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인류

인문 2019. 11. 4. 08:02

- 현대인은 닭이 다른 가축보다 사료를 고기로 전환하는 비용에서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닭고기의 영양 및 관리 개선, 축산전략을 연구하고 생산성이 좋은 닭 품종으로 개량하면서 닭고기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갔음. 그 결과 인류는 닭고기를 역사상 어느시대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됨. 여기에 닭고기 산업 분야에서 닭고기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 데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밝혀지며 그야말로 현대는 닭고기의 시대가 되었다.
-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고 살코기다 대부분인 에뮤 고기는 훌륭한 단백질원이다. 살의 맛은 닭보다 진하고 부드럽기는 닭보다 덜하지만 데이비드슨 자두로 재우면 충분히 부드러워짐. 에뮤가 닭만큼 번식력이 좋고 이동시키기 용이했다면 지금 닭의 자리를 대신했을지도 모름. 하지만 현대에는 아보리진조차 에뮤고기를 먹기 쉽지 않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보리진 식탁에는 일상적으로 구하기 쉽고 저렴한 닭고기가 올라감. 200년 전 유럽인이 들여온 닭은 호주 전역에 번쳐 일상의 식재료가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의 식탁으로 퍼져나감. 아시아, 유럽, 신대륙까지 어디에 살든 우리는 유사한 음식을 먹고 마신다. 불과 100-200여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자기나라 음식만 먹을 수 있었음. 다른 문화의 음식을 먹을 드문 기회가 있던 이들은 무역상, 선교사, 군인, 여행자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현대 사회의 세계화는 인류의 식탁을 닮은 꼴로 뒤바꾸고 있다 미국이든 남아프리카 또는 중국에 살든 비슷한 식재료를 갖고 유사한 레시피로 요리해서 먹는다. 이러한 동질화에 크게 기여한 가축이 바로 닭이다 닭은 전 지구적 확산과정에서 어떤 가축도 하지 못한 동질화의 역할을 수행. 에뮤 고기가 사라지고 닭고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처럼.
- 1억년전 지구에는 수각류로 불리는 공룡무리가 있었다. 이들의 특징은 다른 공룡들과 달리 깃털이 있고, 두발로 날렵하게 뛰어다니며 사냥을 했다. 이수각류 공룡들이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탄생한 종이 바로 조류다. 부리, 깃털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등이 특징인 조류는 1만여종이나 되는데 극소수종은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함. 닭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적색야계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뛰어난 번식력, 생존력, 다루기 적당한 크기 그리고 날아 도망갈 수 없다는 특징 때문에 닭은 인간의 가축이 되었고 이제 그 개체수가 400억 마리에 달함. 이 숫자는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에 모든 가축과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다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수다. 종의 성공여부를 개체수만 갖고 따진다면 닭은 인간을 이용해 세계 곳곳에서 번창할 수 있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그 후손이 닭은 번창하며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음. 지구는 어찌 보면 닭의 행성인 셈이다.
- 클리퍼드 기어츠가 발리 남성의 또 하나의 자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페니스로 수탉을 묘사하기도 했는데, 근본적으로 발리인은 닭을 종교와 결부했다. 지금은 사행성 도박으로 변질됐지만 발리에서는 닭싸움은 본래 종교의식의 하나. 힌두교에서는 닭피로 땅을 씻은 뒤 악령에게 바치면 재앙에서 벗어난다고 가르치는데 닭피를 제물로 바치는 풍속은 동남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으며 중국 서남부 먀오족에서도 그 문화를 찾아볼 수 있음. 이들은 악귀를 쫓기 위해 마을 소유의 북에 닭피를 바르며 마을 잔치아 상례 때도 이같이 함. 주검을 무덤으로 옮길 때는 한 사람이 앞서가며 닭피를 뿌려서 저승길을 연다. 약 4000년 전 인더스 문명의 기록에 따르면 사육 초기에 닭은 식용보다 투계용으로 먼저 퍼졌다고 할 정도로 투계는 전 문명을 통해 보편적으로 나타난 문화임. 우리나라에서도 조상 제사나 상량식 때 닭 피를 사방에 뿌리고, 돌림병이 돌면 문설주에도 바른다. 정초 대문에 닭 그림을 붙이는 우리나라와 중국풍속도 여기에서 왔다. 처음에는 닭 피를 바르다가 점점 죽은 닭을 매달고, 이것이 그림으로 바뀜
- 종교의 음식금기에 대해 마빈 해리스같은 유물론자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다. 힌두교에서 소를 금기하는 것은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그 젖을 짜 농사의 노동력으로 쓰는 것이 낫기 때문. 한편, 중동지역에서 생겨난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은 돼지가 뜨겁고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사육하기도 맞지 않았고 인간과 같은 식량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가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 하지만 문화유물론적 설명은 인간의 상징체계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사람은 그렇게 합리적인 동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종종 스스로가 상상해낸 상징의 그물망 안에서 교류하고 행동함. 힌두교도와 무슬림, 시크교도와 불교도, 기독교인이 한데 뒤섞여 공존해온 인도는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종교사회다. 진정한 종교의 가치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평화에서 출발. 배려는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것. 그리고 인도의 일상 교류에서 이런 배려가 음식에서부터 시작됨. 인도의 힌두교도도 돼지고기를 선호하지 않듯이, 인도의 무슬림도 소고기를 즐겨먹지 않는다. 다른 종교인과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구성원들 사이의 배려의 동기가 작동하는 것이다.
