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픽테토스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으나 그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스스의 강의와 대화를 받아 적어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의 원제인 엥케이리디온은 손에 들고 다닐만한 작은 것, 즉 핸드북이라는 뜻으로 에픽테토스 철학의 정수만을 담은 요약집이다. 또한 손에 쥐는 칼, 단도라는 의미도 있는데 이 책이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암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노예로 태어났어도 실패가 아니다.
절름발이가 되어도 망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어떤 순간에도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

-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대상 자체가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그런 면에서 죽음이라는 것은 전혀 무서운 일이 아니다.

-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혐오를 거두고,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세상일을 당신 뜻대로 이루려 하지 말고 모든 일을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여라. 그러면 평안을 얻을 것이다.

- 인생에서 발생하는 뜻밖의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상황을 타개할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자문하라
매혹적인 이성을 만나면 자제력이라는 능력이 발현되어야 하고, 마음의 고통을 당하면 인내라는 능력이 발현되어야 하며, 상대의 터무니없는 비난을 마주하면 관용이라는 능력이 발현되어야 한다.
이런 자세로 삶을 대할 수 있게 된다면 삶의 어떠한 사건도 당신을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 어떤 일에 대해서도 '잃었다'고 말하지 말라. 대신 '돌아갔다'고 말하라.

- 무엇을 가지고 있더라도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여행자가 숙소를 집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 아끼는 기름을 쏟았는가? 귀한 술을 도둑맞았는가? 이렇게 되뇌어라
이건 마음의 평온과 평정을 위해 지불한 대가다. 세상에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 당신이 아랫사람을 부른다 해도 그가 응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설사 응한다고 해도 그가 당신의 말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
중요하지도 않은 타인에게 당신의 평정심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사람들이 당신을 현자라고 칭송한다면 스스로를 의심해 보라. 왜냐하면 자연의 조화를 따르는 삶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은 다르고, 그중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를 멀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우리는 연회장에서 만찬을 즐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당신 앞에 음식이 있는가? 손을 뻗어 적당한 양을 담으라.
음식이 당신을 지나치는가? 제지하지 말고 두라.
음식이 오지 않는가? 집착하지 말고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라.

- 당신은 정체모를 작가가 집필한 연극의 배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극이 짧은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연기할 뿐이다. 작가가 당신을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설정했든, 혹은 귀족이나 황으로 설정했든 그 역할을 잘 해내면 된다.
배역을 잘 소화하는 일이 당신의 몫이며 배역을 선택하는 일은 당신의 몫이 아니다.

- 행복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의지에 달린 것이므로 그것을 위해 타인과 경쟁하거나 비교하며 남을 시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장군이나 정치인이나 권력자가 되기보다는 자유를 갈망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인이 되는 유일한 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관심을 거두는 것이다.

- 날마다 죽음을 떠올리면 결코 탐욕과 절망으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당신을 아프게 할 수 없다. 그 아픔을 허락할 때만 당신은 아픔을 느끼게 된다.

- 무엇보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일이 우리에게 무관심하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 일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은 당신의 생각에 달려 있으며 누구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

- 고기와 음료, 집, 의복, 그리고 가까이 지내는 하인 등은 필요한 만큼만 두라. 과시와 사치를 목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끊어버려라.

- 당신을 험담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는 친구가 있다면 변명하지 말고 이렇게 말하라.
"내가 저지른 잘못 가운데 그 이야기만 하다니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이군."

- 자신의 능력범위를 넘어선 역할을 맡지 마라. 그것은 자신을 혹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잘해낼 수 있는 역할도 맡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 양은 먹은 풀을 다시 토해서 자기가 먹은 분량을 목동에게 확인받지 않는다. 음식물은 안에서 소화된 뒤 양털과 젖이 되어 외부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당신도 당신의 지혜를 무지한 사람들 앞에서 설파하기보다는 그 지혜가 소화되어 나타나는 행동으로 보여주라.

- 지금 이 순간, 한 사람의 원숙한 성인으로서 가치가 있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라.
최선의 것을 당신만의 규칙으로 삼아라. 결코 위반해서는 안된다. 고통과 쾌락이, 혹은 영광과 치욕이 당신 앞에 드리워져 있는 이 삶 자체가 전투 중인 전쟁터다. 결코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지금이다. 올림픽 경기를 앞둔 선수처럼 당신의 성공과 실패가 단 하루, 단 하나의 행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라.

