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력주의라는 용어 자체는 58년 영국 사회학자(이후에는 상원의원) 마이클 영이 영국 교육제도를 통렬하게 풍자하면서 처음 고안해 낸 것. 능력주의의 등장이라는 책에서 그는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 그 성공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능력 때문이라고 확대해석하게끔 부추기는 것이야 말로 결국 모든 문제를 실제로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 2001년, 이 책을 되돌아보는 칼럼에서 그는 "직장에서 사람들을 능력에 따라 채용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일단 이들이 어떤 일에 유능하다고 인식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들어올 여지가 없는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굳어지는데, 이런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 그리고 비판의 의미로 만들었던 이 용어가 찬사에 가까운 수식어로 멋대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 실력주의를 앞세우며 개인주의를 찬양하는 사회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그 성공에 약간의 운이 따랐따고 한다면, 이는 그들이 실제로는 최고가 아니며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실력주의라는 듣기 좋은 말로 성공과 실패가 종종 개인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숨겨왔던 것 같다
- 사람들은 보통 성공을 전적으로 선택과 개인적 책임에 관한 것으로 생각함.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 숀 리어든이 지적하듯, "부유한 집 아이들은 나쁜 선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 또한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 경제학자 브란코 밀라노비치가 예상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개인간에 나타나는 소득격차의 온갖 문제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국가와 그 국가 내부의 소득분배, 이 두 요인만으로 거의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 언젠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말한 것처럼 "기회가 없다면 능력이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 물질적 성공이 재능과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들이 높게 평가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 그리고 고도로 집중하면서 끈기 있게 일에 매달릴 수 있는 능력과 성향을 갖춘 사람이 훨씬 더 쉽게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우리 모두가 동의할 것임. 하지만 그런 개인적 특성들은 또 어디서 오는걸까? 사실 유전자와 환경이 버무려진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어서 정확히 알 수 없음
- 우리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이 상위 50% 안에 든다고 믿음. 이 말은 우리가 어떤 경쟁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현실과 달리 낙관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뜻. 따라서 사람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면, 실제로 성공할 가능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러면 노력 자체를 단념하거나 적어도 힘이 빠지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요컨대 성공이 오직 재능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의 재능에 대해 약간 과장된 인식을 품는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필요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잘못된 믿음은 그저 잘못된 대로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성공스토리에 있어서 외적인 영향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면 끝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음. 예를 들어 현실적으로 성공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쟁의 장에 무작정 뛰어들도록 사람들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더 끔찍한 것은 성공한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사람이 물질적으로 성공하도록 돕는 사회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꺼리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점. 버핏이 말했듯, "오늘 누군가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오래전에 그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도 충분히 예측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심리학자들은 사후 과잉확신편향이라 부름
- 이례적인 성공을 목격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후과잉확신 편향이 강력한 힘으로 작동함. 문제는 글너 결과가 거의 예외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쉽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단계의 연속이며, 각 단계는 그보다 선행하는 단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만약 이전 단계 중 어느 하나라도 달라지면 사건의 궤적 전체도 달라지게 마련
