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컨섬에는 구조가 있었다. 질서가 있었고, 계급이 있었다. 이는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반면 아타섬은 암석이 들쭉날쭉 솟은 섬이었지만 이곳에서 소년들이 15개월에 걸쳐 만들어낸 사회는 완전히 수평적이었다. 서로 대조되는 이 무인도 이야기들은 우리 에게 어려운 질문 몇 가지를 던진다. 착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악한 사람들 때문일까, 아니면 악한 위계질서 때문일까? 왜 세상에는 수많은 코르넬리스 스타일의 리더가 권좌에 앉아 있 는 것처럼 보일까? 아타섬의 소년들 같은 리더는 왜 이렇게 찾아 보기 힘든 것일까? 만일 당신이 회사 직원들과 함께 무인도에 표 류하게 된다면, 상사이기를 포기하고 통가 소년들처럼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겠는가? 아니면 비컨 섬에서처럼 권력과 지배를 위해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일 것인가?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첫째,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 있는가?
둘째,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셋째,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 이 우리를 통제하게 놔두는가?
넷째,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 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 짐바르도의 연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실험 참가자 모집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자 들은 죄수와 간수를 찾기 위해 지역 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실었다.
감옥 생활에 대한 심리학 연구에 참여할 남자 대학생 모집. 1~2주간 15달러/일, 8월 14일 시작. 더 자세한 정보 및 신청은 문의 바람.
2007년, 웨스턴 켄터키 대학교의 연구진은 이 광고에서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혹시 이 때문에 연구가 완전히 왜곡된 것은 아닐지 의심했다. 답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은 15달러가 아니라 70달러(1970년대 이후의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기 위해서였다)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똑같은 광고를 만들었다. 다른 말은 토씨 하나 빠짐없이 똑같았다. 그리고 새로운 광고를 하나 더 만들었다. 모든 게 기존의 광고와 똑같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감옥 생활에 관한 심리학 연구' 대신 '심리학 연구'라고만 적은 것이다. 연구진은 몇몇 대학가에 ‘감옥 생활’ 광고를 붙이고, 다른 몇몇 대학가에는 '심리학 연구' 광고를 붙였다. 감옥 실험에 자원한 집단 하나와 일반적인 심리학 연구에 자원한 집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있었을까?
모집 기간이 끝나자 연구진은 잠재적 참여자들을 모아 심리 검 사와 철저한 인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자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 다. 감옥 실험 광고에 자원한 사람은 일반적인 연구에 자원한 사 람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공격성, 권위주의, 권모술수주의, 자 기도취증, 사회지배성을 보였으며, 유의미하게 낮은 기질적 연민 과 이타주의'를 보였다.
- 이 발견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의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가학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가학적인 사람이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거꾸로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권력은 선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힘이 아니라, 악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일지도 모른다. 이 공식대로라면 권력은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를 끌어당긴다.
- 이 짜증 날 만큼 복잡한 수수께끼를 풀어줄 수도 있는 가설 몇 가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첫째, 권력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권력은 부패한다. 물냉이가 요거트 제국이 되고, 자각하기도 전에 선거를 조작하고, 남의 돈으로 비행기를 사게 된다.
둘째, 권력이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사람들이 권력에 이끌린다. 즉, 권력은 부패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사이코패스 약제사는 침몰하는 배의 위계질서 꼭대기에 오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고, 사디스트는 간수복을 입고 곤봉으로 죄수들을 구타하고 싶다는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 셋째, 문제는 권력을 쥐거나 추구하는 자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나쁜 이유로 악한 리더에게 이끌리 기 때문에 그들에게 권력을 안겨주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선장을 선택한다. 선장이 우리를 이끌고 암초에 부딪히더라도 비난할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넷째, 권력을 가진 개인에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됐다. 모든 것은 시스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쁜 시스템은 악한 리더를 배출한다. 올바른 맥 락을 만들면 권력은 부패하는 대신 정화할 수 있다.
이 가설들은 인간 사회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의문 두 가지에 대한 잠재적 설명이 될 수 있다. 누가 권력을 얻고, 권력은 어떻게 우리를 바꾸는가?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하려 한다.
