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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몰락

경제 2015. 11. 20. 14:30

- 18세기 전반에 활동한 리샤르 캉티용과 20세기에 활동한 레닌, 그리고 케인스는 모두 인플레이션이 저축과 자본과 경제성장을 몰래 갉아먹는 파괴자라는 것에 생각을 같이 했다. 인플레이션은 아무도 모르게 시작돼,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기반을 확고히 한다. 인식에 있어서 이와 같은 시간차는 중앙은행들에게 중요한 것으로 화폐착각이라고 한다. 이는 실제 부가 창출되고 있다는 인식을 나타내는 말로, 여기서 케인스 학파의 야성적 충동이 탄생. 나중에 은행가와 영악한 투자자들이 부를 채가고, 저축과  연금, 생명보험이 평가절하되고 나서야 일반시민들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60년대와 70년대은 화폐착각을 연구하기에 좋은 본보기다. 60년부터 65년까지 미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1.24%였다. 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대규모 지출을 감행하자 예산적자가 발생했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전쟁을 확대함과 동시엥 위대한 사회를 추진하는 등 군사-민생이 양립하는 정책을 펼쳤다. 연준은 이 지출을 받아들였고 72년 닉슨의 재선 때까지 이 기조는 계속됨. 처음에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발생했다. 66년 2.9%였던 인플레이션이 67년 3.1%가 됨. 이후 인플레이션은 통제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70년 5.7%에 달하고, 결국 80년 13.5%로 정점을 찍음. 그리고 86년까지도 60년대 초반 일반적이었던 1.9% 수준을 회복하지 못함. 60년대와 70년대가 준 두가지 교훈은 오늘날에도 매우 유효. 먼저 인플레이션은 일반 대중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상당한 가속도가 붙는다는 점. 9년의 인플레이션 주기는 지난 74년에 와서야 주요 정치적 이슈이자 중요한 공공정책 대상이 됨. 가속도와 인식간의 시간차는 화폐착각의 핵심이다. 다음으로 일단 인플레이션을 감지하게 되면 제자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베트남 전쟁 시절에 일반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에 관심을 갖기 까지는 9년이 소요되었고, 기대치를 다시 고정시키는 데 추가적으로 11년이 걸림.
- 27년부터 33년 이후 미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은 디플레에 대한 기억이 없음. 미국은 연준이 화폐를 대규모로 발행하였음에도 09년부터 13년까지 심각한 디플레를 겪었다. 미국 경제에 드리운 디플레 기조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저 잠시 덮었을 뿐이다. 디플레는 여러 면에서 연준에게 최악의 악몽이다. 디플레에서 얻는 실질적 이등게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다. 만약 학교 경영자가 1년에 10만불을 벌었는데 물가는 변동이 없고 소득이 5% 올랐다면 세전 생활수준은 실제로 5000불 인상되었지만 정부가 증가분에 세금을 매겨 개인에게 남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소득은 변동 없는데 물가가 5% 떨어졌다면 생활수준은 5000불이 증가한 셈이지만 정부는 인상분에 대해 과세하지 못함. 인상분이 임금인상이 아닌 물가하락에서 생겼기 때문. 디플레는 정부부채의 실질가치를 높여 상환을 더 어렵게 만듬. 디플레가 역전되지 않는다면 국가부채 상환은 완전히 불가능. 하지만 인플레로 인해 디폴트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디플레이션은 명목 GDP성장을 늦추고 적자예산으로 매년 명목부채가 증가. 미국은 GDP대비 부채율이 증가해 그리스와 같은 경로를 밟게 되고 국가부채 위기를 겪게 됨. 또 디플레는 민간부채의 실질가치를 증가시켜 채무불이행과 은행파산으로 이어짐. 이 손실은 은행에게 고스란히 전달되 은행위기를 촉발. 연준의 주된 업무는 은행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것인데, 디플레는 은행의 지불능력을 위협하는 악성부채를 생산하므로 연준으로서는 피해야 할 대상.
- 금융전쟁의 목적은 적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타겟 지역에서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적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있음. 포트폴리오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금융공격과 아무 상관없음. 만야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사이 재정파탄으로 붕괴나 마비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잇다면 비록 막대한 대가를 치른다 할지라도 금융전쟁은 성공한 것으로 여겨짐. 모든 전쟁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 또 많은 전쟁은 워낙 파괴력이 커서 복구하는 데 수년 혹은 수십년이 걸림.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거나 고비용에 비해 이득이 없으므로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일단 계산을 해보자. 만약 중국이 미국과 금융전쟁을 벌여 외환보유액의 가치가 25% 하락했다면 중국 입장에서 7500억 불의 손해를 본 셈. 이는 미국이 현재 구상중인 항모부대에 해다하는 최신식 포드급 항모 12척을 구비하는 데 드는 금액. 항모를 구축하는 데 일단 4000억불, 함대를 운영하고 정비하며 기타 필요한 유지비용을 모두 계산에 넣었다. 구축함, 잠수함, 기타 지원선박을 포함한 항모 확보에 필요한 비용은 육군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과 비슷. 또 함대를 조종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니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 간단히 말해 미국과 금융전쟁을 벌이는데 드는 비용은 아마 해상전이나 공중전에 드는 비용보다 더 크지 않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훨씬 클 것이다. 중국은 최신식 항모로 구성된 함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돈과 컴퓨터가 있다. 이제 중국만의 전장을 선택해야 한다. 중국은 금융전쟁이 발생하면 종이자산을 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산동결이나 평가절하로부터 자산가치를 보유하려 할 것. 현재 이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음. 중국이 대량의 금괴를 매입함으로써 금융의 취약성은 축소되고 포트폴리오상 손실은 금융전쟁에 사용될 군비지출로 서로 상각됨. 세계최대 금 매입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보면 중국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음.
