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IR 활동은 투자자 관리, 공시 업무, 회의체(주주총회, 이사회 등) 관리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내부에 통찰력insight을 제공하는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M&A(기업의 인수합병) 를 비롯한 투자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ESG 경영 활동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IR 활동은 기업 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IR의 R(Relations)에서 알 수 있듯, IR 부서 본연의 업무는 관계에서 비롯 된다. 보통 관계를 말할 때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정하면 이해가 쉽 다. 나는 구성원들에게 철저하게 '을'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얘기한다. 그러 니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집에 놓고 오라고 말한다. IR 업무는 감정 노 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관계의 대상은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 대중, 정부, 고객, 기업, 내부종업원
- 가끔 IR을 왜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한 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표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기업 가치를 제 고하기 위해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물론 IR을 한다고 무조건 기업 가 치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에 IR 부서는 대여섯 개는 있어 야 할 것이다. 결국 기업은 내재 가치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안 되는 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업이 내재 가치를 따라가고, 안 되는 게 안 된다면 IR 부서가 뭐 하러 있냐?"라며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정말 무식한 발언이다.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 모르고 떠벌리는 것이다.
IR은 기업 가치의 변동성을 줄이고, 주가가 경향성을 갖고 안정성 있 게 흘러가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오를 때는 좀 더 많이 오르고, 빠질 때 는 덜 빠지고, 빠져야 할 때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주는 게 IR 활동이다.
- IR 부서는 기업 조직도에서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조직을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 조직 산하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IR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서로 공유할 수 있 는 목표가 다르다. 대부분의 IR 부서는 커뮤니케이션 조직, CFO 산하, 그 리고 기획이나 관리 부서 산하에 들어가 있다.
IR 부서를 어디에 두느냐는 기업이 IR을 홍보의 관점에서 보느냐, 재무적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사안인데, CFO 산하에 두는 것이 원칙이다. 공시 책임자가 CFO이기 때문이다. 기업설명회를 가더라도 가장 빛나는 임원은 CEO와 CFO 다. 공시 책임자 산하에 공시 담당자가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커뮤니케이션 조직에 두는 건 좀 고민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홍보, IR, 대외협력 등 조직의 특성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IR을 홍보와 비 슷하게 보는 건 좀 위험한 생각이다. 정보의 양과 수준, 지켜야 할 법의 테두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홍보 부서에 얘기해도 IR 부서에 얘기하 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 부서장이 이걸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간혹 재경 부서나 관리 부서 산하에 두는 기업도 있다. 그 부서들이 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도를 봐서는 IR 부서와 상관없어 보인다. 그래서 재경 부서 출신이 IR 부서장으로 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보고서의 수가 적은 것은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IR 부서의 노력에 대한 흔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전략을 세워 보고서가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시가 총액이나 수익성이 낮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정보가 적은 게 이유라면, 기업의 동향을 시장과 공유할 필 요가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IR 활동을 위해서는 기업 보고서와 뉴스가 필요하다. 증권 사가 적정 주가를 발표하면,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보충한다. 따 라서 여기까지 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애널리스트를 우군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주가를 뻥튀기해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들이 좋아하는 걸 알고 그것을 해주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과 같다.