- 행복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우리의 의지를 넘어선 것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것이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일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2) 2024.10.24
당신이 너무 바쁘다는 착각  (2) 2024.10.16
리프레임  (3) 2024.10.11
니체의 자존감 수업  (3) 2024.10.03
고독사를 준비중입니다  (0) 2024.10.01
Posted by dalai
,

탄소사회의 종말

사회 2024. 10. 15. 07:38

- 온실가스를 배출해야만 돌아가는 시스템 내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에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처음부터 주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관한 주류 담론에서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처방을 따르기만 하면 기후를 안정화할 수 있다고 강조. 이와 같은 담론은 문제해결과 경영관리적 시각이 두드러져 보이는 단선적 접근이며, 일종의 탈정치적인 기술관료적 해법이다
개인이 저탄소 생활양식을 실천할 수 있으려면 현재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전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 기후문제의 본질이 온실가스의 농도라기보다, 자연환경을 불평등하게 이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인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사회구조는 인간의 선택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구조는 인간의 선택의 개연성을 결정합니다. 한때 사회구조는 연대, 상호적 돌봄, 상호부조를 촉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구조는 상호의심, 질투, 경쟁을 조장합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결론적으로 기후위기를 인간사회의 눈으로 이해하고 유의미한 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밀스가 말한대로, "개인과 사회, 개인의 이력과 역사, 자아와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포착할 수 있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울 필요가 절실하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역사와, 상업주의에 사오잡힌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 그리고 사회에 배태되어 있는 불평등한 구조를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에서 모두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기후변화에 근본적 차원에서 적응하려는 정책(사회 전체의 변화)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이행하기가 어렵고, 현 사회의 틀 내에서 이행할 수 있는 정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처방이 될 수 없다. (적응정책의 역설)

- 기후변화로 모든 변화를 설명하려는 결정론에 빠져서는 안된다. 기후변화는 그것보다 더 미묘하고 다양한 해석이 열려있는 방식으로, 그러나 여러 면에서 리스크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상의 맥락을 바꾸고 있다. 세상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어제의 익숙한 세상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맥락의 변화이고, 기후위기는 맥락의 위기이며, 맥락의 위기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전제를 뒤집어 놓을, 아주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을 창조한다.

- 군대와 기후변화
미국의 군과 안보 엘리트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오랫동안 인식해 왔음. 기후위기로 세계 도처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미군의 개입이 요구될 것이고, 미국이 전 세계에서 관리하는 수많은 기지와 해안 근처의 군사시설이 직접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군-기후-방산복합체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확장될 것임을 의미.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작은 위험과 큰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거대한 카지노와 가탇.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이 기후위기 시대에 발생하는 전 지구적 갈등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크리스천 퍼렌티는 '무장 구명보트의 정치'라고 설명한다. 자신들은 안전한 무장 구명보트에 타고 있으면서 전세계의 갈등과 분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더 심한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정치를 말한다.

- 기업들의 반기후 로비는 기후변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기보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회의론적 입장을 취하면서 그런 입장을 사심없이 과학적사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과학 전문가들이 가짜 과학과 싸우는 것이라고 내세움. 72-05년 사이 영어권에서 발간된 기후변화 회의론 관련도서 142권을 전수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그중 92퍼센트 이상이 보수 싱크탱크들과 직접적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환경 저술가 엘렉스 스테펜은 에너지 기업들의 이런 전략을 약탈적 지연이라 부른다.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불공정한 시스템으로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꼭 필요한 변화를 가로막거나 늦추는 행위를 뜻한다.

- '당신의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붇기보다 '당신은 애초 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가?'라고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팩트와는 별개로 자기 마음속 깊이 자리하는 어떤 태도의 뿌리로부터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내편이면 팩트, 쟤편이면 가짜, 유리하면 진실, 불리하면 허구'

- 허무주의로 가는 부인의 5단계
(1) 기후변화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2) 기후변화가 있다 해도 인간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3) 기후변화가 있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덮는다
(4) 기후변화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우긴다
(5) 이미 늦었다고 한다

- 어떤 특정한 정치, 경제적 맥락에서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걱정스러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두려움과 죄책감과 무기력함에 직면하고 싶지 않고, 기존의 문화적 규범을 그대로 따르고 싶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나라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카리 마리 노르가르드)

- 기후변화 레짐이란 기후문제를 다루는 국제관계 영역에서 행위자들의 기대가 모여서 만들어진 원칙, 규범, 규칙,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합친 국제체제를 뜻하며 국제 기후변화 체제라고도 한다. 더 넓게 해석하면 레짐에 참여하는 행위자들도 포함됨. 요컨대 기후레짐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요하다고 합의한 넒은 의미의 실천체계라 할 수 있다.

