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etc 2016. 11. 8. 21:02

괴팍한 남자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읽다보니 오베 안에 담겨진 나의 모습이 보인다.


다음은 몇가지 눈길을 끌었던 문구이다.


-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  자기가 직접 마룻바닥을 깔거나 습기 찬 방을 개조하거나 겨울용 타이어를 갈아끼울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아무런 미덕도 아니었다. 나가서 다 돈으로 살 수 있는데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 저녁이면 그는 소시지와 감자를 데쳤고, 식사를 하는 동안 부엌 창을 통해 바깥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을 하러 나갔다. 그는 이런 일과가 좋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로,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살마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점점 더 차별을 두었다.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들을 구별했다. 오베는 점점 더 말을 줄이고 점점 더 실천을 했다.


-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너무 자주 바꾸는 나머지 물건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전문기술이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됐다. 누구도 품질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루네도, 다른 이웃도, 오베가 일했던 직장의 관리자들도. 이제는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야 했다. 꽉끼는 셔츠를 입은 컨설턴트들이 노트북의 뚜껑 여는 방법을 알아내기 전까지 아무도 집한채 지은 적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게 그 옛날 콜로세움과 기자의 피라미드를 세운 방법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맙소사, 사람들은 1889년에 에펠탑을 세웠는데 이제는 휴대전화를 재충전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1층짜리 집의 빌어먹을 도면하나 못 그려낸다.


- 그는 그녀가 왜 자기를 택했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음악이나 책이나 이상한 단어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사랑했다. 오베는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남자였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인생을 살아갔다. 그녀는 춤을 췄다.


-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남자가 될지를 결정하는 때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는 인간이 되느나,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때가.


- 모든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남자가 되고 싶은지를 선택할 때가 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면, 남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다.


- 그녀는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오베는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했다. 돌이켜보면, 오베는 사람들이 사이가 좋다고 말할 때 그들이 뜻하는 게 바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 딱 꼬집어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물론 그때는 그걸 몰랐지만, 그는 훗날 자기 인생의 수많은 15분을 그녀를 기다라며 보낼 운명이었다. 그의 선친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사팔눈을 떴겠지만, 마침내 그녀가 꽃무늬가 그려진 긴 스커트를 입고, 오베로 하여금 자기몸의 무게중심을 오른발에서 왼발로 움직이게 할 정도로 새빨간 카디건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 오베는 시간 약속을 못지키는 그녀의 무능함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해에 강한 전력 네트워크  (0) 2017.09.02
여름전쟁 우리가 몰랐던 에어컨의 진실  (0) 2017.07.29
생각버리기 연습  (0) 2016.09.08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0) 2016.08.15
브릴리언트  (0) 2016.08.14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