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etc 2023. 3. 20. 21:25

- 석양이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도 활기 넘치고 건강할 때보다
인생의 짐을 완성하고 내려놓을 때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을 때 
어떤 아름다움을 뿜어낼 수 있는가?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김여환
- 완화의료란 삶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특히 통증을 완화시켜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고 세상을 떠 날 수 있도록 하는 돌봄의 의학이다. 신생아실에 소아과 전문의가 있듯이 우리의 마지막에는 완화의료 전문가가 있다. 완화의료자를 흔히 안락사 시켜주는 의사로 오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완화의료는 오히려 안락사를 막아 준다. 통증이 없어지고 증상이 좋아지면, 환자는 죽음을 찾아가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은 죽을 때 아플지를 가장 걱정했다.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다가 극심한 고통 속에 서 죽어가야 한다면 마지막을 자살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암에 걸린 어머니가 극심한 통 증 속에서 떠나는 것을 보고,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 당한 폭력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죽 음 직전에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통증을 거의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1970년대에 위암으로 돌아 가신 내 외할머니는 암성 통증으로 괴로워하며 앉아서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2010년대에 폐암이 뼈로 전이된 어머니는 통증 없이 편안히 누워서 떠났다. 현대의학의 진수는 우리를 영원하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영 원한 이별을 할 때 통증을 없애주는 것이다. 죽음을 상상 조차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런 희망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 죽음이 삶의 결과물이듯이 노년은 중년의 결과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노인이 되지는 않으므로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차곡차곡 채우고, 또 무엇을 비워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건강하고 찬란한 노년의 마무리는 영원
한 삶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을 숙지하면 답이 보일 것이다.
-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조 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 그리고 통증과 기타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문제의 치료를 통해 고통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감시킨다. (세계보건기구)
- 완화의료는 병의 어느 단계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병이 진행되어 신체적 고통이 극심해지고 의학적으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가장 큰 가치와 필요를 지닌다. 병의 예후가 좋지 않고 죽음이 임박하면 의사들 은 이런 예언을 내놓는다.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습 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더 이 상 병을 치료할 방법은 없을지라도, 그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남아 있다.
-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워져 자신의 유한성에 대한 고통을 느끼면서 진실을 감지하는 진정한 안테나를 갖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마치 신탁을 전하는 사람들 같다.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명쾌하게 안다. 자신의 본질에 직접 적으로 닿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의 본질을 보는 능력을 얻는다. 이런 까닭에 누구도 불치병과의 싸움에서 패배 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존엄을 존중 해야 한다. 진정한 영웅은 죽음과의 만남을 피하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심오한 지혜로 죽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 죽음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기타 신체적 고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봐, 우리는 당신이 죽음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걸 해주기 위해 여기 있어." 따라서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고통이 삶에 대 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통증이 그쳐야만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 의사로서의 내 역할은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신체적 고통에 대처하는 것이다. 숨 막히는 순간이 지 나가고 격심한 신체적 불편함이 사라지면, 삶이 스스로 를 드러낼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 많은 경우 신체적 고통 이 완화되면 그다음에 나타나는 것이 감정적이고 정신적 인 고통의 표현이다. 환자 가족은 환자의 몸이 편안해지 는 걸 보며 안도하지만 환자 자신은 삶에서 무엇이 사라 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가는 걸 느낀다. 이제 곧 마주해야 할 '마무리되지 않은 일'에 생각이 미친다.

-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보다는
위험에 용감히 맞설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리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애원하기보다는
고통을 이겨내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하소서.
인생의 싸움터에서 동지를 찾기보다는
자신의 힘을 찾게 하소서.
두려움에서 구원되기를 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얻어낼 인내심을 소망하게 하소서.
저의 성공 안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실패 안에서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 우리는 현실을 최대한 폭넓게 받아들여야 하며, 들어본 적 조차 없는 것들까지도 모두 그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용기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그 어떤 기이하고, 이례적이며, 불가해한 일이라도 마주할 용기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건강검진을 받고, 뱃살을 빼고, 자녀들의 삶을 돌보기 시작하는 때가 온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죽음에 대비하여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고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무언가를 하는 것'에 몰두하여 '존재하는 것'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삶이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져다주고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병의 시간이 찾아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우리는 그것 이 죽어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인간답게 '존재한다는 것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고, 어디에 있건 본 연의 자신이 됨으로써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자신의 삶 에서 부재해온 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면 그저 '부재'로 남 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식으로 거의 늘 부재의 삶을 살고, 어쩌다 존재할 때는 그 시간이 공허하다고 느낀다.

- 죽음은 내게 개인적으로 가장 위대한 성취가 될 것이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 병은 진행되면서 공격성의 정도에 따라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병의 진행에 따라 몸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다음 해체는 물과 관련된다. 생물학적으로 이야기 하면 사람은 죽을 때 탈수를 일으키고 소변량이 적어지 는 경향을 보인다. 체액의 생성이 감소하고, 소화관과 기 관지에서의 분비물과 효소가 줄어들며, 점막이 마르기 시작한다. 오늘날 의학계는 사람이 약간의 탈수 상태에 서 훨씬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알고 있다. 신체적 악화가 이 단계에까지 이르러 집중치료실로 옮겨진 환자들은 견디기 힘든 정도의 불편을 겪는 일이 흔하다. 본 격적인 죽음의 과정에 무지한 의사들이 환자들 몸에 액 체가 넘쳐흐르도록 만들어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피부가 고통스럽게 부어오른 결과이다. 더는 소변을 만들어낼 때가 아니기 때문에 신장은 기능을 멈출 것이다. 의사들이 물의 해체 과정을 무시해도 신장은 그 과정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신장은 기능을 멈추고 의사는 수액을 처방 하는 기괴한 상황이 되면 자연스러운 죽음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죽어가는 몸이 과잉 개입에 맞서 힘겹게 싸우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결국 죽음을 막을 수 없기에 자연스러운 죽음을 방해할 뿐이다.
물의 해체 단계를 체험하는 환자들에게 매우 두드러 진 행동 특성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자기 성찰적인 면 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자신의 삶을 들여 다본다. 진실의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그들이 걸어온 길 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시간 말이다. 그런 때에 의사들은 항우울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조용히 침묵하며 생각에 잠기면 주위 사람들이 성화를 해댄다.
"무슨 일이야? 우울해지지 마! 힘내서 싸워야지! 믿음을 가져!" 환자가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삶의 본질을 찾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사회의 강요와 항우울제에 상관없이 물의 해 체 과정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다. 이 시기에 환자들에 게 미리 말도 해주지 않고 항우울제를 처방하면, 그들은 자신의 삶과 선택들을 돌아볼 때 고통을 겪지 않겠지만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부적절한 약 처방을 받은 환자들은
마치 셀로판지에 싸인 것과 같은 상태에서 느낌과 정서 자극을 받는다. 그 무엇에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무의 미해진다. 그들은 추위도, 더위도, 감정도, 그 무엇도 느 끼지 못한다.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주지 않아서 그가 슬퍼지기 시 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가족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슬퍼? 그래서 아무 반응이 없는 거야?" 아니다. 그는 반응하고 있다. 내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을 과
거의 어느 때보다 깊이 들여다보며 본질을 찾고 있다. 바 로 그 순간, 자신의 본질 속으로 깊이 파고들 때, 자신의 본질과 진정으로 만나게 되는 불의 해체가 시작되며, 환 자는 내면을 깊이 탐구함으로써 완전함을 드러낸다!
불의 해체 과정에서 온몸의 세포들이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아직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다 는 것도 안다. 자신의 삶을 주도할 기회는 언제든 있지만, 불의 해체는 삶을 가장 완전하게 드러낼 가능성을 마련해준다. 당신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 길이 더 아름다워지고 더욱 활기차진다. 당신은 몸에 있 는 세포들이 종말을 인지하면 절망으로 인한 혼돈이 찾 아오고 세포의 패닉 상태에서 모든 게 무너져버릴 거라 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일은 일 어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늘 이런 식으로 (불의 해체 과 정에서처럼) 세포의 의식과 연결되어 있다면, 당신은 언제 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세포들은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마지막으로 최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간세포 들은 신속하게 대사를 처리하게 되고, 폐세포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능숙하게 공기를 교환하며, 그동안 활동한 적이 없는 뉴런들을 포함한 뇌세포들도 모두 깨어나 호기심에 차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좀 알아봐야겠어." 그리하여 갑자기 온몸이 제대로 기능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한 사람 전체가 온전히 기능하게 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죽음 전의 용솟음, 죽음을 앞둔 반등, 마지막으로 타 오르는 촛불의 아름다운 힘이다. 불의 해체 과정은 죽어 가는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왜 이 세상에 왔는지 깨달을 기회를 준다. 그리고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 사랑 이었음을 세상에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된다.
내가 돌보았던 거의 모든 환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찾 아온 불의 해체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 해 이 세상에 왔음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마음에 품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불의 분해를 통해 찌꺼기가 사랑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 세상이 좋은 곳이며 자신의 존재로 인해 더 좋은 곳이 되었음을 보여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인간을 만나더라도 그를 바라보며 희망에 찬 미소를 지어보라. 그 사람 역시 죽음의 시간에 더 나은 인간이 될 놀라운 기회를 갖게 될 테니까.
- 죽음에 대한 사전 경고를 받지 못한 사람들, 급격히 사망에 이르는 병이나 사고로 죽는 이들 역시 죽음을 두고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 불의 해체 단계에서는 많은 질문들이 떠오르고 그때 사람들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고, 고맙다고 말하게 된다. 또한 자 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작별 인 사를 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때 따로 정해진 시간은 없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사람마다 남은 시간은 다르다. 만일 내가 의사로서 이 시간을 알아보고 죽음의 전체 과 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한다면, 나는 불필요 한 개입을 막을 수 있다. 사랑을 원 없이 체험하고, 자신 의 본질을 표현하고, 자신이 이 세상에 왜 왔는지를 보여주고 증명하는 복잡한 시기는 본격적인 죽음의 과정에서 가장 의식적인 시간이다.
불의 해체, 즉 자신의 본질과 진정으로 만나게 되는 과정이 마무리되면 마음 깊은 곳에 어떤 신성한 것이 자 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가장 깊고 가장 신 성한 것 안에 숨이 있다. 숨은 공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우리가 지상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으로부터(혹 은 우주로부터) 빌린 것이다. 임무가 끝나는 즉시 우리는 그것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바로 그때 공기의 해체가 시작된다.
이 단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어감'이라고 부르는 시기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알려져 있다. 공기의 해체가 시작되어야 우리는 죽음이 임박했음을 완전하게 인식한 다. 그 전까지 병을 앓는 환자는 의학에 의존하여 치료법 을 찾고, 화학치료나 수술을 받고, 임상 시험 단계의 약을 먹고, 영혼을 팔고, 접촉요법에 기대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
물이 해체되면 슬픔이 동반될 수 있고, 항우울제가 그  슬픔을 경감시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다음에는 반등의 단계, 완전한 삶을 누리는 듯한 체험의 시간으 로 들어선다. 그리고 고통의 단계가 이어진다. 숨을 돌려 주는 시간에는 숨이 처음에 들어왔던 길로 다시 나가게 된다. 호흡곤란의 단계, 호흡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 려졌다가 잠시 멈췄다가 깊은 숨이 이어진다. 물과 불의 해체 단계에서는 죽어가는 사람 곁에서 그와 동화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기의 해체 단계에서는 다르다.
- 누군가와 동화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과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만일 누군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으 면 그에게 동화되어 마음을 진정시켜주어야 한다. 그러 지 않으면 그의 불안감에 나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어갈 때는 그와 호흡을 맞추는 것 이 불가능하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사람과 함께 죽지 않는 한 동화될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들에 동 화되고 그 감정들을 바꿀 수도 있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는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집중치료실에서든 병실에서든 집에서든 그 어디에서도 죽음은 일단 시작되면 반드시 끝이 난다.
우리가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체험은 죽음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섹스도, 키스도, 비밀을 털어 놓는 것도, 그 어떤 것도 본격적인 죽음의 과정을 함께하 는 것만큼 친밀할 수 없다. 그 순간에 당신은 죽어가는 사 람을 위해 함께 있어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 또한 거기에 존재하는 의미를 찾고자 할 것이다. 당신과 죽어가는 사람 둘 다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에서 우선순 위와 짐, 두려움, 죄책감, 진실, 환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 의사로서 나는 환자를 죽이는 건 병이지 병에 관한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중병에 걸린 걸 알게 되면 일시적으로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때 느끼는 슬픔 은 치유에 대한 환상이나 거짓 약속 없이 진실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으로 건너가는 유일한 다리이다. 환자의 희망을 죽이는 건 생명이 유한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버 림받은 느낌이다. 진실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은 잘못됐 다. 나는 날마다 환자의 가족들에게 환자 본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 권리가 있음을 납득시키느라 진땀을 뺀다.
- 환자들에게 그들의 심각한 상태에 대해 알 기회를 주면, 진실은 그들이 남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삶 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제공해준다. 진실을 감추는 것 은 환자를 돕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환자를 죽음으로부 터 구해줄 수 없고, 환자가 홀로 있어야만 하는 시간에 감 당해야 할 고난을 피하게 해줄 수도 없다. 죽음이 다가올 때 환자가 절박함을, 죽기 전 살아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죽음의 과정을 중단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환자에게서 살아 있을 기회를 빼앗기만 할 뿐이다.
- 나는 죽어가는 사람 곁에 있어주는 것보다 더 성스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에는 다음 기회가 없으니 까. 당신이 어떤 종교를 가졌든, 종교가 있든 없든 이 생 에서 오직 한 번 죽는다. 죽음에 연습은 없다. 당신에게 자녀가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결혼을 몇 번 했든, 얼마나 많은 일들을 얼마나 많이 했든 죽음은 단 한 번이다. 당신 은 정해진 때에 죽는다.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능력을 키 우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훈련에 덧붙여 자신의 몸을 느 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의식적인 신체 활동과 마음의 평화 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정서적 치료 및 체험들이 선행되 어야 한다. 당신 자신이 어디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할 지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도울 수 있겠는가?
- 당신이 죽어가는 사람 곁에 있어줄 수 있음을 깨달을 때 변화는 시작된다. 죽어가는 사람이 스스로 짐 덩어리 나 장애물, 성가신 존재가 된 기분을 느껴선 안 된다. 죽 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이들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을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 우리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아파서 죽어갈 때조차도 자신이 소중하고 중요하며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낄 자격 말이 다. 죽어가는 환자 곁을 지켜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환 자의 감정을 가치 있는 것들로 바꾸는 법을 알아야 한다. 병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는 기분을 유한한 존재로서의 고통과 마주할 용기를 지녔다는 자부심으로 바꾸어주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삶과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면 그 시간은 빛을 발한다.
-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영화를 보면, 길을 잃는다 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멋진 대사가 나온다. "발견될 수 없는 곳을 발견하기 위해선 먼저 길을 잃어야 하지. 그게 아니라면 세상 사람들이 다 그곳 을 알겠지." 길을 잃었을 때 그것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죽어가는 이의 곁을 지킨다는 것은 길 잃은 심정을 여러 번 느끼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도망칠 일이 아니다. 바로 그 시간 속에서 삶이라는 경이로운 곳에 이르는 난생처음 가보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호스피스에는 사람들이 고독에 붙인 멋진 이름인 프라이버시가 없다. 대개 2인실로 되어 있어서 죽음이 찾아 오면 당신은 룸메이트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다. 소름 끼치는 일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당신은 곧 자신의 차례가 올 것임을 알고 있으며, 이웃의 죽음에 대한 산체 험은 죽음의 순간이 평온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호스피스에서 완화의료를 받는 사람들은 '일등석'으로 여행할 기회를 갖는다. 여행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은유로 흔히 사용된다. 완화의료 전문가 데릭 도일은 《플랫폼 티켓》이란 저서에서 삶의 마지막에 이른 환자들과 함께 일하는 의사로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한다. '플랫폼 티 켓'은 기차역에서 플랫폼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말한다. 이 입장권을 가지면 기차를 타는 사람을 플랫폼 까지 배웅하면서 도울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 는 우리는 그들이 기차에 올라 자신의 좌석을 찾아가서 편안히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고, 짐을 실어주고,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도록 해준다. 단, 우리는 그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나지 않고 플랫폼에 남는다.
- 병원에 노인들을 방치하여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는 거센 비난이 자주 들린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환 자들이 모두 외로울 거라는 속단은 피해야 한다. 암에 걸 리거나 60세가 넘으면 갑자기 온 가족의 숭배와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가진 성자의 위치에 오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질적인 관계는 스스로 구축해가는 것이며, 우리가 어떤 관계들을 맺어왔는지에 따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삶의 마지 막 시간을 즐길 수도,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 다. 병원에 방치된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까? 그저 주고 또 주기만 했지 결국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바닥없는 우물 같은 존재가 될까? 만일 당신이 그 런 우물로 살아왔다면 죽음의 문 앞에 이르러서도 마찬 가지일 것이다. 길고 험난한 인생길을 걸어온 후, 그토록 잔인하게 혹사당하며 산 후, 뒤늦게 관계들을 개조하고 의미 있는 기억들을 되살리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는 것과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자기 관리를 하는 건 다르다. 만일 당신이 마사지를 받기로 했는데 마사지가 좋아서가 아니라, 다음날 일에 지장이 없도록 허리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그릇된 이유일 수도 있다. 일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대개 후회에 이르게 되며, 인류에게 암적 존재인 두려움이 일 의 원동력인 경우 특히 더 그러하다. 돈이 없다는 두려움, 자녀가 좋은 학교에 못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살 집 이 없다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일해야 한다는 낡은 핑계 뒤에 숨는다. 그들은 실제로 도움을 청한 적도 없는 사람을 돕고 있다고 믿으며 꿋꿋하게 일한다. 그러다 마침내 인생길이 끝나고 죽음의 벽이 솟아오르면 어떻게 될까?
- 일에서 얻는 에너지도 삶에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면 나쁜 에너지가 된다. 당신은 돈을 더 벌어서 금세 상 하는 음식을 사고, 툭하면 고장 나는 차를 사고, 다닐 시 간도 없는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고, 입지도 않을 옷을 사 고, 오래 기억에 남지도 않는 강좌를 듣는다. 삶을 들여다 보면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들을 사느라 인 생을 낭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며, 그 물건들을 살 돈이 나오는 곳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좀비 같은 모습으로 차를 몰고 집에 돌아온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 죽어가는 사람을 돕는 행위가 스스로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죽어가는 사람을 도울 때는 그를 온전한 한 인간으로 대하고 자신을 그와 동등하게 보아 야 한다. 우리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을 도울 때, 그를 위해 거기에 있어줄 때, 우리는 그 의 곁을 지켜야지 그의 안에 있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타인의 고통으로 들어가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고통 안에만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자신 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내 말이 잔인하게 들리 겠지만 그게 진실이다. 당신이 사회복지사이든, 간호사 이든, 의사이든, 환자의 아들 혹은 배우자이든 당신은 환 자가 되기 위해 그를 돌보는 것이 아니며, 그를 통해 당 신의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관계, 진정한 만남 이라는 신성한 공간에 존재하기 위해선 연민을 지녀야만 한다.
- 잃는 법을 배우려면 우선 잃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끝난 건 끝난 것이며, 영원한 연장은 없다. 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면 서 키워야 할 능력이다. 진실을 직시하는 법을 배워야 한 다. 새로운 시작을 보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진실 을 분노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당신을 배반한 사람, 당신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상사,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직업을 사랑하려면 우선 자신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런 태도를 취하고,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유해한 사람과 짝을 맺기로 결심했을 때 당신은 거기까지밖에 볼 수 없는 눈을 갖고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당신에게 해를 입힌 사람을 미워하기보다는 그런 사람을 겪어내야만 했던 자신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정서적 불구자로 남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 체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을 더 낫고, 더 행복하고, 덜 원통하고, 새로운 관계를 더 잘 맺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 잃은 것을 놓아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실의 아픔을 끌어안는 것이다. 관계가 끝났는가? 그럼 관계의 죽음을 실컷 애도하라. 일자리를 잃었는가? 일자리의 죽음을 애도하라. 아픔을 피하지도, 겁쟁이가 되지도, 체험을 과소평가하지도 말고, 충분히 아파하라. 그 체험이 25년간의 결혼 생활, 30년간의 친구 관계, 혹은 오래 몸담은 직장이라면 그 세월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애도하고 아파하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상황으로 들어갈 때 그 상황을 가장 잘 영위 하는 방법은 그 또한 끝날 것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트 스페이스  (2) 2023.04.06
기후미식  (0) 2023.04.06
오륜서  (3) 2023.03.20
이제 몸을 챙깁니다  (1) 2023.03.17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2) 2023.03.09
Posted by dalai
,

