에게 “나 여기 있어요” 라고 구애를 보내면서 먹을 것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이 동물들이 일단 가까이 오면, 더 눈에 띄게 손짓해서 불러야 한다. “어서 나를 먹어요.” 마지막으로 셋째, 동물이 과일을 베어 물어 입으로 과육을 감싸면 과일을 삼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충분히 맛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이런 생명의 춤에 참여하기 위해서 멀리에서도 매력적으로 보 이는 색으로 단장하고, 가까이 왔을 때 매력적인 향을 풍기고, 먹었을 때 향미가 가득 느껴지도록 진화했다. 그런데 이런 매력을 갖추려면 대 가가 따른다. 식물이 보상을 제공하려면 자신의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 질을 내어주어야 한다. 자손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식물은 조금도 더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맛있는 열매 를 만든다. 또한 식물은 할 수만 있다면 동물을 속이려고 한다. 제2장에 서 살펴본 아프리카 관목 펜타디플란드라 브라제아나의 경우가 그렇다. 이 식물은 열매를 먹는 동물에게 쾌락 말고는 영양분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 흔히 “허브”라고 불리는 향신료들은 식물 부위 가운데에 잎으로 된 것들을 말한다. 페퍼민트, 스피어민 트, 오레가노, 바질, 베이, 레몬그라스 등이 모두 허브이다. 많은 허브 잎위에는 작은 구슬 같은 것들이 붙어 있는데, 식물은 그 안에 화학물질을 저장한다. 우리 입안에서 혹은 허브 잎을 따거나 찢을 때 이 구슬들이 소형 폭탄처럼 터지면 그 속에 있던 화학물질들이 폭발하듯이 공기 중으로 나온다. 다음으로 겨자나 커민, 아니스와 같은 향신료는 씨앗이다. 이외에 고추, 후추, 레몬, 라임과 같은 향신료는 열매이다. 반면, 마늘과 양파를 비롯한 그 친척뻘 되는 많은 향신료들은 알뿌리이며, 정향은 꽃눈, 사프란은 크로커스 꽃의 암술이다. 향신료를 사용하는 행위는 기만적으로 느껴질 만큼 간단하다. 이 특별한 것을 냄비나 팬, 그릇에 소량 첨가하면, 결과물로 나오는 음식의 향미가 달라진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향신료를 넣어서 섞을 냄비나 팬, 그릇, 아니면 최소한 재료를 담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물론, 요리하려는 고기의 표면에 비비는 식으로 향신료를 뿌릴 수도 있다). 아니면 구멍을 파고 밀봉해서 그릇처럼 사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여기에 뜨거운 돌을 더하면 액체를 끓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오늘날 음식에 향미를 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모든 향신료를 본질적으로 강 한 냄새가 나는 식물 부위에서 얻는다는 사실이다. 그 부위가 알뿌리든 잎이든 씨앗이든 상관없이 다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식물이 우리 가 냄새가 강하다고 인식하는 화학물질 생성 능력을 진화시킨 목적은 천적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앞으로도 이들 사이에 종전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몸은 많은 식물 종, 식물 계통과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는 입안에서 느끼는 쓴맛으로 휴전을 실감한다. 인류 조상들을 포함해서 동물의 쓴 맛 수용체는 해독할 수 없는 식물이니 피하라는 경고를 보내게끔 진화 했다. 쓴맛 수용체는 동물마다 해독 가능한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조 금씩 다르다. 쓴맛 수용체 덕분에 동물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인간에게는 스트리크닌 성분이 있는 식물 을 피하라고 알려주는 쓴맛 수용체도 있고, 카페인을 피하라고 경고하 는 쓴맛 수용체도 있다. 홉에 함유된 15가지의 다양한 화합물들은 인간 의 쓴맛 수용체 3개 중에 최소한 1개를 작동시킨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식물은 향이라는 선물을 준비했다. 향 그 자체에는 독성이 없지만, 식물에는 독소가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향을 생성하도록 진화한 것이 다. 제왕나비의 경계색이 새들에게 날 잡아먹지 마”라고 이야기하듯이 몇몇 식물의 향도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면 동물은 독 냄새가 나는 식 물을 피함으로써 쓴맛 나는 식물을 맛볼 상황을 면하면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 식물을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로 남겨둘 수 있게 된다
- 이런 측면에서 보면,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 는 행위이다. 인간은 고농도의 화학적 방어물질이나 경고성 향을 지닌 식물을 일부러 채집해서 대체로 소량을 음식에 첨가한다. 가령 민들레,와 딜의 쓴맛을 내는 화학물질들은 사실 독이다. 마늘, 민트, 타임, 딜의 향긋한 향은 독이 있다는 경고이다. 이들은 조금의 모호함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끔찍하게 이를 갈고 고약한 입 냄새를 풍기는 이 짐승아, 꺼져버려. 안 그러면 큰코다친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식물을 먹는다는 것은 대담한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행동에 무 뎌져버렸다. 향신료의 향미와 향에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 이제는 이 들 향신료를 섭취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향신료와 관련해서 설명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인간이 이렇게 선뜻 향신료가 쾌락을 준다고 어떻게 확신하게 되었는지를 우선 설명해야 한다. 둘째, 인간이 왜 그렇게 확신하기 시작했는지, 왜 음식에 향신 료를 첨가하게 되었으며, 왜 향신료를 가미한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 마늘을 비롯한 파 속 식물은 방어력의 원천이 되는 독특한 화학무기 를 장착하고 있다. 마늘의 경우 이 무기는 두 가지 핵심 화합물, 즉 알린 과 알리나제에 의해서 작동된다. 이들 화합물은 마늘 구근 속 별도의 공 간에 저장되어 있다가 구근이 훼손되면 그때에서야 서로 접촉한다. 알리나제는 효소이다. (곤충이나 설치류, 인간이) 마늘 구근을 깨물면, 알리 나제가 알린과 접촉하면서 순식간에 알린이 알리신으로 전환된다. 마 늘의 톡 쏘는 향이 바로 이 알리신에서 나온다. 양파도 마늘과 거의 유 사하다. 다만 양파에서는 제2차 반응이 일어나서 양파에 있는 알리신과 같은 화합물이 한 번 더 변형되어, "최루성 물질(눈물 제조기)"로 알려진 화학물질이 된다. 파 속 식물들 가운데 양파만 최루성 물질을 생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파가 가장 많이 만들어낸다. 이런 최루성 물질이 우리 (혹은 숲속에 사는 설치류)의 눈에 들어가면, 신경 말단을 자극하면서 유 황산을 비롯한 더 성가신 화합물로 다시 분해된다.
- 홉은 후물루스 루풀루스(Humulaus lupulus)라는 독특하고 재미난 이름 을 가진 식물의 꽃이다. 이 (솔방울 모양의) 꽃은 처음에는 먹거리 안전 을 위한 조치로 맥주에 첨가되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아는 이유는 중 세에 홉을 사용한 이유가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홉을 첨가하면 맥주 속의 박테리아를 죽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홉을 첨가하지 않으면 맥주가 상했을 것이다. 그 결과, 홉이 첨가된 전통 방식의 맥주는 오랫 동안 상하지 않아서 장시간 배에 싣고 다니기에도 더없이 좋았다. 그러 나 홉 맥주의 향미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은 아니 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홉 향미가 약한 맥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홉 맥주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홉에 대한 선 호가 증가했다. 홉은 맥주에 새롭고 색다른 차원을 더해주었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일부가 홉과 쾌락을 연결지을 줄 알게 되었다(아무래도 술이기 때문에 학습이 자궁 내에서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그러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맥주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홉의 유용성 이 그다지 크지 않다(맥주 양조 과정에서 여러 방식들로 골치 아픈 박테리 아의 접근을 방지한다). 그래서 이제는 맥주의 독특한 향미를 내기 위해 서 홉을 첨가한다. 약간 쓴맛도 나고, 경고의 의미도 품고 있고, 우리에게 저리 가라고 하는데도 여전히 우리가 좋아하는 바로 그 향미 말이다.
- 독주는 죽을 사람에게나 주어라. 포도주는 상심한 사람에게나 주어라. 그것을 마시면 가난을 잊고 괴로움을 생각지 아니하리라. (잠언, 31장 6-7절)
- 흔히 이루어지는 발효는 산성 음식을 생산하는 발효와 알코올성 음식을 생산하는 발효, 이 두 가지이다. 산성 결과물을 내는 발효는 대개 유산균과 아세트산균에 의해서 좌우되고, 알코올성 결과물을 내는 발효는 이스트에 의해서 좌우된다. 실제로는 이 두 가지, 즉 산성과 알코올성 발효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생 미생물에 의존하는 발효는 더욱 그렇다. 가령 사워 비어, 콤부차(차에 발효균을 섞어 마시는 음료/옮긴이), 사워도 빵(sourdough bread : 반죽을 발효시켜 만든 빵/옮긴이)이 그런 사례이다.
- 케이티의 발효 가설로 돌아가보자. 만약 고인류가 이미 신맛을 좋아했다면, 열매를 안전하게 발효시키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은 이들에게 특히 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콤부차와 비슷한 향이나 향미가 있는 음료나 음식을 만드는 것도 누워서 떡먹기 였을 것이다. 고인류는 이런 향과 향미를 건강, 쾌락과 연관시킬 줄 알 았다. 더 나아가서 신맛을 더 많이 좋아할수록 개체가 생존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고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신맛을 좋아하는 성향 이 유전적이라면, 그런 유전자를 대대로 물려줄 가능성 역시 더 높아질 테니까. 그런데 케이티는 포르투갈 회의에서 이것이 다가 아니라고 지적 했다. 열매를 비롯한 썩은 음식 안에서는 유산균과 아세트산균이 다른 박테리아와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스트와도 경쟁한다.
이스트는 당분을 먹이로 삼는다. 그 과정에서 포도당 분자(CH120) 1 개를 이산화탄소 분자(CO) 2개와 에탄올 분자(CHOH) 2개로 전환시 키는데, 이때의 에탄올은 사과주, 맥주, 포도주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한 종류이다. 이런 생화학적 마법을 통해서 이스트에 필요한 에너지가 생산된다. 그런 다음, 이스트 세포에서는 에탄올을 찌꺼기로 배출한다. 그렇다. 우리가 즐기는 술은 곰팡이의 분변인 셈이다. 그런데 꼭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 사실 이스트가 에탄올을 생성하지 않는 대신 당분을 더 완전하게 분해하면, 과즙이나 열매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스트는 대체 왜 에탄올을 만드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와 이스트를 죽이기 위해서 산을 생성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즉, 이스트는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서 알코올 을 생성한다. [160] 그 결과, 열매를 비롯해서 알코올 성분이 있는 기질(基 質: 효소와 작용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옮긴이)은 대체로 동물이 먹기에 안전해진다. 알코올도 산처럼 병원체를 죽인다. 다만 감춰진 문제점이 하나 있다. 알코올은 박테리아 대부분을 죽이지만(흥미로운 한가지 예외가 아세트산균이다. 아세트산균은 알코올이라는 이 독소를 에너 지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식초를 만드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영장류를 포 함한 포유류 대부분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영장류 대부분은 알코올을 비교적 적게 섭취하더라도 취할 수 있다. (이것은 나무에 올라가 있을 때에는 참 위험한 문제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아세트산을 포함해서 알코올 대사 산물은 간에 쌓인다. 아직 잘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알코올 대사 산물이 이렇게 쌓이면 야생 영장류 의 몸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구토와 두통, 말하자면 전형적인 유인원 특유의 숙취를 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 조상들이 안전하게 썩은 음식을 구별하는 부가적인 신호로서 알코올을 활용했을 가능성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침팬지와 고릴라, 인간에게는 알코올을 무독성 형태로 분해하는 강력한 능력을 지닌 간이 있다. 모든 포유류의 간에서 알코올은 알코올 탈수소효 소(ADH)라는 효소에 의해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환된다. 이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또다른 효소에 의해서 아세테이트로 전환된다. 침팬지와 고릴라, 인간의 간에서 이런 과정을 수행하는 효소들은 다른 영장류보 다 총 40배나 빠르게 작용한다. 그 결과, 이들은 더 많은 알코올을 안전 하게 섭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알코올의 열량과 혜택을 누리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은 잠재적으로 거의 받지 않는다. 어느 시점부터 인류의 조상들은 알코올을 마시면서 행복감도 경험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알코올에 대한 이런 반응이 언제 진화했는지 불분명하다. 그리고 이것 이 적응의 결과인지, 아니면 단순히 알코올과 뇌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사고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 인류는 다양한 발효 고기를 어떻게 즐기게 되었을까? 개략적으로 보면, 고기와 생선에 미생물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신맛을 선호 한 덕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 경우, 발효 고기에 대한 선호는 미 생물을 사용해서 산성이나 알코올성 열매, 뿌리를 만드는 것과 유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염장이나 훈연, 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효 된 고기나 생선을 많이 접한다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향신료와 마 찬가지로 발효 고기나 생선을 만들고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다른 상황이었다면 꺼렸을 향을 좋아할 줄 아는 학습 능력이 필요하다 는 것을 말이다. 인간에게 정말로 날 때부터 혐오하는 향이 있다면 발효 고기와 연관된 몇몇 향이 그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174] 이런 식으 로 발효 고기와 생선은 우리의 감각계 전체를 동원한다(실제로 필요로 한다). 장시간 발효된 무염 청어를 좋아하려면, 거의 무엇이든 좋아하는 법을 배울 줄 아는 코와 감칠맛과 신맛을 좋아하는 혀가 필요하다. 그 리고 입과 코, 마음으로 모두 좋아하는 향미를 계속 생산하는 기술을 배울 능력이 우리의 의식 속에 있어야 한다.
