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중에는 생명권과 자유권, 행복 추구권이 있다.
1776년 7월 4일에 제2차 대륙회의 second Continental Congress에서 서명이 이뤄진 미국 독립선언문 American Declaration of Independence에는 위와 같은 내 용이 적혀 있다. 제2장에서는 생명과 자유라는 중요한 개념은 잠시 제 쳐두고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행복 추구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Thomas Jefferson 이 영국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 의 영향으로 이런 글을 쓴 것인지, 혹은 행복이라는 문제에 대한 제퍼슨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대 그리스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제퍼슨이 개인 비서 윌리엄 쇼트william Short에게 보낸 서신을 보면 그는 자신을 기원전 4세기에 활약한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의 추종자라고 밝혔다.
- 에피쿠로스 학파의 기본 교리는 “쾌락이 축복받은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것이었다. 목가적인 환경에서 이런 교육이 이뤄졌다.
비슷한 취향과 공통된 교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우정을 나누 는 소수의 남녀가 아테네 교외에 있는 정원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 었다. 이들은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며 철학에 관한 이야 기를 나누고 사교 생활을 즐겼다. (중략) 사랑하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경쟁과 야망을 녹이고, 부당하다는 생각과 인류에 대한 고민으로 불타오르며 불안함을 조장하는 사람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작은 대학의 평온하고 한가한 나날이었다. 고풍스러운 품위와 교양 넘치는 태도로 더욱 기품 있어 보이는 조용하고 공상적이며 속세와 동떨어진 삶이었다."
에피쿠로스는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탐닉을 추구하는 삶을 옹호한 아리스티포스보다 한층 품위 있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에피쿠로스 는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쾌락이 목적과 목표라고 말할 때의 쾌락은 난봉꾼의 쾌락이나 호 색의 쾌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쾌락이란 즐거운 삶을 위해 끝없이 술을 마시고 흥청대며 놀거나 섹스에 빠져들거나 호화로운 식탁에 앉아 산해진미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네."
- 즉, 냉철한 추론 sober reasoning 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에피쿠로스는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쾌락이 “모든 선택과 모든 혐 오의 출발점” 이긴 하지만 “신중함과 명예,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지 않 고서는 쾌락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모든 쾌락을 추구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쾌락이 발견될 수도 있다. 특히, 폭음 후에 뒤따르는 숙취, 범죄를 저질렀을 때 따르는 처벌 등 나중에 해악이 뒤따르는 쾌락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사실 에피쿠로스는 화려한 정원을 소유하기는커녕 매우 소박한 삶을 살았다. 대개는 식빵과 물을 주식으로 삼았으며 이따금 치즈를 곁들였을 뿐이다. 에피쿠로스의 추종자들 역시 검소했다. 심지어 잔치가 열렸을 때조차 검소하게 굴었다. 디오게네스는 “그들은 행사가 열릴 때면 언제나 물과 섞은 와인 반 파인트에 만족했으며 그 외에는 철저히 물만 마 셨다.”라고 기술했다. 쾌락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는 학파가 이런 관습을 갖고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 쿠키를 하나 먹으면 대개는 쾌락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미 10여 개를 먹은 후라면 쿠키를 하나 더 먹더라도 쾌락이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쩔 때는 오히려 쾌락이 줄어들기도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전략은 새 쿠키를 곧장 먹는 것이 아니 라 쿠키가 또다시 쾌락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될 때까지 쿠키를 먹지 않고 두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스크림, 생선, 고기, 우유, 그 외에 쉽게 상하는 제품에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 상하기 쉬운 물품을 소유한 사람은 해당 물품을 돈과 교환할 수 있으며 적당한 때에 쾌락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물품과 돈을 다시 교환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물론 속담에도 있듯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 돈과 부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던 과거와 현재의 철학자들은 아리스티포스와 에피쿠로스에서부터 로크, 벤담, 제 퍼슨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이 분명하게 언급한 자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바로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이 격언은 인간 본성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추가로 다시 설 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를 수학적으로 설명을 해보자면 이는 돈 혹은 부가 x축에 위치하 고, y축에는 그에 상응하는 효용이 위치하는 그래프에서 그래프선이 항상 상향 이동한다는 뜻이다. 좀 더 수학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부의 효용함수를 한번 미분하면 항상 양수이다.