오륜서

etc 2023. 3. 20. 21:24

- 무사시는 스무 살 무렵에 이미 임제종 선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선을 수행한 적 이 있기 때문에 그의 병법 안에는 선학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그것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이 『오륜서라는 이름의 유래다. '오륜'은 바로 불교의 오륜탑(五輪塔)에 서 연원한다. 오륜탑은 모든 불탑 중에서 가장 특별한 불탑으로서 우주의 5대 원소, 즉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을 뜻한다. 『오륜서가지의 권', '수의 권', '화의 권 '풍의 권 ', '공의권(之卷)'으로 나누어진 까닭 , 이기도 하다. 이 다섯 장은 병법 총론, 병법의 활용 원리, 병법의 변화, 병법과 검도의 구분, 병법의 활용 등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다.
- 그중에서 '공의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의 네 장에서 무사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병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다섯 번째 장인 '공의권'에서는 그와 같은 병법을 어떻게 하면 잊어버릴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앞서 네 장이 '유병법'이라면 마지막 장은 '무병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의권'에서 '공(空)'이 지닌 함의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안도 없고 밖도 없고, 안에 들어갔으면서도 또 그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병법을 공부 하여 그것을 숙지하되, 결코 병법에 얽매이지 말라는 큰 뜻을 품고 있다. 이렇듯 니 텐이치류 병법과 교외별전의 선학 사상을 융합한 '공의 권'은 문장이 정밀하고 짧 지만 논리는 심오하다. 설령 『오륜서를 깊게 연구하지 않더라도 검도의 기술적 함 의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륜서를 깊게 연구하고 음미하면 병법의 오묘한 이치가 선학에 닿 아 있고, 더 나아가 우주의 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 다. 예를 들어, 무사시는 일대일 결투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 르치고 있다. 시야, 심리전, 박자의 조절과 같은 방법은 싸움의 규모를 확대하여 대 규모 전쟁에서도 능히 활용할 수 있다. 혹은 좀 더 넓게 말하자면 이러한 방법은 상 업이나 비즈니스 등의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무사시의 말을 인용하자면 "진정 한 병법은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라고 할 수 있다.
- 미야모토 무사시는 열세 살에 처음으로 살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상대는 신토류의 고수 아리마 기헤이였는데, 신토류는 가미이즈미 노부쓰나(上泉信綱, 1508~1577년)"와 같은 시대 사람인 쓰카하라 보쿠덴(1489~1571년)이 세운 검도 유파였다. 쓰카하라 보쿠덴의 히토쓰노타치(太刀)는 필살기로 아주 유명한데, 검을 빼는 동작과 상대를 베는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검술이다. 보쿠덴은 진정한 검객이란 검을 빼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라며 함부로 자신의 검술을 뽐내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보쿠덴은 오우미(지금의 시가현)에서 여 덟 명과 함께 강을 건너는 나룻배를 탄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자신이 천하무 적의 검객이라며 시종일관 무례하고 거친 언동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런데 보쿠덴만이 겁을 먹지 않고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그 검객은 보쿠덴이 자신 을 겁내지 않고 무시하자 화가 나서 비아냥거리는 투로 이렇게 말했다.
“네놈도 검을 찬 무사로구나. 어디 한 번 검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보자구나.”
보쿠덴은 자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겸손하게 대꾸했다. 거만한 검객 이 다시 "네 놈은 무슨 유파냐?"라고 묻자, 보쿠덴은 무테카쓰류(無手勝流손 없이 이기는 유파. 즉 칼 없이도 이기는 유파)라고 대답했다. 그때서야 검객은 자신이 젊은이 에게 조롱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결투를 청했다. 하지만 보쿠덴은 응전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검은 상대를 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생기는 자만심과 잡념을 베기 위한 것이오. 결투를 원한다면 맞서겠으나 저의 유파는 착한 사람에게는 활 인검(劍)이 되고, 나쁜 사람에게는 살인검(劍)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배가 작은 섬에 닿자 두 사람은 배에서 뛰어내렸고, 그 검객이 곧바로 검을 빼 어들었다. 하지만 보쿠덴은 출발하는 배에 재빨리 올라타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것이 무테카쓰류의 오묘한 이치랍니다! 칼을 쓰지 않고도 이기지 않았습니까?"
이소룡이 자신의 영화에서 재연한 에피소드로도 유명한 이야기인데, 보쿠덴은 진정한 검객은 가능한 검을 빼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 무사시는 병법에서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평소에든 결 투에서든 항상(恒常心: 항상 똑같은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무사시가 말 하는 이른바 마음가짐을 오늘날의 개념으로 이해하자면 '심리적 자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설령 결투를 벌일 때도 평상심(평소 그대로의 마음)을 유지하면 그 어떤 기복과 변화에도 능히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음가짐이 아 무 거리낌 없이 밝고 정직하면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 앞에 서더라도 털끝만큼 의 흔들림이 없다는 말이다. 또한 마음이 평온하고 흔들리지 않으면 편견에 사로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평상심을 유지하면 조용한 곳에서도 마음은 조용하지 않 을 수 있고, 주위가 빨리 움직일 때도 마음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으며, 또한 마음 은 몸에 끌려가지 않고 몸은 마음에 끌려가지 않으며, 몸은 긴장하지 않아도 마 음은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다.
- 고요할 때도 마음은 고요하지 않다. 여기서 고요 함이란 마음의 가지런함을 뜻한다. 달리 말해 무 사의 마음은 외부 세계가 아무리 조용해도 정신 을 집중해 느슨해질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 다. 또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위험이 닥쳤 을 때도 정신을 집중하여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급할 때도 마음은 서두르지 않는다. 여기서 서두르는 마음은 어쩔 줄 모르거나 초조해하는 마음 을 뜻한다. 달리 말해 외부 환경이 갑자기 변해 설령 매우 긴박하고 엄중한 위험 상황에 처하더라도 무사의 마음은 허둥대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면서 적당한 대책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다.
- 공과 격 - 양자를 구분하기
미야모토 무사시는 '공기'과 '격: 부딪치기)'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 각했다. 공은 마음속으로 작정을 한 채 면밀하고 신중하게 치는 것이고, 격은 즉 홍적이고 충동적으로 행해지는 돌격이라고 보았다. 격은 공과 비교해서 더 맹렬 하지만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없다. 격이 어느 때에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라면 공은 목적이 분명한 진공(進)으로서 양자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검법은 먼저 '격'하고 나중에 '공하는데, 상대방의 손이든 발이든 그것을 내 검에 '부딪치는(격)' 것은 나중에 강하게 '치기(공)' 위해서다. 이를 잘 터득하면 검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며, 역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어떤 유파는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매우 강조하는데, 무사시는 이를 크게 문제삼았다. 빠른 발걸음은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빠른 발걸음에는 우키아시(足: 발끝만 땅에 닫는 까치발), 하네아시(躍: 뛰 는 듯 걷기), 토비아시(飛足나는 듯 걷기), 후미아시踏足: 눌러 걷기) 등이 있는데 모두 다 이동하는 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 서 올바른 보법은 당연히 정확하면서도 힘찬 발걸음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무사 시는 병법에서의 올바른 보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이동할 때는 발가락을 살짝 살짝 땅에서 떼고 지면을 확실하고 견고하게 밟아라."
격투를 벌일 때 무사는 상황에 따라 그에 적합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고, 이 동 속도와 보폭의 차이가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빠르든 느리든, 크든 작든 기본적으로 평상시와 똑같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뛰는 듯 걷기, 경망스럽게 걷기, 어색하게 걷기 등은 보법의 3대 금기로 꼽았다.
무사시는 우키아시와 토비아시를 몹시 싫어했다. 뛰는 듯 걸으면 그 모양이 과격하고 맹목적이며 고집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듯 걷는 것도 내심 불안 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음을 내비치는 듯하고, 눌러 걷는 후미아시 또한 소극적으로 방어만 하는 듯하기 때문에 선수를 빼앗기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보법들은 니텐이치류와는 거리가 멀다.
무사시의 병법에는 보법의 변화가 없다. 평상시의 발걸음처럼 상대방의 박자를 맞추어 가며 상황에 따라 전진, 후퇴의 속도를 질서정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니텐이치류의 보법이다.
- '공의 권'은 니텐이치류 병법의 총결(總結)로서 니텐이치류의 최고 경지, 즉 공명(明)의 경지다. 공명은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고,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경지 를 말한다. 여기서 공은 없는 듯 있는 듯한 상태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 하는 것을 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공이 아니다. 공은 실제로 존재하지 만 단지 안개처럼 모호해서 사람들이 자각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병법도 마찬가 지여서 병법을 모르는 상태가 공이 아니다. 이러한 상태는 단지 어리둥절하여 갈 피를 못 잡고 병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지 결코 진정한 '병법의 공은 아니다.
무사라면 당연히 병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사 색해야 한다. 게다가 마음속의 어리둥절한 곤혹스러움은 버리고 맑고 깨끗한 공명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시 말해 무사의 의지와 지혜가 완벽하게 수련이 된 다음에는 높은 식견과 원대함을 품은 자로 변화하여 만사와 만물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다. 그러면 마음속에 담고 있던 어두움과 그림자가 없어 지는데, 이것이 바로 대청명(淸明)의 경지, 즉 진정한 공이다.
- 「독행도」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임종 전에 쓴 것으로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다. 인생을 되돌아본 사색의 총결로서 선학사상 (禪學思想)이 짙게 배어 있다. 이로써 그는 한 사람의 검객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 의 선자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1. 세상의 도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2. 평생 향락에 빠지지 않는다).
3. 모든 일에 타인의 탓을 하지 않는다.
4. 자신은 가볍게, 다른 사람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5. 평생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6. 행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7. 선이든 악이든 다른사람을 시샘하지 않는다.
8.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다.
9. 모든 일에 원망하지 않는다.
10. 연모의 정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11. 모든 일에 특별히 좋고 싫음이 없다.
12. 사치를 탐하지 않는다.
13. 제 몸 하나를 위해 좋은 음식을 탐하지 않는다. 
14. 소장품이 될 오래된 물건을 갖지 않는다. 
15. 몸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다.
16. 병기 외에 특별히 도구를 즐기지 않는다
17. 도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18. 늙은 몸에 재물은 필요없다
19. 불신을 받들되 의존하지 않는다. 
20. 죽더라도 명예는 버리지 않는다
21. 항상 병법의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미식  (0) 2023.04.06
죽음이 물었다  (1) 2023.03.20
이제 몸을 챙깁니다  (1) 2023.03.17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2) 2023.03.09
미스터 프레지던트  (0) 2023.02.26
Posted by dalai
,