- 미 재무부와 연준의 관점으로는 시간차 효과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단기적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공격이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금융전쟁에서 포트폴리오상의 어떤 손실을 입었을지라도 평화회담이나 협상타결을 통해 순식간에 손실분을 다시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모든 환경이 정상화되면 계정압류가 풀리고 시장손실은 이득으로 전환될 수 있음. 한편 타이완이나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지정학적 입지가 공고해진다면 이 싸움에서 가장 고통을 받을 대상은 바로 미국경제이며 회복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임
- 시스템에 들아간 사람은 .... 체스판의 말을 배열하듯이 사회전체의 각기 다른 구성원들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사회라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각각의 말이 자신만의 행동원칙을 지닌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애덤스미스, 도덕감정론)
- 미적분을 하여 얻은 데이터는 단일한 사고를 갖는 전체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단일한 사고만이 존재한다면 함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 단일한 사고에 빠져있는 사회란 없다. (하이에크)
- 어떤 통계적 규칙은 통제하기 위해 가해진 압박을 없애려는 경향이 있다. (굿하트의 법칙)
-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종종 하향식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데서 나옴. 1917년 러시아 공산당은 제정러시아와 황제가 문제였다. 49년 중국 공산당은 지방의 부패와 열강의 제국주의가 문제였다. 오늘날 중앙은행의 정책결정자들은 디플레와 낮은 명목성장률이 문제다. 이런 문제가 실제로 존재해도 하향색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자만심과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환상에 불과하다. 20세기 러시아와 중국은 마르크스 주의와 총의 오만에 천착했다. 오늘날 중앙은행장들은 케인스 이론과 박사학위의 오만에 빠져있다. 마르크스 주의나 케인스 이론 모두 개개인이 필요에 따라 해결책을 찾고 복잡한 선진경제에 드리워진 안개를 스스로 헤치고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음. 대신에 중앙은행의 조작과 통제를 의식한 개개인은 자신의 경제활동을 자제하거나 중앙은행의 시장조작 타겟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작은 기업들에게 눈을 돌리게 됨.
- 시장 참여자는 혼란 속에서 어림짐작하며 연준 이사회보다 한 수 앞서 생각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최근들어 이른바 시장은 연준이 다음 정책을 공표하기 전에 미리 거래하거나 고집스러울 정도로 일관된 정책에 편승하는 장소가 되었다. 08년 이후 시장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보다 부를 추출해내는 곳으로 바뀜. 이제 시장은 더이상 진정한 의미의 시장기능을 수행하지 않음. 오늘날 시장에서는 학계의 죽은 손과 금리생활자가 상인이나 기업가의 보이지 않는 손을 대신한다. 이런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정채결정자가 권한 밖의 독특한 특성을 지닌 요소들로 구성된 시스템을 겨냥해 정책을 입안할 수 없다고 지적. 이는 마트료시카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인형으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까면 깔수록 그 안에 또 다른 인형이 들어있다. 첫번째 인형의 모습을 드러내야 그 다음 독특한 모양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계속된다. 차이가 있다면 마트료시카 인형은 개수가 정해져 있지만 현대경제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고 상호작용적이며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 애덤 스미스의 저서가 출판된지 약 200년이 지난 45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고전적인 작품 지식의 활용에서 같은 주제를 논의했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애덤 스미스가 개개인에 중점을 두었다면 하이에크는 정보를 강조. 컴퓨터 시대 초창기에 대한 생각을 반영했기 때문. 당시에는 방정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 경제학을 이끌었다. 물론 하이에크는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시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쓴 정보가 궁극적으로 개개인이 다양한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복잡한 경제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끈다고 생각. 어떤 관련 모델이 만들어진다 해도 개인이나 위원회,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경제질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에크는 다음과 같이 기술. "우리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적 지식은 하나로 농축되고 통합된 형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객체가 소유한 불완전하고 모순된 지식의 분산된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합리적 경제질서에서 기이한 특성을 보이는 문제가 나타난다. 간단히 말해서 어느 누구도 소유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지식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다."
