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신입 인공지능

IT 2020. 11. 19. 19:50

- 세계 최대의 금융 기업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MIT와 하버드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인 켄쇼Kensho Technologies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스템은 자연어 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법을 사용해 금융 관련 질문 에 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포브스Forbes의 보도에 따르면 검 색창에 일상 언어로 검색하기만 해도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응답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Warren은 약물 승인, 경제 리포트, 통화 정책 변경, 정치적인 사건을 포함한 9만 개 이상의 변수action들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금융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분석 함으로써 6천 5백만 가지의 질문 조합에 즉각적으로 답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골드만삭스에는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600여 명에 이르는 주식 트레이더가 근무했지만 2018 년엔 단 2명만 남았고, 컴퓨터 엔지니어의 수는 9,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혁신 기술을 통한 금융의 자동화가 조직 구성원의 비율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의 구글로 불릴 만큼 엄청난 숫자의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는 데, 이미 직원 3만 6천 명 중 무려 25%가 기술직으로 채워졌습니다. 골드만삭스 회장이 2015년에 '골드만삭스는 IT회사'라고 선언했던 것이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 2016년부터 조지아 공대에서 온라인 수업을 담당하는 조교는 인공지능입니다.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질 왓슨jill Watson'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조교는 수업 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쪽지 시험이나 토론 주제를 제시하는 식으로 조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 인공지능은 과거 수업에 올라온 질문과 대답을 통해 게시물을 학습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1만여 개에 달하는 학생들의 질문 중 40%에 대답했습니다. 이 수업의 담당 교수가 알려주기 전까지 조교가 인공지능이었다는 것을 알아챈 학생은 없었으며, 심지어 인공지능 조교가 해당 학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교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 인공지능이 음성을 듣고 바로 언어를 인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인공지능은 문자를 학습했습니다. 요즘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구글 번역기도 텍스트 번역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에게 음성을 들려주면 기계가 그것을 텍스트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명 음성 대 텍스트Speech-to-Text 변환기술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Text-toSpeech 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배고프다'라는 문장을 보여주면 이것을 소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이것을 모두 이어붙이면 정말 놀라운 일을 할 수 있 습니다. 한국말로 나는 배고프다'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이것 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한 다음 여기에 맞는 'I am hungry'라는 영어 문장을 텍스트로 생성하고, 다시 이것을 소리 로 바꾸어 출력시키는 것입니다. 한국어 음성만 들려주면 한 국어 음성 한글 텍스트-영어 텍스트-영어 음성'으로 변환되 는 전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번에 발표된 구글의 트렌스레이 토트론Translatotron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음성을 텍스 트로 변환하는 등 몇 단계로 나뉠 수밖에 없었던 번역의 중간 과정을 모두 삭제하고 음성에서 음성Speech to Speech 으로 바로 번역하도록 한 것입니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나 억 양의 특징까지 그대로 살립니다. 내가 배고프다'고 말하면 내 목소리 그대로 I am hungry'라는 영어 음성이 출력됩니다. 인공지능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특징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음성 번역' 이라고 번역해서는 그 느낌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차라리 '목소리 번 역에 가깝습니다. 내 목소리를 이 언어에서 저 언어로 번역 해 주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인공지능은 학습의 신입니다. 재밌는 것은 인공지능이 음성을 학습하기 위해서 사용하 는 재료가 음성 자체가 아닌, 음성을 변환한 시각 정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컴퓨터 비전이 등장합니다. 이 그림은 영어로 'nineteenth century'라고 말한 것을 시각 정보로 변환한 스펙토그램spectrogram 입니다. 세로축이 주파수고 가로축이 시간을 나타냅니다. 그림에 보이는 색깔은 진폭 의 강도를 나타냅니다. 이처럼 소리를 시각 정보로 학습한 인 공지능은 소리를 만들어서 출력할 때도 이와 같은 시각 정보 를 출력합니다. 이 시각 정보가 보코더 vocoder를 거쳐 스피커 를 통과하면 비로소 인간에게 유의미한 음성 언어로 들립니다.
-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이런 시스템의 적용이 어려운 반면, 중국의 경우 공안의 적극적인 도입의지에 따라 2015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13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이상의 정확도로 판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톈왕Sky-Net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9년에 인공지능이 10년 전 납치된 아이를 찾아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IT기업 텐센트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연령별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덕분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노화가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때 얼굴 윤곽의 변형이 발생합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얼굴이 노화로 변해가는 패턴을 학습했고 실종 당시의 사진을 토대로 현재의 얼굴을 추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셜록 홈즈가 울고 갈 지 경입니다. 중국은 매년 수백만 명의 실종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인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95% 이상의 정확도로 불과 몇 초 이내에 수천만 명의 얼굴을 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종자 수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텐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이미 수사에 투입되어 경찰과 공조하고 있으며 푸젠성 공안과의 협력으로 1천명 이상의 실종자를 찾았습니다.