이제 몸을 챙깁니다

etc 2023. 3. 17. 12:18

- 만성피로가 일반 피로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현재의 일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니며, 휴식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는 사실입 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피로'와 '피곤'이라는 단어를 섞어서 사용하지만 두 단어 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피로疲勞)는 에너지가 일 시적으로 고갈된 상태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일을 많이 해서 지친 것입니다. 그에 비해 '피곤)'은 '괴로울 곤(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지친 것을 넘어 괴롭다'라고 할 만큼 피로가 축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곤困)'이라는 글자처럼 마치 큰 나무가 작은 화 분에 갇혀 있는 것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죠.
피곤은 피로보다 심하고 만성화된 상태로 '과'에 '억압'이 더해 질 때 나타납니다. 즉, 피로를 느끼고 쉬고 싶은데 제때 제대로 쉴 수 없고 계속 일을 해야 할 때 우리는 피곤해집니다.
- 보통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고 40~50분이 경과하면 우리 몸에는 젖산과 같은 피로 물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피곤과 통증을 느끼는데, 우리 몸에서는 이를 완화하 기 위해 '베타-엔돌핀'과 '아난다마이드'라는 물질이 분비됩니다. 마약 성분과 비슷한 천연 마약이라고 할까요. 베타-엔돌핀은 직접적 으로 쾌감을 주고, 아난다마이드는 뇌의 도파민 회로에 간접적으로 작용해 쾌감을 고양시킵니다.
즉, 격렬한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은 고통을 느끼고, 이때 베타-엔돌핀과 아난다마이드가 분비되어 진통 효과와 함께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운동 중독자들은 이 쾌락 물질을 탐닉합니다.
문제는 운동 중독 역시 다른 중독처럼 내성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소주 한 병 정도면 기분이 좋았던 사람이 알코올 중독이 되면 점점 내성이 생겨 두 병, 세 병으로 자꾸 음주량이 늘어납니 다. 이처럼 운동 중독 역시 내성이 생깁니다.
결국 스스로 몸을 해치는 정도까지 운동을 해야만 비로소 쾌감 을 느끼는 상태가 됩니다. 중현 씨는 이를 자기 극복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극복이 아니라 중독입니다.
- 한자로 '장'이라는 말은 소화기관인 '창자' 즉, 소장과 대장을 말합니다. 그러나 한자 사전을 보면 놀랍게도 '마음'이라는 뜻이 함 께 있습니다. 창자가 곧 마음이라니요?
이때 마음이란 몸과 유리된 마음이 아니라 몸에서 우러나는 참 된 마음을 뜻합니다. 즉, 속마음을 말합니다. '腸'은 '속마음 충)'과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는 누군가 형식적이거나 건성으로 하는 이야기에 대해 '영혼 없는 말'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사실 '몸에 없는 말' 혹은 '창자에 없는 말'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몸과 괴리된 채 머리로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점점 생각으로 빠져듭니다. 특히 인간관계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따라 몸과 정반대의 판단과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몸은 상대를 거부하는데도 반갑다며 웃고, 몸은 배가 고픈데도 '배 안 고파'라고 이야기하고, 몸은 피곤한데도 '재밌어'라고 합니다. 물론 관계를 위해 이 정도의 표현은 거짓말이라기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로 살아가는 게 익숙해지면 우리는 점점 몸의 느낌과 감각을 잃어버리고 생각이나 표현을 자신의 감정으로 착각합니다. '열정적으로 살아야 해'라는 강박을 진짜 열정이라고 착각하고, '이 정도 조건이면 행복하지'라는 생각을 진짜 행복이라고 착각합니다
- 왜 자신의 욕구를 잘 모를까요? 그것은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감춰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장인들은 속마 음을 감추고 표정을 관리하며 사는 게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 억압이 지속되면 감정 지각 능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그것은 무난한 직장생활을 보장해 주지만 반대로 자신이 무엇을 좋 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려주는 감정에 대한 자기 이해 기능까 지 퇴화시키고 맙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노처럼 조직 생활에 영향을 주는 감정만 참았다 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감정은 선택적으로 억압되지 않습니다. 불쾌 한 감정을 누르면 불쾌한 감정만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감정 도 함께 억압되게 마련입니다. 화를 억누른다면 기쁨도 잘 느낄 수 없는 법입니다.
- 감정 억압은 몸의 억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몸으로 전해 오는 감정의 신호들, 즉 신체감각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 므로 감정 억압이 큰 사람들일수록 신체감각을 지각하는 능력이 떨 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호흡이나 심박동의 변화, 근육의 긴장, 몸의 열감 등 신체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기에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지도 분류하지도 못합니다.
- 우리 뇌에는 이 통합과 균형 역할을 해주는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부변연계(para-limbic area)'입니다. 부변연계란 해부학적으로 '이성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대뇌피질과 '감정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변연계 사이에 있는 구조물입니다.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상체와 하 체를 잇는 허리에 해당합니다. 허리가 튼튼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부변연계가 튼튼해야 뇌의 각 부위가 유기적으로 연결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변연계의 주요 구조물은 '대상회'와 '섬'입니다. 특히 전방 대상회는 '이성의 뇌'인 전두엽을 도와서 충동 조절, 판단 능력, 목적 지향성 같은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실행합니다. 동시에 '감정의 뇌'인 변연계를 도와 감정 처리와 조절에 영향을 줍니다. 즉, 대상회가 건강하면 감정 조절이 잘 이루어지고 생각과 감정의 조화를 이 룰 수 있습니다.
- 실제 많은 정신 질환의 경우 이 대상회의 기능에 이상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역으로 대상회의 기능 회복은 치료의 경과를 알려주 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렇다면 부변연계의 섬엽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섬엽은 한마디로 '신체 자각의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엽은 내장기관을 포함한 몸의 감각을 총괄함으로써 몸과 머리 즉,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을 연 결합니다. 그렇기에 몸과 마음의 연결은 섬엽이 잘 기능할 때 가능 하며, 주의를 기울여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것은 섬엽을 활성화시키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엽은 뇌의 외측 틈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피질 부분으로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에 의해 덮여 있습니다. 영어 명칭 'insula'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섬(island)'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는 뇌의 많은 영역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섬이라기보다 는 국제공항 같은 허브 역할을 합니다.
섬엽은 몸의 곳곳에서 전달되는 감각과 통각 신호를 받아들이고, 이를 서열화하여 중요한 신호를 대뇌피질로 연결하여 판단과 결정 이 내려지도록 합니다. 이 섬엽으로 인해 우리는 몸의 내적 감각을 지각하고, 아픔이나 불편을 느끼고, 이러한 감각에 기초하여 자신 의 감정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섬엽이 받아들이는 몸의 신호는 다양합니다. 심박동, 호흡, 근육의 긴장뿐 아니라 위장이나 대장의 움직임 역시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러므로 만약 섬엽의 기능이 떨어진다면 우리는 신체감각이나 통증 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몸으로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몸의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에 비해 섬엽의 활성도가 낮습니다. 문제는 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역시 점점 섬엽의 기능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뇌의 각 부위를 연결하고 몸과 머리를 통합시키는 부변연 계는 주의 집중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의 집중력을 전등에 비유하면 부변연계는 그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항상 집에 불을 켜놓지 않는 것처럼 우리 뇌는 24시간 주 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자극이나 집중해야 할 과제가 있을 때만 주의 집중력의 불이 켜집니다. 그렇다면 전구를 켜고 끄는 스 위치처럼 우리 뇌에도 주의 집중력의 스위치가 있겠지요. 그 스위치를 '현저성 신경망(salience network)'이라고 하는데 이 신경망의 주 요 구조물이 바로 부변연계의 대상회와 섬입니다.
- 주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이 스위치가 잘 작동하기에 뇌가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하고, 뇌가 쉬어야 할 때 잘 쉽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불안증처럼 주의 집중력에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러한 제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는 깨어 있는 시간의 30~50퍼센트 동안 집중을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으로 조 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집중하지 못하고 분주하게 움직이 는 상태를 '심리적 방황(mind wandering)'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우울증이나 ADHD 환자뿐 아니라 현대인들의 뇌도 점점 심리적 방황 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의 부변연계는 약화되고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부변연계에 쉴 틈을 주지 않는 과도 한 자극과 지속적인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둘째는 몸의 억압 때문입 니다. 몸을 잘 사용하지 않고 몸을 잘 느끼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은 몸의 감각을 떨어뜨리고, 이와 관련된 섬엽과 부변연계의 기능을 약 화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위해서 몸의 감각을 깨워 부변연계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 만약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지 않으면 우리는 '오염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계속 다른 생각에 빠지고, 운동을 하면서도 회사 일을 걱정하고, 일을 하려고 책상 앞 에 앉아 있지만 공상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몸챙김과 마음챙김은 다른 말이 아닙니다. 모두 마 음이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머무르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그 '이 순간의 경험'은 몸의 신체감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 기 때문에 몸챙김이란 말은 그 의식의 주의점이 어디인지 보다 명확 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몸챙김은 생각이나 감정 혹은 외부의 자극 이전에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게 그 초점입니다. 이러한 몸챙김은 당연히 비판단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명확한 초점으로 인해 '알아차 림'의 힘을 길러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 결국 몸을 챙기는 것은 마음을 챙기는 것이고, 삶을 챙기는 것이 됩니다. 심리 치료사이자 요가 지도자인 스티븐 코프(Stephen Cope)는 자신의 저서 『요가, 그리고 진정한 자기를 찾기 위한 탐구 (Yoga and the Quest for the True Self)』에서 몸과 마음의 연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몸과의 본능적인 연결이 다시 이루어지고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을 열심히 사랑할 줄 아는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
자기 몸을 돌보는 진정성 수준이 달라지면 건강 상태와 식생활, 몸 의 에너지, 시간 관리 방식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고 재설정된다. 자신을 더욱 잘 돌보게 만드는 이 변화는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자신을 돌볼 때 찾아오는 즉각적이고 본질적인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 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이 끊어져버린 '지속적 긴장 상태'가 현대 인의 몸과 마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는 일도, 사랑도, 공부도, 노는 것도, 모든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 다. 그렇기에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힘을 빼는 것은 잘 하지 못합 니다.
이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몸은 긴장과 이완을 하게끔 되어 있지만 생각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완이 안 되는 것입니다. 몸에 긴장이 많은 이들은 지나치게 엄격 한 생각이나 기준, 그리고 과도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 니다.
이들의 마음은 흔히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몸을 짓누릅니다. 몸은 어떤 일 로 인해 긴장했다면 그 일이 끝나고 난 뒤에 이완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마음은 몸의 순환을 깨뜨립니다.
- 몸의 불필요한 긴장을 빼고 이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훌륭한 보호 장치가 됩니다.
시간을 돌아보세요. 당신에게 가장 편안했던 장면을 찾아보세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그곳에 있다고 느껴보세요. 그리고 그 편안한 느낌이 생생해질 때 몸과 약속의 몸짓을 만들어보세요. 마 지막으로 몸에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몸아! 내 마음이 힘들 때 지금 이 편안한 느낌이 저절로 떠오를 수 있도록 도와줘."
- 정신과에 오는 분들은 단지 고통이 커서가 아니라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돌볼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를 위로하기는커녕 자신을 미워하고 비난합니다. 이들은 단 한 번도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본 적이 없으며, 생각은 있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불친절한 이들은 심리적 면역력이 결핍되어 작은 고통 앞에서도 쓰러지고 맙니다.
어른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은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커간다는 것을 말합 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친절을 능동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이는 가장 먼저 몸을 향해 드러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몸이 힘들거나 아 플 때 따뜻한 관심과 친절을 베푸는 것이 시작입니다.
따뜻한 말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마치 친구의 병문안을 가서 손을 잡고 위로하는 것처럼 불편한 내 몸에 손을 얹고 몸이 건 강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라도 좀더 관심을 가 지고 몸을 잘 돌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를 문장으로 만들어 자기 친절의 문구를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 만약 당신이 위염 증세로 인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쓰리다고 해봅시다. 그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내 위장이 편안하기를................"
"내가 내 위장을 잘 돌볼 수 있기를................"
지금 당신의 몸에서 고통을 느끼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 부위에 손을 얹고 친절의 문구를 말해 봅시다.
이때 다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왜 몸을 돌 보지 않았어'라는 질책이 아니라 '이제 내가 잘 돌볼 수 있기를'이라 는 격려입니다. 진정한 치유란 자신의 몸을 수단화하고 억압했던 태 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기 몸을 돌보고 아낄 때 일어납니다.
- 만약 그런 긴장된 상황에서 걷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걷기는 효 과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법입니다. 특히 감정이나 긴장 과잉의 상태 에 놓일 때 걷게 되면 과각성된 감정 회로가 신체의 운동 회로와 연 결되어 일종의 방향 선회 역할을 합니다. 걷기가 '감정의 우회로' 역 할을 함으로써 감정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질 때 서성거리는 것은 긴장을 발산시키려는 우리 몸의 자동 방어 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성 거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걷는 것입니다. 불안할 때만이 아니라 분노나 슬픔을 느낄 때도 그렇습니다.
- 걷기는 우리의 감정적 에너지들을 신체의 운동 회로로 배출해 줍니다. 마치 걷기는 욕조 배수구의 마개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걷게 되면 마음속에 갇혀 있는 꽉 막히고 답답한 감정들이 빠져나갑니 다. 어지러운 생각들은 이내 잦아듭니다.
사실 걸을 때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별로 없습 니다. 심각한 고민이라도 걷게 되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걷기가 뇌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걷기를 통 해 감각과 운동의 뇌가 활성화되면 과잉 활성화되어 있던 감정의 뇌와 사고의 뇌는 진정됩니다. 다시 말해 과도한 스트레스나 고민이 많은 상태란 감정이나 사고 등 뇌의 한 부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걷기는 한쪽에 편재되어 있는 뇌 활동의 흐 름을 바꾸어줍니다.
즉, 걷기는 뇌 전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고여 있던 우리 마음을 다시 흐르게 합니다. 우리 몸이 앞으로 나아가면 우리 마음도 앞으 로 흘러갑니다.
이렇듯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의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한 응급 조치가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힘든 감정과 복잡한 생각을 맞서 싸우려하기보다 일단 몸부터 움직여보세요. 몸의 변화는 당신의 생각과 느낌에 영향을 줍니다.
- 감정과 충동이란 가만히 있으면 강해지고, 이를 없애려고 하면 더 반발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감정과 충동도 따라 서 움직이게 됩니다. 의식적인 움직임은 뇌의 익숙한 회로를 우회하 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냄으로써 충동과 감정을 조절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무언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경우에도 몸을 움 직이면 좋습니다. 생각이 꽉 막혀 있을 때에 가장 먼저 할 일은 몸 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밖에 나가기가 어렵다면 다른 방으로 이동합 니다. 몸을 움직이고 공간을 바꾸는 것은 우리 뇌에 환기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 이러한 감정 관찰의 핵심은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바늘과 실처럼 감정이 있는 곳에는 몸의 감각이 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마음이라고 하지만 감정은 기본적으로 몸의 경험입니다. 감각의 변화 양상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게 감정입니다. 이렇게 감정이 올라올 때 감각을 관찰하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감정이 동요될 때 흔히 호흡은 짧아지고 불안정해집니 다. 이때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호흡을 관찰하게 되면 어떻 게 될까요? 짧았던 호흡이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이렇게 길어진 호흡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편도체의 흥분을 감소시키고 몸을 안정시킵니다.
이렇게 몸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의식을 변화시키거나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을 상향식 조절방식이라고 합니다. 호흡법이나 근육 이완훈련은 대표적인 상향식 방법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은 전통적으로 하향식 조절 방식을 선호해 왔습니다. 감정이나 생각을 다루어 마음이나 뇌를 변화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양방향의 접근이 모두 필요하고, 즉각적인 효 과를 위해서는 상향식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몸을 통해 마음에 접근하는 것이 수월하고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 원래 라벨링 기법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간단하게는 "나는 화가 났어" "나는 슬퍼" "나는 지금 불안해”라 고 감정의 이름만 붙여도 감정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전두엽은 활성화되고 우리는 내적 경험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즉, 감정에 빠져들어 감정을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어, 내적 경험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줍니다.
- 외상적 기억은 일반적 기억과 달리 망각이 되지 않습니다. 날이 바뀌고 새로운 일이 벌어져도 외상적 기억은 뒤로 밀려나지 않고 마음의 중심에 고스란히 머무르고 떠오릅니다.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억의 저장 방식부터 다릅니다. 외 상적 기억은 일반적 기억과 달리 뇌의 해마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 미처 해마로까지 전달되지 못한 채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몸에 저장됩니다. 이는 몸으로 떠올려지는 암묵적 기억이고 파편적 기억 이기에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6하원칙에 맞춰서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 트라우마는 중추와 말초 신경계, 근육, 내장기관, 호르몬 시스템 등 온몸에 각인되어 호흡, 동작, 감정, 생각, 표현, 관계, 사회적 행동 등 몸으로 행하는 삶의 전면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즉,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생겨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제대 로 방출되지 못하고 신경계에 각인된 상태가 바로 트라우마입니다. 그러므로 트라우마는 심리적 충격이자 동시에 신체적 충격입니 다.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몸으로 떠오르는 트라우마의 고통에서 벗 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몸의 억압입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이들은 몸을 느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상에 빠지고, 과도한 지식과 논리에 사로잡히고, 술이나 약물로 감각을 마비시키고, 억지로 잠을 안 자고 멍한 상태로 있으려고 합니다.
- 여러 실험에 의하면 바른 자세와 구부정한 자세를 취할 때 떠오르는 생각의 내용이 다릅니다. 대부분 바른 자세를 취할 때는 행복하고 낙관적인 생각을 떠올리기 쉬웠다고 응답했고, 반대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할 때는 안 좋은 일이나 비관적인 생각을 떠올리기 쉬 웠다고 합니다.
리스킨드는 이러한 현상을 몸과 마음의 '일치(congruence) 현상'이 라고 불렀습니다. 즉, 자세와 생각이 동기화된다는 것입니다. 자세가 움츠러들면 생각도 부정적으로 되고, 자세가 펴지면 생각도 확장되 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몸의 자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은 우리 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몸을 건드리면 마음이 건드려집니다. 몸은 마음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 음식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뇌를 영상 촬영해 보면 약물이나 알코 올 중독자와 유사한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뇌의 보상 시스템에 관여하는 배쪽 줄무늬 체와 배후 선조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쾌미 음식, 특히 단 음식은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이나 베타엔돌핀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기 분을 나아지게 합니다.
과연 이 기분 좋은 느낌은 얼마나 갈까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학 심리학과 로버트 테이어 교수는 1987년도 성격과 사회심리학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사탕이나 초콜 릿을 먹고 나서의 감정효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 사람들은 단 음식을 먹고 난 후 바로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이 들었지만, 한 시간이 지나자 감정은 오히려 먹기 전의 수준 아래로 떨어지고 오히려 긴장감이 증가하였습니다. 기분이 나 빠서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졌지만 술이 깨고 나니 기분이 더 나 빠진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짧은 시간의 좋은 기분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잠시라도 힘든 상태를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약 중독자들이 그 찰나의 황홀함을 끝내 잊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진짜 위로보 다 즉각적으로 기분을 바꿔줄 수 있는 눈앞의 위로를 원합니다.
그리고 중독자가 아니라 애주가라고 합리화하는 술꾼처럼 우리 는 음식 중독을 부정합니다. '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어쨌든 음식은 잠시라도 기분을 나아지게 하잖아' '먹는 게 나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라며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빠져듭니다. 음식 외에는 별로 삶의 낙이 없어지고, 혀의 즐거움만을 쫓아 결국 건강 이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 요리 수필가인 피셔(M. F. K. Fisher)는 인간은 자라면서 음식 선호에 대한 전형적인 변화의 패턴이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음식에 대한 집착을 덜 하게 되고, 음식을 음미하는 능력을 터득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음미'란 맛을 느끼며 음식을 먹는 것뿐 아니라 맛을 느 끼는 감각기관이 확장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 은 혀의 맛으로만 음식을 먹는다면 나이 들수록 몸의 느낌을 감안 하며 음식을 먹게 됩니다. 스스로 위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양 을 조절하거나, 혀 이외에도 음식이 몸에 주는 느낌을 중요하게 여 기거나, 음식의 영양소를 감안하며 먹는 것입니다.
-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좋은 잠을 잡니다.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정신없이 깊은 잠을 잡니다. 그러나 40대가 넘어가면서부 터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전체 수면 시간도 짧아지고 자주 깨 기 시작합니다. 아이들과 달리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면서 긴장이 잘 해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의 깊이가 얕아지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입 니다. 그렇기에 불면증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놓인 상황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나이든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 잠이 잘 안 오거나, 깨어난 뒤로 멍한 느낌이 가시지 않으면 사람 들은 잠을 잘 자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이나 노력은 수면의 질을 더욱 떨어뜨립니다. 만일 당신 이 '오늘은 열 시에 잠들 거야'라고 계속 생각하고 주문을 외우면 열 시에 잠이 들까요? 결심한다고 해서 일찍 잠들 수 있다면 수면제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의지로 깨어날 수 있지만 의지로 잠들 수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정 수준에서 각성은 의지로 가능하지만 수면은 긴장이 풀어지고 이완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계속 '잠을 자야지, 잠을 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이완을 방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꼭 자야 한다는 생각이 클수록 '잠이 안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이는 불면을 악화시킵니다. 그러므로 잠을 잘 자려면 생각을 멈추고 힘을 뺄 줄 알아야 합니다.
- 동물과 식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이는 이동성입니다. 그렇다면 왜 동물은 이동할 수 있고 왜 식물은 이동할 수 없을까요? 무엇이 동물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할까요?
물론 '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 본다면 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신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뇌와 같 은 신경계가 있고 식물은 없습니다.
우리는 뇌의 기능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 다. 하지만 뇌의 기원은 이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뇌가 만들어진 것은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더 잘 이동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중생물인 멍게를 볼까요. 멍게는 헤엄쳐 다니는 유생 시기에는 '원시 뇌'라고 할 수 있는 신경절이 있습니다.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바위에 붙어 정착 생활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바위에 붙은 멍게는 스스로 자신의 뇌 를 먹어버립니다. 입과 항문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뇌가 퇴화하는 것은 생각을 안 해서라기보다 움직이지 않아서입니다. 움직임이 줄어들면 뇌는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랭거는 실험에 참여한 84명의 호텔 청소 노동자를 절반으로 나누 었습니다. 그리고 A그룹에게는 그들의 노동에 따른 열량 소모를 알 려 주었습니다. 객실 한 곳을 청소할 때마다 행위 별로 얼마나 열량 이 소모되는지를 설명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5분 동안의 시트 교 체는 40칼로리, 청소기 돌리기는 50칼로리, 욕실 청소는 60칼로리 가 소모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B그룹에게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하던 일을 그대로 하게 했습니다.
4주 후, 랭거 박사는 두 그룹의 건강 상태를 다시 비교해 보았습 니다. 물론 두 그룹이 하는 일은 실험 전과 동일했습니다. 어떻게 되 었을까요? 설명을 들은 A그룹의 청소원들은 혈압이 10퍼센트 감소하고, 체중이 1킬로그램 이상 감소했으며, 허리 대 엉덩이 둘레 비율도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일상의 움직임 또한 운동이 될 수 있 음을 인식하자 일상의 활동이 운동 효과를 발휘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습관적 움직임과 의식적 움직임의 차이입니다. 똑같은 시간 몸을 움직이 더라도 의식적인 움직임과 습관적인 움직임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의식적인 움직임은 스스로 움직임을 자각하는 상태로 운동과 관련된 뇌 영역뿐 아니라 신체감각 그리고 인지와 관련된 뇌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시킵니다. 그에 비해 습관적인 움직임은 대뇌피질의 의식적 경로를 거치지 않고 피질 아래의 기저핵에서 자동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만약 매일 출퇴근을 하느라 30분씩 걷는다고 해봅시다. 그 시간 동안 움직임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며 습관적으로 걷는다면 이는 운동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몸과 자세에 주의를 기울여 걷는다면 운 동 효과도 좋을 뿐 아니라 인지능력 또한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운동 시간이나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자각하며 운동하는 것입니다.
- 몸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몸은 자기 과시, 자기 위로, 자기 처벌의 도구가 됩니다. 스트레스가 과도한 사회에서 몸은 이를 받아내는 쓰레기통이 되고 맙니다. 도구로 전락한 몸! 은밀한 자해가 행해지는 몸! 지금 우리가 몸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할 또하나의 이유입니다.
- 외모에 대해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외모만 바뀌면 모든게 해결될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들은 흔히 자기가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이들은 몸의 부족함 때문에 부정적인 자 아상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자아상 때문에 몸의 부족 함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몸의 존중감에 바탕을 두지 않는 자존감은 허구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고유의 몸이 그 모습 그대로 기능하고 존재하도록 허락하는 '몸 존 중감'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몸을 가꾸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화장을 하지 말 고 몸매에 신경 쓰지 말고 성형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외모 에만 신경을 쓰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몸 전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자는 것입니다. 외모로 좁아지고 있는 미의 기준을 좀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몸을 느끼고 돌보고, 몸과 함께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삶의 평화와 행복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바꿀 때 얻어지는 것 이 아닙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끌어안을 때 얻을 수 있습니다.
내 몸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몸 존중감입니다. 내 몸을 받아들 이면 내 몸과 친해지고, 내 몸을 잘 이해하고 잘 돌볼 수 있게 됩니 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음도 관계도 삶도 풍요로워집니다.
- 늙고 병든 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성격 탓이 아닙니다. 사회의 문제입니다. 효율성과 유능함을 중시하는 사회에 서 늙음과 질병은 무능과 무가치를 의미합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 게 오래 사는 것만을 원하는 사회에서 질병과 늙음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인생 과정으로 자리 잡을 틈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공적 노화'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이 성공이고 병들어 늙 어가는 것은 실패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몇 퍼센트의 노인들이 아프 지 않고 활기차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이를 과연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렇듯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 사회 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고 병들어가는 몸을 받아들일 수 없습 니다. 존중은커녕 연민을 느끼기조차 어렵습니다. 스스로 폐품이라고 여기고 치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노인자살률이 그렇게 높은지 모릅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늙어 보이지 않고 아프지 않으려 고 버둥거립니다. 아픈 것조차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면서 자신 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 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들어감에 강하게 저항합니다. '웰에이징(well aging)'이 아니라 '안티에이징(anti aging)'을 원합니다.
그러나 몸의 질병과 쇠락은 우리의 의지 밖에 존재하며 아주 자 연스럽고 정상적인 일입니다. 우리에게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 다는 말은, 아프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얼마든지 아플 수 있고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적어도 이를 개인의 무능함으로 바라보는 잔혹한 시선은 거두어야 합니다.
- 우리 중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공적인 노화를 할 수 없습 니다.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것은 망상에 가까우 며 대부분은 병에 걸려 늙어가다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죽 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출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삶은 직선이라기보다는 원에 가깝습니다. 손가락 하나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태어 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두 발로 세상에 서서 살아가다가 나이 들면 또다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죽어가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렇다면 성숙한 사회란 어떤 곳일까요? 질병과 늙음이 머물다 갈 자리를 내어주고,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존중하고 연민의 마 음을 품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요?
-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머무르는 것이 바로 '바디풀니스입니다. 이는 작은 변화가 아닙니다. 몸에 마음이 머무르면 연쇄 효과가 나타납니다.
몸이 깨어나고 몸이 경험에 참여하면 우리는 더 깊이 느낄 수 있 습니다. 여행을 가서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먹어보지 못한 음 식을 먹어서도 아니고, 특급 호텔에 묵어서도 아니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비경을 봐서도 아닙니다. 사소한 경험 하나하나도 깊이 있게 체험하도록 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의 골목길 하나하나, 낯선 이와의 짧은 동행, 허름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름 없는 시 장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만약 일상에서 감각이 살아난다면 우리는 똑같은 일상이라도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 무더운 여름날의 한 줄기 바람,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가을 숲, 소복이 쌓이는 겨울 눈길을 걸 으면서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의 감각이 죽 어 있다면 아무리 비경을 보고, 진귀한 음식을 먹어도 행복할 수 없 습니다.
몸이 깨어나면 똑같은 경험이라도 우리는 더 깊이 경험합니다. 몸 내부의 감각이 깨어나면 몸 외부의 감각도 깨어납니다. 경험에 수반 되는 감각적 변화와 정서적 움직임을 다각적으로 체험하고 만끽함 으로써 그 경험을 보다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몸의 감각이 깨어나면 길가에 핀 이름 없는 꽃을 보며 경탄할 수 있고, 매일 하는 요리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할 수 있습니다.
- 물론 아무리 친한 사람이더라도 다투고 나면 얼굴도 쳐다보고 싶 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부부 사이라면 등을 돌리고 자거나 각방을 씁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상해 있을 때에도 우리 몸은 상대의 몸을 원합니다. 살갗과 살갗이 닿기를 바라고, 눈과 눈을 마주하기 를 바라고, 손과 손을 맞잡기를 원합니다. 인간의 몸은 혼자 잘 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접촉을 원하고 깊이 연결될수록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 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은 다른 사람 과의 신체 접촉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혼자 살아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 시대에도, 인공지 능과 사랑에 빠지는 새로운 문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에도, 우 리의 몸은 여전히 누군가의 몸을 원합니다. 인간은 평생 동안 자신의 몸을 기대고, 자신의 몸과 맞닿을 다른 이의 몸을 필요로 합니다.
- 흔히 사람들은 생각을 깊이 하는 데서 지혜가 나온다고 생각합니 다. 하지만 더 큰 지혜는 머리가 아니라 우리의 몸에 있습니다.
분석적인 사고를 거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감각 을 '육감(感)'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이성적인 감각이 아니라 동물적 감각에 가깝기에 '육감(感)'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머리 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실제 영어로 육감은 장을 뜻하 는 'gut'을 넣어 'gut feel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장을 소화기관 정도로 보지만 장은 신체 기관 중에 뇌의 신호를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독보적인 기관입니다. 장은 그 자체로 장신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장에 있는 신경세포 수는 약 5천 만~1억 개로 이는 척수의 신경세포와 맞먹습니다. 게다가 면역체계 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20여 종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합니다.
- 이렇게 장은 중요한 신체기관이지만 주로 의식 수준 아래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내외부의 상황을 감지하는 장의 감각은 섬엽을 거쳐서 우리의 감정을 형성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안내해 줍니다. 사실 몸과 뇌 혹은 몸과 마음을 분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 니다. 두뇌뿐 아니라 몸 전체가 거대한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의식은 몸 구석구석에 뻗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몸은 그냥 몸뚱이가 아니라 의식과 지혜를 가진 몸입니다.
-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깨어난 자, 터득하고 있는 자는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신 체일 뿐, 그밖의 아무것도 아니며, 영혼이란 것도 신체에 깃들어 있 는 그 어떤 것에 붙인 말에 불과하다"고.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 가축의 무리이자 목자이다.
- 니체는 몸을 경멸하는 자들에게 정신은 작은 이성에 불과하고 신체야말로 큰 이성이라고 꾸짖듯 이야기합니다.
서양의 학문에서 오랫동안 몸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정신에는 불멸성과 완전성의 지위를 부여하고, 신체에는 유 한성과 불완전성의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기독교의 등장 이후 신체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신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욕망이나 충동은 사악한 것으로까지 취급당했습니다. 심지어 섹스는 오직 아이를 낳기 위해서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전통에 니체는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정신'은 작은 이성에 불과하고 정신은 큰 이성을 가진 '신체의 도구라고 본 것입니다. 놀 라운 발상입니다. 물론 니체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니체가 말하는 신체는 몸뚱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니체에게 신체란 정신이나 뇌 심지어 영혼보다 더 큰 개념입니다. 사 유가 있고, 감정과 감각들이 스며들어 있고, 영혼까지 깃들어 있습 니다. 니체에게 몸은 몸뚱이가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통 합체입니다.
니체는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정을 구분하는 일체의 이분법적 인 간관을 뛰어넘어 총체적 존재로서 인간의 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 다. 그렇게 보면 몸에 지혜가 있다는 점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 영성가인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몸에 대해 많이 인지할수록 면역 체계는 강해집니다. 마치 세포가 모두 활성화되는 것처럼 말이죠. 당신이 몸의 느낌에 주의 할수록 매우 강력한 자아 치료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당신이 몸 안 에 주둔하지 않으면 질병이 어느새 빈틈을 타고 공격해 들어오게 되죠. 주인 없는 집에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 침입하기 쉬운 것처럼 말입니다. 몸을 인지할수록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의 면역 체계도 강화됩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이 물었다  (1) 2023.03.20
오륜서  (3) 2023.03.20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2) 2023.03.09
미스터 프레지던트  (0) 2023.02.26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0) 2023.02.26
Posted by dalai
,