발효 열매와 뿌리, 발효 고기와 생선 이야기를 다시 종합해보면, 고인 류와 현생 인류, 그리고 발효의 역사가 새롭게 그려진다. 어느 시점에서 인가 인류 조상들은 열매를 발효시키기 시작했고 뒤이어 뿌리도 발효시키기 시작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인류 조상들은 맛과 향에 이끌려서 발 효 열매와 뿌리를 더 많이 찾아나서고 만들게 되었다. 신맛이 나는 열매 와 뿌리는 먹어도 될 만큼 안전했다. 발효 뿌리, 특히 발효 열매에는 새 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잠재력도 있었다. 부드러운 질감과 달콤함, 시큼함, 그리고 살짝 흥이 나는 느낌에서 오는 쾌락 말이다(이런 신나는 느낌은 최소한 우리의 알코올 탈수소효소 유전자가 새롭게 강력한 형태로 진화 한 이후에 느끼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와 동시에, 혹은 어쩌면 이보다 먼저, 어쩌면 나중에, 인류 조상들은 고기와 생선에서도 이와 매우 유사한 것을 발견하기 시작한 듯하다. 열매와 뿌리처럼 고기와 생선도 그냥 버 려져 있다가 맛이 더 풍부해지고(감칠맛이 더 많아지고), 새로운 후비향 과 이에 따른 향미가 생기고, 그러면서 동시에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안 전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인류 조상들이 물고기나 덩치 큰 포유류를 많이 죽이기 시작하면서 한 번에 먹을 양보다 많은 고기가 생 기자, 이렇게 고기와 생선을 발효시키는 일이 특히나 중요해졌을 것이 다. 언제 발효되었든 간에 인류 조상들은 발효 고기의 냄새뿐만 아니라 시큼한 맛을 통해서 그 고기가 안전한지를 알아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혀는 발효 때마다 발효 상태를 확인하는 방편이 되었다. 발효는 인류가 가꾼 최초의 정원, 즉 미생물 정원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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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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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국 물리학회 워크숍을 마친 후 기후과학이 내 예상보다 훨씬 학문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다음은 내가 알아낸 사실들이다.
* 기후가 더워지는 데 미칠 수 있는 인간의 영향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물리적인 측면에서 보인 변화는 아주 적다. 데이터가 부족해서 자연 현상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를 자연 현상에 의한 것 과 구분하기 어렵다.
* 많은 기후모델의 결과를 서로 비교하거나 수많은 관측 결과와 비교하면 불일치하거나 심지어 상반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모호한 전문가적 판단'을 내려 모델 결과를 조정하고 모델 결함을 고의로 애매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다. 
* 정부와 유엔의 언론 보도 및 요약본은 보고서 자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회의에서 일부 중요 사안에 대해 합의가 있긴 했지 만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강력한 합의가 있었던 건 결코 아니다. 저명한 기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기후 보고서 저자들도 일부 언론에 기술된 과학적 사실에 당황스러워한다. 이는 다소 충격적인 일이다.
* 간단히 말해 기후과학은 향후 수십 년 동안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제대로 예측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더구나 인간 활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 과학자들의 고유한 역할에는 특별한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논쟁이 있을 때 객관적인 과학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며,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학자의 윤리적 의무다. 판사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도 일을 할 때 사적인 감정을 제쳐두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보 에 입각해 선택할 권리를 대중에게서 빼앗고 과학이라는 대업 전반 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과학자가 사회·정치 운동가가 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지만, '절대 과학'으로 위장한 사회·정치 운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다.
- 기후과학에서도 영향과 반응, 파장은 핵심적인 세 가지 쟁점이다.
* 인간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미래에는 이 영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 기후는 인간과 자연의)의 영향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기후의 반응은 생태계와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왔나?
전 세계는 지난 수십 년간 위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과학이란 게 원래 그렇듯 그 답은 불확실하며, 앞으로 도 불확실할 것이다. 게다가 각 질문의 답은 앞선 질문의 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마지막(이자 아마도 가장 중요한) 질문의 답이 가장 불확실한 법이다.
-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인 수증기는 정해진 몇몇 색깔만 거의 100% 가로막기 때문에 대기 중에 수증기가 더 많아진다고 해서 단열 효과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검은색 창문에 검정색 페인트를 한 겹 더 칠하는 격이다. 이산화탄소는 다르다. 이산화탄소 분자는 수증기가 놓치는 일부 색깔을 가로막는데, 이는 이산화탄소 분자 몇 개가 수증기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투명한 창문에 검은색 페인트를 처음 칠한 효과와 같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분자가 발휘하는 힘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열복사 에너지를 가로채는 방식에 달려 있다. 이는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때 세부 현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 기후 시스템에 들어오고 나가는 에너지의 양은 m2당 와트(W/m2) 로 측정한다. 지구가 흡수하는 태양 에너지(즉, 지구에 의해 방출되는 열에너지)는 평균 239W/m2에 달한다. 100와트의 백열전구는 100와트(대 부분이 열이다)를 발산한다. 이를 지구가 방출하는 태양 에너지라고 생 각해보면, 지구는 표면에 1m2 간격으로 두 개 이상의 전구가 설치된 것과 같은 열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오늘날 인간의 영향력은 2W/m2를 조금 넘거나 이러한 자연적 흐름의 1%에 약간 못 미친다. (매 식단에 오이 반 개를 추가했을 때의 영향력과 비슷하다. 그림 2.4 참조).
태양열 외에도 기후 시스템에 열을 가하는 두 가지 근원이 더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표면에서 흘러나오는 지열이다. (화산, 온천, 해저 분출구의 경우처럼) 국지적으로는 에너지가 상당히 클 수 있지만 지구 전 체 지열의 평균은 겨우 0.09 W/m2로, 기후의 에너지 균형에 직접적 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적다. 하지만 남극 빙하 아래 에서 화산이 폭발해 얼음이 녹는 것처럼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다.
기후 시스템에 열을 가하는 또 다른 근원은 인간이 화석 연료와 핵 물질로부터 파생시키는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난방 · 이동·전기 발전 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기후시스템에 열을 보태고 궁극적으로 지구의 자연적 열 방출과 함께 우주로 빠져나간다(극소량은 투명한 대기를 통해 우주로 직접 빠져나가는 가시광선이 되지만 이것조차 결국 우주 어딘가에서 열로 변한다). 이 에너지가 (이 를테면 도시들이나 발전소 근처처럼) 한곳에 집중되면 인간이 발생시킨 열이 그 지역의 기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구평균으로 보면 현재는 겨우 0.03 W/m2에 불과하다. 자연적 열흐름이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의 1만분의 1 이하, 인간이 미치는 기타 영향의 1백분의 1 이하다.
- 그림 2.4는 인간과 자연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앞서 논의한 내용의 많은 부분이 이 그림에 나와 있다. 우리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의 농도 및 인간 이 방출한 다른 온실가스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가 증대되면서 이를 부분적으로 상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한 일시적 냉각 현상 역시 뚜렷하다. 1950년 이전에는 인간이 미친 영향력(이산화탄소, 기타 온실가스', '인간이 유발한 냉각 효과이 현재와 비교해 5분의 1도 못 미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림 2는 다양한 강제력들의 불확실성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 와 기타 온실가스가 일으킨 온난화 효과의 불확실성은 20%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이 유발한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의 불확 실성은 이보다 훨씬 커서 전체적인 영향력의 불확실성이 약 50%까 지 늘어난다. 현재 인간의 순영향력은 1.1V /mi ~3.3V / 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 인간이 유발한 요소가 현재 기후 시스템을 드나드는 에너지의 겨우 1%만 차지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동시에 많은 이해 가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영향력과 그 효과를 실질적으 로 측정하려면 이 1%가 아니라 기후 시스템의 큰 부분(나머지 99%)을 훨씬 더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미미한 자연적 영향력도 그만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적인 관찰만 가능하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시스템 안에 서는 엄청난 도전이다.
- 지질학적 연대에서 지금까지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늘날만큼 낮았던 적은 딱 한 번, 3억 년 전인 페름기 때뿐이다. 과거에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현재보다 5배, 또는 10배 더 높았고, 그런 시기에도 동식물은 왕성하게 번식했다. 그러나 당시의 동식물 종류는 지금 과는 달랐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자체가 지구에 딱히 근심거리인 것은 아니다. 다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지금의 생명체는 낮은 이산화탄소 수치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온 탓에 (해부학적으로 볼 때 현대의 인간은 겨우 20만 년 전에 등장했으며 이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에 해당한다) 지난 100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지 모 른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오늘날 실외 농도의 2.5배) 까지 오르는 건 교실이나 강당에서는 흔한 일이다. 농도가 그보다 높 아지면 인간은 졸음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내 강의 시간에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나는 내 강의의 질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 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을 넘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2,000ppm이 넘어가면 좀 더 심한 생리학적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추세가 앞으로 유지된다면 농도는 약 250년이 지나야 1,000ppm에 도달할 것이다. 이 그래프에서는 세로축 값 3.3 에 해당한다.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중 기후에 가장 큰 영향 을 미치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 물질이 그게 염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대기와 지표면 순환 과정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날 배출되는 이산회탄소의 약 60%는 지금으로부터 20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 것이며, 30~55%는 100년이 지난 뒤에도, 15~30%는 1,000 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 인간이 유발하는 두 번째로 중요한 온실가스인 메테인 역시 지난 세기 동안 그 양이 증가해 기후온난화에 한몫하고 있다. 메테인도 이 산화탄소처럼 장기적인 상승 추세와 연간 순환 주기를 보인다(그림 3.4 참조).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메테인 농도가 일정했던 원인은 기후과학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그리고 이산화탄소처럼 오늘날 메테인 농도도 지난 수백만 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약 4천 년 전부터다.
메테인과 이산화탄소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 메테인 농도는 훨씬 낮다(2,000ppb로, 이산화탄소의 400ppm에 비하면 200분의1 수준이다). 둘째, 메테인 분자는 대기 중에 겨우 12년 정도만 머문다.(그 이후에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셋째, 분자들이 적외선 복사 에너지의 다양한 파장과 독특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므로 대기에 더해지는 메테인 분자 한 개는 이산화탄소 분자 한 개보다 온난화에 30배 더 큰 영향을 준다. 메테인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비교할 때는 이런 차이점들(메테인은 농도가 낮고 수명은 짧지만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이 매년 배출하는 메테인은 3억으로, 화석 연료를 태웠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36Gt의 0.8%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림 3.2에서 볼 수 있듯 메테인은 예상과 달리 지구온난화에는 10Gt의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 기후모델이 '그냥 물리학' 이라고 떠드는 사람은 기후모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오도하는 것이다. 한 가 지 주된 난제는 기후모델들이 단일 격자 내에서는 온도, 습도 등에 관해 하나의 값만 사용해 격자 내의 조건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많은 중요 현상들(산, 구름, 뇌우 등)이 가로세로 100km인 격자보다. 작은 규모로 발생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격자 안에 다시 소규모의아격자(Subgrid)를 가정해야 완벽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 어 대기를 통과하는 햇빛과 열의 흐름은 구름의 영향을 받는다. 구름 은 그 종류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햇빛을 반사하거나 열기를 가로채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학에 따르면 격자판 위의 각 대기층(층층이 쌓인 격자)에 존재하는 구름의 숫자와 유형은 일반적으로 그곳의 조건(습도,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그림 4.2에서 알 수 있듯 구름의 변화와 차이는 하나의 격자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도 생기므로 가정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
모델 제작자들은 기본 물리학 법칙과 기상 관측 결과 모두를 토대 로 아격자를 상정하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자기 판단이 개입된다. 그 리고 사람마다 가정하는 방식이 다른 탓에 결과가 모델마다 크게 다 를 수 있다. 구름의 높이와 넓이가 일상적으로 변하는 것도 인간의 영 향력만큼 햇빛과 열의 흐름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는 전혀 사소하고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실은 기후모델링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구름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서 비롯한다.
- 그렇다면 아격자를 가정할 때 모호함을 줄이기 위해 격자 자체를 좀 더 미세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안타깝게도 그렇게 하면 다루어야 할 격자가 많아져서 계산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또 격자의 개수는 둘째 치고, 격자가 미세해지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연산이든 단일 시간 간격 안에서는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아야(즉, 대상이 격자 하 나 이상 이동하지 않아야)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따라서 격자 가 더 미세해지면 시간 간격도 짧아져야 하고, 컴퓨터로 처리하는 시 간도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가로 세로 100km 격자망에 실행하면 두 달이 걸리지만 10km 격자망에 실행하면 100년 넘게 걸릴 수 있다. 현재보다 1천 배 빠른 슈퍼컴퓨 터를 사용할 경우 처리 시간을 두 달로 유지할 수 있지만 그런 컴퓨터는 향후 20~30년 후에나 만나볼 수 있다.
- 격자, 기본 물리학, 아격자 가정, 초기값 설정이 준비됐다 해도 유용한 기후 시뮬레이션의 준비가 다 끝난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단계는 모델을 '보정' 하는 것이다. 각각의 아격자를 상정할 때 어떻게 든 수치를 설정해줘야 하는 변수들이 있다. 구름 면적과 대류는 그 수 십 가지 변수 중에서 두 예시에 불과하다. 얼마나 많은 물이 토양 특 성, 식생 면적, 대기 조건에 따라 지표면으로부터 증발하는가?' 얼마 나 많은 눈 또는 얼음이 지표면에 있는가?' '바닷물이 어떻게 혼합되 는가?' 등등 셀 수도 없다.