- 찰스 굿하트는 75년 호주중앙은행에서 출판된 논문에서 처음으로 굿하트의 법칙을 언급. 경제지표가 정책의 목표가 되면 경제지표는 지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하지만 오리지널 버전에는 통제목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훨씬 더 예리함. 굿하트의 법칙에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시장중재나 시장조작뿐만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취한 하향식 노력까지 모두 포함됨. 애덤 스미스, 하이에크와 굿하트 모두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차선책도 될 수 없다고, 즉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 결론은 좀더 최근의 계산복잡도 이론과 맥을 같이 함. 이 이론은 계산과제를 데이터, 계산단계, 프로세싱 능력, 이 세가지로 측정된 난이도로 구분.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간주되는 문제 등을 구분하는 데도 규칙이 있다. 이를테면 데이터가 지나치게 방대한 경우, 프로세싱 단계가 무한히 반복되는 경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계산능력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 세가지 모두 해당되는 경우 등 원인은 매우 다양. 스미스, 하이에크와 굿하트는 모두 경제분야에서 인간행위가 다양하고 또 상황에 대한 적응이 빠르기 때문에 계산과정에서 사람이나 기계의 능력을 넘어선 복잡한 양태가 출현한다고 지적. 이 말은 경제시스템이 최적성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최적성은 경제적 복잡성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인지 중앙은행 정책에 따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 오늘날 중앙은행, 특히 미 연준은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의 전철을 밟고 있다. 소득불평등, 사회불안, 공권력과의 대립 등을 통해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폭력적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 중국에서 달러를 투자해 얻은 경제적 산출물은 달러의 본래가치보다 낮아 한계수익이 감소한다. 앞으로 몇년간 중국이 지금의 GDP성장률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소비와 투자의 균형문제가 아니다. 가계가 소비를 미루고 투자를 해야 나중에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 발전모델이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 투자패턴은 건전한 투자모델의 역기능으로 보임. 중국의 과오투자는 자중손실(경쟁의 제한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에 따라 발생하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상실)로 결국 소비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자산을 갉아먹고 있다.
- 예금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으므로 국영기업의 대출금리 또한 시장금리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었고, 가계는 과오투자의 비용을 대신 감당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가계자산이 대규모 사업으로 이전되었다. IMF는 이 규모가 GDP의 4%로 연간 300억불에 달할 것으로 추산.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극단적 소득불균형이 발생. 결과적으로 중국경제는 피드백루프에 빠지게 된다. 중국 엘리트는 효율이 낮음에도 더 많은 투자를 고집한다. 반면 투자를 고집하는 엘리트에게로 자산이전이 발생해 가계소득은 감소. 만약 GDP에서 과오투자 부분을 제거한다면 중국경제의 성장신화는 이미 힘을 잃을 것이다.
- 61년 로버트 먼델 교수는 '최적통화지역 이론'에서 단일통화지역의 중요성을 강조. "많은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율은 중앙에서 적자국의 실업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중앙은행이 부채조정부담을 흑자국에게 떠맡기는 것에 동의한다면 실업문제는 해결가능할 것이다. 그 후에는 적자국의 실업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플레는 계속될 것이다. 단일 통화지역은 회원국 사이의 실업률과 인플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한다." 유로화 탄생 40년 전의 논문이지만 현재 유로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역조건이 주변국에는 불리하고 독일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면, 주변국은 실업을 겪거나 독일이 인플레를 겪을 것이다. 혹은 이 두가지 상황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독일이 간접적으로 ECB를 통제하고 인프레를 용인할 생각이 없는한, 주변국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 그렇지만 먼델교수는 이런 딜레마의 해결책으로 자본과 노동이 국경을 벗어나 이동할 것을 제안. 만약 독일 자본이 스페인으로 이동하여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게 되거나, 스페인 노동자가 독일로 이동하여 유형고정자산 형태의 풍부한 자본을 이요할 수 있게 되면, 인플레 걱정없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게 됨. EU에서 이런 내용의 지침을 내리고 유로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크게 증가. 그런데 유럽은 다른 선진국에 뒤처지게 되었다. 국민간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 때문이었다. EU내 노동이동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취해지고 성장전망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졌다.
- 화폐는 담보물로서 금과 같은 어음형태의 부채였다. 간단하게 담보로 금을 매입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FED는 투자자들이 이와 관련짓지 않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던 투자자는 바로 워렌 버핏이었다. 버핏은 나중에 밝혀진 것처럼 금이 아니라 경질자산으로 움직였다. 08년 발생한 공황으로 시장이 매각의 늪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던 09년 11월, 버핏은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타페 전부를 인수. 버핏은 이번 인수를 국가에 베팅했다고 표현. 철도는 전형적 경질자산이다. 철도에는 통행권, 채굴권, 철로, 스위치, 신호, 사업장, 열차 등 다양한 경질자산이 포함된다. 철도는 밀, 철강, 광물, 그리고 소와 같은 또 다른 경질자산을 운반함으로써 돈을 번다. 철도는 경질자산을 움직이는 경질자산인 것이다. 버핏은 벌링턴 노던 산타페의 주식전부를 인수함으로써 공모시장에서 사모시장으로 효과적으로 전환. 이는 금융충격으로 주식거래가 중단된다 해도 유동성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버핏의 자산에는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 버핏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로 충격에 빠질 것이다. 버핏의 투자는 증권거래소 폐쇄상황에 대비해 종이화폐에서 경질자산으로 갈아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는 국가에 투자한 것으로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대비책으로 볼 수 있다. 철도 지분 전체를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투자는 금을 매입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금을 폄하하는 것으로 알려진 버핏은 경질자산 투자의 대가다. 거부가 나섰다면 말보다는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다. 종이화폐는 후자인 최고의 경질자산인 금을 담보로 한 계약이다.