- 흰 빵, 구운 감자 또는 흰쌀밥에 들어 있는 것처럼 빨리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은 신속하고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급격히 하강하게 된다. 혈당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인슐린의 급상승과 급강하 는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만든다. 이런 녹말은 심장병과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위험한 과정과 연관이 있으며, 이처럼 빨리 소화되는 탄수화물은 특히 과체중인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 현미나 귀리 같은 전곡이나 통밀 파스타, 통밀빵과 같이 전곡으로 만든 식품 또는 콩류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혈당과 인슐린 수치에 느리고 낮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는 더 오랫동안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금방 허기지는 것을 막아준다. 전곡처럼 느리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은 섬유소와 함께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제공하며, 심장병과 당뇨병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바로 이런 것들이 건강한 식사의 기본 이 되어야 하는 탄수화물 식품이다.
- 감자를 먹어라 : 하루 종일 신체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영양학자나 다이어트 관련 책에서는 감자를 종종 '완전식품'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매일 감자를 먹는 것이 운동을 많이 하는 마른 사람이나 매일 일정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대 부분의 사람들에게 감자는 매일 먹어야 하는 채소가 아니라 가끔 적당한 양을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구운 감자는 동일한 열량을 내는 순수한 설 탕보다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훨씬 빠르게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상승 폭도 훨씬 크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팔고 있는 감자튀김도 마찬가지 인데, 이것은 건강에 해로운 트랜스지방까지 가득 담고 있다.
-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의 지방이 주로 허리나 가슴 주변에 축적되고 또 어떤 사람은 엉덩이나 허벅지 주변에 축적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체형을 각각 '사과' 형과 '조롱박(서양 배)' 형이라고 하자.
허리와 가슴 주변에 축적되는 지방(복부 지방)은 엉덩이나 허벅지 주 변의 지방보다 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며, 복부의 지방은 고혈 압, 고콜레스테롤증, 고혈당 및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 이런 지방은 다 른 곳에 축적되는 지방보다 대사적으로 더 활성적일 가능성이 있다. 또 한 복부 지방이 다른 종류의 지방보다 더 나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키와 몸무게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전체적인 비만에 대하여 경고를 해주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다.
- 리나 고기에서 나오는 500칼로리나 국수에서 나오는 500칼로리는 모두 여러분의 체중에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칼로리에 대한 구별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지구상의 초기 거주 자들이 직면했던 성가신 문제, 즉 무엇을 먹어서(어떻게 다른 연료를 사 용하여) 신체를 가동시킬 것인가에 대한 멋진 해법이다. 지방, 탄수화 물, 단백질, 그리고 알코올을 위해서 각각의 다른 세포 내 시스템을 갖 는 대신 우리 몸의 세포들은 동일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 가 먹는 대부분의 것들은 우리 몸 안에서 통용되는 에너지 화폐인 포도당(여섯 개의 탄소 골격을 가진 당)으로 전환된다. 음식을 먹을 때 혈액 으로 쏟아져 들어온 포도당의 일부는 세포에 의해 즉시 사용된다. 또한 일부는 서로 연결되어 글리코겐glycogen이라는 긴 사슬을 형성하는데, 이는 근육이나 간에 저장된다. 그리고 남는 것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특 별한 지방 저장 세포에 저장되고, 근육 사이사이를 메우게 된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호주머니 속의 현금이 포도당이라면, 글리코겐 은 약간의 노력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은행의 예금이며, 지방은 주식이 나 상호기금에 묶여 있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 정제된 탄수화물을 포기하고 전곡류, 채소, 사과와 같은 과일을 선택 하는 것은 공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포도당과 인슐린의 급격한 상승을 감 소시킬 뿐만 아니라, 중요한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그리고 여러 식물 성 영양소를 공급한다. 또한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심장병의 발병 기회 를 감소시킬 수 있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피하고 단일불포화지방 산과 다중불포화지방산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은 콜레스테롤 수치의 향 상과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며, 동맥 혈관들이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인슐린에 대한 근육의 반응을 증대시킨다. 붉은 육류와 가공 육류를 적당히 사용하고 그 대신에 생선, 견과류, 콩류, 가금류 등 을 먹는 것은 심지어 총 지방의 양이 높다고 할지라도 결장암, 전립선 암, 당뇨병 및 심장병의 위험을 감소시킬 것이다.
- 먹는 것과 심장병 간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2단계로 설명되어왔다. 
1. 섭취하는 지방이 너무 많으면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 가 높아진다.
 2.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장 발작이나 다른 형태의 심장병을 일으킬 확률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진실이라면 지방을 덜 섭취했을 때는 심장병 발병률이 감소해야 한다.
이렇게 비교적 간단한 식생활-심장에 관한 가설은 많은 것을 생략하고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은 다른 지방은 콜레스테롤에 다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이라는 단일 통로 외에 식이 지방이 심장 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통로가 많다. 또한 식이 지방은 혈액 중에 이른바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HDL(고밀도 지단백질)의 양, 혈액의 응고, 불규칙한 리듬에 대한 심장 반응의 민감 정도, 스트레스에 대한 혈관 내벽의 반응,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심장병 발병의 다른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 포화지방을 덜 섭취하는 대신 불포화지방을 더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전면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고, 심장병도 예방할 수 있다. 포화지방이나 탄수화물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 HDL의 수치를 유지하면서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저밀도 지단백질)의 수치를 낮출 수 있다.
• 혈액 중에 돌아다니는 지방의 또 다른 형태인 중성지방(심장병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중성지방의 증가는 고탄 수화물 식사를 했을 때 나타난다.
• 급성 심장사의 주원인인 불규칙한 심장 박동의 발생을 줄여준다.
• 동맥 내 혈류의 흐름을 막는 덩어리가 생기는 경향을 감소시킨다.

- 지방은 우리 몸속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지방은 세포의 주요 에너 지원이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지방세포를 구성하고, 중요한 기관들을 둘러 싸서 충격을 완화시키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단열재 역할도 한다. 또한 화 학적으로 정확히 지방이라고 할 수 없는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신경 주변 을 둘러싸는 아주 중요한 막을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하고, 인체가 만들어내 는 많은 호르몬의 전구체이기도 하다.
이 모든 작용을 위해 지방은 어떻게든지 소화 기관으로부터 빠져나와 세 포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물과 기름처럼 지방 과 혈액은 서로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지방이 혈액으로 그냥 보내진 다면 덩어리로 굳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지방이 혈액 속에서 흐를 수 있도록 단백질로 덮인 입자로 포장한다. 지단백질(지질+단백질)이라고 하는 이런 작은 입자들은 입 자를 안정시키기 위한 약간의 콜레스테롤을 포함하고 있다.
혈액은 출퇴근 시간의 도로처럼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지방 수송 입 자들을 이동시킨다. 지단백질은 일반적으로 그들이 포함하고 있는 지방과 단백질의 비율에 따라 분류된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것은 무겁고 밀도가 크며, 지방이 많고 단백질이 적은 것은 가볍고 밀도가 작다. 단백질 은 물로부터 지방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작용, 즉 인체가 지방이 들어 있는 입자들을 특정 부분으로 보내도록 알려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심장병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지단백질은 고밀도 지단백질HDL, 저밀도 지단백질LDL, 그리고 중성지방으로 이루어진 초저밀도 지단백질VLDL이다.
- LDL은 종종 나쁜 콜레스테롤로 간주된다. 만약 혈액이 이런 입자들을 너 무 많이 운반하고 있다면, 그 입자들 중 일부는 혈관 내막에 늘어서 있는 세 포 안에 쌓이게 된다. 일단 혈관 내막으로 들어가면 LDL은 반응성이 아주 높은 자유라디칼의 공격을 받게 되고 산화 LDL로 변한다. 산화 LDL은 동 맥 내막을 손상시키고 동맥을 막히게 하는 일련의 단계적 반응을 일으킨다. 즉, 동맥을 막는 혈전을 만들기 시작한다.
반대로 HDL 입자는 혈관 내막이나 다른 곳에서 과잉 콜레스테롤을 흡수하고 간으로 운반하여 그곳에 버린다. 또한 간이 다른 지단백질 입자들을 재활용하도록 돕는다.
- 트랜스지방은 얼마나 나쁜 것인가?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트랜스지 방은 LDL 수치를 높인다. 이들은 특히 동맥혈관을 가장 손상시키는 작 고 밀도가 높은 LDL 입자들의 수치를 상승시킨다. 또한 중성지방과 지 단백질도 상승시키는데, 이 두 물질의 높은 수치는 모두 심장병과 연관 이 있어 건강상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동시에 트랜스지방은 콜레스테 롤의 보호 형태인 HDL의 수치를 저하시킨다. 하지만 포화지방은 이런 작용을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트랜스지방은 평소보다 더 끈끈한 혈소판(혈액 응고에 중요한 혈액세포)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심장이나 뇌, 그리고 다른 부위 의 혈관 내부에서 더 쉽게 엉긴 덩어리를 만든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은 심장병, 당뇨병, 그리고 다른 사망 원인 및 장애 발생에 주요 역할을 하는 면역 시스템의 지나친 활동인 염증을 일으킨다.
트랜스지방의 이러한 이중, 삼중 심지어 사중의 효과는 치명타가 되어 심장병 발병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 오메가-3 지방산 발견에 대한 이야기는 영국의 생리학자가 에스키모를 방문하기 위해 북극을 여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에스키모들은 고지방 식사를 하는데도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수십 개의 연구 결과, 생선 등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심장의 불규 칙한 박동을 예방하고, 동맥 내에서 혈액 중 혈전(대부분의 심장 발작 원인이 된다)의 생성을 줄여주며, 혈중 콜레스테롤과 다른 지방 입자들 의 균형을 개선시키고 염증(염증은 죽상경화증의 원인이 된다) 생성을 막아주어 심장 발작과 급성심장사를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메가-3 지방산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일반적인 식사를 통해서는 섭취하기가 힘들다. 식품업체는 저장 기간을 연장하기 위하여 기름이 산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식물성 기름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을 파괴한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 경화 과정은 트랜스지방을 생성한다. 오늘날의 쇠고기나 닭고기는 이전 보다 오메가-3 지방산을 덜 포함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식용으로 기 르는 대부분의 동물이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야생 식물이나 씨앗을 찾아 먹는 대신 오메가-3 지방산이 적은 곡물 사료를 먹기 때문이다.
- 오메가-3 지방산의 가장 훌륭한 급원은 생선이며, 특히 연어·고등 어. 청어 · 정어리와 같이 기름진 생선들이다. 그러나 비교적 비싸다는 점과 수은이나 다른 오염물질로 오염되는 것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문제 가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생선을 큰 덩어리로 일주일에 두 번 먹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좋 다. 그보다 더 먹는 것은 심장병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효과를 준다. 어 린아이들과 가임기 여성은 먹는 생선의 종류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 이고 수은 농도가 낮은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132~133쪽 참조). 거의 날마다 ALA의 좋은 급원을 섭취함으로써 적절한 오메가-3 지방 산을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호두, 아마씨 또는 카놀라유나 대두유로 음식을 조리해서 먹는 것 이다.
- 트랜스지방은 어디에나 들어 있다. 최근까지 모든 식물성 쇼트닝은 트랜스지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재 일부 마가린 제조업체에서는 포 화지방 함량이 낮고 실제로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지 않은 상품을 만들 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고형 마가린에는 트랜스지방이 가득 들어 있다. 우리가 먹는 트랜스지방의 대부분(거의 70% 정도)은 크래커, 머핀, 과 자와 같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제과류와 다른 가공 식품 및 음식점의 튀김 요리 등에 숨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트랜스지방을 식품 성분 표시 에 명시해야 하므로, 어떤 식품이 그것을 함유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혼란스러운 점은 어떤 제품이 트랜스지방을 0.5g이하로 포함하고 있을 경우에는 그 제품을 '무트랜스지방' 이라고 선 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분 표시에 '부분 경화 식물성 유지' 라 고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또한 어떤 제품이 '무콜레스테 롤' 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속지 말기를 바란다. 콜레스테롤은 없을지 모르지만 트랜스지방은 여전히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식물성 기름으로 조리된 것'이라고 할지라 도 트랜스지방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는 경화 식물성 유지를 엄청나게 사용하기 때문 에, 트랜스지방의 섭취 수준이 두 자릿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침 에 도넛 한 개(트랜스지방 3.2g)를 먹고 점심이나 저녁에 라지 사이즈의 감자튀김(트랜스지방 6.8g)을 먹는다면 이는 보통 하루에 2,000칼로리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 내는 총열량의 5%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 도정하지 않은 곡식이 그렇게 건강에 좋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먹기 시작했을까? 일단 도정 기술이 나왔을 때 그것은 온전한 곡식을 그대로 가루로 만든 것보다 더 순수한 것으로 여겨졌다.
맨 처음에 흰 밀가루는 상류층을 위한 신상품이었다. 그것으로 만든 빵과 과자는 통밀가루로 만든 것보다 더 가볍고 바삭거렸다. 흰 밀가루 를 먹는 것은 세속적인 신분 상승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흰 밀가루는 보관하기도 더 쉬웠다. 통밀가루는 빨리 사용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하 는 반면에 흰 밀가루는 양질의 기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더 오래 저 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전곡 식품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어떤 것은 선택하기가 쉽다. 현미는 전곡이고 흰쌀은 전곡이 아니다. 전곡을 정제된 것과 구별하기 위해서 는 분별력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여러분은 식품 비평가와 같은 식 별력을 가지고 식품 성분 표시를 잘 읽어야 하며, 전곡과 정제된 곡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는 미묘한 뉘앙스를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 계해야 한다. 만약 식품 성분 표시에 애매하게 전곡 식품인 것처럼 표시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광고용 눈속임일 수도 있다. 진정한 전곡 제품은 주요 성분으로 통밀, 통귀리, 통호밀 또는 다른 전곡류를 포함해 야 한다. (내용물을 확인할 때 트랜스지방도 눈여겨보라. 이들은 전곡의 혜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밀기울과 배아는 엄밀히 말하면 전곡 제품이 아니다. 밀기울로 만든 시리얼은 비타민과 지방이 들어 있는 배아 부분이 결핍되어 있고, 반면에 밀 배아는 섬유소가 풍부한 겨 부분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밀기울과 배아 모두 녹말이 들어 있는 가운데 부분(내배유)이 결핍되어 있다.
만약 여러분의 식사가 정제된 곡류로 넘친다면, 밀기울이나 배아를 첨가하여 먹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도 가공되지 않 은 온전한 곡물을 먹었을 때와 같은 완전한 혜택, 즉 곡류 내부에 있는 녹말의 흡수를 지연시키는 보호막과 같은 작용을 하는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건강식 피라미드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건강한 식품들을 매끼 니 식사에 충분히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20개의 기초 구성 물질로부터 만들어진 길고 복잡한 사슬 형태로 되어 있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아미노산은 지방처럼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 필수 아미노산을 공급받아야 한다.
어떤 식이 단백질들에 대해서는 '완전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을 뜻한 다. 반면에 불완전한 단백질이란 하나 이상의 필수 아미노산이 결핍된 것을 말한다. 필수 아미노산은 몸 안에서 합성할 수도 없고 다른 아미노 산으로부터 전환되지도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육류 · 가금류 · 생 선·달걀· 유제품은 대개 완전 단백질에 속하며, 식물성 단백질은 거의 불완전 단백질이다. 그러므로 채식주의자는 쌀과 콩, 땅콩버터와 빵 또는 두부와 현미같이 서로 상호 보완해주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최근의 고단백질 다이어트 열풍은 20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잠재 적인 문제점을 무시하고 있다. 즉,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더 많은 칼슘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단백 질의 섭취 상태가 정상적인 수준일 경우에는 혈액 중의 칼슘과 완충 작 용을 하는 다른 물질들이 단백질의 소화로 인해 형성된 산을 중화한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가 증가하면 이 단백질과 관련된 산을 중화하기 위 해 더 많은 칼슘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칼슘은 대부분 신체의 칼슘 창고 인 뼈에서 구한다.
단기간, 예를 들면 몇 주 동안 고단백질 식사를 함으로써 손실되는 칼슘의 양이 뼈의 강도나 밀도에 어떤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면 상황은 달라질지도 모 른다. 예를 들어 '간호사 건강 연구'에서 하루에 95g(1일 열량의 25%)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한 여성들은 하루에 68g(1일 열량의 15%) 이하로 평균적인 양의 단백질을 섭취한 여성들보다 손목 관절이 더 잘 부러 졌다.
- 콩을 적절히 섭취하라
콩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의 좋은 대체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콩단 백질이 유방암이나 기억력 손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거의 모르기 때 문에, 콩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주일에 2~4회 정도 두부나 두유 같은 콩으로 만든 제품을 먹는 것은 좋다. 그 러나 농축된 콩 단백질이나 순수한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는 정제는 먹 지 말라. 안면홍조 현상이나 다른 폐경 관련 문제들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량의 콩을 몇 달 동안 먹는다고 해서 그리 해롭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효과적이지도 않다.

-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사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심장 발작 또는 뇌졸중을 일으킬 확률을 줄여준다.
• 혈압을 저하시킨다.
•변비와 게실염이라고 하는 고통스러운 장 질환을 예방한다.  
• 노화와 관련된 흔한 눈 질환인 백내장(눈의 렌즈 부분이 점점 뿌옇 게 되는 질환)과 황반변성(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실명 의 주요 원인)으로부터 지켜준다.
• 기억력 손실과 사고력의 감퇴를 지연시키거나 예방한다. 
• 더 적은 열량으로 포만감을 주며 그로 인해 체중을 조절한다.
• 여러분의 식사를 한층 다양하게 해주며 미각을 되살려준다.

- 내가 계속 과일과 채소' 라고 말하는 것에 주목하라. 식물이 만들어 내는 한두 가지 물질 또는 열 가지를 포함하고 있는 알약들은 이런 일들 을 결코 해낼 수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식물이 인체 내에서 생물학적 활성을 갖는 풍부한 물질을 거의 무한정으로 만들어내거나 결합 · 분리 시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일과 채소의 아주 소수 효과만 알려졌으 며, 가끔은 놀랍게도 거의 확실하지 않은 증거에 기초하여 알려진 것들 도 있다. 이러한 식물성 화학물질phytochemicals(문자 그대로 하면 식물이 만드는 화학물질)의 대다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명명되지 않았으 며, 화학적으로 그 특성이 규정되지 않았거나 생물학적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위에 기록한 효과들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서로 다른 물질 또는 이런 물질들의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 과일과 채소의 이로움은 상호 작용하는 물질들의 조합으로부터 나오는 지도 모른다. 카로티노이드로 알려진 항산화 색소를 예로 들어보자. 토마토 나 당근을 먹을 때, 그 식품이 포함하고 있는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카로티노 이드는 결국 서로 다른 형태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고, 그 세포의 각각 다른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것은 다양한 세포 형태에 대해 세포 전체에 걸쳐 항 산화 보호 작용을 한다.
식품에서 보통 발견되는 비율로 먹었을 경우에는 카로티노이드나 다른 식물성 화학물질이 서로 협력하여 작용할 것이며, 항산화 작용의 각각 다 른 단계에서 세포를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이 아닌 임의적인 비율 로 들어온 경우, 즉 아주 조악하게 제조된 영양 보충제를 통해 들어온 경 우에는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식물성 화학물질의 과잉 공급이 다른 것의 활성을 차단할 수 있다. 이것은 비타민이나 무기질 보충제가 쓸모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10장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비타민 보충제는 훌륭 한 보험과도 같다. 그러나 그것이 건강한 식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 섬유소: 소화되지 않음에 감사하라
건강의 관점에서 볼 때, 과일과 채소에 대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체에 힘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많은 물질은 사람의 위나 장에 있는 산이나 효 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섬유소라고 불리는 이 물질들 은 셀룰로오스, 펙틴, 검 등을 포함한다. 섬유소에는 가용성과 불용성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로 소화 기관을 통과한 다. 이들의 큰 차이점은 가용성 섬유소는 소장액에 녹고, 불용성 섬유소 는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용성 섬유소 soluble fiber는 완두콩류, 사과, 감귤류, 그리고 귀리와 다른 곡류 및 씨앗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소장을 통과할 때 끈적끈적하 고 점성이 있으며 젤리 같은 물질을 형성한다. 이런 점착성 물질은 콜레 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는 담즙산을 잡아들여 대변으로 배출되게 한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배출할수록 혈액 내로 이동하는 양이 줄어들므로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낮아진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질수록 심장병이나 다른 순환계 질환의 위험률도 더 낮아진다.
불용성 섬유소insoluble fiber는 식물의 세포벽으로부터 나온다. 주성분 은 셀룰로오스로, 사람의 소화계가 분해할 수 없고 소장액에 용해될 수 없는 방식으로 연결된 긴 사슬 형태의 포도당 분자이다. 30년 전에 남아 프리카의 반투족을 대상으로 수행했던 연구는 고섬유소를 많이 섭취하 는 그들의 습관이 결장암 발병률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제시했 다. 불용성 섬유소가 변화하지 않고 소장을 통과하면서 부분적으로 소 화가 덜 된 음식물을 함께 데리고 나가며, 음식물이 소화관을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식품이 가지고 있는 독성물질이나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먼 옛날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우리의 조상들이 먹던 것과는 조금도 비슷하지 않다. 우리의 조상들은 먹을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찾아 먹고, 주로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채소 에 의존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은 수백 가지는 아니더라 도 적어도 수십 가지의 식물이 만들어내는 화합물에 대사적으로 의존하 게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식물성 화학물질은 식물에서 발견 되는 해로운 화학물질을 해독해주고, 암이나 감염, 그리고 다른 여러 세 포 파괴 상황에 맞서 싸우는 효소들을 도우며, 세포 손상을 치유하는 또 다른 효소들을 돕기도 한다. 지금까지 몇몇 이런 화합물이 필수 영양소로 분류되었다. 저명한 암 연구자인 존 포터 John Potter는 다음과 같이 말 했다. "채소와 과일은 항암 칵테일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을 버리는 것은 우리의 목숨을 거는 행위이다."