- 벤담은 효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둔화한다는 사실을 공리로 명시함으로써 무려 2,000년이나 앞서 그 같은 사실을 추정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70년 전에 베르누이가 발견한 인간 행동에 대한 기본 원리를 있는 그대로 언급했다. 물론 베르누이와 벤담 이 이 원리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정치학자였던 벤담은 질적인 방식으로 이 원리를 표현한 반면, 수학자인 베르누이는 수학적인 표현을 택했다. 두 사람의 뒤를 이은 사상가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개념인 '효용'에 정확한 숫자를 부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 베르누이가 중단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한 최초의 인물은 피에르-시 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라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벤담보다 1년이 늦은 1749년에 태어난 라플라스는 베르누이 가문이 17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18세기에 가장 유명했던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또한 라플라스는 150여 년 동안 막연한 기초에 머물러 있었던 확률 이론이 좀 더 견실한 이론적 기반 위에 올라서도록 발전시킨 최초의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 베버는 차이를 판단하려면 정확한 숫자로 표현한 수치가 아니라 비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매우 흥미로운 심리학적 현상' extremely interesting psychological phenomenon 이라고 여겼다. 베버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나는 온스를 사용하건 로트를 사용하건 무게를 성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결국 같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 가된 무게의 절대적 그램 수가 아니다. 추가된 무게가 이전 무게와 비 교해서 1/30 인지 1/50인지이다. 두 선의 길이나 두 음색의 높이를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 노숙자는 1달러를 주면 너무나도 고마워하겠지만 억만장자가 부의 변화를 알아차리려면 1달러의 10만 배에 달하는 금액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맥락이 완전히 다르긴 했지만 베버는 다니엘 베르누이가, 그리고 그에 앞서 가브리엘 크라메르가 옳았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따라서 우리는 추가된 무게를 인식하는 문제가 그렇듯 늘어난 부를 인식하는 것 역시 처음에 얼마를 갖고 있었는가에 좌우된다고 규정할 수 있다.
- 역사적인 데이터는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따라서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경제 제도를 수립하고 규제를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멩거의 확신은 열렬한 자유방임주의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 어떤 정부의 개입도 없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이끌어나간다는 멩거의 발상은 아인 랜드 An Rand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 려진 작가 알리사 지노브예브나 로젠바움 Alisa Zinoyeuna Rosenbaum에서부터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와 노벨 경제학상 수상 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Friedrich Hayek 를 거쳐 대통령 후보였던 론 폴Ron Paul,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 Paul Ryan에 이르는 자유주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게임 이론과 경제 행동이 금세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않았다. 이 책에는 기존 경제학과는 너무도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게임 이론과 경제 행동》은 최대치나 최소치에 관한 평범한 문제는 다루 지 않았으며, 실생활 경제와 관련해서는 평범한 교환 상황이나 평범한 독과점 상황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시장 참가자의 착취, 개발, 대체, 상보성, 연합, 힘, 특권 등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이런 식으로 경제학을 훨씬 넘어서서 정치학 및 사회학의 영역까지 뻗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책이 출판된 직후에는 반응이 기껏해야 미온적이었을 뿐이었다. 두 저자는 자신들의 이론이 인정받으려면 한 세대가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플랑크Max Planck가 이야기했듯이, “과학적 진실이 승리할 수 있도록 꼭 반대 세력을 설득하고 그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 세력도 언젠가는 죽을 테니, 그들이 죽고 과학적 진실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면 그제야 비로소 과학적 진실이 승리하게 된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타인은 플랑크의 이 같은 견해에 대해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 구불구불한 효용함수wiggly utility function(두 저자가 말하는 효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해석되는 경우)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편으 로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박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구불구불한 모양이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계층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오목 구간과 마지막 오목 구간은 각각 부의 수준이 낮은 계층과 부의 수준이 높은 계층을 나타내며 중간에 있는 볼록 구 간은 좀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한 모양은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타인이 제시한 틀과 제법 일치한다. 그들이 제시한 공리에 전혀 어긋나지 않으며 의사결정자들은 효용을 극대화한다(물론 일부 구간에서 효용 곡선이 볼록한 모양이긴 하지만 말이다).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제안한 이론은 비단 복권이나 카지노 도박뿐 아니라 투자 결정, 직업 선택, 기업가적인 프로젝트 같은 모든 종류의 위험한 행동에 관해 설명한다. 하지만 한 가지 수수께끼가 계속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자문했다
- “사람들이 도박을 하거나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구불구불한 효용 곡선을 고려하고,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과 도박의 배당률을 알고, 도박이나 보험 상품의 기대효용을 계산할 수 있고, 기대효용의 크기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 아닐까?”
