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행위의 근본은 뇌에 있고, 느끼는 행위의 근본은 장에 있다. 생물은 장에서 진화했으며, 뇌는 훨씬 뒤에 생겨 났다. 생각하는 행위보다 느끼는 행위의 역사가 더 길다. 그 러므로 생각하기 전에 먼저 느껴보자. 느낀 대로 움직여보 자. 이렇게 생활방식을 바꾸면 눈앞에 놓인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는 큰 힘을 기를 기회도 생길 것이다. 가끔 오작동 을 일으켜 우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등 아직도 제기 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뇌와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 있다.
- '우리는 장에서 생겨났다. 뇌는 우리의 기원이 아니다'라는 말은 "음식물을 소화·흡수 · 배설하는 현상이 '산다'는 행 위의 원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산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이다. '먹는다'는 행위는 장이 꿈틀거리는 현상이며, 여기 에 '느낀다'라는 행위의 기원이 있다. 생물은 뇌가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느끼면서 살아 왔으며, 소화관인 장은 느끼는 기능의 주체였다. 물론 고등 생물로 진화한 인간도 그 기능을 물려받았다. 소화관인 장 은 세포 분화를 거쳐 폐·심장·뇌 등에 기능을 나누어 주면서 세 개의 자아로 상징되는 보다 복잡한 의식을 형성했지 만 의식의 원점은 어디까지나 '장'에 있다.
- 쉽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배가 살살 아프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침착함을 잃어버린다. 반면, 이유도 없이 조마조마 하고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정신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장 이 그렇게 반응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안다면 공연히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며, 감정이 흔들리는 상황에 서 벗어나기 위해 장을 깨끗이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장이 건강해져서 뱃속이 안정되면 의욕이 생기고 각오를 다질 수 있을 만큼 서서히 마음이 단단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조 금 불안한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괴로운 일 이 생겨도 맞서서 해결하려는 의욕이 솟아난다.
- 생물에게 자아의 욕구란 살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므로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의 활동이 불안정해 대사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면 신체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 살 고자 하는 자아의 욕구도 삐뚤어진다. 자아가 삐뚤어지면 의 욕이 넘치고 매우 활기가 넘쳤던 사람도 판단력이 흐려진다. 게다가 본능적인 욕구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서 주위 사람들 과 충돌을 일으키기 쉽다. 그래서 장과 마음의 관계를 이해하 고 자신의 장과 성질이 맞는 식품을 매일 먹는 게 중요하다.
- 인류의 조상인 초기 척추동물은 단순한 신경 줄(신경 다발) 과 소화관(장)만으로 생존했다. 이러한 원시생물은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살아있으므로 느끼는 기 능은 있었다. 머리가 아닌 장에서 말이다. 그렇게 느낀 감정 이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되어 행위가 일어났다. 적어도 원시생물은 그렇게 살아갔다. 그후로 뇌가 발달했다고 해서 이러한 감각이 전부 없어졌다고 여기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 이다. 오히려 생물 수준의 느끼는 힘에 생각하는 힘이 더해 졌다고 볼 수 있다.
- 생물은 뇌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늘 무엇인가를 느끼고 그것을 이루고자 살아왔다. 척추동물의 역사만 보더라도 족히 5억 년 이상이다. 기원을 따지자면 뇌가 만드는 '생각'보다 는 척수에서 생기는 '직관', 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본능'이 한층 오래되었다.
우리 몸의 기능을 제대로 조사해보면 다음과 같은 역설이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 뇌를 아무리 단련해도 직관이 연마되지 않는다.
• 머리 쓰는 일을 그만두었을 때 비로소 직관이 생긴다.
- 뇌는 '나'라는 존재를 가두고 있는 감옥과 같다. 그곳에는 외로움, 고민, 갈등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런 자유롭지 못한 세계에서 벗어 나려면 생물로서의 감각이 깃들여 있는 장(배)을 깨끗하게 함으로 써 활성화시켜 직관을 포착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생물 로서의 나'와 연결되는 것은 마음의 평안으로 이어져 당당하고 자 신있게 살아가는 생명력의 원천이 된다.
- 식이섬유는 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아서 영양소라고는 할 수 없으나, 소화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운반되어 장의 꿈틀운동을 돕는다. 꿈틀운동은 장이 단독으로 움직여서 생겨나는 현상이 아니라 원래 음식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와 함 께 움직이며 생겨난다. 그러므로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장이 필요 이상으로 꿈틀운동을 해야 하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 되면 장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고 만다. 이같이 바람직하 지 못한 운동이 되풀이되면 장이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꿈틀 운동도 둔해진다. 그 결과 변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져서 여러 가지 해로운 물질이 생기고 유해한 균이 번식하 기 시작해 장 속은 마치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되고 만다. 평소 냄새가 독한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은 자신의 장 속 에서 음식물이 부패해 유해가스가 생기고 그것이 방귀로 배 설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방귀는 단지 냄새 나는 가스에 머무르지 않고 장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를 나타내 는 잣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 감정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은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 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 은 물론 몸속 기관들이 부담을 느껴 결국 신체 건강까지 나 빠진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감정 상태 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의 근원이 장에 있다는 사실을 아 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과 마음의 관계 역시 무엇을 먹느냐 가 중요한데도 말이다.
장과 마음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다. 장은 소화관의 주체이기 때문에 장과 맞지 않는 음식을 계속 섭취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뱃속에 병이 생기고, 그 로 인해 며칠째 변비가 계속되거나 설사가 멎지 않으면 누구 라도 안절부절못하고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은 것이 그렇다. 현대인은 주로 장과 성질이 맞지 않는 식품을 먹기 때문에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식사에서 오는 스트레 스가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 식물이 만든 당질은 먹으면 바로 에너지로 바뀌지 않는 다. 그러나 설탕은 정제 과정에서 이미 섬유질이 제거되었 기 때문에 장에서 곧바로 흡수되어 혈액으로 보내진다. 즉 시 흡수된다고 해서 바로 에너지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 기야 단것을 먹으면 기운이 생기니 설탕이 흡수되면 바로 에너지로 바뀐다는 것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만큼 몸에 부담이 생기고 만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는 혈당치의 변화다. 설탕이 장에 서 바로 흡수되어 혈액으로 운반되면 당분 농도(혈당치)가 급격히 높아진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면 혈관이 손상되어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이 생긴다. 또 급히 오른 혈당치는 급히 내려가므로 그 과정에서 감정의 기복이 생기기 쉽다. 혈당, 혈압과 같은 혈액 상태의 변화도 정신 상태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당질은 세포에 운반된다손 치더라도 비타민·미네랄 등의 미량영양소가 없으면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영양소도 함께 제거되기 때문에 신진대사는 원활히 일어나 지 않으며, 오히려 질병이 생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식물(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식물이 만든 당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식이섬유와 비타민·미네랄이 필요하니 이리저리 가공하지 않고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먹는 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 면역 체계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세포가 지닌 원시적인 자연면역이고, 또 하나는 진화한 생물이 새로이 획득한 백혈구의 방어 기능인 획득면역이다. 이해하기 쉽게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속에 침입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예 로 살펴보자.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속에 침입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부위는 세포 속 감지기다. 이는 TLR(Toll-Like Receptor, 톨 유사 수용체)라고 불리며, 다음과 같은 작용을 이끈다.
(1) 세포 안팎에 둘러쳐진 감지기(TLR)가 몸속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을 인식해 주변 세포에 알린다.
(2) 세포들이 항균· 항바이러스 물질을 일제히 분비해 이러한 병원체를 없앤다.
이것이 자연면역이다. 자연면역만 제대로 작용하면 감염 증에 걸리더라도 초기 단계에서 낫는다.
일반적으로 면역이라고 하면 백혈구의 작용을 먼저 떠올 리는데, 백혈구라는 방어 부대가 출동하는 이유는 자연면역 이라는 최전방이 종종 뚫리기 때문이다. '자연면역이든 백혈 구든 바이러스만 물리칠 수 있으면 됐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백혈구라는 방어 부대에는 중대 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백혈구의 방어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백혈구가 수행하는 방어 기능은 항체라는 무기로 바이러스나 세균을 잡은 후 먹어치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항체를 만드는 과정 이 너무 까다로워 완성에만 5~7일이나 걸린다. 결론적으로 자연면역이 든든하게 기능하면 백혈구도 순조롭게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원시적이라고 인식한 자연면역이 주 력 수단이고, 백혈구의 방어 기능인 획득면역이 보조 수단 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자연면역: 모든 생물에게 있으며, 체계가 단순하다.
* 획득면역: 진화한 생물에만 있으며, 체계가 복잡하다.

- 아주 먼 옛날,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세균이 인체에 들어와 세포 안에서 더부살이하면서 산소와 영양소를 이용해 엄청난 활동 에너 지를 생산하는 '공장'이 생겨났다. 이 에너지 제조 공장이 미토콘드 리아이며 간세포 1개당 1000~3000개, 식물 세포에서는 100~200 개가 흩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호흡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많은 미 토콘드리아를 함유하고 있다.
- 우리 몸의 세포에는 활동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두 개의 체계가 있다. 그중 하나가 당질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해당계(解糖系, glycolysis)라는 단순 체계다. 또 하나는 해당계 로 분해된 영양소와 산소를 결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라는 고기능 체계다.
• 해당계: 당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 미토콘드리아계 : 영양소와 산소를 결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 먼저,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영양소로 분해되어 혈액에 의해서 온몸의 세포로 운반된다. 이 영양소 중 에너지원이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질이다. 예를 들어, 쌀에 들어 있는 당질(녹말)은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변한 뒤 세포 안으로 운반 되어 피루브산(pyruvic酸)이란 물질로 분해된다. 이 분해 과 정에서 생기는 것을 '해당계 에너지'라고 한다.
해당계 에너지의 특징은 바로 만들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원료가 되는 포도당의 일부는 간이나 근육의 세포속에 줄줄이 묶인 상태로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쓰인다.
이렇게 줄줄이 묶인 포도당이 '글리코겐'이다. 글리코겐이 세포 속의 해당계에서 분해되면 우리 몸에 에 너지가 보충되면서 단숨에 힘을 낼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 지나 잠깐일 뿐이다. 에너지를 계속 소비해야 할 때는 그림 처럼 미토콘드리아계의 작용이 필요하다. 해당계에서 피루브산으로 분해된 영양소는 세포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미토콘드리아로 운반되어 TCA 회로(Tricarboxylic Acid Cycle)라는 순환 과정을 빙빙 돌 아서 수소를 뽑아낸다. 이 수소가 다른 경로로 운반된 산소 와 결합해 물이 생기는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가 만들어지 는 것이다.
해당계 에너지의 양은 전지 2개분(2분자)인데, 미토콘드리 아계 에너지는 36개분(36분자)이나 된다. 다시 이야기하지 만,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제조하는 공장이 우리 몸속 세포 마다 수백 개에서 수천 개나 내장되어 있다. 생명이 비약적 으로 진화한 배경에 미토콘드리아계 에너지가 있었다는 말이 이젠 믿기는가?
- 우리가 음식을 먹고 호흡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세포가 사는 데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식사하는 게 아니라 세포가 식사하는 것이다. 40~60조 개의 온몸 세포 에 먹이(영양)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아메바도 같은 생명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 같은 대형 생물은 영양을 세포까지 곧바로 운반할 수 없다 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로 생명활동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소화관에서 혈관으로 이어지는 운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세포는 굶어 죽고 만다.
- 공장의 규모는 미토콘드리아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계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당계 에너지 를 많이 쓰면 순발력이 좋고, 미토콘트리아계 에너지를 많 이 쓰면 지구력이 좋다. 면역학의 제일인자 아보 도오루는 이렇게 주장한다.
"인간은 해당계와 미토콘트리아계의 에너지를 적절히 가려 쓰면서 생명활동을 유지해왔다."
나는 해당계 에너지 중심의 생활방식은 효율이 낮으며, 미 토콘드리아를 지혜롭게 사용해야 정신이 안정되고 건강 하게 장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보 도오루는 "인간의 일생을 살펴보면 해당계 에너지(=순발력)에서 미토콘드리아계 에너지(=지구력)로 바뀌는 시기가 오는데 이것도 '자연의 섭리'라는 말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세포분열이 왕성해 해당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그 때문에 행동이 활발하고 식사량도 많다. 그러 다가 중년기 이후에 식사량이 줄고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를 멀리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미토콘드리아계의 작용이 우세 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에너지 전환이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해당계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으면 생명의 법칙에 어긋나게 되어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암이나 생활습관병 등이 생기기 쉬워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나이가 들면 민첩하게 행동할 수 없으나, 그 대신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지혜가 발달한다. 하지만 산화 작용은 노화 현상이기도 하므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해당계 에너 지의 소비(=순발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스포츠 세계에서 는 30대에 벌써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계 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무도. 무술의 세계에 서는 해가 거듭될수록 마음과 기술이 연마되어 달인의 경지 에 이른다. 에너지 체계의 활용이 다른 만큼 자신에게 맞게 끔 스스로 가려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 우리의 주식인 쌀의 주성분은 당질(탄수화물)인데 당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미토콘드리아 공장이 좀처럼 돌아가 지 않는다. 당질이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더 라도 미토콘드리아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려면 보조 물질로 비타민B1이 필요하다. 그런데 백미는 비타민B1이 깎 여나갔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해당계에만 쓰인다. 설탕이나 밀가루도 정제되어 있기에 과자, 케이크에는 비 타민B1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달콤한 식품을 먹으면 바로 힘이 나는 이유는 해당계가 당질을 분해하는 것만으로 에너 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하는 에너지가 작아 서 금방 배가 고파진다.
- 자연에 가까운 상태의 식물을 먹어야 식물의 생명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장내 세균과 원래 세균의 하나였던 미토콘드리아가 중개 구실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삶은 동물, 식물, 미생물이 서로 연결된 생태계에서 유지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생명력이 왕성한 식물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연상태 그대로 먹자.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식사의 기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연에 가깝다'는 '에너지로 바뀌는 데 필요한 성분을 전부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에서 멀어 진다는 것은 '성분(영양소)을 에너지로 바꾸는 힘이 부족하 다'는 뜻이므로 다른 식품으로 보충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음식의 종류와 식사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에 서 혈액, 세포, 미토콘드리아에 이르기까지 영양분을 운반하는 데도 부담이 생겨서 몸 상태가 나빠지거나 질병에 걸리기 쉽다.
- 미토콘드리아라는 공장이 잘 돌아가려면 앞서 살펴본 비타민B 외에도 비타민B와 비타민B3, 철,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많은 종류의 미량영양소가 필요하다. 공장을 수리하 는 데도 이러한 미량영양소가 있어야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성이 강한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까닭에 방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신 공장 자체가 산화 피해를 보기 쉽다.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리아 공장의 최종 과정인데, 전자를 운반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경로이므로 산소에 이 전자가 결합하기 쉽다. 따라서 다른 물질을 산화하게 하는 불안정한 산소, 즉 활성산소가 생길 가능성 이 크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물성 화학물질인 피토케미컬 등에 는 이러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공장을 수리하는 기능도 있 다. 예를 들어, 항산화 효소로 알려진 SOD(superoxide dismutase)는 아연, 구리 등의 미네랄로 이루어져 있다. 그 러고 이 SOD를 돕는 물질이 비타민C, 비타민E 등이다. 항 산화 효소란 산화를 방지하는 물질인데, 채소와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식물을 먹으면 당질을 흡수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긴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다.
- 사람이 갓 태어났을 때의 장은 완전한 무균 상태지만 3~4 시간 만에 대장균 등이 들어오고, 3일이 지나면서부터 비피 더스균이 서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젖을 떼는 시기부터는 눈치꾼균이 많이 기생한다. 유익한 비피더스균과 다수의 눈 치꾼균의 수가 우세해지면 대장균·월치균 등의 유해균이 최 소한의 비율로 억제되므로 장 속 환경은 안정된다.
대장균이나 웰치균이 유해하다고 하는 이유는 장 속 단백 질을 부패시켜 악취를 풍기는 인돌(indole)이나 스카톨 (skatole), 아민(amine) 등의 유해물질을 만들어내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유해물질은 영양분의 소화·흡수를 방해하고 변비나 설사, 고혈압, 노화 등의 원인이 된다. 또 발 암물질을 만들어내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염증성장질환 등을 일으킨다.
반면에 유익한 유산균은 장에서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돕고 비타민도 합성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의 증식을 막고 면역세포의 활동을 자극하는 등 우리 몸의 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줄이는 일이 장 속 환경을 개선하는 기본이다.
- 자연계에는 다양한 종의 유익균이 있는데, 우리 몸에는 그 중의 하나인 비피더스균이 우세하게 존재한다. 요컨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을 늘리면 그만큼 비피 더스균이 증가해 장 속 플로라가 안정된다. 하지만 비피더스 균이 무한정 늘어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장 속 세균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미쓰오카 도모타리는 "건강한 성인의 장 속 플로라에서 비피더스균이 서식하는 비율은 20%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양쪽의 낌새를 살피는 눈치꾼 균이며,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유해균은 일정한 비율로 존재 한다. 장 속 플로라에 유익균만 많다고 해서, 혹은 유해균을 모조리 제거한다고 해서 건강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요한 점은 장 속 세균의 균형이다. 유익균도 유해균도 우리 몸에 필요한 미생물이다. '해로운 균은 모두 없애는 게 좋다'는 생각은 인간의 일방적인 가치 기준에 불과하다. 유익균과 유해균, 눈치꾼균이 균형을 이루어 함께 서식하는 형태가 자연계의 원래 모습이다.
- 장의 유익균(비피더스균)을 20%로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동물인 사람은 식물을 자연상태로 먹음으로써 장 속 플로 라를 안정시키고 세균들이 공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먹는 행위를 통해 동물(사람), 식물(음식), 미생물(장 속 세균)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장이라는 소우주(小)이자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며, 숙주인 사람에게도 기생하는 세균 에게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식물 중에서도 식이섬유의 섭취를 가장 많이 신경 써야한다. 변을 채취해 살펴보면 70% 정도가 수분이고 나머지 30%는 음식물 찌꺼기와 장 속 세균이다. 이 찌꺼기가 음식 물에 들어 있던 섬유질, 즉 식이섬유다. 요컨대, 식이섬유가 함유된 식품을 먹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배설이 원활하지 않아 장에 쌓인 변이 쉽게 부패한다. 예를 들어, 쌀이나 밀 을 정제해 식이섬유를 제거하면 먹기에는 좋지만 장에는 쓸 데없는 부담이 늘어나 꿈틀운동이 둔해지므로 변이 점점 쌓 인다. 그뿐인가? 장 속 플로라의 균형이 무너져서 유해균의 번식을 부채질하고 만다. 식이섬유의 함유량이 높은 식물은 다음과 같다.
* 정제하지 않은 곡물류 : 현미, 납작보리, 메밀 100% 국수, 오트밀
* 콩류 : 콩, 비지, 콩가루 등의 콩 제품
* 채소·과일류 : 우엉, 시금치, 호박, 고구마, 브로콜리, 바나나
* 해조류 : 톳, 미역, 우뭇가사리
* 버섯류: 표고버섯, 목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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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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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상상하라

etc 2023. 2. 15. 20:29

- 몸을 부드럽게 해야 척주(척추뼈가 서로 연결되어 기둥처럼 이어진 전체)와 체간이 펴져 몸을 반듯하게 지탱할 수 있습니다. '부드럽게' 와 '반듯하게'가 공존해야만 비로소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부연하자면, 체간이란 척추동물의 몸 가운데 중심을 이루는 부 분으로, 몸의 밸런스와 맞닿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코어' 라고 보면 됩니다.
- 진정한 바른 자세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름답다', '쉽게 피로하지 않다', '움직임이 편하다'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하뉴 선수는 이 3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죠.
그중에서도 '쉽게 피로하지 않다.'와 '움직임이 편하다'를 강조 하고 싶네요. 하뉴 선수는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 스럽게 힘을 빼고 있습니다. 언뜻 봐도 굉장히 편하게 서 있는 것처 럼 보이지 않나요?
- 바로 몸의 겉근육Outer muscle에 의존하지 않고 척주와 체간, 즉 몸의 속근육 Inner muscle으로 서 있기 때문입니다. 몸 중심에 코어가 바로 잡혀 있으면 힘을 빼고 있어도 바르게 설 수 있습니다. 또한 머리부 터 발끝까지 하중 균형이 골고루 분산되어 어깨, 허리, 무릎 등 신체 각 부분의 관절과 근육에도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자세라면 무게나 스트레스를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 마치 날개라도 단듯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겠죠.
- 알렉산더 테크닉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무의식중에 하게 되는 것'을 그만둠으로써 근육 긴장에 서 벗어나도록 하는 접근법입니다.
아름답고, 쉽게 피로하지 않으며, 움직임이 편한 자세가 되려면 우선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2가지를 염두에 두고 생각을 바꿔나갑시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싶을 때일 수록 힘을 뺀다.', '불안감이나 압박감을 느낀 때일수록 힘을 뺀다' 평소 여러분에게 익숙한 방식과 반대라고 느꼈죠?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말을 들으면 일부러 힘을 들여 가슴을 폈을 겁니다.

기적의 문장1 [머리]: 머릿속에서 조각배가 조용히 흔들립니다
- 현대인이 겪는 대부분의 신체질환은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머리는 보통 몸무게의 10% 정도를 차지하니, 몸무게가 50kg이라면 대략 5kg이나 되는 거죠. 애당초 머리는 근육으 로 지탱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대부분은 목이나 등 근육으로 머리를 고정하려 합니다. 게다가 머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하기 아주 쉬 운 부위입니다. 보통 고민거리를 생각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마주 할 때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에 긴장을 주곤 하죠. 심지어 어떨 때는 이를 너무 꽉 깨물어 진이 빠지기까지 합니다.
-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세의 급소 위에 호수를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그 위로 조각배가 흔들흔들 잔물결에 떠다닌다고 상상하는 겁니다. 머리가 둥둥 뜬 것 같은 기 분이 들면 자연스럽게 목 근육이 풀어지고 머리가 척주 위로 곧게 올라갑니다. 느껴지나요? 이제 머리 무게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 지 않아도 척주와 자세가 자연스럽게 펴집니다.

기적의 문장2 [척주]: 척주가 사슬처럼 흔들립니다
- 제가 만났던 환자들은 대부분 척주가 '목부터 허리까지 막대기처럼 고정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오해가 자세의 흔들림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여기서 척주는 '자세의 급소에서 꼬리뼈까지'이고, '척추뼈가 사슬처럼 이어져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척주는 자세의 급소에서 아래로 축 늘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자세가 바르지 않다면, 척주가 머리를 들어올리게 됩니다. 원래 둥둥 떠 있어야 할 머리를 목 근육으로 고정하는 거죠. 새우등이나 거북목은 대개 이런 이유로 생깁니다.