- 게이츠의 가장 큰 행운은 IBM이 자사의 컴퓨터가 많이 팔리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데 있다. 만약 IBM이 어렴풋하게나마 폭발적 성장을 예상했더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MS-DOS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을 절대 허라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이 좋았고, 새로 판매되는 컴퓨터 운영체제가 설치될 때마다 발생하는 로열티는 훗날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됨. 간단히 말해,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련의 사건 가운데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을 듣지도 못했을 것. 만약 게이츠가 55년이 아니라 45년에 태어났더라면, 그가 다닌 고등학교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최초의 단말기를 보유한 컴퓨터 동아리라 없었더라면, IBM이 게리킬달의 디지털 리서치와 합의점에 이르렀다면, 팀 패터슨이 더 능숙한 지적재산권 협상가였더라면, 게이츠가 그 정도로 엄청나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 때로는 불운해 보이는 출발이 훗날 엄청난 성공의 씨앗이 되는 때도 있다. 맬컴 글래드웰은 20세기 초 뉴욕에 이민와서 의류 산업을 성공을 거둔 유대인들의 경험을 예로 든다. 당시 유대인의 자녀 상당수가 법대를 졸업했지만 뉴욕의 일류 로펌에 취직하지 못함. 로펌에서는 대개 부유한 개신교 집안출신의 변호사를 채용했기 때문. 법대를 졸업한 다수 유대인에게는 구멍가게 같은 사무실이라도 스스로 차리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유대인 변호사들의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엘리트 로펌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는 적대적 인수합병 소송 같은 사건들을 전문적으로 다룸. 그런데 70-80년대 들어서 적대적 인수합병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와 관련된 전문지식과 기법을 연마해온 집단은 의류기업 노동자를 부모로둔 유대인 변호사 집단이 유일했다. 그들은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면서 자신을 채용하지 않았던 로펌의 변호사들보다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됨
- 심지어 이름의 첫글자가 성취에 있어 혀저한 차이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함. 한 예로 상위 10위 안에 드는 각 대학 경제학부 조교수들을 조사한 결과, 성의 첫 알파벳이 빠를수록 종신재직권을 획득할 확률이 높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이 연구를 기획한 사람들은 공동으로 쓴 논문일 경우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기재하는 경제학계의 관례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적지 않는 심리학계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음
- 내부 직원에게만 초점을 맞추던 CEO채용 경향이 지난 수십년간 줄어들었는데, 이런 변화는 어느 외부 인사의 CEO채용 사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결과 였다. 그 사람은 바로 93년 RJR내비스코 CEO에서 IBM CEO로 영입된 루 거스너였다. 그는 IBM 역사상 최초로 외부영입 CEO였다. 당시에 외부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전직 담배회사 CEO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대 컴퓨터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음. 하지만 IBM이사회는 거스트너의 넘치는 의욕과 경영자로서의 재능이야말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며, 컴퓨터 지식에 관해 거스트너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면 부하직원이 이를 메울 수있을 거라 생각. IBM의 도박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경향이 대부분의 업계에서 가속화되었다. 상당수 회사에서는 여전히 내부직원을 CEO로 승진시키지만, 이런 경우에도 경영진에 대한 공개채용 시장의 확대로 인해 연봉협상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뀜. 이제는 내부에서 승진한 CEO라고 해도 자신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보다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면, 그 자리에 오래 머물수 없게 되었다. 한층 뜨거워진 경쟁적 시장 상황 역시 FA가 프로선수의 연봉을 받게 된다면,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게 되었다. 한층 뜨거워진 경쟁적 시장상황 역시 FA가 프로선수의 연봉에 미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자의 보수에 영향을 미쳐왔다. 80년까지만 해도 노동자의 평균임금보다 42배 많은 보수를 받던 미국 거대기업의 CEO들은 이제 400배를 받는다. 사소해 보이는 우연한 요소가 결과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는 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치열한 경쟁상황은 소비패턴을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업계의 최상위 소득층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도록 한다. 예컨대 치과 의사들 사이에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도 이런 식으로 설명가능. 수익이 가장 급격히 증가한 치과의사들은 미용 치의학 전문가인 경우가 많음. 이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다른 분야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최고 소득 계층의 구매력 상승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 거꾸로 많은 돈을 버는 치과의사들은 다른 분야에서 돈을 버는 전문가들의 서비스 수요를 창출한다.