- 닭은 고대 이집트에서 신분 높은 새, 바빌론에서는 왕들의 새로 통함. 닭은 미래를 점치는 고귀한 새이자 새벽을 알리는 파수꾼으로 대접받음. 페르시아와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악마와 마법사에 저항하기 위해 닭이 창조되었다고 믿었고 일본 아마테라 신화에서 닭은 어둠에 빠진 세상에서 태양신을 불러낸 존재였다. 중국 한나라 때 기록을 보면 하늘의 닭, 즉 천계가 해 뜰 때에 울면 천하의 닭들이 모두 따라서 운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닭을 개벽을 예고하는 영물로 묘사. 기독교에서는 닭은 그리스도를 통해 용서 받은 죄인을 상징하기도 함. 성서에서 예수를 세 번이나 부정한 베드로를 깨우친 것도 닭 울음소리였다. 유럽의 종탑 위 장식은 그냥 풍향계의 용도만이 아니라 이런 깨우침을 잊지 말라는 표지라고 할 수 있음. 이렇게 닭은 달걀이나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이 아니라 점을 치거나 투계를 위한 목적으로 키워졌음. 투게는 오늘날과 같이 노름이나 재미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신성한 제의에 가까웠다. 세속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접시에 오르는 고기들은 그냥 고기일 뿐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맛과 영양의 잣대로 평가할 뿐이다. 진정으로 치느님을 모시고자 한다면, 닭이 한때 야생을 뛰어놀던 새였다는 사실을, 오래전 이 새가 인간과 신을 이어주던 영적인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 매운 맛은 가난의 맛이었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한 지방의 서민들은 부족한 밥반찬거리를 고추를 듬뿍 넣어 맵게 조리해 먹음. 신선도가 떨어지는 육류나 해산물의 비린 맛을 감추거나 오래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도 고추를 사용하기도 했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음식이 발달한 중국, 멕시코, 한국의 지방들이 대체로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았떤 빈곤한 지역의 서민들이 즐겨 먹던 메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크 양념의 매운 맛도 그러했다. 저렴한 재료들로 생존을 위한 요리를 해야 했던 노예들의 창의성이 오늘날 세계인을 매혹시킨 저크치킨을 탄생시킨 것. 풍요로움은 종종 창의성의 장애물이 된다. 한 미국인 셰프가 이런 말을 했다. "재료의 풍요로움은 미국 요리사들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던 시기가 있었다. 미국식 요리가 다른 대륙에 비해 단조롭고 지루했던 이유는 좋은 식재료가 차고 넘쳐서였다. 고기, 유제품, 과일, 채소가 지천이나 그냥 고기는 살코기만 가지고 스테이크로 굽고, 채소는 잘 씻어서 드레싱 얹어 신선 샐러드로 먹으면 된다. 힘들게 버려진 고기부위를 활용한 요리를 고미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류를 매혹시킨 요리들이 풍요가 아닌 궁핍함에서 탄생한 것처럼 저크치킨도 그러했다.
- 노예해방이후 흑인은 자신만의 비법이 담긴 프라이드 치킨가게를 열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들의 프라이드치킨은 남부 전역으로 퍼져나감. 닭이 비싸던 시절 흑인은 닭이 귀한 식재료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에 이들은 크리스마스와 같이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프라이드치킨을 요리해 먹음. 그런 전통이 더해져 프라이드 치킨은 수박, 돼지곱창과 함께 흑인의 상징적 음식이 됨. 때로 프라이드치킨은 흑인이 좋아한다는 틀에 박힌 인종차별의 요소로 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서 프라이드치킨의 창시자라는 영광을 빼앗을 수는 없다.
- 1000여개가 넘는다는 전 세계 요리인류의 다양한 닭요리 가운데 어떤 나라를 가도 공통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인 프라이드 치킨. 그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노예제라는 탐욕과 잔혹의 기록을 되짚는 과정이었다. 플랜테이션 노예들이 1년 가운데 고리를 먹어볼 수 있는 날은 얼마 없었다. 그래서 고기를 먹는 날을 아주 신나고 특별한 날이라는 뜻으로 빅타임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고기는 백인들은 먹지 않는 특수부위일 경우가 많았다. 노예 요리사들은 백인이 먹지 않았던 닭날개, 목, 닭발 같은 특수한 부위에 향신료를 듬뿍 바르고 튀김옷을 입힌 뒤 끓는 기름에 통째로 튀겼다. 당시 남부 지역에서 대량생산되었던 라드, 돼지기름을 썼고 향신료는 아프리카 또는 캐리비안 산 진한 향기의 맵고 자극적인 것들을 사용했다. 치킨은 노예제의 아픈 역사를 담은 영혼의 음식, 소울푸드였다.
- 마라는 저리고 매운 맛을 뜻하는데 덥고 습한 기후로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전시킨 쓰촨 지방의 향신료다. 마라에 들어가는 향신료에는 화자오, 육두구, 정향, 팔각, 후추, 고추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시추안페퍼, 화초라고도 불리는 화자오가 혀를 얼얼하게 하는 마라 맛의 핵심이다. 우리 입에 달라붙는 매운 맛과 달리 휘발성 강한 매운 맛이 중독성이 있어 최근 국내에서도 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롱샤 등이 인기를 끌며 돌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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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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