- 기후위기 초기에는 인권운동이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침해에 국가의 책임을 물어 피해를 회복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한 인권침해의 뿌리를 추적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경제, 정치, 사회적 근본조건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즉 기후대응을 둘러싼 논의가 '자연과학/기술관료 담론'에서 출발하여, 전통적 인권을 다루는 사회정의 담론으로 발전했다가, 최근에는 구조적 근본원인을 따지는 사회과학 담론으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전통적 인권담론에 비인간 인격체의 법적 권리가 어떤 형태로든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위기는 인권이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 1980년대 이후.... 미국은 미래지향성을 상실해 시간 지평이 짧아지고, 이에 따라 사회적 할인율 또한 높아졌다. ... 이는 사회의 응집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경제가 정치, 철학, 사회문화를 지배하게 되었다. 경제중심 사회에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노동, 가족간의 유대, 전통적 의무, 교회, 지역공간에 대한 헌신 등도 붕괴되어 갔다. ... 이런 맥락에서 미래에 대한 의식도 설명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의식이 약화되면서 자기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타자와 미래의 복지를 희생시키려는 경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명식)

- 아무리 바람직한 행동이라도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맥락이 바뀌지 않는 한 달성되기 어려움. 기후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과학적 사실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즉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을 사로잡는 데 있다.

-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은 근본적으로 지속불가능한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깊은 무력감 속에 빠져 있다.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알지만, 이미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체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거의 모든 지적, 정신적, 문화적 영위 속에 내포된 근원적 니힐리즘의 주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종철)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사피엔스  (0) 2024.10.22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8) 2024.10.16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2) 2024.10.15
인구와 투자의 미래  (2) 2024.10.10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10) 2024.10.08
Posted by dalai
,

-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 항공의 미래는 전기에 있다. 하지만 이는 터보팬 엔진이 태우는 등유의 에너지 밀도와 전기항공기에 언젠가 장착되리라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엄청난 차이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터보엔진이 태우는 에너지 밀도는 12,000와트시인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300와트시 수준이다. 전동기는 가스터빈 엔진보다 2배정도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기임을 고려해도 실질적 에너지밀도 차이는 20배다.

- 물질적 풍요, 기술역량, 높은 수준의 일인당 소비와 그에 수반되는 만큼의 폐기물 등으로 고려할 때 부유한 세계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인상적인 탈탄소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50억명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점점 늘어나는 인구에게 먹일 곡물의 수확량을 늘리기위해 더 많은 암모니아가 필요한 세계에서, 그리고 기본적 기반시설을 짓기 위해 더 많은 강철과 시멘트와 플라스틱이 필요한 세상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화석연료를 느닷없이 포기하지 않을테고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화석연료는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다.

- 모든 살아 있는 세포에는 질소가 존재. 질소는 대기중 80%를 차지한다. 모든 유기체가 질소에 잠긴채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질소는매우 풍부하면서 작물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장에도 관여하는 중대한 제한인자다. 이런 현상은 생물권에서 상당히 모순되는 현실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 가능. 질소는 대기에서 비반응성 분자로 존재하고, 소수의 자연과정을 통해서만 두 질소 원자간의 결합이 쪼개지는데, 이때에야 반응성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곡, 닭, 채소, 해산물 등 우리의 주된 식량 공급원이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앟는 사람들, 또 탈탄소화 가능성을 장담하는 사람들은 이런 근본적인 현실을 무시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고, 그 규모도 모른체하고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 미국은 현대기술이 널리 보금되어 있고 규모의 경제를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까닭에, 식량 생산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는 국내 총공급의 1% 남짓이다. 그러나 식량 가공과 판매, 포장, 운송, 도소매 서비스, 가정에서의 식품저장과 조리준비,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간편하게 제공하는 음식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모두 더하면, 미국에서 식품과 관련해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은 07년 국내 에너지 총공급의 16%에 이르렀고, 지금은 20%에 가깝다. 이처럼 에너지 수요를 인상시킨 요인으로는 생산이 통합됨에 따라 운송수요가 증가하고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현상부터 잦은 외식, 심지어 집에서도 간편식과 즉석식품을 더 자주 찾는 경향까지 다양하다.

