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이코노미

경영 2022. 7. 3. 11:05

-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아웃풋 이코노미'부터 살펴보자. 아웃풋 이코노미'란 중간 단계에서는 돈을 벌 수 없고, 완성품인 아웃풋으로만 돈을 버는 구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 음악을 만드는 동안에는 돈을 벌 수 없고, 음악이 완성
된 뒤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 영화를 만드는 동안에는 돈을 벌 수 없고, 영화가 완성 된 뒤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 음식을 만드는 동안에는 돈을 벌 수 없고, 음식이 완성 된 뒤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웃풋이 완성되기 전부터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크리에이터가 1년 정도 소요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자. 이 경우 아웃풋 이코노미에서는 1년 동안 무보수로 일 을 하는 셈이므로 유명하지 않은 크리에이터라면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경제적으로 버티기가 힘들다.
게다가 아웃풋이 잘 팔릴지 안 팔릴지도 불투명하다. 1년이 나 공들여 만들었는데 전혀 돈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 이다. 하지만 프로세스 단계부터 돈을 벌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기간에 걸친 큰 도전을 응원해주는 사람들로부터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아웃풋이 나올 때까지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
둘째,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혼자서 작 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립감을 자주 느낀다. 특히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일하기를 원한다. 만약 프로세스를 보여주거나 라이브 방송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반응을 들을 수 있다면 크리에이터들의 외로움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충성도가 높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최종 아웃풋이 비슷하다면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감정이 이입된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구입하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확률도 높다. 프로세스 단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소비하고 잊어버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응원해주는 팬이 되는 것이다.
- 경영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야마구치 슈는 또 다른 관점에서 욕망하지 않는 세대가 지닌 새로운 가치관을 설명했다. 그는 《뉴타입의 시대에서 앞으로는 '필요한 것'보다 '의미 있는 것' 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필수품처럼 단순히 필 요한 상품이 아니라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이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는 말이다. 다음은 《뉴타입의 시대》에서 인용한 글이다.
편의점 선반은 매우 엄격히 관리되기 때문에 상품을 납품 해 선반에 진열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위나 스테이플러 같은 문구류는 대개 한 종류밖에 진열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고객은 불평하지 않는다. · 그런데 이렇게 상품관리를 엄격히 하는 편의점에 200종류 이상 진열된 상품이 있다. 바로 담배다. 왜일까? 담배는 '도움 이 되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표가 지닌 고유한 특징과 맛은 다른 상품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말보로 를 피우는 사람에게 말보로라는 상표는 대체 불가능하며, 세 븐스타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세븐스타라는 상표는 대체 불 가능하다. 사람마다 브랜드에서 받아들이는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상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 쪽이 더 가치가 높은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 야 마구치 슈가 말했듯이 사용가치를 추구한다면 승자의 의자는 오직 하나뿐이다.
단 하나의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의미 가치에 눈을 돌려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 상품이나 서 비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용가치 혹은 의미가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 한 상품은 금방 도태되고 만다.
그리고 의미가치를 선택한다면 사람들과 프로세스를 공유하 고 상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 이노코 도시유키의 말에 따르면 생존을 위해서는 누가 봐 도 압도적으로 질이 좋은 글로벌 고품질을 추구하거나, 신 뢰할 만한 특정 커뮤니티의 강력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한 로컬 저품질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 중간은 없다.
다만 전자를 선택한다면 막대한 자금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파워 게임에서 이겨야 한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프로세스 와 커뮤니티로 품질의 단점을 보완하고, 그 과정에서 참여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과연 어떤 선택이 바람직할까?
정답은 없다. 기업이나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중 요한 점은 후자를 선택한다면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근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마  4.0'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이론이다.
* 마켓 1.0 = 제품 중심 마케팅 → 기능적 가치 홍보
* 마켓 2.0 = 고객 중심 마케팅 → 차별적 가치 홍보
* 마켓 3.0 = 인간 중심 마케팅 → 참여적 가치 홍보
* 마켓 4.0 = 경험 중심 마케팅 → 공동 작업형 가치 홍보
- 일본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호리에 다 카후미江貴文는 《제로》를 집필할 때 오바마의 연설 방식을 참고 했다고 한다. 그는 '나, 우리, 그리고 지금의 순서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자신의 책에 따와 'Me We Now' 이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서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Me), 공통점을 찾아내서 연대감을 형성한 다음(We),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하는 (Now) 구조로 자신의 스토리를 책에 담아냈다.
