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인문 2021. 3. 9. 20:34

- 좋은 도시는 한 소년이 그 거리를 걸으면서 장차 커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일깨워줄 수 있는 장소다. (루이스 칸, 미국 건축가)
- 불경 중의 불경이자 부처님 말씀의 핵심이라고 하는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심경' 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 '반야'는 최고의 지혜를 일컫는 말이다. 또한 사물의 도리나 선악을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이고, 이 단계는 어디에도 사로잡힘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바라밀다'는 어디에 도달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즉, 반야심경은 참된 지혜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주는 경전이라 생각하는 데, 읽다 보면 공에서 시작해서 공으로 끝나는 허무한 이야기다. 지혜는 공을 알게 된다는 것인데 그것 참 묘하다. 결국 지혜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텅 빈 상태란 말인가.
- 일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채 오로지 독학으로만 건축을 익히고 일가를 이룬 세계적인 건축가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여행과 스케치로 건축을 배웠다고하니 문자 그대로 그는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1969년에 28세의 나이로 부인과 함께 대책 없이 작은 설계사무소를 설립한다. 그러나 경력도 없고 실적도 없는 그에게 일을 의뢰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일을 하기 위해 피눈물 나게 노력한다. 사무실 주변의 동네에 있는 집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 자리에 새로 지을 집의 설계안을 제시한다. 그러던 중 1974년 초 아즈마 부부가 일본 오사카 스미요시에 있는 세 가구가 나란히 붙은 블록의 가운데 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 계획을 그에게 맡긴다. 집 지을 대지는 폭 3.6미터, 깊이 14.4미터 로 일본의 일반 가정집 형태가 대부분 그렇듯 폭은 좁고 길이가 길었다. 그는 대지의 형상대로 좁고 긴 콘크리트 박스를 끼워 넣는다. 그래서 이 집을 스미요시 나가야住長屋, 즉 '스미요시의 긴 집이라 부른다. 오래된 집들 사이에 끼여 있는 네모난 진입구만 뚫려 있는, 게다가 전체를 3등분해 가운데를 지붕 없는 중정으로 만든 이상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당시에 많은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이 집으로 인해 그는 유명해지고 건축상도 받는다. 그리고 비로소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의 페르소나는 자연의 형상을 닮은 그의 건축이다. 지중해에 면한 카탈루냐 지방의 강렬한 햇빛과 풍부한 자연은 구리 세공업자 집안에서 태어나 장인 기질을 갖고 있던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또한 그는 건축 수업 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지만(그래서 무척 힘겹게 졸업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았다. 그는 “항상 열려 있으며 힘써 읽기에 적절한 위대한 책은 자연이다”고 보았다. 그 밖의 책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해석하고 음미해 이러한 특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빛을 모든 장식의 기초라고 보았고, 건축을 빛의 질서로 생각했다. 마침내 가우디는 신으로 향하는 빛을 꿈꾸었다. 대중 들에게 가우디만큼 널리 알려진 건축가도 없을 것이고, 혹 가우디 를 모르더라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성 가족성당La Sagrada Familia 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882년에 초석을 놓은 후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마한 건축이다. 가우디는 1883년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 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의 후임으로 31세의 젊은 나이에 이 성당의 공 사감독으로 취임해 1926년 사망할 때까지 거의 전 생애를 바쳤다. 1 “이 교회가 세워지는 중요한 이유는 신의 집과 기도와 명상의 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을 종교적 감정의 표현과 연결시킬 수 있는 모체가 된 이 예술 작품은 자신과 주위의 상황 속에서 적합한 장소를 발견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교회는 종교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넓게 열려진 공간이 될 것입니다.” 원래 빌라르가 네오고딕 양식으로 구상했던 것을 가우디는 당시 가톨릭에 적합한 비잔틴 양식으로 바꾸었다. 탑을 1개에서 4개 로 늘리고 삼면에서 12사도를 표현하고 각각의 파사드를 예수의 생애와 부활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어떻게 구현해낼지를 고민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벽한 성당의 모습이 완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 릴지도 알았을 것이다. 가우디 사후에도 그의 예상대로 다른 이들이 이어받아 성당은 계속 지어지고 있다. 성 가족성당은 가우디라는 건축가가 꿈꾸었던 평생의 건축이었다. 또한 자신의 본질과 충돌하지 않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가우디의 표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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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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