- 우리 인간종 중 상당수는 다른 이들을 지배 하기를 좋아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럴 만도 하다. 권 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대체로 생존할 수 있었고 그 연장 선상에서 번식에도 성공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우두머리일 수 있는 사회구조에서는 권력을 탐하는 대부분 사람이 권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물론 운이 좋아 우두머리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에게 위계 사회는 곧 다른 누군가에게 지배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므로 다수의 초기 인류는 유인원 방식의 배열을 받아들이는 대신, 누구도 우두머리가 되지 않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안했다. 권력을 장악하려고 시도한 개인(보엠은 이를 가리켜 '급부상자upstart'라고 했다)은 집단 에 제압당해 다른 모든 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급부상 자는 추방, 괴롭힘, 심지어는 죽음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고기를 모욕하고 화살촉을 교환하는 !쿵족의 의례는 이런 급부상자를 저 지하기 위해 개발된 두 가지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말한 인류학자도 있다. “모든 인간은 지배를 추구하지만, 지배할 수 없다면 차라리 동등한 편을 선호한다.” 지배를 향한 본능보다 다른 이들에게 지배받지 않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다는 얘기다.
- 다른 이들을 지배하기를 가장 열망하는 사람이야말로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스스로 대통 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 오르 게 두어서는 안 된다.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The Restaurant at the End of the Universe)
- 월드는 장군들이 간과한 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바로 보이지 않는 비행기들이다. 날개, 꼬리, 동체에 포격을 당한 연합국의 비행기는 대부분 연기를 내뿜으면서도 고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들은 살아남은 비행기였다. 하지만 다른 부분, 특히 앞코에 가까운 엔진에 포격을 맞은 비행기는 이 군사 연구에 포함 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 비행기들은 독일 땅에 격추되어 화염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월드는 독일 땅에 남은 비행기들, 이곳에 없기 때문에 군에서 연구할 수 없었던 비행기들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월드가 아니었더라면 군은 비행기를 더 무겁고 느리게 만들면서 도적군의 포화에 가장 취약한 부분을 조금도 보강하지 못했을 것이다. 월드는 군에 총알구멍이 나 있지 않은 영역을 보강하라고 권했다. 군은 그의 조언을 따랐다. 엔진에 철갑을 보강한 것이다. 이 조치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월드는 연합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월드는 선택 편향이라는 통계적 개념의 일부인 '생존자 편향의 오류survivorship bias'를 이해했다. 골자는 간단하다. '생존'한 경우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경우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보다 훨씬 더 오래된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동굴인은 정말로 동굴에서 살았을까? 동굴인이 동굴에서 살았다는 증거는 많다. 전 세계에 수백 점의 동굴 벽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꽤 결정적인 증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사실은 초원에서 살면서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선사 시대의 피카소에 더 가까웠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들이 그림을 그려놓은 나무껍질이 오래전에 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은가. 동굴인이 아주 가끔 모험 삼아 동굴에 들어가 그림을 그린 것만 지금까지 보존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종종 '동굴인 효과caveman effect 라고도 한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종종 존재하는 증거는 물론 존재하지 않는 증거에 의해서도 심각하게 왜곡된다.
- 이상적인 현실에서는 혼재 따위는 없을 것이다. 대신 오직 선한 사람들(단순화를 위해 이들을 '부패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칭하겠다)이 우리의 지도자, 상사, 경찰관이 될 것이다. 반면 책임을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부패하는 사람들'이라고 칭하겠다)에게는 아무 권력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이상적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수준 모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아마도 당신은 부패하지 않는 사람이 권력을 추구하고, 얻고,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을 것이다. 동시에 부패하는 사람들을 저지하기 위해 세 가지 수준 모두의 온갖 곳에 장애물을 놓고 싶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상은 대부분 부패하는 사람을 끌어당기고 밀어주는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다. 이어지는 장들에서 볼 수 있듯, 만들어진 시스템은 해체될 수 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디디려면 우선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프론킹 능력은 스프링복의 민첩성과 속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때문에 정직한 신호로 알려져 있다. 정직한 신호는 사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화려한 색의 개구리를 떠올려보라. 만약 그 신호를 무시하고 개구리를 잡아먹었다가는 독 때문에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개구리는 이미 경고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이 이처럼 올바르지는 않다. 어떤 뱀들은 사실 전혀 독이 없으면서 마치 독을 품은 듯한 색을 뽐낸다. 게다가 농게는 짝짓기할 때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는 수컷들에게 경고 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울 만큼 거대한 집게발을 가지고 있다.
