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고한 18세기 영국인이 작성한 독립선언서에는 생명, 자유, 행복추구라는 권리가 등장한다. 그 권리들이 그런 순서대로 나열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생명이 에이스라면, 자유는 킹, 행복추구는 퀸이다. 냉기의 문제는 퀸에 속하는 권리를 해당하는 권리로 격상시키려는 데 있다
-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온도조절의 악순환이 발생. 즉 에너컨을 사용할 수록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여름철 기온은 더 높아짐. 그로 인해 냉방수요가 더 늘어나,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고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짐. 08년 함부르크 공대 소속 분석가들은 기후변화의 전개방향을 설정하고 냉난방 수요의 지리적 분포와 인구분포를 추정한 뒤 현재의 기후분포 및 인구분포와 비교해 인류의 냉난방 수요변화를 예측. 분석가들은 지금부터 40년뒤 지구상의 평범한 시민이 느낄 추운날은 18~25% 줄어들고, 더운날은 17~23% 많아질 것으로 예측. 기온이 높은 지역의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한편, 지구 모든 지역의 기온이 예전보다 높아 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인구증가율까지 계산에 반영하면 냉방수요는 6~572% 증가할 것으로 보임.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에어컨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이고 2050년까지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모든 대륙에 걸쳐 수많은 주택, 사무실, 자동차에 에어컨이 새로 설치되거나 냉방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수가 이루어질 것. 그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고,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지 않을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려는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은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 정부와 발전업체가 천연가스를 끌어안은 이유는, 천연가스가 점점 늘어나는 최대전력수요를 맞출 손쉬운 수단이라는 점도 있지만 석탄이 유발하는 탄소배출을 줄였다고 자랑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베이컨치즈버거가 건강한 음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더블베이컨치즈버거와 비교했을 때뿐인 것처럼, 천연가스 역시 석탄과 비교했을 때에 한해 청정한 에너지일 뿐이다. 천연가스가 아무리 청정하다고 해도 1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때 석탄이 배출하는 탄소의 55%를 배출. 한편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천연가스는 160만킬로미터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미국전역으로 운송됨. 이렇게 운송된 천연가스는 전력생산뿐 아니라 난방, 온수생산, 기타용도로 사용됨. 천연가스의 주요성분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기 때문에 최근 천연가스업계는 압축기와 파이프라인에서 새어나가는 천연가스 누출을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07년에만 500만톤에 가까운 메탄이 시추, 운송, 기타 천연가스 처리과정에서 대기중으로 누출. 그렇게 누출된 메탄은 1억 500만톤의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지구온난화 효과를 자아낸다.
- 기존의 냉매를 대체할 가능성을 지닌 물질들도 완벽한 것은 아님. 암모니아는 독성과 인화성 때문에 30년대에 접어들면서 염화불화탄소에 자리를 내주었다. 한편 제임스 캄에 따르면 대형 건물 냉방시스템에 수소염화불화탄소와 수소불화탄소 대신 효율성이 떨어지는 냉매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음. 캄에 따르면 탄화수소와 암모니아는 열전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염화불화탄소나 수소염화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를 냉매로 사용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쾌적함을 유지하려면 냉방시스템은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대기중으로 더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음. 안타깝지만 이상적 냉매는 없다. 이상적 냉매라면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고 지구온난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높은 냉각효율성을 자랑해야 한다. 독성도 낮아야 하고 인화성도 없어야 함. 비용이 저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물질과 함께 사용하기에도 적합해야 한다. 그러면서 화학물질이나 열에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런 특성을 골고루 갖춘 물질이 세상에 있을법하진 않다.
- 사람들을 끌어들인 남부의 가장 큰 매력은 온화한 겨울날씨였는데, 초기에 남부로 이주한 사람들은 그 대신 더운 여름의 불쾌함을 감수해야 했다. 남부와 남서부 열두개주에 사는 사람들이 에어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날은 북부 열다섯개주에 사는 사람들보다 세배 많았다. 이렇게 더 뜨거운 선벨트 지역의 도시들은 에어컨의 시대가 도래한 뒤부터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가장 적게 증가한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26% 증가율을 기록했고, 가장 많이 증가한 라스베가스는 무려 1843%. 한편 그 사이 날씨가 더 추운 북부도시들은 한곳을 제외하고 모두 인구가 감소. 적게 감소한 밀워키는 8%, 많이 감소한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는 50%넘게 감소. 북부도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뉴욕도 3% 증가하는데 그침
- 자동차 에어컨 때문에 미국내 자원수요가 더 늘어났다. 그리고 늘어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임. 추운 겨울에 차량안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은 추가적 에너지 소모가 그리 많지 않다. 데워진 엔진이 뿜어내는 폐열을 수거해 사용하기 때문. 그러나 에어컨은 차량에 장착된 그 어떤 보조장치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함. 일반적 차량이 에어컨을 완전가동하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을 때보다 연료를 19~22% 더 사용하게 된다.