기적의 문장3[눈]: 눈알은 늘 물속을 떠다닙니다
- 눈은 의외로 근육 긴장을 일으키는 주원인입니다. 짜증이 나거나, 컴퓨터 화면을 응시할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치켜뜨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긴장하면 안구 근육이 눈을 뒤로 끌어당기죠. 눈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더 혹사 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눈의 긴장은 목, 머리, 전신 등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이 문장은 '눈알이 둥둥 떠오르는 이미지'를 연상시켜, 눈을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사람의 몸에는 시각으로 몸의 균형을 잡는 신경회로가 있습니다. 자세와 눈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여서, 어느 한쪽이 긴장하면 다른 쪽도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 사물을 바라볼 때 대상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면 눈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은 영상을 뇌로 보내는 도구일 뿐입니다. 둥실둥실 떠 있는 것처 럼 아주 가뿐하게, 영상이 들어오는 대로 눈에 맡겨봅시다.
이 감각을 터득하면 덜 피로해지는 게 체감될 겁니다. 안구건조 증, 충혈, 긴장성 두통에 시달리는 일도 적어지겠죠. 항상 찡그린 표정을 짓던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기적의 문장4 [입안]: 잇몸에 피가 돌고 혀는 떡처럼 말랑말랑합니다
- 입도 눈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기 쉽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악물거나 입안이 바짝바짝 마를 때가 있죠. 이는 입안이 긴장했다는 증거입니다.
턱 근육과 혀 근육(참고로 혀는 근육 덩어리입니다)은 목 근육과 밀 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척주와 머리의 위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 리고 이 근육들은 반드시 연결되어 움직입니다. 입과 입안이 경직되 어 턱과 혀 근육을 긴장시키면, 덩달아 목 근육도 긴장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자세의 급소는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그 결과 몸의 긴장과 경직, 나아가 잘못된 자세를 야기시킵니다. 이 기적의 문장은 입, 치아, 혀를 움직이는 근육의 긴장을 해소하여 입안의 공간을 넓혀줍니다. 더불어 턱 근육이 이완되어 자세의 급소가 긴장을 풀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즉 흔들림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편안하게 뼈대로 설 수 있게 되는 거죠. 또 타액이 적당히 분비되어 입안이 촉촉해집니다. 입과 혀가 부드럽게 움직이면 입과 목구멍의 면역 기능이 높아져 감염병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기적의 문장5 [목과 어깨]: 산기슭의 눈이 녹아내리듯 양쪽 어깨가 멀어집니다 
- 많은 분의 몸을 진찰하다 보면, (자각하지 못하는 분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이 무의식중에 목과 어깨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자세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어깨를 치켜올리거나 웅크리는 자세입니다. 당연히 목도 함께 움츠러들겠죠. 가슴을 너무 펴는 자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등이 좁아지니 목 근육까지 걸리는 겁니다.
이제 양쪽 어깨를 멀리 보내 목덜미 긴장을 풀어줍시다. 여기 서 포인트는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올바른 자리로 이끄는 겁니다. 이때 '힘을 빼야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갑니다.
- 대신 기적의 문장의 힘을 빌리면 아주 쉽죠. 산기슭에 쌓인 눈은 봄이 되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이 녹아내리는 모습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양쪽 어깨가 펼쳐지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요령을 알려드리자면, 양쪽은 물론 사방팔방으로 펼쳐지게 하는 겁니다.
흔들림이 하나의 방향으로 한정되지 않는 것처럼, 어깨와 목 도 여러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이미지를 터 득하면 걸리던 어깨와 목 근육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자세도 반듯해 집니다.

기적의 문장6[가슴과 등]: 가슴과 등이 펴지며 호흡이 잔물결처럼 드나듭니다
-  '가슴과 등'이라는 표현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문 장은 가슴 앞부분만이 아니라 뒤쪽, 즉 등까지 포함한 흉곽을 의식 해야 합니다. 흉곽이란 가슴 주위를 감싸는 뼈 전체를 말합니다. 자 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흉곽을 움츠리죠. 폐를 신축 시키는 범위가 좁아지니, 당연히 공기가 드나드는 양도 줄어듭니다. 호흡이 얕아지면 숨이 차서 자세가 무너집니다. 답답함 때문에 스스로 팔을 끌어당겨 가슴의 넓이를 좁게 만들죠. 자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일수록 호흡기 질환을 겪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런 동작 때문입니다. 이 문제 역시 흉곽을 풀어주면 쉽게 해결됩니다.
- 이제 잔잔한 파도처럼 드나드는 호흡의 파도를 상상하세요. 이 파도의 흔들림이 가슴과 등을 이완시키고 펴주는 감각에 몸을 맡겨 봅시다. 끌어당겼던 팔도 제자리로 돌아가며 천천히 흉곽을 펼 수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매우 입체적이니 주의하세요.
자세를 바르게 한다고 하면 위쪽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상상 할 수 있겠지만, 흔들림은 모든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기적의 문장7 [몸통]: 몸 안에 쏟아지는 폭포를 잉어가 힘차게 거슬러 오릅니다 
- 몸을 서툴게 다룬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무의식중에 중력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차렷 자세가 그 전형적인 예시가 되겠군요. 차렷 자세는 아래로 향하는 중력의 힘을 어떻게든 거스르려다 보니 몸이 긴장 상태가 되곤 합니다. 명심하세 요. 절대 중력에 싸움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중력에 몸을 맡 겨야 합니다.
'잉어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이미지'는 '힘을 빼면 뼈대로 설 수 있게 되어 코어가 탄탄해짐'을 의미합니다. 또한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몸 안의 폭포'는 몸의 무게와 중력을 나타냅니다.
- 몸에 힘을 빼고 있으면 머리와 상체 무게에 중력까지 더해져, 아래로 향하는 무게의 흐름이 형성됩니다. 폭포수의 흐름과도 유사 하죠. 그리고 위로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에너지는 잉어에 비유했습니 다. 몸을 부드럽게 할수록 자세는 반듯해진다는 원칙과 일맥상통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해주세요.
이 이미지에 익숙해지면 내 안에 뛰어오르는 잉어를 믿고 힘을 뺄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어도 쉽게 피로하지 않게 됩니다. 앞으로 무게에 얽매이지 않고 몸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중력은 여러분의 편이니까요.

기적의 문장8 [골반] 골반은 와인잔 바닥처럼 늘 조용히 흔들립니다
- 새삼스럽지만 '해서는 안 되는 자세' 양대산맥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새우등과 요추전만입니다. 새우등은 턱이 앞으로 나오면서 등이 굽고 목은 움츠러들고 허리가 뻐근해집니다. 요추전 만은 몸이 앞으로 볼록하게 굽어, 등 근육에 부담이 가서 피곤한 자 세죠.
이 2가지 자세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골반이 기울어진 상태로 잠겨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골반이 경직된 상태가 되면 요추에 부담이 커져 요통을 일으키기가 쉽습니다.
- 사람의 몸은 늘 미세하게 흔들리며 균형을 유지합니다. 골반도 예외는 아닙니다. 흔들림이 있어야 위에서 누르는 무게를 분산해 몸 을 효율적으로 지탱할 수 있습니다.
마치 와인잔 같지 않나요? 와인잔 바닥의 커브처럼, 골반의 바 닥도 완만한 커브를 그립니다. 와인잔에 담긴 와인은 아무리 흔들어 도 수평을 잃지 않습니다(너무 세게 흔드는 것만 아니라면요). 골반이 흔들리면서 몸의 무게가 곧장 중심을 향해 내려가는 상태와 매우 흡사 합니다.
이 기적의 문장으로 '골반이 와인잔 바닥에 깔린 와인처럼 적당히 흔들리는 상태'를 상상할 수 있다면, 몸을 균형 있게 지탱하는 힘이 향상됩니다. 그 결과 '해서는 안 되는 자세'를 하지 않고 편안 하게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기적의 문장9 [다리]: 모래시계 속 모래가 다리를 타고 똑바로 떨어집니다
- 기적의 문장 7번에서는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중력을 내 편으로 만드는 몸통의 이미지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앉아서 일하시는 사무직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꼭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골반에 흔들림이 있으면 의자에 앉을 때도 허리가 쭉 펴지거든요. 꼭 한 번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하체, 그중에서도 무릎입니다. 무릎은 골반과 마찬가지로 잠금 상태가 되기 쉬운 부위입니다. 단순히 '풀어주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너무 풀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습니다.
무릎을 너무 펴면, 과도한 요추전만을 불러옵니다. 반대로 무릎 을 너무 구부리면, 허리가 구부정해집니다. 둘 다 요통의 원인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기적의 문장의 도움을 받아 '발바닥을 향해 똑바로 몸무게가 떨어지는 지점'을 찾아보려 합니다.
먼저 허리 근처부터 발바닥까지 다리 전체에 대형 모래시계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모래시계 속의 모래는 중력에 이끌려 곧장 아 래로 떨어집니다. 느껴지나요? 이제 허리에서 허벅지, 무릎, 종아리 를 거쳐 발바닥으로 모래가 떨어지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떨어진 모래가 발밑에 묵직하게 쌓여가는 모습까지 상상된다 면 올바른 지점을 찾기 쉬워집니다. 옆에서 봤을 때 바지 재단선이 수직으로 똑바로 뻗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참고로 이 문장은 선 상태로 해야 합니다. 
 
기적의 문장10(전신): 날숨에 몸이 이완되고 들숨에 척주가 세워집니다

- 저는 '용이함', '쾌적함', '자연스러움' 같은 감각의 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답을 찾고 싶다면, 호흡에 귀를 기울 이고 몸 안의 소리를 경청하여 더 자연스럽고 편한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늘 자신의 몸 안에 있습니다. 몸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엇이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머 릿속으로 이러쿵저러쿵 생각하기보단, 몸이 편할 것 같다고 속삭이 는 쪽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그편이 결과적으로 순조로운 경우가 많 습니다. 이 방식이라면 자세 역시 '반듯하게만 추구하여 '부드럽게' 를 희생시키는 일은 없겠죠.
저는 망설여질 때 '어느 쪽이 올바른지' 혹은 '어느 쪽이 이로운 지'를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호흡과 몸 안의 소리를 따라 결정하려고 합니다.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 올바름에 그렇게까지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은 좀 더 편안함을 누려도 되고, 좀 더 자연스러워도 됩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두고 호흡과 흔들림에 몸을 맡겨 "이쪽이야!"라고 손짓하는 쪽으로 순순히 나아가면 길은 저절로 열리기 마련입니다.
- 매일 많은 분의 몸을 접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기보다는 흐르고 있어야 자연스럽 다는 점입니다. 난치성 환자의 근육은 마치 빙산처럼 딱딱하고 차가 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근육 긴장이 조금씩 풀리면 꽁꽁 언 얼 음이 녹아내리듯 몸 곳곳에 따뜻한 시냇물이 형성됩니다. 그러면서 병세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괴로운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몸은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흐르고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그럼 늘 흐르고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래서 흔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의 문장도 인사호흡법도 흔들림을 멈추지 않으려는 방법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배의 흔들림, 물의 흐름,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흐름. 이러한 흔들림을 몸 안에 불러일으켜 자연스러운 흐름을 되찾아 나가는 방법인 거죠.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두고, 멈추지 않고, 경직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세요. 그 흐름은 여러분을 반드시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줄 겁니다. 무리하게 애쓰거나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나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나다운 인생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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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서 열이 나고 목이 아픈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면 의사는 연쇄 구균streptococcus 감염을 의심하여 검사를 해 보고 연쇄구균이 발견되지 않으면 바이러스성 인후염으로 진단하고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한다. 환자들에게는 하루나 이틀 사이에 증상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해 준 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오라고 권한다. 물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후염일 가능성이 크지만,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진단이 틀릴 수도 있다. 전염성 단핵세포증infectious mononucleosis 일 수 있고, 다른 종류의 세균성 편도염이나, 인후두부의 암일 수도 있다. 의사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자동차를 보고 점화 플러그를 뽑아서 직접 확인하고 교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비기술자처럼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대신에 환자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환자의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추정해야만 한다.
목이 아파서 온 환자에게 바이러스성 인후염(감기)이라고 말하고 집에 보냈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다시 찾아왔다면 이런 경우는 진단오류에 해당하나? 아마도 환자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분명 올바른 진단은 아니다. 의사가 실수를 한 것일까? 뭔가 다른 조치를 취했어 야 했나? 물론 좀 더 확실하게 할 수도 있었다. 환자를 이비인후과 전 문의에게 보내서 특수 장비로 목을 확인받게 할 수도 있었다. 최초의 진단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빨갛게 부어오른 편도의 일부를 떼어 내서 조직 검사를 의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은 모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을 주며, 비용도 많 이 들어가는 것들이다. 더더군다나 그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그 진 단은 100퍼센트 확실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인후통이 아닌 복잡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많다. 환자들의 생각과 달리 의 사들은 오류의 일부는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의사는 환자를 처음 진찰하면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 즉 감별진단 differential diagnosis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한다. 환자의 증상에 대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감별진단의 목록은 다양해진다. 이후 신체검사와 각종 임상 검사 결과 를 종합한 다음에야 가능성 높은 질환의 목록이 완성된다. 이 과정이 잘 진행됐다면 감별진단 목록 중에 정확한 진단명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맞는 진단명 이외의 것들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쉽게 말해, 모든 의사들은 바른 진단을 내리기 위해 매번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의학이란 워낙 복잡한 분야인 데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 는 다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환자의 증상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질환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한 다음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을 내리지만, 때로는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진단명이 모호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과연 이 병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병이 원인인지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환자에게 그가 앓고 있는 질병과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것은 의사에게 있어서 가 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이 설명이 성공적으로 받 아들여진 다음에야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더 알려주 고 싶어 한다.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는 자 신의 병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설사 자신의 병 자체를 조 절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숙지할 수 있다. 매 우 심각한 질병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어 설명하면 그 자체로 치유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 의사의 기본적인 임무는 환자의 통증 pain을 치료하고 고통 suffering을 완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 두 가지를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의료 윤리학의 대가인 에릭 카셀 Eric Cassell 박사는 논문을 통해 통증과 고통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카셀 박사에 따르면 통증은 육체의 괴로움이며, 고통은 자아의 괴로움이다. 그는 고통을 온전한 자아에 위협 을 느끼거나, 혹은 자아의 온전함이 파괴될 때 느끼는 절망적인 상태 라고 정의했다. 지독한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라도 고통을 느끼지 않 을 수도 있다. 출산 과정이 바로 그 예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을 때 극 심한 통증을 경험하지만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현대의 첨단 기술에도 모순점이 있다. 노동력과 시간을 절약한다는 발명품들이 많이 개발됐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노동력이나 시간 어떤 것도 줄이지 못했다. 컴퓨터의 메모지 기능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종이 메모지보다 편한가? 실생활에서 많이 이 용하는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을 할 때 암산을 하는 것과 계산기를 사 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가? 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다. 첨단 장비를 이용한 검사도 진단에 이르는 한 방법일 뿐이다. 레일리 박사의 주장이 맞는다면, 25퍼센트 이상의 환자들은 단순한 신체검사만으로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 경험 많은 노장의 공통점
진단이 어려운 질병은 대개 가장 경험이 많은 의사가 밝혀내거나, 혹은 가장 경험이 없는 의사가 찾아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다. 나이가 지긋한 노장들은 자신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그들은 넓고 다양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거의 타당성이 없는 사항들을 제외할 능력이 있다. 신참들은 어떨까? 그들 은 기대할 경험이 없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견에 휩싸일 위 힘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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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의 힘

etc 2023. 1. 14. 15:12

요즘 갓생이라는 말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다. God와 인생을 합친 말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또는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얻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학업이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을 아울러 말한다. 원래는 아이돌 팬덤들 사이에서 쓰이던 말로, 덕질에 과몰입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본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갓생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코로나 이후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좌절하고 우울감에 빠졌다. 그러던 중 이런 우울감과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관리 능력과 자기관리에 대한 욕구가 증시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갓생살기 프로젝트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대변하듯 유튜브에서도 자신만의 갓생을 사는 일과를 브이로그 형태로 보여주는 유튜버도 많이 등장한다. 매일아침 걷는 사람, 매일 일정한 시간에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등 다양한 갓생살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갓생살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자극받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거창하진 않더라도 특정한 목표를 정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짧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이고 의미있게 소비하길 원하고, SNS를 통해 무언가를 인증하려는 욕구가 강한 MZ세대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 책은 2012년생 11살 아들과 2015년생 8살 딸을 키우고 있는 육아맘이자 미라클 모닝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김프리 작가가 지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두 아이를 키우는 일중독 워킹맘이 4년간의 미라클 모닝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머니 파이프 라인을 찾아가며 도전하는 기록을 담았다. 저자가 수년간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미라클 모닝 오픈채팅방 회원들이 자주 던지던 질문들, 미라클 모닝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저자만의 조언을 모았다.

미라클 모닝의 실천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 긍정적인 효능감을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 가성비 좋은 자기계발 방법이다
* 혼자서도 가능하다
*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
*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이 책은 퇴사 후 육아에 집중하고 싶지만 월급때문에 망설이는 워킹맘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실천적 조언을 따라서 나만의 모닝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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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처럼 사랑하라

etc 2023. 1. 10. 08:20

 

 

지난 12월29일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펠레의 생전 자취가 새삼 조명 받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99년 그를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로 선정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그의 업적과 성가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습니다. 펠레가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10대의 나이에 여섯 골을 터뜨리며 브라질에 우승을 안기자, 전 세계 프로팀들이 그를 영입하려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당시 브라질 정부가 펠레를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고는 ‘해외반출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펠레가 전성기를 국내 프로리그에서만 보낸 이유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2월31일자 A25면 <‘축구황제’ 펠레, 하늘 그라운드로 떠나다> 기사가 소개한 인스타그램의 추모 글은 그가 평생 추구해 온 삶을 요약해 줍니다. “스포츠에 관한 천재성으로 세계를 매료시켰고, 전쟁을 멈추게 했고, 전 세계에서 사회적 사업을 수행했으며, 우리 모든 문제의 치료법이라고 믿었던 사랑을 퍼뜨렸다.” 펠레는 숨을 거두는 순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 영원히”라는 말을 남겼다고 그의 딸이 전했습니다.

 

한경 제휴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의 1월3일자 칼럼 <펠레가 식당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When Pelé Met the Public at Chart House)>는 펠레의 그런 삶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테럴 태넌은 이 기고문에서 1982년 가을, 펠레를 주연으로 한 영화 <작은 기적(A Minor Miracle)>을 촬영하기 위해 LA에서 샌디에이고로 함께 대형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면서 벌어진 일을 들려줍니다.

 

“점심때가 되자 펠레는 고속도로변의 한 식당을 가리키며 ‘저곳에서 먹자’고 했다. 그가 좋아한 대중음식점 체인 차트하우스(Chart House)였다. 우리 일행이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종업원과 손님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당시 펠레는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위로 뽑힌 때였습니다. “자리에 앉았는데 종업원 소년 한 명이 다가와 망설이며 한 가지 부탁을 털어놓았다. 멕시코 출신인 그가 펠레를 보자마자 고향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했는데, 어머니가 펠레와 통화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펠레는 다행히도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다. 소년의 요청을 밝은 표정으로 수락하고는 공중전화박스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그녀의 가족들 이름과 나이를 한 사람 한 사람씩 묻고, 심지어 강아지 이름까지 질문해가며 10분 동안 통화를 했다.” 그는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응수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답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펠레는 식사를 마친 뒤 리무진 안에 있던 대형 포스터 사진뭉치를 들고 나와 20분 넘게 식당 종업원과 손님들에게 일일이 사인까지 해주었다.”

 

태넌은 동료 영화감독 존 휴스턴이 눈물을 글썽이며 펠레를 추억한 말을 전하는 것으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어디를 가든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늘 관대했고, 열려 있었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한마디로 모두를 순수하게 비춰주는 적외선(black light) 같은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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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착각

etc 2023. 1. 2. 18:29

- 요양원 노인들과 화분으로 시도한 첫 실험 이후 몇 년이 지난 1979년, 나는 이 문제를 노인 집단 대상으로 계속 실험해 보기로 마 음먹었다. 학생들과 나는 심리적인 시계를 되돌렸을 때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훗날 '시계 거꾸로 돌 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라고 불리는 실험을 고안했다." 이 실 험에서 우리는 1959년의 세상을 재창조하여 피험자들에게 20년 더 젊은 나이로 살라고 요구할 작정이었다. 마음을 20년 전으로 되돌리 면 몸에도 그 변화가 반영될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주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두 집단 모두 행동은 물론 태도까지 변화했음을 알아차렸다. 실험 이틀째가 되자 다들 음식을 나르고 식사 후 치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면접을 보러 처음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를 찾았을 때는 데려다 준 친지들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하던 노인들이 수도원에 도착 한 직후부터 모두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실험군과 대조군이 각각 일주일간의 은둔 생활을 끝낸 뒤 우리는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다시 검사를 했고, 육체를 지배하는 마음의 힘이 정말로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집단 모두 공손한 대우를 받았고 토론에 활발히 참여했으며, 최 근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일주일을 경험했다. 그 덕인지 모두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다. 대부분 좋은 의미로 체중이 평균 1.5킬로그램 늘어났으며 악력도 현저히 향상되었다. 수많은 측정 결과에서 참가 자들은 '더 젊어졌다. 실험군은 관절 유연성과 손가락 길이(관절염이 줄어 손가락을 더 쭉 펼 수 있었음),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연구의 목적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이 끝나갈 때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과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찍은 사진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객관적인 입장의 관찰자들은 실 험군 참가자 전원이 연구 말미에 훨씬 더 젊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능 검사에서는 대조군의 44퍼센트만이 결과가 향상된 데 반해 실험군은 63퍼센트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우리는 훨씬 어린 남자와 결혼한 여자들이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사는 반면,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와 결혼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자와 평균 수명 기대치가 다른 남자들의 경우에도 결과는 같았다.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시 계'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에 어울리는 '올바 른 나이가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우리는 본인의 사회적 또는 생물학적 시계를 배우자의 나이에 맞 추면서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추론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자는 '더 늙게 되어 기대 수명보다 일찍 죽는 반면에, 나이 든 쪽은 '더 젊어지고 기대 수명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자들이 생일 전주보다 다음 주에 죽는 경우 가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반면 남자들은 생일 전주에 더 많이 죽고, 생일 다음 주에 사망하는 확률은 평균보다 높지 않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데이비드 젠킨스(David Jenkins)의 표현대로 남녀가 현실 을 다르게 포장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위해 정보를 구성하는 방식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여자들은 자신의 생일을 준비하며 희망 을 품고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고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 '의학계가 가장 잘 안다.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건강에 대해 남들 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확실한 사실 이 하나 더 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 이라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음 을 감안하고,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의학계를 이용해야 한다.
-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우울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이 흡족할 때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 좋을 때는 대다수가 감정의 근거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반면 우울할 때는 불행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으려 든다. 우울할 때는 이유를 묻고, 행복할 때는 묻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지 못하며 행복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빈 약하기 때문에 항상 우울하다고 가정해 버린다.
오늘 느끼는 우울함이 어제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차리도록 격려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각자의 정신 상태에 좀 더 의식을 집중할 것이다. 모든 감정에 '우울'이라는 단일한 속성을 적용한다 면, 감정은 그 용어의 익숙하고 무심한 의미 속으로 숨어 버린다. 이 런 상태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존재하고 있을 뿐이 다.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활력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 과학의 도움으로 우울증에 유사하지만 뚜렷하게 구분되는 다섯 가지 이상의 종류가 있음이 밝혀지고, 각자의 우울증이 어떤 종류인 지 알아내는 것이 우리의 일임을 깨우쳤다고 가정해 보자. 의사로부 터 한 가지 이상의 우울증을 동시에 경험할 수도 있고, 아침과 저녁 에 각기 다른 종류의 우울증을 느끼거나 심지어 온종일 여러 가지 우 울증을 번갈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치자. 이제 우리는 아무 고민 없이 한 가지 관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나는 그것이 우울 중의 특징이라고 믿는다.) 스스로를 대할 때 의식을 집중할 것이다. 역설적 으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우울증을 완화시켜 줄지도 모른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의사는 질병의 확인 뒤 증상을 설명하고 전형 적인 병의 진행 과정은 어떠한지, 해당 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의 대 다수에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기록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과 일정 기간 동안 몸의 특정 부위에 환자개인이 경험하는 감각의 특성과 위치, 격렬함의 강도, 지속 기간 은 예측할 수 없다. 의사라도 특정한 개인이 그 같은 감각을 어떻게 감지하며 얼마나 면밀히 주목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몸, 예후에 어떤 태도인지 알 방법도 없다. 개개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무슨 수로 설 명하겠는가. 요컨대 평균 수치는 기껏해야 사람들이 보고하는 경험 의 경향과 병을 확인하기 위해 받는 테스트의 경향만을 알려 줄 수 있을 뿐, 환자 본인에 대한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
- 우리는 의사가 환자에 대한 정보를 구성하는 방식 또한 선택에 막 강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저드 기거렌저 (Gerd Gigerenzer)는 자신의 저서 《예측된 위험(Calculated Risks)》에서 유방 암 검사에 대한 훌륭한 논의를 펼치며, 유방 엑스선 촬영상의 데이 터를 현명하게 해석하는 네 가지 방식을 설명한다.34)
첫 번째 방법으로 의사는 유방 엑스선 촬영을 하면 유방암으로 죽 을 위험을 25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상대적인 위험 률을 설명할 수 있다. 이는 100명 가운데 25명이 무사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의사의 설명대로라면 유방 엑스선 촬영을 한 여성 1,000명과 촬영하지 않은 여성 1,000명을 비교할 경우 미촬영 집단 중 4명이 사망한 데 비해 촬영 집단의 사망자는 3명이므로 감소한 비율이 4에서 3으로 25퍼센트라는 뜻으로, 목숨을 건진 인원의 차이 는 훨씬 더 적다.
두 번째 방법으로 의사는 절대적인 위험률 감소치도 제시할 수 있다. 위의 예를 적용하면 1,000명당 1명이다.
세 번째 방법은 1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다루어야 할 여성의 수를 언급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1,000명의 여성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50세에서 69세 사이의 여성들에게 유방 엑스선 촬영 의 결과로 높아지는 기대 수명의 증가치를 이야기해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놀랍게도 평균적인 기대 수명 증가치는 불과 12일이다. 여기서 첫 번째 방법으로 설명을 듣되 100명 중 25명의 사망 위험 을 줄인다고 오해하는 경우에는 유방 엑스선 촬영을 할 가능성이 높 아지겠지만, 마지막 방법으로 설명을 듣는다면 아마 촬영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정보를 구성하는 방식은 대단히 중요한데, 종종 의 사들 본인도 의학적인 결과를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물론 유방 엑스선 촬영을 한다고 해서 해가 될 것은 없다고 주장하 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할 일은 첫 번째 대안을 제시하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때 치러야 할 여러 대가 가 운데서도 문제가 되는 점은 허위로 양성 반응이 나올 가능성, 즉 유 방 엑스선 촬영 결과 종양이 있다고 잘못 알게 되는 경우다. 환자에 게는 그런 소식을 접하는 일이 심리적으로 결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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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버리면

