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

인문 2020. 6. 19. 12:00

- 활자는 대량 인쇄를 가능하게 하면서 책의 보급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책의 보급화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글자 모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것 은 다양한 글꼴들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서체들이 개발되 면서 서로 다른 글꼴들을 타입페이스(Typeface)라고 부릅니다. 즉, 같은 외형적 특 징을 가진 글자 모양 한 벌을 타입페이스라고 합니다. 타입(활자)이 글자 자체를 의미한다면 타입페이스는 같은 모양과 형태를 지닌 숫자, 구두점 등을 포함한 글자들 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활자체, 서체, 글꼴이라고 하면 근접한 의미입니다. 용어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타입페이스와 더불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폰트(Font)를 들 수 있습니다. 폰트 역시 같은 형태를 가진 한 벌의 글자 모양 집합으로 일컬어지며 지금에 와선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분명히 다릅니다.
- 폰트란 활자 꼴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사용되는 컴퓨터 코드, 프린터 등의 출력 장치, 금속 활판, 목판 등을 망라한 활자체 제작의 모든 물리적인 수단을 말 합니다. 즉 모든 문자의 모양과 크기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을 총칭합니다. 곧 폰트는 활자 꼴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표현해서 인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폰트로 설정되었는지에 따라 다양한 활자체(Typeface)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폰트란 설정되어 있는 물리적인 수단을, 활 자체란 물리적인 수단으로 표현된 글자체를 의미합니다. 폰트는 지금에 와서는 타입페이스(활자체, 글꼴)와 같은 의미로 쓰이며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폰트 역시 글자 의 모양으로, 종류가 같은 활자 한 벌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입니다. 타이포, 타입, 타입페이스, 폰트, 서체, 활자, 글꼴, 활자체 등의 용어들은 우리를 종종 혼란스럽게 합니다. 용어는 쓰이는 대로 만들어지고 변하지만 타이포그래피를 배운다면 제대로 된 의미를 알고 혼동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종합해 보면 타이포그래피는 활자 또는 활판에 의한 인쇄술, 글자 배열 등을 말하며 초창기에는 인쇄를 위한 조판 작업과 밀접했으나,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에는 글자와 관련한 디자인을 일컫는 용어를 총칭합니다. 글자 모양, 글자 크기 및 간격, 판형 크기와 여백 등을 조절하여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높도록 구성하는 기술 과 미적 가치를 높여 글자를 디자인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전부 타이포그래피라 할 수 있으며, 글자를 디자인하는 것, 그리고 디자인한 글자를 잘 쓰고 잘 배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즉, 선택부터 표현에 이르기까지 글자와 관련된 모든 과정들을 타이포그래피라 할 수 있습니다.
- Letter Spacing, 글자 사이 즉, 자간이란 글자와 글자 사이 간격을 말합니다. 글자를 이용하여 사 인하거나 문장을 만들어 내용을 전달할 때 글자 사이의 간격에 따라서 읽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글자 사이를 좁히면 일정한 공간 안에 내용을 많이 넣을 수 있는 장 점이 있으나, 지나치게 좁으면 글자끼리 너무 붙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 로 글자 사이가 너무 넓으면 글자들이 서로 떨어져 보여서 내용을 읽는 것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어려움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글자 사이 값 을 조절해서 소통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글자 사이 전체를 조절하는 것을 영 어로 트래킹(Tracking)이라고 하고, 특정한 글자와 글자 사이를 조절하는 것을 커닝 (Kerming)이라고 합니다.
