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라는 무기

인문 2020. 7. 3. 08:16

-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중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잘 알면 세 마디로 족하다. 잘 모르니 서른 마디가 필요한 법이다.” 독일 작가 한스 카로사 Hans Carossa의 명언이 옳다면 우리의 정치가들, 상사들, 방송인들, 교사와 친척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지 (無知)하다는 소리가 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말만 잔뜩 늘어놓 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걸까? 결론을 말하자면, 침묵의 힘을 모르기 때문이다.
-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말의 홍수 시대에는 침묵이 최고의 논리가 될 수 있다. 주변에 자신감 넘치고 믿음직하며 존경을 받는 인물을 떠올려보라. 그들은 말을 아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에는 무게가 있다. 또한 침묵할 줄 안다면 인격의 성장과 정신적 깨달음 까지 얻을 수 있다. 거의 모든 종교에 묵언수행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침묵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면 역설적이게 도 더 세상에 다가갈 수 있다. 침묵은 인간에게 힘을 주는 최고의 원천인 것이다.
- 함께 말을 나눌 뿐 아니라 침묵할 수도 있는 친구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크리스티나 프란체, 발레리나)
- 말이 많은 사람은 할 말이 적은 겁니다. 제가 진짜 두려워하는 상대는 침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속을 알 수가 없거든요. 포커판과 같습니다. 자꾸 떠들다 보면 자기 패만 들키게 되지요
- 한 펌프 회사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직원들에게 신제품이 아시아 제품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원가를 20% 절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생산팀장이 2시간 정도 창의적 사고' 운운하는 연설을 하고 마지막에 결연한 표정으로 “우리는 할 수 있다!”를 복창하는 따분한 아침 조회 장면을 상상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팀장은 단 2분 만에 훈시를 끝냈다. 작업장으로 들어가니 연단 앞에 직원들이 모여 있었고, 연 단 위에는 천을 뒤집어씌운 물건이 두 개 있었다. 팀장이 첫번째 천을 벗겼다. 아시아제 펌프에 엄청나게 큰 가격표가 붙어 있 었다. 280 유로, 다음으로 천을 벗기자 자사 펌프가 나타났 다. 350 유로, 직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팀장 은 딱 한 마디만 했다. “3개월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 가격표를 바 꿉시다.” 훈시 끝. 하지만 직원들은 단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연단 주위에 모여 서서 어떻게 해야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만약 생산팀장이 2시간 동안 훈시를 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직원은 훈시가 끝나자마자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말을 현명하게 선택하면 적은 말로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말이 많다는 것은 할 말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라 게을러서 하고 자 하는 말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말을 찾지 못했 다는 증거다. 윈스턴 처칠은 여느 정치인들처럼 몇 시간 동안 연설을 해대지 않았다. “피와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물밖에는 아무 것도 드릴 것이 없습니다”로 시작한 그의 취임연설은 간결했지만 전쟁을 앞둔 영국 국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은 한 번도 내게 해가 되지 않았다. (캘빈 쿨리지, 미국 30대 대통령)
- 입을 다물면 지적으로 보인다. 아니, 실제로도 입을 다무는 사람들이 대체로 더 지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 없이 “아는 건 없지만 말을 해야 해!”라는 충동을 따른다. 지적인 사람들도 그런 충동을 느끼긴 하지만, 그 충동을 좇지는 않는다. 유혹을 이기고 자제할 줄 안다. 지성이 있어야만 자제할 수 있다.
- 침묵은 협상과 결정을 돕는다.
* 대답을 하기 전에 잠시 침묵하면 머릿속으로 더 논리적인 결정을 준비할 수 있다.
* 잠깐만 침묵해도 상황에 맞는 어휘와 논리를 선별할 수 있다.
* 침묵하면 직감이 되살아난다. 직감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 침묵하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후회할 일이 없다.
- * 구체적인 상황에서 말과 침묵 중 어느 쪽이 더 유익할까?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자문하라.
* 적시에 침묵하면 지적이고 자신감 있고 이해심 많으며 믿을 수 있 는 사람으로 보인다. 또 상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강력한 한 마디를 준비하라. 침묵 후 미리 준비한 강력한 한 마디를 던져라. 그리고 다시 침묵하라.
* 모욕과 비난을 받았을 때는 대응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 그리고 침묵하라.
* 침묵하는 자만이 독립과 자율성을 얻을 수 있다.