etc 2022. 12. 29. 19:08

- 그가 살아가는 삶의 뿌리에는 '무소유'가 있다. 집, 차, 시계는 갖지 않는다. 술이나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다. 돈도 젊은 시절부터 생활에 필요한 몫을 제외하고 전부 다 기부했다. 소유한 것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지도 않고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 '아직 일러 준비가 안 됐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타석에 서는 날은 오지 않습니다. '완벽히 준비된 날'은 평생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완벽하다 생각해도 그 위가 있는 법이니까요. 저는 늘 무작정 행동했고 어느 정도 실패도 겪었지만, 지금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무언가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자신에게 질문했을 때, 거짓이 없다면 있는 힘을 다하세요. 괜찮습니다. 타석은 다시 찾아옵니다.
- 시작하는 용기와 비슷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그만두는 용기'입니다. '그만둘 때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너무 힘을 많이 쏟았다고 느꼈을 때'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우리는 세세한 내용들이 아니라 크고 자연스러운 흐름 만들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오기가 생기거나 '왠지 나답지 않은데' 하고 느꼈다면 이제 그만둘 시기라고 생각하세요. 그만둘 때 최대의 훼방꾼은 과거의 자신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게 아까워'라는 마음이 무거운 족쇄가 되어 발을 잡는 사람을 많이 봐 왔습니다. 과연 그렇게 계속 질질 끈다고 해서 미래가 있을까요? 자신에게 질문해 보세요. 이제는 상황이 전과는 달라지지 않았는지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 '목표를 높게 잡고 돌진하라'라는 것은 근대에 추구했던 탐욕을 전제로 한 부국강병의 정신입니다. 인간은 그런 목표 없이도 눈앞에 있는 행복이나 즐거움만 좇으며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나라에서 사는 섭리를 아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요?
- 저는 버릴 생각을 하기보다는 애초에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을 선택했습니다. 대만에 집이 있긴 하지만 월세를 내며 생활합니다. 최소 필요한 가구만 갖고 있고 일본에 일이 있을 때는 호텔에 머무릅니다. 차도 없습니다. 값비싼 손목시계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미팅을 제시간에 마치기 위한 액정 시계 하나면 충분합니다. 비싼 일용품도 사지 않습니다.
저는 물건에 전혀 집착하지 않습니다. 소유하지 않으면 생활이 물건으로 가득 차는 일도 없고 땅이나 집을 사고파는 번잡한 절차도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재해의 위험에서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저는 몸이 홀가분한 삶을 좋아합니다.
- 물건을 소유한다고 해서 안정감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감이 늘어날 뿐이지요. '언제든 옮길 수 있어. 어디서든 바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어. 저는 늘 홀가분한 몸으로 인생의 선택지를 넓히고 싶습니다.
- 추억은 좋은 것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중하다고 해서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일수록 거기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과거를 지키고자 하면 그것은 '전례'가 됩니다. 그러면 그 전례와 비슷한 일을 또 반복하고 싶어집니다.
전례가 있을 때만 행동하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전례는 미래를 옭아매는 것입니다. 격동하는 현대에서 전례는 쓸모가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인간이고 싶기에 저는 추억도 버립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늘 새로운 경치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 처음부터 '이만큼만 갖고 가야지' 하고 한계를 정하면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소지품들은 포기할 수 있습니다. 새 물건을 사면 낡은 물건은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지품을 항상 새것으로 바꾸면 신선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짐을 맡기는 데 대한 걱정도 없고 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절약됩니다. 작은 가방 하나만 드는 생활은 어떤가요?
-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리더는 언제든지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고 갑작스러운 상담을 언제든 받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분 단위로 빼곡하게 채워진 스케줄로 우쭐대고 있어서는 중요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란 제각각 들어온 정보가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연결됐을 때 번뜩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혹시 방금 본 그게 2주 전에 들은 그거랑 관련이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막연하게 생각할 시간을 일부러 비워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업무로 한창 바쁘더라도 정기적으로 '멍하니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조용히 차 마시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 술자리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인연이 있는 사람과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만날 테니까요. 원래 인간관계에는 맞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나요?
- 인간은 익숙해지면 바보가 됩니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점점 녹슬어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웬만큼 불편한 기회를 일부러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소부터 의식하며 지냅니다. 대화 하나만 봐도 잘 아는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할 때가 당연히 편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성격을 지녔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상이 되기 때문에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항상 똑같은 사람과 만나 비슷한 대화만 하면 머리는 점점 녹슬어 갑니다.
-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입니다. 특히 남녀 사이에서는 뛰어난 금슬을 자랑하던 부부도 결국 이별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저는 '서로 향상할 수 없는 관계가 되면 헤어지는 편이 서로를 위한 것'이라는 부부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긴 인생을 좀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별은 찬란한 미래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좋지 않게 헤어지는 커플이 상당히 많은 듯합니다. 아쉬울 따름입니다.
- '언제 버려도 좋은 옷을 입으면 행동에 제한이 없으니 마음껏 움직일 수 있습니다. 멋은 굳이 비싼 옷을 사지 않아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조합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당히 외치고 싶습니다. 이 조합 저 조합 바꿔 가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즐기는 것이 제 성격에 맞습니다. 그런 마음의 자유가 저에게는 가장 소중합니다.
- 우수한 직원도 많은데 굳이 제 머릿속에 모든 지식을 넣으려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옛날부터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어서 '그날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했다가 나중에 끄집어내서 검색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림 한 장을 장식하려면 그림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벽 쪽에 놓인 물건을 치우고 쓸모없는 물건을 버립니다. 결국 소유물의 수는 줄어듭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훨씬 더 고급스럽습니다. '버리는 사치'야말로 앞으로 새로운 가치가 될 것입니다.
- 상황이 변하면 행동도 변해야 합니다. 두 시간 전에 자신이 했던 말에 사로잡혀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일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이게 옳다'라는 진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 역시 제가 내린 판단조차 정하는 순간부터 의심하니까요.
- 왜 메일도 아닌 전화로, 게다가 시간 간격도 두지 않고 바로 전달을 하냐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느끼는 그 설렘과 흥분이 가시기 전에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글로 적기 시작하는 순간에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싫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출발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목소리는 그 크기와 톤에 감정을 실어서 말의 내용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아이디어는 말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것도 '즉시' 말이지요.
-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1초라도 빨리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방침을 결정한다면 현장은 절대 움직이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도 아깝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일의 질도 떨어집니다. 게다가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에도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점점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바로 결정하는 것. 그것이 사장에게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기부하고 싶습니다. 자산도 심플하게 정리했습니다. 아들들에게 남길 자산도 거의 없습니다. 형태가 있는 것을 남기지 않아야 형제들이 우애 좋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형태가 없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남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아이를 꾸짖었을 때 꾸짖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왜 이렇게 혼이 나는지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부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엄격하게 꾸짖는지, 그 '마음'도 한 덩어리로 같이 전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습니다. 형태가 없는 것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는가. 그것이 분명 인간으로서의 역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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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주는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 아니라 성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 '대통령이 될 팔자' 따위는 없다. 그러나 '일복 많은 팔자', '먹 을 복 있는 팔자'는 있다. 일복 많은 팔자는 일을 잘하니 남들이 일을 맡기고, 일이 없으면 스스로 찾아서 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먹을 복 있는 팔자는 말 예쁘게 해서 떡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 은 사람이고 배고프면 체면 생각하지 않고 밥 달라고 말할 줄 아 는 사람이다.
명리학 책을 보면 '독수공방할 팔자', '결혼 두 번 할 팔자'도 등 장한다. 일반 언어로 풀어보면 '남자 생각이 전혀 없는 여자', '이 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 팔자에 해당한다고 해서 꼭 독신으로 산다거나 결혼을 여러 번 하지는 않는다. 팔자가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은 누구라도 살인을 저지를 법한 상황에 내몰린다. 하지만 주인공은 살인의 충동을 끝내 이겨낸다. 자신의 행동을 결 정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라는, 운명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선언이다.
-  '모든 게 끝났다'고 하는 순간, 실제로 모든 게 끝난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 순간, 실제로 다 른 방법은 없어진다. 스스로 계속 싸울 의지를 버리고, 다른 방법 을 찾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끊임없 이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 운명과의 싸움에서 변화의 계기를 마 련한다. 그래서 영웅이 된다. 싸움을 피하고, 고난을 피하는 보통 사람은 변화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고, 지루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 《천자문>을 펴면 가장 먼저 '하늘 천(天) 땅 지(地)'부터 나온다. 하늘은 양(陽)이고, 땅은 음(陰)이다. 《주역》을 펴면 가장 먼저 하 늘을 뜻하는 건괘(乾卦)와 땅을 뜻하는 곤괘(坤卦)부터 나온 다. 건은 양이요, 곤은 음이다. 양은 별이고, 음은 그늘이다. 양은 낮이고, 음은 밤이다. 양은 여름이고, 음은 겨울이다. 양은 남자고, 음은 여자다. 양은 확장이고, 음은 수축이다. 양은 활동이고, 음은 휴식이다.
《천자문》과 《주역》에서 '하늘은 양, 땅은 음'이라고 하니 은연중 에 '양은 고귀하고 음은 비천하다'는 인상을 갖기 쉽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을 남성을 높이는 근거로 잘못 이해하기 도 한다. 하늘은 사람이 지향할 목표라면, 땅은 발을 디디고 선 현 실이다. 땅에 기반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본다면 결과물 없는 공허 한 이상주의자가 된다. 물론 하늘이라는 원대한 목표 없이 땅에만 붙어서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하다면 평생 가도 발전이라고는 없는 인생이 된다. 하늘과 땅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양이 살면 음이 자라나고, 양이 죽으면 음이 숨어든다(陽生陰長 陽殺陰藏[양생음장 양살음장], <황제내경>>"고 했다. 음과 양은 서로를 보완하며, 서로의 가치를 높여준다.
양과 음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있지 않다. 볕은 따뜻해서 좋고, 그늘은 시원해서 좋다. 그저 볕이 더 좋을 때가 있고, 그늘이 더 좋을 때가 있을 뿐이다. 나무가 성장하는 일은 양이요, 열매를 맺는 일은 음이다. 나무가 마냥 성장하기만 해서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활동하는 양이 있으면 휴식하는 음이 있어야 한다. 양은 좋고 음은 나쁜 게 아니라, 양이든 음이든 한쪽만 있는 게 문제다. 일만 하고 쉴 줄 모르거나, 매양 쉬기만 하고 도무지 일하지 않는 격이다.
- 궁즉통이라고 한다.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이 다. '궁'의 원문은 이렇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변 변통 통즉구])."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궁지에 몰리면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흔히 쓰 인다. 아주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원문의 뜻과는 차이가 있다. 원 문에 등장하는 '궁)하다'는 사태의 변화가 끝까지 갔다는 뜻이 다. 여름이 깊어지면 점점 더워지지만, 여름이 끝까지 가면 가을이 와 서늘해지면서 성질이 바뀐다. '궁하면 변한다'의 원래 뜻이다.
- 프로메테우스가 처한 상황은 《주역》이 말하는 박괘(剝卦)와 정확히 일치한다. '박탈하다'의 그 '박'이다. '벗겨내다, 깎다, 찢다' 의 뜻을 가졌다. 박괘는 땅 위에 산이 자리 잡은 모양을 하 고 있다. 광활한 평원에 봉우리 하나 우뚝 솟은 모양새다. 정 맞기 딱 좋은, 모난 돌이다. 괘 전체로 보면 음기가 아래로부터 세력을 키워나가 하나 남은 양기마저 잡아먹기 직전의 모습이다. 세상이 온통 제우스에게 가서 붙었는데, 홀로 자기만의 생각을 고집하고 실천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딱 그 신세다.
박괘는 '괘사'에서도 “무슨 일 꾸밀 생각 말고 얌전히 있어라 (不利有攸往[불리유유왕])" 하며 겁을 주고, '효사'에서도 침대가 다 리부터 시작해 하나씩 뜯겨나가 박살 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 만 마지막이 반전이다. "큰 열매는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석과불식]).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오두막을 잃는다." 여기서 '큰 열매'는 가을이 되어 모든 잎이 다 떨어져나갔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마지막 생명력의 상징이다. 삶의 의지를 일깨우는 희망이 다. 봄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리라는 희망. 단 하나 의 열매가 씨앗이 되어 새로운 나무로 자라난다.
군자는 희망을 보고 (수레를 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난다. 기왕이면 수레에 동지들까지 함께 태워서 자신의 터전을 떠남은 곧 자신의 세계를 박차고 나간다는 뜻이다. 갇혀 있던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는 의미다. 비좁고 불편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자신의 틀을 깬다는 뜻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뜻이고,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익숙함, 당연함과의 결별이다. 아 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레를 얻는 일은 군자의 몫 이다. 비극의 용어로 하자면, 영웅의 몫이다. 반면에 소인은 새로 운 봄에 대한 확신이 없다. 원래 머물던 자리에 앉아서 남은 하나 의 열매라도 먹어치우고 만다. 제 살을 파먹고, 제 삶의 터전을 없애고, 희망의 싹을 자르고 만다. 끝내 변화를 거부하는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 따뜻한 마음, 저돌적인 추진력, 어린아이 같은 과시욕, 마지막 까지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 사주에서는 이 모두를 하나의 요인 에서 비롯한 성격으로 본다. 바로 목(木)이다. 그중에서도 갑목(甲木)이다. 목은 하루로 보자면 해가 뜨는 새벽의 기운이고, 계절로 보면 봄의 기운이다. 음의 세상에서 양의 세상을 여는 힘이다. 차 갑게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의 모습에서 봄의 기운을 나무와 연결시킨다.
싹이 올라오려면 얼어붙은 땅이 살짝 녹아야 한다. 따뜻한 마음 이다. 연약한 싹이 땅을 뚫으려면 힘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저돌적인 추진력이다. 그 추진력으로 계속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면 어 느 틈엔가 주변에서 올려다보는 큰 나무가 된다. 과시욕의 원천이 다. 모두가 우러러봐줬던 경험은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 된다. 목은 태생적으로 땅을 뚫고 나오는 힘이다. 장애물을 두려워하 지 않고, 땅 밖의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지의 영역으로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시작의 힘이고 도전의 힘이다. 하지만 목은 땅을 뚫고 나가 새로운 세상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데에만 관 심이 있다. 정작 열매를 맺는 일은 관심 밖이다. 그래서 시작은 거 창한데 결과물은 초라하기 쉽다. 그래서 목의 용기는 객기가 되고 는 한다.
사주팔자는 태어날 때의 자연환경이 인체에 각인된 결과다. 심 리와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에 앞서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체 각 부위 역시 오행과 연결되는데, 목은 간과 연결돼 있다. '간 덩이가 부었다', '간이 콩알만해졌다'는 표현처럼 간은 용기를 내 는 원천이고,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다.
- 나무를 말하면서 지금까지 갑목 이야기만 했다. 나무라도 전혀 다른 나무가 있으니 을목乙木)이다. 갑목이 하늘을 찌르는 아름드리나무라면, 을목은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는 갈대, 바닥에 붙은 이끼, 다른 나무나 건물 벽을 타고 오르는 넝쿨이다. 딱 봤을 때 별 로 폼이 안 난다. 비실비실해 보이기도 한다. 발에 차이기 십상이 다. 흔히 말하는 '을(乙)'의 모습 그대로다.
갑목이 멋있게 자라나는 데에 관심을 둘 때, 을목은 그저 살아 남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서 을목에게는 갑목과 같은 뻣뻣함이 없 다. 을목은 유연하다. 갑목은 자신의 성장에만 신경 쓰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않지만, 을목은 늘 주변을 살피며 위험을 피하고 이용할 거리를 찾는다. 갑목은 장애물을 만나면 뚫고 나가려 들지만, 을목 은 고민하지 않고 우회로를 찾는다.
인생을 살아보면, 장애물을 뚫기보다는 우회하는 편이 힘도 덜들고 성공률도 높다. 돌파력을 과시하다 보면 장애물을 넘지도 못 하면서 애꿎은 적만 만드는 결과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결국 출세하는 사람은 갑목이 아닌 을목인 경우가 많다. 을목은 갑목을 타고 올라가지만(藤蘿繫甲[등라계갑]), 결국은 갑목보다 더 높이 올 라간다. 이때 을목은 갑목이 없었다면 애당초 높이 올라가지 못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변의 도움으로 성공한 주제에 저 혼자 잘나서 출세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을목의 추락이 기다리고 있다.
- 단호하고 우직한 원칙주의는 쇠(金), 그중에서도 경금(庚金)의 특징이다. 단단한 바위와 묵직한 쇠뭉치다. 흔히 도끼를 들어 설 명하기도 하다. 사계절로 따지면 가을의 기운이다. 봄에 새싹이 돋 아, 여름에 무성하게 자랐다면, 가을에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겨 울을 나기 위해 성장을 멈추고 껍질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열매가 다 익으면 이듬해 봄, 새로운 싹으로 태어나길 기대하며 열매를 땅에 떨어뜨린다. 제 몸을 잘라내는 이 단호함을 살지 기(氣)'라고 한다.
금(金)은 잘 쓰면 열매를 맺고 수확을 거두는 힘이다. 강한 신념 과 결단력으로 노력을 무위에 그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 는 힘이다.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불굴의 의지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크라토스처럼 비인간적인 독선, 목표 제일주의, 완벽 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거침없는 자기 확신으로 상대를 깔보고 조롱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같은 금이라도 경금이 둔탁한 도끼라면, 신금(辛金)은 예리한 면도칼이나 반짝이는 보석에 비견된다. 금의 성격을 공유하면서도 경금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됐다. 신금이 많은 사람은 잘생겼고 총명한데, 어째 서늘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에 나오는 유능하지만 인간미 없는 의사, 또는 '얼음공주'의 인상을 떠올려볼 수 있다.
- 온정적인 합리주의로 정리할 수 있는 헤파이스토스의 성격은 불(火), 그중에서도 정화(丁火)의 특징을 보인다. 하긴 헤파이스토 스 자체가 대장장이 신이고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이 그의 대장 간이라고 한다. 헤파이스토스의 로마식 이름인 불카누스가 현대 영어의 볼케이노(volcano), 화산이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태생적 으로 불의 신일 수밖에 없다. 불에는 태양을 뜻하는 병화(丙)와 모닥불이나 용광로를 뜻하는 정화가 있다. 기본적으로 변화는 불 의 속성 중 빛(밝음)에, 정화는 열(따뜻함)에 주목하지만, 해가 뜬 한 낮에 온도가 올라가고 모닥불도 주변을 밝게 해주듯 빛과 열은 서 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 모닥불은 해가 떨어진 뒤에 위력을 발휘한다. 해가 떠 있는 대낮의 모닥불은 적어도 주변을 밝히는 용도로는 쓸모가 없다 丁光[병탈정광]). 모닥불은 해가 떨어진 뒤에야 앞이 캄캄한 사람들 에게는 빛이 되어주고, 추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정화는 주변을 따뜻하게 보듬는 온화한 성격을 가졌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밝게 비추겠다는 거창한 목표 없이 그저 묵묵히 가까운 사람들을 챙겨준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 하는 감수성이 때론 쓸데없는 걱정 이 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결단력이나 실천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정화도 역시 불이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일단 폭발하면 무시무시하다.
정화와 달리, 병화는 아무도 안 시키는데 혼자서 온 세상을 구하겠다고 설친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기 때문이다.
- 불은 모든 것을 태운다. 그 자신마저 태우고 나서야 사그라들 고, 마침내는 꺼진다. 그 순간 태우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자 신의 안위조차도 관심사가 아니다. 병화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한다. 또한 자신의 안위는 뒷전이고 남들을 위해 헌신 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끈하지만, 경솔하고 조급하다. 좋아하는 일 에 한번 빠지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온몸을 불태운다. 그 결과는 말 그대로 번 아웃(burn out), 탈진해 쓰러진다.
병화는 또한 태양의 모습이기도 하다. 태양은 밝고 뜨겁다. 그 래서 병화는 밝고 열정적인 성격을 낳는다. 태양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가 대가를 주지도 않는데, 홀로 하늘에서 온 세상을 환히 비춘다. 병화의 성격을 가진 사람도 세상을 밝게 비추려 한다.
문제는, 어두운 곳에서 쉬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법인데, 병화는 각자의 사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 있고 싶은 사람까지 밝음으로 이끌어내려는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당 하는 입장에서는 강요이고 독선이고 폭력이다. 잘 하자고 한 일이 상대에게는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병화는 모른다.
-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사교성, 인정에 약한 여린 마음, 그 자 신만의 정의감은 물(水), 그중에서도 계수(癸水)의 특징이다. 바다 나 큰 강과 같은 임수(手)에 비해 계수는 빗물이나 시냇물과 특 징을 공유한다. 물은 흐른다. 그러다 막히면 돌아간다. 유연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낸다. 물은 파인 곳이 있으 면 고인다. 물이 고인다는 것은 물이 모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 아진 물이 한 방에 쏟아지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다만 그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한순간에 쏟아낼 줄 아는 집중력도 아 울러 갖춰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물은 땅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낯선 집단 속에 들어가면 존재감 없이 조용히 있다가 어느 틈에 그들과 자연스레 뒤섞이는 사람들이 계수다.
- 아버지 오케아노스가 태양인 병화라면, 그의 딸들은 빗물인 계수다. 즉, 비는 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태양을 구름이 가려버리 는 형국이다(黑雲遮日 [흑운차일]). 계수는 느림과 성찰의 기운이기 도 하다. 만물을 비춰야 직성이 풀리고 성질 급한 병화로서는 속터져 죽을 상황이다. 화가 나도 오래가지 않고, 폭발력도 지속적이지 않은 병화는 계수의 시간 끌기에 결국 제풀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외부 조건이 움직임을 결정한다. 그래서 계수는 귀가 얇다.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린다. 그 래서 계수는 유연한 만큼 의지가 약하기도 하다. 어느 사회에나 잘 스며들 만큼 공감 능력이 좋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잘 속기도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악한 마음을 먹었다면 오케아노스의 딸들 을 나쁜 길로 인도할 수도 있었다.
- 임수는 물의 특징을 가지지만 계수와는 다르다. 시냇물은 졸졸 흐르지만, 큰 강은 도도하게 흐른다. 어지간한 장애물은 그냥 휩쓸고 지나간다.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운 계수와 달리 임수는 거침이 없다. 계수는 가랑비가 옷을 적시듯 은근하게 스며들지만, 임수는 강물에 빠지듯 한 방에 흠뻑 적신다. 통 크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교력이다. 시냇물은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금방 썩지 만, 큰 강은 고여 있어도 어지간해서는 썩지 않는다. 오히려 저수지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한다. 임수는 그래서 상상력과 창조력의 원천이 된다. 다만 계수는 투명한 데 비해 깊은 물인 임수 는 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계수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반면, 임수는 '속이 시커먼 사람'이 된다. 속칭, 음흉한 꼼수의 달인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지만 황무지는 늘 그 자리를 지킨다. 오가는 사람은 변하나 땅은 변하지 않는다. 오가는 사람은 손님이 요, 땅이 주인이다. 황무지인 무토는 그래서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고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 자부심이 자존심을 높인다.
반면 기토는 좁지만 잘 가꿔진 땅이다.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 지만, 기름진 땅이기에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작물을 골라서 키워 야 한다. 그 작물을 키우자면 그 땅에 눌러앉아 살아야 한다. 떠돌 이의 땅이 아니다. 거친 삶 대신 안정된 풍요를 누리는 땅이다. 곳 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어서, 기토는 푸근하고 안정감 있고, 남들을 잘 배려한다. 기토는 작물을 키우는 땅이다. 뭔가를 키우는 마음, 곧 모성애다.
기토가 기토답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야 한다. 땅에 아무렇게나 나락을 던져놓는다고 벼가 자라지 않는다. 햇빛도 봐 야 하고, 비료도 줘야 하지만, 무엇보다 물이 충분해야 한다 玉土[윤옥토]). 기토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황무지로 나아가길 극도로 꺼린다.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는 탓이다. 그러다 보면 좁은 농토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모험을 꺼린다. 꿈을 찾아 떠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한다.
- 국가에 헌신하는 에테오클레스의 책임감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게 하는 태양을 닮았다. 병화(丙)다. 태양이 대가를 받고 세상을 밝게 비추지 않듯, 병화는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데 익숙하다. 가끔 남들이 필요 없다는데도 억지로 챙겨주겠다고 나 서기도 한다. 태양은 세상을 밝게 하면서 누구의 허락을 받은 적 이 없다. 병화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세상 어디에서나 태양을 볼 수 있다. 태양은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병화 역시 어디 가나 눈에 띄는 사람이다. 눈에 안 띄면 스스로 띄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기 과시다. 병화는 권력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 경금은 가을의 기운이다. 열매를 맺는 힘이다. 열매를 맺으려면 주변을 다그쳐야 한다. 잔소리꾼이 될 수밖에 없다. 잔소리는 원래 뭔가를 하라는 말보다 하지 말라는 말이 많다. 하는 말마다 금지 의 연속이다. 그 근거는 원칙이고 대의다.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서 상대의 기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목표 달성의 장애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열매를 크게 맺으려면 나무가 자랄 때 가지를 쳐줘야 한다. 그래서 경금은 엄격한 구분을 한다. 이 가지는 계속 키워서 열매를 맺을 가지, 이 가지는 볼품없으니 잘라낼 가지, 하는 식으로, 경금 은 사람을 나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우리 편과 적. 그래서 명분, 대의, 원칙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 있는 곳에서는 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원리주의 종파가 극 악한 테러의 배후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 신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역경을 헤쳐나가려는 에테오클레 스의 모습은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봄의 새싹을 닮았다. 갑 목(甲木)이다. 차라리 땅속에서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 회해서 피하고 돌아갈 줄도 모른다. 그래서 꺾이고 부러지기 일쑤 지만, 그래도 혼자 서려고 안간힘을 쓴다. 독립, 자립의 의지다. 세 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어서, 사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도 움을 준 그 누군가의 입김이 내 결정에 작용하기 마련이다. 갑목 은 그런 간섭을 싫어한다. 남들에게 의존하기 싫어하는 자존심은 그 결과다.
이 자존심은 곧잘 승부욕으로 발동되기도 한다. 나무가 하늘 높 이 쭉쭉 뻗은 숲속에 들어가면 낮에도 늘 그늘이 져 있다. 숲속의 나무는 늦게 자라면 옆의 나무에 가려 햇볕을 받지 못하게 될 숙 명을 안고 태어난다. 어떻게든 더 높이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갑목은 그래서 곧잘 선두에 서는 역할을 떠안는다. 싸움이 일 어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에테오클레스는 원래 1년씩 번갈아 왕좌를 차지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동생 폴리네이케스를 쫓아 냈다. 햇볕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갑목의 승부욕이 발동한 결과다.
- 겉으로는 에테오클레스도 신들에게 기도한다. 도입부에서 전투 태세를 지시할 때도 신의 가호를 먼저 빌고 병사들에게 구체적인 대응 지침을 내린다. 마음으로는 신에게 의지하지 않지만 관습으 로서 종교라는 하나의 원칙을 인정한 결과다. 신에게 의지하지 않 는 자립심은 갑목이고 종교라는 원칙에 따르는 행동은 경금이다. 경금은 갑목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잔가지를 쳐주는 도끼이거나, 또는 갑목이라는 나무를 세상에 쓰이는 재목으로 만드는 도끼인 셈이다. 법이라는 세상의 원칙(庚金)이 욕심 많은 인간의 무한경쟁(甲木)을 막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경금이 병화를 만나면 더욱 예리해진다. 하늘 높이 치켜든 도끼날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 생각만 해도 살기가 등등하다. 쇠는 원래가 열기를 통해 제련되는 법이다. 경금의 원칙 주의가 병화의 헌신성을 만나면 극단적인 원리주의로 변모한다. 국가의 안위를 내세워 개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에테오클레스가 딱 그 모양이다.
차라리 병화(丙) 대신 정화(丁)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갑목 (甲)이라는 나무를 경금(庚)이라는 도끼로 잘라 정화라는 모닥불 을 피우는 모양새가 된다(甲引丁[벽갑인정]). 서로가 서로에게 딱맞는 쓰임새가 된다. 이런 경우 대개 똑똑하고 일 잘해서 출세하는 팔자라고 한다. 사주팔자의 글자 하나가 달라지면 성격도 판이 하게 달라진다.
사주는 팔자(八)라는 이름처럼 여덟 글자로 구성돼 있다. 여 덟 개의 자리에 다섯 개의 기운이 배치되려니 오행이 골고루 배치 되기란 불가능하다. 뭔가가 많으면 다른 뭔가는 적기 마련이다. 어 떤 오행은 너무 많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오행은 아예 없는 경 우도 허다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주에는 토(土)가 무려 여섯 개였던 반면에 화(火), 수(水), 금(金)은 아예 없었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오행들이 때로는 서로 를 더욱 강화하고, 때로는 무력화시키는 상호작용을 벌이며 사람 의 성격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성격이 운명을 만들어간다.