- 토마토를 요리하라
거의 매일 기름으로 조리한 토마토, 가공된 토마토 및 토마토 제품을 섭취하라. 토마토에는 특히 폐암과 위암, 그리고 전립선암을 포함한 다 양한 암의 발병률을 낮추는 강력한 항암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하게 들 어 있다. 라이코펜은 세포벽의 안쪽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으므로, 토마 토를 날것으로 먹으면 여러분의 몸은 그것을 빼내기가 힘들다. 토마토를 조리하면 세포벽이 부서지고 기름이 라이코펜을 녹여 혈액으로 이동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주스 맛 설탕물이 아닌 진짜 주스 한 잔은 여러분에게 물 한 잔과 비 타민, 무기질, 약간의 섬유소와 더불어 즐거운 맛을 제공한다. 아침에 졸린 눈을 뜨게 해주는 것으로, 총 수분 필요량의 한 부분으로서 진짜 주스는 건강한 식사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아침 식사와 함께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마시는 전통은 미국에서 괴혈병(비타민 C 결 핍에 의한 장애)을 사라지게 하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과일 주스를 일상 음료처럼 마시면 매일 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예 를 들면, 360ml 병이나 캔에 들어 있는 오렌지 주스는 150칼로리 정도 되며 이는 초콜릿 칩 쿠키 세 개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그것은 단지 갈 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치고는 상당히 많은 열량이다.
만약 여러분이 주스를 선호한다면, 물이나 소다수sparkling water로 희석하여 마시는 습관을 들여라. 우선 주스 2에 물 1의 비율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주스 1에 물 3~4로 만들도록 노력하라. 평범한 물에 약간 의 풍미를 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신선한 레몬이나 라임을 짜서 넣는 것이다. 채소 주스는 과일 주스보다는 열량이 적은 경향이 있으나,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식품 표시를 확인해야 하며, 특히 나트륨 함량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물 대신 과일 주스를 마실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 이 주스에 들어 있는 여분의 열량을 조절하기 위해 다른 것을 덜 먹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점진적인 체중 증가를 위한 확실한 비결이다.
여러 종류의 주스 중에서 자몽 주스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데, 이 주 스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정 약물을 흡수하거나 대사하는 방법을 변 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몽 주스는 알레르기 치료제인 펙소페 나딘fexofenadine(제품명 Allegra), 울혈성 심부전의 치료에 사용하는 디 곡신digoxin, 혈압을 조절하는 로사탄losartan (제품명 Cozaar), 그리고 항 암제인 빈블라스틴vinblastine의 흡수를 저하시킨다. 또한 자몽 주스는 특 정 약물에 대해서는 그들의 대사를 변화시켜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며, 가끔 위험한 수준까지도 상승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약물은 고혈압 치 료에 사용되는 펠로디핀felodipine (제품명 Plendil), 니페디핀nifedipine (제 품명 Procardia), 그리고 니솔디핀nisoldipine (제품명 Sular)과 같은 칼슘 통로 차단제, 간질 치료에 사용되는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제품명 Carbatrol, Tegretol),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로바스타틴lovastatin (제품명 Mevacor),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제품명 Lipitor) 및 심바스타틴simvastatin (제품명 Zocor)과 같은 콜레스테롤 강하제, 장기 이식을 한 사 람들이 주로 복용하는 면역 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그리고 알코올 중독, 우울증, 공황장애 및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 되는 부스피론buspirone 등이 포함된다.
또한 자몽 주스에 들어 있는 어떤 성분은 신장 결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간호사 건강 연구'와 '건강 관련 종사자 추적 연구' 에서 매일 자몽 주스 240ml를 마신 경우 신장 결석을 일으킬 확률이 44% 정도 증가한 것 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연구를 해야겠지만, 이 는 자몽 주스를 매일 마시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 커피의 몇몇 이로운 점, 즉 약한 정신적·신체적 흥분제로서의 작용과 신장 결석과 담석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 등은 차에도 해당된다. 어떤 연구들은 녹차를 마시는 것이 심장병과 일부 암, 특히 위암에 대하여 보 호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했다. 차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라는 물 질이 이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험에서 차 또는 플라보노이드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동맥 기능을 개선시키고 암의 초기 단계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증거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어 종종 논란의 여지가 있다.
- 전 세계적인 조사에서 보면, 영국과 호주에서는 증가한 차의 소비가 심장병 위험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유럽 대륙과 다 른 지역에서는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암 연구는 항암 효과가 거의 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차뿐만 아니라, 딸기류 · 사과 · 토마토 · 브로콜리· 당근, 양파 등에도 들어 있다. 현재의 플라보노이드에 대한 열광이 정 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플라보노이드의 모든 공헌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차가 신장 결석의 위험률을 낮추고, 고된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는 유쾌한 방법이라는 것 외에 어떤 특별한 혜택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 뼈의 재형성에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뼈에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즉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거나 속보로 몸을 움직이면 성 장이 촉진된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즉 신체활동이 거의 또는 전혀 없을 때는 분해가 일어난다. 또한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은 뼈의 생성을 자극한다. 사춘기에 청소년들이 급성장을 하는 것은 바로 정신없이 분비되는 이 호르몬들 때문이다. 중년이 지나면서 이러한 호르몬 작용은 남성에게는 점차적인 감소로, 여성에게는 더 급격한 중 단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평형은 뼈의 손실 쪽으로 기울게 되고, 이런 변화는 여성에게서 더 갑작스럽고 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뼈를 만드는 세포(뼈모세포 또는 조골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칼슘의 양도 비 타민 D와 비타민 K의 양과 마찬가지로 뼈의 재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매일 정확히 얼마만큼의 칼슘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아직 나 오지 않았다.

- 우유를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할 6가지 이유
만약 최상의 1일 칼슘 필요량을 정말 아무도 모른다면, 안전하게 무 조건 하루에 세 잔씩 우유를 마셔서 칼슘 수준을 높여놓는 게 낫지 않을 까?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여섯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유당불내증, 포화지방, 추가 열량, 불필요한 호르몬, 전립선암과 난소암 의 위험 증가 가능성 때문이다.
- 뼈를 강화해주는 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으로 불리고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 불리 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 체내에서 이 두 가지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수 많은 연구에서 이 두 호르몬이 생애주기 전반에 새로운 뼈를 형성하고, 그 후 70여 년에 걸쳐 그것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여성의 경우, 폐경 후에 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는 데 반해 남성의 경우는 점차적으로 서서히 감소한다는 사실 이다.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호르몬대체요법은 한때는 나이든 여성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치료 법이었다. 이것은 폐경으로 인해 종종 나타나는 안면홍조를 조절하는 데 도 효과적이다. 또한 이 요법은 심장병의 예방을 도울 수 있다고도 여겨 졌다.
그러나 호르몬대체요법의 광범위한 사용은 연방정부에서 지원한 여 성 건강 이니셔티브Woman's Health Initiative의 결과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 게스틴의 조합을 사용한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심장 병과 뇌졸중의 위험도가 현저히 증가함을 보여준 이후 중지되었다. 에스 트로겐의 대안으로는 알렌드로네이트alendronate(상품명 Fosamax), 에티 드로네이트etidronate(상품명 Didronel), 이반드로네이트ibandronate(상품 명 Boniva)와 같은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s류 약물, 랄록시펜 raloxifene (상품명 Evista)과 같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물질, 그 리고 칼시토닌calcitonin 등이 포함된다.
- 남성의 성호르몬이 감소하는 것은 여성의 경우처럼 급격하거나 예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골다공증의 경고 징후가 있다면, 특히 65 세 이상의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호르몬 수 치가 낮으면 매일 테스토스테론 젤이나 패치를 사용하거나, 2주마다 테 스토스테론 주사를 맞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서 호르몬대체요법을 결정하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 사양이 급변하고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와 함께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이런 선택사양들을 분류하여 잘 고르는 것이 최선책이다.
-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칼슘이 필요한가 하는 것은 인체 영양학적 측면 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주요 과제 중 하나이다. 적당한(중간 이하 정 도) 양의 칼슘을 섭취하고 활동적이며 건강한 사람들의 골절률이 낮다 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칼슘을 더 많이 섭취하면 골절의 위험률을 더 낮출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불명확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현재 중년 이후 여성들을 위한 적절한 예방책은 하루에 500~1,000mg 의 칼슘을 별도로 섭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지방 우유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남성의 경우는 이로움과 해로움의 균형을 따져볼 때 아직은 많은 양의 칼슘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 쪽이다.
골다공증 발생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증명된,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 는 네 가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 가능하면 몸을 많이 움직여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고, 뼈를 건강하게, 근육을 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 매일 비타민 D 800~1,000IU를 섭취한다. 이 정도의 양을 포함하고 있는 일부 비타민제가 있다.
• 하루에 최소한 한 번 이상 녹색 채소를 먹음으로써 비타민 K를 충분히 섭취한다.
• 의사의 처방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과량의 비타민 A(레티놀, 여드름 치료제로 처방한다)를 섭취하지 않는다. 보충제로 섭취하는 양을 하루 2,000IU 이하로 제한한다.

- 오늘날의 '항산화제' 라는 용어에는 보통 비타민 C와 비타민 E, 베타 카로틴과 관련 카로티노이드 뿐 아니라 자유라디칼을 파괴하는 여러 효 소가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 필요한 셀레늄과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을 포함한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식품에는 수백 개의 항산화제가 들어 있 을 것이다. 이런 물질들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어떤 새로운 것이 목록에 추가된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현재 활발 히 연구 중인 항산화제로는 글루타티온, 코엔자임 Q10, 리포산, 플라보 노이드, 페놀류,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이 있다.
항산화제를 서로 교체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각각의 항산화제는 고유의 화학적 작용과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다양성은 아주 중요한 가치가 있 다. 항산화제들 각각의 물질(또는 물질 집단)이 조금씩 서로 다른 역할 을 하며, 정교한 네트워크의 일부로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 면, 베타카로틴은 세포막에 수직으로 걸쳐 있으면서 세포의 표면으로부 터 마치 작은 깃발처럼 튀어나와 있다. 라이코펜은 세포막의 중간에 은근히 숨어들어 있으며, 다른 카로티노이드들과 항산화제들은 완전히 세포 안이나 밖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화학적인 화음을 이해하면 매우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떤 하나의 항산화제만으로는 전체 구성원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다. 즉, 고농도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 E 정제를 복용하는 것은 마치 바 이올린 한 대로 모차르트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즉, 뭔가를 조 금 얻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큰 효과를 볼 수는 없는 것이 다. 또한 어떤 특정 항산화제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마치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내는 고장 난 악기의 연주를 듣는 것과 같다.

- 항산화제와 심장병
심장병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에서 자유라디칼로 조용히 이동하 는 전자들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된다.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여 혈액에 LDL이 많 을 경우 이것은 동맥벽의 안쪽 표면에 늘어서 있는 세포들에 달라붙는 다. LDL은 이 세포들의 내부로 스며들어간 후 자유라디칼의 공격을 받 아 약간의 전자를 내주게 된다. 이 과정은 굼뜨고 활성이 없는 LDL을 좀 더 반응성이 있는 물질로 변화시키고, 변화된 LDL은 동맥 내막을 손 상시키기 시작한다. 그러면 복구세포들은 그 상처 부위로 몰려들어 동 맥벽을 침투해 들어가 마치 전염성 박테리아를 먹어 치우듯이 산화 LDL 입자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복구세포들은 팽창하여 거품세포 라고 불리는 하얗고 부풀어 오른 세포로 변한다. 이 모든 활동은 동맥벽 안쪽에 늘어서 있는 평활근세포를 자극하여 이들을 더 강하고 두껍게 만든다. 이 과정이 충분히 오랫동안 계속 진행되면 동맥은 점차 좁아지고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게 된다. 또한 좁아진 동맥은 동맥을 막는 혈전을 생성하기 위한 비옥한 토지가 된다.
자유라디칼에 의해 LDL이 산화되면 이 치명적 연쇄 반응이 시작된 다. 그러면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는 식습관을 통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더 심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연구는 이 항산화제 가설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한 항산화제가 실제로 LDL이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매사추세츠 주에 거주하는 노인 1,300명에 대한 연구, '간호사 건강 연구', '건강 관련 종사자 추적 연구', '아이오와 주 여성 건강 연구' 등을 포함한 장기적 인 코호트 연구들은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는 식사를 하거나 항산화 제 보충제(주로 비타민 E)를 복용한 사람들에게 심장병이 덜 발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 최근 여러 무작위 시험 결과, 항산화제 보충제가 심장병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의 심장병을 예방하거나 심장병 진단을 받은 사람의 심장병 진행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관찰에 의한 증거와 추측컨대 더 엄격한 실험에 의한 증거 사이의 이 런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하거나, 과일 이나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 그리고 관찰에 의한 실험에서 심장병을 일으킬 확률이 적은 사람들은 건강 체중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과 같은 다른 건강한 일들을 병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이런 것들과 다른 생활 습관 인자들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조정했다. 하나의 항산화제는 여러 항산화제를 일괄 포장하여 공급하는 과일이나 채소처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무작위 시험은 항산화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에는 너무 짧거나 너무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고, 특히 이미 심장병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 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은 섬유소, 무기질, 그리고 심장과 혈관을 건 강하게 유지시키면서 항산화제(아직 발견되지 않은 많은 물질도 포함) 를 얻기 위한 매우 훌륭한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 한 달 수입이 제한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생활은 그림에 떡이 아닐까?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 지방: 올리브유가 카놀라유나 옥수수유보다 더 비싸다는 것은 의 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1l당 8,000~1만 원 정도면 맛이 꽤 괜찮은 것을 찾을 수 있다. 하루에 2큰술 정도 먹는다면 거의 500원 정도 되는 것이다. 채소에 뿌릴 경우나 샐러드드레싱 등에는 올리브유를 사용하 고, 볶음 구이 등에는 카놀라유를 사용하면 된다.
• 탄수화물: 흰쌀, 파스타, 감자 등은 저렴한 탄수화물 급원의 일부 이다. 현미, 밀알wheat berry, 외피를 제거한 귀리oat groat 등은 더 비싸다. 하지만 1회 분량당 비용을 계산해보면 전곡을 사용하는 것은 식품 예산 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이제는 전곡으로 만든 아침 식사용 시리얼도 많이 나와 있다. 1회 분 량으로 보면 전곡으로 만든 시리얼은 고도로 정제된 시리얼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이다.
• 단백질: 미국인들의 경우 단백질을 생각할 때 육류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쇠고기는 물론 좋은 단백질 급원이다. 칠면조나 닭고기는 더 건강한 단백질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며 대체로 덜 비싸다. 통닭구이는 오랫동안 저렴한 요리였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생선은 이보다 더 건강한 단백질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예산을 벗어날 정도 의 비싼 생선들도 있다. 하지만 연어, 메기, 대구 또는 여러 가지 냉동 생선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먹이 사슬에서 더 낮은 곳에 있는 것을 먹는 것이 식품 예산이나 건강 에 최상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견과류, 콩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 급원 과 달걀 등을 곁들이는 요리나, 장식이 아닌 주 요리에 이와 같은 음식을 이용하면 살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견과류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라. 육류는 3분의 2가 수분이기 때문에 견과류의 가격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 과일 및 채소: 과일이나 채소는 기름이나 설탕으로 범벅된 싼 열량 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훌륭한 선택이다. 1인당 하루에 필요한 과일과 채소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사과 반 컵, 자몽 주스 반 컵, 건 포도 8분의 1컵, 그리고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로메인상추 반 컵의 가격은 얼마 정도일까? 냉동 과일과 채소는 신선한 것과 동일한 영양소 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저렴하다.
• 사지 않아야 할 것들: 더 건강한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비프스테이크, 감자칩, 아이스크림, 도넛, 그리고 당분이 많은 청량음료 등을 줄이거나 먹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을 먹는 비용으로 생선, 전곡,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살 수 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륜서  (3) 2023.03.20
이제 몸을 챙깁니다  (1) 2023.03.17
미스터 프레지던트  (0) 2023.02.26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0) 2023.02.26
푸드 사피엔스  (1) 2023.02.20
Posted by dalai
,

미스터 프레지던트

etc 2023. 2. 26. 19:08

이 책은 공연연출가 출신의 문재인 전대통령 의전비서관 탁현민씨가 지은 책이다. 사실 저자의 재임시절 야권에서는 저자에 대해 과거 여성비하 논란 등을 제기하기도 했고, 2017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서 물러나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결국 2020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으로 복귀하여 2022년 5월까지 의전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이 책은 의전비서관으로서 5년간 대한민국 국가기념식과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문대통령에게는 1,825년 재임기간 중 1,195개의 일정이 있었다고 한다. 국내일정만 이 정도였고, 해외 54개국 635개의 일정도 추가된다. 이런 것들을 시시콜콜히 헤아리고 서술하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 중요한 행사에 대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했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그 행사에 담고 싶었는지를 60여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술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여러 국가행사에서 탁비서관은 쑈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찌보면 공연기획자였기 때문에 쑈를 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직업일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대중문화 공연인지, 국가행사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념식도 마찬가지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 5년간의 국가기념식은 새로울 것은 없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처음 기념식이 만들어진 이유와, 그날의 감격과, 그날의 슬픔과 그날의 감정을 잘 복원하려 애썼을 뿐이다. 특히 72년 광복절 경축식의 국민의례에서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오희옥 지사가 부르는 애국가 한 절을, 제창 순서 앞자리에 놓았을 뿐이다. 이날의 경축식 이후 5년간 국가 기념식을 구성하며 변화를 고민할 때, 기념식 원형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게 만들어 주었다.

2020년 8월 4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지역에 대한 현장방문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정이어야 하고,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의전, 경호, 위기관리센터, 상황실 담당자들이 답사를 다녀왔고, 지역별 담당자들은 모두가 해당지역으로 오셔야 한다고 보고했다. 결국 영남, 호남, 충청지역을 모두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경남 하동, 구례 오일장과 양정마을, 천안 병천면 제방복구 현장까지 서울을 떠나 다시 서울역으로 도착하기까지 하루동안 767킬로를 이동했다. 

행사를 진행했던 경과와 소회를 서술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문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나오게 마련이다. 중간중간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시사항을 접하다 보면 대통령으로서의 문재인보다 인간 문재인으로서의 모습이 드러난다.

어린이날 행사에서 이전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어린와의 대화, 그리고 그날 발표된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심이다. 2018년 96회 어린이날 행사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 어린이들 운동회,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다. 사전에 행사 계획을 들으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다 알겠는데, 한 가지는 하지 마세요. 내가 아이들 앞에서 뭔가 연설을 한다거나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하지 맙시다. 좋아하지도 않을거고, 나도 하루 아이들과 놀면 충분합니다. 같이 하루 즐겁게 놀면 됐습니다. 절대 내가 말을 해야하는 순서는 넣지 마세요."

2020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의 짤막한 연설문은 읽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한다.
"나는 오늘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명령합니다. 최선을 다해 생명을 구하십시오. 그러나 여러분 자신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십시오."

G20 화상 정상회의 때의 일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LED, 롤러블 TV, 휴대용 프로젝터, 영상이 보이는 투명 유리 소재장치까지 활용해 회담장을 조성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첨단 화상회의 장치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높게 평가한 것은 대통령의 태도였다. 대통령은 두세시간을 꼬박 넘기는 화상회의 내내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거의 유일한 정상이었다. 화상회의가 길어지면 대부분의 정상은 자신의 발언이 끝아면 자리를 뜨거나 다른 사람을 대신 앉히거나 심지어 연결을 끊기도 하는데, 문 대통령은 두시간이든 세시간이든 자리를 지켰다. 사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장면은 멋진 디스플레이나 놀라운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대를 배려하며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태도'였다. 우리가 정말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몸을 챙깁니다  (1) 2023.03.17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2) 2023.03.09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0) 2023.02.26
푸드 사피엔스  (1) 2023.02.20
반항의 기술  (4) 2023.02.18
Posted by dalai
,

사람들은 개미나 벌 등 몇가지 종류의 벌레를 제외하면, 대개 벌레를 징그러워하고 벌레를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벌레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아마 바퀴벌레를 제일 먼저 꼽을 것이다. 

이 책은 어릴 때부터 자연관찰과 곤충채집을 좋아했지만 바퀴벌레만큼은 유일하게 싫어하던 저자가 바퀴벌레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후, 새로운 일본산 바퀴벌레 종을 발견하고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인정을 받는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자연관찰공원 곤충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본 전국에서 바퀴벌레를 채집하고 데려와 사육한다. 사육하는 바퀴벌레 종류만 해도 120여종이며, 전체 개체수는 수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흰개미가 바퀴벌레와 친척사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름때문에 개미로 오해받지만, 개미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개미는 벌목이고, 흰개미는 바퀴목이다. 즉 흰개미는 바퀴와 매우 가까운 종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흔히들 바퀴벌레를 박멸시켜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바퀴벌레가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바퀴벌레는 잡식성이라 다양하게 섭취하고 분해한다. 낙엽, 과일, 동물의 배설물, 균류 등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오오바퀴라는 종은 썩은 나무를 먹고 생활함으로써 나무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데 일조한다. 분해해주는 생물이 없다면 숲속은 낙엽과 썩은 나무들로 넘쳐나게 되고, 새싹은 싹을 틔울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바퀴벌레는 숲의 신진대사에 도움이 되는 곤충이다.
하지만 잡식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바퀴벌레가 여러가지 병원체(살모넬라균, 이질균, 티푸스균 등)의 운반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가 오염된 장소에 들렀다가 식탁이나 식재료 등이 병원체가 있는 대변을 배설해 균을 퍼뜨리는 경우다. 특히 실내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는 배수구, 싱크대 등 잡균이 많은 곳을 지나쳐왔을 가능성이 높다. 웬만하면 손대지 않고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위험요소는 모든 생명체에 잠재되어 있다. 바퀴벌레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야생의 생물을 만지게 되었다면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바퀴벌레는 종별로 냄새가 다르다고 한다. 이질바퀴는 좋은 술 냄새가 나면서 코를 찌르는 짐승냄새도 난다. 먹바퀴는 기름냄새처럼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가 난다. 집 안의 특정 구역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바퀴벌레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방어 목적 외에도 냄새를 뿜는다. 배설물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사육하다 보면 이 냄새를 분간할 능력이 생긴다.