* 침묵의 능력은 핵심적인 질문과 통한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 은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헤밍웨이)
- 어떤 남자가 쇼핑센터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목격했다. 그의 첫마디는 “왜 우니? 엄마 잃어버렸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이에게 말을 붙였지만, 아이는 울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이 꼬마의 누나가 나타났다. 누나는 말없이 동생 옆에 서 있다가 잠시 후 동생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차츰 마음이 누그러진 동생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당황한 아저씨를 남겨둔 채 쇼핑센터를 빠져나갔다. 우는 아이에게 쉬지 않고 말을 늘어놓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누나는 본능적으로 이를 알았다. 직관과 공감이 아직 살아 있고, 침묵할 줄 알며, 이를 통해 관심을 표현할 줄 안 것이다. 어린아이였지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의 그 유명한 명언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가 울 때는 떠들 게 아니라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공감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부모들조차 그렇게 하지 않는다.
- 의식적인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권이 있다. 터키도 그런 나라 중 하나다. 전통적인 터키 가정에서는 빈 냉장고를 채운 사람이 자신이 그랬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떠드는 건 냉장고를 채우지 않은 사람이나 그 시간에 가정을 위 해 다른 유익한 일을 했던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이자 우쭐거림이라고 생각한다. 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기에 자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싶다고 해서 무엇이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중국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협상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면서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앉아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는 연배 지긋 한 사람들이 꼭 있다. 한창 협상 중인 현장인데도 말이다. 상황 을 파악하지 못해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파악해서다. 중국에 서는 입을 다무는 쪽이 지위가 더 높다. 오래 침묵할수록 지위 는 더 높다. 자고로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지 않던가. 그러 니 중국 사람들 눈에는 서양의 CEO들이 말을 전달하는 전령으로밖에는 안 보였을 것이다. 서양 경영자들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말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일을 하지 않는 것, 즉 침묵이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좀처럼 하 지 못하는 것이다.
- 정적만이 삶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토마스 로마누스, 독일 작가)
- 인간의 모든 불행은 오로지 방 안에 조용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파스칼)
- 마음과의 대화는 사실 간단하다. 자신과 대화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게 어렵다면 그건 그릇된 속삭임, 그릇된 교육, 그릇된 조언가들 탓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은 정상이다. 완벽주의에게 이렇게 말하라. “아직은 완벽하게 못 하지만 조금만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어.” 실패의 두려움에게는 이렇게 말하라.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지.” 자신과 대화를 할 때는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상대를 배려하는, 사려 깊은 대화법이 필요하다.
- 겁에 질려 우는 4살짜리 꼬마에게 “아가야, 세상에 귀신은 없단다" 라고 말해봐라. 당연히도 아이는 계속 울 것이다. 겁은 실제다.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두려움을 이성적인 설명으로 쫓아버릴 수는 없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다면 누구도 불 쾌함을 느낄 이유가 없다. 이성과 감정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 감정에 이해심을 보여라. 논리적인 설명으로 감정을 쫓아내려 하지 말고 그 감정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 자신을 찾는 것은 고고학적 발견 같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 너무 오래 자신과 떨어져 시끄러운 세상에서만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원래 감정을, 다음으로는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정체성의 핵심은 '인지'가 아닌 '정서'다.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논리적인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 우리가 정적을 난감하게 느끼는 이유는 정적 자체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조용할 때 찾아오는 생각이 두렵기 때문이다.
- 수동적인 사람만이 침묵을 난감하게 생각한다. 적극적이고 세상과 대화 상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침묵을 전혀 문제로 느끼지 않는다
- 침묵의 순간이 어색하다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느끼는지 자신에 게 물어보자. 상상 이상으로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 끼어들기 힘든 자리에서는 억지로 끼어들려고 하지 마라. 그냥 조용히 당신이 아는 주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 난감하게 느껴지는 침묵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해서 아무 말이 나 하지 말자. 미사여구 없는 정직과 재치로 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 욕망이 강할수록, 시간이 촉박할수록,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마음이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말을 더 많이 한다. 이들은 봄에 사과나무 한 그루에 5톤의 비료를 들이붓고는 비료를 많이 줬으니 사과가 빨리 열리겠지?'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 알다시피, 그렇게 비료를 퍼부으면 그 사과나무는 여름이 오기도 전에 죽어버릴 것이다. 사과를 얻고 싶다면 '적정한 양'의 비료를 주어야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 사람들이 협상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는 이유는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자기 자신을 설득하려는 것이다. 물론 성공할 리 없다. 어떤 사람도 협상 중에 자신의 관점 을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협상 전에는 몰라도 협상 중에 는 자신과 자신의 입장에 대한 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면 앞에서 본 그 기술자는 자신과 자신의 이해관계, 목표 에 100% 확신이 있었다. 이 확신은 그 어떤 논리보다 설득력이 있다. 개를 훈련시킬 때를 생각해보자. 주인이 반신반의하면서 명 령하면 개는 절대로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주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앉아!” “발!” 하고 명령을 해야만 순종한다.