- 이런 차원들, 즉 정직한 신호와 정직하지 못한 신호, 비용이 있 는 신호와 없는 신호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우리는 자신이 지배적이고 강력한지 또는 약하고 순종적인지에 관해 정직하거나 정직하지 못한 신호를 끊임없이 드 러낸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신호를 보내고, 어떤 때는 의도적으로 신호를 보낸다(집 한 채 값과 맞먹는 화려한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어느 쪽이겠는가). 그런데 신호 이론을 보면 흥미로운 가설 하나가 떠오른다. 강력한 사람들은 그저 강력해 보이는 데 더 능한 사람들일까?
- 지위 상징은 심지어 반대로 바뀔 수도 있다. 과거에는 검게 탄 피부가 낮은 지위를 나타내는 분명한 표시였다. 실내에서의 여가 를 누리는 삶을 살 수가 없어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고된 밭일 을 한다는 의미였다.26 그러나 1930년대가 되자 이 신호는 완전히 정반대로 바뀌었다. 검게 탄 피부는 어두컴컴한 사무실이나 공장 바닥에서 쉬는 대신 해가 쨍쨍한 곳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만 큼 부유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두운 피부톤은 부유하고 강력한 이들의 전시물이 됐다. 그러다가 태닝베드가 개발되면서 동네 멕 시코 레스토랑 옆에 있는 허름한 숍에만 가도 멕시코에 다녀온 것 처럼 보일 수 있게 됐다. 태닝을 덜 비싸고 정직하지 않은 신호로 이용할 수 있게 되자마자, 태닝의 권세는 줄어들었다.
-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진화심리학 교수 마르크 반 부그트 는 지난 수십 년간 이처럼 왜곡된 선호도와 이를 만들어낸 불일 치를 연구해왔다. 그는 저서 『선택된 자: 왜 어떤 사람들은 이끄는 가, 왜 다른 사람들은 따라가는가 그리고 이는 왜 중요한가 Selected: Why Some People Lead, Why Others Follow, and Why It Matters)를 통해 이런 선호도가 특정 상황에서 다른 상황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언 제나 존재하고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여기가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인지적 편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것이 불가피하거나 받 아들일 만하다거나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어리석은 충동은 억누를 수 있고 억눌러야만 한다. 하지만 이처 럼 고장난 석기 시대적 사고방식이 대다수 현대인에게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고방식을 고칠 수 없다. 앞서 살펴봤듯, 수렵채집민 사회는 현대 사회보다 더 평평했다.
- 그러나 그 사회에도 이를테면 사냥 원정을 조직하거나 집단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금 더 위엄을 가지는 비공식적 지도자가 존재 했다. 이런 비공식적 지도자는 특정 유형의 인물에게 적합했다. 반 부그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고대 인류에게 리더십이란 대개 사냥이나 전쟁에서의 신체적 활동을 의미했다. 리더는 다른 이들 에게 모범이 되고 선두에 섬으로써 리더 역할을 했으므로 건강과 체력 그리고 두드러지는 체격이 리더를 선택하는 단서가 됐을 것 이다.”
단순히 더 크고 힘센 개인에 대한 선호는 아니었다. 이들은 진 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선택된 이들이었다. 반 부그트의 주장에 따르면 신체적으로 약한 지도자를 선택한 인간 무리가 사냥이나 라이벌 무리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더 컸고, 이에 따라 이런 실수를 한 자들이 인간의 유전자 풀에서 제외됐다. 신체적으로 강인 한 지도자를 선택한 무리는 생사를 가르는 순간에서 살아남을 확 률이 더 높았고, 이로 인해 이들의 선택이 강화됐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난 20만 년 동안 인류는 약 8,000세대를 지나왔다. 물론 7,980세대쯤은 몸집과 힘이 생존을 위한 주요 이점이었던 사회에 살았다. 이는 우리 종이 지나온 역사의 99.8퍼센 트다. 이런 인식은 '진화적 리더십 이론evolutionary leadership theory' 의 부상으로 이어졌다.33 우리의 사회적 세계는 변화를 거듭했지만, 뇌는 그러지 않았다. 인간은 현대의 현실을 더는 반영하지 않는 특정 근거들로 지도자를 선택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이제 그 오래된 본능을 버릴 시간이다.
- 반 부그트는 석기 시대였다면 훌륭한 전사나 사냥꾼이 됐을 남 자들과 같은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을 현대의 지도자로 고르 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다는 이 개념을 가리켜 '사바나 가설 savanna hypothesis' 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진화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련의 틀을 우리의 뇌에 아로새겨 놓았고, 이 틀은 협동이 필요한 특정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예컨대 전쟁 상황에서) 활성 화된다.” 이는 독재자 스타일의 스트롱맨 strongmen(이 용어는 우연히 탄생한 게 아니다)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두려움을 부추기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다. 위험을 인지했을 때 힘세 보이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는 우리의 수렵채집민적 본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이처럼 편향되고 성차별적인 틀이 없다는 듯 모른 체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이 틀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 다. 그 역시 투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성차별 문화 에서 습득되고 강화된 우리 내면의 여성혐오를 극복해야 한다.