우리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퀴벌레는 먹바퀴다. 성충의 길이는 25-33밀리미터이고, 이름에 걸맞게 몸이 까맣고 광택이 난다. 전세계적으로 바퀴벌레는 4600여종 이상이라고 한다. 바퀴벌레 중에는 몸을 동글게 말거나, 물 속으로 숨거나, 날개가 없는 종류도 있고, 색깔도 검은색이 아닌 종류도 많다. 바퀴벌레를 차분하게 관찰하고 다양한 바퀴벌레로 시선을 돌리면, 바퀴벌레의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바퀴벌레가 꺼림칙하다면 부디 '왜 싫어하는지'를 곱씹어 보자. 머릿속에서 실제 감정이상으로 혐오감을 부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자. 그러면 바퀴벌레가 가진 이미지가 아닌 본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함께 살아갈 광명이 보일지 모른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바퀴벌레이지만 그 참모습을 알게 되면 바라보는 시건도 확연히 달라질 거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정체모를 두려움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바퀴벌레를 미워하지 말자.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2) 2023.03.09
미스터 프레지던트  (0) 2023.02.26
푸드 사피엔스  (1) 2023.02.20
반항의 기술  (4) 2023.02.18
히어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0) 2023.02.18
Posted by dalai
,

푸드 사피엔스

etc 2023. 2. 20. 17:55

- 익힌 음식은 인간의 진화에 어떤 획기적인 역할을 했을까?
왜 인간의 생물학적·사회적 진화는 다른 모든 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요리가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을까?
리처드 랭엄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라고 답할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생물인류학 교수인 랭엄은 큰 인기를 끈 「요리 본능: 불, 요리, 그리고 진화』에서, 요리가 인류 의 진화에서 맡은 역할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요리가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 사람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랭 엄은 독특하게도 인간이 요리를 시작한 시점이 무려 180만~190 만년 전이라고 주장한다. 동굴에서 발견되는 물리적 증거에 따 르면 인간이 처음으로 불을 사용해 요리한 것은 약 40만 년 전으 로 추정된다. 그러나 랭엄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조상인 호모에렉투스(직립 원인)의 진화 증거인 뇌의 크기 증대, 치아와 소화계통의 크기 감소 등을 보건대 인류가 불로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한지는 100만 년이 넘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직화나 숯불로 구운 음식의 풍미를 좋아한다. 구이 요리는 고인류의 식생활을 재현한다는 즐거운 감각도 선사한다. 냄새와 맛을 느끼는 능력은 인류보다도 수십 억 년 앞 서 나타났다. 지금의 어류와 양서류의 고대 조상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감각기관은 육상동물이 출현하기 훨씬 전에 분화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각과 후각은 생존을 위해 진화했고 다른 감각 들에 비해서도 일찍 나타났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의 모든 종 이 똑같은 맛과 냄새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고양이는 단 맛을 감지하지 못하지만 감칠맛은 인간보다 더 예민하게 느낀다 (이는 고양이가 동물성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토대로 진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보면, 그동안 각각의 종은 생존을 좌우하는 특정한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네 명 중 한 명은 쓴맛에 매우 민감하지만 나머 지 셋은 평균이거나 둔감하다. 이른바 '초미각자'supertaters들은 쓴 맛이 나는 독성 물질을 피함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이는 등 중요 한 진화적 이점을 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초미각자들 은 쓴맛에 대한 민감성 때문에 편식을 하게 되고, 특히 몸에 좋은 브로콜리나 케일처럼 쓴맛이 강한 채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 다. 결과적으로 이런 사람의 몸에는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장 용종이 더 자주 생긴다. 맛에 둔감한 사람들은 매운 음식, 지방, 알코올을 즐기는 경향이 있어 과체중의 위험이 더 크다. 맛 을 평균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음식을 거의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요컨대 생존 관점에서는 평균을 뛰어넘기보다는 평균에 속하는 편이 더 이로운 것 같다.
인간의 DNA는 태어난 순간 혹은 직후부터 맛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은 여섯 가지의 기본 맛(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지방맛)을 감지한다. 이 중 단맛, 쓴맛, 감칠맛, 지방맛은 맛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수용체를 통해 감지되고, 짠맛과 신맛은 맛 세포 세포막 속의 이온 채널로 이루어진 짠맛 수용체와 신 맛 수용체에 의해 감지된다. 입안과 혀 윗면에는 이러한 맛 세포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맛 세포들은 기계적 마모와 뜨거운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9~15일 주기로 쉼 없이 교체된다. 약 100개의 맛 세포가 모여 하나의 맛봉오리를 이루고, 맛봉오리가 모여 혀유두를 이룬다. 혀유두는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크기가 큰 돌기로, 혀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미각기관은 우리 몸의 기관 중에 완전한 재생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이다.
- 단맛은 인체에 당장 에너지를 공급하는 당류를 감지하는데 중요하다. 우리는 뇌에 필요한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단당류 인 포도당에서 얻는데, 뇌에 쓰이는 포도당이 하루에 약 120그램 이나 된다.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은 독성이 있는 식물(독성 물질 은 아주 쓴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을 먹지 않도록 조심하기 위해 진화 했다. 인간의 몸에서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25종인 반면, 단맛 을 느끼는 수용체는 겨우 1종이다. 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단 음식을 찾아내는 것보다도 독성 물질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 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단 물질보다 쓴 물질에 약 1,000 배 더 민감하다. 우리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독성이 있는 쓴 물 질은 피해야 하고 에너지를 위한 당류는 훨씬 많이 섭취해야 하 므로 두 맛에 대한 민감도를 각각 다르게 발전시켜 온 것이다.
- 소금(염화나트륨)은 몸 안의 체액 수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물질이므로 짠맛을 느끼는 능력도 우리에게 중요하다. 혀에 감치는 맛인 감칠맛, 다른 표현으로 고기맛에 대한 감각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 및 단백질원을 찾아내 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다. 아미노산은 우리 몸 안에서 여러 중요 한 구성 물질(호르몬, DNA 등)을 만들어 내고 추가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데 쓰인다. 지방은 장기 에너지를 저장하고,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렌산과 리놀레산의 원천이 된다. 신맛은 모든 산성 물질의 공통 특성이다. 비타민 C, 즉 아스코르브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 영양이다. 신 맛을 느끼는 우리의 감각은 아마도 비타민 C가 든 음식을 찾아 내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다.
- 풍미는 맛과 냄새처럼 코와 입으로 느끼는 감각과는 성격이 다르다. 풍미라는 감각은 맛과 냄새를 담당하는 수용체 세포 가우리 뇌에 전달하는 전기 신호에서 창출된다. 즉 맛과 냄새와 풍미는 각기 다른 감각이다. 뇌는 입과 코에서 전달되는 전기 신 호를 여러 다른 중추에서 처리하여 우리 머릿속에 '풍미'라는 이 미지를 만들어 낸다. 특정한 음식에 대한 갈망은 뇌의 세 영역에 서 형성되는데, 섹스와 중독성 약물과 음악에 대한 갈망 또한 바 로 그 영역들에서 만들어진다. 단순히 '에너지와 영양을 얻기 위 해서'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음식에 대한 우리의 강렬한 욕 망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풍미가 무엇인지 알려 주는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좋아하게 되어 어른이 되어서까지 탐식하는 '소울 푸드'이 다. 우리가 아주 어릴 때 처음 먹은 햄버거, 프렌치 프라이, 맥앤치즈,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영원히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그 음식에 대한 수용체를 더 많이 갖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 과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갈망은 맛과 냄새와 풍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입으로 느끼는 음 식의 물리적 느낌인 질감(끈적끈적함, 오독오독함 등),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감자칩을 씹을 때 나는 바삭바삭한 소리 등), 음식의 온 도, 음식의 생김새,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음식과 연관된 추억들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사랑하는 음식을 결정한다.
- 익힌 음식은 날것에 비해 그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녹말을 소화하기가 훨씬 더 쉽다. 고기를 몇 시간 동안 가열하면, 씹 기 힘든 결합조직에 들어 있는 단백질 콜라겐이 서서히 분해되 어 소화하기 쉬운 연한 젤라틴으로 바뀐다. 또한 인간의 몸은 생녹말을 분해하기가 어려운데, 식재료를 물과 함께 가열하면 물기 없던 녹말 입자가 호화라는 과정을 통해 소화하기 쉬운 형태 로 바뀐다.
단백질, 녹말, 지방을 분해하여 인체가 더 흡수하기 쉬운 물질로 바꾸어 주는 각종 소화효소가 언제 진화했는지는 분명하 지 않지만, 아마도 수백만 년 전, 그러니까 최초의 인류보다도 한 참 전에 나타났을 것이다. 소화효소는 단백질, 다당류(녹말 등), 지방 각각의 구조가 요구하는 아주 특수한 조건을 갖춘 입체적 인 형태의 복합단백질로, 그러한 물질을 인체에 흡수될 수 있게 분해한다.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그보다 작은 펩타이드와 아미 노산으로 해체하고, 아밀라아제는 녹말을 이당류(엿당)와 단당 류(포도당)로, 리파아제는 지방을 유리지방산으로 해체한다.
이 소화효소들의 구조는 인간의 진화와 함께 점점 더 효율 적인 형태로 발전해 온 것이 틀림없다. 400만~500만 년 전 또는 그전에 살았던 고인류는 주로 식물을 먹으면서(치아 에나멜질의 동위원소 분석으로 알아낸 사실이다) 먼저 녹말을 분해하는 효소들을 가지게 되었고 그다음에 단백질과 지방을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식물의 녹말을 포도당으로 소화하는 효소들이 출현한 바로 그때부터 인간의 뇌가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인류가 고기를 점점 더 많이 먹으면서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 는 효소들이 더 효과적인 구조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단백질과 지방이 에너지와 영양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뇌가 한층 더 커졌을 것이다.
- 1913년에는 이케다의 제자인 고다마 신타로가 일본 요리에 흔히 쓰이는 재료인 가다랑어포의 감칠맛을 연구했다. 그는 가다랑어포의 감칠맛이 이노신일인산이라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후대의 다른 연구에서는 화학적으로 이와 유사한 다른 뉴클레오티드가 표고버섯의 감칠맛을 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참치, 말린 정어리,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파르메산 치즈, 토 마토, 버섯, 대두 발효 제품(간장 등) 같은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 모 두에서 감칠맛을 내는 여러 종류의 뉴클레오티드가 발견되었다.
1967년에는 글루탐산나트륨에 또 다른 아미노산인 아스파르트 산을 조합하면 두 물질이 따로따로 내는 감칠맛보다 20배나 강한 감칠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라는 말이 딱 맞는 사례이다. 가령 토마토소스와 파르메산 치즈를, 또는 소고기와 버섯을 함께 요리하면 따로 요리할 때보다 훨씬 더 강한 감칠맛이 난다.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요리사들은 글루탐산나트륨과 뉴클레오티드가 모두 들어가도록 식재료를 조합함으로써 감칠맛을 극대화할 수 있 게 되었다. 또한 감칠맛이 제5의 기본 맛으로 더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 다. 1998~2000년 분자생물학자들이 우리 입안의 맛 세포 표면에 글루 탐산나트륨을 감지하는 별도의 단백질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 견함으로써 감칠맛은 마침내 제5의 기본 맛이 되었다.
생선, 육류, 치즈, 대두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는 숙성과 발효 를 거치면서 글루탐산나트륨과 뉴클레오티드 모두를 생성하여 강렬한 감칠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발효한 안초비, 숙성한 파르 메산 치즈, 건식 숙성한 소고기, 발효한 간장이다. 이런 재료들은 오늘 날 세계 전역에서 요리의 감칠맛을 강화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발효는 단백질을 펩타이드와 감칠맛의 원천인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콩류, 밀, 육류, 가금류, 달걀,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이 바로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다. 발효는 뉴클레오 티드 또한 만들어 내는데, 특히 안초비 같은 생선에 대해 그렇다. 지금 으로부터 2,000여 년 전인 고대 로마에서도 작은 물고기를 소금에 몇 달씩 절여서 가룸garum이라는 소스를 만들었다. 로마인은 가룸을 무척 좋아하여 여러 요리에 사용했지만, 기본 맛은 네 가지라는 생각에 집착 해 가룸의 맛을 제5의 기본 맛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주 최근까지도 인간이 느끼는 맛은 오직 다섯 가지라는 믿음 이 대세였다. 그러나 맛이라는 감각이 생존 메커니즘으로서 진화했다 는 사실에 입각하여 인간이 다른 맛들도 느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한 면에서 '지방의 맛'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지방은 우리 몸에 장기 에너지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식단에 필요한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을 공급하는 중요한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2012년 CD36으로 명명된 7번 염색체상의 유전자가 입안에서 중간 길이 사슬 및 긴 길이 사슬 지방산을 감지하는 맛 수용체 단백질의 생산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어 2015 년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정밀하게 설계한 맛 테스트를 통해 지방의 맛 (더 정확히는 유리지방산의 맛)이 제6의 기본 맛임을 입증했다. 이들은 이 맛을 올레오구스투스oleogustus(라틴어로 올레오oleo는 '기름진'을, 구스투스 gustus는 '맛'을 뜻한다)라고 명명했다. 
- 적당한 도구가 발명되자 식재료를 식물성 기름에 튀기는 요리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올리브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 에는 몸에 좋은 단일불포화지방산(탄소의 이중 결합이 한 개인 지방 산)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이 새로운 요리 법은 좋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올리브유가 널리 쓰이면서 사람들은 몸에 좋은 다가불포화지방산(탄소의 이중 결합이 두 개 이 상인 지방산)이 더 많이 들어 있는 다른 씨앗과 열매에서도 기름 을 추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로써 동물성 포화지방의 비율 이 높았던 식단이 비교적 몸에 좋은 식단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추측된다(팜유는 포화지방산이 매우 높긴 하지만 단일 및 다가불포화지 방산도 상당량 함유한다).
- 인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면서도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다가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과 리놀레산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소는 결코 만들어 내지 못했다. 다른 이름으로 오메 가-6 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으로도 불리는 이 두 화합물은 우 리 몸에서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극도로 중요한 물질군인 에 이코사노이드eicosanoid의 원료이다. 사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포 유동물에겐 이 두 종류의 지방산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소가 없 다. 우리는 식물과 채소의 기름(그리고 식물을 먹는 동물의 지방)으 로부터 두 필수 화합물의 원료를 얻는다. 이는 다름 아니라 인간 이 인간으로 진화하기 이전의 식단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 다. 주로 식물을 먹던 그 시절에는 리놀렌산과 리놀레산을 식물에서 충분히 얻었으므로 두 필수 지방산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소를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년 전 중국에서는 대두를 반죽하여 염장 발효하는 보존법이 발견되었고, 그 후 일본에서는 이 된 장으로 만든 간장을 이용해 '쇼유'라고 부르는 일본 간장을 만 들어 냈다. 또한 2,700~2,500년 전 중국에서는 철광석에서 주 철을 뽑아내는 방법이 발견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200~1,800년 전, 이른바 고대 중국의 황금시대인 한나라(이때 중국 요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대에 처음으로 뜨거운 참기름에 식 재료를 튀기기 위한 주철 웍이 나타났다. 그 직후에는 고온의 웍 에 식재료를 재빨리 볶는 요리법이 고안되었다.
- 중국의 요리사 아일린 인페이로에 따르면 이 방법의 핵심은 식재료를 딱 알맞은 정도로 익히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 는 것이다. 볶기는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으로, 하면 재료가 절 대로 지나치게 익지 않고 그 조직이 파괴되지 않으며 맛이 강렬 하고 분명하게 유지된다”.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모든 식재료를 한 입 크기로 썰어서 필요한 그 순간에 웍에 들어갈 수 있게 준비 해 두어야 한다. 아시아 요리의 독보적인 역사는 바로 이 요리법 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음식 안에 들어 있는 모든 물이 다 같은 물은 아니다. 음식 과학에서는 보통 물을 세 종류로 나눈다. 자유수, 흡착수, 결합수가 그것이다. 자유수는 오렌지의 즙, 사워크림이나 요거트에서 분리되는 물 등 음식 에서 물리적으로 짜낼 수 있는 물이다. 흡착수는 다당류나 단백질 같은 분자의 표면에 붙어 있는 물로, 음식에서 쉽게 짜낼 수 없다. 단백질(글루텐 등)과 탄수화물(녹말 등)의 수화에서 말하는 물이 바로 흡착수이다.
결합수는 녹말 결정 등 음식을 이루는 물질 안에 물리적으로 갇혀 있는 물이다(일부 학자들은 물을 자유수와 결합수로만 구분한다). 중요한 점은 자유수와 흡착수는 미생물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반면, 결합수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물 분자와 물 분자 간의 수소 결합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물 분자를 이루는 산소와 수소의 화학결합에 비하면 그 힘이 약 5퍼센트에 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물 분자의 '바다'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소 결합 이 들어 있기 때문에 물을 가열하여 분자들이 서로 떨어져 더 빠르게 움 직이게 하려면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물의 온도를 20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올리브유의 온도를 20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두 배이다. 증기 형태로 물 분자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데는 그 다섯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끓는 물의 분자는 증기로 빠져나가면서 그 많은 에너지를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물의 끓는점은 1기압 기준으로 100도를 절대 넘지 않는다. 끓는 물에 열을 더해 봤자 물이 더 뜨거워지 는 게 아니라 증기가 더 빨리 생길 뿐이다. 그러나 물이 얼 때는 분자가 빠져나갈 길이 없기 때문에 얼음의 온도는 얼마든지 0도 밑으로 떨어 질 수 있다. 냉동고 속 얼음의 온도는 냉동고의 온도와 일치한다.
- 카렘의 레시피는 추출, 여과, 응축,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추출단계에서는 물이나 와인으로 재료의 풍미 분자를 추출한다. 여과 단계 에서는 응고된 단백질, 지방, 불용성 재료를 제거하여 맑은 육수를 만든 다. 마지막 응축 단계에서는 수분을 일부 증발시켜 풍미를 농축·강화한 다. 이 단계 하나하나가 육수의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 추출 단계에서는 재료의 종류에 따라 추출되는 풍미 분자가 달라지고, 가열하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휘발성 냄새 화합물이 사라지는 정도와 새로운 풍미 분자 가 형성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여과 단계에서는 육수의 맑은 정도가 결 정되는 동시에 응고된 단백질(찌꺼기)과 산패한 지방에서 나는 불필요한 쓴맛이 제거된다. 응축 단계에서는 풍미가 농축되는 동시에 더 많은 풍미 분자가 형성된다. 추출과 응축처럼 열이 가해지는 단계에서는 풍미 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고기와 뼈의 결합조직에 들어 있는 젤라틴이 밖 으로 빠져나온다. 젤라틴은 육수에 점도와 매끈한 식감을 더해 준다.
육수에 쓰이는 전통적인 재료는 고기(또는 생선), 뼈, 채소이다. 채 소 중에는 양파, 당근, 셀러리가 흔히 쓰인다. 고기, 뼈, 채소를 찬물에 넣어 바로 추출 단계를 시작할 수도 있고, 추출에 앞서 재료를 오븐에 구워 풍미를 강화할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는 고기, 뼈, 채소에 들어 있 는 맛과 냄새분자를 추출한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화합물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에서 비휘발성 뉴클레오티드가 생성되고, 단백질이 분해되 어 비휘발성 펩타이드와 그보다 더 작은 아미노산이 생성되며, 양파나 당근에서는 비휘발성 당류가 생성된다. 모두 비휘발성이기 때문에 우 리코로는 이 분자들의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지만, 모두 물에 녹는 가용성 분자이기 때문에 육수에 추출되어 맛을 낼 수 있다.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은 다시 뉴클레오티드와 결합하여 강력한 감칠맛을 내고, 글리신이라는 아미노산과 당류는 단맛을 낸다. 재료를 오븐에서 수분 없이 가열하면 우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휘발성 냄새 분자들도 방출된다.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은 특정한 종류의 당류와 반 응하여 강력한 휘발성 냄새 분자를 생성하는데 이를 마이야르 반응이 라고 부른다(5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이러한 냄새 분자로는 캐러멜과 비슷한 4-하이드록시-2,5-다이메틸-3(2H)-푸라논, 팝콘 냄새가 나는 2- 아세틸-1-피롤린, 고기 냄새가 나는 황 함유 3-(메틸티오)프로판올 등이 있다.
지방이 산화되면 튀긴 냄새를 내는 화합물인 2,4-데카디에날, 2,6-노나디에날이 생성된다. 이 두 화합물은 지방에는 녹지만 물에는 녹지 않는다. 물에 넣고 오랜 시간 뭉근히 가열하는 추출 단계에서 양파 (또는 리크)는 황을 함유한 수용성 화합물인 3-메르캅토-2-메틸펜탄-1- 올(MMP)을 만들어 낸다. 2011년 독일의 한 연구진은 이 화합물의 강력 한 고기 냄새가 앞서 말한 2,4-데카디에날과 더불어 육수의 풍미에 가 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MMP는 양파의 원래 상태가 아니라 잘게 다진 상태에서만 형성된다. 그러니 육수에는 반드 시 다진 양파를 넣자!
육수를 몇 시간 동안 뭉근히 가열한 다음, 두 번째 여과 단계에서 는 표면에 떠오른 단백질 찌꺼기를 걷어 내고 충분히 맑아질 정도로 육수를 여과한다. 마지막 단계는 응축이다. 
- 물(또는 포도주)을 70도로 가열하기 위해서는 올리브유(또는 버터)를 같은 온도로 가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약 두 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실이 바닷가재를 버터에 익히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70도로 가열한 물, 포도주에 식재료를 넣으면 그 많은 에너지가 식재료로 전달된다. 반면에 70도로 가열한 올리브유, 버터에 식재료를 넣으면 그 절반밖에 안 되는 에너지가 식재료로 전달되므로 요리가 더 천천히, 더 완만하게 진행된다.
우리의 직관은 이와 다르다. 사람들은 기름이 물보다 뜨겁다고 생 각한다. 식재료가 물에서보다 올리브유에서 더 완만하게 익는다는 사 실을 잘 모른다. 기름은 식재료를 튀기는 온도인 170~190도로 가열할 수 있는 반면, 물은 끓는점인 10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는 사실 때문에 기름이 물보다 뜨겁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똑 같이 70도로 가열한 기름과 물에 바닷가재를 익히는 경우, 물이 바닷가 재에 전달하는 에너지는 기름의 두 배이다. 요컨대 기름과 물을 동일한 온도로 가열했을 때 식재료에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이 다른 것이다.
