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의 시대

인문 2020. 6. 11. 12:09

- 보통의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틀에 박힌 듯한 콘셉트에 맞춰 모든 걸 수행한다. 소통은 물론이고, 무대 위에서의 모습까지도 비슷하다. 이 는 연습생 육성을 통해 데뷔하는 국내 음악산업의 구조에서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데뷔를 위해 준비하면서 말투, 행동 그리고 팬을 대 하는 방식까지 모두 교육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마치 공장에서 생산된 듯한 제품의 느낌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외 매체들이 케이팝의 획일화' 현상에 대해 연일 걱정하는 기사를 내놓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각자의 모습으로 국내외 팬들과 진솔하게 소통했다. 먹었던 음식, 기분, 하루의 일과 등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팬들에게 전한다. 다양한 사진과 함께 저마다의 언어로 구성된 포스팅을 SNS에 올리며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NS 포스팅을 보면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정상급 아이돌보다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훈훈한 청년들에 가깝다. 대중들은 '벽’을 느끼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고, 이는 해외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기에만 이렇게 소통한 게 아니라 정상에 선 지금도 동일하게 소통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멋진 아티스트, 무대 밖에서는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소중한 친구로서 역할을 다하 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소통은 선택의 이유가 되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방탄소년단은 진실한 소통을 통해 그들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며, 새로운 문화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지금의 결과가 되어 나타났다.
- 인싸 열풍은 돋보이고 싶고, 아싸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모여 시작되었다는 점 에서 우월욕구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인싸가 되는 과정에서 세상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얼리어답터가 된 느낌을 받으며 뿌듯해 한다. 인싸들의 가치 추구는 역사 발전에 도움을 준 우월욕구처럼 트렌 드를 이끌며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소비문 화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건 물론이고, 광고 콘텐츠에서도 좀 더 다변화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큰 힘이 되었다. 어쩌면 음악계에서의 우월욕구는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인싸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해외 팬들의 우월욕구는 판에 박힌 대중음악계를 좀 더 역동적인 형태로 만드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들이 발견한 방탄소년단이라는 대안이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음악계의 인싸로,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인싸로 만들어 준 것이다.
- 대리만족을 느끼며 '과정'을 함께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트렌드다. 그래서 예능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관찰하는 리얼리티형 예능'이 인 기다. 또 요리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쿡방이나 진행 과정이 그 대로 눈에 들어오는 창작 경연형 음악 예능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유튜브 방송 역시 체험형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 고, SNS를 강타하고 있는 브이로그 여행 콘텐츠의 인기도 같은 맥락 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사람은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의 트렌드는 누군가가 포기해야 하는 부 분을 대신 수행해 주는 것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 때문에 여행을 가 기 어려우니 눈으로라도 여행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 시간이 부족해 근사한 요리를 하기 어려우니 시각적으로 좋은 요리를 만들어 내는 방송을 한다. 음악과 영화를 즐기지만 직접 작곡과 촬영을 할 수 없는 대중들을 위해 그 과정을 함께하는 방송을 기획한다. 모든게 대리만족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트렌드의 한 줄기는 완벽한 대리만족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느 냐에 있다. 그래서 좀 더 완벽하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인기 를 얻고 있다. 심지어 VR까지 등장해 완성도 높은 대리만족감을 준 다. 앞으로는 케이팝 콘서트도 거실에 앉아서 체험하고,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트렌드에서는 철저히 롱테일 현상에 맞 춰진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중들의 기호와 지지에 따른 콘텐츠들이 사랑을 받고, 이런 대중들의 기호는 음악과 방송계의 저변 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대자본의 논리와 일방적인 소통구조로 움직이던 대중문화계 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는 걸 의미한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 해의 인물이 당신(You)이었듯, 대중들이 만들어 가는 트렌드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문화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 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매체의 변화와 미디어의 발전은 소통권력의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주 간단한 사례를 보자. TV 드라마다. 시청자들은 전개구조와 캐릭터에 큰 흥미를 가지고 드라마를 지켜본다. 함께 분노하기도 하 고, 함께 눈물 짓기도 한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던 중 관심 있게 지켜 보던 캐릭터가 갑자기 빠지거나, 드라마 전개가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 같았으면 그냥 드라마를 그만 보거나 혼자 싫은 소리를 하거나 혹은 가족들과 작가에 대해 성토의 장을 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드라마 관련 기사에 댓글로 의견을 적는다. 또 방송국 홈페이지의 해당 드라마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등 드라마와 연관된 커뮤니티에 의견을 표출하며 여론 을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견들은 직간접적으로 드라마에 영향을 준다. 대중들이 등을 돌린 드라마는 수익 측면에서 악영향을 받 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대중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콘텐츠 생산자들이 대중들의 의견을 확 인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대중들이 보 내는 관심과 지지는 곧 수익으로 직결되다 보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권력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역주행은 이런 권력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소비자들의 반응 이 콘텐츠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 이애란과 이예진은 대중들이 셀레브리티를 만들어 낸 중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평범한 대중이 셀레브리티가 되고, 그들을 지지하 는 것 역시 대중이다. 모든 과정을 이끌어 낸 것도 대중이다. 대중 중심 시대가 열렸다는 걸 격렬하게 증명한 것이다.