- 이제는 '수정'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한다. 정답을 도 출해내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미완의 작품을 일단 대중 앞에 선 보인 다음 그들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받아 끊임없이 고쳐나 는 것이다. 요컨대 '정답주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수정주 의'로 이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프로세스를 보여주지 않고 완벽한 상태의 아웃풋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교육에서 정답주의를 배운 사람의 눈에는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여전히 어색할 수도 있다.
-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끊임없이 수정해가는 쪽이 오히려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는 잘 들어맞는다. 언제라도 중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수정주의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적합한 방법이다.
- 경영이론 중에 효과화Effectuation’라는 용어가 있다. Effectuation 은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다' 혹은 목적과 희망을 달성하다'라는 뜻의 'effectuate'의 명사형 표현으로, 목표를 달성해내는 방법 혹은 요령을 의미한다. '효과화 이론Principles of Effectuation’은 버지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사라스 사라스바티교 수가 뛰어난 성과를 낸 창업가들을 분석하여 발표한 이론인데,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사용해서 어떤 일을 달성하고자 할 때 반 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개념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표설정형 접근 을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영역에서 는 유효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나가는 이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까?
사라스바티 교수는 성공한 창업가 27명을 연구하여 그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며 성과를 내는 원리를 다음과 같은 다 섯 가지로 정리했다.
1. 손 안의 새 Bird-in-Hand: 지금 가진 자원에서부터 시작하라
2. 허용 가능한 실패 Affordable Loss: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을 정해두라
3. 크레이지 퀼트 Crazy Quilt: 협력자를 늘려나가라
4. 레모네이드 Lemonade: 우연을 활용하라
5. 비행기 조종사 Pilot-in-the-Plane: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라
- 새로운 정보를 나만 알고 있겠다는 생각은 이미 틀렸다. 정보 자체에는 더 이상 큰 가치가 없다. 오히려 내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여 동료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아낌없이 공개하는 편이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핵심 정보를 모으는 데 유리하다.
- 로세스를 공유하면 다른 사람이 모방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이든 기능이나 성능은 복제할 수 있어 도 아이디어에 담긴 가치관이나 취향까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취향'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 '무엇'과 '어떻게’는 일정한 기준으로 측정 가능하며 우 열도 가릴 수 있지만 ‘왜’는 그 사람만의 삶의 방식에 따 른 것으로 고유성을 갖는다. 프로세스를 공개하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즉 나만의 철학을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사용자가 넘쳐나는 소셜 미디어 시장은 경쟁이 극심해서 사 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잘 팔리는 물건을 따라 해서라도 대중의 관심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 신만의 고유성은 사라지고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으 로 전락하는 동시에 정보의 바다에 가라앉고 만다. 그러므로 내 안에 있는 '왜'를 공개해서 숫자는 적을지라도 충성도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지지층을 확보해야 한다.
- 와이 콤비네이터에서는 면담 시 지원자들이 가진 기술적 인 능력은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왜’라 는 질문, 즉 지원자들의 중심에 뿌리내린 스토리를 깊게 파고든다.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면담을 거치면서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을 맞는다. “아, 나는 이런 게 하고 싶었구나” 하는 순간이 오면 와이 콤비네이터의 전문가는 그 기회 를 놓치지 않고 “그렇다면 이러한 프레임을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조언해준다. 이렇게 해서 신생 스타트업은 순식간에 이륙 준비를 마친다. 이러한 모습을 공개하면 '아니, 이런 과정으로 저렇게 멋진 비즈니스가 탄생했다고?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더욱 다양한 스타트업이 와이 콤비네이터로 모여든다. 오피스 아워 영상을 참고해서 자문자답하며 사고를 더욱 구체화해서 찾아오는 지원자들도 늘어난다. 그러면 이후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제공하는 면담의 수준은 한층 더 높아진다.
기술적인 능력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하면서 ‘왜’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와이 콤비네이터가 추구하는 가치다. 앞으로도 실리콘 밸리에서는 제2, 제3의 에어비앤비가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다.
-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저서 《에티카》에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자유이며, 자유의 반대는 강제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율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함정에 빠지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주체가 되고, 인생의 방향키를 그들에게 쥐어주게 된다.
팬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프로세스 연출에 힘쓰다 보 면 타자의 시선 안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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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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