- 행운이 성과에 아주 작은 영향만을 미치는데도 운이 좋지 않고서는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얼까? 두가지 요인과 관련 있음. 첫째, 행운은 필연적으로 임의성을 띠므로 가장 능력있는 경쟁자라고 해서 남보다 운까지 좋을 수는 없다. 둘째, 경쟁자 수가 많으면 재능수준이 최고에 가까운 사람 또한 많기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적어도 누군가는 운마저 굉장히 좋을 수 있다. 따라서 경쟁자 집단의 규모가 매우 크다면 가장 유능한 경쟁자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만 운이 훨씬 더 좋은 사람도 거의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전체 성과에서 행운이 매우 작은 부분만 좌우한다고 해도,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라면, 가장 유능한 사람이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고,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 보통이다.
- 자식들에게 행운이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치는 부모는, 바로 그 이유에서 진실을 말해주는 부모보다 아이들을 더 성공적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성공으로 가는 거의 모든 길에서 불가피하게 역경을 겪을 때 행운의 중요성을 아주 민감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냥 뒷짐지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바라보고 싶은 유혹을 더 느낄 수 있다. 높은 전문성이 성공의 전제조건인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이런 태도는 형편없는 전략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고된 훈련을 거쳐야 함.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고된 훈련이란 여러분이 아직 터득하지 못한 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한다는 의미. 일반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요하는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다. 행운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라면 고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려고 핑계를 지어내거나 운명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를 앉아서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재능과 노력이 전부라고 믿으면 어려운 과업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행운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했듯, "최고의 지성이란 두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품으면서도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는 지성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행운이라는 문제를 명료하게 고찰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지성을 요구함. 이 주제에 관해서 정치적 스펙트럼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완전히 모순되는 두 견해를 각각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상충하는 두 견해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 하지만 이 상반된 두 견해를 모두 진실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라는 점에서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실제로 대개 감세가 이뤄지는 곳은 감세가 정말 이뤄져야 하는 곳이 아니라 감세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가장 적게 반발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화살은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로 향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피해를 입는 국민은, 안타깝지만 조금도 저항할 수가 없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국미이기 때문.
- 누진소비세는 특유의 재정적 마력을 지님. 매우 비생산적인 지출 폭포를 억누름으로써 뜻밖의 세입을 효과적으로 창출. 누진소비세로 인해 열심히 일하고 미래에 투자하려는 동기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적 위치라는 다윈의 통찰을 깊이 음미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규제나 세금정책의 변화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이란 거의 전적으로 상대적 개념으로, 경쟁자보다 더 낫다는 의미다. 누진소비세는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쓴다는 사실 자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 물질적 소유를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라면 누진소비세를 인생의 고통으로 여길 것이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누진소비세 탓에 멋들어진 상품의 공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뉴욕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들어오는 펜트하우스가 별로 많지 않고, 누진소비세 때문에 펜트하우스 구매를 위한 입찰금은 줄어들겠지만, 최종입찰자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 반면 누진소비세는 국민소득에서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늘린다. 더 많은 투자로 성장을 촉진하면 결국 미래의 국민소득이 증가할 것임. 이 말은 미래의 소비수준이, 국민소득 대비로는 더 낮겠지만, 절대적 관점에서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는 뜻. 따라서 상대적 소비보다 절대적 소비가 만족을 준다고 믿는 사람들이라 해도 누진소비세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 우리는 시기나 질투같은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누진소비세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누진소비세는 순전히 실용적 측면에서 매력적인 세금이다. 우리가 현재 상태로 계속 나아간다면 소득 불균형은 계속 커질테고, 결국은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해온 모든 것을 왜소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지출폭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집은 규모가 계속해서 커질 것이고 결혼비용도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각 가정은 좀더 필요한 곳에 쓸 돈을 낭비 목적으로 써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 성공의 원인을 재능과 노력에서 찾고, 실패의 원인을 불운으로 돌리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은 심리적으로 교정할 여지가 있음. 하지만 현실적 원인을 받아들이는 편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이득이다. 우리가 거둔 성공에서 행운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운이 안 좋았다는 핑계를 줄이는 것도 현명한 태도. 예컨대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내 꿈을 너무 빨리 산산조각 낸 불운에 대해 통탄하면서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장담컨대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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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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