- 중국의 여섯 개 도시를 지도에 표시해보니 일종의 패턴이 드러났다. 혼자 커피를 마시고 의자를 치우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은 북부였다. 의자를 그대로 놔두고 친구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은 남부였다. 사람들이 동네 스타벅스에서 보이는 이런 행동을 지리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연구들은 ‘쌀 이론rice theory' 을 검증하기 위해 설계됐다. 남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수천 년 동안 협동이 필요한 벼농사를 지 었다. 풍성한 수확에 꼭 필요한 관개 기반시설은 개별 가족 단위 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웃끼리 서로 의지해야만 한다. 한 가족이 이른 시기에 논에 물을 댔다가는 다른 가족의 수확까지 망칠 수 있다. 협동하지 않으면 모두가 굶을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양쯔강 이북에서는 다수의 중국인 공동체가 오랫동안 밀에 의존해 살아왔다. 쌀과 달리, 밀 농사에는 협동이나 협력이 거 의 필요하지 않다. 밭에 밀을 심으면 알아서 잘 자란다. 각 가족은 다른 누구의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작물의 선택이 수백 세대에 걸쳐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그리하여 쌀 이론이 탄생했다. 이 이 론의 챔피언은 시카고대학교의 토머스 탈헬름이다. 이론의 핵심 전제는 간단하다. 수천 년 동안 쌀에 의존해 살아온 지역은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하고, 밀을 길러온 지역은 더 개인주의 적이라는 것이다.
-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더 이기적이고, 동정심 없고, 위선적이고, 힘을 남용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 어느 연구에서는 지원자들에게 상사 역할과 부하 역할을 무작위로 배정하고 일정 과제를 수행 하게 했다. 그다음 지원자들에게 블랙잭 게임을 시켰다. 앞선 과제에서 상사 역할을 맡았던 지원자는 위험성이 클 때조차 ‘핫’을 외치고 한 장의 카드를 추가로 뒤집을 확률이 더 높았다. 이 결과 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권좌에 앉은 사람은 말 그대로 인생의 승리자다. 지난날 주사위를 굴려 승리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이 잃더라도 이를 감당하고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보 잘것없는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실패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불필요한 위험을 피해야 한다(다만 사람이 바닥을 찍고 더는 잃을 것 이 없다고 느끼게 되면, 이때부터는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더 이기적이고, 동정심 없고, 위선적이고, 힘을 남용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액턴 경이 옳았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전통적인 격언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전통적 격언이 그림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빙산의 일각,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권력자들에게만 집착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정점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건 수면 아래에 도사린 훨씬 더 큰 위험을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왜 부 패한 사람들은 권력에 이끌리는가? 왜 이들은 권력을 더 잘 획득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은 우리 석기 시대적 뇌의 인지적 편 향을 이용해 자신들이 권력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설득하는가?
지금까지의 초점은 대체로 마음에 있었다. 우리는 어떤 성격적 특성이 권력을 더 추구하게 하는지, 또 수중의 권력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러나 아직 퍼즐의 핵심 조각이 남아 있다. 권력자가 된다는 것이 우리의 사고방식만 바꿔놓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은 우리의 몸을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
- 2011년 프린스턴대학교의 로런스 게스키에르 Laurence Gesquiere 가 주도한 연구 또한 새폴스키의 이론을 보강한다. 게스키에르의 연구진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측 정했다. 이들은 특정 개체가 영장류 위계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었다. 위계의 정점에 오른 알파메일은 이례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로 인해 연구진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했다. 가장 좋은 자리는 바로 권력의 모든 떡고 물을 누릴 수 있으면서 군주가 되는 데 따르는 모든 위험은 피할 수 있는 '베타'메일의 자리였다.
-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아래에 깔린 맥락이나 의사 결정 과정 자체를 검토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쁜 행동을 저지하지 못하 고 오히려 강화하게 될 것이다.
