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중세가 아니다. 중세에는 연금술사는 너무 많고, 과학자는 너무 적었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전형적인 연역 논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보여주는 사람들을 어딜 가나 볼 수 있 다. 이들은 흔히 무슨 무슨 이론이니, 모형이니 하는 것을 적용해 대상을 최적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많은 경우에 이는 좋은 일이 다. 예컨대 항공관제탑에 개념미술 전공자 같은 사람이 앉아 있 는 것은 나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는 논 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나머지, 논리의 실패에 대해서는 점점 눈을 감아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 살짝 정신 나간 사람이 되는 것은 훌륭한 협상 전략이 될 수 있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고, 예측 가능한 사람은 입지가 약화된다. 힐러리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지만 트럼프는 게임이론가여서 힐러리가 의회에서 4년 동안 투쟁해야 할 일을 트럼프는 트윗 하나로 이룰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연금술이 다. 마음에 안 들지는 몰라도, 효과는 있다.  무인 자동차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비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눈앞에 보행자가 나타날 때마다 무인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정지한다면 횡단보도는 불필요할 테고 무단횡단자들은 당당히 차도로 밀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무인 자동차는 갑자기 멈춰서야 하고, 무인 자동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크게 불편할 것이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무인 자동차가 화내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악의적으로 제때 멈추지 못하고 보행자의 정강이에 부딪혀야 할지 모른다.
- 기술관료는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기꾸로 설명해서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그럴듯한 사후 합리화는 평론가들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은 과거를 설명할 수 있는 기법을 미래 예측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범죄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보면 깔끔하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을 때는 훨씬 더 엉망진창인 것이 보통이다. 과학적 진보도 마찬가지다. 어떤 발견이 이뤄지고 나면 그게 마지 논리적 순서에 따른 결과인 것처럼 묘사하기 쉽 다. 하지만 과학 발전이 꼭 그렇게 깔끔하게, 시간순으로, 차례차 례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 조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게 ‘왜’ 효과가 있는지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이고, 순서는 얼마 든지 뒤바뀔 수 있다. 과학 진보는 일방통행로가 아니다. 한 예로 아스피린은 수십 년간 진통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아무도 그 원리를 몰랐다. 다만 그것은 경험에 의한 발견이었고 그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 것은 훨씬 후였다. 만약 과학이 여러 가지 행 운을 용납하지 않았다면, 과학의 업적은 훨씬 더 보잘것없었을 것이다. 미리 예견된 발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페니실린의 사용이 금지되었다면 어찌 됐을까? 그런데도 정책 결정이나 비즈니스상의 의사결정은 '이유가 먼저, 발견은 나중'이라는 방법론에 기초 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극도의 낭비로 보이는데 말이다. 우리는 아직 자전거의 원리도 완전히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진화 역시 우연이 난무하는 과정이다. 진화는 예측 가능한 것과 예측 불가능한 것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과연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발견해가는 일이다. 진화가 효과적인 이유는 각각의 유전 자가 운 좋은 혹은 불운한 실수를 통해 보상과 비용을 치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유 따위는 하등 고려되지 않는다. 그 어느 것도 논리적일 필요는 전혀 없다. 효과적인 실수이면 살아남아 번성할 테고, 효과적이지 못한 실수이면 약화되어 죽을 것이다. 그게 ‘왜’ 효과적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그냥 효과가 있기만 하면 된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럴듯한 '이유'가 전제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이 다 끝난 후에 그 성공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지금 시도할 대상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과학이 지나온 길을 보면 오히려 과학적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행동경제학'이란 참 이상한 용어다. 워런 버핏의 사업 파트너 찰리 멍거 Charlie Munger 도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경제학이 행동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행동인지 모르겠다." 사실이다. 세상이 좀 더 현명했더라면 경제학은 심리학의 하위 분과였을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그냥 경제학자가 아니라 행동경 제학자였다. 《국부론》에는 단 한 줄의 수학공식도 나오지 않는다.