아격자는 본래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모델 사용자들이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수치'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물리학을 근거로 아격자 변수를 설정하고 모델을 실행한 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모델 실행 결과가 기후 관측치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후 실제 기후 시스템의 일부 특징과 더 잘 일치하도록 이런 변수들을 조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2장에서 논의한 것 처럼 태양열의 데우는 작용과 적외선의 식히는 작용이 얼추 균형을 이루는지 또 빛과 열이 대기층을 어떻게 통과하는지에 따라 결정되 는 지표면 온도가 얼마인지다. '보정'이라고 하면 '미세한 조율'처럼 사소한 사항을 조정하는 일 처럼 들리지만, 여기서는 미세하거나 사소한 게 전혀 없다. 이것은 고 질적인 모순을 손보거나 짜증스러운 불확실성을 땜질하듯 해결하기 위해 모델을 조정하는 과정이다. 때로 모델 사용자들이 원하는 결과 를 도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변수에 대한 '지식'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아격자 변수를 보정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영국에서는 연구원들이 일부 눈 쌓인 지역이 북부 지역 산림의 알베도를 변화시키는 방식 (눈은 나무 꼭대기 부분보다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한다)을 조절해서 자신들의 최신 모델을 부분적으로 보정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바다 표면에서 미생물이 생성하는 디메틸설파이드(Dimethyl Sulfide, 에어로졸을 생성해 해수면의 알베도를 증가시키는 화학물질)의 양도 조절했다? 그런 세부 사 항들이 기후에 중요하다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어떤 경우든 모델의 몇십 개의 변수를 조정해서 훨씬 더 많은 기후 시스템에서 관찰된 특징을 일치시키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로도 근본적 인 이유로도) 불가능하다. 이는 모델의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기후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력이 인간의 작은 영향력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 기후모델에 적절히 반영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되먹임 작 용(feedback)'도 있다.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는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 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난화 작용을 직접적으로 확대 및 감소시키 는 다른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가령 지구가 따뜻해지면 지구 표면 에 눈과 얼음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지구의 알베도가 감소한다. 그러 면 지구의 반사율이 낮아져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가 더 심해 진다. 되먹임 작용의 또 다른 사례는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어 열을 흡수하는 능력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증기가 많아지면 구름의 양도 늘어나고 덩달아 열을 흡수하는 능 력(높은 구름)과 반사율(낮은 구름)도 높아진다. 이 모두가 종합돼 결국 반사율이 높아지게 되고 구름의 총체적인 되먹임 작용이 직접적인 온난화 효과를 다소 감소시키게 된다. 이 되먹임 효과(즉, 직접적인 영향을 확대 또는 감소시키는)의 크기는 어떤 경우 그 징후조차 처음에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이후 모델을 조정하면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각 모델마다 약간씩 다른 답이 나오게 된다. 그렇게 많고 다양한 모델을 통해 얻은 결과의 평균을 내면 모든 되먹임 작용이 이산화 탄소가 온난화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2~3배로 증가시키는 순효 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복잡한 시스템을 모델링할 때가 그렇듯 기후모델에서도 보정은 꼭 필요하지만 위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보정을 잘못하면 실제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보정을 과하게 하면 장부를 조작하는, 즉 답을 미리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위험이 생긴다. 세계적인 기후모델 사용자 15인이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에서는 이를 이렇게 표 현한다.
보정시 선택과 타협을 하면 모델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 다. (...) 이론적으로, 보정은 모델 결과에 대한 평가, 상호비교, 상호해석을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 왜 보정에는 그토록 투명성이 결여돼 있는 것일까? 아마 보정이 기후모델링에서 불가피하지만 부도덕한 부분으로, 과학보다는 공학으로, 과학 문헌에 기록될 가치가 없는 땜질 행위로 인식돼서일 것이다. 또한 모델을 보정한다고 설명하면 기후변화 예측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 는 꼴이 될까 봐 염려해서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정은 모델의 오류를 보완하는 고약한 방식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에서 출간 한, 가장 인정받는 한 기후모델을 세세히 분석한 한 논문을 보면 처 음 선택한 수치에서 실제 관측한 것보다 온난화 값이 2배로 나오자 (대기 중의 대류와 관련된) 아격자 변수를 10배 정도 보정했다는 설명이 있다. 아격자 변수를 10배나 조정한다는 건 단순히 조율하는 정도가 아니다.
- 가장 최신 모델들조차 20세기 초반에 기후가 급격히 따뜻해진 현상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자체 변동(기후 시스템의 자연적 변화)이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온난화에 상당히 크게 기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모델들이 과거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는 이 모델들의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능력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린다. 특히 1980년 이후 발생한 온난화에 자연적 변동성과 인간의 영향이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 미국 전역에 걸쳐 극한의 기온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해마다 집계되는 최고 기온 일수에는 지난 1세기 동안도, 지난 40년 동안도, 어떤 특별한 추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추운 겨울밤 기온이 최저 치를 기록한 연간 일수는 1895년 이후로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 30년 동안은 그 속도가 다소 빨랐다.
당연히 이런 식(혹독한 겨울과 추운 밤이 줄어드는 식)으로 기온이 점점 온 화해지는 것은 무더운 여름과 햇빛이 이글거리는 오후가 갈수록 빈 번해진다는 것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그리고 덜 걱정스럽다). 그렇지 만 공교롭게도 최저 기온이 상승한다는 증거는 지구가 온난해지는 현상과 완벽히 일치한다. 그저 온도계가 터져버릴 것 같은 삽화에 어 울리는 타들어가는 수준의 기온이 아닐 뿐이다.
- 미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평가보고서는 허리케인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누락시켜 대중을 속이고 있다. 이는 워싱턴 DC의 국립아카데미 건물 앞에 우뚝 서 있는 아인슈타인의 다음과 같은 유명한 격언에 반하는 것이다. “진리를 탐구할 권리에는 의무가 함께 수반된다. 사실이라고 인식한 것은 티끌만큼도 숨겨서는 안 된다.” 언론이 허리케인을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낳은 참혹한 사례로 지목하는 것은 좋게 봐도 설득력 없는 소리고, 나쁘게 보면 명백히 부정직한 짓이다.
- 홍수, 가뭄, 화재는 엄청난 비극과 슬픔을 가져오고 매우 끔찍한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 통신 수단을 통해 세계가 점차 하나로 연결됨에 따라 우리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족족 알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건들이 기후변화의 추가적인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데이터는 미국에서나 전 세계적으로나 강수량이 짧은 시간에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한 모델들은 강수량 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인류의 오랜 좌절감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되진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 바다 다음으로 지구에서 물을 가장 많이 저장하고 있 는 곳은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상이다. 수십 년간 관측되는 해수 면의 사소한 변화에는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지질 연대에 걸친 오랜 시간의 해수면 변화는 얼마나 많은 얼음이 육지에 존재하 느냐에 따라 가장 크게 달라진다.
수만 년에 걸친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 및 자전축의 기울기 변화는 북반구와 남반구에 흡수되는 햇빛의 양을 변화시킨다. 1장에서 본 것처럼 이러한 변화는 지난 백만 년 동안 지구의 기온을 크게 뒤흔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대륙을 뒤덮은 빙하가 커지거나 녹아서 작아지도록 만들어(학술 용어로 각각 '빙기(Glaciation)'와 간빙기 (Interglacial)'라고 부른다) 바다에 물을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유입시키고, 따라서 해수면이 상승하거나 하강하게 만든다. 
- 그림에서 보듯 지난 50만 년 동안 대륙 크기의 엄청난 빙하가 쌓이 면서 해수면이 10만 년마다 120m씩 천천히 하락했다가 빙하가 다시 녹으면서 해수면이 약 2만 년에 걸쳐 급격히 상승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미안 간빙기(Femian interglacial)'라고 알려진, 12만 5천 년 전의 마지막 간빙기(빙하가 적은 기간) 동안의 해수면은 현재 보다 6m나 더 높다!
마지막 빙하 극대기(Last Glacial Maximum)는 대륙 빙하가 다시 녹기 시작한 약 2만 2천 년 전에 시작됐다. 오늘날 지구는 홀로세 (Holocene) 간빙기에 있는데, 지질학자들은 이 시기가 약 1만 2천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지질학적 기록에 따르면 해수면은 마지막 빙하 극대기 이후 약 120m 상승했는데, 약 7천 년 전까지 10년 에 120mm씩 빠르게 상승하다가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그림 8.2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문제는 해수면이 상승하느냐가 아니다(지난 2만 년 동안 상승해 왔기 때문에), 그보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영향이 상승률을 가속화시키느냐이다. 1950년경부터 인간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으므로 해수면이 인간에 의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이후의 측정치를 더 먼 과거의 측정치와 비교하 는 것이다. 앞에서 논한 지질학적 추정치는 큰 그림을 보여주고 짧은
- 요약하자면 우리는 지구 해수면이 상승하는 데 인간이 초래한 온난 화가 얼마나 기여했고, 장기적인 자연적 순환은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지 못한다. CSSR을 비롯해 해수면 상승을 논하는 여러 평가서들 은 최근 수십 년의 상승률이 평범해 보이도록 하는 중요한 세부 정 보를 생략해 역사적 변동 범위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인간의 영향력 이 원인 제공자라는 주장을 강화한다. 우리가 온난화에 기여해 해수 면 상승에 일조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기 여 정도가 심각한 건지, 별로 심각하지 않은 건지에 대한 증거는 역시나 부족하다. 해안 근처에 도시를 건설하려는 인류의 경향성은 고대 이래로 해 수면 상승을 위협으로 여기도록 만들었고, 보험 회사들은 해수면 상승을 기후가 변하면서 발생할 주된 위험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하 지만 그 위험의 성격과 정도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려면 그 원인과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가 해 수면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메시지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해 결책이라는 인상을 준다. 안타깝게도 얼음이 녹는 건 온난화가 진행 된 후의 일이기 때문에(그리고 3장에서 논의한 이산화탄소의 지속성 때문에) 설령 우리가 정말 원인 제공자여서 내일 당장 모든 배출을 중단한다. 해도 지구의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게다가 앞서 확인한 것처럼 지역의 해수면 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은 해류, 침식, 날씨 패턴, 토지 이용 및 구성 등과 연관돼 있어 훨씬 복잡하다. 따라서 이런 미세한 차이들에 대해 편견 없이 분명하게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만약 해수면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심각한 위협이 된다면 우리가 더 많은 연구와 적응에 자원을 투입해 더욱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모든 답을 안다고 주장하면 그런 대비가 뒷전으로 밀리겠지만 말이다.
- 게다가 기후는 경제 발전과 복지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 중 하 나일 뿐이다. 경제 정책, 무역, 기술, 지배 구조(Governance)도 똑같이 중요한데, 이것들은 나라마다 다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할 수 있다. 경제 대책이 매우 지역적인 데다가 지역적 기후 예측의 불확실성마저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너무나 많은 미 지의 상황 앞에서 기온 상승이 사회에 어떻게, 얼마나 경제적 피해를 입힐지 예측하기란 특히나 어렵다. 그중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 소화하거나 때로는 심지어 이용하기 위하여 경작하는 작물의 종류를 바꾸는 것, 또는 바닷가 방조제를 높이 세우는 것과 같은 적응 조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R5의 제2실무그룹(제1 실무그룹이 기후변화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면 이들이 기후변화의 생태적 ·사회적 영향에 대한 부분을 작성한다)은 기후가 온난해지면 세계 경제 활동에 어떤 영향 을 미칠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림 9.4에는 20개가량의 공개 추정치가 표시돼 있는데,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최대 3°C 상승하면(지금쯤이 면 익숙할 것이다)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하시라) 3% 이하일 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는 투자자들에게 발표하기 위해 유엔 보고서에서 누락된 중요한 맥락의 일부를 준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후인 2100년에 3% 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연평균 성장률 3%를 80으로 나눈 값, 즉 연간 약 0.04%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IPCC 시나리오(3장 참조)는 2100 년까지 전 세계 연평균 성장률을 약 2%로 가정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 2%가 기후변화로 인해 0.04% 감소하면 1.96%가 된다. 즉, 유엔보고서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기껏해야 도로 위의 요철만큼이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하는 셈이다. 사실 해당 보고서 10장 요약문의 첫 번째 요점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경제 분야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다른 요인에 비하면 적을 것이다.(증기 능력 중간, 매우 동의), 인구, 나이, 소득, 기술, 상대적 가기, 생활습관, 규제, 지배 구조 등 수많은 사회경제 발전 요소의 변 회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큰 경제적 요소인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 및 공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 IPCC의 주요 저자 중 한 명도 2018년에 발표한 소논문에서 과거 4년 동안에 발표된 논문들을 추가 검토한 뒤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 기후변화의 총 경제적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평균적으로는 미미
하며, 저개발 국가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주로 빈곤이다. 
기후위기론자들은 듣기 불편하겠지만 기온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적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어느 저명한 환경정책 입안자에게 유엔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의 답이 너무 놀라운 나머지 나는 입을 다 물 수 없었다. “네, 불행하게도 영향 수치가 너무 낮아서 유감입니다."
- 당연히 독자들도 알아챘겠지만 기후와 관련된 경제적 재앙에 대한 생각은 언론과 정치인들의 대화 속에 여전히 생생히 살아 있다. 흔히 들 경제학을 음울한 과학'이라 부른다. 언젠가 저명한 경제학자를 만 나 기후와 경제 예측을 합치면 두 배로 음울해진다'고 농담을 던진 적이 있다. 농업 조건의 변화나 폭풍의 패턴 변화 등 기후 변화와 관 련된 요소들이 특정 인구 및 경제 부문에 다양한 경제적 손실(또는 혜 택)을 줄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적인 믿음과 달리 공식 보고서들조차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금 세기 말까지 미국이나 전 세계에 미칠 경제적 영향이 미미한 수준일거라고 말하고 있다.