- 지난 수십년을 거치면서 인간의 정신은 온도가 낮을수록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컴퓨터 칩과 같이 반응한다는 인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그 결과 기업의 세계에는 에어컨 보급이 보편화됨. 그 기원은 뉴욕증권거래소가 미국 최초로 현대식 에어컨을 설치한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감. 그 이후에도 한동안은 노동자들의 요구, 인체공학전문가의 조언, 건물 설계상의 필요 등으로 인해 냉장실로 바뀌었다. 냉방장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50년대와 60년대에, 사무용 건물들 역시 주택부문의 추세를 따랐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따라하기 열풍은 주택에 에어컨이 대거 보급되게 된 계기가 아니었지만, 기업의 경우에는 이웃기업이 에어컨을 설치했는지 아닌지 여북 에어컨 도입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 대형 온도조절장치의 선구자 캐리어사의 최고경영진은, 한 도시의 기업들 중 20%가 에어컨을 설치하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다른 기업들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사무용 건물은 대형상자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H, T, L 모양의 건물을 지으면서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 50년대 에어컨은 사무용 건물 건축비의 16%를 차지해, 철강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설비로 자리매김. 게일 쿠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감에도 근사해 보이는 현대적 사무용 건물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건축주들이 에어컨 설치비용을 감수했다고 전한다. 사무용 건물에 에어컨 설치가 보편화되면서 유리를 많이 사용한 건물을 짓는 것이 또 다른 유행으로 자리잡음. 창문이 담당했던 역할을 전력과 기계장치가 대신하게 되자, 건축비가 가장 저렴한 네모난 건물의 깊숙한 안쪽까지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주택과는 다르게 사무용 건물은 추운 지방에서 건설되어도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 미국 고용주들은 냉방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증거를 보고도 지나치리만치 사무실을 시원하게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분석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용주들의 실제 관심은 노동자들이 느낄 쾌적함이나 능률향상보다 회사 이미지 관리에 있기 때문. 공장과는 다르게 사무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외부인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관리자들은 사무실에 들른 고객들이 쾌적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동시에 퀴퀴하고 비좁고 답답한 라커룸 같은 인상을 고객들에게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 에어컨을 이용해 실내 공기질을 향상시키면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데이비드 와이언 교수의 주장은 열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싱가폴의 어느 콜센타의 경우 창문을 열어 실외공기를 순환시킬 경우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에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에어컨을 통해 환기하는 경우 온도가 24도에서 22도로 낮아지면 노동자의 생산성이 14% 떨어졌지만 창문을 열어 외부공기를 순환시키면 덥게 느껴지는 24도의 온도조건에서도 노동자의 생산성은 35% 올랐다.
- 폭염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중앙 에어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득이 더 높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더 넓은 집, 더 새집, 배관이 더 잘된 집에 살며 교육수준도 높다. 이런 요인들은 모두 더위에 관련된 사망률과도 관련됨. 부자 동네에서는 더위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더위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뒤덮여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도시 한복판,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에어컨이 보급되지 않은 곳은 거의 사라졌지만, 폭염으로 인한 희생자는 여전히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기본적인 생물학 연구는 기후적, 생물학적 위협을 막는 실내환경이 심대하게 변화되면 인간이 신체가 기능하는 방식까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따. 인류는 더운 기후대에서 출발해 진화한 종족이므로 인류의 몸속에는 더위에 대한 내성이 구축됨 일주일 가량 더위를 견디면서 지내다 보면 땀샘이 더 활발하게 작용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됨. 혈류도 증가해 피부혈관으로 더 많은 피가 공급되어 열이 몸밖으로 배출됨. 심박수는 낮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심부체온도 낮게 유지됨.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더운 지역에서도 더 오랜 기간을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됨. 더위에 자주 노출되면 심부체온이 올라가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음. 마라톤 선수가 일반인에 비해 더 높은 체온에 잘 견딜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
- 21세기를 살아가는 인체의 몸무게를 분석하면 에어컨과 과식의 상관관계를 부정할 수 없음 지난 수십년간 수집된 증거들은 더워서 땀을 흘리는 조건에서보다 시원한 환경에서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에 처음 주목한 것은 군대. 군은 더운 지역에 주둔하는 군인들이 고된 훈련을 견딜 수 있을만큼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짐. 70년대 이 문제를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한 연구자는 이렇게 기록. "소, 돼지, 쥐, 염소, 미국 군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모두 기온이 높을 때보다 낮을 때 더 많이 먹는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 에어컨이 더위로부터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뜨거운 야외와 시원한 실내를 오가면서 인체가 큰 폭의 온도차이와 상대습도 차이를 경험하게 되면 코르티솔분비의 균형이 깨져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 연구결과에 의하면 몇주에 걸쳐 연속적으로 에어컨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경우 코르티솔 분비가 오전 10시전후가지 지연될 수 있다. 이는 장기간 에어컨에 노출될 경우 아침형 인간이 늦잠꾸러기로 바뀔수도 있음을 시사
- 인도에서 에어컨을 소유할만큼 잘사는 사람은 전체인구이 5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함. 만약 에어컨을 소유한 사람들이 여름에 누리는 수준의 냉방을 사람의 힘으로 이루려 한다면 터무니 없을만큼 많은 노동력이 필요. 사람이 고정식 자전거의 페달을 시속 20킬로로 밟을 경우 약 75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 가능. 계산대로라면 인도가정에 설치된 일반적 형태의 실내형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1800와트의 전기를 사람의 힘으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자는 무려 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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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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