-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경제학 연구는 현실에서의 사람들의 실제 행동과 괴리되어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남들이 움직여주는 평행우주 속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런 순환논리를 바로잡기 위해 대두된 것이 행동경제학이었다. 행동경제학은 대니 얼 카너먼 Daniel Kahneman, 에이머스 트버스키 Amos Tversky, 댄 애리얼 리 pan Ariely, 리처드 탈러 같은 전문가들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사 람들이 이론상'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 게 행동하느냐를 이해하면 수많은 정책 및 비즈니스 영역에서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종종 터무니없어 보이는 인간의 행동이 실제로는 그저 우리에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일 때가 있다. 그 행동이 터무니없어 보인 이유는 그저 우리가 상대의 동기나 목적, 의도를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종종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도 있는데 그건 진화가 우리 자신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 진화는 말하자면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아주 뛰어난 기술자와 같다. 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경험으로 채운다. 한 예로 오랫동안 인간의 맹장은 의미 없는 기관으로 생각되어왔다. 먼 옛날 선조들에게는 유용한 목적이 있었던, 소화관 일부의 흔적이 남은 것으로 생각됐다. 우리가 맹장을 제거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부작용을 겪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학교의 윌리엄 파커 william Parker와 랜디 볼린저 Randly Bolinger 팀은 실제로 맹장이 소화계에서 세균들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소화를 도와주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제공하는 데 귀중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금광 열풍 시절에 광부들이 발효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모를 주머니에 넣어 목에 꼭 걸고 다녔던 것처럼, 신체도 자체적인 주머니가 있어서 무언가 귀중한 것을 보관 한다는 얘기였다. 나중에 연구로 밝혀진 내용을 보면 맹장을 제거한 사람은 결장 감염의 일종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결장 loseridium incile colis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다.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콜레라가 사망의 큰 원인이었고 콜레 라가 재발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 상 맹장은 없어도 되는 물건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마치 스페인의 왕실처럼 맹장은 대부분의 기간에는 도무지 존재 이유 를 알 수 없고 그저 짜증 나는 기관인 것 같지만, 가끔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으로 보인다.
- 우리가 맹장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언가가 '항상' 소중하지는 않다고 해도 여전히 소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진화는 그런 단기적이고 기계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간의 맹장에서 매일의 쓸모를 찾는다면 엉뚱한 것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이론적으로 말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이다.
- 때로는 GPS를 철저히 따르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GPS를 완전히 무시하고 더 폭넓은 판단력을 활용해야 할 때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가 매번 GPS를 맹종하지는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이동 계 획 속에 GPS는 전혀 모르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위 '비합리성'이 바로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는 전통적 개념의 합리성과 일치하는 행동만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공항까지 국도를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동시간의 편차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능적인 계산으로, 나는 돌이켜 보았을 때에야 내가 무의식적으로 이런 추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슴은 이성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이유들을 갖고 있다." 파스칼의 말이다.
- GPS가 폭넓은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게끔 만들어져 있지 않듯이, 우리의 의식적인 뇌도 우리 행동의 동기가 되는 수많은 본능적 요소들을 눈치채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가 처음 제안하고 진화심리학자 로버트 커즈 번 Robert Kurzban 이 뒷받침한 근사한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의사결정의 배후에 있는 이유들을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고 한다. 왜냐하면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모르는 편이 우리에게 더 이롭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기만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야 남들을 더 잘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들은 입 밖에 내지 않는 편이 최선이듯이, 어떤 감정들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 최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무의식적 동기가 죄다 의식의 영역까지 침범할 경우 우리 행동의 미묘한 단서들이 우리의 진짜 동기를 폭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거나 자손을 생산하는 데 지장이 생길 것이다.
로버트 트리버스는 동물이 자신의 행동에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경우 오히려 적자생존에 불리할 수 있는 기막힌 사례를 들려준다. 토끼는 누가 쫓아오면 그를 떨쳐내려고 지그재그로 도 망을 친다. 그런데 그 패턴이 마구잡이식이다. 토끼의 방법은 패 턴이 의식적이지 않고 정말로 무작위일 때 더 안전하다. 다음번 에 어디로 점프할지 모르는 편이 토끼에게 더 좋다는 얘기다. 만 약 토끼가 자신이 다음번에 어디로 뛸지 알고 있다면 자세에서부터 그 단서가 추격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사냥개들은 토끼의 자세에서 단서를 예측하는 법을 터득할 테고, 이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자신의 동작을 더 잘 의식하는 토끼는 죽어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므로 지금 남아 있는 대부분의 토끼는 아마도 자각이 적은 토끼의 후손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자신의 진짜 동기를 더 잘 숨기는 선조들의 후손일지 모른다. 동기를 남들에게 숨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말로 감쪽같이 속이려면 우리 자신에게도 진짜 동기를 숨겨야 한다.
- 사람들이 이 맥주가 아니라 저 맥주를 선호하는 데 무의식적인 정서적 동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마지못해 인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맥주를 필수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광고나 라벨 디자인 같은 상대적으로 하찮은 것들이 우리가 술집에서 마시는 술의 종류에 영향 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무 의식적인 동기가 우리의 병원 이용이나 노후 대비 저축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아연실색할 것이다.