첫째, 자료를 많이 줘야 한다. 물론 이것이 공정공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적인 제공이어서도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전망 기관의 데이터를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데이터에 대한 욕 심이 많다. 그래야 자료가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자료는 애널리스트가 좋아하는 양식으로 줘라. 요즘에는 공시를 통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그리고 기관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을 통해 실적에 대한 브리핑을 한다. 그런데 만약 이때 제공해주는 자료가 명료하지 않다면 어떨까? 서로가 불편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을 부문별로 나누지 않았다고 하자 애널리스트들은 분명 이것을 구분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당기순이익 영업외 손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자. 그러면 그것을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질문할 것이다. 당신은 왜 이것들을 정리하지 않았나? 그건 당신이 귀찮 았거나, IR 활동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셋째, 미래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정공시를 잘 이용해야 한다. 공시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당장은 이렇지만, 몇 년 후엔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이라고 분 명히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모든 기업은 설립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계속 과거의 설립 형태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기업은 생물처럼 생존을 위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정체성을 명확하 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 앞서 얘기했듯 IR 담당자는 수년간 실적 악화가 뻔히 보이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 아닌가? 기업의 비전을 챙기고, 그것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만들 어 시장의 평가를 받아라. 그것은 미래의 주가가 될 것이다. IR 담당자의 목표는 주가를 올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이다. 기 업의 비전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들을 설득하라
그러나 비전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뒷받침할 만한 계획과 투자가 필요 하다. 투자 없이 말만 한다면 그건 비전이 아니다. 거짓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브랜드 가치라는 것도 있다. 유무형의 모든 가치는 기업의 주가에 녹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무형 자산 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는 주가가 모든 걸 대변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 IR 담당자는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파악해 야 한다. 그리고 향후 실적이 어떨지, 평균 목표 주가가 얼마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추정의 근거다. 따라서 증권사의 기업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잘못된 게 있다면 미팅을 통 해 바로잡아야 한다. 근거 자료는 내부 자료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객관 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자료, 공표된 자료를 중심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걸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잘못된 자료를 바로잡기 위해 내부 자료를 공개하면 안 된다. 이건 오 히려 정보의 비대칭성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역할은 기업 보고서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실적 발표는 단기적인 보고도 있고, 한 해를 마감하는 정기공시도 있다. 물론 인수합병과 같은 특별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1년에 분기, 반기처럼 정기적인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과 소 통하고 있다.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가급적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분기에 실적이 왜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가급적 상세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이 이번 분기에 큰 이벤트가 발생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번 분기 실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럴 때 큰 고민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상세하게 말해야 한다는 의미는 구구절절 다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 니다. 시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 적인 IR 활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우리의 의도 대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 실적 발표 이후에는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독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은 1년에 얼마나 투자자를 만나는가? IR 관련 통계를 보면, 연간 투자자 미팅 건수 188회, 로드쇼 6.9회, 인베스터데이 0.7회, 현장 방문 3.8회, 투 자자 컨퍼런스 7.4회가 평균적이라고 한다.' 아시아 지역의 기업은 로드 쇼(5.4회)보다 현장 방문 (6.6회)이 많은 편으로 조사되었다. 기존에 확보하 고 있는 소통 채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잘 알려진 건 각종 설명회일 것이다. 잠정 실적 발표는 공시와 컨 퍼런스콜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의 설명회다. 요즘엔 기업이 증권사를 선정하면 이들이 자산운 용사 등 기관투자자와의 미팅 일정을 확보해준다. 만남에 대한 편의도 제공해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다.
- IR 부서의 영역이 확장되는 이 시점에 당신이 IRO를 맡고 있다면 지 금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외부의 변화에 가장 민 감해야 하고, 그것을 경영진에게 전달해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IR 업무만 고집한다면 당신은 수많은 기회를 놓칠뿐더러 거대한 시장의 흐름과도 멀어질 수밖 에 없다.
IR 부서의 기능이 기존의 주식 업무에서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이 부 서가 주식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의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 은 말 그대로 돈이 움직이는 곳이다. 그래서 기업의 변화 가능성에 민감 하다. 어떤 기업의 산업이 더 이상 재기불능 상태라면, 그 기업이 다시 살 아날 수 있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관심사일 것이다.
- 이런 시장의 요구는 사실 IR 부서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도대체 시장이 우리에게 뭘 요구하는 겁니까?"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나름대로 냉정한 분석과 답을 내놓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IR 담당자들은 공시 주가 관리를 위한 시장 소통, 주주 관리 외에 좀 더 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을 챙길 필요가 있다. 시장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경영진에게 제시하라. 기업내에서 IRO에 대한 힘이 좀 더 실린다면, IR 기능에 신사 업 개발 검토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신규 사업이나 인수합병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 등인데, 능력 있는 인력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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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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