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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저자
다니엘 튜더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3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불가능의 기적을 이룬 나라 아직도 불가능한 희생을 요구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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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치적 중립이 성립될 수 없었음. 이승만과 박정희는 실제 자본주의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한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았고, 그 밖의 다른 요소는 모두 체제 전복적인 것으로 간주. 50년대 이승만의 최대 정적이었던 조봉암은 "우리는 자본주의 독재나 공산주의 독재 모두를 원치 않는다"라고 선언하며, 유럽식 사민주의를 내세워 큰 인기를 얻음. 물론 그에 동의하지 않았던 이승만은 반란혐의를 씌워 59년 조봉암을 처형. 이 시대의 경험은 아직도 60대와 그 이상 연령층에게 깊게 각인돼,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사고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음. 60대 이상 사람들에게 햇볕정책은 복잡한 상황에서 펼치는 전략적 접근법이라기보다는 그냥 친공산주의 정책일 뿐. 예컨대 김대중이 도입한 소액주주 권리보호안처럼 재벌회장의 힘을 줄이고자 하는 정책은 극좌라는 비판을 받곤 함. 소액주주의 권리보장은 진정한 자본주의의 초석이라는 점에서, 이런 비판에는 역설적 구석이 있음.
- 한국에서 극좌로 간주되곤 하는 정치집단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극우의 요소로 평가되는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기 때문에,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일수임. 친미적이고 반북적인 성향 외에도 이승만, 박정희 정권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협력했던 이들에게 관용적 입장을 취하곤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음. 이승만은 일제강점기에 치안을 담당했던 친일 협력자들을 대거 받아들여 같은 일을 시키고 예전과 비슷한 직급을 유지시켜줌. 65년 박정희가 일본으로부터 소프트론 및 차관형식으로 미화 8백만 달러를 받는 대가로 추진한 한일국교 정상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음. 심지어 훗날 대통령이 된 당시의 20대 초반의 이명박 또한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다가 3개월간 투옥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음. 이러한 친미적 경향과 친일잔재에 맞서고자, 한국의 좌파세력은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정치사상을 발전시키게 됨. 좌파는 민족과 같은 단어를 적극적으로 차용했고, 심지어 한 좌파성향의 신문은 이름이 민족일보였음. 오늘날 주요 좌파 언론인 한겨레는 하나의 민족 혹은 하나의 인민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음. 반대로 우파는 국가라는 단어를 지지했는데, 그것은 한반도의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같은 민족을 배제한 한국만을 지칭하는 것이었음.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좌파와 우파는 세금이나 복지에 대한 지출 등 상대적으로 평범한 문제를 두고 갈등. 하지만 한국에서의 정치적 갈등은 역사, 민족적 정체성, 분단 현실 그 자체에 기원을 두고 있음. 이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합을 훨씬 어렵게 만듬.
- 평평하게 잘 다져진 시험이라는 경기장, 교육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 가난에서 탈출하고픈 개인들의 욕망이 서로 어우러져 가장 좋은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질 수 없다는 자연적 제약조건가 만난 결과, 개인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음. 공무원, 법조계, 의료계, 잘나가는 대기업 등에 일자리를 얻으면 가난에서 탈출하고 가족들에게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그런 자리는 특히 전쟁에서 갓 회복중이던 한국경제 수준에서 대단히 드물었음. 그러므로 우선 학교에서, 직업을 얻기 위한 전문적 시험에서, 최종적으로는 직장에서 남을 앞지르는 것은 필수적 요인이 됨. 젊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녀를 낳으면 그들은 자신들의 아들딸에게 같은 가치관을 주입시킴. 그러므로 더이상 한국이 가난에서 탈출해야만 하는 나라가 아님에도 이러한 경쟁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별로 놀랄일이 아님. 전형적 한국 어머니라면 같은 반에 100점을 받는 아이가 다섯 명 있는 경우, 자녀가 99점을 받아왔을 때 결코 만족할 수 없음.
- 중국이나 유럽같은 나라에서라면 오래된 것이 용납됨. 한국사람들도 다른 나라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금성이나 베니스같이 오래된 곳을 즐겨 찾음. 그러나 한국이라는 맥락안에서는 오래된 것이 용납되지 않고, 이는 부정적 어조로 거론되기 일쑤임. 오래됐다는 건 지금처럼 살기좋은 시절이 아니었던 과거를 상기시킴. 심지어 뭔가 오래되었다는 말이 모종의 부끄러움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것임.
- 한국정부는 세계적 규모의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을 열성적으로 지원했고, 서울시청은 가수 비 같은 한류스타들을 홍보대사로 위촉.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매년 한국 전통문화 홍보예산은 2%정도씩 늘렸지만, 케이팝 관련 예산은 12%정도 늘렸다"고 했음. 이 같은 몰아주기식 지원은 박정희 시대 이후 한국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철학을 반영. 과거에 박대통령이 삼성이나 현대에 그렇게 했듯이, 우리 나라 대표선수가 될 만한 무언가를 선택해 다른 누군가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며 지원하는 방식. 이 경우 SM같은 회사가 이득을 봄.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자사를 홍보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아이돌 그룹을 홍보대사로 고용하기도 했음. 이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지하철 승객의 돈이 공기업이란 매개를 통해 연예기획사의 호주머니로 꽂힌 부의 이전이라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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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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