- 서체들 중 거대한 패밀리를 갖는 폰트가 있습니다. 바로 1957년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가 디자인한 Univers입니다. 이 패밀리는 모두 스무 개가 넘는 폰트들로 구성됩니다. Univers 패밀리는 무게나 글자 너비에 관한 기준을 숫자로 나타냈으며 Univers 55가 기본 서체입니다. 명칭을 살펴보면 앞 숫자가 작아질수록 가늘고, 앞 숫자가 커질수록 굵은 폰트임을 뜻합니다. 그리고 뒤 숫자가 3으로 가면서 작아질수록 글자 너비가 넓은 익스팬디드 서체이고 뒤 숫자가 9에 가까울수록 좁은 컨덴스드 서체를 뜻합니다. 그리고 뒤 숫자가 홀 수이면 정체이고 짝수이면 이탤릭체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55는 정체 56은 이탤릭을 의미합니다. Univers는 다른 글자에 비해 엑스자 높이가 매우 높아 서체가 크게 보이며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모든 폰트가 엑스자 높이, 어센더, 디센더가 모두 똑같아서 함께 사용하더라도 시각적 흐름이 한결 같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대한 서체 패밀리를 갖고 있는 Univers 서체를 이용하여 디자인한다면 서체 선택에 대한 고민을 줄이고 한 지면에서 시각적인 일관성을 줄 수 있어 깔끔하게 정리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수직 수평 그리드 배열은 읽기가 수월하고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지만 정적이고 지루 한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항상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에게 강 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사선 그리드는 경사지거나 비탈진 길을 연상시켜 불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리듬감, 생동감, 경쾌함, 속도감, 방향감 등 다양한 감정 표현으로 강한 자극이 되며 재밌 는 연출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하면서 항상 딱딱한 체계와 반복된 규칙 안에서 언제든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반복되는 형태 안에서 주의를 끌 수 있으며 읽는 재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리되지 않은 무작위한 사선 배열은 무질서하여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선 그리드를 이용할 때는 다른 작업물과의 통 일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우리에게 블랙레터는 낯선 글자체가 아닙니다. 맥주를 마실 때 주로 볼수 있는 서체이기 때문입니다. 맥주 패키지나 호프집에서는 독일 이미지를 반영하기 위해 독 일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블랙레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블랙레터가 중세 서부 유럽에서 출발하여 독일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 는 1933년에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블랙레터를 독일의 '국민 서체'로 규정했기 때문 입니다. 이후 독일이 유럽의 많은 국가를 침략했을 때 점령한 많은 나라에서 '블랙레 터를 사용하기에는 가독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로만 서체의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블랙레터는 중세 이미지 그리고 독일의 역사적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외 적인 아름다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서체를 사용할 때 글자가 주는 이미지가 디자이너 의도와 부합해야 합니다. 블랙레터는 영문 서체로,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한글과 사용했을 때 조화롭 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블랙레터의 특징적 요소를 한글에 접목시켜 만든 한글프락투라 서체도 있습니다.
- 그래픽체(Graphic Typefaces)는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그래픽 이미지로 간 주할 만한 개성 있는 형태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활자를 말합니다. 블랙레터, 산세리프, 세리프, 스크립트의 네 가지 안에 넣기 어려운 활자 꼴을 그래픽으로 분류합니다. 실험적이며 개성이 강한 성격의 글꼴로 매우 방대한 종류의 폰트를 포함하며 형 태적인 개성으로 인해 가독성이 떨어져 본문용 활자로는 부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체는 형태적인 특징으로 인해 글자 그대로 시각 아이덴티티로 충분한 기능을 가집니다.
- 파이 글꼴(Pi Font/Non-Alphabetical Typefaces)은 알파벳, 한글과 같이 표준적 인 글꼴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한 글꼴로, 폰트와 함께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부호나 심벌 또는 기호를 말하고, 딩벳(Dignbat)을 포함합니다. 또한 수학 기호, 도형, 화살표, 아이콘 등 그래픽 요소나 기호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기호는 지루한 본문에 포 인트를 주거나 특수 기호가 필요할 때 주로 쓰입니다. 파이 글꼴은 완전한 한 벌의 글꼴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한글의 경우 영문 글꼴에서 파이 글꼴과 같은 개념의 특 수한 여러 가지 글자들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 여러 가지 서체를 혼용해서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앞에서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타이포그래피의 재미있는 작업 중 하나는 다양한 서체를 사용해서 불협화음을 매력 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여러 서체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이미 서체들 사이의 형태적인 면에서 부딪힌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얼마나 조화롭게 만드는지는 디자이너의 노련한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서체를 섞을 때는 형태적으로 확실히 다른 느낌의 서체를 섞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비슷한 서체의 혼용은 절대적으로 피해 야 합니다. 또한 서체를 혼용하는 일은 특별한 목적성과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반영 하는 의도가 따라야 함을 명심하며 확실한 의도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혼용은 좋지 못합니다.
-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이러한 전용 서체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며 무료 배포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용도를 따지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허 용한 글꼴도 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나눔글꼴과 서울시 서울서체를 들 수 있습니다. 또한 한겨레가 공개한 '한겨레결체'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한나체'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음대로 써도 되는 서체들입니다. 그 밖에 지방자치단 체에서 만든 글꼴 상당수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부산시청 ‘부산체’, 제주도청 '제주서체', 성동구청 성동서체', '전라북도체', '김제시체' 등이 그렇습니다. 다만 전용 서체로 만들어진 무료 글꼴을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려면 글꼴 자체가 기업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제약 조건을 검토해야 합니다. 프로젝트에 무 료 폰트를 사용해서 타 기업을 연상시키는 경우는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 업에서 배포한 브랜드 글꼴은 BI·CI나 상품 패키지의 제목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전용 서체도 있습니다. SKT '뫼비우스’, ‘옥션 고딕', '인터파크고딕' 등과 같이 기업에서 내부 사용과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만든 글꼴 가운데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글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용 글꼴을 변형해 서 새롭게 조형하는 경우는 조건이 다양하며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들이 글자체 제작 업체으로부터 기존 글자체를 라이선싱 받아 그대 로 사용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브랜드 고유의 글자체를 개발하는 추세입니다. 독자적인 글자체 개발은 글자체 관리를 쉽게 하면서도 브랜드의 독특한 아이덴티티 를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어 앞으로 브랜드 전용 글자체를 개발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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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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