장담하건대 지금 지구상에는 사람들은 왜 의사와 약속을 잡을 까?' '사람들은 왜 대학에 갈까? 사람들은 왜 은퇴할까?' 같은 질문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왜 펩시보다 코카콜라를 더 좋아하는 지 논의하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10배는 많다. 앞의 세 질문에 대해서는 이성적이고 자명한 답이 있다고 다들 믿고 있지만 실제 로는 그렇지 않다.
- 논리를 사용할 것이냐, 심리를 사용할 것이냐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냐, 아니면 그냥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고 싶으냐에 달려 있다. 간접적으로 세상을 구한다면 영웅처럼 보이 지 않을 수도 있다. 북극곰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이야기하는 것이 재활용 쓰레기통 디자인을 바꾸자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자가 더 효 과적일지 모른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 신에 대한 착각에 빠지는 이유는 이런 무의식적 동기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인간 지식의 한계를 넓히는 의학 연구자라고 생각하고 싶을까, 아니면 걱정에 찬 환자를 진정시키는 약을 나눠주는 현대판 점쟁이라고 생각하고 싶을까? 지금의 의사들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만 아마도 후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아무도(환자도, 의사도) 이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지만, 가끔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의료 서비스에 대 한 이해를 높이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정말로 뛰어난 것은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나심 탈레브는 담당 의사를 선택할 때 이 규칙을 활용한다. 대역배우 알선업체에서 금방 나온 것 같은 귀족 같은 외모에 말씨 도 나긋나긋한 은발의 선생님을 고를 것이 아니라, 약간 과체중 에 귀족 같지는 않지만 똑같이 경력이 있어 보이고 양복이 몸에 잘 안 맞는 선생님을 골라라. 전자의 선생님은 성공하는 데 약간은 외모 덕을 보았을 수도 있지만, 후자의 선생님은 그 외모에도 불구하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논리적인 게 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남들도 다 논리적이라면 말이 다. 논리는 의사결정을 설명하고 방어하는 데는 좋은 방법일지 몰라도, 결정까지 이르는 데 늘 좋은 방법은 아니다. 전통적 논리 는 뻔한 정신적 과정이라 남들도 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 과 똑같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게 늘 나쁜 것은 아니다. 토스터 같은 대량 생산 제품을 구매한다면 주류의 취향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공급이 희소한 것을 선택 할 때는 특이한 취향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사실은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일률적 척도는 없다는 사실이다.
- 똑같은 속성(예컨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주가 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어디에 주목하고 어떻게 프레임을 짜느냐는 의사결정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종종 우리는 수치적인 지표에 과도하게 주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집을 살 때 숫자(방의 개수, 평수, 통근시 간 등)는 비교하기 쉬운 지표이고 우리의 관심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건축의 수준에는 점수가 없고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저 밑 으로 내려가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숫자로 표시 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 우리는 합리적인 것들은 너무 빨리 동조하고 언뜻 상식에 반하 는 아이디어는 자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잘 안 팔리는 제 품의 가격을 내리자고 해보라. 지루할 만큼 합리적인 이 제안은 아무런 의문 없이 동조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제품 이름을 바꾸 자고 해보라. 녹초가 되도록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고, 사람들을 조사하고, 다변량 분석 기타 등등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모든 게 당신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전통적으로 말하는 식의 '논리적' 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중한 발견은 대부분 처음에는 말이 되 지 않는다. 처음부터 말이 된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미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아이디어는 좋아하는 아이디어보다 더 강력할지 모른다. 인기 있고 눈에 보이는 아이디어는 모두 누군가 이미 시도해봤기 때문이다.