- 봄 다음에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에 가을, 가을 다음에 겨울, 겨울 다음에 다시 봄이 오듯, 목은 불을 낳고(木生), 불은 토를 낳고, 토는 금을 낳고, 금은 물을 낳고(金生水), 물은 다시 목을낳는다. 나무가 타 불이 되고, 불이 탄 재가 흙이 되고, 흙이 굳어 돌이 되고, 돌 틈에서 샘물이 나오고, 물을 먹고 나무가 자라는 이치다.
- 키워야 할 나무가 많으면 물이 고갈된다(木多水縮[목다수축]). 지 펴야 할 불이 많으면 나무도 다 타버려 더 이상 연료가 되지 못한 다焚[화목분]). 불을 너무 많이 피우면 재가 오히려 불길 을 막는다(多晦[토다화회]). 금을 만들다 보면 흙이 얇아진다(金 多土薄[금다토박]). 물을 만들어내다가 금이 물에 가라앉기도 한다 (金沈[수다금침]). 아무리 금덩이라도 한강에 가라앉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수다금침은 특히 도박, 약물중독에 빠질 사주로 명리학에서 아주 흉하게 본다.
- '생한다'고 하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처 럼 보이는데, 실상은 주고받는 관계일 때도 많다. 목이 불을 낳는 다고 하지만, 태양과 같은 불은 오히려 나무를 키우기도 한다. 목화통명(明)이라고 해서 나무는 불의 연료가 되어주고, 불은 나무를 통해 더욱 밝게 타오르는 형상을 명리학에서는 총명한 두뇌와 글재주를 가진 사주라고 풀이한다.
금이 물을 낳는다고 하지만, 금은 물로 씻어 반짝반짝 빛나거 나날이 설 수 있다. 금백수청(金白淸) 또는 금수쌍청(金水雙淸) 이라는 말이 있는데, 물이 금을 더욱 빛나게 하고 금은 수량量) 을 더 늘리는 상생의 모양새다. 역시 수재의 상징으로, 과거급제 감이라고 불렀다. '생한다'고 하지만, 남 좋은 일만 하는 경우는 없 다. 하긴 어머니도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지만, 또 자식들 크는 즐 거움에 살기도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상생이라고 한다.
- 생하는 관계라고 해서 무조건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나무를 너 무 많이 넣으면 불이 오히려 꺼지고(木多火熜[목다화식]), 불이 너 무 뜨거우면 땅이 바싹 말라 사막처럼 쓸모없어지고(多燥[화 다토조]), 흙이 너무 많으면 쇠를 묻어버리고(多金埋[토다금매]), 쇠가 많으면 물이 탁해지고(金多水濁[금다수탁], 철분이 많은 오색약수 를 보통 사람들은 잘 먹지 못한다), 물이 많으면 나무뿌리가 썩는다(水 多木浮[수다목부]). 굳이 오행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람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자 식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만, 사랑이 지나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마마보이가 된다(母慈滅[모자멸자]). 지나치면 모자 람만 못한 법이다(過猶不及[과유불급]).
세상이 돕고 키워주는 관계로 가득하다면 좋겠지만, 대립과 갈등도 차고 넘친다. 사주 용어로 말하면 극克)의 관계다. 새싹이 땅 을 뚫고 나오듯 목이 토를 극하고(木克), 제방이 물을 막듯 토는 수를 극하고克), 물이 불을 끄니 수가 화를 극하고克), 용광로에서 열이 쇠를 녹여내듯 불이 금을 극하고(克金), 도끼 가 나무를 찍어내듯 금이 목을 한다(金).
- 관계란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목은 토를 극한다. 그런데 여기에 화도 함께 자리하면, 목은 화를 생하고, 화는 토를 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목은 토를 생하는 근원이 된다. 탐생망극貪生忘克). 나무가 불에 타 재가 되면 결국 땅 의 자양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불은 상생의 관계 에 속도를 더해줬을 뿐이다. 불이 없더라도 나무는 언젠가는 썩어서 땅의 자양분이 될 테니 말이다. 상생과 상극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 일상 언어에서 상극이라고 하면 원수지간처럼 여기기 쉬운데, 명리학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과 불은 상극이지만, 물이 위 에 불이 아래에 있으면 솥단지에 물을 끓여 뭔가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양새가 된다. 《주역》의 괘 이름을 빌려 수화기제(水 旣濟)"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뜻한다. 또는 강(壬水)위에 해丙)가 떠 있는 모양을 떠올려도 좋다. 물에 불이 꺼지기는커녕 물에 반사돼 햇빛이 더욱 강렬해진다(江暉相暎[강상영]).
땅과 나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땅을 극한다고는 하지 만, 땅이 없으면 나무는 서 있지 못한다. 나무가 너무 강하면 흙이 무너져(散[목강토산]) 나무도 함께 쓰러진다. 땅이 물을 극한 다고 하지만, 물이 없는 땅은 곡물을 키우지 못하는 쓸모없는 땅 이다. 땅은 물기를 머금었을 때 가치를 갖는다潤玉土[습윤옥토]). 극하는 관계라고 해서 늘 이겨먹으려고만 들면 결국 스스로 망하 는 길이다. 금이 목을 극한다고 하지만, 낫 한 자루도 제 역할을 하 려면 나무로 만든 손잡이가 있어야 한다. 때론 이기고 때론 지지 만, 때론 지배하고 때론 복종하지만, 때론 이용해먹고 때론 이용당 하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의지하고 살아간다.

- 갑목과 을목(乙木), 병화(丙火)와 정화(丁火), 무토(戊土)와 기토 (己土), 경금(庚金)과 신금(金), 임수(壬水)와 계수(癸水)는 순수 한 오행의 기운을 양과 음으로 나눴을 뿐이다. 양의 목 기운이 갑 목, 음의 목 기운이 을목, 이런 식이다. 이 순수한 오행의 기운을 천간(天干)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인목은 갑목과 마찬가지로 봄에 새싹이 움트는 힘이다. 그러나 얼 어붙은 땅(무토)의 기운과 따사로운 봄 햇살(병화)의 기운도 함께 담고 있다. 나무를 떠받치는 땅, 나무를 키우는 태양의 도움을 받 아 인목은 갑목 자체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복잡 한 속사정을 담고 있는 오행의 기운을 지지(地支)라고 한다. 천간 의 '간'과 지지의 '지'에서 한 글자씩 따와 둘을 함께 부를 때 간지 (干支)라고 한다. 천간 갑목과 지지 인목이 결합하면 갑인(甲寅)이 라는 간지가 된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만나면 60개의 간지가 만들어진다. 흔히 '육십갑자'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 인목은 양력으로 2월이다. 정확히는 입춘(2월 4일쯤)부터 경칩 (3월 5일쯤)까지다. 여전히 춥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땅에 서는 새싹이 올라오고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 죽었던(음) 것들이 되살아난다(양). 시간으로는 새벽 3시 30분부터 5시 30분 까지다. 동트기 직전이다. 사찰에서는 기상 시간이다.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음의 활동(수면, 휴식)에서 양의 활동(일, 움직임)으로 돌아서는 시간이다. 그래서 인목은 무엇보 다 새로운 시작의 힘이다. 바닥에 있는 무거운 물건을 밀 때, 일단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관성으로 쉽게 움직여진다. 처음 움직이는 순간에 가장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인목이다. 아가멤논의 추진력과 명예욕, 모험심도 이 힘에서 비롯된다.
- 《주역》의 태괘(泰, ")는 동트기 직전의 인목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양(-)이 세력을 확장해 음(-)을 몰아 내고 지배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아직은 새벽이지만 양(-)이 하 나만 더 생긴다면 확실히 낮의 영역으로 들어갈 판이다. 그런데 태괘는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모양이다. 얼 핏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흉한 괘처럼 보이는데, 주역에서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고 형통하다"며 아주 좋게 본 다. 하늘은 본성이 위로 올라가려 하고, 땅은 본성이 아래로 내려 가려 하니, 하늘과 땅이 서로 활발하게 소통해 잘 어우러지지 않겠냐는 뜻이다. 인목답게 무턱대고 밀어붙이기 전에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주역의 가르침이다.
-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성급함, 동료들은 못난이고 자신 이 잘나서 전쟁에서 이겼다는 유아독존의 자기과시는 천간으로 치면 병화(丙), 지지로 치면 사화(巳火)의 기운이다. 사회는 계 절로는 입하(5월 5일쯤)부터 망종(6월 6일쯤)까지다. 시간으로는 오 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이다.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 다. 봄인가 싶었더니 어느 틈에 여름이고, 아침인가 싶었더니 순식 간에 한낮인 시간이다. 한마디로 급발진의 힘이다. 그래서 사화를 가진 사람은 폭발적인 추동력을 보이는가 하면, 갑자기 분노를 폭 발시키기도 한다. 속칭 욱하는 성격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사화에는 나무와 풀이 갑자기 많이 자라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는 기운(경금)도 숨어 있다. 사화의 폭주를 막는 제동장치다.
- 본심을 숨기는 한밤중의 기운, 10년을 묵혀온 원한의 농축, 욕 망을 감추고 은밀하게 진행하는 음모, 모두 자수(水)의 영향이 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망설여지기도 하는데, 자수는 생 식력, 번식력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밤중에 집 안에서 하는 일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면 자명하다. 혼자 생각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 들과 은밀한 계획을 꾸미거나, 이성과 잠자리를 갖는다. 그래서 사 주를 풀이할 때 자수가 나오면 '재주는 있는데 성욕 때문에 패가 망신한다'는 험담을 듣는 수도 있다. 남편이 전쟁 나간 동안 아이 기스토스를 침실에 끌어들였던 클리타이메스트라를 보면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자수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수는 계절로는 대설부터 소한까지다. 한겨울이다. 밤이 가장 긴 동지 (12월 22일쯤)를 포함하고 있다. 밤의 기운이 가장 강한 때 다. 그러나 동지를 지나는 순간,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 작한다.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다. 그래서 양력 새해 첫날인 1월 1일도 자수의 계절에 있다. 크리스마스도 자수의 계절에 있다. 예수의 탄생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 아니던가. 자수는 시간으로는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담고 있다.

- 명리학에서는 태어난 날의 천간('일간'이라고 부른다)을 '나'로 상정하고 기준점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사주 팔자를 뽑았을 때 윗줄의 왼쪽 두 번째에 위치한 글자다.
수(水)는 휴식과 사색을 통한 상상력과 창조력, 유연한 사교력 을 발휘하는 힘이다. 하지만 일간이 화(火)인 사주에 있는 수라면, 기준점이 화라면, 물은 다른 무엇보다 불을 끄는 기능이 강조된다. 불을 끄는 일이 1순위이고, 상상력과 사교력은 부차적인 기능이 된다. 물이 불을 끄는 힘, '나'라는 일간을 극하는 힘을 관성(官星) 이라고 한다. 흔히 관운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출세운이고, 명예운이고, 승진운이고, 취직운이다. 여성에게는 남자운이기도 하다.
수(水)가 일간이고 화(火)가 사주 안에 있는 다른 오행이라면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열정에 차서 조급한 화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수 하기 나름이다. 불은 물의 관리 대상이다. 수라는 일간이 화를 한다. '나'라는 일간이 극하는 힘을 재성(財星)이라고 한다. 흔히 재물운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돈복이고 일복이다. 남자에게 는 여자운이기도 하다.
사주에 화(火)와 수(水)가 있다는 점에선 똑같지만 어떤 사람에 겐 출세를, 어떤 사람에겐 돈을 뜻하는 셈이다. 갑목(甲木)이면 갑 목, 자수(水)면 자수, 특정한 천간과 지지는 고정된 의미와 역할 을 갖고 있지 않다. 일간이 무엇이냐에 따라, 옆에 있는 천간과 지지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의미와 역할을 갖는다. 마치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집에서, 직장에서, 동창회에서, 또는 예비군 훈련에 서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과 의미를 부여받는 것처럼.
같은 계수(癸水)라도 일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 간이 금(金)이라면 '일간이 생하는 힘'인 식상食傷)이 되어 청산 유수의 말재주가 된다. 일간이 목(木)이라면 '일간을 생하는 힘'인 인성(印星)이 되어 기발한 발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일 간이 수(水)라면 '일간과 같은 힘'인 비겁(劫)이 되어 폭포수와 같은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간이 토(土)라면 '일간이 극하는 힘'인 재성이 되어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재산도 물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특허권이나 저작권 같은 형태로 쌓기 쉽다. 일간이 화(火)라면 이미 본대로 '일간을 극하는 힘'인 관성 이 된다. 구석구석 스며드는 물처럼 실무까지 꼼꼼히 챙기는 관리자가 될 수 있는 힘이다.
- 가정교사의 재성을 말하다 멀리 돌아왔다. 일간, 즉 내가 극하는 힘이 재성이다. 관리하고, 다루고, 통제하고, 조절하는 대상이 있다는 말은 책임지고 맡은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일을 하 고 나면 어떤 형식으로든 대가를 받게 된다. 그래서 재성을 일복 이고 돈복이라고 한다. 대개의 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 재 성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익숙하다. 사람 들과 어울리다 보면 일만 하지 않는다. 농담도 나눠야 하고 맥주 도 한잔해야 한다. 재성이 있는 사람은 놀기도 잘 논다. 하긴 관리 의 최고봉은 '갖고 놀기'가 아니던가.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갖 고 놀고, 타짜는 호구를 갖고 놀고, 바람둥이는 이성(異性)의 마음 을 갖고 논다.
- 재성은 흔히 돈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돈이 꼭 재 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구는 한 달에 1,000만 원씩 벌고 20억 짜리 아파트도 있는데 생활비로 300만 원을 쓰고, 다른 누군가는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고 원룸에 사는데 생활비는 역시 300만 원씩 쓴다면, 두 사람의 재성의 크기는 같다. 자신이 먹고, 일하고, 놀고, 일상을 영위해서 다시 먹고사는 일을 하는 순환 구조를 만 들어내는 돈이 재성이다.
재성이 강하다고 무작정 반길 일이 아니다. 재성은 또한 일복이 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은 써야 맛인데, 일만 죽도록 하고 정작 돈 을 쓰지는 못하는 수도 있다. 돈 벌겠다고 미친 듯이 일만 하다 보 면, 번 돈을 쓰지도 못하고 몸만 축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돈 이란,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다. 문제는 돈을 목적으로 삼을 때 발 생한다. '내가 극하는 힘'이 재성이고 돈인데, 오히려 '나를 극하는 힘'이 된다. 내가 관리하고 다루어야 마땅한 돈이 오히려 나를 지 배하게 된다. 내가 갖고 놀아야 할 돈이 내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속칭 '돈의 노예'가 된다.

* 일간이 목(木)이라면 토(土), 일간이 화(火)라면 금(金), 일간이 토(土)라면 수(水), 일 간이 금(金)이라면 목(木), 일간이 수(水)라면 화(火)가 재성이 된다.
- 재성은 정재(正財)와 편재(偏財),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정재는 월급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 편재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처럼 들어올 때 왕창 들어오지만 왕창 나가기도 하는 돈으로 구분한다. 정재를 정규직, 편재를 비정규직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 재는 '내가 극하는 힘'이지만 음양이 다른 존재다. 음양이 서로 다르면 아귀가 맞는 요철(凹凸)처럼 꽉 낀다. 꽉 끼니까 운신의 폭이 좁다. 빈틈도 없다. 그러니 극하는 대상을 빈틈없이, 꼼꼼하게관리하고 다룬다. 일 처리는 틀림없지만 사람은 좀 답답하기 쉽다. 편재도 '내가 극하는 힘'이지만 음양이 같은 존재다. 서로 짝이 긴 한데, 아귀가 정확하게 맞지 않는 요철, 크기가 맞지 않아 헐겁 게 조여진 나사, 또는 지퍼를 올리다 만 바지 같은 느낌이다. 꽉 끼지 않고 빈틈이 있다. 관리 대상을 챙겨주면서도 활동 공간을 남겨준다. 투자는 하면서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천사 같은 투자자랄까? 결과적으로는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도 있다. 그래서 편재는 남에게 봉사하는 성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편재는 일을 해서 재미를 느꼈으면 그것으로 이미 보상은 끝난다.
**일간 갑(甲)에게는 기(己), 축(丑), 미(未), 일간 을(乙)에게는 무(戊), 진(辰), 술(戌), 일간 병(丙)에게는 신(辛), 유(酉), 일간 정(丁)에게는 경(庚), 신(申), 일간 무(戊)에 게는 계(癸), 자(子), 일간 기(己)에게는 임(壬), 해(亥), 일간 경(庚)에게는 을(乙), 묘 (卯), 일간 신(辛)에게는 갑(甲), 인(寅), 일간 임(壬)에게는 정(丁), 오(午), 일간 계(癸) 에게는 병(丙), 사(巳)가 정재가 된다.
- 힘이 뻗쳐 있는 아이아스를 보고 있자면 《주역》의 대장괘)가 떠오른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크게 씩씩함'이다. 의기 소침해 풀이 죽어 있는 모습과 비교한다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 데 《주역》은 주의를 당부한다. “바르면 길하다(貞吉[정길])." 대장 괘는 하늘 위에서 우레(")가 번쩍이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높 은 하늘 꼭대기에서 꽝꽝거리며 위세를 과시하는 꼴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역동의 기운을 뿜어낸다. 한마디로 힘이 뻗친 상황이다. 이렇게 힘이 뻗칠 때의 과제는 함부로 힘자랑하지 않고 써야 할 곳에만 힘을 쓰는 일이다. 남들이 인정해주든 인정해주지 않든, 자 기할 일에 충실한 식신의 힘이 필요하다. 《주역》이 말하는 "바르 면 길하다"의 뜻이다. 단속할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 신이다. 주역의 경고처럼 뻗치는 힘을 갖고 "주먹질에나 씩씩하면 [장우지]) 바르다 해도 흉하다(貞凶[정흉])".
- 노력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을 명리학에서는 재성(財星)으로 표현한다. 보통 사람에게는 노동의 대가, 즉 돈을 버는 방법으로 주로 해석된다. 재성 중에서 정재(正財)는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를 파악하고 획득하는 능력이다. 당장 돈이 없으면 밥을 굶기 때문에, 정재는 돈이 꼬박꼬박 들어와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안정 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현실적이다. 당장 밥벌이에 보탬이 되어야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밥이라는 게, 아무리 잘 먹어도 하루 세끼다. 정재가 뜻하는 돈은 큰 규모가 아니다.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치 밀하다. 나쁘게 말하면 쩨쩨하다. 더 나쁘게 말하면 인색하다. 돈 이 안 들어올 때를 대비해야 하는 탓이다. 일단 제 주머니에 들어 간 돈은 쉽사리 내놓지 않는다.
- 반면 편재(偏財)는 사회가 인정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획득하는 능력이다. 편재가 하는 일은 사회에 보탬이 될 뿐 당장 내 배를 채 워주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남 좋은 일이다. 그러니 일할 때는 신 나서 보람차게 하지만,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그만이다. 하고 싶 을 때만 일하니 매일 출근하는 월급쟁이는 취향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한다. 그러다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대박이 터진 다. 돈의 액수가 정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장 끼니 해결도 못 하 면서 억 단위 돈을 우습게 말하는 뻥쟁이가 되기도 한다. 남의 돈 빌려다가 일을 벌인다. 벌면 크게 벌지만, 잃으면 크게 잃는다.
- 품만 들이고 결과물을 누리지 못하는 더 큰 이유는 비견(比肩) 과 겁재(財) 때문이다. 예전의 명리학 책은 비견은 친형제, 겁재 는 서자 형제라고 설명했다. 친형제만 있어도 유산을 나눠 가져야 하니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데(群比爭財 [군비쟁재]), 겁재까지 있으 면 상속권도 없는 자식까지 유산을 빼앗겠다고 덤벼드는 꼴 爭財[군겁쟁재])이 된다. 겁재라는 이름 자체가 '재산을 겁탈한다' 는 뜻이다. 친형제인 비견은 유산 다툼을 하더라도 상식선에서 신 경전을 벌이는 정도이지만, 어차피 상속권이 없는 서자 형제는 인 정사정 보지 않고 죽자 살자 달려든다.
- 비견과 겁재를 갖고 있으면 전투력은 급상승하지만, 정작 전리 품을 나눠 갖거나(비) 빼앗기는(겁재) 꼴이 된다. 고생은 고생대 로 하고,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셈이다. 명리학에서 군비쟁재(群比 爭財), 군겁쟁재(群劫爭財)라고 표현하는 상황이다. 전리품(재성)이 충분히 많다면 사이좋게 나눠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재성이 하나 뿐이라면 죽 쒀서 남 주는 팔자가 된다. 아이아스가 꼭 그렇다. 무 엇이든 나눠 갖고 빼앗아가는 비견과 겁재는 편관(偏官)이 이룩한 영광마저도 나누고 빼앗는다.
- 세상만사가 그렇듯 비견과 겁재가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 편관 은 기본적으로 일간을 극하는 힘이다. 말하자면 자신을 잡아먹으러 온 호랑이다. 비견과 겁재는 함께 호랑이와 싸우는 동맹군이 된다. 동맹군이 많으면 호랑이를 잡아서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호랑이를 앞세운 동맹군이라면, 천하무적이 된다. 명리학에서는 편 관과 겁재의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殺相停[살인상정]) 군인으로 출세할 팔자라고 봤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가 비견과 겁재 덕분에 남들을 제압하는 무기가 되는 셈이다. 적군이 될 수도, 동맹군이 될 수도 있는 존재가 비견과 겁재다. 비겁이 많은 사람은 이들을 동맹군으로 만드는 데에서 인생의 성패가 갈린다.