-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가장 황당한 상황은 싸울 의욕이 없는 상대를 만나는 일이다. 상대가 제아무리 탄탄한 논리로 무장하고 권위를 내세워도 다 받아칠 자신이 있지만, 입을 꾹 다무는 상대에게는 방법이 없다. 그만큼 침묵은 위력적이다. 입장을 바꾸어 상대가 입을 다물면 당신은 어떤가?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신경이 곤두선다. 불안한 마음에 심장이 두근 대다가 금세 양보하고 만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침묵 작전에 걸려드는 게 싫다면 혼자 불안에 떨지 말고 직접적으로 물어라. "제 제안이 어떻습니까?",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하면 공은 상대에게 넘어가고, 불안도 함께 넘어간다
- 대화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는 올바른 침묵의 순간을 놓치는 것이다. (프란츠 푀겔러, 독일 교육학자)
-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말을 전달하고 싶은 욕망이 너무도 강해 상대가 자기 말을 듣고 있는지는 관심조차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잠깐 멈춤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잠시 말을 멈추면 듣는 사람은 상대가 자기 말만 '토해내려 하는 게 아니라는 인상을 받고, 그래서 상대의 마음이 자신에게 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잠깐 멈춤 방법은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 실패하는 법이 없다. 한 문장이 끝났을 때는 당연히 쉬어야 한다. 장문이나 복합문일 때는 쉼표가 찍힌 곳에서 쉬어야 한다. 문장기호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쉼표가 있으면 쉬어야 한다. 물론 대화는 글을 읽는 자리가 아니지만 머릿속으로 충분히 쉼표를 상상할 수 있다.
- 말을 멈출 때 사용하기 좋은 제스처들이 있다. 예를 들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 청중 쪽으로 손을 내미는 것은 '나의 논리를 손 접시에 올려 드립니다'라는 의미의 제스처다. 양손을 사용하면 효과가 더 커진다
- 말을 멈출 때 표정과 제스처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
* 말을 멈출 때는 살짝 미소를 지어라. 단, 히죽거려서는 안 된다.
* 항상 눈을 맞춰라. 단, 이마를 찌푸리거나 눈을 꽉 감아서는 안 된다.
* 팔짱을 끼거나 상체를 반쯤 돌리는 것은 역효과만 난다.
* 마지막 말을 할 때 손동작으로 강조한다.
* 깊게 숨을 들이쉬면 자신만이 아니라 거울뉴런을 통해 청자의 긴장도 풀린다.
* 자신만의 이상한 습관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머리를 긁적이거나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는 등의 행동을 자제하라
- 진정한 휴식은 산만함이 아니라 집중에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다람쥐 쳇바퀴에는 행복이 없다. 마찬가지로 부산하고 분주한 삶은 결코 행복과 에너지를 주지 못한다. 그렇게 살다가 는 언젠가 쓰러지거나 술독에 빠져든다. 모든 인간이 하루 12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6시간만 자고도 불사신처럼 벌떡 일어나서 비타민 두 알만 먹고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안다. 누구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이런 삶에는 대가가 따른다. 폭음한 다음 날 숙취로 대가를 치르듯이.
- 달라이 라마는 이런 고요한 관찰의 대가(大家)다. 그래서 그는 항상 기분이 좋다. 연기가 아니다. 그의 미소는 의식적 관찰의 유쾌한 부작용이다. 다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도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관찰자에게는 재미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이 들지만 마음을 모으면 힘이 돌아온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달라이 라마는 관찰하는 세상을 조롱하지 않는다. 그의 관찰은 명랑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평정심이다.
- 행복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행복은 보는 자의 눈 속에 있다.”고 했다. 행복은 이 세상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기 안에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 바깥세상과 수다만 떨면 행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바꾸는 하버드 성공수업  (0) 2020.07.04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0) 2020.07.03
문장의 일  (0) 2020.06.19
타이포그래피  (0) 2020.06.19
세상의 모든 이기주의자에게 우아하게 복수하는 법  (0) 2020.06.14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