- 심지어 수학자들조차 발견의 과정은 정당화의 과정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세드릭 빌라니 Cedric Villand 는 종종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라고 말하는 필즈 상을 수상했다. 비선형 란다우 감쇠 및 볼츠만 방정식에 대한 균 형 수렴 증명'으로 상을 받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자는 핵심적으로 두 단계를 사용합니다. 직관을 사용해 제대로 된 문제와 옳은 답을 추측하고, 그다음에 논리를 이용해 증명하는 것이죠.” 우리는 이 두 번째 부분을 첫 번째와 뭉뚱그려왔다. 우리는 진보라는 것이 사후에 뒤돌아볼 때처럼 진행 중인 그 순간에도 깔끔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나중에 분석할 때처럼, 만들어지는 그 순간에도 또렷하기를 바란다. 해결책을 찾고 있을 때 본능이나 운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발견들은 이런 방식을 지지해주지 않는다. 물리학이나 수학에서조차 그렇다면 인간 행동에 관한 의문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 오늘날 공개기업의 주된 활동이 시장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인 경우는 거의 없다. 경영진의 주된 관심은 애널리스트들을 만족시킬 그럴듯한 효율성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다수는, 스프레드시트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을 제외하면, 그들이 분석한다고 주장하는 비즈니스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다. 비용 절감 노력을 경험적으로 증명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노력이 정통 경제이론과 일치하기만 하면 된다. 당신의 의사결정이 아무리 나쁜 결과를 낳아도 경제학을 따랐다는 이유 로 해고될 일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비즈니스의 원칙이다. 아무리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경제학의 가치가 막대기로 수맥 찾기나 손금 보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 이론적으로 자유시장은 주로 효율성의 극대화가 핵심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자유시장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자본주의를 효율성을 이유로 칭찬하는 것은 마치 밥 딜런을 목소리로 칭찬하는 것과 같다. 의견은 훌륭한데 이유는 순 엉터리다. 시장 메커니즘은 대략 효율적이다. 하지만 효율성이 시장 메커니즘의 주된 덕목이라는 생각은 분명히 틀렸다. 경쟁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는 내가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가게가 8개 정도 있다. 웨이트로즈 Waitrose, M&S, 리들 Lill 기타 모든 가게가 합병해서 하나의 거대한 '인민의 위대한 식품관이 된다면 훨씬 더 효율적'일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 여기서 빠진 지표는 반쯤 무작위적인 다양성이다. 정말로 자유로운 시장은 효율성 대신 시장이 검증한 혁신을 택하는데 그 혁신이라는 것은 운에 크게 좌우된다. 이토록 비효율적인 과정이 꼭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 자본주의가 이뤄낸 대부분의 성과는 한 번도 계획된 적이 없고 그저 뒤돌아보았을 때에만 (조금이라도) 설명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콜센터 업무를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이전한 효과를 테스트해본 회사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그냥 유행이 됐다. 비용 절감에 대한 열렬한 환호가 유행이 된 것처 럼 말이다.
- 어포던스라는 용어는 어떤 사물의 지각된 속성, 실제 속성을 말한다. 주로 해당 물건의 가능한 용처를 결정하는 기본적 속성을 말한다. (...) 어포던스는 물건의 작동 방법에 대한 강력한 단서를 제공한다. 판은 미는 것이고, 둥근 꼭지는 돌리는 것이고, 슬롯은 물건을 밀어넣는 곳이고, 공은 던지거나 튕기는 것이다. 어포던스를 잘 활용하면 이용자는 척 보기만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안다. 그림도, 이름표도, 설명서도 필요하지 않다.
어포던스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모리타가 왜 옳았는지 아마도 이해가 갈 것이다. 무언가에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새 물건의 용도는 많아지지만 어포던스의 명확성이 감소한다. 해당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크게 즐겁지 않고, 구매해야 할 정당성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우버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신뢰를 증진하는 택시 회사다. 운행 마다 디지털 기록이 남고, 별점 시스템이 있으며, 운전사의 이력 에 대해서도 날로 검증이 엄격해지고 있다. 나는 날리지 프로그 램이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 프로그램에서 길 찾기가 가지는 가치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날리지 프로그램이 가지는 가치의 큰 부분은 신호 보내기 장치로서의 가치다. 또한 블랙캡 운전사는 경험 이 매우 많을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왜냐하면 잠깐 거쳐 가는 직 업으로 택시 운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4년씩 걸리는 입문 프로그 램을 이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날리지 프로 그램은 장기적 약속의 증명으로서 선불로 내는 비용인 셈이다.
- 비트bit는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값비싼 것들은 의미를 전달한다. 이메일로 사람들을 결혼식에 초대하지는 않는다. 금박 장식이 있는 카드에 정보(이메일에도, 심지어 문자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내 용이다)를 쓰려면 큰돈이 든다. 같은 날 청첩장을 2개 받았다고 치 자. 하나는 값비싼 금박 테두리 봉투에 들어 있고, 다른 하나(담긴 정보는 똑같다)는 이메일로 왔다. 솔직히 말해보라. 첫 번째 결혼식에 가지 않겠는가?
-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우리가 싸구려 멘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편협한 단기적 사리사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제이론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서는 신뢰와 애정, 존경, 명성, 지위, 충성심, 관대함 혹은 이성과의 기회조차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하다.