- 평가보고서는 연구 논문이 아니다. 사실 완전히 다른 목적을 가진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문서다. 학술지 논문은 전문가가 전문가 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술에 초점을 둔다. 반면 평가보고서 저자들은 수많은 다양한 논문의 타당성과 중요성을 평가하고 개괄적으로 종합 해 비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보고서를 작 성해야 한다. 따라서 평가보고서의 이야기'는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가 그렇듯 정말 중요하다. 특히 기후처럼 중요한 주제 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후과학 평가보고서의 초안 작성 및 검토 과정에서는 객관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과학 및 환경 기관 출신 공무원(그들도 사견이 있을 수 있다)이 저자를 지명하거나 선정하는데, 이 저자들은 이해 충돌에 아무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저자가 화석 연료 회사나 '기후행동'을 홍보 하는 NGO 소속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정보 전달보다는 자 기 편을 위한 설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안은 대규모 자원봉사 전문가 검토자 그룹(NCA를 위해 국립아카데 미가 소집한 그룹을 포함)이 검토한다. 하지만 연구 논문 동료 검토와는 달리 검토자와 주 저자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생겨도 독립 심사위원 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주 저자가 “우리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비판을 거부할 수 있다. 평가보고서 최종본이 나오면 정부의 승인을 (미국 정부의 관계 부처 합동 절차를 거치고 IPCC 전문가 및 정치인들의 열띤 토론을 거쳐서) 받아야 한다. 더욱이 IPCC의 정책입안자를 위한 요약본(SPM)은 특정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정부에 의해 (집필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마디로 그 과정과 결과물의 객관성을 훼손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다.
-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Could)' 일들은 많다(그렇다고 그 일들이 반드시 변화하는 기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논의는 대개 과학기술과 관련 이 있다. 인간의 영향이 없으면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유의미하고 유익한 변화를 만들어낼지 알 필요가 있기 때 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하는(Should)' 것과는 매우 다르다. 세계가 변화하는 기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하려면 과학적 확실성 과 불확실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하지만 미래 기후 예측이 불완전 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 환경, 세대 간 평등, 그리고 지리적 평등을 저울질하는 가치에 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Could)’와 ‘무엇을 해야 하는가 (Should)'는 '무엇을 할 것인가(Will)'를 묻는 것과도 다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정치와 경제, 그리고 기술 개발의 현실을 평가해야 한다. 빈곤 퇴치처럼 세계가 할 수 있고 어쩌면 해야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하려 하지 않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는 건 뻔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판단하는 것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 효과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 10여 년간 얼마나 빠르게 발전할지(또는 발전하지 않을지에 대해) 개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기술을 평가할 때는 확장성, 경제성, 발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비효율적인데 만족감을 주는 기술 도입은 삼중으로 잘못된 것이다. 비효율성이라는 명백한 문제를 제외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위기감을 약화 시킬 수 있을 뿐더러 최악의 경우 잠재적 자원이 더욱 긴급히 요구되 는 곳을 두고 다른 곳으로 유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예로 우리 에게 친숙한 식용유를 들 수 있다. 폐식용유를 가공하면 '탄소 중립’ 적인 바이오디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폐식용유 처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탄소 배출량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감자를 수없이 튀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가 연간 사용하는 2억t의 식용유를 모두 가공하면 전 세계 경유 수요를 단 하루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어떤 약은 다른 약보다 더 잘 듣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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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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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뚝망둑어처럼 피부를 통해 산소를 흡수하는 종들도 있고, 아가미 윗부분에 공기 호흡을 위한 특별한 기관을 갖추고 있는 종들도 있다. 메기류 일부와 그 밖의 종들은 장을 통해 산소를 흡 수한다. 공기를 먹이처럼 삼켰다가 호흡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 리고 많은 물고기가 사람의 폐처럼 생긴 한 쌍의 폐를 가지고 있 다. 폐어는 물속에 살면서 대체로 아가미로 호흡하지만, 물의 산 소 농도가 떨어져 대사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공기를 마셔 폐로 보낸다. 공기 호흡은 기묘한 물고기에만 있는 기묘한 예외가 아니라 많은 물고기가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 최근에 코넬대학교 연구자들이 부레와 폐를 다시 비교하면서 이번에는 새로운 유전적 기법을 사용했다. 그들의 질문은 '발생 과정에서 물고기 부레를 만드는 유전자는 무엇인가?'였다. 물고기 배아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목록을 보고 그 연구자들은 딘과 다윈이 알았다면 둘 다 기뻐했을 사실을 발견했다. 물고기에 서 부레를 만드는 유전자들은 물고기와 사람 모두에서 폐를 만드는 것과 같다. 사실상 모든 물고기가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종류는 그것을 폐로 사용하고 어떤 종류는 부력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마이마트의 비판에 대한 다윈의 대답은 대단한 선견지명이었다. 폐어와 생틸레르의 다기류처럼 폐를 가진 물고 기들이 현생 어류 중에서 육생 동물과 가장 가깝다는 것을 DNA 는 분명하게 보여 준다. 폐라는 발명은 동물이 육지를 걸을 수 있게 진화하면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물고기는 동물들이 땅을 딛기 한참 전부터 폐로 공기 호흡을 하고 있었다. 물고기의 후손들이 육지로 진출하면서 일어난 일은 새로운 기관의 등장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관의 기능 변경이었다. 게다가 사실상 모든 물고기가 폐든 부레는 어떤 종류의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공기주머니는 물속에서 살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나 중에는 육지에서 살고 호흡하기 위해 쓰이게 되었다. 동물이 육지로 올라올 때 일어난 변화는 새로운 기관의 탄생을 수반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윈이 일반론으로 말했듯이 “기능의 변화를 수반했다.”
- 보면 볼수록, 깃털을 포함해 새가 비행에 사용하는 발명들 은 조류만의 특수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육식 공룡들은 시간 이 지나면서 점차 새처럼 되어 갔다. 원시적인 종은 손가락이 다 섯 개였다. 수천만 년이 흘렀을 때 일부 손가락이 상실되어 조류 와 같은 세 손가락이 되었고, 동시에 가운뎃손가락이 길어져 날개 기부가 되었다. 그런 공룡은 조류와 마찬가지로 일부 손목뼈를 잃고 새가 날갯짓에 사용하는 뼈와 비슷한 반달 모양의 뼈를 진화시켰다. 심지어 차골까지 얻었다. 이 중 어느 공룡도 하늘을 날지 못했지만, 모두가 단순한 솜털 모양의 원시적인 깃털부터 시조새나 후기 공룡들에 있는 더 복잡한 깃털까지 어떤 종류의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룡의 깃털은 무엇에 쓰였을까?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깃털이 짝짓기 상대에게 매력을 과시하는 데 쓰였다고 주장했다. 또 원시적인 솜털 모양의 깃털이 단열재처럼 작용해 체온을 높게 유지하는 데 쓰였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어쩌면 깃털은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했을지도 모 른다. 공룡에게 깃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 깃털의 기원이 하늘 을 나는 것과는 무관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물에 사는 동물이 땅에 진출했을 때 폐와 사지가 그러했듯 이, 비행에 쓰인 여러 발명도 비행이 기원하기 전에 생겼다. 깃털은 물론이고 속이 빈 뼈, 빠른 성장 속도, 높은 대사율, 날개 돋친 팔, 경첩 같은 관절이 있는 손목은 모두 원래는 땅에서 민첩하게 뛰어다니며 먹이를 잡던 공룡에게 생긴 것이었다. 큰 변화는 새로운 기관의 탄생이 아니라, 오래된 형질을 새로운 용도나 기능으로 전용함으로써 일어났다.
- 여기서 공공연한 비밀을 확인해 두자. 생물의 몸에 생기는 발명은 그것이 관여하는 대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아니었다. 깃털은 비행이 진화하면서 탄생한 게 아니었고, 폐와 사지도 동 물이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진화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생명사 에 길이 남을 이런 대변혁과 그 밖의 변혁들은 기존 형질의 전용 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명사의 대변혁을 일으키 기 위해 여러 발명이 일제히 출현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큰 변화는 오래된 기관이 새로운 용도로 전용되면서 일어났다. 혁신의 씨앗은 그것이 싹트기 훨씬 전에 뿌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든 우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실제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막다른 골목, 좋지 않은 시기에 출현하는 바람에 실패한 발명들 로 가득하다. 다윈의 '기능의 변화'라는 말은, 생물의 몸에 생기는 발명의 대부분은 기존 형질의 기능이 바뀜으로써 생긴다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는 이 말을 발판으로 삼아 기관, 단백질, 나 아가 DNA의 기원까지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물고기나 공룡, 사람의 몸은 수정된 순간에 완전한 형태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의 몸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전달되는 레시피를 바탕으로 매 세대 새롭게 만들어진다. 발명의 씨앗은 이 레시피 안에 들어 있다. 또한 다윈이 예견했듯이 레시피가 어떤 조건에서 생겨났다가 다른 조건하에서 전용되는 방법으로도 발명이 탄생할 수 있다. 
- 인간의 몸은 사실상 고도로 조직화된 패키지이다. 200가지 종류의 4조개 세포가 조직으로 뭉쳐 뼈, 뇌, 간, 골격 등을 만든다. 연골 조직을 이루는 세포들은 콜라겐, 프로테오글리칸proteoglycan 등의 성분을 만들고 이들 성분은 몸 안에서 물이나 무기질과 결합해 연골에 유연하면서도 지지하는 성질을 부여한다. 신경 세포를 만드는 단백 질군은 연골, 근육, 뼈를 만드는 단백질군과 다르다.
문제는 몸 안의 모든 세포가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동일한 DNA 서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경 세포의 DNA는 연골, 근육, 뼈의 DNA와 사실상 동일하다. 모든 세포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세포들 사이의 차이는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단백질을 합성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코브와 모노가 발견한 스위치가 게놈이 각기 다른 세포, 조직, 몸을 만드는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게놈을 요리 레시피라고 한다면 유전자는 재료를 지정하고,
스위치는 각 재료를 언제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를 지시한다. 게놈의 2퍼센트가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라면, 나머지 98퍼센트는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활성화하느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놈은 어떻게 생물의 몸을 만들까? 또 생명사에서 게놈이 어떻게 생물종에 변화를 일으켰을까?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발표된 시점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유전자 수가 적다는 사실과 게놈 안에 유전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앞으로 떠오를 놀라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 지느러미에서 사지로의 진화는 모든 수준에서 용도 변경이 일어난 결과다. 손발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군은 물고기에도 존재하면서 지느러미 말단부를 만들고, 같은 종류의 유전자군이 파리와 여타 동물에서 몸의 말단부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생명에 대변혁이 일어나기 위해 꼭 새로운 유전자, 기관, 생활 방식이 일제히 발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형질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함으로써 자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도 있다.
옛 유전자의 변경, 전용, 재배치는 진화의 연료가 된다. 몸에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 위한 유전 레시피가 무에서 생겨날 필요는 없다. 이미 있는 유전자들과 그 유전자들의 네트워크를 가져와 개편하면 놀랍도록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낡은 것을 이용해 새것을 만들어 내는 수법은 생명사의 모든 수준에서 찾 아볼 수 있다. 심지어 유전자 자체를 발명하는 데도 그 수법이 쓰인다.
- 골트슈미트의 돌연변이체는 유망한 괴물'이라는 이름을 얻 었다. 표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어서 괴물이고, 생명사에 혁명의 씨앗을 뿌린다는 점에서 유망했다. 염색체 수의 변화로 별안간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도 하는 식물에 관해서는 골트슈미트의 생각이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골트슈미트의 가설은 발표 즉시 매서운 반발에 부딪혔다. 가장 두드러진 비판은 유망한 괴물이 살아서 번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돌연변이가 진화로 이어지려면 개체가 살아남아 번식력 있는 자손을 생산할 수 있어야 했다. 극적인 돌연변이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돌연변이체가 불임이거나 자손을 낳기 전에 죽는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잘 알려져 있었다. 설령 돌연변이체가 살아서 번식할 수 있다 해도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개체군 내에 돌연변이체가 하나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 돌연변이를 가진 짝짓기 상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골트슈미트의 유망한 괴물이 단번에 중대한 혁명을 일으키려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했다. 즉, 주요한 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체가 번식 가능한 성체가 되어야 하고, 그런 일이 여러 암컷과 수컷에서 동시에 일어나서 그 개체들 중 일부가 만나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새끼 역시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 게놈은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대신 바이러스를 길들 여 일을 시킬 수 있었을까? 아직 확실히는 모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몇 가지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숙주가 겪게 될 운명을 생각해 보자.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매우 강하면 숙주가 죽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다음 세대로 전해지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비교적 무해하거나 숙주에 이롭다면, 그 바이러스는 숙주 게놈에 들어가 정착할 것이다. 바이러스가 정자나 난자의 게놈에 들어가면, 그 바이러스는 자신의 게놈 을 숙주의 자손 세대에 전달할 수 있다. 만일 그 바이러스가 태반 의 기능 향상이나 기억력 증진 등 숙주에게 유익한 영향을 끼친다면, 자연 선택을 받음으로써 숙주 게놈에 눌러앉아 자신의 임무를 점점 더 효율적으로 해내게 될 것이다.