-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말은 '대운(大運)'이다. '대운이 들어왔다'는 말을 흔히 쓰는 바람에 대운을 '좋은 운' 정도로 오해하기 쉬운 탓이다. 대운은 그저 10년 단위의 운을 이르는 말이다. 대운 이 들어오기로 말하면 늘 들어와 있다. 다만 아이아스처럼 미친 짓을 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고, 흔히 쓰는 대로 만사형통의 기운이 될 수도 있다.
봄의 기운이자 해가 떠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운인 목(木) 기운 이 대운이나 세운으로 들어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평소 소심한 사람이었다면, 이 자신감이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동력이 된다. 반면 평소에도 겁없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일을 벌여 사고 칠 위험이 있다.
어려서는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고, 공부에 재미를 느낄 나이에 인성 대운이 들어오고, 열심히 일하며 뜨겁게 연애할 젊은 날에 식상 대운이 들어오고, 결혼하고 재산을 불리고 승진할 나이에 재성과 관성 대운이 들어온다면, 일생을 살면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대운이 작용하는 셈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주유소가 나타나는 격이다.
타고난 사주팔자는 물론 중요하지만 살면서 마주하는 대운과 세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름을 살기에 적합한 사주를 타고났 는데 대운에는 겨울 기운이 가득하다면, 수영복만 입고 한겨울을 나는 기분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반면 수영복만 입고 태어난 팔자인데, 대운이 여름 기운이라면 폼은 좀 안 나더라도 먹고사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인생이다.
- 강력한 비견, 겁재와 편관의 힘으로 마구 폭주할 위험을 안고 있던 아이아스는 식신의 힘으로 훌륭하게 제 몫을 하며 잘살고 있었다. 아이아스가 영원한 2인자의 한계를 넘어 1인자의 영광을 누 리려면 정재운이 필요했다. 이 정재는 식신과 편관을 중재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극단적인 성격을 부드럽게 만들어 아이아스 에게 부족했던 2%를 채워줄 수 있다. 아이아스의 인생을 꽃피게 해주는 이 정재에 해당하는 기운을 명리학에서는 '용신(用神)'이 라고 한다. 또 이 용신에 힘을 보태주는 오행(아이아스의 경우에는 식신)을 '희신(神)'이라고 한다. 멀쩡하게 살던 아이아스는 편인운을 만나면서 인생이 꼬여버리고 말았다. 용신이나 희신을 망가뜨 리는 이런 기운을 명리학에서는 '기신忌神)'이라고 부른다.
사주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운이 바로 용신이다. 사주풀이의 핵심은 용신 찾기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용신은 명리학의 핵심 개념이다. 그런데 용신만큼 논쟁적인 개념도 없다. 같은 사주를 두 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용신을 뽑는다. 그래서 명리 학 교과서들은 용신 찾는 방법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차라리 길이 하나라면 그 길을 좇아가겠건만, 길이 여러 개라고 하니 초보자로 선 오히려 길을 잃을 지경이다.
- 대운이나 세운에 용신이 들어오면 만사형통이고 운수대통이라 고 한다. 사주에 필요했던 '부족한 2%'를 채워주는 힘이기 때문이 다. 아이아스처럼 일간이 너무 강해서 폭주한다면 힘을 빼주는 기 운이 필요하다. 반면 일간이 너무 약해서 줏대 없이 휘둘리고 세 상이 요구하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힘을 보태줄 필요가 있 다. '억부용신'이라고 해서 사주가 신강한지 신약한지를 먼 저 보고, 신강하면 억제하고, 신약하면 부축해주는 기운을 말한 다. 같은 관성운이라고 해도 신강한 사주에게는 살이 권력으로 변 해(假殺爲權[가살위권]) 출세운이 되지만, 신약한 사주에는 수갑 찰 운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는 '조후(候)용신'으로 사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있 다. 겨울의 기운인 수(水)와 가을의 기운인 금(金)이 너무 많으면 '사주가 춥다'고 한다. 이럴 때는 봄의 기운인 목(木)이나 여름의 기운인 화(火)로 기후를 적절하게 맞춰줄 필요가 있다. 수의 기운 이 넘쳐 우울증에 걸릴 지경인 사람에게 화(火)의 활달함을 불어 넣는 격이다. 억부용신의 중심이 일간이라면 조후용신은 사주 전체, 그중에서도 월지가 중요하다는 점이 차이다. 이 밖에 통관용신, 전왕용신, 병약(病藥)용신, 격국(格局)용신도 사주에 필요한 기운을 찾는 방법이다.
* 상극 관계의 두 오행이 각각 세력을 이뤄 대립할 때 이들을 연결시키는 기운이 용신이다. 화(火)와 수(水)가 맞설 때 목(木)이 개입하면 상극의 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변한다.
** 사주 여덟 글자 중 한 오행이 6~7개를 차지할 경우 애써 균형을 잡으려 하기보다 편 중된 오행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의 용신. 어차피 억제할 수 없다면 성질대로 살도록 도와주라는 뜻이다.
*** 일간이나 용신의 힘이 과도하거나 심하게 부족할 때 '병들었다'고 표현한다. 넘치거 나[태과] 부족한不及[불급]] 기운을 덜거나 더해주는 기운은 '약'에 비유하는 데, 결과적으로 억부용신과 비슷하다.
**** 일간과 월지의 관계로 격을 정하고, 신강 신약에 따라 용신을 정한다. 과거에는 어 떤 힘으로 세상을 살고, 어떤 지위까지 오를지를 격으로 판단했는데, 요사이에는 격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 쓰지 않는다.
- 타고난 사주팔자가 자동차라면 대운과 세운은 도로에 흔히 비 유된다. 타고나길 벤츠로 타고났더라도 다니는 길이 줄곧 모래펄 이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라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싸구려 경차로 태어났더라도 잘 닦인 고속도로를 대운으로 만난 다면 최고 속도를 내며 제 몫의 인생을 구가한다. 그래서 사주풀이를 할 때는 타고난 팔자를 본 뒤 대운의 흐름을 살핀다.
- 한밤중에 가슴 절절하게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밝은 날에 다시 보면 얼굴이 화끈거려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밤중에는 감성 넘치는 수(水) 기운이 지배하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손발 오그라 들만한 사랑 고백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화(火) 기운이 지배하는 한낮이 되면, 한밤을 지배하던 감성은 사라진다. 간밤에 미친 짓을 한 느낌이다. 한밤에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대개 부치지 못하는 이유다.
- 인생이라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전방에 정체 구간이나 사고구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적어도 직진할지, 우회 할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급할 것 없다면 느긋하게 정체 구간을 통 과하며 동승자와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 다. 급하다면 다른 길로 우회해서 사고 구간을 피할 수도 있다. 정체 구간에 들어서면 아무리 가속 페달을 밟아봤자 앞으로 나 가지 못한다.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뿐이다. 이미 정체 구간에 들 어섰을 경우, 사주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조급하게 굴지 않고 느긋 하게 언제쯤 정체가 풀리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다시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만 알아도 정체 구간의 답답함은 한결 가벼워진다. 대운과 세운을 통한 사주풀이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인생의 네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네비게 이터가 있어도 결국 운전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올해 승진 한다'는 말은 점집에 가서 들을 말이다. 사주풀이를 한다면 '승진 운이 있으니 열심히 달려보시죠' 정도의 말이 고작이다.
- 예전의 명리학은 상관을 무척 안 좋게 봤는데, 무엇보다 정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상관이라는 이름 자체가 '관(官)에 상처를 낸다'는 뜻이다. 관은 지금에 와서야 회사를 비롯해 각종 조직, 나아가 명예를 뜻하지만 과거에는 국가 그 자체였다. 말하자면 상 관은 반역의 기운이었던 셈이다.
주변에 보면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데 유독 승진에서는 물을 먹 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남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 어가는 회사의 부조리를 콕 짚어낸다. 윗사람의 지시가 잘못됐다 면 결국에는 따를지라도 기어이 한마디를 하고 넘어간다. 내키지 않는 일은 일부러 뭉그적거리다 마감 시한을 어기기 일쑤다. 관성 은 작게 보면 윗사람이다. 상관은 쉽게 말해 윗사람에게 대드는 기운이니 이런 사람에게 출셋길이 트일 턱이 없다
- 나이 어린 사람의 사주를 볼 때 상관이 강하면 '자격증을 따라' 는 충고를 듣기 마련이다. 바꿔 말하면 평범한 월급쟁이 생활에는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변호사니 의사니 대개 자격증 있는 사람들 은 정떨어지는 말버릇을 갖고 있어도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자격 증이란 '입바른 소리할 자격'을 주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상관이 도장을 차고 있다(傷官佩印[상관패인])'고 하는데, 실 제 의미는 훨씬 더 깊다.
잘난 척하는 상관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강자 앞에서 당 당하지만 약자에게는 연민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약자에 대한 연민을 잃어버리면 상관은 힘의 근거를 상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권력에 맞서 저항하다 나이가 들어 권력 이 됐을 때 더 이상 과거의 용기도, 총명함도, 설득력도 갖지 못하 는 이유는 그 자신이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 강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상관의 힘으로 출세했지만 더 이상 상관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상관이 정인을 만난다면 상관 특유의 얄미운 말투가 사라지고 말투도 부드러워진다. 대신 약자에 대한 연민을 강화할 수 있다. 정인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이다. 존중하는 힘이 다. 현재의 상황도, 상대방의 입장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부 당한 지시를 내리는 윗사람에게 야멸찬 한마디를 날리려다가도 '저 양반인들 좋아서 저럴까'를 한번 떠올리는 힘이다. 자칫 인신공격과 감정 소비로 이어질 위기 상황 개선을 위한 토론으로 유 도하는 힘이다. 그러면서도 연민은 잃지 않는다.
- 재성이라면 여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돈을 뜻한 다. 말하자면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과연 좋은 일일까? 재성은 그 자체로 관성을 생하는 힘이다. 재성이 과도하면 없던 관성도 생긴 다旺[왕생살]). 사람들이 돈을 벌고 나면 명예를 탐내는 이치다. 하지만 관성이란 늘 양날의 칼이다. 그 자신이 휘두를 수 도 있지만, 자신이 그 칼에 베일 수도 있다. '재왕생살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돈을 너무 탐내다간 제명에 못 사는 수 가 있다는 뜻이 된다. 오디세우스는 강력한 재성의 유혹을 극복하 고 키르케나 칼립소의 품속을 떠났기에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 헤라클레스는 성격만큼이나 평판도 극단적이었다. 이런 극단적인 성격은 불로 가득 찬 사주에 물이 없을 때 곧잘 나타난다. 화(火)는 기본적으로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적극적이면 서도 인정 많고 예의 바르다. 다만 감정 기복이 심하다. 이때 불을 끄는 물이 없다면 감정 조절이 안 된다. 화가 끓어오를 때 참지 못 하는 분노 조절 장애다. 여기에 불의 땔감이 되어줄 나무(木)까지 있다면 격분 상태에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를 만큼 위태롭다. 군대는 뭉쳐 있을 때 힘이 강하다. 대신 구성원의 개성을 말살 한다. 오행의 기운도 뭉쳐 있으면 특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화에 해당하는 계절은 여름 이다. 사주에 여름을 구성하는 사(巳), 오(午), 미(未)가 함께 있으 면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불바다를 만든다. 이때 미는 토(土)의 기 능을 잃고 화로 작동한다(방합). 이보다 더 극적인 변화는 전혀 다 른 오행이 하나의 힘으로 뭉칠 때다. 초봄인 인(寅), 한여름인 오 (午), 늦가을인 술(戌)이 함께 있으면 역시 강력한 불바다가 된다 (삼합). 겨울이 끝나고 이제 막 도는 온기나 겨울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온기나 한여름의 열기라는 같은 꿈을 꾸기 에 기꺼이 자신의 성질을 버리고 화에 힘을 보탠다. 애틋했던 연 인과 과거 첫 만남의 추억이 현재의 사랑을 키워주고, 미래에서 로 의지하는 노년 부부의 꿈이 권태로운 부부에게 현재 사랑을 다 시 일깨우는 이치다.
- 타고난 사주에 삼합이 있으면 성격이 강할 뿐 그러려니 하고 살 기에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대운이나 세운에서 합이 이뤄질 때 다. 나무의 성질을 가진 인(寅)은 원래 불을 키우는 땔감이지만, 대운이나 세운에서 오(午)를 만나면 땔감이 아닌 불 자체가 된다. 헤라클레스가 병화(丙) 일간을 가졌다면, 약한 사람을 도와주던 모 성 본능과 힘든 일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험심을 상실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고집불통이 되는 순간이다.
* 같은 계절을 구성하는 세 글자가 어우러진 모습을 '방합(合)'이라고 한다. 계절을 방위와 연관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봄[목]은 동쪽, 여름[화]은 남쪽, 가을 [금]은 서쪽, 겨울[수]은 북쪽). 봄을 구성하는 인묘진(寅卯辰)은 강력한 목 기운을 형성 하고, 여름을 구성하는 사오미(巳午未)는 화, 가을을 구성하는 신유술(申酉戌)은 금, 겨울을 구성하는 해자축(亥子丑)은수 기운을 형성한다.
** 서로 다른 계절을 구성하는 세 글자가 하나의 힘을 만드는 모습을 '삼합三合)'이라 고 한다. 봄-여름-가을이 뭉친 인오술(寅午戌)은 화, 여름-가을-겨울이 뭉친 사유축 (巳酉丑)은 금, 가을-겨울봄이 뭉친 신자진(辰)은 수, 겨울-봄-여름이 뭉친 해 묘미(卯)는 목 기운을 만든다.
- 남자 사주에서는 돈과 여자를 똑같이 본다. 자신이 극하는 대상, 재성(財星)이다. 돈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좋지, 통제를 못하면 오히려 돈이 주인이고 사람이 노예가 된다. 여자 역시 마 찬가지다. 적지 않은 (아마 대부분의) 유부남들은 아내를 극하기는 커녕 떠받들고 살지 싶다. 여자가 떠받들고 살 대상이라면 하나도 버겁다. 하물며 가는 곳마다 여자에 치인다면, 그 인생이야말로 고해가 아닐는지.
- 사주에서 욕망, 특히 성적인 욕망으로 해석하는 글자가 자수 (子)다. 자수는 시간으로 보면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 한밤중이다. 휴식의 시간이자, 사색의 시간이자, 사랑을 나누는 시 간이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다산, 나쁘게 말하면 과잉 성욕을 뜻 하는 기호로 쓰이기도 한다. 대개의 명리학 책이 자수를 두고 '잔 꾀가 많고 재주는 있으나 색정으로 인한 패가망신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가뜩이나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던 헤라클레스 같은 사람이 자수 대운을 만난다면 패가망신으로 가는 고속 열차를 타는 셈이다.
- 자정(正)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수는 날짜가 바뀌어 새 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때다. 그래서 자수를 대운이나 세운에서 맞 이하면 새로운 시작의 기호로 읽기도 한다. 좋게 말해서 새로운 시작이지, 나쁘게 말하면 상황의 급변, 악화를 뜻할 수도 있다. 특 히 헤라클레스처럼 강력한 불기운의 힘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에 게 한겨울의 차가운 얼음물인 자수는 삶의 동력 자체를 꺼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물은 불을 끄는(극하는 힘이지만, 자수가 오화(午) 를 만날 때는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겨울의 기운 과 한여름의 기운이 만난다면, 얼음이 더위를 식힐까, 더위가 얼 음을 녹일까? 얼음도 녹고, 더위도 꺾인다. 서로 망가지는 셈이다. 대형 세단과 경차가 정면충돌하면 (경차가 더 많이 부서지긴 하겠지만) 박살 나기는 둘 다 마찬가지인 원리다. 이걸 두고 명리학에서는 '충(神)'이라고 한다. 상반된 힘이 정면에서 서로 부딪혀 깨지 는 상태를 말한다. 봄의 절정(卯)과 가을의 절정(酉)이 부딪힐 때 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난다.*
명리학자가 마치 점쟁이처럼 사람의 일생을 줄줄 읊을 수 있는 힘은 타고난 사주팔자에다 대운과 세운이 일으키는 합과 충의 작 용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하 지만 그 사건이란, 결국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자신의 사주를 스 스로 보고 해석하는 일은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내면 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 대운은 월지에서 뽑기 때문에 누구나 50대에 월지에 충을 맞게 되어 있다. 월지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힘이다. 이 힘이 충을 맞 았다는 건 사회생활을 해온 동력을 상실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 부분 50대에 극심한 심리적 방황을 하고 은퇴를 한다. 하지만 생 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50세까지 사회생활을 이끌어온 힘 을 상실했다면, 새로운 힘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어쩌면 50대에 겪는 방황이란, 새로운 방식의 삶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닐까?
- 귀가 얇아 남의 설득에 쉽게 넘어가는 성격은 계수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정인(正印)과 편인(偏印)이 함께 있을 때 나타나는 특 징이기도 하다. 데이아네이라는 계수(癸)가 정인인 경금(庚)과 편 인인 신금(辛)이 지장간인 유(酉)을 깔고 앉아 있는 유(酉) 일주의 소유자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사주는 여덟 글자로 구성돼 있지만 단 두 글자일 뿐인 일주만 봐도 대략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명리학 책들이 말하는 계유 일주 는 대개 이렇다. 좋게 말해 감수성이 뛰어나고, 나쁘게 말해 감정 적으로 예민하다. 뭔가에 꽂히면 몰입하고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많지만 내면은 늘 불안하고 여리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자칫 우울증의 위험이 있다.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면 엉뚱한 짓을 벌이기도 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얼핏 봐도 데이아네이라의 성격과 판박이다.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행위는 발산을 뜻한다. 응축을 뜻하는 물은 발산을 뜻하는 불이 없으면 고인 물이 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이 바로 우울증이다. 의사들이 모든 우울증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집 안에 혼자 있지 말고 야외 활동 하시고, 다른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세요.' 해를 보는 야외 활동은 말 그대로 화(火) 기운을 보충하는 지름길이다. 사람들을 만나 속 마음을 털어놓는 일 역시 발산의 화 기운이다. 사주에 화 기운이 없거나 부족해서 우울증에 걸렸지만, 야외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수다만으로도 없는 화 기운을 만들어 쓸 수 있다. 돈 주고 부적 쓸 필요가 없다. 진짜 부적, 진짜 처방은 생활 속에 있다.
- 데이아네이라는 말하자면 예뻐서 괴로운 여자다. 아닌 게 아니 라 헤라클레스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상태에서도 네소스에게 강간 당할 위기를 겪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남자가 꼬이는, 좋게 말 하면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 여자다. 여자 사주에서 남자는 관성( 星)이다. 관성이 강하거나 일간이 관성과 합을 이루면 남자와의 인연이 유독 강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자 사주에 관성이 많으면 기생 팔자라고 불렀다.
여자 사주에 관성이 많으면 '남자를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 욕망에 큰 여자'로 이해해야 한다. 관성 자체가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힘이고, 조직에 속해 사회생활을 하는 힘이다. 남자들과 적극적으로 경쟁하며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업이 없 다면 동네 통반장, 하다못해 동창회 총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 는 여자들이다. 비하하는 뜻으로 기생 팔자라는 말을 했지만, 따지 고 보면 과거에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대표가 기생 아니었 을까?
- 비겁이 있으면 여자가 자존심 세우느라 남자의 구애에 뜨뜻미지근하게 대응할 법하다. 비겁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인정 욕구다. 떠받들어줘야 만족하는 여자다. 고집이 세서 의견 조율 과 정에서 물러서지도 않는다. 이런 여자와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을 연애한다면 남자가 가끔 서운해하고 싸우긴 하겠지만 사랑의 힘 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2년, 나아가 10년, 20년 동안 같 은 행태가 반복된다면 어떨까? 남자도 지친다. 남자로서는 탈출구 를 찾고 싶어지는 것이다.
- 명리학 격언에 '상관이 관성(정관)을 보면 100가지의 불행이 닥친다(傷官見官爲禍百 [상관관 위화백단])'고 한다. 과거에는 관성을 극하는 상관을 가 장 흉하게 봤다. 벼슬길에 오르는 것만이 유일한 출셋길이었기 때 문이다.
상관은 특히 여자 사주에 있을 때 흉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그 도 그럴 것이, 남편 자체가 이미 관성인 탓이다. 즉, 남편 이겨먹는 여자인 셈이다. 특히 사주에 상관과 관성이 함께 있는 여자가 아 들을 얻으면 남편과 이별한다(得夫別[득자부별])는 말도 있었다. 상관인 아들이 성인 남편을 잡아먹는다는 무시무시한 저주다.
- 사주팔자에서 천간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남들 눈에 보이는) 모 습이다. 파이드라의 경우 정숙한, 즉 법과 도덕에 충실한 여자로 보이고 싶어 한다. 관성이 천간에 있는 셈이다. 반면 지지는 남들 이 보지 못하는 내면의 모습, 남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 의 현실이다. 예컨대 재성(財星)이 천간에 있으면 부자로 소문났 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사람, 재성이 지지에 있으면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알부자라고 흔히 해석한다.