- 세계전역의 반응성 질소 공급현황을 보면 여섯가지 주요 통로를 통해 농경지에 전해진다. 대기침적, 관개용수, 밀짚 갈아엎기, 가축분뇨 살포, 공콰 식물이 토양에 남긴 질소, 합성비료살포. 연간 210-220메가톤의 질소 중 합성비료가 약 110메가톤을 담당. 결국 합성 질소화합물이 없으면 세계인구의 절반이 먹을 식량을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 복잡한 시스템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네트워크의 모든 부분에 간접적으로 되돌아간다. 현대 사회는 여기에 관련된 에너지론과 다양한 수단을 파악하지 못했다. ... 산업화한 사회에서 우리가 먹는 감자는 더 이상 태양에너지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제 우리는 약간은 섬유로 만들어진 감자를 먹는다. (하워드 토마스 오덤)
- 지금 우리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 식량체계를 바꾸려 노력하더라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빵덩어리로든 물고기로든 변형된 화석연료를 먹어야 할 것이다.

- 2019년 세계는 약 45억톤의 시멘트, 18억톤의 강철, 3.7억톤의 플라스틱, 1.5억톤의 암모니아를 소비했다. 게다가 이것들은 다른 물질로 쉽게 대체하지도 못한다. 가까운 미래는 물론이고, 세계적 규모로 대체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 우리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미래를 고려할 때, 네 물질의 또 다른 결정적 공통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네 물질 모두의 대량생산은 화석연료의 연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몇몇 화석연료는 암모니아합성과 플라스틱 생산에 직접적 원료가 된다. 또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제련하려면, 석탄이나 천연가스로 만든 코크스가 필요하고, 중유에서 얻는다. 긴 연쇄나 가지로 결합되어 플라스틱을 만드는 대다수의 모노머는 원유와 천연가스에서 추출된다. 암모니아 합성에서, 천연가스는 수소의 원료인 동시에 합성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 그 결과 필수적인 네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세계 전역에 공급되는 일차에너지의 17%가 쓰이고, 이것이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총배출의 25%를차지하지만, 이런 기존 과정을 대신할 만한, 그것도 상업적으로 적용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 실험적 기술과 제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한 가격으로 매년 수억톤에서 수십억톤을 생산하는 기존역량을 대신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 현대경제는 앞으로도 위 네가지 물질의 공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임. 구준히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먹이려면 암모니아에 기반한 비료를 공급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기구와 기계를 만들고, 구조물과 기반시설을 세우려면 플라스틱과 강철과 시멘트가 필요하다. 게다가 태양전지와 풍력터빈, 전기차와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질도 투입해야 한다. 이 물질들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데 스이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얻을때까지, 현대문명은 이 필수적인 물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화석연료에 기본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애플리케이션, 전자문서로는 이런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 독일이 풍력과 태양광을 중시으로 대대적인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을 40%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음에도, 일차에너지 사용에서 화석연료의 몫은 84%에서 78%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 순진하게도 전자장치, 특히 휴대폰이 최근에 이루어낸 급격한 발전이모든 기술분야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기술군중과 학자들이 있다. 
전기의 발전과 변압, 송전을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복잡하고 신뢰할 만한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믿음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의 변화(유선전화에서 휴대폰)가 근원적인 시스템 전체의 변화와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겠는가? 

- 정보와 접속이 빨라지고, 새로운 개인장치의 채택도 더 빨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휴대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충분한 물 공급을 확보하고, 작물을 충분히 재배 및 가공하고, 가축을 먹이고 도살하며, 엄청난 양의 일차에너지를 생산해 전환하고, 원자재를 채굴해 적당한 용도로 변형해야 한다. 그 규모는 수십억명에 달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출 수 있어야 하고, 기반시설은 대체 불가능한 것들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을 재작성하고, 더 값비산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행위와는 확연히 다른 범주에 속한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8) 2024.10.16
탄소사회의 종말  (6) 2024.10.15
인구와 투자의 미래  (2) 2024.10.10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10) 2024.10.08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8) 2024.10.06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