게놈은 유령이 득실대는 묘지와 비슷하다. 가히 B급 영화의 소재가 될 만하다. 우리의 게놈 도처에는 옛날에 감염된 바이러스의 게놈 조각들이 널려 있다. 어떤 추산에 따르면 우리 게놈의 8퍼센트가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며, 마지 막으로 세었을 때 10만 개가 넘었다. 이 화석 바이러스들 중 일부는 기능을 계속 유지하며 숙주의 활동을 돕는 단백질을 만든다. 지난 5년 동안 그런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활동은 임신과 기억 외에도 무수히 많다. 한편 또 다른 바이러스들은 숙주 게놈을 파고든 자리에 송장처럼 앉아 소멸되어 사라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 게놈 안에서는 끊임없이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유전 물질은 자신의 사본을 늘리기 위해 존재한다. 그것은 게놈에 침투해 숙주 세포를 탈취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외래 침입자일 수도 있고, 우리 게놈의 일부일 수도 있다. 자신의 사본을 만들어 모든 곳에 끼어드는 점핑 유전자처럼 말이다. 이런 이기적인 유전적 요소들이 특별한 장소에 내려앉으면 때로 자궁 내막과 같은 새로은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기억과 인지 같은 새로운 기능 을 돌기도 한다. 이때 유전적 돌연변이는 몇 세대 만에 게놈 전체 로 퍼질 수 있다. 더욱이 그 바이러스가 여러 종을 점유한다면, 다양한 생물에서 비슷한 유전적 변화가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 무슨 일이든 우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때 혹은 장소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게놈은 정적인 가닥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공격하고 유전자들이 점프하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 를 겪는다. 유전적 돌연변이는 게놈 전체로, 혹은 다른 종으로 퍼 질 수 있다. 게놈의 변화는 빠르게 일어날 수 있고, 유사한 유전 적 변화가 여러 생물종에서 각기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으며, 여러 종의 게놈이 섞이고 결합해 생물학적 발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 다발적 진화는 두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다. 하나는 어떤 문제의 해법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행을 예로 들어 보자. 날아다니는 생물은 모두 양력을 생산하기 위해 큰 표면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늘을 나는 생물은 모두 날개를 지닌다. 새, 익룡, 박쥐, 파리의 날개는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내부 구조와 진화 해 온 역사가 저마다 다르고, 그것은 추적이 가능하다. 새의 날개 를 구성하고 있는 각 빼의 배열은 박쥐나 익룡의 그것과 다르다. 박쥐에서는 길게 늘어난 다섯 개의 손가락 사이에 쳐진 막이 날개인 반면, 익룡에서는 길게 늘어난 네 번째 손가락이 날개를 지지한다. 곤충은 또 달라서, 완전히 다른 유형의 조직으로 날개를 지지한다. 이런 구조들은 물리적 제약과 진화의 역사가 맞물려 만들어졌다. 각 구조는 모두 날개임에 틀림없지만 저마다 배열 이 다르며 그 배열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곤충의 각기 다른 진화사를 반영한다.
이런 물리적 제약의 사례는 풍부해서 초기 해부학자들은 그것을 법칙'이라 불렀다. 1877년에 조엘 아사프 앨런Joel Asaph Allen 이 고안한 앨런의 법칙에 따르면, 온혈 (항온) 동물의 경우 한 랭한 기후에 사는 개체가 온난한 기후에 사는 개체보다 부속지(팔다리, 귀, 코 등등)가 짧다. 그 이유는 열 손실 때문이다. 길어진 부속지를 가진 개체는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열을 잃기 쉬울 것 이다. 마찬가지로, 1844년에 카를 베르크만Carl Bergmann이 발견 한 베르크만의 법칙에 따르면, 한랭한 기후에 사는 개체가 온난한 기후에 사는 개체보다 평균적으로 몸집이 크다. 이번에도 제약 요인은 열 손실로, 작은 동물은 몸집에 비해 표면적이 커서 체열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앨런의 법칙도 베르크만의 법칙도,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에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 이따금 세계가 새로운 발명이나 이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 지 않을 때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1452~1519)는 16세기에 활공기(글라이더)를 포함해 여러 가지 비행 기계를 설계했다. 그러나 당시는 그런 기계들을 만들 재료도, 만드는 공정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생명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폐와 팔을 가진 물고기는 그 후손들이 뭍으로 올라와 숨을 쉬고 단단한 대지를 밟기 훨씬 전부터 고대 바다에서 번성했다. 생물이 더 일찍 육상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아직 대형동물이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식물과 곤충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화사로 보나, 인간의 기술로 보나, 1960년대 젊은 과학자의 고군분투로 보나, 발명에는 타이밍이 전부다.
=- 하지만 마굴리스에게도, 과학계 전체에도 다행스럽게도, 기술이 그녀의 가설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1980년대에 더 빠른 DNA 염기 서열 분석 기법이 개발되면서 세포소기관 내 유전자들의 역사를 세포핵 내부의 유전자들과 비교할 수 있었다. 드러난 계통수는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미토콘드리아도 엽록체도, 세포핵의 DNA와는 유전적 관계가 없었다. 엽록체는 식물 세포 안의 어떤 기관보다 남조류의 종들과 더 밀접한 관계 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소비하는 한 박테리아 종의 후손으로, 세포핵과는 무관했다. 모든 복잡한 세포는 두 가지 계통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세포핵 계통이고, 또 하나는 한때 자유 생활을 했던 남조류와 박테리아 조상들의 계통이다.
- 최근의 DNA 비교 연구는 이런 종류의 합병이 생명사에서 흔한 사건이었음을 보여 준다. 또 다른 세포소기관을 지닌, 동물이나 식물과는 유연관계가 없는 세포들도 이런 식으로 생겨났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단세포 미생물인 열대열원 중Plasmodiumn falciparium은 세포의 한쪽에 마치 고깔모자처럼 얹혀 있는 이상한 세포소기관을 갖고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대사 과 정에 관여한다. DNA 염기 서열을 분석해 보니, 그 세포소기관은 과거에 자유 생활을 했던 조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때 독립된 세포로 살았던 역사 때문에 주위를 둘러싼 막에 독자적인 분자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분자는 의학적으로 유용해서, 항말라리아 약물은 이들 분자를 표적으로 수색 섬멸을 벌이며 말라리아 원충의 세포를 죽인다.
마굴리스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 냈으나 안타깝게도 2011년, 73세에 뇌졸중을 겪고 더 이상 연구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생전 에 자신의 이론이 입증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굴리스는 자신의 연구 인생을 돌아보며 논란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그 말은 수십 년 동안의 논쟁 속에서 그녀가 주문처럼 되뇐 말이었다. “나는 내 가설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옳다고 생각한다.”
창의력, 거침없는 성격, 그리고 기술 덕분에 우리가 생명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개체들이 융합해 더 복잡한 생물이 되었을 때, 즉 이전까지 자유 생활을 하던 생물들이 더 큰 전체의 일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변혁이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은 몸 안에 복잡한 위계로 조직된 부품들 인 기관, 세포, 세포소기관, 유전자라는 부품들을 갖추고 있다. 이런 조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수십억 년에 걸친 이야기로, 그 시작은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기원할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미생물의 대사는 세계를 변화시켰다. 20억 년 가까이 남조 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이었다. 이들은 햇빛과 이산 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여 이용 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를 생산했는데 이때 나오는 노폐물이 산소였다. 남조류는 군체로 존재하는데, 쇼프가 발견한 것 같은 띠 모양을 하기도 하고 전자 레인지만큼 커질 수 있는 독버섯 모양의 군락을 이루기도 한다. 이런 군체는 35억 년 전부터 전 세계에 풍부하게 존재했다. 그것 들은 수십억 년에 걸쳐 대기에 산소를 뿜어냄으로써 대기의 조 성을 완전히 바꾸었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40억 년 전에는 희박 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생명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증가했다. 산소 농도의 증가는 미생물에게 은총이자 저주였다. 어떤 미생물에게는 산소가 독이었던 반면, 어떤 미생물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한 유형의 미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놀랍지 않게도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종류였다.
수십억 년 동안 단세포 생물은 기관 없는 몸으로 살았다. 요 컨대 그들의 몸 안에는 전문적인 기능을 하는 소기관이 없었다. 변화의 조짐은 1992년 미시간주 이쉬페밍의 철광산에서 발굴된 화석에서 처음 나타난다. 이 화석은 세포들이 나선형 끈처럼 이 어진 모습이었고, 전체 길이가 약 9센티미터였다. 대략 20억 년 전 암석에서 나온 이 화석은 세포소기관을 갖춘 복잡한 세포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그래 보이지 않지만, 이 나선형 끈은 혁명을 예고하고 있었다.
- 산소를 대사하는 박테리아가 또 다른 미생물과 함께 팀을 이루었을 때 지구상에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탄생했다. 마굴 리스가 보여 주었듯이 이 합병은 '1+1=2'가 아니었다. 그것은 1+1=400'에 더 가까웠다. 이 합병에서 숙주가 된 세포는 세포핵 과 각종 단백질을 생산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이 세포는 산 소를 소비하는 박테리아를 포섭해 자체 발전소로 만듦으로써 훨 씬 더 복잡한 단백질을 만들고 새로운 행동을 하기 위한 자원을 갖추었다.
산소를 소비하는 단세포 박테리아는 더 이상 자유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더 큰 전체, 즉 여러 부위를 갖춘 더 복 잡하고 새로운 개체의 일부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 자유 생활을 했던 박테리아는 이제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번식하지 못하고 숙주 세포를 보필하게 되었다. 이 합병으로 인해 더 활동적으로 살 수 있는 에너지와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갖추게 된 융합 세포는 생명사의 또 다른 중대 변화를 예고했다. 이 새로운 세포, 즉 에너지로 충만한 단백질 공장을 발판으로 이 세계에 또 다른 종류의 개체가 출현하게 되었다.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세포가 몸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단백질들을 제조한다면, 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런 단백질 분자들의 유래를 조사해야 할 것이다. 깃편모충류 와 박테리아, 다양한 미생물의 게놈 서열이 검색 가능한 지금, 답 은 게놈이 쥐고 있다. 연구자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원하는 생물의 게놈을 살펴보면서 그 생물이 어떤 단백질을 만 들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깃편모충류의 게놈 서열이 해독되자 믿을 수 없는 사실이 하나 드러났다. 몸을 만드는 단백질의 상당수가 이 단세포 생물에 이미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깃편모충류는 그 단백질들을 사용해 로제트를 형성하거나 먹이를 찾아 먹는다. 이 관찰을 토대  킹과 그의 동료들은 대상을 넓혀 다양한 미생물의 게놈을 조 사하다. 그 결과는 앞에서 본 진화의 패턴이다.
킹과 그의 동료들은 콜라겐과 캐더린 등 동물들이 몸 만들기에 사용하는 여러 단백질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 박테리아에서부터 세포소기관을 가진 더 복잡한 종류에 이르기까지 다 양한 단세포 생물에 갖춰져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몸을 만들 지 않는 단세포 생물이 몸을 만드는 단백질로 무엇을 할까? 먹잇감 또는 주위 환경에 있는 무언가에 달라붙는 데 쓰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데 쓴다. 아니면 화학 신호를 이용해 서로 정보 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미생물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전구체들이 나중에 동물이 몸을 만드는 데 쓰인 것이다. 다세포 생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단세포 생물에서 원래 다른 기 능을 담당하던 여러 단백질이 새로운 조합을 이루어 전용되었기 때문이다. 몸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위대한 발명은 몸 자체가 탄생하기 훨씬 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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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이것은 인간입니까

과학 2022. 9. 12. 08:19

- 만약 이원론이 옳다면 '우리는 기계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가 될 것이다. 우리 내부에 육체를 조종하는 비물질적인 자기라는 존재가 있다면 인간은 결코 단순한 기계라고 볼 수 없다. 내 몸은 농구를 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몸을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 몸은 기계일지 몰라도 그 안의 운전자는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이원론에 수긍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점 점 더 많은 사람이 이원론보다는 여러 다른 이론을 선호한다. 철학자 길버트 라일 Silbert Ryle도 이 같은 기계 속의 유령’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기계 속의 유령 또한 자동차의 운전자, 배의 선장, 극장의 감독과 유사한 비유법 중 하나다. 라일은 사람들 안에 그들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생각이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 별개의 삶이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마음과 몸이 전체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둘 사이를 명확히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한다.
- 이원론에 가장 직접적으로 도전한 이론은 유물론이다.
앞서 이원론을 비판했던 라일의 주장도 유물론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유물론자들은 의식을 전적으로 뇌의 역학이라는 물리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그토록 오랜 시간 풀리지 않은 불가사의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수백 년 전만 해도 유전형질이 어떻게 대를 이어 전달되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DNA가 발견되고 이 불가사의는 풀렸다. 이처럼 언젠가 의식의 비밀을 풀 새로운 발견이 짠하고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이원론의 입지가 굳건하다는 데 주목해보자. 잇달아 제기된 이원론에 반하는 논증들도 마음과 몸의 관계에 관한 문제를 풀 유력한 접근 방식으로서 이원론이 차지하던 입지를 허물지는 못했다. 유물론이 이원론의 강력한 적수가 되기는 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래도 과학과 기술의 혁신이 이어진 덕에 최근에는 고전적인 이원론보다 유물론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새로운 발견이 계속되는데, 의식이라고 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유물론자들은 우리가 농구 경기 장면을 마음속에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의식과 몸이 분리되어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 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뇌는 의식을 만들어내고 있고, 과학이 발전하다 보면 지금껏 우리가 신체의 다른 활동을 이해했듯 언젠가 뇌가 의식을 만드는 과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쯤에서 다시 정리해보자면 에덜먼은 유기체가 의 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먼저 유기체는 다양한 물체들에 대한 개념을 세울 수 있도록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들을 범주화할 수 있어야 한다. 예 컨대 양과 고슴도치는 서로 다른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 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이렇게 범주화한 내용을 기억에 저장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저장 과정이 아닌 능동적인 형성 과정이다. 즉 유기체는 이례적으로 살찐 고슴도치를 마주할 경우 이렇듯 낯선 형태도 포용할 수 있게끔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 또한 유기체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별할 수 있는 학습 체계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령 양을 쓰다듬는 것은 좋아하지만 고슴도치를 쓰다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기체는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를 구분지으며 시간 감각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유기체는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고슴도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때, 이 고슴도치가 자기와는 별개의 독립체이며, 처음에는 왼쪽에 있다가 이후 오른쪽에 있게 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에덜먼의 주장에 따르면 이 모든 체계 간의 상호작용이 바로 1차 의식이다.
뉴런 집단과 관련 세포 및 화학물질 사이의 정보 교환
이 1차 의식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1차 의식은 곧 보다 상위 단계인 고차 의식의 밑바탕이 된다. 에덜먼에 의하면 이 수준 높은 차원의 의식은 인간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때만 생겨난다. 언어를 사용하는 이러한 유의 상호작용은 인간의 사고와 의사 결정 능력이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언어와 사회적 접촉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정체감을 키워간다. 에덜먼의 이론에서는 이 능력이 1차 의식의 모든요소와 더불어 인간의 마음을 구성한다.