- 카르멘 라인하르트와 벨렌 스브랜시아는 11년 논문에서 금융개입 이론을 국가부채 청산이라고 명쾌하게 설명. 금융개입의 핵심은 법과 정책을 이용해 금리가 인플레이션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전략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될 수 있다. 50년대와 60년대에 이 전략은 은행이 예금에 공시된 금액 이상을 지불하는 것을 간주하는 은행규제를 통해 실행되었다. 그동안 FED는 은행 예금금리보다 살짝 높은 약인플레이션을 조정해 예금을 갉아먹었다. 예금자들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시행됨. 게다가 금융시장 계정과 401(k)가 생기기 전이어서 예금자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아직도 29년 주식시장 붕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고 투자자 대부분은 주식투자를 투기행위로 생각한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자산을 보존하는 가장 기본적 방법이다. FED가 너무 급하게 혹은 너무 드러내놓고 돈을 훔쳐가지만 않는다면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오랜기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유지하자 부채율에 경이로운 변화가 발생했다. 금융개입이 이루어졌던 황금기에 국가부채는 45년 GDP대비 100%에서 70년대 초 30% 미만으로 감소. 60년대 말 금융개입의 시대가 막을 내리자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짐. 예금자에게서 자산을 훔쳐가는 것도 어려워졌다. 70년대에 메릴린치가 고수익의 MMF를 개발하자 다른 곳들도 따라함. 피델리티와 같은 뮤추얼 펀드 운용사들은 주식소유를 간편하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금융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은행에 등을 돌리고 위험자산의 새로운 분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날 FED는 50년대 방식의 은행금리규제나 예금자 속박 등의 방법을 쓰지 않고 금리를 낮추기 위해 어떤 식으로 금융에 개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 FED의 목표는 50년대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금리인상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전략은 훨씬 발전해 화폐를 발행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낮추었다. 발행한 돈으로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FED에게 화폐발행과 채권매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것이 바로 양적완화다. 08년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시행되어 12년 말까지 2조달러 이상의 돈이 새로 발행됨. 14년 초에는 새로 발행된 돈이 연간 1조달러 수준을 넘어섬. 초과지급준비금으로 은행에 예치된 돈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못한다. 소비자나 기업이 발행된 돈을 빌히고 지출할 때에만 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FED입장에서 소비자가 대출을 받고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중요한 부분임. FED는 소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사용. 채찍은 인플레이션 쇼크로,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 인상되기 전에 소비를 서두르도록 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당근으로 주어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 FED는 채권구매력을 사용해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시중은행의 명목금리도 묶어둘 것이다. 당근과 채찍이 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율이 적어도 3% 이상이 되어야 함. 그래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어 소비를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됨. 대출과 지출의 강력한 유인책은 명목 GDP가 역사적 추세에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하도록 계획되었다. FED는 시간이 흘러 자발적 성장이 생기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정책이 바뀌어 실질성장이 가속화되고 명목 GDP가 실질 GDP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FED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으뜨리려고 했다. 은행은 FED로부터 제로 단기금리로 돈을 빌려 좀더 높은 수준의 장기금리로 빌려줘 상당한 수익을 남겼다. 그렇지만 은행은 모기지나 기업부채 같은 장기자산에 묶여 있는데, 단기금리가 급등하면 손실 발생 가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ED는 선제안내를 도입. 요컨대 FED가 은행에게 앞으로 단기금리 인상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 차입형 대출자이자 사실상 은행으로서 IMF의 역할은 이제 제도화됨. IMF는 쿼터를 기반으로 한 가교채권자에서 연준처럼 차입형 최종대부자로 변신. IMF의 차입 및 대출능력에 대해서는 일반인은 몰라도 경제전문가들에게는 잘 알려짐. 하지만 전문가들조차도 IMF의 가장 강력한 힘, 즉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혼란스러워함. 사실상 IMF 세계통화인 SDR이라는 이름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더 혼란을 준다. IMF의 인쇄기는 세계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때 사용하기 위해 늘 준비중이다. 이는 달러의 종말을 조종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임.