- 양파를 잘게 썰면 세포가 무수히 파괴되면서 알리나아제라는 효소가 방출된다. 알리나아제는 이소알린이라는 양파 속 화합물과 반응하여 최루성 화합물인 프로페인티알 황산화물 (PSO)을 빠르게 생성한다. 잘게 썬 양파를 물에 넣고 몇 시간 동안 뭉근히 가열하면 프로페인티알 황산화물이 3-메르캅토-2-메틸펜탄-1- 올(MMP)이라는 새로운 수용성 화합물로 서서히 변한다. 소고기 나 돼지고기, 채소에 잘게 썬 양파를 넣고 만드는 브라운 그레이 비는 약 50가지의 풍미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아주 적 은 양으로 형성되는 단순한 화합물인 MMP가 그레이비의 구수 한 감칠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파를 더 잘게 썰수록 프로페인티알 황산화물과 MMP가 더 많이 생성 된다. 양파를 통째로 쓰거나 2등분 또는 4등분하여 쓸 때는 프로 페인티알 황산화물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양파를 썰지 않으면 눈물은 덜 나겠지만 리치 브라운 그레이비 특유의 진하고 구수한 맛도 볼 수 없는 것이다.
-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페르미는 우리가 공기를 한 번 들이마실 때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내쉰 공기(산소와 질소, 약간의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 다)의 분자 중 최소 한 개를 들이마실 확률이 1이라고 계산했다. 공기 한 모금(약 1리터)에는 25×102개라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방금 내가 들이마신 분자 중 적어도 한 개는 카이사르가 마지막으로 내쉰 그 분자라는 것이다.
- 우리는 편광된 빛의 면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분자를 광학이성질체enantiomer라고 부른다.
이 사실이 음식과 요리의 과학에 왜 중요할까? 광학 활성 분자들은 맛과 냄새가 서로 아주 다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 입 안과 코에서 맛과 냄새를 인식하는 단백질 수용체 자체가 광 학활성이라서 광학이성질체 중 어느 한쪽만을 인식하기 때문이 다. 가령 글루탐산 모노나트륨의 광학이성질체 중 편광면을 오 른쪽으로 회전시키는(우회전) 분자는 짭짤한 감칠맛이 나는 반 면, 편광면을 왼쪽으로 회전시키는(좌회전) 분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 냄새와 관련한 광학 활성 분자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카르본이 있다. 이 물질의 우회전성 분자는 캐러웨이 씨앗 냄새 가 나는 반면, 좌회전성 분자는 스피어민트 향기가 난다. 캐러웨 이 씨앗 냄새가 나는 이성질체와 스피어민트 향기가 나는 이성질체는 각기 다른 단백질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파스퇴르의 발견은 우리가 풍미의 화학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식재료를 가열했을 때 진한 갈색이 형성되는 현상을 비효소적 갈변이라고 부른다. 이는 감자, 사과, 아보카도를 잘 라 공기에 노출시켰을 때 폴리페놀 산화효소(PPO)의 작용으로 생기는 갈변과는 다르다. 또한 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과 아미 노산과 단당류(수크로오스가 아닌 환원당)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응 이므로, 당류만 개입할 뿐 단백질, 아미노산과는 무관한 캐러멜 화와는 다르다. 고기를 뜨거운 팬에 구워 갈색을 내는 것을 캐러 멜화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화학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고 기 요리는 다량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에 소량의 포도당이 결합하 는 마이야르 반응으로 갈색과 풍미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 마이야르 반응은 실온에서는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150도 가 넘어야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고온에서 익힌 음식이 저온에서 익힌 음식보다 색과 풍미가 더 강한 것이다. 대부분의 오븐 요리 레시피가 재료를 굽는 온도를 180도로 설정하며 (바비 큐를 제외하면) 150도 이하에서 재료를 익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븐에 구운 고기는 색이 진할수록 풍미가 강하다는 것이 요리계의 오래된 상식이다.
마이야르 반응의 속도는 재료의 수분량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최적의 조건은 수분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정도이다. 가령 빵 반죽이나 소고기는 오븐의 열로 인해 표면의 수분이 상당량 감소한 뒤에야 갈색으로 변하며 풍미를 내기 시 작한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도 고기 표면의 수분을 제거한 다음 에 뜨거운 팬에 고기를 넣으면 색과 풍미가 훨씬 더 빠르게 형성된다.
삶은 고기의 풍미는 오븐에 구운 고기와는 전혀 다르다. 그 이유는 첫째, 액체의 넉넉한 수분 때문에 마이야르 반응이 아닌 다른 반응들이 일어나기가 더 쉽기 때문이고 둘째, 물에 삶는 요 리는 온도가 100도를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의 속도는 식재료의 산성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산성도가 pH 5에서 pH 9로 증가하면(pH 7이 중성이다) 반응 속도가 500배 빨 라진다. 그래서 염기성인 베이킹소다로 발효한 쿠키는 베이킹소 다를 넣지 않고 구운 쿠키보다 색이 훨씬 더 진하다. 같은 원리 로, 닭고기나 칠면조 고기를 오븐에 구울 때 껍질에 진한 색과 강 한 풍미를 내고 싶다면 약염기를 띤 베이킹파우더 소량을 껍질 에 바르면 된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형성되는 풍미 화합물의 종류는 지금 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3,500가지가 넘는다. 이것만 봐도 풍미 가 얼마나 복잡한 감각인지 알 수 있다. 빵을 굽거나 커피콩을 볶 는 등 특정한 음식을 만들 때 형성되는 풍미 화합물은 양이 아주 적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냄새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문턱값(역치)이 매우 낮기 때문에 풍미 화합물은 극소량만으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의 생성물은 겨우 몇 ppm, 심지어 1ppt도 안 되는 양으로 형성되어 감지된다(1ppt는 1조분의 1로, 시 간으로 환산하면 3만 2,000년 중 1초이다). 이처럼 극소량으로 형성되는 화합물이 음식의 풍미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 우리가 요리를 통해 풍미를 더 강하게도, 더 약하게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식재료는 채소이다. 전 세계에서 식용으로 쓰이 는 십자화과 채소는 약 36종에 이른다. 케일, 브뤼셀 스프라우트 (방울양배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브로콜리 라베, 콜라비, 아 루굴라(루콜라), 호스래디시(서양고추냉이) 등이 모두 십자화과에 속한다. 이 모든 채소의 공통점은 생으로 먹었을 때 매우 얼얼한 매운맛이 나고 흔히 쓴맛까지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공 통점이 하나 더 있다. 날것인 상태에서는 풍미가 전혀 없다가, 편 으로 썰거나 잘게 자르거나 이로 씹어 세포를 파괴해야 비로소 풍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브로콜리 같은 채소의 쓴맛을 싫어한다. 미로시나아제는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비활성화되므로, 30초가량 뜨거운 물에 데치면 쓴맛을 내는 이 효소를 거의 비활성화할 수 있다. 즉 채소를 데쳐서 조리하면 쓴 맛이 많이 줄어든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십자화과 채 소를 덜 싫어하게 될 것이다. 미로시나아제와 글루코시놀레이트 가 만나면 생성되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황 원자를 한 개 포함 한 분자이다. 원래는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화합물이지만, 썰거 나 다진 십자화과 채소에 열을 가하면 이 분자가 천천히 이황화 물과 삼황화물로 바뀌어 견과류에 가까운 향기로운 풍미를 낸다.
- 십자화과 채소는 그 안에 들어 있는 황 함유 화합물들이 풍미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채소를 재배한 토양의 황 함유량이 아주 중요하다. 채소가 자라는 토양에 황이 많을수록 풍미가 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테루아르terroir, 즉 포도가 자라는 자 연환경이 포도주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프랑스인들의 지리적 풍미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자연환경은 포도주의 맛은 물론 십자화과 채소 같은 식물성 식재료의 풍미도 좌우한다.
- 흔히 양파류라고 불리는 마늘, 양파, 리크, 샬롯, 차이브 등 백합과 채소의 풍미에 대해 알아보자. 세포가 온전한 신선한 상태의 백합과 채소는 십자화과 채소와 똑같이 풍미가 느 껴지지 않는다. 가령 통마늘이나 통양파, 통샬롯은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백합과 채소는 세포가 파괴되면 알리나아제라는 효소가 방출되어, 시스테인 황산화물이라는 냄새 없는 아미노산 을 티오설피네이트라는 휘발성 풍미 분자로 바꾼다. 세포가 많 이 파괴될수록 풍미가 강해지므로 마늘은 썰거나 잘게 잘랐을 때보다도 곱게 다졌을 때 더 많은 풍미를 발산한다.
백합과 채소의 풍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기름에 바로 넣지 말고 실온의 기름에 넣고 가열해야 한다. 그래야 효소 가 열 때문에 비활성화되기 전에 풍미 분자를 만들어 낼 시간이 더 길어진다. 십자화과 채소와 마찬가지로 백합과 채소의 풍미 도 황 함유 화합물에 좌우되기 때문에 토양의 황 함유량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황 함유량이 적은 조지아주 비데일리아 지역에 서는 맵지 않고 단맛이 나는 비데일리아 양파가 재배된다. 이 또 한 테루아르가 식재료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예이다. 백 합과 채소도 열을 가하면 티오설피네이트가 이황화물과 삼황화 물로 바뀌면서 얼얼한 매운맛이 줄어든다. 하지만 마늘의 경우 에는 뜨거운 기름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시점부터 쓴맛이 나는 화합물이 생성되므로 지나치게 익혀서는 안 된다.
- 요리가 식재료의 카로티노이드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토마토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붉은색 카로티노이드 색소인 리코펜 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지용성인 리코펜은 토마토를 날것으로 먹었을 때보다 소스나 페이스트 등으로 익혀 먹었을 때 혈액에 흡수되는 양이 거의 네 배 늘어나며, 올리브유 등 기름에 요리하 면 80퍼센트나 증가한다. 일주일에 토마토소스를 2~3인분 섭취하면 모든 종류의 전립선암 발병률을 35퍼센트 낮출 수 있고 전 이 위험률을 50퍼센트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신선한 토마 토의 리코펜은 단백질에 묶여 있어 체내에 흡수되기 어려운 반 면, 요리한 토마토의 리코펜은 단백질에서 방출되어 기름이나 지방과 함께 더 쉽게 체내에 흡수된다.
카로티노이드 외에도 요리를 통해 가용성과 흡수성이 높아 지는 영양소가 있다. 미국 농무부 연구진은 케일, 브로콜리, 양배 추, 콜라드잎, 겨자잎, 브뤼셀 스프라우트, 시금치, 피망 등의 다 양한 채소가 장내 담즙산의 결합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콜레스테롤로부터 합성되는 스테로이드인 담즙산은
지방, 기름, 지용성 비타민을 용해하여 장에서 흡수되게 한다. 우 리는 체내에서 매일 생산되는 콜레스테롤 약 800밀리그램의 최 소 절반을 담즙산을 만드는 데 쓴다. 하지만 담즙산의 약 95퍼센 트가 체내에 재흡수되어 장에서 재사용되기 때문에 담즙산 합성 에 쓰이는 콜레스테롤 양에는 한계가 있다. 위에 나열한 채소는 날것일 때보다 10~14분간 삶거나 10~20분간 찌거나 15~20분간 살짝 튀겼을 때 담즙산과 결합하여 담즙산을 체내에서 제거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따라서 익힌 채소를 먹으면 담즙산이 체내에 서 재사용되는 대신 밖으로 배출되면서 콜레스테롤 사용량이 늘 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한다.
- 압력솥 요리법은 물에 삶는 방법에 비하면 영양소를 덜 파괴한다. 압력솥은 대기압에서 물의 온도를 120도까지 높이지만 가열 시간은 훨씬 짧다. 원하는 질감까지 식재료를 가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끓는 물에 삶는 시간보다 짧으므로 식재료의 영 양소가 15~20퍼센트 덜 파괴된다. 하지만 모든 식재료는 물로 요리할 경우에 수용성 비타민과 미네랄이 녹는다는 점을 기억해 야 한다. 육류와 채소의 중요한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하려면 요 리에서 나온 액체를 수프나 소스, 그레이비에 활용해야 한다.
- 볶는 요리법은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다. 그러나 가열 온 도가 매우 높고 (표면적을 높이기 위해) 요리를 잘게 썰어야 하므로 비타민 C와 폴리페놀 같은 영양소는 대부분 파괴된다.
- 오븐에 굽는 요리법은 영양소 중에서도 티아민(비타민 B1)에 큰 영향을 미친다. 티아민은 중요한 비타민이다. 호흡의 대사 경로에 관여하여 몸의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는가 하면 신경 기 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아민은 육 류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오븐 구이가 영양 품질에 미치는 영 향을 알아보기 좋은 영양소이다. 돼지고기의 티아민 함량은 소 고기, 양고기, 가금류, 생선보다 열 배 많다. 티아민은 수용성이 고열에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 대부분이 물에 삶을 때나 육즙이 유실될 때 손실된다. 예를 들어 내부 온도를 90도로 구운 닭고기는 티아민이 약 42퍼센트 손실되는데, 그중 일부는 수분 손실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소고기와 닭고기를 오븐에 구우면 열로인해 근섬유가 수축하면서 수분이 최대 25퍼센트까지 손실된다. 오븐에 구운 고기는 가열 후에 육즙이 근육조직에 다시 흡수될 수 있도록 최소 15분간 휴지시켰다가 잘라야 한다. 이 방법은 티 아민을 비롯한 수용성 영양소가 육즙과 함께 손실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 통곡물과 콩류도 티아민이 풍부한 식재료로, 주로 기울이나 겉껍질에 많이 들어 있다. 수용성인 티아민은 콩을 물에 불렸 다가 삶을 때 50퍼센트가량 손실된다. 리보플래빈, 니아신 같은 다른 수용성 비타민도 콩을 물에 불리고 삶는 과정에서 각각 50 퍼센트, 70퍼센트씩 손실된다. 쌀의 겉껍질과 배아를 제거하는 도정 과정에서도 티아민이 손실된다. 도정하기 전에 쌀을 데치 면 티아민이 훨씬 덜 손실되는데, 이는 데치는 과정에서 티아민 이 쌀의 내배유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때 데치는 방법은 뜨거 운 물에 넣는 것이 아니라(물에 삶으면 티아민이 대거 손실된다) 쌀을 물에 불려 증기로 찐 뒤 건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티아민은 빵을 구울 때도 많이 손실되는데, 밀가루에 들어 있는 티아민의 최대 30퍼센트에 이른다.
- 수많은 음식에 들어 있는 올리고당이라는 성분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시대학 교에서 복부 팽만, 가스, 속쓰림, 위통 등 문제의 해결책으로 포 드맵 식단을 개발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포드맵 FODMAP은 '발효 가능한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및 폴리올(당 알코올)'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앞서 말한 증상의 주범이 바로 올리고 당이다. 올리고당은 소장에서 거의 소화되지 않고 대장에 이르 러 특정 세균에 의해 활발히 발효되며 이로 인해 가스를 비롯한 불쾌한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쁜 탄수화물' 그룹 에 첨가당과 함께 올리고당을 넣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올리고 당은 혈중 포도당 수치나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 문에 첨가당처럼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 녹말에 소량으로 들어 있는 저항성 녹말(노화 녹말)만큼은 결정 구조 때문에, 또는 소화효소에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므로 혈중 포도당 수치와 인슐 린 수치에 영향을 덜 미친다. 또한 대장에 이른 저항성 녹말은 우 리 몸에 이로운 익균에 의해 활발히 발효되어 짧은 사슬 지방산 으로 분해되며, 대장 안쪽을 감싸고 있는 세포들이 이 짧은 사슬 지방산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지난 20년간 틈틈이 식이섬 유와 저항성 녹말을 연구했다(Fabbri, Schacht, and Crosby 2016). 저 항성 녹말은 그 자체로는 불용성 섬유이지만 가용성 프리바이오 틱스로 기능하고 칼슘의 체내 흡수를 촉진한다. 나아가 대장암 및 대장의 염증성 질환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도 밝혀졌다. 저항성 녹말의 칼로리는 일반 녹말의 절반도 안 된다. 요컨대 저항성 녹말은 건강한 식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좋은 탄수화물이 다. 건강 관련 단체가 권장하는 저항성 녹말 섭취량은 하루 20그 램이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인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겨우 3~8그 램이다.
저항성 녹말을 섭취하기에 가장 좋은 식재료는 콩류와 통곡물이며, 그다음이 곡물 가공식품이다. 강낭콩, 완두콩, 렌틸콩은 저항성 녹말 함유량이 중량 기준으로 35퍼센트에 달한다. 물 론 콩류는 가열해야만 섭취가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보존되는 저항성 녹말은 중량 기준으로 5~6퍼센트이다. 가열 후까지 살아 남은 저항성 녹말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이후 조리 단계에서 손 실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통조림 콩을 재가열했을 때의 저항성 녹말 양은 한 번 가열한 콩과 거의 비슷하다. 5~6퍼센트라는 함 유량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가열한 식재료 를 통틀어 가장 높은 비율이며, 저항성 녹말을 좋아하는 대장 내 익균에 충분한 연료를 공급한다.
-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악당으로 지목되는 지방은 트랜스지방이다. 트랜스지방이 심혈관 질환 발 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졌기 때문에 미국 식약청 은 가공식품의 영양성분표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기할 것을 의무화했다. 트랜스지방은 동물성 지방과 정제된 식물성 기름에 는 아주 적은 양(1~2퍼센트)이 들어 있으나, 식품업계는 대두유 등 식물성 기름을 부분 수소화하는 방법으로 트랜스지방을 생산 해 왔다. 가공식품의 라벨에 '부분경화유'라는 말이 쓰여 있다면 그 식품에는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2015년 미식약 청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식품 첨가물 목록에서 부분경화유를 삭제했다.
트랜스지방은 보통 실온에서 고체이며 불포화 식물성 기름 보다 산화에 강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튀김 요리에 유용하게 쓰 였고, 제빵에서는 고체 쇼트닝 (우지와 라드 등의 포화지방) 대신 트랜스지방으로 만든 고체 스프레드(마가린 등)가 널리 쓰였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을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에서 트랜스지방과 심혈관 질환의 관계를 입증하 기 시작했다. 트랜스지방은 몸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그 결과 심장 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혈전이 더 쉽게 형성된다. 그동 안 가공식품과 튀김용 기름에서 트랜스지방을 몰아내려는 노력 이 큰 성과를 거두어 이제는 트랜스지방이 고체 지방과 액체 지 방의 혼합물로 거의 대체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모든 정부에 2023년까지 트랜스지방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상태 이다.
- 포화지방 역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지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포화 지방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지는 않으므로 트랜스지방 만큼 나쁜 지방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선 안 된다.
식물과 생선의 기름은 단일 및 다가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좋은 지방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인간은 화학적으로 유사한 다 가불포화지방산 두 종류를 음식을 통해 얻는다. 오메가-6 지방 산인 리놀레산과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그것이다(3과 6 이라는 숫자는 지방산에서 탄소-탄소 이중 결합이 위치하는 지점을 나타 낸다). 이 두 지방산은 여러 가지 중요한 생리활성 분자를 만들어 내는 필수 지방산이다. 그중 하나인 에이코사노이드는 평활근의 수축 및 이완, 혈액의 응고 및 희석, 염증의 생성 및 감소 등 수많은 조절 과정에 관여하는 지방산이다.
기이하게도 인체는 진화 과정에서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을 만드는 효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두 필수 지방산 을 섭취해야 한다.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은 대두유와 카놀라유 같은 식물성 기름, 호두 같은 견과류, 녹색 이파리 채소 등에 들 어 있다. 또한 인체에 들어온 리놀렌산은 아주 적은 양이 두 종류 의 중요한 긴 사슬 오메가-3 지방산으로 바뀐다. 에이코사펜타엔산(EPA)과 도코사헥사엔산(DHA)이 그것이다. 두 지방산은 인 체 전체에서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으로, 세포 안으로 들 어오고 나가는 물질을 조절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우리 뇌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방산이 바로 도코사헥사엔산이다. 이 두 지방산은 연어, 정어리, 고등어 같은 생선에 많이 들어 있 다. 뜻밖에도 양식 연어는 사료 때문에 두 지방산이 자연산 연어 보다 두 배 많이 들어 있는 좋은 식품이다.
- 기름은 식재료와 수분을 만나면 발연점이 크게 떨어지므로 장기간 사용하거나 많은 양의 식재료를 요리한 기름은 분해되어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 연기가 난다. 신선한 대두유를 예로 들면, 가열 중에 기름이 분해되어 유리지방산이 기름 중량의 1퍼센트 만 형성되어도 발연점이 210도에서 150도로 떨어진다. 엑스트 라버진 올리브유 중 등급이 낮은 기름은 유리지방산이 최대 0.5 퍼센트까지 들어 있어 정제유보다 발연점이 낮다. 매우 높은 등급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유리지방산이 거의 들어 있지 않 아 발연점이 정제된 카놀라유 (205도)보다도 높은 210도이다. 정 제된 올리브유의 발연점은 정제된 옥수수유, 팜유, 땅콩기름 (230 도)보다도 높은 240도이다. 그러므로 올리브유는 발연점이 낮으니 요리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속설에 속지 말자. 올리브유 자체 가 문제가 아니라 등급이 문제이다.
- 음식의 혈당지수는 어떤 음식이 혈액으로 방출하는 포도당의 양을 순수 포도당에 대한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각 음식의 혈당지수는 일정량(보통 50그램)을 섭취한 후 2시간 동안(당뇨병 검사에서는 3시간 동안) 혈중 포도당 수치 변화를 분석하여 0부터 100 사이의 값으로 결정된다. 혈당지수가 55를 넘는 음식은 고혈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되고, 55 이하 의 음식은 저혈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된다. 구운 감자 1인분은 혈당지수 가 평균 85이고 프렌치프라이 120그램은 75이다. 길이가 짧은 백미 한 컵(170그램)은 72인 반면 긴 쌀은 56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쌀이라도 품 종에 따라 혈당지수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1장의 「녹말의 세계」에서 설명했듯이 녹말은 아밀로오스와 아밀 로펙틴, 이 두 가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아밀로오스는 결정 구조가 되기 쉽기 때문에 소화효소에 더 강한 반면, 비결정 구조를 가진 아밀 로펙틴은 더 쉽게 소화되어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짧은 쌀은 긴 쌀에 비 해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고 아밀로오스는 미량만 들어 있다. 강낭콩, 렌틸콩, 흰강낭콩, 병아리콩 등의 콩류는 식물성 식품 중에서 아밀로오스 함량이 가장 높아서 녹말을 다량 함유하고 있음에도 혈당지수가 27~38 사이로 낮다. 즉 녹말이라고 해서 다 같은 녹말이 아니고, 고녹말 식품 을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파게티 1인분(170그램)의 혈당지수는 얼마나 될까? 놀 랍게도 겨우 41로 저혈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된다. 마카로니 한 컵(140그 램)의 혈당지수도 겨우 45이다. 그런데 그 이유는 파스타에 들어가는 밀 가루가 긴 쌀이나 콩처럼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아서가 아니다. 파스타 의 혈당지수가 낮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작용한다. 듀럼밀의 단백질 함량 이 그것이다. 파스타의 재료가 되는 밀가루는 듀럼밀을 제분한 세몰리 나이다. 흰 빵을 만드는 밀가루는 밀을 고도로 정제하여 아주 가는 입자로 제분하지만, 세몰리나는 입자가 굵어 단백질과 녹말 입자가 파괴되지 않고 많이 남아 있다. 녹말 함량은 어느 밀가루나 건조중량 기준 약 73퍼센트로 거의 똑같다. 아밀로오스(전체 녹말의 22~28퍼센트)와 단백질 (건조중량 기준 12~14퍼센트) 함량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흰 빵의 혈당지수는 70이고 스파게티의 혈당지수는 41이 다. 건조 파스타를 만들 때는 굵게 간 세몰리나에 물을 섞어 반죽을 만 든 다음, 스파게티 등의 형태로 성형하여 건조하는데 이 과정에서 녹말 입자는 글루텐 가닥으로 짜인 보호망에 둘러싸여 파괴되지 않는다(글루 텐의 과학에 관해서는 2장의 「글루텐의 정체」를 참조). 흰 빵을 만드는 밀가루를 만들 때는 밀을 아주 곱게 가는데, 여기서는 녹말 입자가 다수 파괴되고 단백질 망이 조각조각 부서진다. 파스타는 흰 빵과 달리 단백질 보 호망 덕분에 가열했을 때 녹말 입자가 터지거나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 는다. 이렇게 단백질에 둘러싸여 녹말이 포도당으로 쉽게 소화되지 않 기 때문에 파스타는 혈액에 포도당을 방출하는 속도가 흰 빵보다 훨씬 느리다.
그러나 모든 파스타가 이런 특징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단백질 함량이 적은 밀가루로 파스타를 만들기 때문이다. 파스 타를 익힐 때 물이 너무 뿌예진다면, 단백질 보호망이 부족한 탓에 녹말 입자가 터져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파스타는 고단 백의 질 좋은 파스타에 비해 혈당지수가 높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파스 타를 알덴테까지만 익히면 좋은 이유는 녹말 입자가 일부 그대로 남아 있어 혈당지수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스터 프레지던트  (0) 2023.02.26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0) 2023.02.26
반항의 기술  (4) 2023.02.18
히어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0) 2023.02.18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  (0) 2023.02.18
Posted by dalai
,