- 이제 우리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변하고 있다. TV 채널은 전보다 많이 생겼지만 예전보다 힘을 못쓰고 있고, 텍스 트로 접하던 정보들은 외면받고 있다. 모르는 개념을 발견했을 때에 는 포털사이트보다 유튜브를 먼저 찾는다. 이렇듯 대중들이 지배적 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기존의 매스미디어에서 다양한 신규 플랫폼 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플랫폼의 변화는 기업의 홍보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중매체에 광고를 집행하고, 언론 기사를 열심히 내는 게 기업 홍보에 있어 최고였던 시대는 끝났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새로운 미 디어를 활용해 기업을 홍보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새로운 플 랫폼 안에서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과제가 기업들에게 던져졌다. 플랫폼의 변화가 기업의 홍보 방법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 이다. 이런 추세는 기업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사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명 '사 내 유튜버'다. 이들의 역할은 회사의 업무와 문화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선결조건은 재치 있는 입담과 트렌디한 감성'이다. 이를 위 해 회사는 장비와 제작비를 모두 제공하고, 촬영과 편집 등 실소요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 대중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최대의 만족감을 얻기위해 선택의 시간을 가진다. 생산 주체들은 이 소중한 기회에 대중들 과 진정한 소통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때 참고해야 할 건 남이 뭘 해서 잘되었는가'가 아니라 지금 대중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 유튜브가 최고의 영상 플랫폼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큐레이션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큐레이션 방식은 '맞춤 동영상'과 'Youtube 믹스'로 대표된다. 맞춤 동영상은 사용자가 시청한 영상을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영상을 1개 단위로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시청한 주제, 장르, 키워드 등을 정교하게 분석해 영상을 제시한다. 사용자는 직 접 영상을 클릭해 시청이 가능하며, 1개를 시청한 후 자동재생을 설정해 놓으면 다음 추천영상으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검색 과 시청했던 기록들이 추천영상의 분석자료가 된다. 유튜브는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모두 분석해 정확도 높은 추천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큐레이션은 YouTube 믹스다. 이는 사용자에게 맞게 생 성된 연속 재생목록이다. 맞춤 동영상이 주제 단위로 1개씩 영상을 추천해 주는 거라면, 믹스는 아예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음악 이 플레이리스트와 같은 형태로 모아서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YouTube 믹스 안에서 새로운 영상을 찾을 필요 없이 무한재생목록 에 노출된다. 맞춤 동영상과는 다르게 플레이리스트 형태를 띄기 때문에 주제가 좀 더 명확하다. 사용자는 자신이 봤던 영상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다음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보통의 TV 채널 같은 느낌인데,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이 나온다는 점에서 새롭다. 넷플릭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유사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를 추천해줘 별 고민 없이 다음에 볼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편리성 때문에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끊임없이 기세를 확장하고 있다. 해외의 성공사례들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영상 플랫폼으로는 왓챠가 나에게 딱 맞는 작품'이라는 콘셉트로 큐레이션을 통해 영화 와 드라마, 예능을 추천해 주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 큐레이션은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보고다. 큐레이션 을 통해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플랫폼은 사용자의 흔적을 쫓아 다시 분석한다.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방식은 필연적으로 어 떤 패턴을 동반하게 되고, 빅데이터 분석은 이걸 놓치지 않는다. 빅 데이터는 사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하고, 그걸 소비하는 패턴 을 보고 다시 분석한다. 이런 분석을 통해 향후 소비자들이 어떤 콘 텐츠를 좋아할지 예측하고 미래의 서비스에 반영한다. 콘텐츠 생산자 역시 이 정보를 기획에 반영하여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을 높인다.