- 요점은 이렇다. 권력의 자리에 앉을 만한 적절한 사람을 찾고자 한다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지원하면 좋을지, 예컨대 경찰 학교 출신이 좋을지,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이 좋을지를 주의 깊 게 생각해봐야 한다. 비단 이력서의 구절이나 특정한 기술에 관한 것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향이나 팀워크와 관련된 개인의 과거 실적을 비롯해 여러 측정 기준 또한 고려해야 한다. 더 나은 정치적 후보를 찾으려는 정당과 시민 사회 단체는 울며 겨자 먹기 로 정치에 입문해 공공을 위하여 일할 사람, 도덕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영입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 또는 자아를 화려하게 전시하기 위해 안달 내는 사람이 그 자리를 덥석 차지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다수의 혁신적인 지도자들이 정치와 무관한 직업군, 예컨대 교육, 보건, 과학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있지만, 더 나은 선별 또한 필수적이다. 매력적인 나르시시스트는 일회 성 채용 면접에서 매우 다양한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더 철저한 검 증을 통해 이를 거를 수 있다. 더 엄밀한 진단은 마치 사치스러운 절차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당한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을 초기 단 계에서 한층 더 철저히 검증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훗날의 피해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어둠의 3요소와 관련된 심리 검사는 오늘날 특이하거나 모욕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국가 원수나 주요 기업의 CEO 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라면 이런 심리 검사를 하는 것이 아마 현명한 조치일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권력이라면 잠깐의 주제넘은 심문을 걱정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되는 사 람들이 권력을 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핵심 문제를 인식하는 게 이 싸움의 주가 될 것이다. 우리는 권력에 굶주리고 부패할 후 보를 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모든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 2014년 어느 연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사무실 중 거의 4분 의 3이 개방형으로, 업무 공간을 분리하는 벽이 낮거나 아예 없다. 업무 시간에 잠시 트위터를 하거나 가족 또는 친구와 전화 통화라도 하려고 하면 모든 사람이 알게 되고, 그 점을 당사자도 안다. 이런 사무실 설계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일반적이지만, 사실 직원들에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 다. 2011년 개방형 사무실 연구 수백 건에 관한 검토에서는 이런 설계가 직원을 소외시키고, 스트레스를 높이고, 직업 만족도를 낮 춘다는 점을 발견했다. 게다가 개방형 사무실의 가장 큰 목적이 협업 증진임에도 현실 데이터는 개방형 사무실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이 70퍼센트 감소한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파놉티콘 스타일의 업무 공간은 감시에 탁월하지만,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이라는 결과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의 '모든 것' 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례 없는 능력을 얻게 됐다. 업무 공간 내 감시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언제나 켜져 있는 라펠 마이크로폰, 마이크로칩 내장 사원증, 자리에 앉 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자 센서, 컴퓨터 타자 모니터링, 책상에 앉아 있는 당신의 모습을 일정한 간격으로 사진 찍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염없이 증식하는 히드라 같은 이메일 수신함을 봐야 할 시간에 요리법 따위를 찾아보지 못하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컴 퓨터 화면의 스크린샷을 찍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벤담은 이 모든 방법을 보고 감탄의 휘파람을 불었을 것이다(새로 얻은 입이 밀랍만 아니었어도 가능했을 것이다).
- 문제는 이렇다. 현대의 감시 시스템은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야 한다. 우리는 잘못된 사람을 감시하 고 있다. 21세기의 파놉티콘을 안팎으로 뒤집어, 권력을 가진 사 람들이 자신들이 계속해서 감시받고 있는 듯하다고 느끼게 해야한다. 엔론 사태(미국 휴스턴의 에너지·물류 기업인 엔론Enron은 한때 '미 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유망했으나 계획적인 회계부 정 사실이 드러나 2001년 파산했다. 옮긴이)나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 지 사기 사건은 중간급 직원이 클립 몇 개를 훔치거나 업무 시간 에 유튜브로 고양이 동영상을 20분쯤 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 니다. 이런 중간급 직원들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을 걸고 직접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다양한 추정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범죄는 미국에서만 연간 2,500억~4,000억 달러의 손실 또는 피해를 발생시킨다. 미국 길거리에서 발생한 모든 재산범죄(도둑, 강도, 절도, 방화)를 더해도 피해액은 170억 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므로, 화이트칼라 범죄 에 의한 피해액이 15~25배 큰 셈이다.24 마찬가지로, 보수적으로 추산했을 때 기업의 부정행위에 의해 사망하는 미국인은 연간 약 30만 명이며, 유독 화학물질, 제품 결함, 치명적인 폐기물 또는 해 로운 오염물질에 대한 노출 그리고 엄격한 검증 없이 제공된 중독성 물질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는 매년 살인 사건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의 수보다 약 20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