- 일반적으로 화폐는 가치보장, 회계단위, 교환매개체 등 세가지 특성을 지님. 바로 이때문에 SDR은 화폐로서 기능하게 됨. IMF스스로도 SDR은 회계단위로 사용되며 지정된 보유자끼리 거래에서 교환매개체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화폐의 세가지 특성을 모두 충분히 만족시킴. 현재 유통중인 SDR의 양은 달러나 유로와 같은 국가통화나 지역통화에 비해 극소수. SDR은 IMF 회원국과 일부 공식기구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IMF내에 설치된 SDR계정을 통해 이뤄짐. 게다가 SDR은 아마도 절대 은행어음의 형태로 발행되지 않을 것이며 전 세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도 없을 것임. SDR사용이 제한된다고 해서 SDR이 엘리트가 관리하는 국제통화라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사실상 그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SDR을 만드는 역할이 더 강화됨. SDR은 IMF 회원국에게 대량으로 발행될 수 있고 앞으로 국제수지, 유가를 비롯하여 엑슨모빌, 도요타, 로열 저치 셸 등 글로벌 기업의 회계 등 중요 거래에서 사용될 수 있다. 대규모 SDR발행으로 인플레가 발생한다 해도 일반인이 바로 체감하지는 못할 것. 달러, 엔화, 유로화로 거래되는 유가나 식품가격의 상승하겠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때문이 아니라며 비난의 화살을 IMF로 돌릴 것이다. 하지만 IMF는 선거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고 자생하는 초국가적 기구이기 때문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것임.
- SDR은 출범이후 IMF 회원국에 네차례 발행됨. 첫번째는 70년부터 72년까지 93억 SDR을 발행. 두번째는 79년부터 81년까지 121억 SDR을 발행. 81년 이후 09년까지 30년간은 발행되지 않음. 폴 볼커와 레이건이 시행한 강달러 정책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수장인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까지 이어짐. 그후 09년 금융위기의 파도속에서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IMF는 8얼 28일 1612억 SDR을 발행했고, 9월 9일 215억 SDR을 발행. SDR출범 이후 발행 누적액은 2041억 SDR로 달러로 환산하면 3000억 달러가 넘는다. 역사를 통해 SDR 발행시기와 달러 신뢰도 하락시기는 일치함을 알 수 있음. 달러가 강세인지 약세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연준의 달러지수를 확인하는 것. FED는 73년 1월부터 달러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지수상에서 액면가격은 100.00으로 발행되었다. 그런데 당시에 달러가치는 금대비 20% 하락. FED의 달러지수가 77년 3월 94.2780에서 78년 10월 84.1326으로 19개월만에 11포인트 떨어지자, IMF는 바로 79년부터 81년까지 SDR을 두번째로 발행. 발행 이후 달러는 제자리를 찾았고 달러지수도 82년 103.2159를 기록. 이후 강달러 시대가 시작됨. 08년 4월 달러지수가 78년 수준인 84.1730까지 떨어지자 08년 8월 세번째, 네번째 SDR이 발행됨. 달러지수 하락과 SDR 발행사이의 1년여 시간동안 IMF는 신규발행을 위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 80년대 SDR발행이후 강달러 시대가 열렸던 것과 달리 09년 대규모 발행 이후에도 달러는 강세를 띠지 못함. 실제로 11년 7월 달러지수는 최저치인 80.5178포인트를 기록했고, 같은 해 9월 금은 최고치인 1895달러를 기록. 11년과 82년의 차이라면 폴 볼커가 강달러 정책을 취한 반면 FED와 재무부는 약달러 정책을 추구했다는 점. 그럼에도 09년 SDR 발행으로 08년 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 12년 말 마리오 드라키 ECB 총재가 무슨 조치든 취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후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안정화되면서 시장은 잠잠해짐. 12년 세계가 유동성을 확보하자 SDR은 국제 유동성 위기가 다시 찾아올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몸을 감추었다.
- 사실상 잘 설계된 금본위제는 정치적 의지가 확고하고 반인플레이션 규칙만 준수한다면 잘 운영될 수 있다. 창의력, 기업가정신, 노동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금본위제는 이상적 통화시스템임. 반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내부정보, 시장조작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를 뽑아내려는 사람에게 금본위제는 인기가 없다. 금과 명목화폐에 대한 논쟁은 실제로 기업가와 금리생활자 간의 논쟁이다.