진화의 관점에서 합리성이 가치가 있었다면 회계사들이 섹시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남자 스트리퍼는 소방관 복장이지, 회계 사 복장은 아니다. 용기는 섹시하지만, 합리성은 섹시하지 않다. 이 이론을 더 확장할 수도 있을까? 예를 들어 시가 산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쓰기가 더 어렵기 때문일까? 음악이 연설보다 더 강력한 정서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노래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일까?
=- 우리 뇌는 수학적 정확성을 사용해 완벽 한 의사결정에 이르도록 진화한 게 아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는 그런 것들이 필요할 일이 별로 없었다. 대신에 우리는 수치가 아닌, 일부 기만적일 수도 있는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당히 괜찮은, 크게 낭패 보지 않는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능력을 발달 시켰다. 우리가 카페 밖에 있는 의자만 보고도 끌어낼 수 있는 추론 내용은 그 뒤에 있는 추론 과정을 알고 보면 전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놀랄 만큼 영리하다.
영업중' 이라고 적힌 표지판은 무의미한 외침일 수 있다. 왜냐 하면 누군가 표지판을 '정기휴무로 뒤집어놓는 것을 깜박한 것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어느 쪽이 되었든 차를 타고 가면서 읽기는 힘들 것이다. 영업중'이라고 쓰인 네온사인은 좀 더 믿을 만한 신호일 것이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가게를 닫는 사람이 아마도 스위치를 끄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막이 뒤에 포개어 쌓을 수 있는 가벼운 의자가 놓여 있다면 이건 믿어도 좋은 신호다. 다시 말하면 이 의자들은 효과적인 광고의 역할을 한다. 이 의자들을 사는 데 들인 비용과, 그것들을 가게 앞에 내놓 았다가 매일 영업이 끝날 때면 다시 쌓는 수고는 모두 여기에 영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카페가 있다는 믿을 수 있는 신호다. 그리고 이 신호는 인간의 이성이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내용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이해되는 신호다. 
- 흥미롭게도 험프리는 우리 신체의 면역 체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훨씬 더 거친 환경에 맞춰 조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내 부모님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식량난과 이후 오랜 배 급제 기간을 견뎠다. 내 이모는 말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먹지 않은 음식을 내다버리지 못한다. 냉장고의 음식이 썩어서 엉망진창이 되어도 말이다. 버리는 것에 대한 이모의 태도는 극빈기에 맞 춰져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면역 체계는 오랫동안 지금보다 훨씬 더 혹 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맞춰져 있었다. 이전에는 신체의 면역 반응 때문에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될 위험이 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성급하게 자원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현대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더 양호한 환경에 맞게 우리의 면역 반응을 재조정하려면 약간의 수작질을 활용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게 바로 항생제가 발명되기 전 내 할아버지가 하던 일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농담으로 환자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침대 에서 나오지 말고 식사를 잘하고 약용 위스키를 마시라고 말해 주는 것 말이다. 별 효과 없는 약도 좀 처방했을 것이다. 약은 효험이 없어도 환자의 몸이 치유 모드'로 들어갈 수 있게 낙관적인 착각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을 테니 말이다.
- 피에르 샹동에 따르면 레드불은 '레드불이 날개를 달아드려요 같은 슬로건이나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 등의 브랜드 전략을 통해 사람들의 구매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음료에 붙은 레드불이라는 이름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 효과를 어떻게 해석할지에까지 영향을 주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약 회사들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없을까? 예를 들어 약병에 그냥 아이들이 열 수 없는 뚜껑만 씌워놓을 게 아니라 이 약은 열쇠가 있는 금속 용 기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내용 물이 특별히 강력하거나 독성이 있지 않더라도 우리 내면에 있는 원숭이는 마치 그런 것처럼 추론할 수도 있다. 대뇌 전전두엽은 이런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플라시보가 효과가 있을지 여 부는 내면의 원숭이 혼자서 결정하는 사항임을 잊지 마라.
- 어떤 음료가 의학적 효과 내지는 향정신적 효과가 있다고 사람들 이 믿기 위해서는 그 음료의 맛이 전통적으로 맛있다'고 하는 맛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보라.
“아주 공격적인 암을 치료하는 약들을 처방해드릴 테니 원하 는 만큼 많이 드세요. 딸기맛으로 드릴까요, 블랙베리맛으로 드릴 까요?”