- 1인칭 시대의 중심은 공감이다.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사람 들이나 관심사를 벗어나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반면 우리의 일상과 비슷한 모습을 담아내거나 관심사를 반영하면 손뼉 치며 공감하는 상황들이 생겨난다. 콘텐츠 시장이 소비자의 관심을 끊임없 이 반영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비자의 관심 에 집중하면서 콘텐츠의 주제는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만나기 어려웠던 주제의 콘텐츠들이 대중들을 만나고 인기를 얻으며 1인칭 시대가 이끄는 다양성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 과거에는 스토리 구조보다는 음악 한 곡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획자가 콘셉트를 짜고, 가수는 콘셉트를 그대로 소화하며 타이틀곡 하나에 힘을 줘 앨범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런 앨범은 음악 한 곡을 즐기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의도와 목표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앨범 자체의 가치 가 저평가되고, 히트곡은 나오지만 특별함이 결여된 음악에 대중들 은 식상해 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이 인식되면서부터 대중들은 마치 한 권의 책을 넘기듯 종합적인 콘텐츠로 앨범을 대하게 되었다.
-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도 스토리텔링의 매력 중 하나다. 스토리텔링 이 없는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하다. 끊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 자체로 즐기고 끝난다. 훗날 돌아볼 수도 있겠지만, 돌아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다시 찾는 건 쉽지 않다. 과거의 음악들이 그렇다. 스토리텔링형 기획이 부족했던 시절의 음악들은 해당 곡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 아니면 굳이 기억해 찾아 서 듣지 않는다. 다행히 지금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옛날 노 래를 찾기 쉬워지면서 예전보다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어떤 큰 이슈가 없다면 다시 찾아 듣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후속 콘텐츠 가 나오면 다시 처음부터 즐기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를 즐기다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찾아보게 된다. 완벽하게 이해해야 콘텐츠를 즐기는 일이 더 흥미로워지기 때문이 다. 그렇게 해당 시리즈 안에서 늘 한결같은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방탄소년단과 몬스타엑스의 앨범은 스토리텔링을 담은 연작이라 메시지가 진행되면 다시 들어보고픈 생각이 들 가능성 이 높다. 새로 접하는 사람들은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정주행'할 필요성이 생긴다. 또 각종 부가콘텐츠에 드러난 콘셉트를 보고 호기심이 들어 이미 나왔던 앨범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책을 보다가 재미 있으면 저자의 다른 책을 찾듯이 발매된 다른 앨범들을 찾아 함께 즐 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콘텐츠의 생명력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콘텐 츠의 가치 자체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끊임없이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마법과도 같다.
- 재미를 선호하는 트렌드도 짤에 힘을 실어줬다. 지금은 재미가 목적 인 시대다. 단순히 즐기는 걸로 끝내는 스낵형 콘텐츠는 더욱 더 그 렇다. 스낵을 먹는 것처럼 가볍게 즐기고 넘기면 그게 그 콘텐츠의 의미가 된다. 콘텐츠의 목적이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여유롭게 보여주는 게 의미를 가지는 콘텐츠와 짧은 호흡으로 재미 있게 보여주는 게 의미를 가지는 콘텐츠로 시장은 양분화됐다. 이렇 게 콘텐츠는 상황과 의미에 따라 다른 목적을 가지고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이중 SNS와 메신저에서 공유되는 콘텐츠들은 후자의 목적이 강하다. 짤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데이터 사용량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늘 와이파이 환경을 찾아다니며 빵빵한 와이파이존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유목민이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 콘 텐츠를 즐길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쓴다 한들, 용량도 크고 긴 콘텐츠는 무거워서 부담이 된다. 읽어 들 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짜증이 날 때도 많다. 그래서 콘텐 츠는 가벼울수록 좋다. 특히 늘 데이터와 싸워야 하는 10대들의 경우 가벼운 콘텐츠를 향한 열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콘텐츠는 함께 봐야 제 맛이다. 재미있으면 공유하고, 필요한 친구 에게는 태그 댓글까지 달며 권한다. 그런데 콘텐츠가 너무 무겁고 진 지하다면 같이 보자고 말하기가 미안해진다. 바쁘게 사는 지금의 사 람들은 얼른 보고, 크게 한 번 웃은 다음 각자의 일을 위해 움직이는게 좋다. 너무 길고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는 짬 나는 시간에 즐기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SNS나 메신저를 통해 사람들이 주고 받는 콘텐츠의 특징은 재미를 추구하며, 간결하고 단순한 것이 많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봐도 되고 속도도 빠르니 저절로 흥이 난다. 한 번 보라고 링크를 전송하거나 파일 자체를 전달해도 부담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짤은 이러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재미를 위해 시작한 거라 당연하게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 콘텐츠 기획자들은 기획 단계부터 짤이 돌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어느 정도 한 후 영상 제작에 들어가는 센스가 필요하다. 물론 짤만 을 생각하고 만드는 콘텐츠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콘텐츠 의 어느 부분이 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사전에 해야 한다. 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드라마, 영화 그리고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 든 콘텐츠에 적용된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짤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과거보다 자막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예능마다 자신들만의 자막 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핵심장면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장면에 도 곳곳에 자막을 배치해 캡쳐를 부르는 환경을 만든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보여주는 광고가 여전히 대부분이지 만, 코믹한 내용으로 짤을 유도하는 광고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한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더라도 제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특 정한 상황을 담아내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특정 장면을 보고 대중들이 짤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늘어가는 추세다.