- 새로운 금본위제는 시행조건과 설계방식의 선택에 따라 효과적이고 다양한 설계가 가능. 1870~1914년 실시한 고전적 금본위제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물가가 안정되고 실질성장률이 높은 위대한 발명의 시기와 맞물렸다. 이와 달리 22~39년의 금환본위제는 실패했으며 대공항의 원인을 제공. 44~71년의 달러-금본위제는 주요 후원자인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폐기되기 전까지 20년간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과거 150년 동안 출현한 세가지 제도는 다양한 형태의 금본위제가 가능하며 성공여부가 금 자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와 게임의 규칙을 따르겠다는 참여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줌. 신금본위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금본위제가 결코 뒤떨어진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함. 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중앙은행들이 금태환을 하지 못하도록 금태환 중단을 선언하면서 브레턴우즈 시스템도 막을 내렸지만 금본위제가 바로 폐기되지는 않았다. 반면 71년 12월 달러가치가 7.89% 하락하자 금의 공시가는 온스당 35불에서 38불로 오름. 연준이 73년 12월 달러를 10% 가량 추가하락시키자 금의 새로운 공시가는 온스당 42.22불로 오름. 훨씬 높은 시장가격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나 미 재무부, 그리고 IMF의 회계목적 때문에 금의 공시가는 아직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 71년에서 73년까지 국제통화 시스템은 머뭇거리며 변동환율제로 나아가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 재량껏 학자금 대출을 사용하도록 한 결과 단기적 부양효과가 발생했지만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부채까지 짊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됨. 통계에 따르면 18~31세 청년 2100만명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최근 대학 졸업생 가운데 상당수가 학자금 대출 때문에 셋집을 얻거나 집을 살 여력이 없어 부모집에 얹혀 살고 있음. 학자금 대출로 현금유동성과 지출이 발생해 디플레이션의 충격을 늦출 수 있었지만 학자금 대출 버블은 조만간 터져 부채위기와 재정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임.
- 실질성장이 가능함에도 미 재무부와 연준은 그 어떤 경제적 결과보다 디플레를 두려워함. 디플레는 재화와 서비스의 지속적 하락을 의미. 가격이 하락하면 임금이 그대로여도 소비재 지출이 감소하므로 삶의 질이 높아짐.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컴퓨터나 휴대폰 등 특정 상품 가격이 계속 하락하게 되면 이는 바람직한 결과일수도 있음. 그런데 왜 연준은 그렇게도 디플레를 겁내며 특별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고 하는 걸까? 여기에는 4가지 이유가 있다.
(1) 디플레이션은 정부의 부채상환에 영향을 줌. 부채의 실질가치는 인플레나 디플레에 따라 달라지지만 부채의 명목가치는 계약에 명시됨. 미국의 부채는 실질성장과 세금으로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그렇지만 연준이 인플레를 일으키면 화폐착각이 처음에는 천천히 발생하지만 나중에는 점차 가속도가 붙어 달러의 명목가치가 하락한 상태로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디플레가 되면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어 부채의 실질가치가 상승하고 상환이 어려워짐
(2) 디플레는 GDP 대비 부채율에 영향을 줌. GDP 대비 부채율은 명목값으로 계산됨. 새롭게 융자를 받아야 하고 이에 따른 이자상환으로 재정적자가 지속되므로 명목부채는 계속 증가함. 하지만 디플레가 명목성장을 초과한다면 명목 GDP가 감소해도 실질성장이 가능함. 부채를 GDP로 나눈 GDP 대비 부채율에서 분자인 부채가 늘어나고 분모인 GDP가 감소했을 때 GDP 대비 부채율은 증가함. 정부의 재정지원금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GDP 대비 부채율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악의 상황마저 출현할 수 있음. 시간이 흐를수록 디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미국 GDP 대비 부채율은 그리스보다 높아지고 일본에 가까워질 수 있다. 실제로 역동성 저하는 일본의 GDP 대비 부채율이 최근 선진국 중 단연 최고수준인 220%를 초과하게 된 원인. GDP 대비 부채율이 고공행진을 함에 따라 결국 외국채권자들의 신뢰가 무너져 이자율은 높아지고 적자가 악화됨. 금리인상으로 결국 아웃라이트 디폴트(만기 또는 유예기간 내에 부채이자나 원금의 실질적 합의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것)로 이어지기 때문
(3) 디플레는 은행시스템의 건전성과 시스템적 리스크와 관련됨. 디플레는 화폐의 실질가치를 높여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가 주장하는 실질가치 또한 상승하게 됨. 이런 상황은 처음에는 채무자보다 채권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임.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질부채의 비중이 너무 커져 채무자가 디폴트에 빠지게 됨. 이 손실은 은행 채권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수 있음. 그래서 은행과 채권자의 지불능력을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은행 시스템을 뒷받침 하기 때문에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선호함
(4) 디플레는 세금징수에 영향을 줌. 물가가 하락하면 세금징수가 줄어든다.