마지막 문장은 어쩐지 말이 되지 않는다. 무의식을 해킹하기 위한 행동들을 살펴보면 죄다 뭔가 낭비적이고 불쾌하고 완전히 바보 같아 보이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화장품은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고, 바르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술은 생 각해보면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정말 정말 더운 날 갈증이 심하게 날 때 솔직히 어느 쪽을 마시겠는가? 샤토 디켐인가, 라즈베리 맛 슬러시인가? 동종요법 같은 플라시보 치료법은 상당량의 의식 적인 절차와 난센스를 포함하고 있다. 약은 쓴맛이 나야 한다.
우리는 꼭 한 번 이런 중요한 질문을 해봐야 한다. 이런 것들은 과연 비논리적인데도 불구하고 효과가 있는 걸까, 아니면 비논리적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걸까? 우리의 무의식적 본능이  제적으로 최적이 아닌 행동에 대해 반응하고 또 그런 행동을 만들어내게끔 프로그램되어 있다면 진화론적으로 보았을 때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이와 비슷해 보이는, 저널리스트 지망생들에게 가르치는 교훈이 있다.
- 벌들은 믿을 만한 식량원이 있는 곳을 알려줄 수 있는 효율적 방 법으로 흔들기 춤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무리에서 상당수의 벌은 동료가 추는 춤을 무시하고 아무 곳으로나 출발한다. 모든 벌떼가 흔들기 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단기적으로는 더 좋을 것이다. 벌들의 이런 무작위적인 행동이 한동안 과학자들을 당황 하게 만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벌들이 2,000만 년 동안 진화하 면서 왜 더 높은 수준의 일치단결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지 의 아해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알아낸 사실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렇게 멋대로 쏘다니는 벌들이 없다면 벌떼는 복잡계 이론에서 국지적 최댓값local maxinum)'이라고 부르는 것에 갇히 게 된다. 이 경우 이미 알려진 곳에서 식량을 수집하는 데는 너무나 효율적이겠지만, 기존의 식량원이 고갈되고 나면 다음번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되고 결국 벌떼는 굶어 죽고 말 것이다. 따라서 어찌 보면 그런 말썽꾼 벌들은 벌떼 내에서 연구개발 부 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말썽꾼 벌들이 당장은 비효율적 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찾아낸다면 두둑한 보상 이 된다. 벌들이 수백만 년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벌들이 단 기적인 효율에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무언가를 일방향으로만 최적화한다면 다른 어딘가에 약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 흥미롭게도 바로 이런 접근법을 현재 암 치료 분야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최근에 나는 암 치료 개발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과 얘기를 나눴다. 암세포는 빠르게 돌연변이 를 일으킨다. 즉 빠르게 진화한다. 한 가지 독성으로 암세포를 죽이려고 하면 그 독성에 강력한 저항성을 가진 새로운 돌연변이가만들어진다. 그래서 지금 개발 중인 해결책은 먼저 어느 화학물질로 암세포를 겨냥해서 암세포가 면역력을 키우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암세포는 다른 물질에 대한 면역력이 약화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바로 이때 다른 화학물질로 암세포를 다시 공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만들어낸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해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공격에서 상대를 전멸시키는 방법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그 어떤 복잡계는 한 가지 지표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간과된 다른 지표들에 약점이 생긴다. 나는 사이먼의 최소만족 중 두 번째 유형을 더 선호한다. 비현실적인 세상에서만 효과 가 있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현실 세계에서 효과를 내는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는 게 틀림없이 더 낫다. 그런데 최소만족은 너무 쉽게 비합리적'이라고 묘사된다. 하지만 어떤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게 틀린 것은 아니다.
- 누군가 B 브랜드가 아닌 A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A 브랜드를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구매자는 A 브랜드가 끔찍하게 나쁠 확률은 1퍼센트에 불과한데, B 브랜드의 동일한 확률은 2.8퍼센트니까 나는 A 브랜드를 선호하는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일 수도 있다. 이 구별은 매우 중요하며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여러 분야에서 증명되고 있다. 우리는 약간의 불확실성만 제거해 주어도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하려고 한다. 이게 그토록 중요 한 이유는 브랜드 프리미엄에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마침 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어느 제품이 내가 살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제품이 끔찍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로서는 믿을 만한 것이 일반적이다. 
- 휴리스틱 규칙 중에 어떤 게 학습된 것이고 어떤 건 타고난 것인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규칙들이 없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비좁은 진입로에서 대형 트레일러트럭을 후진시키고 있는 운전자를 보면 정말 대단한 판단력을 습득했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이는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것이지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운전을 할 때도, 집을 고를 때도, 그리고 아마도 배우자를 고를 때도 우리는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혹시나 계산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을 때조차 휴리스틱은 쉽고 빠르고 우리의 지각 구조에 잘 맞는다. 그리고 계산으로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대다수의 경우 휴리스틱은 우리가 가진 전부다.