- 식상은 여자 사주에서 자식을 뜻하기도 한다. 식상이란 일간이 생하는 대상이니, 말 그대로 여자가 낳은 사람, 자식이 된다. 반면 관성은 여자 사주에서 남편을 뜻하기도 한다." 신혼일 때에는 남 편밖에 모르던 여자가 자식을 낳고 나서는 남편은 안중에 없고 자 식만 챙기는 모습을 흔히 본다. 식상이 관성을 극하기 때문에 벌 어지는 현상이다. 식상이 많으면 관성이 힘을 쓰기 힘들기에 부부사이가 서먹하기 쉽다.
* '여자에게 관성은 남편'이라는 명리학 이론이 남녀평등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 도 있다. 남자가 여자를 극한다는 발상은 과거에나 통용되던 사고방식 아니냐는 지적 이다. 여성의 변화된 사회적 지위로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는데, 생물학적인 남녀 관 계를 떠올려보면 역시 아무리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더라도 여전히 남편은 관성이 될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으로 임신은 남자가 분출한 정액을 여자의 난자가 받아들인 결 과다. 남자가 일간이라면 분출이라는 식상의 대상이 여성이라는 재성이 되고, 여자가 일간이라면 남자라는 관성의 정액을 받아들이는 인성의 과정을 거쳐 임신이 되기 때 문이다.
- 인생을 비관해 자살에 이르는 유형을 사주로 풀이하자면 우선 신약(身弱)한 경우, 즉 의지가 약하고 주변에 이끌려 다니는 경우 가 있다. 사주에 일간과 같거나(비) 생하는 기운(인성)이 부족할 때 신약하다고 한다. 일간이 약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일간과 같 거나 생하는 기운이 많으면 신강(强)하다고 한다. 신강하면 '남 들이 뭐라 하든 알게 뭐야. 난 잘 살고 있어'라고 말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자살은 한순간을 참지 못해 일어난다. 즉, 순간의 감 정을 참아낼 능력이 있다면, 설령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자살에까 지 이르지는 않는다. 살면서 닥치는 어려움은 관성(직업 활동, 조직 스트레스, 여자의 경우에는 남자)에서 비롯된다. 특히 편관(偏官)이 강하면 삶의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자살의 요인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일간을 극하는 관성은 인성(印星)을 거치는 순간 일간을 강하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殺印相生 [살인상생]). “나를 죽 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유명한 말은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인성 이 없다면 직접적으로 관성의 극을 당해 버티기 힘들 수 있다.
- 보석인 동시에 날카롭게 벼려진 칼이기도 한 신금의 성격에서 가장 무서운 특징은 복수심이다. 누구라도 자신을 건드리면 참지 못한다. 손해를 입히거나 망신을 주면 어떻게든 반드시 갚아준다. 특히 신금이 두 개 연달아 있다면 면도날 두 개가 서로 싸우는 형 태로 '못 말리는 잔인한 복수심(伏吟相剋[복음상극])'을 나타낸다. 그래서 '신금 일주와는 웬만하면 싸우지 마라'는 사주 격언이 있 다. '내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너 잘되는 꼴은 못봐주겠다' 하는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 지극히 편협한 히폴리토스의 사고방식은 편인(偏印)과 편관이 결합했을 때 만들어진다.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편인) 자 신만의 시각을 세상에 강요(편관)한다. 망상(편인)에 빠져 있으면서 과도한 자신감(편관)으로 주변 사람을 무시하고 피곤하게 한다. 광 신도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사주 구성이다.
사주와 무관하게 SNS를 자주 하거나 유튜브를 자주 보는 사람에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본 것과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알아서 제 공한다. 자신도 모르게 늘 똑같은 말을 들으면서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세상이 온통 자기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듯 보이고, 간혹 다른 생각을 접하면 경멸과 혐오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져 광신도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SNS 세상이 만들 어내는 편인과 편관이다.
- 남자에게 재성은 여자를 뜻한다. 그래서 남자 사주에 재성이 많 으면 흔히 바람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여자와 연애에 관심이 없는 히폴리토스는 재성이 없거나, 있더라도 강한 편관 때문에 힘 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저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 로까지 발전했다면 재성이 아예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간절히 원하는 대상이 결핍됐을 때, 사람들은 그 대상을 싫어하는 듯 행 동하고는 한다. 너무나도 먹고 싶은 포도를 먹지 못하게 되자 신 포도라고 제멋대로 규정하는 식이다.
재성이 아예 없는 무재사주를 흔히 청빈낙도의 팔자로 본다. 돈에 관심 없이 청빈한 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과 아예 인연을 끊고 살면 모를까, 세상과 부대끼면서 과연 돈에 관심을 끊고 산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런 사람들은 대운(또 는 세운)에서 재운이 들어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재운이 들어 왔을 때 돈도 벌고 결혼도 한다.
남자 사주에서 재성은 아버지를 뜻하기도 한다. 아버지 없이 태 어나는 사람은 없으니 재성이 없다면 아버지가 있어도 없는 사람 같다는 뜻이다. 즉, 인생에서 아버지가 미치는 영향력이 작거나 살 면서 아버지 덕을 못 본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물론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다소 서럽겠지만, 자식 입장에서 아버지란 재성이라 는 말 그대로 '돈 벌어다주는 사람이다."
- 사주에서 재성이 없다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사주에서 재성은 흔히 돈, 재운으로 풀이하지만 곧잘 일복, 사 교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돈을 벌자면 당연히 일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성이란 쉽게 말해 거친 세상과의 직접 만남이다. 무재 사주란, 좋게 말해서 청 빈낙도의 삶이지 나쁘게 말해서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삶이 다. 일도 하지 않고 친구들도 마음 맞는 몇몇하고만 어울린다.
재성은 인성을 극한다. 학생이 친구들과 놀기 (재성) 좋아하면 공 부(인성)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일(재성)에 푹 빠진 직장인에게 공 부(인성)까지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내(재성) 뒤꽁무니 만 졸졸 쫓아다니면 어머니(인성)를 서운하게 만든다. 일(재성)을 하다 보면 딴생각(인성)이 없어진다. 
- 전통적으로 사주에서 성적인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인 개념은 도화살이다. 무시무시한 살 앞에 꽃 이름을 붙인 이유는 복이다.
사꽃복숭아꽃의 꽃말이 '사랑의 노예'라는 점만 봐도 알 만하다. 도화살은 과거 호색, 음란한 성격에 주색잡기로 패가망신한다고 해서 남녀 불문하고 결혼 기피 대상 1호였다.
도화살을 뜻하는 글자는 자수), 오화(午), 묘목(卯), 유금(酉) 이다. 각기 계절이 가장 왕성할 때, 계절의 매력이 가장 돋보일 때 를 나타내는 글자다. 도화살이 있으면 자석처럼 남의 시선을 끌 어당겨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면접 장에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갔는데 유독 눈에 띄는 딱 한 명의 느 낌이다. 예뻐서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호감 가는 유형이다. 현대명리학에서는 도화살을 인기살로 이름을 바꿔 부르기도 한다.
히폴리토스는 종교적인 성향이 강했다. 세상 속에서 권력을 누 리기보다는 순수 그대로의 초원에서 아르테미스 여신을 영접하기 를 즐겼다. 세속을 떠나 출가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성격이다. 명 리학은 이런 성격을 '화개살華蓋殺)'이라고 설명한다. 화려했던 (華) 삶을 뒤로하고 뚜껑을 덮는다(蓋)는 뜻이다. 과거 명리학에서 는 화개살을 출가해서 승려가 되거나 기생이 될 팔자라고 불렀다. 승려가 되든, 기생이 되든, 가족을 버려야 한다. 즉, 외로움과 고독 을 감당해야 한다. 화개살은 '꽃방석살'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승 려가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명예를 얻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명예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 화개살을 뜻하는 글자는 진토(辰), 술토(戌), 축토(丑), 미토(未) 다. 모두 하나의 계절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절로 이어지는 때를 뜻하는 글자다. 이미 이룬 성과를 미련 없이 버리고 남들은 범접 하지 못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힘이다. 개척해서 성공하면 대박이 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그래서 사주 지지에 토를 많이 깔고 있 다면 인생에 풍파가 많다고 풀이한다.
지지의 토가 갖는 변화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몇몇 천간들이 있는데, 과거 명리학 하던 분들이 이 경우에도 '살'이라는 험악한 이름을 붙여놓았다. 하나는 북두칠성처럼 밝게 빛날 수 있는 괴강살(魁罡殺), 또 하나는 보통 호랑이에게 물려간다는 백호살(白虎殺)이다. 이름만 봐서는 괴강살은 좋고, 백호살은 나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둘 다 극단적인 길흉의 작용력을 갖고 있다. 잘 풀리면 대박, 안 풀리면 쪽박이다.
- 역마살(驛馬 殺) "도 함께 비교해볼 만하다. 한곳에 붙어 있지 못하고 이리저 리 떠돌아다닌다는 뜻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었던 과거라면 몰 라도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은 역마살을 흉한 팔자로 받아들일 이 유가 전혀 없다. 역마살을 뜻하는 글자는 인목(寅), 사화(巳), 신금 (申), 해수)다. 각 계절을 시작하는 때를 뜻하는 글자들이다. 그 만큼 분주하고 역동적이며 활동적이라는 뜻이다.
히폴리토스가 마침 도화살, 화개살, 괴강살이 작용한 흔적을 보 이긴 하지만, 사실 최근의 명리학 흐름은 신살에는 큰 의미를 두 지 않는다. 사주 전체를 흐르는 오행의 흐름을 봐야 하는데, 신살 에 주목하면 한두 글자에 집착하느라 전체를 놓치기 때문이다. 그 런데도 많은 명리학 용어 중에 유독 신살의 이름들만 우리 귀에 익숙한 이유는 뭘까? 사주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신살을 앞세워 겁부터 주려 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명리학을 점술 수준으로 깎아내리는 행동이다.
- 여자에게 배우자는 관성이다. 기본적으로 관성이 비겁을 극하 지만, 비겁이 강하면 관성이 무력화된다. 도끼가 나무를 베지 못하 고 도끼날이 부러지는 격이다. 그래서 여성의 사주에서 비겁이 강 하면 남편이 제 역할을 못 하거나, 여성이 남편을 무시한다고 흔 히 풀이한다. 비겁은 특히 재성을 극한다. 여자에게 재성은 관성 (남편)을 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된다. 여자 사주에서 비겁이 강하면 고부 갈등의 신호라고 보는 이유다
- 식신은 무언가에 관심이 꽂히면 깊이 파고들어간다. 완전히 헤집어 바닥까지 봐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이 꽂힌 대상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어린아이가 TV를 보느라 집중할 때 옆에서 불러도 듣지 못하는 딱 그 모습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세상의 규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과 도무지 섞이지 않는 괴짜들이다.
식신은 흔히 연구와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풀이된다. 영화에서 보는 천재 과학자들의 기이한 행색, 정장이라고는 입을 줄 모르는 방송사 PD, 공식 회의 자리에서도 햄버거로 식사를 대신하던 빌 게이츠나 어디서나 터틀넥만 고집한 스티브 잡스가 식신을 쓰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식신이 강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야 하고, 남 들이 시키는 '해야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내키면 겁 없이 덤벼 들어 팔을 걷어붙이지만, 싫으면 때려도 안 하고 버틴다. 듣는 사 람 기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은 죽어도 못한다. 마음 상하는 순간 동생 이스메네에게도 '넌 빠지라고 하는 안티고네처럼 일 처리도 감정적이다.
식신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느라 남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다면, 상관(傷官)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남들을 이용한 다. 상관의 가장 큰 특징으로 흔히 사교성을 꼽는다. 사람을 이용 해야 하니, 당연히 사람을 가까이 둬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자신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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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이 생기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중 심플한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을 지닌 도미니크 로로 작 가의 책은 미니멀 라이프에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인상적 이었답니다. 특히 그의 저서 《심플한 정리법》(문학테라피, 2013)의 한 문장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불행한 사람일수록 더 쌓아두려 한다."
- 사람에겐 본래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하는 것이 정상이고,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게끔 하는 데 일조 한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 (문학테라피,2013))
- 유년시절 핑크색을 사지 못했던 결핍은 지금 아무리 핑크색 물건을 산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 시절의 나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화해하는 것이 우선이라 여겨집니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핑 크 아이템을 구매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핑크 자체는 참 고운 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제 안의 결핍은 외면한 채 무조건 저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물건이 비어 있기에 햇살이 가득합니다. 
빗소리가 가득 찹니다.
향기가 구석구석 퍼져나갑니다.
물건들은 도드라짐 없이 조화롭습니다.
수박 한 조각뿐이라도 풍성한 컬러감으로 공간을 밝힙니다.
이렇게 오늘도 우리 집이 비어 있으면서 가득한 곳이라 느낄 수 있 어 감사로 내 마음이 충만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비어 있으면서 가득한 집'이 되길 소망합니다. 또한 스쳐 지나갈지언정 이 집을 잠시 나마 채워주는 존재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 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많은 것을 의도 적으로 줄이다 보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되듯 공간을 통해서도 변화가 찾아오길 소망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취미를 간직하는 것은 큰 행복이고 삶의 질을 위해 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오랜 취미를 꼽는다면 여행과 맛 집 탐방으로 아무래도 소비를 동반합니다. 돈이 드는 취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모든 취미가 돈이 없으면 단 한 발자국도 전진 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니 궁핍해지면 취미 생활도 저절로 단절되고 상실감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취미력을 키우는 데 마음을 쓰고 싶어집니다.
예를 들어 산책하기, 독서, 사진 찍기, 블로그 글쓰기, 집에서 혼자 또는 지인과 차 마시기 등 이런 취미들은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취미 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의미하니 그게 무엇이든 스스로 만족을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충 분합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취미력을 단단하게 키워놓으 면 혹여 예상치 못하게 수입이 줄더라도 취미 생활을 유지하며 나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취미가 돈과 분리되는 자유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기에 그 순간 백 퍼센트의 마음을 다해 흠뻑 빠져 즐기 게 됩니다. 여행을 너무나 선망하지만 떠나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항 공권, 숙박료라는 돈의 범위에서 고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동네 산책로에 갈 때는 지갑조차도 필요 없이 내키는 그 순 간 길을 나서면 됩니다. 항공권을 결제하는 여행은 분명 즐겁습니다만 지금은 산책을 위해 현관문을 열고 내딛는 가벼운 발걸음의 행복도 알 게 되었답니다.
- '이 물건을 사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조급하게 물 건을 사기보다 이 물건이 있든 없든 행복해질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 려도 늦지 않을 겁니다. 또한 진심으로 행복할 때는 물건을 빨리 소유 해야 한다는 초조함도 사라진다는 것을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며 깨달 았습니다. 앞으로도 그 물건이 발산하는 당장의 반짝임에만 끌리지 않 고 곰곰이 미래를 그려볼 겁니다. 아무리 탐나는 물건이라 해도 경제 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차 어려움을 줄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포기할 거라 다짐합니다.
'단순할수록 미래는 안전하다'는 도미니크 로로 작가의 말에 제 생 각을 조금 덧붙여봅니다. 단순한 삶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제게 있어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불행을 피해 가는 안전한 노선입니다.
- 최대치를 바라보고 맹렬하게 전진하면서 사는 삶과 '최소한'으로 만족하는 삶 중에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둘 다 그 나름의 값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대한'의 기준만 앞세우던 내가 '최소한'의 기준으로도 삶이 꽤 괜찮아진다는 새로운 마인드 를 얻은 것이 큰 기쁨이랍니다.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살면 최고로 행복해지리라는 자신은 없지만 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만 큼은 최대치로 늘어날 것이며 작은 실패에 낙담하는 일도 없을 거라 믿습니다.
-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서 '왜 저런 걸 샀을까?' 하는 비난은 '왜 이런 것도 없을까'와 다를 바 없는 그릇된 태도라고 말합니 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추구해야 할 것은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삶에 집중하는 태도라는 점을 알면서도 타인의 소중한 삶에 이렇다 저렇다 참견을 하고 평가를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있고 물건에 나름 의 이야기가 잠재되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거실에 가구 수가 적다고 청빈한 사람이 된다거나 부엌 싱크대가 얼마나 반짝이는가로 행복을 측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리스트'라는 잣대로 타인의 인품과 행복을 함부로 추측하려 한제 교만하고 얄팍한 마음을 반성했답니다.
- 거실에 아이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다면 집에서 행복하게 잘 놀아주는 부모님이구나, 개수대에 설거지하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다면 집에서 함께 밥을 자주 먹는 화목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말입 니다.
미니멀리스트의 정의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또 다른 정의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 제 마음속 쓸모없는 '교만'이라는 이름의 덩어리를 버리려 합니다. 냉동실에 오랜 시간 쌓여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 비닐봉지를 버린 것 처럼 개운합니다.
- 미니멀 라이프란 편리함 과잉의 시대에 자발적으로 불편을 택함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만 타고 다 니다 때때로 두 발로 걷는 불편함을 택하는 것입니다. 막상 걷다보면 주유나 운전, 주차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천천히 풍경을 구경하는 여유가 생기고 몸도 한결 건강해집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편리 과잉'에 둔해져 있던 감각이 깨어나 스스 로 '불편'과 '편리'의 사이에서 균형 잡힌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편리라는 일방통행만 있던 삶에 '불편함'이라는 새로운 노선이 생 겨 쌍방 통행으로 순환되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내 삶의 풍경이 더욱 풍성해져갑니다.
-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한 정리법》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기는 유품이 너무 많다면 그건 고통을 남기는 것이며 추억만 남기는 것이 이별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화평이와의 이별은 슬펐지만 제게 따뜻 한 기억들과 함께 삶을 대하는 소중한 태도를 전해주었습니다. 이를테 면 행복이란 물질이 아니라 현재 만들어나가는 기억이며, 값진 이별의 선물 또한 물건이 아니라 함께한 추억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남기고 가는 건 심플하게, 살아있을 때는 차고 넘치도록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 "예를 들면,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일렁이는 듯한 느낌. 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너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 <선잠>,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소담출판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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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먹을 것인가