반항의 기술

etc 2023. 2. 18. 15:21

- 당신이 너무 까맣다면 그건 그 재수 없는 하얀 친구 입장에서나 까만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멜라닌 피부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거지.
당신이 키가 너무 크다면 그건 그 귀여운 땅딸보 입장에서 나 큰 것이다. 당신을 올려다보려면 그 사람 목이 부러지 기는 하겠지만.
당신이 너무 드세다면 그건 현실에 안주하는 그 겁쟁이 입장에서나 드센 것이다. 당신이 뿜어내는 열정이 그 사람 의 게으름을 건드린 거지.
당신이 너무 조용하다면 그건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주접 꾼 입장에서나 조용한 것이다. 당신의 침착함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지.
당신이 존재감이 너무 크다면 그건 그 왜소한 뼈다귀 입장에서나 큰 것이다. 당신의 거대한 존재감이 그 사람의 하 찮은 자존감을 압도해 버린 거지.
이 모든 상황에서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일은 절대 상대방 이 말하는 대로 스스로를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 이 본인의 불안이나 문제 때문에 당신을 옥죄려 하는데 그 기 분을 맞춰주겠다고 끊임없이 자기 모습을 바꿔서는 안 된다. 카멜레온처럼 주변 요구에 맞춰 스스로를 바꾸면서 살아가다 가는 결국 자신의 진짜 색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고 말 것 이다.
- 정말 형편없는데도 본인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영업도 얼마나 잘하는지 다른 사람들도 다 넘어 가서 그 사람이 뛰어나다고 굳게 믿는다. 그처럼 평균 이하에 진부함 그 자체인 인간조차 본인이 세상의 모든 부와 영광을 독식해야 한다고 착각하는데 당신처럼 급이 다른 사람이 매순 간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걸 보면 허공에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다. 당신보다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데도 매일같이 자신을 기 념하는 파티가 열려야 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라. 당신이랑은 비교하기도 민망한 사람들 이 왕관을 쓰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자신감이 가진 힘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 우리가 진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 날것 그대로의 현실과 우리의 결점을 까발리기 때 문이다. 까발려진 현실의 추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면 확인하기 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우리에게 변화 하고 성장할 것을 요구하며 그런 요구는 하나같이 무리하게 느 껴진다.
진실을 말할 때 일어나는 파장 역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우리는 조화와 균형을 깨기 싫어하기 때문에 편안한 것, 예측 범위 내에 있는 것에 괜한 의문을 제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100퍼센트 솔직하고 투명해지는 것만큼 큰 용 기가 필요한 일이 없다고 믿는다.
- 안타깝게도 아무리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청하지 않는 삶을 살 때 생기는 피해와 손실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더 많이 청하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삶이 우리에 게 내어주는 어떤 것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삶이 우리에 게 빚이라도 졌냐고?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삶에는 분명 우리 가 향유할 수 있는 보물단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 보물단 지를 손에 넣고 싶다면 반드시 기대하고 요청해야 한다. 성경 야고보서 4장 2절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가지지 못 하는 것은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구절을 툭하면 가 슴 속에 되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 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신 경 쓰지 않는다. 원하는 바를 청한 이상 내가 할 일은 다한 것 이기 때문이다. 그 밖의 문제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 세상의 모든 주는 자에게 격려를 보낸다. 우리는 우리가 다 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걸 줄 수 있는지를 가지고 스스로 를 규정한다. 관대함이 우리의 핵심가치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주는 자는 대개 받는 자가 되는 데 서투르며 이는 큰 약점이다.
세상에는 남에게 옷이라도 벗어줄 정도로 관대하지만 정작 칭찬 하나도 제대로 받을 줄 몰라서 어떤 식으로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주는 자로서는 아직 도 성장 중이다. 과거에는 도움을 청할 줄도 몰랐고 신세진다는 느낌 없이 선물을 받을 줄도 몰랐다는 뜻이다.
받는 법을 모르는 채 주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동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관대함을 나타 내려 할 때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사실 그 사람에게서 온 전한 사랑을 나타낼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는 "내가 그 사람을 위해 이런 일을 했어!"라는 생각이 들 때 정 말 행복하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칭찬이나 선물이나 시간을 내주려 할 때는 그런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가로막는 걸까?
무엇도 받지 않는 채 주기만 한다면 그건 사실 자신도 모르 는 사이에 자존심을 앞세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 은 곳에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는 늘 "이거 받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은 것이다. 그런 사람은 주는 일의 기쁨을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한 편 관대하게 베푸는 태도의 이면에는 자신의 취약한 모습을 숨 기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항상 베풀기만 할 뿐 도움을 구하 지 않으면 연약한 사람으로 비춰질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 이다. 아니면 누구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움을 청하는 게 다른 사 람을 이용해먹는 것처럼 보일까 봐, 누군가의 지원 없이 아무 것도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만 약 관대함의 이면에 이런 본심이 숨어 있다면 큰 문제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기분을 맞춰주려고 절대 덜 원하지 마라. 더 많이 청하고 싶은 마음을 죽이겠다고 자신의 욕구를 단순화하지도 마라. 당신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원해라. 그리고 그것을 청해라. 거절을 당한다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 더 많이 청해라. 실망할까 봐 두려워서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건 시작도 전에 실패를 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예견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상사가 승진을 시켜주기를 원하든 배우자가 더 많이 지원해 주기를 원하든 친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하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청하지 않는다면 “그래요.”를 들으려고 시도해 보기도 전에 "아 니요.”를 선택하는 것이다. 설령 "아니요.”라는 답을 들어도 우 리는 아무것도 잃는 게 없다. 하지만 “그래요.”라는 답을 듣는 다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 당신이 실제로 벌게 될 금액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부디 죄책감을 느끼지 말기를 바란다. 보수를 받는 거지 적선을 받는 게 아니니까. 당신은 당신의 노동력과 서비스와 지식과 시간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상대도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당신이 제공 한 만큼 동전 하나 빠지지 않고 받아야 하지 않겠나? 자본주의 자로서 세상이 돌아가는 데 기여한다고 해서 절대 죄책감을 느끼지 마라.
- 당신이 선을 긋기 시작하면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변했다거나 당신이 우월감에 빠졌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친절하지 못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마라. 어차피 그들은 당신 바로 앞이 아니라 저 멀리서나 구시 렁댈 수밖에 없다. 당신이 워낙 선을 잘 그어놔서 당신 곁에 오 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다른 사람 들을 위한답시고 부단히 애를 써봐야 여전히 그들 눈에는 차 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에게도 시간이나 공간이나 에너지 를 빚지지 않았다. 자기 것을 지키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마라.
- 명심해라. 당신의 인생은 누구든 입장할 수 있는 길거리 축제가 아니다. 나는 내 인생을 손님 명단에 올라간 사람만 입장 할 수 있는 고급 회원제 클럽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 오는 사 람들은 전부 내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하 는 사람들이며 절대 분란을 일으키지도 않을 것이다. 내 클럽 이 정말 좋은 점은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 들어왔을 때 언제 든 쫓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기억해라. 모두가 당 신 인생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곳은 당신의 클럽이며 당신에게는 당신이 원하는 사람만을 들일 권리가 있다.
- 스스로가 무럭무럭 성장하도록 내버려 둬라. 변화를 받아들 이자. 생각을 바꾸자. 환경을 바꾸자. 여행을 가면 자기 차례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옷들이 햇볕을 쬘 수 있도록 매일 세 번 옷을 갈아입자. 당신에게는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이전의 '나'로부터 달라질 권리가 있다. 당신에게는 신념을 바꿀 권리 가 있다. 당신에게는 더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정당을 바꿀 권 리가 있다.
변화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변화는 인생 내내 반복해야 하는 의무다. 
- 스스로를 해고한다는 것은 옆에 보이는 아무나에게 열쇠를 넘겨줘서 우리 차를 벽에다 갖다 박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 자리를 비켜주고 그 사람이 핸들을 잡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운전대를 놓 는 법을 몰랐다. 중간에 오줌이 마려워서 한 번쯤은 차를 세웠 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다였다. 결국 우리 눈은 잔뜩 충혈이 됐 고 어깨는 제대로 뭉쳤으며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났다.
이때 자기 자신을 해고한다는 것은 운전을 정말 안전하게 잘하는 사람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걸 의미한다. 그 사람이 차에 오르면 우리는 조수석으로 자리를 비켜준다. 그 사람이 운전을 하는 동안 우리는 밀린 쪽잠을 잔다. 눈을 떠서 보니 아 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그저 계속 간식을 꺼내고 신나는 음 악을 골라주면 된다. 마침내 우리는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충분히 체력을 비축한 덕분에 곧장 모험을 떠날 준비도 돼 있 다. 사실 뻥 뚫린 도로를 따라 달려온 시간조차도 온전히 집중 해 즐길 수 있었다.
스스로를 해고해라. 자리를 비켜줘라. 운전대를 맡겨라.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쩔 수 없이 상대를 굴다리 밑으로 불러 담판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죄책감 따위는 느 끼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다고 당신이 나쁜 사람이나 유치한 사 람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상대방 요구대로 일전을 불사하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당신도 건들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 몫이 다. 어떻게든 당신 관심을 끌려는 관심종자에게는 오히려 침묵 과 무시로 일관하는 게 불쾌함을 드러내는 방법일 수 있다.
-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내뱉어라. 친절하게 말하되 목소리를 높여라. 사람들이 당신을 무 례하거나 상스럽다고 생각할까 봐 침묵을 지키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마라. 약자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라. 권리나 목소리나 돈이나 힘이 없어서 싸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불편해해라. 안락한 울타리를 벗어나 그들을 대신해 불의에 맞서 싸워라. 그게 바로 친절을 나타내는 길이다.
- 참된 인생을 산다는 건 마찰이나 갈등을 회피하는 삶이 아 니다. 얼굴에 억지미소를 띤 채 살아가는 삶이 아니다. 사람들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삶이 아니다. 참된 인생이란 다른 인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푸는 삶이다. 일상 곳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간애를 나누는 삶이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인생이 바로 그런 삶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때때로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 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인생에서는 우리가 악역을 맡게 될 것이다.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 만 '나'라는 인간의 가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분고분 순종하는 데 달려 있지 않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등져서는 안 된다. 그러니 친절을 베풀어라. 하지만 절대 참지 마라.



Posted by dalai
,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상대가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려고 듣는 것이 아니라 답하려고 듣는다"는 말을 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야기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이약다. 사람들은 원래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가 자기 말을 들어주길 바란다. 한편 잘 들어주는 것은 말을 잘하는 것 못지 않은 커다란 능력이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상대의 말을 잘 들으면 비즈니스나 경영관리는 물론 일상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적극적 말하기가 아닌 적극적 경청이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는 정작 듣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말은 자신의 의지로 해야하고 논리적으로 잘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듣디는 귀를 막고 있지 않는 한 저절로 들리기 때문이다. 듣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므로 말하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현실이다. 일상 생활에서 특히 회사생활에서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혀낸 회사가 있는데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알아내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는 거을 시작했다. 4년여에 걸친 자료조사와 분석을 통해 가장 위대한 성과를 내는 팀에게 두드러진 특성 하나늘 발견했는데, 바로 '서로가 어떤 비판이나 비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즉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이것은 말하기가 아닌 듣기의 영역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잘 들어주는 상대가 있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직업적으로 듣기를 가장 잘 하는 직업 중 하나가 심리상담사다. 심리상담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된다니, 정말 편한 직업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담의 목적은 어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심리상담사는 이런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돕기 위해 우선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 

이 책은 마음의 버릇을 고치는 멘탈 노이즈 전문 심리상담사 야마네 히로시가 지은 책이다. 저자는 정보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고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면서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과로사 직전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심리요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마음의 감기약과 같은 상댬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심리상담사가 되었고, 실천중심 상담으로 지금까지 8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상담사가 평소에 사용하는 듣기 비법 중에서 업무나 일상적 대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정리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일단 들어야 한다. 설득하려 애쓰지도 말아야 한다. 의견이 다른데도 억지로 맞장구쳐줄 필요도 없다. 상대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척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을 높인다는 것은 주저하지 않고 무엇이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는 의미인데, 이 원리는 조직관리 뿐만 아니라 일상적 대화에서도 중요하다. 수용이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과 다르다 하더라도 전체를 온전히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수용을 통해 어떤 발언을 할 때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고 대화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것이 듣는 기술의 핵심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던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그렇구나"라고 말해보자. 이렇게 말했을 때,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질 뿐만 아니라 불편한 마음이나 상대에 대한 불만과 불시도 희석되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상대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상담을 하든 속마음을 터놓는 것이든, 기본은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상대가 기분 좋게 대화의 공을 칠 수 있게 적절한 반응을 보이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다.
듣기 훈련에서 중요한 점 하나는 말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려주고 싶어도 참고, 상대의 말을 평가하지도 말고, 설명도 하지 말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일단 참아야 한다.

말수가 적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어렵거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려도 보면 쉽게 지치는 사람, 불편한 관계에서 감정조절이 어려운 사람, 말솜씨는 좋지만 그에 비해 성과가 적은 사람, 열심히 말하는데 상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듣는 방법과 기술을 연습해서 원하는 바를 얻길 바란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드 사피엔스  (1) 2023.02.20
반항의 기술  (4) 2023.02.18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  (0) 2023.02.18
장이 깨끗하면 뇌도 건강해진다  (1) 2023.02.16
몸을 상상하라  (1) 2023.02.15
Posted by dalai
,

시간의 소중함, 시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일찌기 로버트 헤릭은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동안 장미 봉오리를 모아라. 늙은 시간이 끊임없이 날아가고 있다. 오늘 미소 짓는 바로 이 꽃도 내일이면 죽으리라." 윌리엄 펜은 "시간은 우리가 가장 원하지만 가장 엉성하게 쓰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매순간을 알차게 보낼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인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MBA수업이나 학부 신입생 수업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시간관리이며, 학생들은 "신은 시간을 아끼는 사람을 맨 앞에 둔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고 한다. 

피터 드러커는 일을 잘하기 위한 5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먼저 시간관리를 꼽기도 했다. 시간은 남에게 빌릴 수도, 돈을 주고 살 수도, 저장해 두었다가 꺼내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은 가장 진귀한 자원이며,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관리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주로 직장인들이 업무와 일상생활 중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을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제일 먼저 나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통제가능한 시간과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을 구분해 보고,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시간사용일지를 통해 파악해 본다. 그런다음 효율적인 시간관리 목표를 세우고, 나만의 시간관리표를 만들어 본다. 
직장인, 그 중에서도 특히 관리자라면 많이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권한부여와 권한위임이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부하직원에게 업무를 위임해야 한다. 관리자가 적절하게 업무를 위임하거나 권한을 부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회사나 자기 자신, 심지어 부하직원에게도 좋은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업무위임은 성공한 관리자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넘쳐나는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는 관리자들이 신경을 끌 수 있는 하나의 장치다. 효율적으로 업무위임에 성공한 사람들은 짧은 시간 내에 업무를 끝마치고, 업무를 기획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자원을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업무시간관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몇가지 팁도 제시하고 있는데, 어수선한 업무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 중 메일사용법, 인터넷 사용법, 전화통화, 회의 등 회사생활에서 적용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와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개인적인 휴식시간을 확보하고 그때그때 스트레스도 해소하면서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도록 도움을 준다.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았던 스마트폰이 우리의 24시간을 잡아먹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기타 IT기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는커녕 점점 더 시간에 쫓기고 허덕이며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어떻게 시간관리를 하는냐에 따라 매우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늘 시간이 모자라고 어떤 사람은 2배의 인생을 사는 듯 효율적인 하루를 보낸다. 이 책을 통해 시간관리의 기법을 배우고 익혀 매일매일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항의 기술  (4) 2023.02.18
히어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0) 2023.02.18
장이 깨끗하면 뇌도 건강해진다  (1) 2023.02.16
몸을 상상하라  (1) 2023.02.15
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0) 2023.02.1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