언제나 최적의 의사결정만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는 휴리스틱이 마치 차선책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만족이 반드시 필요한 세상에서 휴리스틱은 가장 쉬운 선택일 뿐만 아니 라 최선의 선택인 경우가 많다.
- 현실에서 의사결정의 다수는 양궁보다는 다트와 유사한 점수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결혼할 사람을 정할 때는 최고를 노리기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할지 모른다. 결과치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낮은 두루두루 꽤 괜찮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주야장천 보드의 남서 쪽 사분면만 노리는 다트 선수가 수많은 구경꾼들 눈에는 정신 이상처럼 보일 것이다. 구경꾼들은 “20점을 노려야 해요. 그게 제 일 높은 점수라고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편차를 최소 화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하는 식의 접근법을 취하는 사람의 행동은 이 사람이 뭘 하려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황당하게 보일 수도 있다.
- 같은 맥락에서 휴가라는 게 평생 새로운 경험의 추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해마다 똑같은 휴양지를 찾는 사람이 어이없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휴가를 망치지 않는 게 우선인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아주 훌륭한 접근법이다. 늘 똑같은 것만 하는 사람은 종종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는 불 쾌한 일을 피하는 게 목표인 사람에게는 그게 완벽하게 현명한 일이다.
소셜 카피 social copying 즉 인기 있는 물건을 사고 남들이 많이 하 는 행동이나 유행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안전한 행동 방식이다. 어찌 되었든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끔찍할 가능성은 낮다.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위험을 줄 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은 전통적 논리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다. '무슨 차를 사야 되지?'라고 묻는 대신 '나한테 차를 팔 사람 중에 믿을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묻는 것이다. 최고의 TV가 어느 거지?'라고 묻는 게 아니라 '안 좋은 TV를 팔았을 때 잃을 게 가장 많은 사람이 누구지?'라고 묻는 것이다. '뭘 입어야 근사하게 보일까?'라고 묻지 않고 남들은 뭘 입을까?'라고 묻는 것이다.
- 몇 년 전에 영국의 초콜릿 제조업체 캐드버리 Cadburys에 고객 불만이 잔뜩 쏟아졌다. 고객들은 '데어리 밀크Dairy Mil’ 제품의 맛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캐드버리는 어리둥절했다. 왜냐 하면 재료 구성이 몇 년째 전혀 바뀐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드버리는 끝부분을 둥글게 처리하면서 초콜릿 바에서 부러뜨려 먹는 블록의 모양을 바꿨다. 모양이 매끄러우면 똑같은 음식도 더 달게 느껴진다. 정말이다. 우리는 마치 지각이 아주 객관적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지각에 있어서 완전히 객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방이 덥다고 불평 을 할 때 과연 몇 도가 더운 것인지 합의된 사항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익숙해진, 전에 내가 있던 방보다 몇 도 더 높은 것일 수도 있다. '즐거울 때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것은 정신물리학이 일찌감치 지적한 통찰 중 하나다. 시계의 입장에서 보면 1시간은 늘 똑같은 의미다. 내가 샴페인을 마시고 있든, 물고문을 당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에서 시간의 지각은 훨씬 더 탄력적이다. 
- 네덜란드인의 영어와 영국인의 영어 사이의 장벽은 현실과 지각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둘은 어찌 보면 비슷하지만 맥락에 따 라 현격히 달라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구분(우리가 전하려 는 메시지와 메시지를 통해 전달된 의미 사이의 격차)은 아주 중요하다. 종종 우리는 남들의 행동에 당황할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하라고 말했는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우리는 상대가 비합리적으로 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는 상대가 들은 말이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말과 다른 경우다.
마찬가지로 내가 보는 것 혹은 상대가 보고 있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기초로 누군가의 행동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상대는 그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그의 행동을 겨졌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구별된다. 물리 적 물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사물 자체이지만, 살아 있는 생 물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물에 대한 나의 지각이다. | 이 구별이 너무나 중요한 이유는 인간 행동에 관한 모형이나 경제학 모형 대부분이 이런 구별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놀 랍지도 않겠지만 나는 '빅데이터'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사 람들은 마치 빅데이터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주 홍보한다. 기술 부문에서 이미 수없이 그래왔듯이, 우리는 어느 기술이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혜택에 지레 도취되어 2차적인 문제들을 생각해보지 않는다. 빅데이터의 전도사들은 빅 big’이 마치 '굿good'의 동의어인 양 이야기한다. 그러나 데이터가 많아진다고 해서 더 훌륭하거나 윤리적이거나 공정한 의사결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 초점 착각은 말 그대로 착각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우리의 지각이 착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객관적 동물이었다면 그토록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 마이클 그라치아노 Michael Graziano는 이렇게 설명한다.