etc 2022. 12. 22. 11:58

- 음식 문화는 삶의 핵심에 자리한다. 우리가 어떻게 음식을 생산하고 거래하며 요리하고 먹고 낭비하는지, 음식에 어떤 가치를 매기는지는 생각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런 관습에서 구조가 형성되고 삶이 구축된다. 음식은 삶의 본질이자 삶의 깊은 은유다.
- 인간이 원래 가축을 길들이게 된 이유는 우리가 먹지 못하는 음식을 그것들이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이었다. 소와 양 은 기꺼이 풀을 뜯어먹고 돼지와 닭은 인간이 남긴 음식 찌꺼 기를 게걸스레 해치웠다. 그렇게 들판과 언덕, 뒤뜰에서 수년 을 함께 보내면서 소와 닭으로부터 우유와 달걀이라는 선물까 지 덤으로 얻고 난 뒤에 인간은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단계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모든 과정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아름답게 순환한다. 반면 공 식 사옥은 헛웃음이 나올 만큼 비효율적이다. 현재 전 세계 곡물 수확량의 3분의 1이 동물 먹이로 쓰인다. 인간이 소비한다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공장식 육류 생산방식에서 소비하는 물의 양은 전체 농림축산 업에서 소비하는 양의 3분의 1에 달하고, 배출하는 온실가스 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4.5퍼센트를 차지한다. 여기에 축 구장 크기에 맞먹는 유독성 슬러리 slurry (동물 배설물에 점토, 분탄, 시멘트 따위가 섞인 걸쭉한 물질-옮긴이)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더하면 숨은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이런 피해에 따 른 부정적 경제가치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지만 인도과학환 경센터 Indian Centre for Science and the Environment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공장식 버거 하나의 진정한 원가는 평소 우리가 지불하는 2달러가 아니라 약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에게는 식욕을 채우는 것이 잘 사는 것의 핵심이었다. 아테네가 내려다보이는 정원에서 그는 노예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맞이해 집에서 키운 채소와 빵, 물을 대접하고 치즈와 와인을 곁들이며 삶과 우주, 만물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간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행복의 열쇠라고 믿었다. 삶의 방식이 이렇게 와전되면서 널리 퍼진 경우도 드물다. 오늘날 에피쿠로스에서 비롯된 미식가epicure 라는 말은 식도락가와 동의어처럼 사용되면서 고상한 취향과 지식, 두둑한 지갑 덕분에 최고급 요리를 음미하는 이들을 가리키게 되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에게 이런 세련됨은 파멸에 이르는 길이었다.
즐거움이 삶의 목적이라고 말할 때 나는 난봉꾼의 즐거움이 나 낙천적 흥밋거리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 다. (...) 그보다는 고통과 정신적 불안에서 벗어난 즐거움을 의미한다. 즐거운 삶은 연달아 이어지는 술자리나 여성 및 소년과의 난잡한 성교 혹은 해산물 등 산해진미가 펼쳐진 호화로운 식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 소비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편안함과 기쁨 중 하나를 택하도록 끊임없이 압박하는데 조금 분명치 않은 점은 편안함을 얻으면 즉각적이고 현시적인 만족을 느끼지만 이후 그에 따른 상실을 명백히 경험한다는 것이다. 계속 이어지는 편안함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기쁨을 더 멀리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 기본적인 맛을 구분하는 것은 미뢰이지만 맛을 총천연색으로 찬란하게 전달하는 것은 후각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음 식에서 휘발된 물질(공기 중의 입자)을 코 천장에 위치한 후각세 포가 감지하면 뇌에 신호를 보내 음식이 들어오고 있다고 알 린다. 빵 굽는 냄새만 맡으면 침을 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식을 씹기 시작하면 더 많은 휘발 물질이 목과 코를 지나면 서 다시 한 번 감각세포에 이른다. 전비강과 후비강에서 보내 는 신호가 미뢰에서 보내는 신호와 결합할 때에야 비로소 우 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따라서 맛은 입안에서가 아니라 삼각측량을 통해 눈 바로 뒤에 위치한 안와전두피질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이 부위가 기억과 감정을 주관하는 부위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특정한 맛이 강력한 향 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 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차에 적신 마들 렌의 맛이 불현듯 불러온 어린 시절의 기억이 책 일곱 권에 총 4,0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이어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 따뜻한 액체와 부스러기가 입천장에 닿자마자 온몸에 전 율이 훑고 지나갔고 나는 하던 일을 멈춘 채 그 기이한 변화 가 일어나는 순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절묘하지만 독립적 이고 무심한 기쁨이 감각에 침투했는데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즉시 삶의 우여곡절에 무관심해졌고 삶의 재 난이 무해하게 느껴졌으며 삶의 덧없음은 환상이 되었다. 이 새로운 감각은 사랑이 그렇듯 내 안에 귀중한 정수를 채워 넣었다. 아니, 그 정수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그 자체였다."
- 맛은 행복의 근본을 이루지만 여러모로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이런 근본적인 기능을 몰라보았 을까? 답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의 조상 이 땅 가까이에 살았을 때는 지금의 개가 그렇듯 후각이 세상 을 형성했다. 하지만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 평선을 살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에 따라 시각이 더욱 중요 한 감각이 되었다.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은 약해졌지만 후각 이라는 원초적 감각은 우리 안에 깊이 내재해 인식하지 못하 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뇌피질(뇌에서 인간적인 부위) 은 고대 파충류의 두뇌와 후신경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진화했 기 때문에 맥기가 언급했듯 "냄새에서 마음이 비롯되었다"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 일요일 점심에 깜빡 졸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명할 수 있듯 소화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소화를 하는 데에만 안정시대사율RMR (쉬고 있을 때 신체가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옮긴이)의 10퍼센트가 쓰인다. 한편 인간의 뇌는 전체 체중의 2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RMR의 5분의 1을 소 비한다.  그렇다면 체육관에 가는 대신 주기적으로 십자말풀이를 하면 되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면 이내 낙담할 텐데, 이렇게 강도 높은 정신 활동을 해도 에너지 사용량은 아주 조금 증가할 뿐이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든 안 하든, 뇌가 언제나 살 아 있으려면 전력을 최대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 로 어떻게 보이든 뇌는 언제나 켜져 있다.
- 뇌와 내장은 인체가 생산하는 총 에너지의 3분의 1이 필요한 기관으로, 사실상 서로 경쟁하는 관계다. 더 큰 뇌를 원한 다면 내장을 줄여야 할 것이다. 비싼 조직 가설expensive tissue hy- pothesis이라고 알려진 진화의 논리가 그렇다.23 이런 관점에서 요리가 인류의 조상을 변화시켰다고 랭엄은 설명한다. 조리한 음식이 날음식보다 소화하기가 훨씬 쉬우므로 호모에렉투스 는 소화에 쓰던 에너지를 생각하는 데 쓸 수 있었다. 현대의 침 팬지처럼 음식물을 씹는 데 하루 여섯 시간씩 보내는 대신 더 많은 시간을 사냥과 사교에 할애할 수 있었다. 위가 줄어들고 뇌가 늘어나면서 더 모험적인 식단을 감행한 끝에 생선 같은 음식도 먹으면서 뇌가 가장 좋아하는 별 다섯 개짜리 연료인 오메가3 지방산을 가득 섭취했다. 그렇게 요리를 기점으로 진 화의 선순환이 시작되었고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다.
- 인간의 몸은 열악한 환경에도 잘 적응했다. 일례로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살아간 이누이트족은 단백질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간의 크기를 키웠다. 북유럽인 역시 다른 인간에게 없는(하지만 마사이족에게는 있는) 이점을 누렸는데, 바로 우 유속 탄수화물인 젖당 분해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약 5,000년 전에 폴란드와 터키의 양치기들 사이에서 처음 발생 했다고 여겨지는 유전 돌연변이 덕분에 북유럽인의 몸에서는 우유를 소화하는 유당분해효소(대부분 젖을 떼고 나면 이 효소가 사 라진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활성화된다. 우유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점이라는 것은 곧 이런 유전 돌연변이가 진화론의 형태로 빠르게 퍼져나갔음을 의미한다. 
- 요리가 발명된 이후 농업이 시작되면서 인간의 식단에 가장 위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 조상의 식단이 육류와 어류, 견과류와 나무딸기류 위주에서 곡류와 콩류 위주로 바뀌면서 먹는 음식의 구성뿐만 아니라 다양성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 다. 이제는 밀과 쌀, 옥수수라는 단 세 가지 식물 종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의존하는 기본 식량이 되었다. 33 인간을 먹 여 살리는 이와 같은 접근법은 회복력이 부족하다는 사실 외 에도 곡물 위주의 편식이 과연 인간에게 좋은 것이냐는 의문 을 낳는다. 일각에서는 인간의 몸이 곡물 위주 식단에 맞지 않 기 때문에 소위 원시인 혹은 팔레오 식단으로 되돌아가야 한 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곡물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반 문할 수도 있지만 잠시 제쳐두고 현실을 보자면 인간은 소화 기관이 유연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식단이란 애초에 존재하 지 않으며 그저 더 좋거나 더 나쁜 수많은 식이법이 있을 뿐이 라고 할 수 있다.
- 이누이트족이 번성한 것은 그들이 주로 먹은 바다표범과 바다코끼리가 물고기를 먹었고, 그 물고기가 오메가3 지방산 과 비타민C가 풍부한 조류 및 플랑크톤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 다. 그들의 식단은 단순해 보이지만 모두 지구에서 가장 큰 영 양의 보고인 바다에서 얻은 것이다. 지역의 음식 문화에 따라 사람들은 어느 지역에서든 잘 먹는 법을 익혔고 그에 맞추어 생리 기능이 적응했다. 이누이트족과 1845년에 그들의 영역으 로 운명처럼 표류한 영국 선원들의 큰 차이점이라면 현지인인 이누이트족은 바다 깊은 곳에서 식량을 끌어온 반면 이방인들 은 바다 위에 그저 떠 있기만 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런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
- 소고기는 미네랄과 비타민, 복합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슈퍼 푸드다. 인간에게 최고의 친 구라는 칭호를 두고 개와 앞뒤를 다투는 소는 풀을 씹어 먹는 반추동물로, 인간이 먹을 수 없는 섬유소를 영양이 풍부한 소 고기와 우유로 바꾸어준다. 소에게 반추위라는 꽤 큰 발효 탱 크가 있어서 복합분자를 잘게 부수어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고급 식품으로 만들어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소는 대부분 풀이 아닌 곡식을 먹고 자라는 탓에 이런 아름다운 시너지 효과를 보기 힘들어졌다. 소에게는 곡물이 맞지 않는 다. 곡물을 먹은 소는 영구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혈류로 독소를 내보내는데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항생제가 사용된 다. 소가 이런 패스트푸드를 섭취한다는 것은 곧 오메가3가 풍부한 근육이 아니라 오메가6 지방산을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인간의 식단에서도 오메가3 지방산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니 소와 인간 양쪽에 모두 좋지 않은 소식 이다. 녹색 채소와 어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은 뇌 기능과 시력, 항염증 작용에 중요한 슈퍼 푸드다. 오메가6 지방산 역시 우리 몸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기에 필요한 성분이지만 산업화된 식단을 통해 이미 과다하게 섭취되고 있 다. 이 두 지방산은 몸에 흡수되기 위해 경합을 벌이기 때문에 오메가6 지방산이 과다하면 오메가3 지방산은 더욱 결핍된 다. 두 지방산을 일대일 비율로 소비하는 것이 이상적이고(수 렵 채집을 하던 선조들이 그랬다) '4대 1 비율까지는 웬만큼 괜찮다 고 여겨지지만 서양인이 소비하는 비율은 10 대 1에 이르기도 한다. 이 정도면 정신과 육체의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 미국인의 60퍼센트는 오메가 3 결핍 상태이고 20퍼센트는 오메가3 수치가 심각하게 낮아서 감지할 수 없는 정도였다. 3 옥스퍼드 대학 생리학 교수 존스 타인John Stein이 말했듯 "오메가3 지방산의 결핍은 기후변화처 럼 심각한 수준으로 인간의 뇌를 바꿀 것이다"
- 다행히 인간의 뇌는 어떻게 먹는지를 규제하는 유일한 신체 부위가 아니다. 내장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뇌가 비대해 지면서 다소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위장 기관은 여전히 만만 치 않은 기관이다. 길이가 9미터에 표면적이 4,500제곱미터이 며(복식 테니스 코트 17개의 크기와 맞먹는다) 얼마 전까지도 가장 알 려지지 않았고 가장 가치 절하된 신체 부위였는데 이제는 이 야기가 다르다. 최근 현미경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내장에 1억 개의 신경 세포와 30개의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로써 내장이 두 번째 뇌로 기능하면서 위쪽에 위 치한 뇌와 서로 협력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59 이런 소위 장- 뇌 축은 우리가 먹는 방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감지하고 이해 하는 방식의 핵심을 이룬다.
변연계와 마찬가지로 내장은 동기 부여 회로와 함께 작용하면서 호르몬을 분비해 쾌락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뇌의 기능 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 속이 비기 시작하면 내장은 그렐린 과 PYY를 비롯한 '배고픔' 호르몬을 분비해 식욕을 돋우고 음 식을 찾도록 유도한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렙틴과 세로토닌 을 분비해 순서를 뒤집어 도파민 수용성을 줄이고 먹는 즐거 움을 줄인다. 그렇게 고통에서 쾌락으로 이끌었다가 다시 돌 아오기를 끝없이 반복하며 하루의 리듬과 동기화된 쾌락 주기 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뇌는 첫 번째 뇌에 명령을 내려 언제 먹는지 뿐만 아니라 생활 리듬까지 지시하는 등 우리의 기분 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사실로 미루어보면 내면의 소 리를 잘 들으라는 말이 단순히 은유적인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고, 임금 인상을 원할 경우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 요청하는 게 낫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 영국인이 뚱뚱한 이유 중 하나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 역 고유의 음식 풍습을 오래전에 저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프 랑스의 음식 문화는 비록 맥도날드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다 해도 여전히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프랑스인들의 식사 방법은 물론 생활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프랑스인은 음식을 상당히 진지하 게 생각한다. 일례로 미슐랭 가이드가 생긴 것도 사람들이 이 동 중일 때조차 잘 먹는 것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는 지금도 식품의 품질과 원산지, 계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 고 양질의 독립 식료품 매장이 여전히 흔히 보인다. 요리를 하 는 '옳고' '그른' 방법이 존재하며, 요리는 반드시 격식에 맞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영국인이나 미국인과 달리 프랑스 인은 음식을 음미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평일 한낮 에 파리 거리를 거닐다 보면 식당마다 푸짐한 점심을 즐기는 근로자들로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흔히 보이듯 샌드위치로 끼니를 급히 때우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65 다른 어떤 서방국가보다 음식과 식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은 뚱뚱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럽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인의 역 설이라는 말도 생겼다. 프랑스인이 치즈와 크림을 즐겨 먹기 로 유명한 데도 심장병 발병률이 부러울 정도로 낮은 사실을 빗댄 것이다.

- 미래의 집이 어떤 모습일지 몰라도 음식은 여전히 집의 핵심에 자리할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언제나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결국 집에 있는 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생활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음식은 좋은 삶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인간다움의 기본이다.
- 핀란드어에 시수sisu 라는 단어가 있다. 역경을 마주한 사람의 강인함과 투 지, 집념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자질이 있어야 1년의 절반이 춥고 어두우며 이웃 마을과 30킬로미터씩 떨어져 있는 지역에 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할 것이다. 이런 불굴의 의지 는 잘 알려졌다시피 몇 시간씩 침묵을 이어갈 수 있는 핀란드 인의 능력과 분명 관련이 있다. 사람과 지형은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나고 자란 곳에 따라 형성된다.
- 농사가 그렇게 보람이 없는 일이었다면 왜 사람들은 굳이 농사를 하며 골머리를 썩은 것일까? 간단히 답하자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온화해 진 결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현실 세계의 에덴동산(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는 푸른 숲)이 북쪽으로 물러나면서 초원과 작 은 사냥감만 남겨졌다. 더 따뜻하고 건조해진 기후 덕분에 인 구까지 늘어났으니 이제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 는 상황이었다.
인기가 있든 없든 농사는 급속히 퍼져나갔다. 기원전 1만년쯤 비옥한 초승달 지대 주변에서 시작된 농경 생활은 기원 전 5000년에 이르러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었고 기원전 2000년에는 거의 모든 인류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37 이 시기에 인류는 지금도 의지하며 살고 있는 동식 물(밀과 옥수수, 쌀, 보리, 호밀, 소, 돼지, 닭, 오리, 거위)을 재배하고 길 들였다. 그즈음 도시 생활도 나란히 증가했지만 인구 대다수 가 여전히 시골 지역에 머물렀고 이 현상이 21세기까지 이어 졌다. 5,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정착지에 사는 사람은 1800년 에 전 세계 인구의 3퍼센트에 불과했고 1950년에는 여전히 전 체 인구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38 지금은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대다수 사람의 고향은 농장이 었다.
- 음부티족 등과 비교해 현대인의 위신이 어쩐지 낮아 보인다면 이는 우리가 처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존 드라이든 John Dryden 이 1672년에 만들어낸 고결한 야만인이라는 말은, 최소한 로마 시대 이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야생에 사는 이들에게 경외와 감탄(그러면서 선심 쓰는 듯한 태도)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음을 압축해 보여준다. 농사를 짓는 한 인간은 기술이 새로이 진보할 때마다 이를 축복이자 저주로 받아들였다. 새로 운 기술은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켜준다는 의미에서 축복이었 고, 또 같은 이유에서 저주였다.
도시 문명으로 전환하는 오랜 기간 동안 인류가 치른 가 장 큰 희생은 세상과의 접촉이 끊어지면서 인간으로서의 기능 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외부 에 위탁하면서 우리는 일련의 어떤 기술을 다른 기술과 맞바 꾸었다. 풍경을 읽고 화살을 만들고 사냥감을 추적하는 기술을 저버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인터넷을 탐색하는 기술을 얻었다. 양쪽 기술 모두 그 맥락 안에서는 더없이 유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전자의 기술이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후자의 기술은 생존 과 다소 떨어져 있다. 수렵 채집인은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반면 현대인은 생존하려면 무수한 타인에게 의존 해야만 한다. 식량을 찾아 헤매던 선조들이 보았다면 입을 벌 리고 경탄할 만한 기술 역량을 얻었지만 컴퓨터가 아니라고 답할 때마다 좌절에 빠지듯 삶을 제대로 영위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 되었다.
노동과 지식의 분할로 도시 문명이 세워지고 인간은 개개 인의 총합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가 되었지만 진보의 여러 면면이 그렇듯 상당한 대가가 뒤따랐다. 일반적인 수렵 채집인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인류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거나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먹여 살리 거나 보호하는 일에 취약하며 전체적으로 자립하는 능력도 크 게 떨어진다. 부수적인 자극은 살면서 넘치도록 마주하지만 세상과 맺는 근본적 관계에는 늘 굶주려 있다.

-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좋은 사회는 "너의 이웃을 너 자신처럼 먹여라"라는 좌우명을 중심으로 세워질 것이다. 음식을 원래 있던 곳으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사회의 중심으로 되돌려놓는다면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인류의 역사 대부분에서 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마르셀 모스Marcel Mauss가 1950년에 《증여론》에서 말했듯 사회 는 선물 교환에 기반을 두었다. 일례로 파푸아뉴기니의 트로 브리안드 섬 주민들은 쿨라 Kula 라고 알려진 의식에서 조개 팔찌와 목걸이를 교환하기 위해 배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갔다. 그와 함께 음식 및 도구 같은 일상 물품도 교환되었겠지만 쿨라는 주된 거래망이라기보다는 명성이 높은 물물교환으 로 거래 당사자 양쪽에 명예와 지위를 수여하는 자리였다.
쿨라에 쏟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현대인의 관점에서 다소 기이해 보일 수 있다. 왜 수백 킬로미터씩이나 배를 타고 나가 익사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실용성도 전혀 없고 간직하지도 않을 물건을 교환하는 것일까? 모스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 런 선물 교환이 도덕적·정신적·경제적 접착제 역할을 하며 사회를 단결했다. “영혼은 사물과 얽히고 사물은 영혼과 얽힌다.
- 삶은 한데 어우러지고 이렇게 인간과 사물이 뒤섞여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 함께 버무려진다. 바로 이런 일이 계약 과 교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이런 선물 경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처럼 상호간의 높은 신뢰에 의존한다. 이 문화에서 선물 교환은 근엄 하고 엄숙한 행위이며 교환에 실패했을 경우 죽음이나 전쟁까 지 이어질 수 있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이와 같은 의무에 얹힌 막대한 부담을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그와 비슷한 감정은 간간이 느낄 수 있다. 가령 결혼식에 초대받아 행복한 예비부부에게 건넬 선물을 구입해야 할 때도 그렇다. 알맞은 샐러드 접시나 화병을 고를 때 느껴지는 불안은 지금 같은 물질주의 시대에도 선물에 영혼과 가까운 무언가가 담겨 있음을 나타낸다. 예비부부가 작성한 결혼 선물 목록이 있으면 선물을 고를 때 드는 노력과 당혹스러움을 면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즐거 움이 사라지기도 한다. 결혼 선물로 현금을 요구하는 요즘 추 세는 논리적이지만 삭막한 현대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런 복잡함에서 돈이 현대성의 발전에 그토록 중요한 한 가지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관념적이고 비인격적인 돈은 교 환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한때 사람들을 결속한 의식과 의무를 덜어준다. 사회적 유대는 행복에 필수적이지만 경제 발전과 대조를 이루기에 효율성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 가 된다. 사람들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 놀랄 것도 없이 돈은 음식에서 시작되었다. 곡식은 남을 수 도 있으며 쉽게 저장하고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초기 도시 의 교역에 이상적인 물질로 여겨졌다.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 를 해결하자마자 수메르인이 세운 도시국가인 우르크와 우르, 에리두에서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식량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3000년경에 교역망은 이들 도시국가가 자리한 남부 메 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리아와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으로, 동 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페르시아 만과 인도까지 뻗어나갔다.  수메르인은 밀을 수출하면서 구리와 원석, 청금석, 설화 석고를 들여와 사원과 집을 장식하고 몸을 치장했다. 세계 최 초의 도시에서는 곡물이 재산이었고 사원의 곡물 저장고가 지 금의 중앙은행 역할을 맡았다.
- 수메르인이 곡물만 재배한 것은 아니었다. 양파와 마늘, 완두콩과 콩, 렌즈콩, 오이와 상추, 무화과, 대추와 올리브, 포 도, 석류를 재배한 것은 물론이고 소와 양, 돼지를 비롯해 50종 이 넘는 어류를 키웠다.54 이렇게 다양한 물품을 거래하려면 물물교환보다 더 유연한 교환 수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장 이 필요해졌고, 시장이 돌아가게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돈의 초기 형태는 점토판이었다. 여기에 가령 소와 보리 를 교환한 거래 내역을 기록했다. 이런 거래는 추수가 한창일 때에야 성사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교환에 포함되기에 이르렀고 이로써 직접적 물물교환이 선물 계약의 초기 형태로 바뀌었다.  신용 전표나 차용증서를 발행해 거래 완료 시점을 연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돈이 하는 일인데 그 렇게 되면 거래 당사자 양측의 관계가 채권자와 채무자로 바 뀐다.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용 전표는 가치가 없 어지기 때문에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의 관계에 신뢰가 바탕이 되었고, 여기에서 신용거래 credit (라틴어 credo에서 유래한 것 으로 '나는 믿는다'라는 뜻이다)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
소 한 마리 값어치의 보리 양을 기록한 점토판은 물론 지금 우리가 아는 돈이 아니다. 이런 점토판으로 보리만이 아니라 소와 가치가 동등한 물건은 무엇이든,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발달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이때부터 돈이 가치를 드러내는 추상적 징표로 변했고 그 가치는 어느 때보다 신뢰에 의존하게 되었다. 초기 동전이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며 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ar가 자신의 얼굴을 동전에 새겨 넣은 것도, 그리 하여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백성들이 계속해 동전을 기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 사실 《국부론》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스미스는 1759년에 발표한 또 다른 역작 <도덕 감정론》으로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여기서 그는 우정과 공감 에서 얻는 행복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해도 분명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 의 행운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에게 행복이 꼭 필요하다고 믿 게 하는 원칙이 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은 남의 행복을 바라 보는 즐거움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 자본주의의 아버지가 했을 법한 말과는 정반대로 스미스는 인간이 느끼는 비참함이 대부분 "부자와 권력자를 존경하 고 심지어 숭배하면서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은 경멸하거나 적 어도 무시하는 잘못된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삐 풀린 듯 부를 좇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의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 들다. 사실 《도덕감정론》에서 스미스가 그린 좋은 삶은 '유용 성을 찾기 힘든 값싼 장신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공감하며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과 닮아 있다. 스미스에게 좋은 사회 란 탐욕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인간성과 정의, 관대함과 공공심'에 의존하는 곳이며 결국 사랑이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공감은 기쁨을 북돋고 슬픔을 달랜다. "
1759년에는 이렇게 애정이 넘치던 사람이 어떻게 1776년 에 이르러 '탐욕이 최선'이라는 괴물로 변한 것일까? '아무 이 유 없다'가 답이다. 모두 같은 사람이다. 사실 스미스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도덕감정론>을 퇴고하고 그 최종본을 《국부 론》 다음에 내놓았다. 소위 애덤 스미스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 리는 스미스의 저서가 상호 보완적인 두 세계를 그렸다는 사 실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의 여명기에 책을 쓰면서 그는 기계화의 이점을 목도했지만(핀 공장 사례는 실제 사례에 바탕을 둔 것이다) 머지않아 산업혁명이 야기한 참상을 목격하지는 못했 다. 산업화에 필요한 변혁이 오히려 그 사회를 파괴하는 광경 을 살아생전에 보지 못한 것이다.
- 손으로 직접 키운 유기농 농산물이 비싸 보이는 이유는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었다는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식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 비용을 반영하는 유일한 식품 종류라는 것이다. 다른 종류, 즉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95퍼센트 를 공급하는 산업 식품은 실제 생산 비용을 체계적으로(보통은 정부 보조금으로) 외부화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저렴 하다.
- 산업 식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중 대부분은 (산림 벌채와 토양침식, 수자원 고갈, 수산자원 고갈, 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농촌 인구 감소, 실업, 비만, 만성질환, 기후변화, 대량 멸종 등) 우리가 상점에서 지 불하는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외부 효과에 가격을 매 기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유기농 농장을 운영하는 영국 농부 패트릭 홀든Patrick Holden 이 설립한 '지속 가능한 식품 트러스트sustainable Food Trust'에서 2017년에 발 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인은 식품을 구입할 때 비용을 두 번 치른다. 대략 1,200억 파운드는 상점에 지불하고 같은 비용 을 숨겨진 외부 비용에 지불하는 것이다. 125 식품의 실제 원가 를 계산한다면 우리 자신과 지구에 끼치는 피해가 훨씬 줄어 들 뿐만 아니라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역 시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홀든은 주장한다.
- 식품 시스템과 사회가 서로 그대로 비추어 보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민주적 식품 시스템이 나무 모양일 수가 없 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선조들이 잘 알고 있었듯 식품을 다스 리는 것은 권력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기본 진 리다. 자유 사회를, 즉 민주적인 지구촌을 원한다면 식품 시스 템도 달라져야 한다. 독점이 아니라 연결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다시 자유주의와 로크가 말한 농업적 비전의 뿌리로 돌아가 식량 주권의 원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민주주의 안 에서 살고 싶다면 식량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
- 슬로푸드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는 우리가 '공동 생산자'가 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잘 먹는다는 것 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루소가 말한 좋 은 시민이 되는 것과 흡사한 사회적 책임이다. 누구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현실적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가 짊어진 도덕 적 의무는 음식이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문 앞에 도착하기를 기대하는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 스스로 먹고 사는 일에 적극 참여해 최소한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새벽 네 시에 감자를 캐거나 우유를 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동체지원농업이나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지원하거나 지역 농산물 꾸러미를 구독해 생산자라는 뿌리와 소비자라는 가지를 직접 연결하라는 뜻이다. 본질적으 로 좋은 음식을 정성스레 생산하는 이들에게 관심과 감사를 표하고 힘들게 번 돈을 그들에게 쓰라는 뜻이다.