- 콘텐츠 제작자들과 기업은 이제 덕후의 존재를 완벽히 받아들이고 브랜딩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덕후들과 각종 플랫폼에 서 소통하고 대화하며 제작자와 덕후 사이에서 일정한 브랜딩을 완성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딩은 규칙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어떤 상황을 의미한다. 덕후들은 좋아하는 주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브랜딩의 확장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브랜 딩은 기업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의미했다. 지극히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소비자는 부수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덕후는 단 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의 마케팅에 큰 역할을 하는 존재다. 따라서 덕후를 브랜딩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 다. 각자의 소통구조로 독특한 퍼스널리티를 형성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스타벅스는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하는 대 중들의 키워드를 잘 읽어냈다. 1인칭 중심 환경이 지속적으로 각광 받고 있다는 사실도 빨리 깨달았다.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로는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정확히 인지하 고 있었다.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향한 지식을 하나씩 적용하며 환경을 변화시키던 스타벅스는 이를 모두 모아 '감성'을 만들어 낸다. 일단 스타 벅스는 1인칭 사회에 대한 반영으로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며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래서 공간 인테 리어를 통해 스타벅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성을 만들어 내며 소 비트렌드에 맞는 전략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대화, 공부, 독서 등 다 양하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매장 환경을 바 꾸어 나갔다. 여기에 각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에 감안해 커스텀 메뉴 를 만들어 대중들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스타벅스는 이제 음료를 마 시러 가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 자체를 소비하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요소가 하나의 감성을 형성했다. 대중들의 마음을 공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형성한 후 이미지를 만들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스타벅스는 아주 적절한 감성마케팅의 사례임
- 감성마케팅은 단순히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해 소비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아니다.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게 하려면, 그만한 관계가 형성 되어 있어야 한다. 미래에는 진심으로 감정을 느끼는 일이 점점 어려 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감성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감성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대중과의 관계다. 모 든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그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대중들은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를 보고 소비를 하기 위해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공간과 제품을 구매한다. 대 중과 브랜드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생긴다. 브랜드와 대중, 서로가 각자의 의도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큰 틀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관계가 생겨난 것이다.
- 어려움을 느끼고, 현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편안했다고 느끼는 과거에 자꾸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 보니 각 세대마다 안갯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 속에서 고민을 안은 채 살아 가고 있다. 바로 이런 그들에게 그나마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레트로 코드로 대표되는 과거라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가 반갑지 않을수록 과거의 기억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는 그래도 행복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레트로 코드는 단순히 과거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응답하라 1994>의 경우처럼 현재에서의 재해석을 동반한다. 또한 각종 콘텐츠와 상품을 통해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들이 드러난다. 따라서 이 상황을 설명하려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외에 또 다.른 요소를 봐야 한다. 바로 변화된 플랫폼 환경이다.
- '이유'에 대한 경향은 젊은 세대가 한층 더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젊은 세대는 광고를 싫어한다. 일단 광고 라면 거부부터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고른 콘텐츠를 빨 리 보고 싶은데, 광고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 는 생각 때문이다. | 여기에 더해 시대를 넘나들며 많은 영향을 미쳤던 각종 바이럴 마 케팅도 젊은 세대들은 의심부터 하고 본다. 무작정 마케팅 콘텐츠 를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자 신의 시간을 빼앗는 광고성 마케팅에는 날카로운 시선과 냉정한 후기를 남기는 등 합리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나라도 제대로 된 걸 소비하려 애쓴다.그런데 이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레트로 자체만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레트로 열풍 을 받아들이고 돈을 써야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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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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