풀잎이 바스락' 했는데 그걸 사자로 오인했다면 문제 될 건 없 다. 하지만 진짜 사자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유전자풀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살짝은 피해망상이 있는 게 진화의 측면에서는 우리에 게 최선이다. 하지만 감정 상태에 따라서 집중력이 달라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서 걷고 있을 때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한낮에 사람 많은 거리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보다 우리의 관심을 더 많이 사로잡을 것이다.  이런 착각을 바로잡거나 피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 못이다. 오히려 그런 착각을 잘 이해하고 그게 우리의 행동을 어 떻게 왜곡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착각을 전혀 경험하지 않겠 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 예로 만약 화재경보 연기 감지기에 의식이 있었다면 우리는 이 기기를 보고 편집증적 망상 을 앓고 있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토스트만 구워도 '삐삐' 소리를 마구 내니까 말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집안에 불이 붙은 화재 초기 단계와 토스트 한 조각이 바싹 타버린 것을 구별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판단이 잘못됐을 때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토스트를 태웠는데 연기 감지기가 삐삐 울린다면(거짓 양성) 짜증이 나는 데서 그치겠지만, 실제로 불이 났는데도 감지기가 울리지 않는다면(거짓 음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불꽃이 기기에 직접 닿아야만 울리는 연기 감지기는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 좋은 것 더하기 나쁜 것, 나쁜 것 더하기 좋은 것 혹은 중간 더하기 중간으로 자원을 제시하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명시적인 대가관계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한 문장으로 묶어서 “네, 우리는 X라는 단점을 인정하면서 Y라는 장점도 생각해요"라고 말하면 특히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판매를 마무리할 때 단점을 인정하면 이상하게도 설득력이 증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네, 비싸긴 해요.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곧 알게 되실 거예요”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설득력 있는 문장이 된다. 제품의 약점을 아예 명시적으로 언급해주면 사람들은 해당 약점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그런 대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앞으로 혹시 후회하지 않을까 끝없이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신 제품을 소개할 때는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저가항공사들이 티켓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을 그처럼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다소 이상한 일이다. 
- 새로 산 세탁기가 어디로 배송되어야 할지 주소를 입력하고 있으면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그저 어느 기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내 세부 정보를 추가해주고 있는 것 같다면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 똑같은 일도 맥락에 따라 즐거울 수도 있고 짜증 날 수도 있다. 
- 기억하라. 아무것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 않는다면 행운을 누릴 기회는 줄어든다.
기존에 승인된 프로세스만 따라가려고 하는 이런 '사이비' 합 리적 접근법은 비상식적 해결책은 가능성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배척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들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소규모로 모여서 해결책을 찾게 만든다. 회계사나 경제학자들도 집안에서 일상의 딜레마들을 해결할 때는 논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무실에만 들어서면 본능적으로 계산기와 스프레드시트를 꺼내드는가? 사람들은 비즈니스에는 걸린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우리가 의사결정을 더 엄격하고 짜임새 있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덜 낙천적으로 설명해보면, 그렇게 제한적인 접근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 제한적'이라는 점이 바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원치 않는 것이 수많은 창의적 해결책이다. 왜냐하면 그 경우 에는 해결책 중 어느 것을 택할지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 문이다. 한 가지 논리적 해결책만 허락하는 인위적 모형을 만들 어서 이 의사결정은 내 의견이 아니라 '팩트'에 따라 정해진 것이 라고 주장하는 편이 더 안전해 보인다. 종종 기업이나 정부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라, 결과야 어찌 되었든 내 의사결정을 방어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잊지 마라.
- 비누가 팔린 것은 위생적 역할보다는 사람의 호감도를 높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누에는 위생을 개선하는 수많은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향기가 첨가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향기는 비누라는 제품의 합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누 광고가 내보낸 무의식적 약속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비누 향기는 비누의 성능을 높이려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비누를 매력적인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무의식적 동기를 부인한다면 비누에 향기를 첨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행동 동기에 대해 편협한 관점을 채용한다. 면 비누에 향을 넣자는 모든 제안이 바보 같은 것으로 치부될 것 이다. 그러나 꽃에 있는 꽃잎처럼 겉으로는 무의미해 보이는 것 들이 실제로는 시스템 전체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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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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