- 뇌가 저마다 다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여러 영역으로 그분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에덜먼의 주 장에 따르면 뉴런은 주력 과제에 따라 각기 다른 집단에 속 한다. 그런데 뇌에서 제각각 이루어지는 수많은 상호작용에 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뇌가 단일한 중앙 제어 능력을 지 닌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모두 일관된 관점 을 따른다. 마치 우리의 머릿속에 호문쿨루스가 하나씩 앉 아 돌아가는 상황을 전부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만 같다. 그 모든 생물학적 개별 활동에서 어떻게 전체를 관리하는 자기 라는 존재가 생겨난 걸까?
-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Antonio Damasio가 한 가지 가능한 답을 제시했다. 그는 자기에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요소는 역사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중요한 사건들은 기억에 저장되어 다시 회상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감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에덜먼의 주장처럼 기억은 정적인 과정이 아니므로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기존에 쌓아둔 지식을 확장하고 변화시킨다. 그와 함께 우리의 관점도 시시각각 새롭게 형성된다.
요컨대 우리의 정체감은 기억 속에 저장된 자신에 대한 사실들에 의해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부모님과 형제가 어떤 사람인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두려워하는 건 무엇인지와 같 은 정보가 속하며, 그밖에도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라면 무엇이든 포함될 수 있다. 우리는 인생 경험과 지식이 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지각한다.
다마지오가 말하는 자기의 두 번째 요소는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이다. 이는 에덜먼이 1차 의식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았던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능력과도 유사한 개념이다. 우리는 거울이 없는 장소에서 태어나도 자신에게 몸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팔과 다리를 어 떻게 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으며, 몸에서 일어난 변화가 마음에 어떤 영 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깨닫는다.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은 자신을 독립된 주체로 느낄 수 있게 하므로 정체감 형성에 도 기여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아님을 인식한다. 그들은 나와 별개로 존재하며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다마지오의 이론에 따르면 자기의 세 번째 요소는 언어능력이다. 언어능력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어나 포르투갈어 등 한 국가의 공용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상징적 표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의식적 자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주 변 세상과 자신이 경험하는 바와 자신의 신체 면면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 크릭은 과학자들이 특정한 유형의 뇌 손상 환자들을 연구함으로써 자유의지가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근거로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던 어떤 환자에 대해 묘사한 글을 인용한다. 다마지오의 환자였던 이 여성은 뇌 손상을 겪고 나서부터 분명 깨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대꾸하지 않았다. 의사들이 질문을 던지면 그들을 따라 눈을 움직이고 질문을 이해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아무한테도 말은 하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자 그는 거의 회복되었다. 어째서 그전에는 사람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대화는 이해했지만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고 말 한다. 마치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크릭은 이 환자가 자유의지를 잃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그의 뇌에서 손상된 부분은 어디였을까? 손상이 발견된 곳은 신체의 여러 감각 영역들에서 신호를 받아 처리하는 '전측대상구anterior cingulate sulcus' 였다. 크릭은 의지가 바로 이 영역에서 비롯되며, 앞서 소개한 환자 사례가 그 증거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크릭은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도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보았다. 이 증후 군은 환자의 손이 그의 의지를 거슬러 멋대로 움직이는 증 상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환자 자신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 음에도 왼손이 갑자기 주변 물건을 움켜쥐는 식이다. 이 경우도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의지가 손상된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손이 제멋대로 움켜쥔 물건을 놓을 수가 없 어 반대 손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어떤 환자는 자신의 '외계인' 손에게 소리를 질러야만 손이 잡고 있던 것을 놓는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손상을 입은 곳은 전측대상구였다. 이로써 크릭은 뇌의 이 영역에 의지가 자리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크릭은 우리가 자신의 의지라고 여기는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는 장소이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온갖 계산을 수행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곳이 바로 전측대상구라고 믿었다. 결국 그는 자유의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자신의 삶을 자유로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자유의지로 내린 의사 결정이라고 믿었 던 것이 사실 뇌가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크릭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육체는 통제하에 놓여 있다. 그 꼭대기에는 자기도 호문쿨루스도 없다. 오직 뇌만이 존재할 뿐 이다.
그의 말이 옳다면 그는 우리가 기계임을 증명한 셈이 다. 쇳덩어리 대신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인간성이 순전히 물리적인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크릭의 주장은 곧 어떤 괴짜 과학자가 우리의 뇌와 신체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기만 한다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지 예측하는 일도 가능하리라는 이야기다. 
- 사실 중국어 방 논증이 우리 시대에 의식이 있는 기계가 등 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철학자들도 많다. 이들의 주장은 중국어 방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
소들(사람, 방, 규칙집)은 어느 것 하나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 하지만, 그 전체가 어우러진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중국어 방은 중국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들으면 무슨 이상한 소리인가 싶다. 방 안의 사람이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지시가 적힌 종이 나부랭이와 목재 벽들이 더해 진 것이 어떻게 중국어를 이해하도록 한단 말인가?
뇌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혼자서는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각각 이 하나로 모이면 비로소 이해가 이루어진다. 뇌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한데 모여 올바르게 조직될 때에야 의식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가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한 가지 사고실험을 제안했다. 한 중국어 사용자의 머릿속 뉴런 중 하나가 중국어 방 안의 사람으로 대체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편의상 그를 악마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악마는
자신이 대체한 뉴런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복제했으며, 뉴 런과 동일한 규칙에 따라 활동한다. 인접한 뉴런들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악마는 필요한 계산을 수행해 다른 뉴런들에게 적절한 신호를 보낸다.
차머스의 말대로라면 이 중국어 사용자의 의식은 처음 상태와 같다. 머릿속의 작은 악마는 원래의 뉴런과 완전히 똑같이 작용하며 같은 규칙을 따라 활동한다. 그럼 이제 한 번에 하나씩 이 중국어 사용자의 머릿속 다른 뉴런들을 작 은 악마들로 대체해 결국 원래의 뉴런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해보자. 작은 악마들이 뇌의 모든 신호 체계를 장 악했지만 여전히 중국어 사용자는 자신의 의식을 유지한다. 자기 머리통이 조그마한 악마들로 가득 차버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다. 물론 새로운 악마들의 네트워크는 기존 뉴 런들의 네트워크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 데닛 이후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유기적인 기계 조 직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유로 인간이 생물학적 기계라고 믿 는 과학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예를 들어 프랜시스 크릭은 외계인 손 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뇌 손상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자유의지' 라고 칭하는 것이 실제로는 그저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이 반영된 결과임을 보여주었다. 뇌는 우리가 의사 결정을 내리기까지 필요한 계산들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인간의 추론이 어떻게 알고리즘을 따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뉴런은 회로와 마찬가지로 이진체계로 작동한다. 우리는 유기체로 이루어진 기계이며, 유기체로 이루어진 기계가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박들에도 불구하고 드레이퍼스의 주장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그의 주장도 아직까지 증명 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과학적 발견들이 이루어질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도 드레이퍼스는 컴퓨터의 전산만으로는 도무지 알고리즘을 따르지 않는 인간의 추론 능력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컴퓨터가 도저히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고한다. 
- 나는 기호 조작(알고리즘)이 의식의 존재를 증명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드레이퍼스의 말처럼 인간의 의식은 틀에 박히지 않은 무한한 사고를 요하는 문제들의 답을 찾는 데도 힘을 발휘하는 반면 기호 조작으로는 제한된 범위의 잘 정의된 문제에만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 각한다. 알고리즘을 따르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추론은 알고리즘을 따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전부 해낼 수가 없으므로 알고리즘 기반 추론 그 자체만으로는 의식이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존 설의 논리 중 세 번째 단계binding problem’라고 불리는 문제다. 철학자 및 신경과학자 드은 우리가 세상을 지각할 때 어떻게 서로 다른 유형의 감각질이 한데 결합하여 일관된 하나의 경험을 만드는지 의문을 품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해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때면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모래의 감촉과 등에 와닿는 따뜻한 햇살,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모두 다른 수용기와 연합되어 다른 신경 경로를 타고 뇌의 다른 영역에서 처리되는 데도 하나의 감각질로 통합된다.
- 각각의 감각이 모여 바다를 바라보는 감각질을 형성하듯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오는 감각질(결합된 감각질)이 모여 추론 능력의 근원인 세상에 대한 심적 모형을 형성한다. 단순 감각질은 예를 들면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어 떤 느낌인가 하는 것이다. 반면 결합된 감각질은 해변에서 보내는 하루가 어떤 느낌인가이다. 해변에서의 하루라는 결합된 감각질은 다시 그날 해변에 함께 있었던 사람에 대한 결합된 감각질과 결합될 수 있다. 또 두 경험의 감각질 모두 해변에 있는 동안 떠올린 사촌의 결혼식에 대한 감각질과, 혹 은 바닷속에서 텀벙거리다 해파리를 밟고 겪은 극심한 고통 의 감각질과 결합될 수 있다. 요컨대 결합된 감각질이란 단 순 감각질에서 파생된 더 큰 개념으로, 서로 결합해 세상에 대한 통일된 표상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합된 감각질은 우리가 이를 경험하는 상황, 사건이 발생한 순서, 우리가 자유의지에 따라 이들 각각을 연관 짓는 방식을 비롯해 다양한 요인에 기초하여 통합된다. 우리는 서로 다른 관념들 사이에 본래부터 형성되어 있던 결합과 살아가면서 바뀐 결합 방식에 기초해 각각의 관념을 연합한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생각이 종종 옆길로 새서 하나의 관념을 이와 관련된 다른 관념과 연합하고, 이렇게 연결된 관념을 또 다른 관념과 묶어 연결 고리를 만들어나가는지도 모른다. 또 이로 인해 어떤 노래를 들으면 특정한 인물이나 장소가 떠오르고 소설을 읽으면 심상이 떠오르는지도 모른다. 아마 국가를 들으면 눈물이 나거나 학창 시절 반에서 개그를 담당하던 친구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을 짓게 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 우리는 평생 한 번도 열기구를 타보지 않았더라도 우리 내부의 광대한 심적 모형 덕에 폭풍우에 열기구를 타는 일 이 위험하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도 심적 모형을 토대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우리의 상상은 때때로 현실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박쥐가 경험하는 느낌이나 우리가 빨간색을 볼 때 경험하는 느낌처럼 생각한다는 행위가 주는 고유한 느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각한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하는 행위가 주는 고유한 느낌도 존재한다. 즉 심적 모형을 활용하는 것과 연관된 감각질이 존재한다. 나는 우리의 창의력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혼란과 양가 감정을 겪기도 하고 유머 감각을 보이는 동시에 냉철한 철학적 면모를 갖출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무엇인가를 깨닫고, 결론을 도출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인간의 사고와 연관된 감각질 집합이 바로 의식 그 자체다.
그러니까 결합된 감각질은 총체적인 사전 지식을 제공 할 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능동적 사고 과정의 일부이기도 한 셈이다. 다름 아닌 결합된 감각질이 인간 추론 능력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은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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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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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과학 2022. 8. 31. 20:24

- 뉴런은 근처 뉴런들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가지돌기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를 발생시켜 세포체로 전달하고, 그 크기가 역치값을 넘으면 다시 펄스 형태의 신호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스파이크'다. 축 삭돌기를 따라 전송되는 스파이크는 시냅스를 통해 다음 신경세포에 아날로그 신호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결국 뇌란 아날로그 신호 를 스파이크 형태의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다시 그것을 아날로그 신 호로 바꾸면서 '정신'이라는 놀라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뉴런들의 복 잡한 네트워크다. 따라서 뇌과학자란 '스파이크'로 대표되는 뉴런의 전기 활동이 어떻게 마음을 표상하고 정신을 만들어내는가를 탐구한다.
- 스파이크는 뇌의 작동 방식을 직접 바라볼 수 있는 창문이다. 우리 는 이 창문을 통해 전압 펄스의 생성과 전달 과정의 관점에서 뇌의 작용을 조망한다. 감각, 기억, 느낌, 의식은 모두 신경세포에서 만들 어진 전압 펄스가 작용한 결과이다. 이 책은 뇌 속 전압 펄스의 작용 을 '자발적 스파이크'로 설명한다. 뇌가 감각 정보를 부호화하는 방식 은 지금껏 두 가지 이론, 즉 스파이크의 개수로 표상하는 ‘개수 방식’ 과 스파이크의 타이밍으로 표상하는 '시간 방식'으로 설명되었다. 일 부 뇌 영역이 개수 방식과 시간 방식으로 작동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신경세포 집단의 연결 회로가 감각 입력과 무관하게 자 발적 스파이크를 항상 생성하고 있다. 저자 마그 험프리스의 핵심 이론은, 외부 자극에 의해 촉발된 스파이크보다 신경 집단에 의한 자발적 스파이크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 작용에 뇌 에너지의 대부분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 저자는 자발적 스파이크가 하는 일이 바로 '예측' 이라고 주장한다. 외부 입력과 무관하게 항상 존재하는 자발적 스파이크들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뇌 속 신경연결망이 외부 자극에 따라 스파이크를 방출하여 자연환경을 지속적으로 부호화한 결과이다. 이렇게 만들어 진 자발적 스파이크는 우리가 생존해야 하는 환경의 예측 신호로 사 용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들어오는 감각 입력은 자연에 대 한 예측값에 오류가 발생할 때 신호를 보정하는 역할만 한다. 우리가 세계를 즉시 지각하는 이유는 감각이 입력되기도 전에 자발적 스파 이크를 통해 세계에 대한 모형이 항상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결론은 자발적 스파이크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신경세포 집단이 생성하는 자발적 스파이크들이 끊임없이 예측 신호 스파이크를 방출한다. 우리는 항상 예측하고 있으므로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다. 감각 신호가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예측하고 있으므로 세상 을 즉각 알아차린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시냅스 실패, 암흑뉴런, 자발적 스파이크는 최근 들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뇌 작용의 새로운 측면들이다. 시냅스 실 패는, 학습한 내용에서 공통점을 범주화하는 인간 뇌의 일반화 능력과 관련된다. 스파이크를 생성하는 뉴런보다 침묵하는 암흑뉴런이 훨씬 많아서 뇌가 입출력의 균형을 유지하고 에너지 효율이 고도로 높아진 다는 저자의 설명은 신경 시스템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준다.