- 불황 초기에 경제를 운용함에 있어서 연준에게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말은 옳지 않음. 톰 프리드먼의 말처럼 상상력이 없어서 경제문제가 순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였음을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함. 연준은 한물간 일반 균형모델을 적용했고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연준과 재무부 정책입안자들은 09년 급격한 불황은 막아냈지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온건한 불황을 만들어냈다. 09년 연준과 재무부 직원은 일본이 90년대 저질렀던 것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되풀이. 하지만 그들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좀비은행 퇴출, 세금감면, 비금융권의 규제완화를 시행하는 데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음. 미국은 일본보다 규모만 커졌을 뿐 일본과 똑같이 세금을 인상하고 금리를 낮춰 예금자에게 불이익을 안겼으며 노동시장은 경직되었고 은행은 대무불사로 남았다. 아베노믹스와 연준은 화폐를 발행해 디플레를 막는 데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두나라의 디플레 기조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위기가 발생하기전, 부채는 지나치게 많고 투자가 지나치게 낭비되고 있음을 알리는 정당한 가격시그널이었다. 미국이 주택에 과잉투자했던 것처럼 일본은 인프라 사업에 과도하게 투자했다. 양국의 경우, 자본의 잘못된 분배는 은행 재무제표에서 대출이 새롭고 좀더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정치적 부패와 정실인사가 만연한 양국 감독기관은 은행가들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부실한 재무제표를 그대로 유지. 운동선수가 스테로이드로 고통을 감추는 것처럼 디플레를 알리는 가격 시그널은 화폐발행에 묻혔다. 그러나 디플레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중앙은행들이 금시장을 조작하려는 동기는 사용방법과 마찬가지로 아주 미묘해 감지하기 힘들다. 중앙은행들은 국가부채의 실질가치를 낮추고 예금주에게서 부를 이전시키기 위해 인플레를 일으키고자 함. 하지만 중앙은행은 금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움직임. 이 두가지 목표는 상충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중앙은행들이 인플레를 원한다면 인플레로 인해 금값이 상승할 텐데 중앙은행들은 왜 금값이 떨어지길 원하는 것일까? 중앙은행들 특히 연준은 정말로 인플레를 원함. 하지만 무질서하게 발생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즉 조금씩 조금씩 발생해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길 바람. 금은 변동성이 매우 커서 금값이 갑자기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면 기대 인플레를 증가시킨다. 연준과 BIS가 금값을 떨어뜨리려는 것은 영원이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금자들이 인플레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질서있게 조금씩 조금씩 인상하려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하는 행동은 마치 아홉살 짜리 남자아이가 엄마의 지갑에서 50불이 있는 것을 보고 엄마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1달러만 훔쳐가는 것과 같아. 아이는 만약 20불을 가져가면 엄마가 알아차리고 혼낼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1년에 3%의 인플레이션은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이 속도로 20년간 지속된다면 국가부채의 가치를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느리면서 지소적인 인플레이션 발생이 바로 중앙은행의 목표. 금값 하락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은 75년 연준의장 아서 번스가 제너럴 포드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메모에 근거함. 이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음
- 달러의 종말은 세갈래 길 중 하나를 취할 것이다. 첫째는 세계통화인 SDR이고, 둘째는 금본위제이며, 셋째는 사회 무질서이다. 각각의 결과는 모두 예측이 가능하며 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최상의 자산배분 전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SDR은 이미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해가고 있으며, IMF는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10년 전환계획을 추진중. 이 청사진에는 SDR 유통량 증가와 SDR로 표시된 투자자산, 발행인, 투자자, 그리고 중개인으로 구성된 인프라 구축이 포함됨. 시간이 흐를수록 SDR 바스켓에서 달러의 비중은 중국의 위안화 선호에 따라 감소할 것이다.
- 금본위제로의 회귀는 끊임없는 화폐발행이라는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또 다른 길이다. 이는 금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나 정부가 일반 물가수준을 올려 금이 평가절상되는 극심한 디플레 상황을 통해 가능. 분명 금본위제는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는 신뢰가 무너졌을 때 필연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될 것임. 금본위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되느나에 따라 가치가 유동적으로 결정됨에도, 첫 균형상태로서 디플레이션되지 않은 금값은 온스당 9000불이 될 것이다. 유통되는 화폐는 금화가 아니라 달러 혹은 SDR이 될 것이다. 금을 기반으로 한 SDR은 종이 SDR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달러에 미치는 영향은 마찬가지다. 금 달러 혹은 금 SDR로의 이동과정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현존하는 금 주식으로 세계무역과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금은 급속도로 평가절상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종이 SDR 시나리오와 함께 금대비 달러의 평가절하에서 온 인플레이션은 모든 종류의 저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것이다. 세번째 시나리오인 사회무질서에는 폭동, 파업, 태업, 그리고 기타 역기능이 포함됨. 이는 사회적 저항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무질서에는 불법, 폭력, 재산파괴가 포함된. 이런 무질서는 극심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반응으로도 사회무질서가 생길 수 있음. 자기 자산이 안개에 가려진 해킹, 시장조작, 보석금, 몰수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아차리면 금융전쟁이나 시스템 붕괴의 여파로 무질서가 생길 수 있다. 사회적 무질서에는 복잡한 시스템의 창발적 속성이 있어 예측하기 불가능. 무질서는 금융과 디지털 요소보다 더 크고 복잡한 사회의 가장 복잡한 시스템에서 자연스레 생겨남. 돈 폭동은 정부당국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단 사회가 분열되기 시작하면 저지할 방도가 없다.
- 투자자는 경제 흐름상에 보이는 징후와 경고를 경계해야 함. 다음은 일곱가지 위태로운 조짐이다
(1) 금값. 중앙은행이 금값을 조작할지라도 대여,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의 판매, 선물판매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질서한 가격변동이 나타났따면 그 조작의 틀이 와해되고 있다는 징후. 온스당 1500불에서 2500불로 금값이 폭등한 것은 거품이라기 보다는 물리적 구매에서 공황이 발생했고 정부의 매도조작이 기대했던 잠식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신호. 반대로 금값이 온스당 800불이하로 떨어진다면 이는 심각한 디플레를 의미. 모든 종류의 자산에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투자자에게 큰 충격을 안길 것임.