-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먹는지가 인류의 운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의 운명까지 결정할 것이다. 음식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우리는 자연계 안에서 삶의 균형을 재조정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함께 만들 수 있다. 5,000년 후면 마침내 도시의 역설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길가메시 서사시》는 아주 훌륭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정치철학 서사로 볼 수도 있다. 신과 야수, 매춘부와 영웅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문명의 본질을 헤아리는 강력한 고찰이 담겨 있다. 세계 최초의 도시 사회가 낳은 이 이야기는 이후의 사회가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을 제기한다. 놀라운 점은 이 이야기가 쓰이고 4,000년 넘게 흘렀지만 그때의 질문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 문명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문명화에 이르기 위 해서는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가? 문명의 이중적 본질을 감안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 모두 도시 역 설의 일부이자 유토피아주의의 핵심이다. 길가메시가 보여준 두 가지 결정적 행위(성벽을 쌓고 숲을 파괴하는 것)는 인간의 가장 깊은 물리적 딜레마, 즉 창조하기 위해서는 파괴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의 임무는 자신의 필요와 자연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 대도시라는 카펫이 영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할 무렵, 이에 걸맞은 농업이라는 카펫이 미국 서부 대륙에 펼쳐졌고, 이 전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대초원(아메리카 원주민과 들소 수백만 마리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이 처음으로 동부 해안과 연결되었다. 1830년에 볼티모어와 오하이오 철도가 개통되면서 전에는 보 지 못한 규모의 경제 팽창과 생태계 파괴의 시대가 열렸다. 제 일 먼저 들소가 가죽을 위해, 혹은 움직이는 기차 위에서 즐기 는 스포츠를 위해 도살되었다.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대학살로 남부에 서식하던 들소 무리가 4년 만에 몰살되었다.  들소가 사라지자 곧이어 그들의 동지였던 아메리카 원주민이 흩어지 거나 보호구역을 떠났고 그 자리에 남겨진 평원과 초원은 곡물 생산지로 바뀌었다.
- 모든 철도가 시카고로 이어졌다. 시카고는 미시시피 유역과 가까운 미시간호와 맞닿아 있다는 전략적 위치 덕분에 새 로운 무역으로 이익을 얻기에 유리했다. 식량 조달을 간절히 원하는 미국 동부 해안과 유럽 도시에 식량을 전하기에도 이상적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곡식을 앞에 두고 시카고 사람 들은 잉여분을 처리할 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그렇게 해서 곡 식을 소먹이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1870년에 이 르러 시카고의 도축장인 유니언 스톡야드Union Stockyards가 도시 안에 2.5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도시를 형성하면서 직원 7만 5,000명을 고용하고 1년에 소 300만 마리를 도축했다. 윌리엄 크로논William Cronon이 《자연의 대도시Nature's Metropolis》에서 언 급했다시피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정육업자는 골머리를 앓았다. 문제는 어떻게 짐승을 도축할까가 아니라(이 부분은 무자비하게 효율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도축한 짐승으로 무엇을 할까"였다. 지금까지 정육업 (짐승에게 곡물을 먹이고 소금에 절인 곡물에 포장해 수출하는 것)이 돼지에 집중되던 것도 그만한 이유 가 있었다. 소시지와 베이컨, 햄은 돼지를 도축하고 한참이 지 난 뒤까지 고기를 보존할 수 있는 흔한 방법이었다.46 하지만 소고기는 달랐다. 미국인은 신선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했 다. 그렇기에 소는 대개 '살아있는 상태로 도착해 현지 정육 점에서 도축되었다. 정육업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한몫 챙기려면 현명해져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시카고의 최대 정육업자인 구스 타버스 F. 스위프트 Gustavus F. Swift, 다듬어진 소고기(도살된 사체) 를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미국 동부 해안까지 운반하면서 누구보다 큰 이익을 챙긴 인물이었다. 스위프트가 고안한 아이디 어는 각 궤도 트럭의 양 끝에 소금을 섞은 호수 얼음덩어리를 함께 실어서 차가운 공기가 소고기 사이사이로 흘러 신선함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운반 경로에 얼음 저장고가 몇 군데 있었기에 머지않아 1,5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보스턴에까지 소고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스위프트가 발명한 것은 식 품 물류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인 냉장 운반 경로, 즉 저온 유 통 체계였다. 시카고의 정육업체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파격적 가격을 내세우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도살된 공장식 소고기가 현지 정육점에서 사온 신선한 고기보다 낫다고 보스 턴 및 뉴욕 주민들을 설득했다. 
- 자본의 지리학
좋은 예로 최근 런던의 부동산 호황을 들 수 있다. 애나 민턴 Anna Minton 이 《거대 자본Big Capital》에서 주장하듯 최근 런던 부 동산 시장이 변화한 것은 이곳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갑 자기 밀려들어서가 아니라 규제가 대폭 완화된 런던의 주택에 현금을 예치하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소비 열풍이 일 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 국제투명성기구 Trasnparency Interna- tional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런던 소재 부동산 4만 4,022개가 놀랍게도 해외 기업의 소유이며 그중 90퍼센트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같은 비밀 관할구역을 통해 구입한 것이고 986개는 '주요 정치 인사'와 연계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런던은 세계 자금 세탁의 수도가 되었고, 불법으로 쌓은 재산을 세탁하려 는 부패 정치인과 독점 재벌들에게 런던의 최고급 동네는 벽 돌로 둘러싸인 안전 금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런던으로 현금이 쏟아지면서 파급 효과가 일어난 결과, 일반 런던 시민들이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도심은 부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런 현상에 외국인 투자자만 가담한 것이 아니다. 시의회 역시 절실히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 택단지를 무리하게 구입했다. 런던 서더크 지역에서 얼마 전 철거된 헤이게이트 주택단지 Heygate Estate의 주민들은 결국 살 던 집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슬라우나 로체스터로 흩어졌 다.5 런던 내 주거용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훨씬 뛰어넘자 신규 부동산은 건설되기도 전에 외국 투자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와 관련해 민턴은 이렇게 언급했다. "영국 주택 시장은 순수 시장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지역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 자본의 흐름과 이어져 있다. "
-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좋은 사회를 이끌 수 없다고 프루동은 말했다. 공산주의는 '독립성과 비례성'을 거부하고 자본주의는 '평등과 법'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 필요한 것은 이 둘의 이점을 결합한 정치적 제3의 길이다. "사회의 제3형태, 공산주의와 재산 소유가 통합된 형태를 우리는 자유라고 부른다. "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의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프루동은 말했다. "보유는 지속하면서 재산 소 유를 금하면 법과 정부, 경제 및 제도에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지구상에서 악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무정부주의자가 내놓은 원대한 생각은 사유재산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을 강타하고 좋은 삶에 대한 개념 자체를 공격하는 행위였다. 이 제안은 선뜻 많은 동의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이번 세기에 닥칠지 모를 사회적·생태학적 파국을 피하고자 한다면 필히 적용해야 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혁명이나 전쟁에 의지하지 않고 재 산이라는 들쭉날쭉한 경쟁의 장을 평탄하게 다지는 것이 가능 할까?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그 답을 제시할 수도 있 겠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조지가 알아낸바, 진보가 이행될 때 마다 빈곤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보로 창출된 부가 결국 노동자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라 토지의 가치를 높 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하워드 역시 시 도했으나 완전히 실현하지 못했는데) 모든 땅을 공동소유화하고 개별 토지 소유자에게 사용 특권을 누리는 대가를 청구하는 것 이다.
- 사유 토지를 매입하거나 몰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매입은 부당하고 몰수는 불필요하다. 해당 토지를 소유한 개 인이 원한다면 자신의 땅이라 부르고 싶은 것을 계속 소유하 게 하라. 계속해서 자신의 땅이라 부르게 하라. 그 땅을 사고 팔며 후대에 남기고 유증하게 하라. 알맹이는 취하고 껍데기 만 안전하게 남겨주면 된다. 땅을 몰수할 필요는 없다. 지대 만 압수하면 된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와 함께 조지는 악화하는 불평등을 단 번에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냈다. 바로 토지 기반 재산세를 부 과하는 것이다. 토지의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면, 즉 토지에 대 해 사실상 지역 공동체 지대를 부과하면 사회는 훨씬 더 공평 하게 부를 공유하고 사용 가능한 토지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 도심에 있는 땅의 경우 소유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 문에 매매 가격이 대폭 낮아질 테고, 결국 더욱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토지의 소유주는 빈 땅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높아서 도시 밀도를 높이고 무분별한 확장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농지는 투기적 가치가 없어지면서 가격이 떨 어질 테니 농부가 되려는 사람들도 손쉽게 토지를 얻을 수 있 을 것이다. 어떤 토지도 해외로 옮길 수 없으니 고대의 조세 회 피 기술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조지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 공하리라 굳게 확신한 나머지 "토지 가치 기반 세금 외에 모든 세금을 폐지하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
- 음식을 다시 소중히 여기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음식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는 곳, 즉 어디가 되었든 전통 음식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곳을 연구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알 프스 목초지나 브라질의 정글 시장, 카이로의 전통 시장, 이탈 리아의 올리브 과수원, 프랑스의 포도밭이나 도쿄의 도시 농 장 같은 곳에 인간을 공간과 풍경에 결속하고 서로 돈독한 유 대를 맺게 하는 음식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삶을 형성하고 시 간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음식의 힘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들 과수원과 포도밭, 시장은 모두 수 세기 동안 존재했다. 음식 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회복력 있는 문화를 이끈다는 주장에 근거가 필요하다면 이런 곳이 바로 그 증거다.

- 인류가 기술적 비전으로 아직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미시 세계의 진실이라는 극장에서 보았다시피 이제 우리가 싸움을 포기해야 할 때임을 깨닫는 것이다. 발견을 향한 항해에서 인간이 얻은 가장 위대한 통찰은 우리가 자연의 불가분한 일부이며, 그렇게 줄곧 자연을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이다.
-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면 이것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들도 당신과 나처럼 똑같은 일을 하고 있 다. 경쟁이 치열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번성하려 애쓰고 있다. 다만 미생물이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했을 뿐 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인 미생물이 등장한 것은 약 38억 5,000만 년 전, 전하를 띤 바다 입자가 열수 분출공(화산 작용으로 생긴 해저의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네랄 '수프'를 삼켜 원시세균이라 알려진 단세포체를 형성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공통 조상인 고세균은 세계 최초의 식사를 하면서 화학에너지를 사용해 탄소와 수소, 산소 및 질소를 처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을 형성함으로써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약 10억 년 동안 고세균이 유황 가득한 산성 지구를 지배 했는데 27억 년 전쯤 지독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남세균, 혹은 남조류가 바다에 증식하기 시작하면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흡수하고 폐기물로 산소를 내보낸 것이다. 광합성의 원시 형태인 이 과정이 지구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산소는 상당히 난잡한 요소로서 앞에 있는 모든 것과 결합했 는데, 특히 철과 결합하면서 지구 최초의 녹지대rust belt가 생겨 났다. 고세균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재앙이었다. 인류의 가 장 먼 조상인 고세균에게 산소는 치명적인 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죽거나 땅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고세균 은 영원이 추방되었다. 바다에서 포화 상태에 이른 산소가 차 츰 대기 중으로 새어나가면서 대산소 발생 사건 Great Oxygenation Event 이 일어났고 이로써 현재 대기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약 9억 년 전에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로 안정되면서 진화의 새로운 단계가 마련되자 복잡한 생명체가 진화하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지구 위를 걷게 되었다. 
다들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겠지만 식물이 햇빛과 물을 사 용해 광합성을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 부산물이 산소라는 사실은 오래전 생물 수업에서 배운 바 있다. 다만 이 과 정이 미생물에 의존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물세포에 포함된 기관으로 광합성을 수행하는 엽록체는 다름 아닌 인류의 오랜 친구이며 여전히 대기 중으로 산소를 신나게 뿜어내고 있는 남세균으로 이루어져 있다. 
- 우리가 숨 쉴 수 있게 하는 것 외에 남세균이 보유한 숨은 기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다. 첫 번째 장에서 보았듯이 질소는 동식물에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대부분 공기 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식물에 흡수되기 전에 고정되어야 한다. 하버 보슈법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이 유용 한 기능을 수행한 것이 남세균이었다. 가령 물에 잠긴 아시아 의 논이 한 세기가 넘도록 비옥하게 유지된 것도 남세균 덕분이다.
- 한 가지 예로 몬산토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초제, 라운드업 Roundup의 핵심 유독 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들 수 있다. 처음에는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발견이라며 농부 와 과학자 모두 입을 모아 환호했던 이 제초제는 맹독에 저항 할 수 있게 고안된 '라운드업 레디 Roundup Ready' 유전자 조작 작 물에 사용하도록 제작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들판에 이 제초 제를 마음껏 뿌리던 미국 농부들은 예상치 못한 잡초의 반격 에 낙담하고 말았다. 그 조짐이 처음 드러난 것은 2000년 델라 웨어의 콩밭이었고 이후 열 가지 이상의 다른 잡초(쥐꼬리망초, 명아주, 단풍잎돼지풀 등)가 나타나면서 22개 주에 걸쳐 400만 헥타르가 넘는 콩밭 및 목화밭, 옥수수밭이 타격을 입었다. 이름 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 라운드업 레디 잡초는 조심스러운 제비꽃과 전혀 다르다. 일부는 키가 2미터 넘게 자라고 줄기가 워낙 억세 농기계에 손상을 입힐 정도다. 이런 기괴한 식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자연은 진공을 꺼리기 때문에 쥐꼬리망초 나 명아주 및 그 동지들 입장에서 경쟁 상대가 사라진 채 광활 하게 펼쳐진 단일 재배 농지는 놓쳐선 안 될 기회였다. 한 잡초 과학자가 말했듯 '다윈식 진화가 빠르게 진행된 사례였다.
- 자연 앞에서 묘책은 답이 될 수 없다. 자연계는 본질적으로 복잡하며 상호성의 원리를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좋은' 미 생물은 자연적으로 병원균과 싸우고 자연의 포식자는 해충을 먹어 치우며 식물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파이토케미컬을 방 출한다. 34 자연은 복잡성을 통해 회복력을 키우지만 농업은 오 래전부터 자연의 단순화를 목표로 삼았다. 지구상에 있는 약 30만 종의 식용식물 중 17종만이 현재 인류 식량의 90퍼센트 를 공급한다. 35 농업이 없었다면 우리는 도시에 살 수도, 샌드 위치나 씨 없는 포도를 먹을 수도 없었겠지만 도시 시대에 접 어들면서 과거에 성행하던 잡초 제거와 품종 개량이 다시 우 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류의 식품 시스템은 능률적이고 효 율적이지만 동시에 취약하다. 이를 두고 할머니들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탈이 나는 법이라고 말할 것이다.
- 유기농 재배-채식 농업 접근 방식은 생태 학적으로 가장 유익해 보이지만 실제로 동물이 전통적으로 수 행하던 기능인 영양소 재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유기농 재배-혼합농업 방식에서는 클로버 같은 질소 고정 식물을 파 종하는 것이 상당히 효율적인데, 소가 뜯어먹을 수도 있고 그 에 따라 밭도 비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지면 이런 전통적인 가축 사육 방식에 내재한 이점 역시 거대해진다고 페얼리는 말한다. 예를 들어 돼지에 게 음식 찌꺼기를 먹이면 (오래된 관습이지만 유럽에서는 2001년에 구 제역 위기를 겪은 뒤 금지되었다) 영국에서만 연간 80만 톤의 돼지고 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인의 총 육류 소비량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더불어 인간의 식량 작물보다 일부 사료작물이 더 잘 자라는 곳에 사료작물을 파종하는 방안 역시 묵살해 서는 안 된다. 동물은 인간만큼 먹는 데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재배한 작물을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감자밭은 저 장 손실이나 불량품, 벗겨진 껍질 때문에 절반이 낭비될 수 있 지만 돼지는 그 땅에서 나는 것을 기꺼이 모두 먹어 치운다. 소 역시 수확이 끝난 땅을 즐겁게 뜯어먹으니 그곳이 놀라울 만 큼 엄청난 사료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미국 의 식품 분석가 J. G. 페이들J. G. Fadel이 1999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 밀과 쌀, 보리, 옥수수 및 사탕수수 등 세계 5대 작물 의 수확 후 잔여물만으로 젖소가 전 세계에 우유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물론 필요한 단백질의 3분의 1을 충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페얼리는 동물성 식품이 채소나 곡물보다 평균 1.2배 더 영양가가 높으므로 식물 기반 접근법의 일환으로 동물을 사육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열렬한 육식주 의자들이 황급히 달려가 바비큐 불을 지펴야 한다는 뜻은 아 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스테이크를 실컷 먹어도 되는 구실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페얼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 어디 에도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없다. 타당 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고기는 사치다.""그래도 '기본 가 축default livestock'이라 부르는 방식이 설득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 다고 한다. 기본 가축이라 함은 '채소에 지속 가능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농업 시스템에 없어서는 안 될 부산물로서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그랬듯 동물을 사육하면서 풀과 음식 찌꺼기, 수확 잔여물 등 안 그러면 바로 쓰레기가 되는 영양분을 먹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접근 방식을 택하면 서양에서 소비하는 육류 및 유 제품의 양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베이컨이나 치즈 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다. 페얼리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기본 가축 사육 방식을 전 세계적으로 시행할 경우 인류가 현 재 소비하는 육류 및 유제품의 절반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 다 시 말해 1인당 연간 고기 18킬로그램(주당 350그램)과 우유 39킬 로그램 (주당 우유 0.7리터 또는 치즈 75그램)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곡물 및 채소 재배로 발생하는 잉여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라고 페얼리는 말한다. 
- 식물과 균류, 부식질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이제야 하나씩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근권(식물 뿌리의 주변 영역을 일컫는 말로 독일 농학자 로렌츠 힐트너Lorenz Hiltner가 1904년에 이름 붙였다)에 유익한 미 생물이 가득한 것은 식물이 특정 분비물을 배출해 이들을 계 획적으로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이런 미생물은 '근위병' 역할 을 하면서 잠재적 병원균을 식별하고 필요에 따라 이를 교체 하거나 퇴치해 숙주를 보호한다. “당분으로 미생물을 유인하 는 것이 식물계가 행하는 방어 전략의 핵심"이라고 몽고메리 와 비클레는 말한다. 
이런 협력 관계가 얼마나 유익한지는 식물이 이 관계에 얼마나 막대한 투자를 하는지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미생물을 끌어들이는 분비물은 식물의 총 당분 생산량의 40퍼센트까지 차지한다. ' 이런 달콤한 간식 외에도 식물은 아미노산과 비 타민, 파이토케이컬 등으로 잔치를 열어 미생물 동업자를 후하게 대접한다. 힐트너가 추측한 것처럼 식물은 파이토케미컬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특정 미생물을 모집하고 행동을 지시한다. 그 대가로 미생물 신병은 식물에 메시지를 보내 위험이 임 박했음을 경고하고 이에 대응하는 면역 반응을 촉발시킨다. 공격을 받는 식물은 균근 고속도로를 통해 서로 경고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J. R. R. 톨킨J. R. R. Tolkien 이 그렇게 기상천외한 것도 아니었다. 나무는 실제로 말할 수 있다.
이런 발견은 산업식 농업의 기본 원칙에 이의를 제기한 다. 먼저 농부들이 태곳적부터 수행한 쟁기질이 식물과 토양 에 매우 중요한 균근 네트워크를 파괴하기 때문에 상당히 해 롭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본의 농부 마사노부 후쿠오카Ma- sanobu Fukuoka가 보여주었다시피 쟁기질을 하지 않고도 완벽히 효율적인 데다 훨씬 더 생산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가능 한 한 자연과 가까이 살기 위해 후쿠오카는 자연농법 혹은 '아 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을 개발했다. 벼와 호밀, 보리를 엇갈 아 재배하면서 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오래된 작물 위에 새작물을 바로 파종하고 수확한 작물의 짚을 밭에 뿌려 잡초의 성 장을 막았다. 후쿠오카는 1975년에 출판한 책 《짚한 오라기의 혁명》에서 이렇게 썼다. "이보다 더 간단하게 곡물을 재배하 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씨를 뿌리고 짚을 깔기만 하면 되는데 이런 단순한 방식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107 이런 자연농법('무경운' 농법이라고도 한다)을 적용하면 할 일이 별로 없 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좋아서 수확량이 이웃 농장과 일관 되게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고 한다. "이 방법은 현대 농업 기 술과 완전히 모순된다. 기계도, 준비된 비료도, 화학약품도 쓰 지 않는 이런 농사를 지으면 일본의 평균 농장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확물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
- 인간 미생물 군 집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스펙터는 인간의 내장 환경을 잘 알 고 있다. 2016년에 그는 BBC의 <푸드 프로그램>에 출연해 탄 자니아로 떠났고 사흘 동안 하드자Hadza 족과 함께 식사하며 생 활했다. '15 하드자족은 아침으로 톡 쏘는 맛의 희부연 바오밥 주스를 마시고 뒤이어 나무딸기류와 덩이줄기, 꿀, 땅벌레와 가끔 호저 고기 한두 조각을 곁들인 간단한 식사를 하는데 스 펙터는 이들을 '미생물 군집계의 슈퍼스타'라고 칭한다. 그들 식단의 미생물 다양성이 평균 서양인의 식단보다 40퍼센트 더 높은 까닭이다. 이들이 섭취하는 미생물 중에는 유럽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종도 더러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일부는 날씬한 몸을 유지하거나 질병과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제 이런 미생물을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기 전에 찾아내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와 하드자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채취한 대 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스펙터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 며칠 만에 그의 미생물 군집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뀐 것이다. 다양성이 훨씬 높아졌는데 아커만시아Akkermansia 와 크 리스텐시넬라 Christensenella와 같이 날씬한 몸과 관련된 미생물 은 물론 염증을 완화하는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 Faecalibac- terium prausnitzii의 수치가 극적으로 높아졌다. 스펙터의 미생물 중 2퍼센트는 서양에서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집단으로, 식물과 토양에는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 인간이 마주한 딜레마를 해결할 쉬운 답은 없지만 우리 앞에 어떤 장애물이 놓여 있든 음식이 길잡이가 될 것이다. 누구도 음식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음식은 우리보다 앞서 존재하고 우리의 앞을 내다보며,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우리보다 오래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세계와 묶어주는 이 관계는 결국 인류의 가장 큰 희망이다.
- 미국의 외과의 아툴 가완디 Atul Gawande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현대 의학이 인간에게 큰 혜택을 안겨주었지만 역 설적이게도 인간에게서 좋은 죽음을 앗아갔다고 주장한다. 현 대사회에서 우리는 대부분 집에서 친구와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화로이 죽음을 맞기보다는 튜브를 잔뜩 낀 채 여기저기서 기계 소리가 들리고 네온 불빛이 켜진 병동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다. 의료 훈련이 삶의 끝을 다루기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진 탓에 의사와 환자 모두 비현실적으로 편향된 임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가완디는 말한다. 많은 의사들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환자의 목숨을 연장하려 하고 불치병에 걸린 환자의 죽음마저 일종의 실패로 바라본다. 그 결 과 환자는 고통을 연장하는 것 외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가혹한 치료를 받고 “의료 개입을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의 마지막 한 주 동안 삶의 질은 형편없이 낮아진다"
단순히 목숨을 연장하는 것보다 죽음이 더 우선순위에 있 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많은 이들이 끝없 는 치료에 굴복하기보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여행을 떠나거나 그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을 맞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질과 양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숨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 은 마지막을 위해 남은 수명을 내놓을 것인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고 가완디는 주장한다. 이 사실을 직면할 즈음에는 대다수가 너무 아파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치료를 기본 선택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맞서기보다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미리 직시해야 한다. 고통 완화 치료는 삶의 마지막 몇 주를 앞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을 받은 즉시 해야 한다. 암에 대응하기 Coping with Cancer라는 미국의 한 프로그램에 따르면 환자들이 자신 앞의 선택지를 고민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경우 많은 이들이 죽음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치료를 포기 하고 일찍 호스피스 시설에 들어가는 편을 택했다. 그 결과 그 들은 "필요 이상의 고통을 받지 않았고 신체 기능이 더 온전했으며 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환자들이 사망한 뒤 6개월이 지났을 때 유가족이 반복되는 우 울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현저히 줄었다" 잘 죽기 위해서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고 남은 삶을 더욱 마음껏 즐길 수 있다. 2010년에 매 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경우 여생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치료 초기에 고통 완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임종 때 고통 을 덜 느낄 뿐만 아니라 평균 25퍼센트 더 오래 산다는 사실 이 밝혀졌다. 가완디가 말했듯 이런 결과는 "불교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삶에 대한 미련을 놓을 때야 비로소 오래 살게 되는 것"이다."
- 실제로 사람들은 요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팀 잉골드가 언급했듯 전통 사회에서 시간은 과업 지향적이고 사회적이었다. 일상의 활동을 추상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간이었다. 사실 과거에 시간은 삶에 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에 관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E. 에번스프리처드 Edward E. Evans-Pritchard가 설명했듯 남수단 누에르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 누에르어에는 '시간'에 해당하는 표현이 없다. 따라서 누에르족은 시간을 보내고 낭비하고 아낄 수 있는 무언가로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은 시간과 싸운다거나 추상적인 시간의 흐름 에 맞추어 활동을 조정해야 하는 등의 감정을 평생 겪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기준이 되는 것은 주로 활동 자체 이기에 그들은 무엇을 하든 여유롭다. (...) 누에르족은 운이 좋다. 
에번스프리처드가 언급했듯 시간 앞에서 평온할 수 있는 누에르족의 여유를 누구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 수면 부족 에 시달린 채 밤낮없이 초고속으로 이어지는 지금 우리의 문화와 완전히 동떨어진 삶의 방식은 상상하기 힘들다. 서양에 서는 산업혁명과 함께 삶이 일과 여가로 나뉘고, 시간이 돈이 라는 프랭클린의 숙명적 관념이 퍼지면서 시간적 자유가 산산 조각이 났다. 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가 기계의 신화》에서 언급했듯 기계시대의 도래를 알린 것은 기차가 아 니라 시계였다. '자동 기계의 모범'과 같은 시계는 시간과 공간 을 수량화함으로써 '서양인이 전 지구에 퍼뜨린 통제 시스템 에 없어서는 안 될 일부'가 되었다. 25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 F. 슈마허는 시간이 상품화하면서 인간이 생산자와 소비자로, 즉 시간 논리의 노예가 된 불완전한 두 반쪽으로 갈라졌다고 말했다. 
-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기 시작하는 것이니 죽음을 대비하기가 쉬울 수도 있다고 세네카는 말했다.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매일매일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 럼 두려움 없이 늘 즐겁게 보낼 수 있을 테니 현실을 받아들이 는 것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비결이라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 은 수명이 아니라 삶을 충실하게 사는 능력이었다. 세네카는 “충분히 오래 살았다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 라고 썼다.  그러니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만끽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노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자. 삶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면 즐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과 일은 떨어지기 직전에 가장 환영받고 젊음은 끝나갈 무렵에 가장 매력적이다. 마지막 술잔은 그 사람을 기쁘게 한다. " 인간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생을 연장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했다.
광대하게 펼쳐진 시간의 심연을 마음의 눈앞에 놓고 우주를 생각하라. 그런 뒤 소위 인간의 삶과 무한함을 비교해보라. 그러면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면서 늘리고자 하는 것이 얼마 나 보잘것없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서기 65년, 그동안 설교한 바를 실천해야 하는 순간이 세네카에게도 다가왔다. 황제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고 의심한 네로가 세네카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명하면서 죽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친구와 가족을 불러 모아 상심 하지 말라고 이른 세네카는 침착하게 자신의 혈관을 그은 뒤 삶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사이 그 의 삶은 서서히 스러져갔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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