신경세포 집단이 스파이크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다.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이해하는 바탕에는 신경세포가 스스로 생성하는 스파이크가 있다. 쿠키 한 조각을 향해 손을 내미는 2.1초 동안 벌어지는 뇌의 작용은 스파이크가 만들어내는 기적같이 놀라운 세계이다. 이 책은 신경세포가 생성하는 스파이크에 올라타 질주하면서 감각 입력에서 운동 출력까지의 뇌 작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매우 드문 책이다.

- 모든 세포와 마찬가지로 뉴런은 막을 지녔다. 그 막은 마치 피부처럼 뉴런을 둘러싸고 뉴런의 내용물이 내부에 머물게 한다. 이 피부는 뉴런 내부에 있는 많은 이온과 외부에 있는 많은 이온을 갈라놓는다. 그런데 내부 이온들의 전하량과 외부 이온들 의 전하량이 다르기 때문에 뉴런은 미세한 전압(전문용어로 막전위 membrane potential)을 가지게 되고, 그 전압은 끊임없이 미세하게 오르내린다.  하지만 뉴런 본체의 전압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뉴런의 피부에서 구멍들이 연달아 빠르게 열리고 닫히는 연쇄 과정이 일어난다. 그러면 이온들이 그 구멍들로 몰려 들어오고 몰려 나가면서 전기 펄스가 생겨나는데, 그 펄스는 뉴런 본체에서 가장 먼 변방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렇게 태어난 스파이크는 뉴런의 축삭돌기axon - 한 뉴런과 다른 뉴런을 연결하는 케이블 를 따라 괴성을 지르며 이동하고, 멀리 떨어진 목적지인 다른 뉴런에 도달한다(그림2-1).
구멍들이 열리고 닫히는 연쇄 과정은 항상 똑같다. 따라서 스파이 크는 모양과 크기가 항상 똑같다. 스파이크는 있거나, 아니면 없다.
- 우리의 시선이 쿠키에 꽂히면 망막은 쿠키와 그 주변에 관한 정보를 세분하여 서로 별개인 정보 통로channel 수십 개로 배분한다. 그 통로들은 쿠키에 관하여 제각각 다른 메시지를 쿠키의 둥근 모양, 초콜릿 덩어리의 갈색, 상자뚜껑의 각도 겉질로 운반한다. 또한 쿠키 조각들의 상대적 위치에 관한 메시지를 운반하는 통로도 있고, 그 조각들이 어느 방향에 있는 지에 관한 메시지를 운반하는 통로도 있다. 우리가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며 쿠키 상자를 주시하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빛에 반응하는 신경절세포들이 가장 많이 흥분한다 (우리의 머리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빛이 우리의 망막을 가로지른다). 이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신경절세포 축삭돌기들을 따라 전송된다. 최소 100만개의 축삭돌기가 다발을 이뤄 굵고 하얀 밧줄을 형성하는데, 그 밧줄이 시신경이다. 
- 스파이크 군단이 입력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스파이크 몇백 개 만 입력되면 새 스파이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 입력들은 수천 개의 입력선에 분산되어 있다. 바꿔 말해 가능한 입력의 최대수는 수천 개에 달한다. 더구나 모든 입력 중에서 흥분성 입력이 억제성 입력보다 최소 5배 많다. 수천 개의 입력 가운데 잉여 스파이크 2~3개만 폭주 고리 runaway loop - 스파이크가 일으킨 스파이크가 또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일이 끝없이 계속되는 상황 를 형성하더라도 뇌는 고장 날 것이다. 뇌전증은 그런 고장의 한 예다. 뇌전증 발작이 일어나면 거대한 스파이크 물결이 겉질을 휩쓴다. 물결에 맞닥뜨린 모든 뉴런은 즉각 임계점에 도달하여 동시에 스파이크를 발생시 키고, 그렇게 다음번 물결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런 고장은 드물다. 왜냐하면 뇌는 골디락스 구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즉 뇌는 너무 활동적이지도 않고 너무 고요하지도 않다. 뇌는 딱 적당한 정도로 활동한다. 그렇게 골디락스 구역 안에 머무르기 위하여 뇌는 흥분과 억제의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한다.
- 시각에 대해서는, 몇십 년의 연구를 통해 그런 고속도로 중 2개가 특히 자세히 밝혀졌다. 그것들은 무엇 고속도로 Highway What'와 '하 기 고속도로 Highway Do'다(그림 4-2).10 첫째 고속도로로 전송된 우리 의 스파이크는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건너가며 '무엇' 메시지의 창조에 기여할 것이다. 곡선, 윤곽선, 갈색, 흰색 등에 관한 메시지를 운반하는 스파이크들이 종합되어, 손이 닿을까 말까 한 책상 구석에 쿠키 상자가 있고 뚜껑이 비스듬히 열려 있으며 그 안에 생강과 배 와 초콜릿을 첨가한 쿠키가 딱 하나 남아 있음을 드러낼 것이다. 둘째 고속도로로 전송된 스파이크가 통과하는 영역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면 무엇을 알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메시지를 창조할 것이다. 그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주위의 거리, 크기, 윤곽선과 곡선의 운동에 관한 메시지를 운반하는 스파이크들은 우리가 팔을 뻗으며, 손가락들을 적당히 벌려 멈춰 있는 쿠키를 집어드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드러낼 것이다.
- 무엇 고속도로'와 '하기 고속도로의 넓은 구간들은 아주 많은 띠 모양의 겉질 구역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단일 뉴런 수준에서는 각 뉴런의 축삭돌기가 엄격한 논리를 따르는 듯하다. 그것들은 우리 가 V2 또는 V4라고 부르는 수억 개의 뉴런들 가운데 특정 구역에 있 는 특정 유형의 뉴런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우리는 V1을 지배하는 그 논리를 이제 막 밝혀내기 시작했다.26 “RNA 바코딩barcoding" 이라는 기발한 기술 덕분이다.
유일무이한 합성 RNA 가닥을 제작하여 V1에 있는 한 뉴런에 주 입하라. 그런 다음에 기다려라. 그 RNA 가닥은 뉴런의 축삭돌기를 따라 운반되어, 축삭돌기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것이다. 그 가닥이 X 영역으로 가는지 확인하려면, 그 영역의 조직을 떼어내 유 전자 검사를 하라. 관건은 그 유일한 RNA 가닥이 검출되는지 여부 다. 검출된다면 대성공이다. 우리의 뉴런은 X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 이 접근법의 탁월한 장점은 시간과 에너지가 허용되는 한 얼마든지 많은 유일무이한 가닥을 수많은 뉴런에 주입한 다음 우리가 떼어낸 조직에서 그 가닥들 모두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구하면, 단일 뉴런 수백 개의 정확한 연결들을 알 아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규모의 성취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생쥐의 V1에서 수백 개의 뉴런을 RNA 바코딩 기술로 연구해보니, 실제로 엄격한 논리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므르식 플로걸의 연구 팀은 바코드가 붙은 RNA(유일무이한 합성 RNA)를 생쥐의 V1 뉴런들 에 주입한 다음, V1의 표적 영역으로 짐작되는 시각곁질 구역 여섯 곳에서 그 RNA를 검사했다. 그 결과, V1 뉴런들의 절반이 6개의 구 역 중 2~3개와 연결되었음이 드러났는데, 그 구역들은 무작위한 조합들이 아니었다. 각각의 뉴런은 자신의 표적 영역들의 조합을 마구 잡이로 선택하지 않는 듯했다. 대신에, 표적 영역 2개 또는 3개, 또는 4개로 만들 수 있는 16개의 조합 가운데 딱 4개 조합이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되었다. 따라서 V1에 속한 뉴런의 절반은 인근 겉질 구역들 가운데 어떤 조합을 선택하여 신호를 보내는지에 따라 네 집단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것은 미래의 발견을 위한 감질나는 단서일 뿐이 다. 우리는 겉질 뉴런들이 인근의 뉴런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 해서는 많이 알지만, 멀리 떨어진 뉴런들과의 연결에 대해서는 더 적 게 알고 있으며 건너편 뇌 반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 이처럼 겉질 횡단 스파이크들은 단어와 대상을 짝짓는 작업뿐 아 니라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우뇌 겉질은 좌뇌 겉질이 우뇌 겉질 자신과 몸의 오른쪽 절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또한 좌뇌 겉질도 마찬가지로 우뇌 겉질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뇌들보를 건너는 스파이크들은 양쪽 반구 겉질을 통합하여 우리 몸에 대한 하나의 해석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듯하다.
- 시냅스 실패는 뉴런들의 소통 효율을 통제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즉 뉴런들에게 새로운 계산의 방도를 열어줄 가능 성이 있다. 왜냐하면 시냅스 실패는 동일한 시냅스에 거의 동시에 도 착하는 스파이크들을 가지고 뉴런들이 멋진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시냅스 실패는 시냅스를 전혀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시냅스의 겉보기 강도를 몇 밀리초 안에 변화시킬 수 있 다는 것이다.
스파이크 2개가 짧은 시간 간격으로 어떤 시냅스에 도착한다고 해 보자. 첫 스파이크에 대한 실패율이 낮으면, 그 시냅스가 둘째 스파 이크를 전달할 확률도 낮아진다. 왜냐고? 첫째 스파이크가 분자 꾸러미를 이미 많이 소진하여 둘째 스파이크가 도착했을 때는 건너편으로 내용물을 쏟아낼 꾸러미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째 스파이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상태에서 잇따라 도착하는 둘째 스파이크는 너무 많은 꾸러미를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 시냅스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충분히 많은 스파이크가 연 달아 도착하면 꾸러미들이 텅 비어 재충전에 긴 시간 약 10초 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뇌는 스파이크 연쇄에 대한 분자 방출률을 줄이기 위해 실패를 이용한다. 바꿔 말해, 더 나중 스파이크로 갈수 록 시냅스의 강도가 점차 약해진다. 이를 일컬어 시냅스에서 '단기 저 하short-term depression’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시냅스의 첫째 스파이크에 대한 실패율이 높으면 둘째 스파이크가 전달될 확률도 높아진다. 왜냐고? 첫째 스파이크가 시냅스를 준비시켜서, 다른 스파이크가 도착했을 때 곧바로(약 100밀 리초 안에) 분자를 방출하도록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즉 시냅스 연쇄에 대한 시냅스의 강도는 나중 스파이크로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 이를 일컬어 시냅스에서 '단기 촉진 short-term facilitation'이 일어난다고 한다(그림 5-1)
- 거의 한 세기 동안 스파이크의 의미를 놓고 개수주의자 Counter와 시간주의자 Timer의 양 진영이 전쟁을 벌여왔다.'
개수주의자는 뉴런이 스파이크의 개수에 메시지를 실어서 전송한 다고 믿는다. 그들은 스파이크의 개수에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 다. 시간주의자는 뉴런이 스파이크를 방출하는 시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송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스파이크가 언제 발생하느냐에 의미가 담겨 있다고, 특히 스파이크들의 상대적인 발생 시점에 의미가 담겨 있 다고 생각한다.
1920년대에 에드거 에이드리언 Edgar Adrian 경, 조지프 얼랭어 Joseph Erlanger 등이 처음으로 스파이크를 포착한 이래로 이 전쟁은 신경과학계의 최고 인재들을 힘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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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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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유전자

과학 2022. 8. 9. 12:24

- 오늘날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염증 때 문이다. 염증은 우리 몸이 손상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작 동하는 일종의 방어 반응이다. 염증으로 답하는 신체 손상들 로는 상처, 감염16, 일사', 중독, 알레르기 증세, 정신적 스 트레스18 등이 있다. 염증은 우리 몸에서 염증전달물질 생 성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이끈다. 그중 하나가 인터루킨 - 6다. 줄여서 IL-6라고 부른다. 젊은 시절 나는 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 이 물질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러니까 신체적 손상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무언가 해로움을 감지하자마자) 염증전달물질을 생성하는 과정의 시작인 것이다.
염증은 동전처럼 양면성이 있다. 감염이나 상처 같은 급 성 손상을 일으키는 염증 반응의 경우, 사람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고 아픔을 느끼게 하지만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며 치료 또한 가능하다. 동전의 다른 면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발견되었다. 즉 치료가 가능한 급성 염증 반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숨어서 암암리에 악화되는 덕에 치료가 어려울 뿐더러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염증 반응도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이고 아급성인, 거의 또는 전혀 알아챌 수 없는 염증 반응은 이른바 '레이더망 밖에서 은밀히 날아다닌다. 예기치 않게 갑자기 무언가가 화면에 불쑥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를 들면 중증 동맥 경화나 암 또는 치매가 그렇다. 심근 경색, 뇌졸중, 수많은 암 질환, 치매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밝혀졌듯이 점진적이고 만성적인 아급성 염증의 결과다.