(2)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획득, 특히 중국의 매입은 달러의 종말을 안기는 두번째 징후임. 14년 말 혹은 15년 초 중국은 4000 톤 이상의 금을 확보했다고 공표했는데, 이는 큰 흐름을 보여주는 표시이자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조짐이다.
(3) IMF의 지배구조 개혁. 이는 중국이 더 많은 투표권을 갖고 미국은 법을 제정해 IMF에서 미국의 신용한도를 소위 쿼터로 전환하는 법을 제정한다는 의미. SDR 통화 바스켓 구성에서 달러의 비중을 낮추는 식의 변화는 달러 인플레이션의 조기경보. SDR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구체적 행보를 취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만약 캐터필러나 GE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이 SDR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해 국부펀드나 지역개발은행으로 구성된 자산을 확보한다면 SDR이 국제통화가 되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증가.
(4) 감독기관 개혁의 실패. 대형은행의 규모를 제한하고 은행자산 집중을 축소시키거나 투자은행 활동을 축소시켜려는 미국 감독기관이나 의회의 노력이 은행 로비스트들의 공작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99년에 폐지된 글래스 스티걸 법은 07년 주택시장 붕괴와 08년 공황의 원흉. 미 의회에서는 글래스 스티걸 법의 주요 조항을 회복시키려는 물밑 작전이 있었다. 은행 로비스트들은 이런 개혁을 중단시키기 위해 파생상품 규정, 자기자본 인상, 은행원의 보너스 지급제한 등을 봉쇄했다. 은행 로비스트들이 의회 위에 군림했으므로 개혁노력이 표면적 성공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따고 믿을 수는 없다. 개혁의 부재로 은행의 규모와 은행간 연계성은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고 실물경제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감당능력을 넘어서는 또 다른 시스템상의 예상치 못한 실패가 발생할 것이다. 공황의 즉각적 여파로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금을 포함한 자산은 현금 확보를 위해 헐값에 대거 판매될 것이다. 시스템에 다시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IMF가 SDR을 쏟아 부으면 디플레 소동 뒤에는 바로 인플레가 따라 올 것이다.
(5) 시스템 붕괴. 다우존스가 단 몇 분 만에 1000포인트 급락했던 10년 5월 6일의 사건이 좀더 자주 출현할 것임. 시스템 분석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사건들을 통해 복잡한 시스템의 출현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대실패는 은행가들의 탐욕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의, 고도로 자동화된 대량거래가 이루어지는 기계안에 살고 있는 악령의 짓이다. 이런 사건들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일축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건들의 발생비도가 증가하다보면 거래시스템이 기울어 불균형 상태가 될 수도 있고, 중국이나 이란의 군부대가 사전조사나 속임수를 통해 완벽하게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수도 있다. 조만간 이런 작은 결함을 통제하지 못해 시장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시스템상의 리스크 시나리오와 더불어 자산매각에 따라 바로 디플레가 발생할 것이다. 뒤이어 연준과 IMF라는 소방대가 새로 발행한 통화 물줄기로 불을 끄면서 인플레가 발생함.
(6) 양적완화와 아베노믹스의 종식. 미국과 일본의 자산구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디플레가 활성화되면서 자산가격과 경제성장을 압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1,2차 양적완화가 중단되었을 때, 그리고 12년 BOJ가 약속한 양적완화 정책을 취소했을 때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자산구매가 축소되면서 디플레 효과가 발생해 1년 내에 다시 양적완화를 추진해야 했다. 08년 이후 연준과 98년 이후 BOJ는 시행과 중단을 반복하는 통화정책을 추구해왔다. 디플레가 계속 들썩거리면 인플레를 일으키기는 더 힘들어짐.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두 나라 모두 인플레이션율이 2%가 될 때까지 통화발행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때 리스크는 기대치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아진 상화에 편승해 흐름을 바꾸어 놓기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말이다
(7) 중국의 붕괴. 자산관리상품 폰지사기가 불거져 중국에서 금융분열이 발생하는 것. 세계에서 중국의 금융 상호연계성은 미국이나 유럽은행보다 낮은 수준. 따라서 중국의 붕괴는 주로 지역적 파장을 가져올 것임. 공산장은 국부펀드로 이뤄진 자산을 이용해 예금주를 달래고 은행자산을 재구성할 것이다. 그 여파로 중국은 위안화를 메우거나 평가절하시켜 수출을 증대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잃어버린 자산을 다시 확충하려 할 것. 단기적으로 저평가된 중국 상품이 다시 한번 글로벌 공급사슬로 쏟아져 나와 디플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디플레는 엔화나 달러의 평가절상을 상쇄시키기 위해 화폐를 발행한 미국과 일본의 인플레이션과 만나게 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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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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