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동굴에서는 수많은 화로의 흔적이 발견되었기에, 이런 증거에 기초해 그들이야말로 최초에 빈번하게 불을 사용한 인류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화로가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즉 난방용인지 조리용인지 또는 짐승의 습격을 막기 위해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음. 또 화로의 흔적이 있어도 그들이 동굴에 정주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음. 그러나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동굴에서 동물의 뼈가 발견되었다는 점. 그 뼈들은 네안데르탈인이 먹은 동굴의 찌꺼기라고 생각되는데, 주로 붉은 사슴, 가젤, 순록, 산토끼 등 중소형 동물이다. 그들은 중소형 동물을 대체 얼마나 먹었을까? 인골에 잔존하는 콜라겐 구성요소인 탄소나 질소의 비율을 측정해 음식물의 구성을 확정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그들의 육식비율을 구했더니 무려 80%에 이르는 높은 수치였다. 이것은 현재 북극권에서 주로 순록고기를 먹고 사는 라프인의 90%에 가깝다. 이렇게 높은 육식 비율이라면 네안데르탈인은 필시 유능한 사냥꾼이었을 것이다. 사실 평균키가 남성 167센티, 여성이 160센티의 건장한 체격이었으며 뇌의 용량은 1450cc였다고 함. 요컨대 현재 일본인보다 크다
- 현생인류가 언제부터 불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능동적으로 사용하려면 나무를 모으거나 보존해야 했을 테고, 불을 계속 피우려면 신중함과 조심성이 필요. 즉 불을 관리하는 데는 우회적 행동이나 연기된 만족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고고학자 카트린 페를레는 불이 이용되는 데 필요한 조건은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정신적 진보라고 말한 것.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조직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불의 관리, 즉 불의 지배는 인간진화의 발전과정과 같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의 지배야말로 인간의 진화를 초래한 것. 이에 대해 하으츠블룸은 '불을 지배하는 능력은 특수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특성의 동시 발전에 따라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 왜 야생동물은 불을 사용한, 즉 요리된 음식을 좋아할까? 그것은 그들이 고에너지 음식물을 직감적으로 인식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 음식물은 대체로 요리를 하면 쓴맛이나 떫은 맛이 줄어들고 단맛이 증가. 즉 맛이 좋아짐. 그뿐 아니라 영장류는 음식물의 다양한 특성, 즉 까칠하고 끈적하고 기름기가 많은 따끈하고 차가운 것에 대해 직감적으로 반응하는 신경회로를 갖고 있다. 인간의 뇌가 그런 능력을 가졌따는 사실은 04년 처음 밝혀졌다. 즉 인류가 영장류와 같은 반응으로 날것보다는 요리된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 고기에 대해 말하자면, 근섬유가 작은 고기가 더 부드럽다. 그래서 닭고기가 소고기보다 부드러운 것. 그러나 고기의 단단한 정도는 변화한다. 도살된 동물의 체내에 있는 글리코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으로 변하고, 그 변성작용의 결과로 고기가 부드러워짐. 며칠 지난 고기는 효소로 단백질의 일부가 파괴되기 때문에 더욱 부드러워 짐. 하지만 고기의 단단한 정도를 가장 잘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요리다. 그것은 고기를 단단하게 하는 결합조직에 열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 하지만 근섬유는 가열하면 딱딱해진다. 그렇다면 요리의 숙달정도가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랭엄은 이렇게 말한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아주 부드러운 음식물을 식사에 도입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종은 소화의 중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엇다. 몸이 해야 하는 일을 불이 대신해 준 것이다."
요컨대 요리는 칼로리의 원천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고, 요리한 것이 날것보다 우수한 이유다
- 불을 제어할 수 있게 되자 필연적 결과로 공동체가 통합되었다. 불을 관리하려면 일을 분담해야 했기 때문. 불이 중심기능을 하게 된 것은 조리에 사용되기 전의 일이고, 조리와는 관계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불에는 조리 외에도 사람들을 모으는 작용, 즉 밝기나 따뜻함이 있으며 유해한 동물이나 육식동물로부터 보호하는 작용이 있는 것이다.
- 불과 음식이 결부되었을 때 공동체 생활에 좋든 싫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중심이 생겨났다. 조리를 통해 음식물의 가치가 높아지자 음식물은 단순한 영양원이 아니었고, 훌륭한 가능성이 새로 열렸다. 식사는 희생의 공유, 친목, 의식의 장이 되고, 불이 가져오는 신비한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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