현대 유전공학은 음험하게 '레이더망 바깥을 날아다니는 염증들, 그러니까 악성일지 모를 만성 염증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의례적으로 흔히 해오던 것처럼 개 별 유전자 하나의 변화된 활동을 측정하는 것은 여기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성적인 염증 반응은 수많은 유전자 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전자만 측정하게 되면 (여 러 가지 원인으로) 한 번은 우연히도 다른 값보다 현저히 차 이나는(위로든 아래로든) 이상치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잘못된 가정으로 쉽게 이어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염증에 기여하는 50여 개의 주요 유전자들의 활동을 함께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 흡연과 알코올 섭취 그리고 특정 인종처럼 실험 결과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에 주의하며 다시금 관찰하고 조사했다. 이를 통해 프레드릭슨과 콜은 그들의 첫 연구 결과가 옮았음을 완전히 증명했다. 즉 에우다이모니아적, 의미지향적, 사회 친화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위험 유전자들의 활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심근 경색, 뇌졸중, 암 및 치매와 같은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 활동 패턴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로 인해(그리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다수의 후속 연구들로 인해) 하나의 새로운 과학 분과가 탄생하게 되었다. 바로 '소셜 게노믹스'다. 풀어서 말하면,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서 더불어 사는 방식과 공동의 삶을 대하는 사고방식이 우리의 신체적 구조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 만성 염증이 생기고 퍼지는 이유는 두뇌의 (소위 편도체 라고 불리는) 불안 중추의 과잉 활성화에 있었는데, 실험 대상자의 스트레스 수준이 이에 영향을 미쳤다. 불안에 관여하는 신경연결망의 활동이 격렬해질수록, 실험대상의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전 신체에서, 특히 혈관 내벽의 염증작용이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불안 신경망의 활성화, 스트레스 수준, 염증 발생은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새로 발생한 질병들의 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이로써 인간의 신체적 측면에서 볼 때 좋은 삶과 대 척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모든 것이다
- 좋은 삶'이란 끊임없는 풍요로움도 끝없는 안락함도 아니다. 좋은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우리가 위기와 불공평, 부정적 감정과 갈등을 잘 다루는지, 모든 새로운 상황에서 해결책을 잘 찾아내는지, 그때마다 모든 구성원들이 불안 및 스트레스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 인간관계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 관계의 단절 또는 부 재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사회심리학적) 요소 중 하나다. 사회적 고립이나 고독, 또는 애정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동기 체계를 더 이상 활성화시키지 않으며, 신 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삶에 대한 기쁨은 시들해지고 생에 대한 권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
- 인간 사이의 공명은 우리를 달라지게 한다. 맞울림을 낸 두 번째 기타 줄의 상태처럼 말이다. 이 줄은 이전의 조용했던 상태와 비교하면 실제 물적으로 달라진 상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좋은(또는 가라앉은) 기분을 전파시키면 그 기운을 받은 사람도 실제 좋은(또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바뀌게 된다. 즉 우리의 심적 상태가 달라진다. 주변 사람이 심하게 다치는 모습을 우연히 봐도, 예를 들어 칼에 손가락이 깊이 베이는 것을 보면 자신의 손가락이 베인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몇몇 독자는 이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누군가가 구역질을 하거나 심지어 구토를 하면 자신의 속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엄청 추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도 추운 것 같다. 하품이 전염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이 모든 감정 이입 및 전염 현상은 신경세포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가 주의 깊게 본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은 이와 같이 우리가 동일한 행위를 하도록 이끌곤 한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무심코 코를 긁적이거나 다리를 포개는 모습을 보게 되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게 되고,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깨 닫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이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은 과정의 결과다. 우리에게 도달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호가 우리 뇌에서 인식되고 해석된 다음, 우리 두뇌가 거울 반사 행동으로 응답한 것이다. 한 인간에게서 흘러나와 다른 사람에게 공명을 일으키는 신호는 음성 및 문자 언어와 신체 언어를 모두 포함한다.
- 몸짓, 표정, 시선, 자세, 움직임 같은 신체 언어적 신호는 말 같은 음성 언어보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 공명이 일어날 때에는 대부분 음성 언어와 신체 언어가 동시에 작용한다. 그런데 둘이 엇갈리면 음성 언어보다 신체 언어가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관찰자의 두뇌에서는 행동 개시를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공명을 일으키는데, 이를 거울 신경세포라고 한다.
- 신경공학적인 세부 사항과 명명법을 두고 벌이는 이런 저런 논쟁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신경세포의 공명 현상이 인간의 공존과 공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누 군가의 등장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강한 공명 반응을 일으키면, 이를테면 교사 한 명이 존재만으로 자기 학생들 에게 활기를 돋우거나 의사 한 명이 긍정적 행위로 자기 환 자들에게 희망을 전염시키면, 우리는 보통 이를 일컬어 카 리스마나 아우라를 '발산'한다고 한다.
한편 다른 사람에게서 나오는 음성 언어나 신체 언어의 신호가 아주 약할 때도 직관적으로 공명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두고 감정 이입 능력이나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감정 이입은 우리가 공감이라 칭하는 것의 일부라서 종종 같이 언급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교사가 자기 학생의 행동이나 모습에서 집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거나, 의사가 자기 환자의 몸짓 언어를 보면서 부끄러움 때문에 차마 드러내기 어려운 무언가가 심중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 이들은 신경세포의 공명이 얼마나 놀랍고도 중요한 현상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 젖먹이가, 그리고 나중에는 어린아이가 자기 애착 인물 에게 일으키고 또 자신에게 되돌아온 공명은 아이에게 (직감 적으로 알 수 있는) 근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하나는 아이 의 편인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아이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다. 세심하고 다정한 공명은 아이에 게 그가 이 세상에서 환영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기쁨이 된다는 신호를 건넨다. 반대로 애착 인물이 끊임없이 내 는 성급한 어조나 신경질적인 탄식 또는 더 나아가 불평 가 득한 목소리는 자기 주변 인물이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 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아이가 감지하게 만든다. 그러면 아이는 주의를 끌고 자기 욕구를 알리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느끼게 된다.

- 삶의 방향을 돌린다'는 것의 의미
켈리 터너가 조사한 사람들은 암 진단을 받고 나서 구체 적으로 무엇을 했을까? 이들 20명의 공통점은 병 진단 후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모 두 각자의 식단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자신의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고 억눌린 감정도 표현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인적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 기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사색했으며, 왜 계속해서 살고 싶은지 각자 강력한 개인적인 이유를 하나씩 찾았다. 최근에 출간한 저서에서 켈리 터너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 추가했다. 바로 신체 활동의 증가로, 이를 중요한 요 소로 꼽으며 재차 강조했다. 엘마르 로이터와 그의 연구팀의 조사 결과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로이터 교수의 연구팀이 추적 조사한 사람들, 즉 암 발병 이후 경과가 특별히 양호해져 이목을 끈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도 있었는데, 심리 치료 과정에서 삶의 방 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안에서 '저항심이 드 는 무언가를 발견하며 자신의 삶을 새로이 정리했다. 몇몇은 자신에게 부담스럽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의무와 책임에서 스스로 벗어났으며, 업으로 삼았던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대신 이들은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맺으며 전부터 마음 속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 특별한 취미, 새로운 직업, 자원 봉사 등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진심으 로 바랐던 것들을 본격적으로 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말하 자면, 지금껏 멀게만 느껴졌던 삶이 마침내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체험을 한 것이다. 이를 잘 해낸 사람은 자기 삶이 의미 지향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 암 같은 심각한 질환을 진단받은 이후의 상황은 트라우 마가 발생한 상황과 비슷하다. 정신적 외상이라고도 불리 는 트라우마 발생 이후, 충격 단계를 극복하고 필수적인 응 급 처치가 잘 이루어지면 고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면의 일부가 긍정적으로 성장한다. 이를 외상 후 성장 rose Taumatic Growth, PTC 이라고 한다. 외상 후 성장을 이루는 데 나타 나는 내적 성장 과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기 삶을 새로 이 평가하고,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 정의 를 내린다. 좋은 인간관계는 더욱 강화되고,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발견한다. 인생의 항로에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닫고, 마침내 삶 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새로이 눈뜨거나 보다 깊은 관심을 갖는다.

-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의사이자 학자로서 나는 치매 치료와 연구에 수년간 전 념한 적이 있다. 치매는 단순히 정의 내릴 수 있는 획일적인 병이 아니다. 보통 정신적 능력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병리적 감퇴와 결부되는 질환들을 총칭하는 개념 으로 쓰인다.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두 가지 치매 유형으로 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있다('뇌석회화'라고 불리 던 병이나 그 외 드물게 발생하는 다른 유형의 치매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 혈관성 치매는 혈관의 손상이나 폐쇄 또는 출혈을 바탕으로 서서히 전개되는 질환이다. 다년간 지속된 고혈압이나 당뇨는 뇌졸중 없이 뇌의 여러 작은 혈관에 손상을 가하며, 대부분 그중 하나가 천천히 치매로 발전한다. 뇌졸중은 대 개 큰 혈관의 폐쇄나 출혈로 인해 일어난다. 언어 장애, 신 체 마비 같은 몇몇 증상과 함께 아주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경우에는 종종(항상은 아니다!) 치매로 이어진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로는 고혈압과 심부정맥이 있다. 뇌의 작은 혈관과 큰 혈관은 복합적으로 두뇌에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혈압과 당뇨, 심부정맥에 이 르는 과정은 혈관성 치매의 전조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환자들을 살펴보면 건강하던 시절에는 활력이 넘치고 혈기 왕성했던 경우가 많다.
혈관성 치매와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간의 연 접 부위인 시냅스가 손상되어 발병한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사람들의 95퍼센트는 비유전성 알츠하이머 환 자다. 예전에 나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다루는 의학 전문 서 적을 하나 펴낸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 연구팀은 사 망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서 염증전달물질인 인터루킨-6를 발견했다. (발견되기 몇 해 전부터 내가 연구에 동참하고 끝내 함께 찾아낸) 인터루킨-6는 우리가 앞서 언급한 위험유전자 집단에 속한다.
혹시나 싶어 2장의 내용을 다시 한번 간단히 정리해보겠다. 이 위험 유전자들은 활성화되면, 우리 몸속에 교란이 일어났다고 알리며 '레이더망 바깥을 날아다니는 은밀하고도 만성적인 염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심혈관 및 암 질환, 치매의 위험을 중장기적으로 높인다. 인터루킨-6 말고도 일련의 위험 유전자에서 비롯된 다른 '유전자 산물'들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에, 위험 유전 자 집단의 활성화가 심혈관 및 암 질환뿐만 아니라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정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아급성 염증의 병리적 작용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므로, 알츠하이머병은 정신적 · 생물학적 교란 상태가 장기간 선행되는 질병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 도덕이 오용되어 부도덕의 도구로 쓰이는 또 하나의 변종으로 '도덕적 면허 Moral Licensin’라는 게 있다. 인간은 작은 선행만으로 자신이 타인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고 여기며, 일종의 도덕 면허증을 스스로에게 발급하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행은 줄이고, 반면에 타인의 잘못에는 엄격한 잣 대를 들이댄다. 이처럼 크고 작은 도덕적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다른 희생자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감정을 쉽게 얻도록 만드는 누군가 가. 그러면 자신은 작은 선행을 통해 이미 도덕적 면허를 얻었기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타인보다 더 많은 권리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여기며, 도덕적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에 게는 보다 느슨한 잣대를 적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 2002년 8월, 윌리엄 켈리 valan Al, 교수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동료 연구진은 저명한 학술지 《인지신경과학저널》에 논문을 하나 발표했다. 이들은 탁월 한 실험 설계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IRI 기술을 적용해 인 간이 소위 정신화 tead 라고 부르는 정신 활동을 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망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자아 연결망(논문의 공식적인 영어 표현은 'Self Networks')을 이루는 핵심 요소들이 두뇌의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 entomedial Prefronel Catempers, 다시 말해 인도 여성들이 눈썹 사이에 찍는 붉은 빈디 점 뒤쪽 영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경과학과 무관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일부러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으며,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은 '전두엽의 아래층'이라 누차 설명했다.  누군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하려면, 스스로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는 뇌의 기억 창고를 뒤적이며 끄집어내야 한다. 자아 연결망은 바로 이 창고다. 다른 여러 학자들이 추가로 진행한 후속 연구들은 월리엄 켈리의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를 재차 입증하며, 아울러 이 자아 연결망에 저장된 정보들이 현재의 기분을 비롯해 자신의 성격적 · 신체적 특성에 대한 자기 평가와도 관련되어 있음을 밝혔다.
현대 신경과학에서 '자아'라 부르는 것은 당연히 정신 전체가 아니라 한 인격의 정신 가운데 자기 성찰 및 반성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뜻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신경적 자아 체계가 또 다른 두 가지 구조에도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전두엽의 '위층', 그러니까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r, AIPEC에 위치한 비판적 자기 관찰의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망이다. 프랑스의 한 학자가 연구를 통해 밝혀냈듯이 주요우울증(Major Depression,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주요 정서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기 평가가 이루어 지는 이 '위층'의 신경망이 과잉 활성화된다. 자아 연결망이 속한 또 다른 신경 체계 구조는 두뇌의 뒷부분에 있는 이른바 후방 대상 피질rosterior Cingulate Corter, PCC로, 일대기적 관점의 '자아'가 주로 저장되는 신경망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자아 연결망의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연 결되어 있다. 신경과학에서 말하는 '자아'의 개념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 확고하게 부르는 명칭과 대립하지 않으며, 무의식의 존재를 부인하지도 않는다. 전두엽 아래층에 위치한 신경적 자아 체계의 핵심 통제실은 두뇌에서 감정에 관여하는 모든 중추와 연결되어 있다. 불안 중추(편도체), 동기 중추(복측 선조체 sentral Striatum), 스트레스 반응축(시상 하부) 그리고 뇌간과도 이어져 있다. 신경과학에서 지칭하 는 '자아'는 안으로부터 오는 메시지, 즉 자신의 신체로부터 온 메시지나 밖에서 들어오는 메시지, 즉 사회적 맥락에서 들어온 메시지를 인식하는 담당자라고 할 수 있다. 신경과 학에서 칭하는 '자아'는 안과 밖을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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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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