- 자율주행을 통해 물자와 서비스가 스스로를 움직여서 사용자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온다면 사람이 직접 이 동해야 할 이유는 자연스럽게 소멸됩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운송업의 일자리 문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면 이것은 20만 년 동안 인간 이 살아왔던 방식을 뒤집는 거대한 변화라는 것을 깨닫게 됩 니다. 흔히 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기술의 실체를 스스로 운 전하는 차'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물류에 대 한 개념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물류혁명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물류는 사람이 물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가지 고 온다는 개념으로 이해됐지만 앞으로는 물건 스스로 사람 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는 개념으로 바뀔 것입니다.”
-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게으름은 오히려 너무나도 훌륭한 생존 전략입니다. 딱 살아남을 만큼만 일하겠다는 최적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이런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이 상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은 자연이 부여한 최적화 전략에 게으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때로는 비난까지 하면서 '근면, 즉 더 열심히 살 것을 주문합니다. 특히 문화적으로 그렇게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가 40억 년간 일구어 온 게으른 생존 전략이 불과 몇천 년의 문화적 교육을 통해 바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여전히 게으릅니다.
- 알파스타가 보여준 성과가 놀랍기도 합니다만, 더욱 놀라운 것은 알파스타를 개발한 연구진의 창의성입니다.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살피다 보면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기계에 한 번 놀라고, 그런 기계를 만들어 낸 인간의 능력에 한 번 놀라 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알파스타의 능력을 향상시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알파스타는 알파스타끼리의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배워 나갔고, 훈련에 사용된 두 대의 알파스타 모두 상대방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기는 것을 목표를 하는 인공지능끼리 연습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배움의 결과가 향상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때 연구진은 둘 중 한 대에게 스파링 파트너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알파스타의 능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연구진은 하나의 인공지능에게는 주인공 역할을, 다른 하나 에게는 도우미의 역할을 맡겼습니다. 마치 인간 선수가 성장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스타일을 가진 스파링 상대를 만나 훈 련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나의 약점을 잘 공략하는 스파링 상대와 훈련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입니다. 이 때 스파링을 해 주는 선수의 목적은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상대방 선수가 더 강한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이처럼 도우미 인공지능 역시도 자신의 승리보다 주인공 인공지능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알파스타는 완전히 자 동화된 방식으로 이 모든 학습과정을 소화했고 결과적으로 기존의 자신을 뛰어넘는 더 강한 알파스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승리를 거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딥마인드 연구진이 왜 이런 일을 시도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딥마인드 연구진에게 스타크래프트는 하나의 과정일 뿐 그것이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딥마인드 연구진이 진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문제open-ended'를 풀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열린 문제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한 딥마인드 연구진은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조원상 교수는 기계학습 모 형을 통한 새로운 물리 모형의 탐사」라는 글에서 물리학을 “자연으로부터 얻은 최대한의 귀납적 지식에 대한 연역체계 의 완성과정”으로 가정할 때, 인공지능이 출력하는 기계학습 모형은 “그 자체로 초super귀납모형”이라고 했습니다.
“기계학습 모형은 그 자체로 초귀납모형이며, 이는 인류가 태 초 원시 세포부터 생존을 위해 행해 온 치열한 경험적 모델링 과정이, 대량화 자동화되어 임의의 정확도로 최적화될 수 있 는 귀납적 모델링의 극단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이 말을 다 른 말로 바꾸면, '인공지능이 각 분야의 데이터로부터 귀납적으로 모델링했다가 됩니다. 다시 말해 딥러닝과 귀납적 사고는 동의어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에게 더 익숙한 표 현으로 바꾸면, '데이터 사이에 숨어있는 공통점을 찾는다'가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인공신경망이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될 때마다 그것을 반영하여 자신의 예측모델을 스스로 업데이트한다는 것입니다. 무한 학습과 무한 에러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학습의 자동화와 예측모델의 최적화를 담보하 는 귀납적 모델링의 극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튜링은 일찍이 컴퓨터라는 계산기 계가 가진 무한한 잠재성을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다고 해서 기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중략) 기계가 오직 인간 이 알고 있는 일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상하다.”
여러분을 낳은 것은 부모님이지만, 부모님이라고 해서 여러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그 자식이 여러분이 알고 있는 대로만 행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기계를 낳았다고 해서 기계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의 기계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놀라운 기계를 우리의 발 아래 두려는 고압적 자세보다는 두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걸으며 무엇을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류가 정말로 현명하다면 기계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기보다. 협력 파트너로 올려 세워야 합니다.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이 득이기 때문입니다.
- 인공지능 시대에서의 직업변화의 방점은 직종 그 자체의 생존 여부'가 아니라 '그 직종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할것인가'를 이해하는 데 찍혀야 합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혼돈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 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곳에 인공지능이 함께하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너 커서 뭐 할래?”라 는 질문을 인공지능과 직업의 미래라는 키워드에 연결시켜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 컴퓨터와 함께 일하는 것은 멋지다. 그것은 당신과 싸우지도 않고 모든 것을 기억해 주고 내 맥주를 뺏어 마시지도 않는다. (폴 리어리 Paul Le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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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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