그렇다. 틀림없이 비현실적이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효용함수를 검토하고 복잡한 계산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새비지는 이런 식의 이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의사결정자들이 마치 효용함수를 검토한 것처럼, 마치 배당률을알고 있는 것처럼, 마치 기대효용을 계산한 것처럼 행동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론의 타당성은 가설과 관련 있는 결정 의 종류를 충분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두 사람은 비유하자면 당구를 치는 사람이 마치 탄성 충돌 방정식 equations of elastic colisions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눈대중으로 각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재빨리 계산한 다음 공을 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일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구불구 불한 효용 곡선은 꽤 잘 설명해주고 있다.
- 마코위츠는 “카드 게임, 주사위 게임 같은 부류의 게임을 할 때 사람들이 '적당히 돈을 잃는 상황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즉, 위험 회피적으로) 게임을 하고, 적당히 돈을 딸' 상황에서는 좀 더 거침없이 (즉, 위험을 감수하는 식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이 흔히 관찰되는 점에서 미뤄보면 이 같은 사실이 옳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코위츠는 효용 곡선이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가에 관해 추가로 몇 몇 의견을 제시했다. 마코위츠의 효용 곡선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이 익) 속도보다 왼쪽으로 떨어지는(손해) 속도가 빠르며 위가 불룩한 구 간과 아래가 불룩한 구간이 이어지고, 곡선의 양쪽 끝 굴곡 모양을 보 면 부의 수준이 높은 구간이 부의 수준이 낮은 구간보다 현재의 부에 서 더 멀리 위치한다.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효용 곡선과 마찬가지로, 마코위츠가 제안한 여러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는 곡선 모양은 사람들이 보험과 도박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제안한 곡선과는 반대로 마코위츠의 곡선을 채택하면 중간 정도의 부를 가진 앨버타가 부유해질 수도 있고 가난해질 수도 있는 도박, 즉 보험 통계적으로 타당한 도박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둘러싼 앨버타의 역설을 피할 수 있다.
-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은 선택의 지름길을 택한다.
그렇다면 사이먼은 수학 모델 대신 무엇을 제안했을까?? 그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좀 더 현실성 있게 묘사하려면 경제적 인간 이라는 이상화된 생각을 버리고 인간의 마음 그 자체를 파헤쳐야 한 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이 아니라 심리학에서 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런 이유로 사이먼은 55년 발표한 획기적인 논문에서 경제적 인간의 합리성이 “실제 환경에서 실질적인 계산 능력 및 정보 접근성을 바탕으로 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행동”으로 대체될 것이라 고 기술했다.
사이먼은 너무 많은 선택 방안이 존재하고, 모든 선택 방안을 분석하기가 어렵고, 모든 것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한 탓에 사람들은 최고 의 대안을 선택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대신, 인간은 정의하기 어려운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지름길을 택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용인되는 방안을 찾아내고 그 방안을 따르는 것이다.
-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 무엇인지 결정 한 다음 그 수준을 충족하거나 뛰어넘는 첫 번째 방안을 선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은 최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흡족한 해 결 방안, 자신의 열망을 만족시키는 해결 방안, 즉 '최소한의 필요조건 을 만족시키는 해결 방안'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의사결정자들은 진정한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한 힘든 탐색 과정을 회피할 뿐 아니라 최적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만족시키는 선택 방안을 찾기 위해서 휴리스틱'heuristics 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플레이션 이야기 (0) | 2022.02.05 |
---|---|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0) | 2022.01.26 |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0) | 2022.01.08 |
데모테크가 온다 (0) | 2022.01.03 |
2022 미래지도 (0) | 2021.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